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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Author: 일설연우
가벼운 입맞춤은 깃털이 스치는 듯 조심스러웠다. 마치 그녀를 아프게 할까 염려하듯, 순간적으로 닿았다가 곧 떨어졌다.

소욱의 주량은 뛰어났다.

황제로서, 궁중 연회에서 술을 피할 수 없었다.

천 잔도 취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지 못했다면,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을 터.

오늘 마신 술 정도는 그를 취하게 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지금 그는 의도적으로 취한 척하며 그녀를 품에 껴안았다.

봉구안은 방금의 키스에 놀라 몸을 밀쳐냈다.

뒤로 물러나다가 등 뒤로 벽에 부딪쳤고, 남자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등을 받쳤다.

그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뜨거움은 옷을 뚫고 피부로 전해졌고, 방금의 키스보다 더 강렬하게 그녀를 떨리게 했다.

그녀는 순간 멍해졌다.

소욱은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 뒤를 받치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목덜미로 고개를 파묻었다.

마치 한순간에 모든 힘을 잃어버린 듯, 약간 굽은 자세로 서 있었다.

“짐은... 정말 후회한다.”

“하지만 짐은 너를 보내야만 했다.”

“황후... 나의 황후...”

그는 명백히 술에 취해 사람을 착각하고 있었다.

봉구안은 단호히 그를 밀쳐냈다.

그녀의 호흡은 흐트러졌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련 없이 소욱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 후, ‘쿵’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문을 거세게 닫은 후, 그녀는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소욱의 눈빛은 왠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진한길이 와서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밀쳐냈다.

객방으로 돌아가서야, 그는 침대에 앉아 방금 일을 떠올리며, 입술 사이에 아직 그녀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다음 날 아침.

소욱은 어젯밤 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척했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봉구안에게 작별을 고했다.

봉구안은 가면 속에서 냉담한 눈빛을 띄고 있었다.

황제가 떠난 후, 동방세가 그녀에게 말했다.

“조정이 각 대문파의 제자를 대대적으로 체포하고 있소. 천룡회의 잔당은 일부는 갇히고, 일부는 탑 건설에 끌려가고 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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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83화

    남자는 가면을 벗고 소년처럼 잘생긴 얼굴을 드러냈다.보아하니 아직 관례도 치르지 않은 나이였지만, 눈빛에는 또래를 훨씬 뛰어넘는 무거움이 서려 있었다. 마치 독기 가득한 약물에 오래도록 잠겨 있던 듯했다.그는 봉구안이 놀라 멍해 있는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꼬리를 올려 말했다.“왜, 절 기억하지 못하겠습니까? 형수님.”그는 ‘형수님’이라는 두 글자를 매우 힘주어 말했으나, 이는 호의적인 느낌이 아니었다.봉구안의 몸이 약간 굳어지고,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다.“정아…”그가 친근하게 부르는 이 호칭을 듣자마자, 단정의 눈에 분노가 서리고 이내 붉어졌다.“그렇게 부르지 마!”“예전에야 내 형수였겠지. 지금은,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잖아?”“그러니… 나와 가깝게 지내는 것처럼 행동하지 마. 정말 역겨우니깐!”봉구안의 손끝이 싸늘해졌다.단회욱과 꽤 닮은 그 얼굴을 보며, 그녀의 눈에 시큼한 눈물이 어렸다.그래도 그녀는 다행이었다. 단정이 살아 있었다니.처음 그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그는 겨우 열세네 살 정도의 나이에 병약하고 마른 몸으로 침상에 누워 지냈다. 말도 더듬으며 사람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마치 겁에 질린 토끼 같은 소년이었다.단회욱이 그녀를 그에게 소개했을 때, 소년은 머리를 숙이며 수줍게 그녀를 ‘형수님’이라고 불렀다.그 당시 그녀와 단회욱은 결혼을 계획 중이었으나 아직 예를 올리진 않았고, 단회욱이 그를 바로잡았다.하지만 소년은 이상하리만치 고집스러웠다.이후 그의 병이 조금 나아지고, 말수도 늘었다. 그는 그녀에게 손수 만든 풀메뚜기를 선물했고, 그녀도 그를 친동생처럼 여기며 자유각에 그를 위한 방을 마련해 두었다. 결혼 후 그를 데려와 함께 살 계획이었다.그가 이 사실을 알고는 유난히 기뻐하며 눈에 빛을 반짝였다.하지만… 단회욱이 죽었다.단회욱이 죽은 뒤, 그녀는 단정을 찾아갔다.그는 단회욱의 유일한 혈육이었고, 그녀에게도 중요한 가족이었다.그녀는 단회욱을 대신해 그 아이를 잘 돌볼 생각이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84화

