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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Author: 일설연우
동산국.

봉구안은 대혼례 전에 자신이 길에서 받았던 적염련이 떠올랐다.

스승은 그 적염련이 동산국에서 자라는 것이라고 했었다.

적염련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지금도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이제 약쟁이와 관련된 단서마저 동산국으로 이어지니, 동산국과 관련된 이 점을 깊이 파헤칠 필요가 있었다.

황제가 영화궁으로 왔다.

소욱은 익숙한 듯 내전에 들어섰고,봉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었다.

그는 살짝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다른 사람이 없을 때는 예를 갖추지 말라고 했지 않았느냐.”

“그렇게 하겠습니다.”

소욱은 곧 탁자 위에 펼쳐진 지도를 보았다.

“뭘 하고 있었느냐?”

그는 묻는 동시에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거기엔 몇 개의 경로가 표시되어 있었고, 그 경로는 모두 동산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게 무엇이냐?”

봉구안은 차분히 대답했다.

“상로입니다.”

소욱은 눈살을 찌푸리고 깊이 생각했다.

“동산국은 부유한 나라로 문치를 숭상하고 무력을 경시하는 지역이다. 지난 100년 동안 손꼽을 정도의 전쟁에만 참여했으며, 다른 나라와의 외교 관계도 거의 없었지.”

“선황 때부터 양국은 사신조차 교환하지 않았다.”

“따라서 양국 간의 상로는 개설되지 않았지. 이 동산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무역이 없는데, 이 상로는 대체 어디서 생겨난 것이냐?”

당시 남제는 외국 상인들이 정탐꾼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상로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설령 외국과 무역을 시작하더라도, 그들 상인들이 남제 내 모든 도시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는 없었다.

남제가 개방한 도시는 극히 몇 곳뿐이었으며, 선양이나 황성 같은 전략적 요충지는 외국 상인들의 출입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더욱이 양국 간의 무역이 성립되려면 동맹 관계가 전제되어야 했다.

상호 이익이 있어야 비로소 교류가 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동산국과 남제 간에는 상로가 끊긴 지 오래였고, 그런 상황에서 봉구안이 그린 상로는 소욱을 당혹스럽게 했다.

봉구안은 그에게 설명했다.

“이것은 비밀 통로입니다. 양국이 무역을 하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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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13화

    다음 날, 봉구안은 호위들과 함께 도관으로 향해 지하 통로로 내려갔다.이 통로는 소욱이 이전에 철저히 조사하도록 명했지만, 지금까지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봉구안은 횃불을 들고 좁고 긴 통로를 걸었다.이곳은 복잡하게 설계된 함정이 숨겨져 있어, 각 길목이 모두 감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그녀가 탐색하던 중, 앞서 가던 호위들이 갑자기 소리쳤다.“화약이 있습니다! 마마를 보호하라, 철수하라!”쾅!!어떤 구간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지며 터널이 붕괴되었다.돌들이 아래로 쏟아져 내리며 모든 길을 막아버렸다.봉구안은 흙먼지 속에서 눈을 들어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을 살폈다.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아꼈다.만약 진상을 밝히기도 전에 죽는다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터였다.확실한 준비가 없었기에, 그녀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철수하라.”바로 그때, 도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앞에 선 사람은 평소 교무당에서 보던 모습과는 달랐다.그는 손가락에 가락지를 끼고 있었고, 차가운 귀족의 분위기를 풍겼다.봉구안 일행이 도관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본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갔군. 우리도 가자.”뒤에 있던 부하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예.”황궁.소욱은 지하 통로가 폭파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봉구안의 안위가 매우 걱정되었다.그는 보고서를 내려놓고 직접 궁문으로 나가 그녀를 맞았다.그녀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어 그는 그녀에게 더는 그곳에 가지 말라고 설득하고 싶었다.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 전에 봉구안이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 먼저 말했다.“저는 괜찮습니다. 오늘의 일이 증명하듯, 저 숨어있는 자들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 틀림없이 실수하고 흔적을 남길 것입니다.”그녀는 곧이어 말했다.“전문가는 전문적인 일을 맡는 법이죠. 그 지하 통로에 설치된 함정들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동방세를 불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14화

