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훈의 목소리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할 얘기 있어서 전화했어. 우리 헤어지자. 이따가 차 가지러 갈게. 그리고 펀드도 내 계좌로 전부 옮겼어.”“뭐?”임설아의 목소리가 확 바뀌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일 있어?”“아무 일 없어. 그냥 부모님께 너에 대해서 얘기하니까 출신이 별로라서 우리 집 재산 노리고 나랑 만나는 거래. 우리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셨어.”한석훈의 말투는 한없이 평온했다.“그리고 우리가 이렇게나 오랜 시간 만났지만 넌 단 한 번도 나랑 잠자리하지 않았어. 아무리 생각해도 넌 그냥 날 갖고 논 것 같아!”그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헤어졌다. 수년 동안 얼마나 많은 여자를 만났는지 모른다.그의 통보에 임설아가 넋이 나간 얼굴로 황급히 말했다.“석훈 오빠, 이러지 마. 나 진짜 오빠를 사랑한단 말이야. 나 오빠랑 함께 밤을 보내고 싶어. 오늘 저녁 집에 안 들어갈게!”한석훈이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조금 전 상황을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됐어. 나도 네 앞길을 막지 않을 테니까 그냥 헤어지자. 차는 차고에 세워둬. 내일 가지러 갈게. 나한테 보조 키가 있어!”그는 임설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정원 아파트.한창 집 거실에서 TV를 보던 임설아는 전화가 끊기자마자 다시 걸었다. 하지만 계속 통화 중이라는 기계음만 들려왔다. 아무래도 그녀의 번호를 차단한 모양이다. 카톡을 보내도 이미 삭제당한 뒤라 연락할 수가 없었다.“엉엉!”순간 머리가 하얘진 임설아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그때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던 백연아가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고 재빨리 달려 나왔다.“설아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임설아가 고개를 들고 백연아에게 말했다.“엄마, 석훈 오빠가 나랑 헤어지재요. 나한테 사준 펀드까지 몰래 옮겨갔고 선물한 차까지 가져가겠대요.”백연아는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굳은 얼굴로 말했다.“헤어지면 우리한테 돈 줄 사람이 없잖아.”그녀의 말에 화들짝 놀란 임설아는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PC방은 내가 연 거니까.”김소희가 담담하게 얘기했다. 연성훈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다른 사람의 PC방이니 이곳에서 컴퓨터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그는 마른기침을 하고 얘기했다.“그래, 그럼 난 가지.’“그리고 앞으로 미주한테서 멀리 떨어져.”김소희는 차갑게 웃더니 말을 보탰다. “당신이 미주 옆에 있는 걸 볼 때마다 한 대씩 패고 싶다니까.”연성훈이 고개를 돌려 눈썹을 까딱거렸다. 사실 김소희의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훈련해 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실력은 연성훈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거리고는 입구를 향해서 걸어갔다.펑.이때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놀란 연성훈이 입구 쪽을 쳐다보니 입구 쪽에서 사람 여러 명이 올라오고 있었다. 가장 앞장선 것은 어웨이컨 바의 도현욱이었다. 그의 옆에는 얼굴에 멍이 가득 들고 팔은 부러져서 깁스까지 한 대머리 중년 남성이 있었다.연성훈은 살짝 놀랐다. 그는 떠나지 않고 빈자리를 찾아 의자에 앉아 흥미진진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김소희는 연성훈의 표정을 보고 차갑게 웃고는 두렵지 않다는 듯 도현욱을 쳐다보았다.“김소희, 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도현욱이 차갑게 웃었다. 그의 뒤에서 올라오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물건을 족족 발로 걷어차고 있었다. 딱 봐도 난동을 피우러 온 것이었다.“그 더러운 발 치워. PC방을 온 거면 이용료를 내고 그런 게 아니면 나가.”김소희는 겁을 먹지 않고 그곳에 서서 차갑게 얘기했다.도현욱은 그런 김소희를 보며 차갑게 웃고 옆의 남자에게 얘기했다.“아저씨, 이 여자 맞죠?”머리가 벗겨진 중년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김소희는 그 중년 남자를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김소희, 너 평소에 우리 바에서 무슨 짓을 해도 내가 잘 넘어가 줬잖아. 할인도 해줄 만큼 해줬고.”도현욱이 차갑게 웃으면서 얘기했다.“하지만 이분은 내 외삼촌의 손