    검은 옷을 입은 자는 말했다. 그녀는 단회욱이 천수지독때문에 죽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또한, 단회욱이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그녀에게 5년의 수명을 줬다는 말을 했다.봉구안은 아직까지도 이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했고, 때로는 그것이 그녀를 흔들려는 검은 망토의 거짓말이라고 의심했다.하지만 지금, 단정의 말투에서도 무언가 숨겨진 뜻이 있었다.그녀는 반드시 이것을 제대로 물어봐야만 했다!“네 형의 일, 네가 도대체 뭘 알고 있는 거지?”그러나 단정은 얼굴을 어둡게 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신 따위가 알 자격은 없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짧은 칼이 그의 목에 닿았다.단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너 나를 죽이겠다는 거야? 봉구안, 너 미쳤어?”봉구안의 눈빛은 싸늘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얌전히 굴어.”다시 만난 기쁨은 잠시였다. 이내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지금의 단정은 이미 천룡회의 사람이었다.그가 나타난 이유가 단순히 그녀와 상봉하기 위해서일 리는 없었다.게다가 그는 검은 옷과 함께 몇 차례나 단회욱의 이름을 내세워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혔으니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그를 제압한 뒤, 봉구안은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다른 매복자는 없었다.이를 본 단정은 비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너를 덫에 빠뜨리려고 했다면, 진작 천룡회의 멍청이들에게 네 정체를 알렸겠지.”“너는 맹성주만이 아니라 소환이기도 하니까.”“너의 모든 것을 공개했을 거라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봉구안은 손으로 그의 목을 내려쳤다.소년은 흰 눈을 뜬 채, 그녀의 어깨에 쓰러졌다.기절하기 전, 단정의 머릿속엔 단 하나의 생각만이 있었다.‘독한 여자! 내가 먼저 손을 썼어야 했는데!’봉구안은 고개를 숙여 그를 내려다보았다.나이는 먹었고 키도 자랐지만, 성격은 여전히 어린아이 같았다.계속 떠들어대니, 우선 데리고 가기로 했다.그가 어떤 일을 겪었고,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그녀는 하나씩 밝혀낼 것이다.단회욱이 죽기 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85화

    봉구안은 확신했다. 단회욱은 죽었다고.그의 시신은 그녀가 직접 묻었다.단정은 그녀의 반응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비웃으며 말했다.“뭐야, 기쁘지 않은거야?”“형님이 아직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했나 봐? 그를 대면할 용기도 없어진 거야?”“역시 너 같은 여자가 다른 남자랑 얽히고설킨 상태에서 무슨 면목으로 내 형을 보겠어…”봉구안은 그의 쓸데없는 말에 귀를 닫았다. 그녀의 눈빛은 엄숙하고 차가웠지만, 그 속에는 불안한 불길이 타올랐다.“정말 살아 있는 거야? 단정, 진실을 말해!”단정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진실은 이거야. 내 형은 살아 있어! 너도 그 ‘5년 약속’이라는 걸 알고 있지? 잘 생각해봐. 만약 내 형이 죽었다면, 천룡회가 무슨 근거로 그 약속을 지키겠어? 그들이 바보도 아니고 말이야.”봉구안의 가슴이 갑자기 쿵 내려앉았다.그 ‘5년 약속’이 존재한다면 무엇이 그 약속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 결국, 구두로 합의한 약속은 당사자 중 한 명이 죽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특히, 천룡회 같은 자들에게는 말이다…그래서 단회욱이 정말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봉구안의 내면은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한편으로는 믿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천룡회가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단정을 보내 흔들려는 계략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그 순간, 단정은 더욱 방자하고 거칠게 웃으며 마치 사냥감을 완벽히 제압한 사냥꾼처럼 즐겼다. 그는 유혹하듯 말했다.“형님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 그럼 어서 그 개 같은 황제를 죽여. 그러면 알려줄게.”봉구안은 그에게 다가가 그의 옷깃을 움켜쥐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정말 단회욱이 살아 있다면, 왜 나를 찾아오지 않은 거지?”“그가 정말 살아 있다면, 넌 왜 이제 와서야 나를 찾아온 것이지?”“말해! 이유가 뭐야?”단정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뭐야? 벌써 초조해진 거야?”“정말 알고 싶으면 내가 말한 대로 황제를 죽여. 아니면 설마… 네가 그를 좋아하게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86화