    비록 중매였지만, 사내들은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자 칼을 휘두르며 무예를 선보였다.녕비는 그런 모습들을 보며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아직 세상 이치를 모르는 그녀는 깊은 밤마다 외로움을 느끼곤 했다.후궁의 다른 비빈들이 가끔 호위들과 은밀한 관계를 맺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궁에 들어온 뒤로 그녀는 한 번도 평범한 사내를 본 적이 없었다.공연이 끝난 후 녕비는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짝을 지어 꽃놀이를 하라 명했다.이 말의 의도는 너무나 분명했다.누군가 마음에 든다면 직접 나서 초대할 수 있었다.궁중의 중매는 한창 흥겨웠다. 마침 장공주가 태후를 찾아 궁에 들어오다가 웃음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춰 구경하게 되었다.멀리 나무 아래,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여자는 단아한 행동과 온화한 말투로 남자에게 손수건을 건네며 얼굴을 붉혔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유 공자, 교무당에 들어가셨다니 참 재능 있는 분이시군요. 장차 멋진 장군이 되시길 바랍니다.”남자는 손수건을 받아들고 고맙다고 말했다.그 모습을 본 여자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손수건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유 공자는 준수한 외모에 교무당의 제자로, 황후의 가르침을 받는 인물이었다.여자는 용기를 내어 그를 올려다보았다.“그렇다면, 저희 집으로 청혼하러 오기를 기다릴게요.”그 말을 남기고 여자는 자리를 떠났다.장공주는 어둠 속에서 그 광경을 목격했다. 여자가 떠난 뒤, 유 공자가 손수건을 내던지는 모습까지도.곁에 있던 궁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공주마마, 저 사람 참 보기와는 다르게 겉과 속이 다르네요. 그 여인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손수건을 받았을까요? 관가의 집안을 두려워해 자기 출세에 해가 될까 염려한 걸까요?”장공주는 그가 교무당의 학생이라는 말을 듣고는 속으로 다짐했다.“저 사람의 이름과 품행을 알아보도록 하거라.”“예, 공주마마.”그녀는 이렇게 명령을 내렸다.…봉구안이 장공주의 교무당 입학 요청을 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15화

    봉구안은 장공주의 속셈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단호하게 거절했다.“공주마마, 오늘 보신 일이 어떻든 간에 상관없습니다.”“설령 그 일이 사실이라 해도, 저는 유연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계략이 없다면 어떻게 군대를 지휘하겠습니까?”“궤변에 능하지 않으면 어떻게 적을 속이겠습니까?”“저는 이 일로 인해 유연의 능력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장공주는 실망하며, 봉구안이 자신에게 그 정도로 신뢰를 주지 않는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황후, 제 말을 믿어주세요. 그 유연이라는 사람은 속셈이 좋지 않습니다.”“비록 뚜렷한 증거는 없지만, 제 감으로는 그는 제어하기 어려운 자입니다.”장공주의 말을 봉구안은 어느 정도 귀담아들었지만, 그녀 앞에서 그것을 드러내진 않았다.그도 그럴 것이, 유연을 내보내는 것보다 장공주의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을 더 꺼렸기 때문이다.황후가 된 이상, 경중을 잘 따져야 했다.장공주가 떠난 뒤, 봉구안은 시녀 만추에게 명령을 내렸다.“유연의 고향에 사람을 보내, 그 사람의 품행을 철저히 알아보도록 해라.”군대를 이끄는 이는 계략이 필요하지만, 속임수에 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중매가 끝난 뒤, 완부옥의 자매 동맹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그들 중에는 흥미를 느끼는 남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궁에 들어가길 원치 않았다.그 이유는 궁중의 엄격한 규칙과 화려한 궁궐의 공허함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은 확신했다.이 황궁은 소환이 오래 머무르지 못할 곳이란 걸 말이다.그렇다면, 그들은 왜 자신들까지 끌려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을까?게다가, 이성적으로 생각해본 후 그들 역시 차선아처럼 완부옥의 음흉한 속내를 감지했다.그들 중 누구도 완부옥만큼 소환에게 집착하는 이는 없었다.만약 궁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면, 왜 완부옥 자신은 들어가지 않았을까?진실은 단 하나뿐이었다.완부옥은 소환이 머지않아 궁을 떠날 것이라 확신했고, 차라리 궁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16화

    동방세는 가늘게 뜨고 있던 눈을 번쩍 뜨며 무너진 한 구역을 가리키더니 짐작했다.“이건 자폭의 흔적이오. 대개 추격병을 막고 통로를 차단하려고 이런 일을 벌이지.”그는 말하는 동안에도 손놀림으로 그림을 그렸다.봉구안은 그가 그린 거미줄 같은 그림을 보고 잠시 고심했다.“이게 뭔가?” 범진은 좌우를 살펴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동방세는 그림을 다 그린 후, 그들에게 설명했다.“내가 보기에 이 비밀 통로는 ‘거미줄’ 구조일 가능성이 크오.”“거미줄이라니?”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동방세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가리키며 덧붙였다.“기계술에서 이런 비밀 통로를 거미가 거미줄을 치듯 설계해 중심점을 기점으로 사방으로 퍼뜨리며 연결하오. 더욱 복잡한 경우엔 음양의 방위를 포함해 방정 방향까지 모두 얽어 놓아 거대한 거미줄 형태를 만들지.”범진은 더 알아들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당신 말은 천간지지의 원리를 따른다는 뜻인가?”동방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소. 그래서 일종의 ‘가짜 팔괘진’이라 불리기도 하오.”봉구안은 총명한 성정 덕분에 동방세의 설명을 곧바로 이해했다.그녀는 동방세의 그림을 가리키며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이 비밀 통로가 바로 거미줄 같군.”“중심에서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것은 세로 줄, 즉 남북과 동서를 연결하는 축이오.”“이 세로 줄을 둘러싸며 점점 바깥으로 확장되는 원형의 가로 줄도 있소.”동방세는 눈을 가늘게 웃으며 말했다.“역시 명성이 자자한 맹 소장군답소. 한 번 듣고 바로 이해했구려.”그는 이어 말을 이었다.“이런 완벽한 ‘거미줄’ 진을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오.”“나는 서책에서만 보았는데, 실제로 완성한 사람은 없었소. 이건 선대 고인들의 창의적인 발상일 뿐이오. 그들은 거미가 줄을 치는 모습을 보고 교훈을 얻은 것이지.”범진이 끼어들며 말했다.“그런데 보지도 못한 진을 어떻게 이 비밀 통로와 연결지을 수 있소?”동방세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그건 자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17화