도현욱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옆에는 임 아저씨가 의자를 끌고 와서 앉아 담담하게 얘기했다.“현욱아, 이 일은 네가 잘 처리해 줘야 한다.”도현욱의 눈에는 잔인한 기색이 번뜩 비쳤다.“부숴버려!”“감히?!”김소희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 나서 몇 사람을 막아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였다. 카운터의 직원과 관리원 다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PC방 안에는 아직 사람이 많았는데 다들 무서워서 얼른 도망치려고 하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도현욱을 아는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김소희를 둘러싸 버렸다.김소희의 실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녀는 여자였기에 두 사람을 해치워 버린 후 바로 사람들에게 포위당했다.“당장 부숴!”도현욱이 또 얘기했다.그가 데려온 사람 중 한 명이 의자를 들어 바로 카운터 앞의 음료수 기계를 향해 던졌다.쾅.음료수 기계는 부서져서 산산조각이 났고 안의 음료수가 모두 흘러나왔다. 그 중년 남자가 일어나더니 김소희를 향해 걸어가 웃을락 말락 하더니 김소희 앞에서 입을 열었다.“이런 화끈한 성격이 좋긴 해.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 현욱이가 얘기한 대로만 하면 이 일은 없던 걸로 해줄게.”도현욱이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김소희, 네가 강미주랑 사이가 좋은 건 알겠지만 이번 일은 강씨 가문 어르신도 손을 쓰기 어려운 일이야. 그러니 그냥 받아들여.”“헛소리하지 마!”김소희가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그 중년 남자는 혀로 입술을 핧더니 손을 내밀며 말했다.“쯧, 커서 만지기 좋을 것 같은데.”뻗은 손은 바로 김소희의 가슴으로 향하고 있었다.“꺅!”김소희는 비명과 함께 눈물을 쏟았다. 지금 그녀는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여색을 밝히는 건 넘어갈 수 있어. 서로가 원하면 그건 불법적인 일이 아니거든. 그런데 지금 당신은 억지로 다른 여자를 성추행하려고 하니,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지.”이때, 느긋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뻗은 중년 남자의 손이 허공에서
그랬다. 연성훈은 중년 남자의 눈에서 차가운 살기를 느꼈다.이런 기운은 진짜 살인을 해본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기운이라는 것을, 연성훈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자식은 고수일 거야. 어제 김소희한테 얻어맞은 건 아마도 술에 취해서겠지.’연성훈이 속으로 생각했다. 임 아저씨는 그저 연성훈을 힐긋 보고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다시 돌아가 앉았다. 도현욱이 일을 처리하길 기다리는 듯했다.도현욱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앉았다. 그는 연성훈을 보며 얘기했다.“연성훈 씨, 내가 당신을 형이라고 부르는 건 강씨 가문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 그러는 겁니다.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자기가 잘난 줄 아는 것 같은데, 임 아저씨는 강씨 가문 어르신도 건드릴 수 없는 사람입니다. 어찌 보면 김소희에게도 좋은 일이죠.”“좋은 일이라니.”김예훈이 어깨를 들썩이고 얘기했다.“이 대머리가 김소희를 만지는데 김소희는 반항하지 말라고? 아예 옷을 벗고 달려들라고 하지 그래?”도현욱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연성훈 씨, 지금 봐주고 있을 때 가만히 물러나죠!”연성훈은 그들의 앞으로 와 고개를 들어 도현욱을 바라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봐주는 건 네가 아니라 나야.”그리고 그는 옆을 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 “음료수 기계를 부쉈으니 배상해. 그러면 보내주도록 하지.”말을 마친 그는 또 김소희를 잡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그리고 한 손을 들어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저 조금 힘을 줬을 뿐인데 그 사람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더니 김소희의 팔을 놓았다.이제 김소희를 잡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다. 김소희는 무릎으로 남은 한 사람의 배를 찍어버리고 몸을 돌려 빠져나왔다.그 사람은 비명을 지르고 배를 부둥켜안고 꿇어버렸다. 그 덕분에 김소희는 아무렇지 않게 빠져나왔다.우르르. 그러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대로 몰려왔다. 도현욱은 어두운 표정으로 얘기했다.“연성훈 씨, 계속 이러면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압니까?”“당연하지.”김예훈은