    어둠에 잠긴 방 안, 단정은 이미 깨어 있었지만, 그의 몸은 의자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입도 막혀 있어 자력으로 풀 수도,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그는 마치 굶주린 사나운 늑대처럼 문을 노려보며, 봉구안이 언제 돌아올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틀림없이 눈치챘을 것이다.그가 소란을 피워 동방세를 공격하도록 자객들을 보낸 것을 말이다.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그의 형 옆에 서 있었고, 무표정한 얼굴에 온몸에 살기만이 감돌아 그를 두렵게 만들었다.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그녀를 ‘형수님’이라 불렀을 때, 그녀의 죽은 듯한 눈동자에 마치 꽃이 피어나듯 생기가 돌았다.그는 그때 생각했다.그들 가족이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그러나 운명은 잔혹했다…단정이 과거를 떠올리고 있을 때, 문이 갑자기 열렸다.그는 즉시 경계하며 문 밖을 바라보았다.문 앞에는 봉구안이 서 있었다.그녀의 손에는 음식을 담은 식함이 들려 있었다.…단정은 하루 종일 굶주렸지만, 봉구안이 가져온 음식을 단호히 거부했다.“치워! 난 안 먹을 거니깐!”봉구안은 차갑게 말했다.“죽기 전 마지막 식사일 거야.”“너 나를 죽이려는 거야?! 이 사실을 알면 형님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봉구안은 갑자기 그의 턱을 움켜쥐며 냉소했다.“널 죽이지 않으면, 넌 또 나를 속이고, 내 친구를 해칠 거야.”“그리고, 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너를 처리할 수 있어. 누가 내가 널 죽였다고 알겠어?”단정의 두 눈썹은 잔뜩 찌푸려졌다.그는 한때 자신을 친동생처럼 아껴주던 여자가, 이제는 이렇게 냉혹하게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그는 눈에 차가운 빛을 띠며 도발했다.“네가 나를 죽이면, 형님이 어디 있는지 더는 알 수 없을 거야.”봉구안은 그의 턱을 놓으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네 형? 네 말로는 네가 네 형의 안위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여.”“그가 지금 잘 지내고 있다면, 내가 굳이 찾으러 갈 필요가 없겠지.”“게다가 너도 알지 않니? 나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87화

    “너희 형님은 원래 천룡회의 사람이었던 거야...”봉구안의 기억 속에서, 단회욱은 언제나 선량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그는 모든 사람을 그렇게 대했으며, 그녀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단가는 일찍이 반역죄로 멸문되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단회욱의 조부 세대가 저지른 일일 뿐이라 여기고, 단회욱은 당시 어렸기에 죄가 없다고 믿어왔다.그래서 그녀 마음속 단회욱은 완벽한 사람이었다.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결점을 보지 못한다고들 하지 않던가.더구나, 단회욱은 그녀가 그를 가장 사랑할 때 죽음을 맞이하였다.그의 죽음, 그리고 그의 존재 자체가 모두 음모였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단회욱이 천룡회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모든 것이 설명되기 시작했다.과거 그녀가 천룡회 교주의 아들을 죽였을 때, 천룡회는 복수를 위해 그녀의 행적을 조사했고, 그때 단회욱이 그녀 곁에 배치된 것이었다.단정은 그녀의 눈에 피어오르는 의심을 읽고는, 다급히 형님을 변호했다.“너 지금 뭘 의심하는 거야?”“내가 말해줄게. 형님이 천룡회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가 너를 사랑한 것은 진심이었다고!”“그때 흑룡왕이 독을 쓰기 전에, 먼저 형님의 손힘줄을 끊어버렸어.”“그들은 형님이 널 구할 걸 알았기 때문이야.”“그들조차 형님의 감정을 알고 있었다고! 넌 아직도 의심하는 거야?”봉구안의 마음은 쓰라렸다.그녀는 단회욱을 믿었다.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의 신중함이 이해되기 시작했다.그가 왜 그녀를 데리고 은거하려 했는지도 말이다.그는 천룡회가 그들을 찾아올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그가 늘 자신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유가 있었다.단정은 그녀가 믿지 않을까 두려운 듯 더욱 격렬하게 외쳤다.“봉구안! 네가 형님을 의심해선 안 돼!”“형님이 가장 두려워했던 건 바로 네가 이 사실을 알게 되는 거였어.”“넌 몰라, 그가 널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황실이 단가를 멸문시켰을 때, 교주가 형님을 거둬들였고, 형님은 교주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88화

    깊은 밤, 오양산.쾅!굉음과 함께 산비탈의 바위가 산산조각 나며 돌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완벽했던 절벽에는 갑작스레 커다란 틈이 생겼다.흙먼지가 자욱한 가운데, 한 사람이 그 안에서 걸어 나왔다.밖에 있던 몇 명의 사람들이 즉시 무릎을 꿇으며 일제히 외쳤다.“교주님의 출관을 환영합니다!”난장판이 된 돌무더기 사이에서, 천룡회 교주가 보랏빛 비단 옷을 입고 나타났다. 나이는 사십 대 중반쯤으로 보였으며, 세월이 새겨놓은 주름과 단단한 눈빛이 동시에 존재하는 얼굴이었다.검은 머리칼 사이로 몇 가닥의 은발이 섞여 있었고, 도드라진 광대뼈와 얇은 입술은 사람을 주눅 들게 했다.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일어나라.”무리 속에서, 얼굴을 가린 염 낭자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그 틈새 안쪽을 향했다.‘회욱 오라버니, 분명 그 안에 계실 거야…’그때, 법사가 앞으로 나섰다.“교주님, 황백 대군이 이미 귀순하였습니다. 교주님께서 명령만 내리신다면, 즉시 황성을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교주는 면사포를 쓴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아염아, 네가 계산해 보았느냐?”염 낭자는 공손히 답했다.“이미 계산해 보았습니다. 사흘 후 청,황,백 삼기가 어우러지고, 천관이 복을 내리는 날로, 만사가 순조로울 것입니다.”교주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하늘의 뜻은 거역할 수 없는 법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한 손을 들어 보였고, 그의 강력한 내공으로 인해 옆에 있던 나무 몇 그루가 순식간에 뿌리째 뽑혀 넘어갔다.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큰 소리로 외쳤다.“교주님의 신공은 세상을 압도합니다!”한편, 구석에 숨어 있던 단정의 눈빛은 서늘한 살기로 번뜩였다.황성을 공격할 준비가 완료되자, 천룡회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염 낭자는 단정을 붙잡고 다가갔다.“지금 황성을 공격하는 일이 가장 중요해요. 소환과 동방세 쪽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그러나 단정은 냉랭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89화