    봉구안은 서신을 열고 대강 훑어보았다.그중 하나가 그녀의 미간을 깊게 찌푸리게 했다.유연이 군 복무를 했으며, 바로 북대영 출신이라는 것이다.다른 기록들은 아무리 봐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만추가 제안했다.“마마, 교무당에서 학자를 선발할 때 이미 철저히 조사했으니, 유연이 입학한 것은 관청의 기록에 오류가 없다는 뜻입니다.”“하지만 저의 생각으로는, 마음만 먹으면 많은 것들이 조작될 수 있다고 봅니다.”“마마께서 정말 이 사람을 의심하신다면 다시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봉구안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유연이 북대영에 있었으니, 스승에게 부탁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한 번 더 확인해도 나쁠 건 없었다.다음 날, 교무당에서는 무시험이 열렸다.이 시험은 단순한 대련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적의 손에 붙잡힌 동료를 구출하는 방식이었다.시험 장소는 성외 연래산이었다.봉구안은 이 시험을 통해 유연의 실력을 확인하고자 했다.시험이 시작되었다.봉구안은 산 아래에 머물며, 산 위의 상황을 직접 알 수 없었다.다만 은육을 보내 상황을 은밀히 지켜보게 했다.한 시진이 지났을 무렵, 산속에서 호각 소리가 들려왔다.이는 봉구안이 정한 구조 신호로, 비상 상황에서 울리게 한 것이었다.시위들은 곧바로 소리를 따라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연이 들것에 실려 내려왔다.봉구안은 그의 얼굴이 피투성이로 물들고, 기절한 모습을 보고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그의 실력으로 어떻게 첫 번째로 부상을 입을 수 있단 말인가?동행한 의원이 즉시 그의 상처를 치료했다.은육이 봉구안에게 보고했다.“마마, 유연과 그의 팀은 적을 기습하다가 발각되었습니다.”“결정적인 순간에 유연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다른 이들을 구했습니다.”봉구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손짓으로 은육을 물러가게 했다.두 시진이 지나고, 유연의 희생 덕분에 그의 동료들은 몸을 숨기고 기회를 노려 결국 인질을 구출했다.결국 유연의 팀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18화

    봉구안의 예감은 정확했다. 문제가 생긴 곳은 바로 북연이었다. 소욱이 자세히 설명했다. “북연 태자가 궁을 강제로 점거해 왕위를 차지했다. 지금은 이미 즉위했지.” 봉구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새로 즉위한 황제는 반드시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과감히 행동할 것입니다. 하물며 태자에서 황제로 오른 자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폐하, 북연은 마치 폭발할지 모를 진천뢰와 같습니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소욱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누군가 남제와 북연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이번 태자가 왕위를 찬탈한 것도 그 배후에 누군가가 조력했을 가능성이 크지.”“이미 밀지를 작성해서 변방 장수들에게 보냈다. 어떤 움직임이 있더라도 신중히 대응하라고하였다.”…한편, 북연. 몇 번이나 폐위되었던 태자는 마침내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늙은 북연 황제는 동화대에 갇혀 있었다. 백관들은 하나같이 새 황제를 치켜세우며 조정의 분위기는 살얼음과도 같았다. 북연 황제의 병든 듯한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그는 천천히 좌중을 둘러보며 웃으며 물었다. “남제가 우리 장병들을 죽였으니, 출병하여 응징하겠노라. 이의가 있는가?” 한 관료가 즉각 반대했다. “폐하께서는 심사숙고하셔야 합니다! 남제는 이미 양 나라를 병합했으며, 북연은 남제를 직접 공격하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또한 지금의 남제는 병력이 막강하고 명장이 많아 쉽게 얕볼 상대가 아닙니다.” “게다가 최근 북연은 잦은 전쟁으로 병력을 많이 잃었으니, 이제는 휴식을 취하며 재정비해야 할 때입니다. 더구나 남제가 만든 화룡 병기는 저희에게 승산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또 다른 문관이 나와 이를 거들었다. “폐하, 태상황께서 재위 중 남제와 10년간 불가침을 약속하셨습니다.”새 황제를 지지하던 신하들이 즉각 반박했다. “약속을 깬 것은 태상황이지, 황제가 아니십니다! 태상황이 양연삭의 꾐에 빠져 남제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19화