연성훈은 코를 만지며 얘기했다.“게다가 아직 돈을 배상하지도 않았잖아.”아저씨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느새 그의 눈은 분노가 일렁였다. 그는 연성훈을 보며 얘기했다.“네가 강진혁과 친하다면 나의 이름을 들어봤겠지. 나는 주해림이라고 한다.”“당신이 누구인지 관심 없어.”연성훈은 입을 비죽 내밀고 얘기했다.“돈 배상할 거야, 말 거야?”주해림은 입가의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낯빛이 소나기가 내릴 것처럼 어두워졌다. 하지만 결국 이를 꽉 깨물고 화를 참았다. 그리고 도현욱을 쳐다보며 얘기했다.“돈을 배상해.”도현욱은 놀라서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는 주해림이 먼저 양보할 줄은 몰랐다. 그는 연성훈을 보며 불만이 더욱 커져만 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를 꽉 깨물고 카운터에서 김소희에게 400만 원을 이체해 주었다.“400만 정도면 괜찮겠지.”김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충분해.”“가자.”주해림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말을 마친 그는 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밖으로 나가자 김소희는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 연성훈을 바라보았다.“쯧쯧.”연성훈은 웃을락 말락 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더니 얘기했다.“아까 나를 쫓아내면서 여기서 놀지 못하게 하더니, 안 나가서 다행이네. 그렇지 않으면 이 PC방을 다시는 못 올 뻔했네.”“흥, 한번 도와줬다고 해서 당신이 쫄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날 밤의 일은 내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김소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난 사실 다른 고수를 해치우러 간 거라니까!”연성훈이 얘기했다.“지나가던 개도 안 믿을 거짓말이야.”김소희는 한숨을 돌리고 얘기했다.“하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오늘 일은 고마워. 하지만 당신이 도현욱과 주해림을 건드렸으니 곧 그들이 찾아올 거야. 주해림도 별로 좋은 인간은 아니거든.”“난 괜찮으니까 당신 걱정이나 해.”연성훈이 말을 이어갔다.“그 노인네가 그렇게 마음을 접을 것 같지는 않은데.”김소희가 미간을 찌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
PC방 아래, 문을 닫은 김소희는 옆의 차를 향해 키를 눌렀다. 그러자 차량 헤드라이트가 깜빡였다.“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진수성찬을 대접할 테니까. 엄청 맛집이야.”연성훈은 눈을 빛내며 기대하고 있었다.차를 탄 연성훈은 어느 순간부터 주변의 건물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바로 정원 아파트 주변이었다. 연성훈은 강성에서 아침을 사 먹을 때를 빼고는 다른 식당에 가본 적이 없었다.평소에 임설아 모녀가 밥을 먹으러 갈 때도 연성훈을 창피하다고 생각하며 그를 데리고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명절을 보낼 때, 집안사람들끼리 모일 때 그를 데리고 다녔다. 그래서 정원 아파트 주위에 무슨 맛집이 있는지, 그는 정말로 몰랐다.어느새 차는 정원 아파트 입구에 다다랐고 김소희는 차를 세웠다.연성훈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맛집이 이 아파트 입구야?”“아니, 앞에 무슨 일이 있나 봐.”김소희가 얘기했다.연성훈은 정원 아파트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입구 쪽에는 비싼 외제 차가 서 있었고 그 차 앞에는 예쁜 여자가 서 있었다. 그 여자는 차에 타려는 남자한테 매달리고 있었는데 길을 막고 있으니 다른 차들은 지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한석훈?”김소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연성훈도 그를 알아보았다. 남자는 한석훈이고 그에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임설아였다. 임설아의 모습은 조금 어지러웠는데 그녀의 머리를 부스스했고 눈물은 계속 흘렸다. “저 바람둥이가 또 여자를 건드리고 다닌 거겠지.”김소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얘기했다.연성훈은 이 상황을 보면서 전혀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 김소희는 차창을 열었고 그러자 밖의 목소리가 잘 들려왔다.“석훈 오빠, 오빠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날 버리면 안 되지!”밖에서 임설아가 울면서 얘기했다.“오빠가 먼저 나를 쫓아다녔잖아. 난 오빠를 위해서 연성훈과 이혼까지 했어! 난 이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그러니까 날 버리면 안 돼!”