    연단로가 밤새도록 타오르고 있었다. 천룡회 사람들은 둘러앉아 신비한 약환이 완성되길 기다리고 있었다.단정은 이 광경을 보고 속으로 냉소를 보냈다.‘내일이면 황성을 공격할 날이다. 그리고 봉구안과 약속한 날이기도 하지... 오늘은 반드시 산을 내려가야만 해.’하지만 산 아래로 가는 길목에서 면사포를 쓴 여자가 그의 길을 막아섰다.“단정, 어디로 가려는 거야? 우리는 네가 몰래 회욱 오라버니를 구하기로 약속했잖아!”단정은 냉랭한 표정으로 답했다.“염추, 형님을 구하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네가 형님을 걱정하는 것보다 내가 형님을 더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잊은 거야?”염추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그렇게만 하면 돼. 이번에는 물러설 길이 없어.”내일 밤, 모든 천룡회 사람들이 황성을 공격하러 떠날 때가 바로 그들의 행동을 개시할 절호의 기회였다.염추는 생각했다.‘내 사랑하는 회욱 오라버니가 마침내 빛을 다시 보게 될 거야.’그녀의 눈에는 흥분의 눈물이 고였다.…단회욱을 구하기 위해 봉구안은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그녀의 몸에는 은밀한 암기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똑똑!문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누구십니까?”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소욱이었다.그의 뜻밖의 등장에 봉구안은 놀라며 물었다.“어인 일이십니까?”소욱은 그녀의 옷차림을 보고 그녀가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는 이를 드러내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남성용 비녀를 건넸다.그 비녀는 겉보기에는 평범했지만, 속에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친구로서 아직 너에게 아무것도 선물하지 못했구나. 이 비녀는 머리를 묶을 수도 있고, 너를 지킬 수도 있다.”그는 비녀를 한 번 분리하더니, 그것이 날카로운 얇은 칼로 변했다.봉구안이 이를 거절하려 하자, 소욱은 말했다.“천룡회의 자객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네가 또 무슨 사고를 당하면 폐비가 걱정하지 않겠느냐? 이 무기를 받지 않겠다면 내가 더 많은 사람을 보내 널 보호하도록 하겠다.”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590화

    반란군이 습격하자, 황성은 즉각 공포와 혼란에 휩싸였다.백성들은 놀라 두려워하면서도, 황성이 함락될 리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이번에 나타난 반란군은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성벽 아래서 반란군의 수장 황백이 소리치며 외쳤다.“폭군이 무도하니, 우리들은 하늘의 뜻에 따를 뿐이다! 성 안의 백성들이여, 만약 폭군의 무도함에 반기를 들고자 한다면, 모두 일어나 이 장군과 함께 싸워라!”성문을 지키던 장수들이 크게 꾸짖었다.“황백이여! 난신적자 주제에 감히 이런 그럴듯한 핑계를 댈 셈인가! 너는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어서 항복하고 물러가라! 그렇지 않으면 오늘이 네 제삿 날이 될 것이다!”황백이 뒤로 물러서자, 수문장들은 그가 두려워하는 줄 알았다.하지만 이내, 은빛 갑옷을 입고 위엄 있는 기운을 내뿜는 한 남자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섰다.“나는 폐태자 소탁이다. 선황이 어리석고 간신배들이 나라를 어지럽혔기에, 나를 무고하게 모함해 동궁의 자리를 빼앗았다.”“현 황제는 더욱 어리석어 나라의 기강을 문란하게 하고, 황후를 버리는 바람에 풍속까지 어지럽혔다.”“그리하여 우리는 하늘의 명을 받아 폭군을 폐하고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지금 나는 많은 강호의 의사들의 협력을 얻어, 천명이 나에게 돌아왔으니, 그대들은 내 말을 믿고 무기를 내려놓는다면, 생명을 보장할 것을 약속하겠다!”성문을 지키던 장수들은 그가 폐태자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황백은 그 말을 덧붙이며 거들었다.“소탁 태자는 어질고 선량하다는 것이 만인의 공인된 사실이다!”“이런 인군을 얻게 되는 것이 어찌 우리 같은 자들의 축복이 아니겠는가?”“어서 성문을 열어라! 그렇지 않으면 피바다가 펼쳐질 것이다!”성문 앞은 이미 병력이 몰려와 위태로웠다.황궁에서는 소욱 황제도 이 소식을 들었다.이 특별한 밤에 그는 본래부터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성문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즉각 말을 준비하라고 명했다.궁문 밖, 서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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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5화