    녕비의 의심 섞인 질문에 봉구안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그녀는 차분하면서도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내 가정사까지 녕비에게 알려야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쌍생아 이야기가 비밀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누군가 봉장미의 평범한 삶을 방해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녕비는 벌써 대들었겠지만, 새 황후는 전쟁을 치르고 사람까지 죽인 경력이 있었다.녕비는 속으로 움찔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물러났다.그러나 그녀의 마음속 의문은 커져만 갔다. 두 황후가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다.…비빈들이 모두 떠난 후, 수방의 궁녀가 영화궁을 찾았다.“황후마마, 문안드립니다.”“이건 폐하께서 특별히 마마를 위해 새로 짓게 하신 옷입니다. 지금 입어보시겠습니까?”봉구안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색깔이 단정하구나.”궁녀는 곧바로 대답했다.“폐하께서 직접 색과 소재를 고르셨습니다.”봉구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소욱의 안목은 꽤 훌륭했다. 그녀의 취향을 잘 간파한 듯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가 입었던 짙붉은 옷이 자꾸 떠올랐다.잠시 후 봉구안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옷을 입고 보니, 이 옷의 디자인은 그녀가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였다.남성복보다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이 있었으나, 여성복보다 간소하고 활동하기 편했다.봉구안은 여전히 복잡한 여성복이 불편했다. 층층이 겹친 옷감은 마치 족쇄 같아 움직임을 억압했고, 그녀를 무겁게 짓눌렀다.특히 ‘정결대’라 불리는 복잡한 허리띠는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허리띠가 복잡할수록 여성의 정절을 상징한다는 관념이 따라다녔다.새 옷은 그녀를 매우 만족스럽게 했다.“이것도 폐하의 뜻인가?”봉구안은 궁녀에게 물었다.궁녀는 공손히 대답했다.“폐하께서 직접 지시를 내려, 저희가 수정한 것입니다.”봉구안은 거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괜찮구나. 여성복도 이렇게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면, 민간 수방에서도 이와 같이 제작해보거라.”“이건…” 궁녀는 잠시 머뭇거렸다.“황후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20화

    소욱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 궁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오늘이 칠석인 만큼, 황후와 함께 외출하고 싶었던 것이다.봉구안은 솔직히 말했다.“다음에 무엇을 원하시는지, 그냥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소욱은 쓴웃음을 지었다.“네가 이렇게 고생할 줄은 몰랐다. 칠석에도 나가지 않다니.”봉구안은 그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말했다.“폐하께서는 제가 무심하다고 말씀하고 싶으신 거죠?”소욱은 황급히 그녀를 끌어안고, 뺨을 그녀의 얼굴에 살짝 맞댔다.“괜찮다. 난 그래도 네게 다정하게 굴 것이다.”“다정하신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폐하께서는 참 고운 자태를 간직하고 계시군요.”소욱은 순간 멍한 표정이 되었다.“고운 자태?”그녀가 돌려 말하며 자신이 늙었다고 말하는 건가?소욱은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잡으며 약간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아직 서른도 넘지 않았다. 여전히 팔팔하단 말이다!”게다가 ‘고운 자태’는 대개 부인에게 쓰는 표현이 아닌가. 어찌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봉구안은 그의 목을 감싸 안으며 턱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하며 말했다.“폐하, 오늘은 그 붉은 옷을 입으시면 어떨까요?”촌스러워 보이긴 했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소욱은 봉구안이 그 옷을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여기며 만족스러워했다.그는 그녀를 더욱 꼭 껴안으며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좋다면, 내가 무엇을 입든 상관없다.”자진궁.유사양이 폐하의 옷을 갈아입히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소욱이 말했다.“안목이 꽤 좋구나.”유사양은 어리둥절했다.그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빈정거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궁 밖.오늘은 칠석이라 번화한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한눈에 보아도 여인들이 대부분이었다.규수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다니며, 크고 작은 시회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봉구안이 여러 꽃등 수수께끼를 맞추자, 그 모든 꽃등을 소욱이 들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다른 부부들을 보니, 그들의 모습은 자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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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5화