그는 임설아에게서 많은 이득을 얻지 못했다. 아직 같이 자지도 못했다.“여자만 불쌍하게 됐네!”“그러게 말이야. 저런 바람둥이 놈들은... 쯧쯧.”옆의 사람들이 입을 모아 얘기했다. 경비실 쪽에 경비원이 사람들 사이에서 얘기했다.“여자도 썩 좋은 사람은 아니야. 저 여자 전남편도 우리 아파트 사람이야. 그 있잖아, 매일 낡은 옷을 입고 쓰레기나 주우러 다니고 공사장에서 막노동이나 하던 사람! 그러더니 더 돈이 많은 남자를 찾고 바로 이혼하더니 전남편을 쫓아내 버렸어. 저 여자 엄마가 그 전남편을 몇 번이고 아파트 밖으로 쫓아버리는 걸 봤다니까?! 이런 게 바로 인과응보지!”옆에서 듣고 있던 연성훈은 입가의 근육이 살짝 떨렸다. 이 경비원은 거의 길에서 돗자리를 깔아도 될 판이다!확실히 아파트 입구에서 백연아와 싸운 적이 몇번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을 경비원이 다 기억하다니.임설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한석훈은 그런 그녀를 상관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 바로 속도를 올려 이곳을 떠났다.김소희는 바닥에 앉아있는 임설아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정말 상관하지 않을 거야?”“운전이나 해. 우리 뭐 먹으러 가는데.”연성훈이 입을 열어 물었다.김소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연성훈을 향해 얘기했다.“당신 참 잔인하네. 어찌 되었든 당신 전처인데.”“우리가 결혼 한 3년 동안 저 사람 식구들이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알면 그렇게 말하지 못할 거야.”연성훈이 얘기했다.“빨리 운전해!”연성훈이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김소희도 더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차에 시동을 걸고 앞으로 향했다.아까 두 사람이 싸운 것 때문에 차량이 정체되어 있어 차의 속도는 빠르지 못했다.차는 아파트 입구 앞으로 천천히 지나갔다. 연성훈은 안에 앉아서 바닥에 쓰러진 임설아를 쳐다도 보지 않았다.하지만 바닥에 쓰러진 임설아는 저도 모르게 연성훈을 발견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녀는 연성훈이 차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고 그 차를 운전하는 김소희도 발견했
식당 안에는 나무 테이블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중 한 테이블에는 네 사람이 앉아있었다.바로 강미주, 백아현, 주서진, 그리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여자아이였다. 강미주는 김소희를 보며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네가 왜 연성훈 씨랑 같이 있어?”김소희는 웃으면서 얘기했다.“우리 PC방에 놀러 왔는데 그 김에 내 일을 해결해 줘서 여기로 데려와서 서 요리사님의 실력을 한번 맛보게 해주려고. 서 요리사님이 계시길 기도해야지.”말을 마친 그녀는 안쪽을 쳐다보며 물었다.“서 요리사님은?”“아까 그분 제자한테 얘기드렸어. 주무시고 계신대. 지금은 일어나셨을 거야.”강미주가 얘기했다.연성훈이 옆에서 물었다.“여긴 지금 우리 몇 명밖에 없는데, 먹을 수 있겠지?”“그것도 확신할 수 없어.”김소희는 한숨을 쉬면서 얘기했다.“서 요리사님이 요리를 하실지 말지는 우리가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에 달렸어. 마음에 들면 요리를 해주시겠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해주셔. 게다가 오늘은 마음에 들어도 다음에는 또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어.”“이상한 성격이네.”연성훈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속으로 몰래 얘기했다.‘심야 파수꾼 노인네들보다 더 성격이 이상한 것 같은데.’옆의 주서진이 입을 비죽이며 얘기했다.“그저 요리사일 뿐이잖아. 돈만 많이 주면 무조건 요리를 하게 되어있어!”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 확 변했다. 강미주가 급히 해명했다.“서진 선배, 함부로 얘기하지 마요. 서 요리사님은 돈을 밝히는 분이 아니에요. 게다가 돈이 적은 것도 아니고요...”주서진은 차갑게 웃었다.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는 강미주를 봐서라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원래 오늘 미주가 자기 친구를 데리고 온다고 해서 열심히 요리를 해주려고 했는데.”이때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전해졌다.그러더니 머리가 희끗희끗하지만 혈색은 건강한 노인이 옆의 방에서 문을 열고 나섰다.그는 흰 요리사복을 입고 있었는데 옆에는 서른 정도의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골목식당
“연성훈,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넌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거거든. 탁일우가 널 원망할 거야.”채형우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백 명 이상의 최고급이 홍연에 가입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연성훈은 냉정한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말했을 텐데요. 전 이미 심야 파수꾼에서 해고당했다고요.”그때, 윤연서가 권투 장갑을 끼고 채형우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고 있었다.