    현비의 눈엔 짙은 허망함이 어려 있었다."폐하, 폐하께서 단 한 번이라도 신첩을 이해하려 하셨더라면 아셨을 겁니다. 신첩은 본래 약리학에 정통했습니다.”“영비마마께 쓴 독은 신첩이 직접 조제한 것입니다. 하지만 의원이 제 몸을 고치지 못하듯, 신첩 또한 제 독을 온전히 해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몸속의 독성을 억누를 수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했습니다."더 할 말은 없다는 듯, 현비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소욱은 손짓으로 진한길에게 몸을 제압한 손을 풀라고 지시했다.양팔이 풀리자, 현비는 앞으로 푹 고꾸라지듯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박았다. 그녀는 머리를 조아리며 간청했다."폐하, 제발 제 가족만은… 용서해주시옵소서."곁에서 지켜보던 진한길은 표정 없이 서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 얕은 동정이 스쳤다. 현비에게 분명 죄는 있었지만, 모든 시작은 모용란의 악행이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소욱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했고, 목소리는 단호했다."현비는 황제인 나를 속이고 궁중의 법도를 어겼다. 천형에 가두고 추후 처분을 기다리게 하라."현비는 이 결과를 받아들였다. 오히려 마음 한켠으론 안도했다. 그 죗값이 가족에게 미치지 않았으니 말이다.궁에서 끌려나가는 길에 현비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하늘이… 이렇게 넓었구나."수년간 좁디좁은 궁궐 안에 갇혀 살며 늘 발밑만 바라봤던 그녀. 하늘을 올려다보는 법도, 마음을 여는 법도 잊은 채 살아왔었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가두었고, 걸을수록 길은 좁아졌다.……현비가 다시 천형에 갇혔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궁 안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았지만, 정작 무슨 죄로 잡혀간 건지는 알지 못하였다.현비의 궁녀인 동하는 자녕궁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며 태후께 간청했다.태후는 전각 안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곁에서 시중들던 계 상궁은 태후가 독경을 마친 뒤 몸을 굽혀 조심스럽게 말했다."태후 마마, 동하 저 아이가 벌써 두 시진째 무릎 꿇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4화

    현비는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영비마마와 폐하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지요. 그 시절, 마마는 후궁 중에서도 가장 총애를 받았습니다. 제 아버지는 제가 영비와 닮았다는 이유로 서둘러 저를 궁에 들여보내셨죠.”“궁의 모든 이들은 영비마마가 온화하고 현명하다고 칭송했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 입궁했을 땐 그렇게 믿었고요. 하지만 곧 마마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습니다.”“겉으로는 자매처럼 지내며 장신구도 건네주고, 심지어 폐하를 뵐 때도 저를 데리고 가셨었죠."소욱은 그런 기억이 없었다. 그가 모용란을 후궁으로 맞이한 것도 정이 아닌 우정 때문이었다. 즉위 초창기 정사에 바빠 후궁을 찾을 여유도 없었다. 모용란이 어전 출입이 잦았던 것은 기억했지만, 그 자리에 현비가 있었다는 기억은 없었다.현비는 그의 표정을 보고, 그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챘다."폐하께서는 단 한 번도 저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영비마마는 다르셨죠. 간택 당시 폐하께서 제 시를 칭찬하신 그 한마디가 마마에게는 큰 상처였습니다.”“폐하께는 그저 흘려 넘긴 말이었겠지만 저에겐 큰 기쁨이었고, 영비마마에겐 시기와 질투의 씨앗이 되었습니다."소욱은 더는 후궁들 사이의 질투와 다툼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런 다툼을 혐오했지만, 그것을 바꿀 힘은 없었다."모용란이 어떻게 너에게 독을 먹였느냐. 왜 그때 나에게 말하지 않았느냐."현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마치 허탈한 이야기를 들은 듯 눈에 물기가 어렸다."그때 제가 폐하께 말씀드렸다면 과연 믿어주셨을까요? 폐하께서 영비마마를 벌하셨을까요?"소욱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단언하듯 말했다."아니요. 폐하께서는 안 그러셨을 겁니다."그 말은 속삭임이 아니라, 분노 어린 한숨에 가까웠다. 그녀의 시선엔 실망과 원망이 가득했다."폐하, 저는 한 번도 폐하께서 현명한 군주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황후 마마께서 나타난 후에야 폐하께서는 조금씩 달라지셨습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3화