    현비의 눈엔 짙은 허망함이 어려 있었다."폐하, 폐하께서 단 한 번이라도 신첩을 이해하려 하셨더라면 아셨을 겁니다. 신첩은 본래 약리학에 정통했습니다.”“영비마마께 쓴 독은 신첩이 직접 조제한 것입니다. 하지만 의원이 제 몸을 고치지 못하듯, 신첩 또한 제 독을 온전히 해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몸속의 독성을 억누를 수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했습니다."더 할 말은 없다는 듯, 현비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소욱은 손짓으로 진한길에게 몸을 제압한 손을 풀라고 지시했다.양팔이 풀리자, 현비는 앞으로 푹 고꾸라지듯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박았다. 그녀는 머리를 조아리며 간청했다."폐하, 제발 제 가족만은… 용서해주시옵소서."곁에서 지켜보던 진한길은 표정 없이 서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 얕은 동정이 스쳤다. 현비에게 분명 죄는 있었지만, 모든 시작은 모용란의 악행이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소욱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했고, 목소리는 단호했다."현비는 황제인 나를 속이고 궁중의 법도를 어겼다. 천형에 가두고 추후 처분을 기다리게 하라."현비는 이 결과를 받아들였다. 오히려 마음 한켠으론 안도했다. 그 죗값이 가족에게 미치지 않았으니 말이다.궁에서 끌려나가는 길에 현비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하늘이… 이렇게 넓었구나."수년간 좁디좁은 궁궐 안에 갇혀 살며 늘 발밑만 바라봤던 그녀. 하늘을 올려다보는 법도, 마음을 여는 법도 잊은 채 살아왔었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가두었고, 걸을수록 길은 좁아졌다.……현비가 다시 천형에 갇혔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궁 안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았지만, 정작 무슨 죄로 잡혀간 건지는 알지 못하였다.현비의 궁녀인 동하는 자녕궁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며 태후께 간청했다.태후는 전각 안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곁에서 시중들던 계 상궁은 태후가 독경을 마친 뒤 몸을 굽혀 조심스럽게 말했다."태후 마마, 동하 저 아이가 벌써 두 시진째 무릎 꿇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4화

    현비는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영비마마와 폐하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지요. 그 시절, 마마는 후궁 중에서도 가장 총애를 받았습니다. 제 아버지는 제가 영비와 닮았다는 이유로 서둘러 저를 궁에 들여보내셨죠.”“궁의 모든 이들은 영비마마가 온화하고 현명하다고 칭송했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 입궁했을 땐 그렇게 믿었고요. 하지만 곧 마마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습니다.”“겉으로는 자매처럼 지내며 장신구도 건네주고, 심지어 폐하를 뵐 때도 저를 데리고 가셨었죠."소욱은 그런 기억이 없었다. 그가 모용란을 후궁으로 맞이한 것도 정이 아닌 우정 때문이었다. 즉위 초창기 정사에 바빠 후궁을 찾을 여유도 없었다. 모용란이 어전 출입이 잦았던 것은 기억했지만, 그 자리에 현비가 있었다는 기억은 없었다.현비는 그의 표정을 보고, 그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챘다."폐하께서는 단 한 번도 저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영비마마는 다르셨죠. 간택 당시 폐하께서 제 시를 칭찬하신 그 한마디가 마마에게는 큰 상처였습니다.”“폐하께는 그저 흘려 넘긴 말이었겠지만 저에겐 큰 기쁨이었고, 영비마마에겐 시기와 질투의 씨앗이 되었습니다."소욱은 더는 후궁들 사이의 질투와 다툼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런 다툼을 혐오했지만, 그것을 바꿀 힘은 없었다."모용란이 어떻게 너에게 독을 먹였느냐. 왜 그때 나에게 말하지 않았느냐."현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마치 허탈한 이야기를 들은 듯 눈에 물기가 어렸다."그때 제가 폐하께 말씀드렸다면 과연 믿어주셨을까요? 폐하께서 영비마마를 벌하셨을까요?"소욱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단언하듯 말했다."아니요. 폐하께서는 안 그러셨을 겁니다."그 말은 속삭임이 아니라, 분노 어린 한숨에 가까웠다. 그녀의 시선엔 실망과 원망이 가득했다."폐하, 저는 한 번도 폐하께서 현명한 군주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황후 마마께서 나타난 후에야 폐하께서는 조금씩 달라지셨습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3화