“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제가 크라임 시티로 유배되고 나서 언젠가 이렇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윤연서는 채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는 고양이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채형우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그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이 건 우리 할아버지 대신에 때린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살려주고 스승에게까지 데려갔는데 당신은 비열한 방법으로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채형우는 그녀에게 맞더니 계속해서 피를 토했다.윤연서는 주먹을 쥐고 또 한 번 때렸다. 아마 채형우의 이마를 노린 듯했다.“이건 우리 아버지 대신에 때린 거고요. 양아들인 우리 아버지한테까지 손을 쓰다뇨... 그날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집으로 찾아왔을 때, 우리 아버지께서 직접 문을 열어줬잖아요!”그녀는 연속으로 주먹을 날리며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시켰다. 채형우는 점점 힘이 빠져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땅에 쓰러져 버렸다.연성훈은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주위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채형우가 계속해서 구걸했지만 그의 부하들이나 친척들은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도와줘!”채형우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져만 갔고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연성훈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이제 그냥 보내드리죠?”윤연서가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었다. 그녀의 권투 장갑 위에 빛을 내는 발톱 같은 무기가 나타났다. 손으로 한 번 긁자 채형우의 목에는 세 개의 상처가 생겨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연경에 있는 지하 카지노에서.지하 카지노는 여전히 예전처럼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부자들의 천국이었다.알려진 대로 지하 카지노는 3층이 마지막 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4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를 것이었다.4층은 T 박사의 대형 실험실이었다.T 박사는 실험실에서 그 철제 상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자를 두드렸고 그러자 상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음?”T 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빛을 벽에 비추었다. 그러자 곧 벽에 파란색의 빛 막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글자가 쓰여 있긴 했지만 수상하게 생긴 문자였다.“재밌네...”T 박사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뒤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이훈이 일어났다.“무슨 일이죠?”제이훈이 물었다.“여기에 있는 내용을 심야 파수꾼 쪽에 전달해 줘.”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이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건 그렇고. 북전에 갈 생각은 없어?”T 박사가 물었다.제이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좋은 곳은 아니라서요.”“그곳이 주요 전장이 될지도 모른다면?”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탁일우 그 어르신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어.”이 말을 들은 제이훈은 잠깐 침묵하더니 실험실을 나갔다.“허허!”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은색 제복이 있었고 심야 파수꾼의 전용 복장과 똑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도 이제 업데이트할 때가 되었군...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재미없을 테니까.”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 너머로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사님, 무슨 일이죠?”“응, 여기 와서 용골 몇 개 가져가. 연성훈이 연경에 오면 연성훈 한테도 주고.”T 박사가 말했다.“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윤연서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거예요?”윤연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이미 지난 원한이니까 전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어요. 그저 채형우만 죽이면 돼요. 제가 직접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연성훈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다른 놈들 잘 지키고 있으세요.”사실 윤연서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교차로에서부터 그녀는 바로 죽여버리지 않았고 단지 그들을 다치게 할 뿐이었다.연성훈이 한 손을 휘두르자 옆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의 칼이 날아가서 연성훈의 손에 쥐어졌다. 