    이튿날 이른 아침, 소욱은 황궁으로 복귀했다.아침 조회 자리에서 신료들이 약쟁이 사건을 거론했다.“폐하, 각지에서 과도한 억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사온데 약쟁이들이 그 틈을 타 소란을 일으켜 억울한 판결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무고한 지방 관원들이 연루되어 피해를 입고 있으니 부디 폐하께서 신중히 살펴주시옵소서.”소욱도 그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약쟁이들이 의도적으로 관료들의 집에 숨어들어 수사 대상이 되도록 만들고 사건을 키워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들은 혼란 속에 숨어 빠져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와 얽힌 관료들이 모두 무죄라고는 단정할 수 없었다.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신들을 파견해 진상을 직접 조사하는 것이었다.조회가 끝난 후 소욱은 곧장 현흥궁으로 향했다.그가 입은 용포는 황제의 위엄을 더욱 드러냈고 냉랭한 분위기는 더욱 그를 권위 있게 만들었다.오랜만에 성상의 얼굴을 뵙는 궁인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외쳤다.“황제 폐하를 뵙습니다!”궁 안.궁녀 동하가 다급히 안으로 뛰어들었다.“마마! 마마! 폐하께서 오셨습니다!”현비는 탕약을 마시고 있던 중이었다. 얼굴은 병색이 완연했고 평소의 생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뜻밖의 방문에 놀란 그녀는 눈빛에 당혹을 숨기지 못했다.폐하께서 왜 이곳에...그녀는 급히 약그릇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를 맞을 준비를 했다.소욱의 등장과 함께 전각 안이 시끄러워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위엄 넘치는 황제가 천천히 전각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가볍게 입술을 다문 채 예를 올렸다.“신첩,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소욱은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잘생긴 얼굴 위엔 차가운 무표정이 드리워 있었다.그는 손짓 한 번으로 전각 안의 궁녀들을 물리고 현비만 남겨두었다.현비는 당황한 얼굴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폐하…”“내가 묻는 말엔 진실만을 말해야할 것이다.”소욱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얼굴엔 엄중함이 어렸다.현비는 속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2화

    황궁.현흥궁.현비는 병이 도지자 오래 지나지 않아 정신을 잃었다.그녀는 시녀 동하가 태후를 찾아가 홍련초를 구하려 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마마...”찰싹!갑작스레 손이 날아와, 동하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당황한 동하는 그 자리에 굳어섰다.무엇이 잘못된 건지, 어째서 현비가 이토록 격앙된 건지 알 수 없었다.현비는 힘겹게 가슴을 짚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가.”동하는 현비의 기분이 몹시 나쁜가 보다 여기고 조용히 물러나려던 찰나, 누군가 궁 안으로 들어섰다.“황제 폐하의 명이다. 염 신의를 모셔와 현비마마의 병을 진찰하게 하라!”그 순간 현비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겉으로는 태연한 듯했지만, 장막 너머의 목소리에 단호하게 응했다.“폐를 끼쳐 송구하네. 폐하께는 괜찮아졌다 전해주게.”그러나 염 신의는 말을 자르며 곧장 앞으로 나섰다.“마마, 폐하께서 직접 전하셨습니다. 반드시 병을 완쾌하라 하셨습니다.”그는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장막 앞으로 다가가 진맥을 청했다.“손을 내어주시옵소서. 진맥을 해야 합니다.”한동안 장막 안은 고요했다.잠시 후, 하얀 손 하나가 조심스레 틈 사이로 뻗어 나왔다.동하는 재빨리 비단 손수건을 꺼내 손목 위에 덮었다.여인의 살이 남성에게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궁녀들은 눈치도 없이 염 신의에게 의자 하나 내주지 않았다.그는 묵묵히 허리를 굽혀 그대로 맥을 짚었다.현비는 말없이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다.잠시 후 염 신의는 맥에서 손을 거두며 말했다.“마마, 피 한 방울이 필요합니다.”그는 말하면서 옆에 있던 동하에게 바늘과 작은 사기그릇을 건넸다.동하는 조심스레 다가가 속삭였다.“마마, 소녀가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현비는 익숙한 듯 손을 내밀며 다정히 말했다.“괜찮아. 어서 하렴.”동하는 피를 모아 염신의에게 전해주었다.염 신의는 약상자를 열어 조그만 병 하나를 꺼냈다.그 안의 약가루를 그릇 위에 조심스레 부었다.그의 손길은 침착했고 집중력 넘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1화