    이튿날 이른 아침, 소욱은 황궁으로 복귀했다.아침 조회 자리에서 신료들이 약쟁이 사건을 거론했다.“폐하, 각지에서 과도한 억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사온데 약쟁이들이 그 틈을 타 소란을 일으켜 억울한 판결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무고한 지방 관원들이 연루되어 피해를 입고 있으니 부디 폐하께서 신중히 살펴주시옵소서.”소욱도 그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약쟁이들이 의도적으로 관료들의 집에 숨어들어 수사 대상이 되도록 만들고 사건을 키워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들은 혼란 속에 숨어 빠져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와 얽힌 관료들이 모두 무죄라고는 단정할 수 없었다.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신들을 파견해 진상을 직접 조사하는 것이었다.조회가 끝난 후 소욱은 곧장 현흥궁으로 향했다.그가 입은 용포는 황제의 위엄을 더욱 드러냈고 냉랭한 분위기는 더욱 그를 권위 있게 만들었다.오랜만에 성상의 얼굴을 뵙는 궁인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외쳤다.“황제 폐하를 뵙습니다!”궁 안.궁녀 동하가 다급히 안으로 뛰어들었다.“마마! 마마! 폐하께서 오셨습니다!”현비는 탕약을 마시고 있던 중이었다. 얼굴은 병색이 완연했고 평소의 생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뜻밖의 방문에 놀란 그녀는 눈빛에 당혹을 숨기지 못했다.폐하께서 왜 이곳에...그녀는 급히 약그릇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를 맞을 준비를 했다.소욱의 등장과 함께 전각 안이 시끄러워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위엄 넘치는 황제가 천천히 전각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가볍게 입술을 다문 채 예를 올렸다.“신첩,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소욱은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잘생긴 얼굴 위엔 차가운 무표정이 드리워 있었다.그는 손짓 한 번으로 전각 안의 궁녀들을 물리고 현비만 남겨두었다.현비는 당황한 얼굴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폐하…”“내가 묻는 말엔 진실만을 말해야할 것이다.”소욱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얼굴엔 엄중함이 어렸다.현비는 속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2화

    황궁.현흥궁.현비는 병이 도지자 오래 지나지 않아 정신을 잃었다.그녀는 시녀 동하가 태후를 찾아가 홍련초를 구하려 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마마...”찰싹!갑작스레 손이 날아와, 동하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당황한 동하는 그 자리에 굳어섰다.무엇이 잘못된 건지, 어째서 현비가 이토록 격앙된 건지 알 수 없었다.현비는 힘겹게 가슴을 짚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가.”동하는 현비의 기분이 몹시 나쁜가 보다 여기고 조용히 물러나려던 찰나, 누군가 궁 안으로 들어섰다.“황제 폐하의 명이다. 염 신의를 모셔와 현비마마의 병을 진찰하게 하라!”그 순간 현비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겉으로는 태연한 듯했지만, 장막 너머의 목소리에 단호하게 응했다.“폐를 끼쳐 송구하네. 폐하께는 괜찮아졌다 전해주게.”그러나 염 신의는 말을 자르며 곧장 앞으로 나섰다.“마마, 폐하께서 직접 전하셨습니다. 반드시 병을 완쾌하라 하셨습니다.”그는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장막 앞으로 다가가 진맥을 청했다.“손을 내어주시옵소서. 진맥을 해야 합니다.”한동안 장막 안은 고요했다.잠시 후, 하얀 손 하나가 조심스레 틈 사이로 뻗어 나왔다.동하는 재빨리 비단 손수건을 꺼내 손목 위에 덮었다.여인의 살이 남성에게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궁녀들은 눈치도 없이 염 신의에게 의자 하나 내주지 않았다.그는 묵묵히 허리를 굽혀 그대로 맥을 짚었다.현비는 말없이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다.잠시 후 염 신의는 맥에서 손을 거두며 말했다.“마마, 피 한 방울이 필요합니다.”그는 말하면서 옆에 있던 동하에게 바늘과 작은 사기그릇을 건넸다.동하는 조심스레 다가가 속삭였다.“마마, 소녀가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현비는 익숙한 듯 손을 내밀며 다정히 말했다.“괜찮아. 어서 하렴.”동하는 피를 모아 염신의에게 전해주었다.염 신의는 약상자를 열어 조그만 병 하나를 꺼냈다.그 안의 약가루를 그릇 위에 조심스레 부었다.그의 손길은 침착했고 집중력 넘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1화

    모용가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소욱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모용가를 은밀히 조사하라고 했을 때,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들었느냐.”“갑자기 왜 그 얘길 꺼낸 것이냐? 혹시…”그는 말을 끝맺지 않았지만, 봉구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그녀는 모용가가 약쟁이 사건과 얽혀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다.봉구안은 단정한 목소리로 답했다.“사형이 약쟁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시점은 폐하께서 즉위하신 이후입니다.”“그 말은 곧 선황제께서 돌아가시기 전부터 이미 약쟁이들이 활동하고 있었다는 뜻이지요.”“그 시점을 고려하면, 선황제께서 무언가 눈치채셨을 가능성도 있습니다.”“소첩은 그래서 모용가가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다만 어디까지나 제 추측일 뿐, 아직 뚜렷한 증거는 없습니다.”그녀의 말에 담긴 확신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소욱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지금 네 말은… 모용가를 억지로 몰아세우겠다는 것이냐.”농담조였지만, 소욱 역시 마음속으로 봉구안의 의심을 부정하지 못하고 있었다.선황제의 유언은 분명 모용가를 경계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껏 감찰을 맡은 자들이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는 건, 그들이 그만큼 은밀하게 움직였다는 뜻이었다.그런 점에서 모용가의 행적은 약쟁이들의 수법과 닮아 있었다.그 생각에 이르자 소욱의 눈빛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사람을 더 붙이도록 하마. 이번엔 제대로 조사하게 하자.”그날 밤 소욱은 평소처럼 자유각에 머물렀다.궁 안의 일은 이미 손을 놓아도 될 만큼 정돈되어 있었고, 후궁의 일은 태후가 맡아 관리하고 있었다.빈들 또한 조용한 편이었으나, 단 하나. 약쟁이 사건만큼은 태후의 골칫거리였다.태후는 후궁들에게 자중할 것을 명하며, 그 본보기로 현비를 들었다.그날 밤 현비의 시녀 동하가 태후를 찾아와 다급히 울부짖었다.“태후마마, 제발 저희 마마를 살려주십시오!”이미 잠자리에 들었던 태후는 몸을 일으키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0화