    모용가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소욱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모용가를 은밀히 조사하라고 했을 때,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들었느냐.”“갑자기 왜 그 얘길 꺼낸 것이냐? 혹시…”그는 말을 끝맺지 않았지만, 봉구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그녀는 모용가가 약쟁이 사건과 얽혀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다.봉구안은 단정한 목소리로 답했다.“사형이 약쟁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시점은 폐하께서 즉위하신 이후입니다.”“그 말은 곧 선황제께서 돌아가시기 전부터 이미 약쟁이들이 활동하고 있었다는 뜻이지요.”“그 시점을 고려하면, 선황제께서 무언가 눈치채셨을 가능성도 있습니다.”“소첩은 그래서 모용가가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다만 어디까지나 제 추측일 뿐, 아직 뚜렷한 증거는 없습니다.”그녀의 말에 담긴 확신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소욱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지금 네 말은… 모용가를 억지로 몰아세우겠다는 것이냐.”농담조였지만, 소욱 역시 마음속으로 봉구안의 의심을 부정하지 못하고 있었다.선황제의 유언은 분명 모용가를 경계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껏 감찰을 맡은 자들이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는 건, 그들이 그만큼 은밀하게 움직였다는 뜻이었다.그런 점에서 모용가의 행적은 약쟁이들의 수법과 닮아 있었다.그 생각에 이르자 소욱의 눈빛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사람을 더 붙이도록 하마. 이번엔 제대로 조사하게 하자.”그날 밤 소욱은 평소처럼 자유각에 머물렀다.궁 안의 일은 이미 손을 놓아도 될 만큼 정돈되어 있었고, 후궁의 일은 태후가 맡아 관리하고 있었다.빈들 또한 조용한 편이었으나, 단 하나. 약쟁이 사건만큼은 태후의 골칫거리였다.태후는 후궁들에게 자중할 것을 명하며, 그 본보기로 현비를 들었다.그날 밤 현비의 시녀 동하가 태후를 찾아와 다급히 울부짖었다.“태후마마, 제발 저희 마마를 살려주십시오!”이미 잠자리에 들었던 태후는 몸을 일으키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0화

    봉구안은 자신이 직접 그려둔 지도를 꺼내어 소욱에게 펼쳐 보였다.“황성을 총타로 삼아 사방에 명령을 내리는 것. 이것이 바로 그들의 지령 경로입니다.”“그들의 평소 수법을 보면, 지금처럼 조정과 무림이 손잡고 그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모든 연락선을 끊고 총타부터 지키는 것이겠지요.”“그러기 위해서는 내부 인물들을 정리하는 게 먼저입니다.”소욱이 그녀의 말을 받아 이었다.“그렇다면 우리가 그 틈을 노려 분타부터 하나씩 무너뜨릴 수 있다는 뜻이로군.”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그녀는 지도 위 몇 군데를 손가락으로 짚었다.“여기 표시된 곳들이 현재 저희가 확인한 그들의 은신처입니다.”“대부분 외진 산골이나 황량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요. 죽산진 근처 산속 동굴처럼 말이지요.”“폐하께서도 기억하시겠지요. 예전에 황성 도관 아래에서 많은 약쟁이들을 발견했을 때를요.”소욱은 그 일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그때 봉구안은 약쟁이에게 상처를 입었고, 그가 그녀를 등에 업고 간신히 빠져나왔었다.봉구안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도관 자체가 약쟁이의 은신처였을지도 몰라요.”“그리고 기억하시겠지요. 천룡회가 황성을 공격했을 때 약쟁이 대군을 풀었는데, 그 시각이 바로 늦은 밤이었어요.”소욱은 그녀가 전하려는 의미를 곧장 알아차렸다.그는 지도 위에 찍힌 지점들을 살펴보았다.“은신처의 위치와 약쟁이들의 활동 시각을 보면, 그 자들은 어둠 속 환경에 익숙한 존재들이겠구나.”봉구안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어둡고 외진 곳이야말로 약쟁이들의 은신처로는 가장 알맞은 곳일 거예요.”“저희가 죽산진에서 약쟁이 소굴을 조사했을 때도, 산속 동굴 안은 손을 뻗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했지요.”“강주에서 발견한 은신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겹치는 것들이 많아요.”소욱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그렇다면… 이 사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겠느냐?”봉구안은 냉정한 눈빛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09화

    봉구안은 놀란 듯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황성에도 홍련초가 자란다고요?"소욱은 곧바로 진지하게 대답했다."누가 심었는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모른다. 서쪽 교외에 사람을 보냈으니 곧 소식이 올 거야."봉구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소욱은 그녀의 그릇에 반찬을 더 담으며 말했다."일단 밥부터 먹으렴. 요즘 부쩍 더욱 말라 보이는구나. 아이를 품은 몸이라면 더 잘 챙겨야 하지."하지만 봉구안의 눈빛은 여전히 다른 데 머물러 있었다."혹시… 열무신의 소식은 아직도 없는거죠?"소욱은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서둘러 그녀가 더 걱정하지 않도록 화제를 돌렸다.소탁을 황성으로 데려온 뒤 그는 곧장 태의원을 불러 진찰을 받게 했다. 하지만 상처가 눈에 있는 탓에 회복이 쉽지 않았고 지금은 사실상 눈이 먼 사람처럼 지내고 있었다. 혼자 사는 데 어려움이 컸지만, 하녀를 붙여 주겠다는 제안도 번번이 거절했다.봉구안은 차분하게 물었다."폐태자께서는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나요?""마땅한 집을 하나 찾아 그곳에 머물게 하였다. 혹시나 있을 위험을 대비해 그림자 호위도 붙여 두었다."그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단순한 걱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소욱이 다시 입을 열었다."예전에 널 시중들던 연상을 혹시 기억하느냐?"봉구안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되물었다."연상… 기억하죠.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여쭤 보시는 거죠?"소욱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요 며칠 사이 그 아이가 소탁을 여러 번 찾아갔다는구나. 꽤 신경을 쓰는 듯했다."봉구안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그렇게 문제될 일인가요?""그 아이는 아직 시집을 안 가지 않았느냐."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봉구안은 곧장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론 연상은 궁을 떠난 뒤 곧장 진가 저택으로 돌아갔습니다. 혼자서 글씨와 그림으로 생계를 꾸려 왔고요. 살림은 넉넉지 않지만 나름대로 삶의 방향은 확실합니다. 진가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뜻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08화