    봉구안은 자신이 직접 그려둔 지도를 꺼내어 소욱에게 펼쳐 보였다.“황성을 총타로 삼아 사방에 명령을 내리는 것. 이것이 바로 그들의 지령 경로입니다.”“그들의 평소 수법을 보면, 지금처럼 조정과 무림이 손잡고 그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모든 연락선을 끊고 총타부터 지키는 것이겠지요.”“그러기 위해서는 내부 인물들을 정리하는 게 먼저입니다.”소욱이 그녀의 말을 받아 이었다.“그렇다면 우리가 그 틈을 노려 분타부터 하나씩 무너뜨릴 수 있다는 뜻이로군.”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그녀는 지도 위 몇 군데를 손가락으로 짚었다.“여기 표시된 곳들이 현재 저희가 확인한 그들의 은신처입니다.”“대부분 외진 산골이나 황량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요. 죽산진 근처 산속 동굴처럼 말이지요.”“폐하께서도 기억하시겠지요. 예전에 황성 도관 아래에서 많은 약쟁이들을 발견했을 때를요.”소욱은 그 일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그때 봉구안은 약쟁이에게 상처를 입었고, 그가 그녀를 등에 업고 간신히 빠져나왔었다.봉구안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도관 자체가 약쟁이의 은신처였을지도 몰라요.”“그리고 기억하시겠지요. 천룡회가 황성을 공격했을 때 약쟁이 대군을 풀었는데, 그 시각이 바로 늦은 밤이었어요.”소욱은 그녀가 전하려는 의미를 곧장 알아차렸다.그는 지도 위에 찍힌 지점들을 살펴보았다.“은신처의 위치와 약쟁이들의 활동 시각을 보면, 그 자들은 어둠 속 환경에 익숙한 존재들이겠구나.”봉구안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어둡고 외진 곳이야말로 약쟁이들의 은신처로는 가장 알맞은 곳일 거예요.”“저희가 죽산진에서 약쟁이 소굴을 조사했을 때도, 산속 동굴 안은 손을 뻗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했지요.”“강주에서 발견한 은신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겹치는 것들이 많아요.”소욱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그렇다면… 이 사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겠느냐?”봉구안은 냉정한 눈빛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09화

    봉구안은 놀란 듯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황성에도 홍련초가 자란다고요?"소욱은 곧바로 진지하게 대답했다."누가 심었는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모른다. 서쪽 교외에 사람을 보냈으니 곧 소식이 올 거야."봉구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소욱은 그녀의 그릇에 반찬을 더 담으며 말했다."일단 밥부터 먹으렴. 요즘 부쩍 더욱 말라 보이는구나. 아이를 품은 몸이라면 더 잘 챙겨야 하지."하지만 봉구안의 눈빛은 여전히 다른 데 머물러 있었다."혹시… 열무신의 소식은 아직도 없는거죠?"소욱은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서둘러 그녀가 더 걱정하지 않도록 화제를 돌렸다.소탁을 황성으로 데려온 뒤 그는 곧장 태의원을 불러 진찰을 받게 했다. 하지만 상처가 눈에 있는 탓에 회복이 쉽지 않았고 지금은 사실상 눈이 먼 사람처럼 지내고 있었다. 혼자 사는 데 어려움이 컸지만, 하녀를 붙여 주겠다는 제안도 번번이 거절했다.봉구안은 차분하게 물었다."폐태자께서는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나요?""마땅한 집을 하나 찾아 그곳에 머물게 하였다. 혹시나 있을 위험을 대비해 그림자 호위도 붙여 두었다."그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단순한 걱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소욱이 다시 입을 열었다."예전에 널 시중들던 연상을 혹시 기억하느냐?"봉구안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되물었다."연상… 기억하죠.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여쭤 보시는 거죠?"소욱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요 며칠 사이 그 아이가 소탁을 여러 번 찾아갔다는구나. 꽤 신경을 쓰는 듯했다."봉구안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그렇게 문제될 일인가요?""그 아이는 아직 시집을 안 가지 않았느냐."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봉구안은 곧장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론 연상은 궁을 떠난 뒤 곧장 진가 저택으로 돌아갔습니다. 혼자서 글씨와 그림으로 생계를 꾸려 왔고요. 살림은 넉넉지 않지만 나름대로 삶의 방향은 확실합니다. 진가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뜻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08화

    녕비는 자기가 무슨 심각한 말을 했는지도 모른 채 해맑게 웃으며 현비를 바라보았다.“언니, 우리 자매처럼 지냈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남한테 덜미 잡히기 전에 차라리 폐하께 먼저 말씀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어차피 결백한 사람은 당당해도 되는 법이지 않겠어요?”“홍련초는 그 자체로는 죄가 없는 약초예요. 죄가 있는 건 그걸로 독을 만든 자들이죠.”“언니처럼 착한 분이 약쟁이랑 엮일 리가 없잖아요, 그쵸?”그녀의 웃음은 현비의 눈에 유난히 싸늘하고 따갑게 느껴졌다.현비는 얼굴이 희미하게 질려가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녕비, 네가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맹세컨대 내가 마시는 약은 약쟁이 사건과는 정말 아무 관련도 없어.”녕비는 굳이 대꾸하지 않은 채 조용히 말을 이었다.“제가 언니를 믿느냐 마느냐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폐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느냐죠.”현비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깊은 숨을 고르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야.”“자, 할 말은 다 했으니까 전 이만 자녕궁으로 가볼게요. 태후마마께 기도드릴 시간이네요. 굳이 배웅하지 않으셔도 돼요.”녕비가 자리를 뜬 뒤, 곁에 있던 시녀 동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마마, 녕비 마마 말씀이 틀린 것도 아니에요. 폐하께서 약쟁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계시다 하니, 홍련초가 얽히는 일은 아무래도 너무 커요.”현비의 눈빛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그녀는 그저 이 궁 안에서 살아남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녀는 그 어떤 죄도 짓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 잘못도 없었다.“…종이랑 붓을 준비하거라. 폐하를 뵙기 전에 아버지께 먼저 편지를 써야겠다.”“예, 마마.”……그날 밤.자유각.소욱은 이날 밤도 자유각에 머물며 봉구안과 시간을 보내려 했다.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은 상소문을 검토하는 데 쓰였고 그녀 곁에 있어도 여유를 누릴 틈은 많지 않았다.그는 문서를 펼쳐든 채 농담처럼 말했다.“황제가 된 건, 아마 전생의 업보였던 모양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07화

    그해 봉구안은 스스로 천지설산에 올라 자욱화를 채취하려다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그때 그녀를 구해준 이가 바로 염 신의였다.그 후 인연이 닿아 둘은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 무렵 염 신의는 약쟁이 독의 해독제를 연구하고 있었다.이에 봉구안은 그를 황성으로 데려왔다.그는 예전에도 한 차례 해독제를 만들어낸 바 있었으나, 중독자들에게 써보았을 때 뚜렷한 효과는 없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진정한 해독제가 완성된 것이다.분명 기쁜 소식이었다.“염 신의 말로는, 홍련초 덕분에 그동안 풀지 못했던 원리를 비로소 깨달았다고 합니다.”“이미 중독자들에게 해독제를 복용시켰고 모두 회복되었습니다. 장순의 어머니까지도요.”장순은 아직 어린 유생이었으나, 과거 제후국들이 남제를 포위했을 당시 봉구안이 특별히 데려갔던 소년이었다.그는 적국을 향한 설전에서 통쾌한 활약을 펼친 바 있었다.그의 어머니는 오래전 약쟁이 독에 중독되어, 살아 있으되 정신이 나간 채 살아온 사람이었다.해독제가 생겼다는 건 의심할 여지 없이 경사였다.허나 좋은 일과 화는 언제나 함께 오는 법. 봉구안이 눈짓 하나만 보내도 소욱은 그녀의 속마음을 단박에 알아차렸다.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 소욱은 그녀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오백에게 명을 내렸다.“사람을 붙여 염 신의를 철저히 보호하라. 해독제 이야기는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라.”오백은 곧장 명을 따랐다.밖에서 듣고 있던 진한길은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다.‘폐하께서는 왜 이렇게 오백을 쓰시는 걸까?’오백이 물러난 뒤, 소욱은 봉구안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해독제가 완성되었으니 약쟁이 독이 아무리 퍼져도 더는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다.”봉구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해독제는 결정적인 열쇠예요. 폐하, 문득 떠올랐는데… 담대연도 약쟁이 독에 중독된 사람이었죠?”소욱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그 자에게도 해독제를 줄 것이다. 이제는 마음 놓고 쉴 수 있겠지?”“네.”봉구안도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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