    녕비는 자기가 무슨 심각한 말을 했는지도 모른 채 해맑게 웃으며 현비를 바라보았다.“언니, 우리 자매처럼 지냈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남한테 덜미 잡히기 전에 차라리 폐하께 먼저 말씀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어차피 결백한 사람은 당당해도 되는 법이지 않겠어요?”“홍련초는 그 자체로는 죄가 없는 약초예요. 죄가 있는 건 그걸로 독을 만든 자들이죠.”“언니처럼 착한 분이 약쟁이랑 엮일 리가 없잖아요, 그쵸?”그녀의 웃음은 현비의 눈에 유난히 싸늘하고 따갑게 느껴졌다.현비는 얼굴이 희미하게 질려가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녕비, 네가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맹세컨대 내가 마시는 약은 약쟁이 사건과는 정말 아무 관련도 없어.”녕비는 굳이 대꾸하지 않은 채 조용히 말을 이었다.“제가 언니를 믿느냐 마느냐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폐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느냐죠.”현비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깊은 숨을 고르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야.”“자, 할 말은 다 했으니까 전 이만 자녕궁으로 가볼게요. 태후마마께 기도드릴 시간이네요. 굳이 배웅하지 않으셔도 돼요.”녕비가 자리를 뜬 뒤, 곁에 있던 시녀 동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마마, 녕비 마마 말씀이 틀린 것도 아니에요. 폐하께서 약쟁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계시다 하니, 홍련초가 얽히는 일은 아무래도 너무 커요.”현비의 눈빛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그녀는 그저 이 궁 안에서 살아남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녀는 그 어떤 죄도 짓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 잘못도 없었다.“…종이랑 붓을 준비하거라. 폐하를 뵙기 전에 아버지께 먼저 편지를 써야겠다.”“예, 마마.”……그날 밤.자유각.소욱은 이날 밤도 자유각에 머물며 봉구안과 시간을 보내려 했다.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은 상소문을 검토하는 데 쓰였고 그녀 곁에 있어도 여유를 누릴 틈은 많지 않았다.그는 문서를 펼쳐든 채 농담처럼 말했다.“황제가 된 건, 아마 전생의 업보였던 모양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07화

    그해 봉구안은 스스로 천지설산에 올라 자욱화를 채취하려다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그때 그녀를 구해준 이가 바로 염 신의였다.그 후 인연이 닿아 둘은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 무렵 염 신의는 약쟁이 독의 해독제를 연구하고 있었다.이에 봉구안은 그를 황성으로 데려왔다.그는 예전에도 한 차례 해독제를 만들어낸 바 있었으나, 중독자들에게 써보았을 때 뚜렷한 효과는 없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진정한 해독제가 완성된 것이다.분명 기쁜 소식이었다.“염 신의 말로는, 홍련초 덕분에 그동안 풀지 못했던 원리를 비로소 깨달았다고 합니다.”“이미 중독자들에게 해독제를 복용시켰고 모두 회복되었습니다. 장순의 어머니까지도요.”장순은 아직 어린 유생이었으나, 과거 제후국들이 남제를 포위했을 당시 봉구안이 특별히 데려갔던 소년이었다.그는 적국을 향한 설전에서 통쾌한 활약을 펼친 바 있었다.그의 어머니는 오래전 약쟁이 독에 중독되어, 살아 있으되 정신이 나간 채 살아온 사람이었다.해독제가 생겼다는 건 의심할 여지 없이 경사였다.허나 좋은 일과 화는 언제나 함께 오는 법. 봉구안이 눈짓 하나만 보내도 소욱은 그녀의 속마음을 단박에 알아차렸다.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 소욱은 그녀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오백에게 명을 내렸다.“사람을 붙여 염 신의를 철저히 보호하라. 해독제 이야기는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라.”오백은 곧장 명을 따랐다.밖에서 듣고 있던 진한길은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다.‘폐하께서는 왜 이렇게 오백을 쓰시는 걸까?’오백이 물러난 뒤, 소욱은 봉구안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해독제가 완성되었으니 약쟁이 독이 아무리 퍼져도 더는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다.”봉구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해독제는 결정적인 열쇠예요. 폐하, 문득 떠올랐는데… 담대연도 약쟁이 독에 중독된 사람이었죠?”소욱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그 자에게도 해독제를 줄 것이다. 이제는 마음 놓고 쉴 수 있겠지?”“네.”봉구안도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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