그러자 연성훈은 바로 칼을 들고 채형우에게 돌진했다.“연성훈, 너 진짜 해보자는 거야? 심야 파수꾼 대표로 우리와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거냐? 넌 네가 오늘에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채형우가 소리쳤다.“후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연성훈은 이렇게 욕하며 칼을 휘둘렀다....한편, 여주 시내의 한 빌라에서 어떤 노인이 흔들의자에 누워 있었다. 의자는 살짝씩 흔들리고 있었는데 홀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노인은 뭔가 즐거워 보였다.벽에는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한눈에 보아도 누가 그린 것이지 알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었다.주의 깊게 보면 그의 팔에는 보라색 연꽃 문신이 있었다.쿵! 쿵! 쿵!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노인은 그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도우미가 급히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피곤한 것 같아보이는 허남천이 나타났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홀로 들어가 노인 앞에 다가가 경건하게 말했다.“변우현 어르신!”변우현은 허남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초라해?”“연성훈을 피하느라요. 인해에서 밤새 차를 몰고 왔어요.”허남천이 씁쓸하게 말했다.“별것도 아닌 놈을 상대로 이 꼴이라니... T 박사가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변우현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홍연은 내가 직접 너한테 맡긴 거지만 사실 그동안 크게 실망했어. 홍연은 네 손에 있으면서
“지금부터 누가 움직이면 누굴 죽일 거예요, 알겠죠?”연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연서와 채형우의 대화 속에서 그는 상황을 대충 파악했고 그녀가 그의 팀원인 만큼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채형우 같은 사람은 딱 연성훈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자식, 말은 잘하네.”연성훈의 말을 듣고 최고급 고수 중 한 명이 이렇게 비웃었다. 그러고는 원기를 폭발시키더니 바로 연성훈에게 돌진했다.그때, 연성훈은 순식간에 그 사람의 눈앞으로 다가갔고 바로 주먹을 날려버렸다.그의 속도에 상대는 전혀 반응할 틈이 없었고 그대로 날아가 인공호수에 떨어져 버렸다.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그런 연성훈을 본 채형우는 깜짝 놀랐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고 채형우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윤연서 혼자였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특급이 두 명이었기에 상황이 달라젺다.“이 자식아, 우리 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아? 만약 진짜로 우리한테 손을 대겠다면 그 후과를 고려해야 할 거야!”채형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무슨 후과요?”연성훈이 이렇게 비웃으며 물었다.“후과라고요? 당신은 제 앞에서 후과를 논할 자격도 없어요.”연성훈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고 그 자신감은 채형우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너... 도대체 어떤 누구야?”채형우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제 이름은 연성훈이라고 합니다!”예전 같았으면 연성훈은 ‘심야 파수꾼 제로’라고 같이 말했을 거지만 이제는 심야 파수꾼을 떠났으므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채형우는 충격에 휩싸였다.연성훈이 뎀프시를 죽인 사건은 지하 세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천”차트 3위가 바뀌었고 뎀프시는 사라졌다. 다들 그 장면을 실제로 목격한 건 아니었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연성훈을 바라보며 채형우는 목이 막혀왔다.“전 심야 파수꾼 제로 연성훈... 네가 크라임 시티 사람들을 도
여기 건물에는 건물이 제법 많았지만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곧 인공호수 위쪽 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대문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때 한 노인이 손을 뒤로 젖힌 채 안에서 나왔다.채형준을 본 그는 급히 물었다.“방금 온 사람은...”이어 그의 시선은 뒤에 있는 윤연서를 향했다. 순간, 윤연서를 알아본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윤연서!”말을 마친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다시 문 안으로 돌아갔다.윤연서는 그를 막지 않았고 채형준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쪽에는 평지가 펼쳐져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연성훈은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20~30명이 줄지어 나와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연성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더니 실눈을 뜨며 중얼거렸다.“모두 최고급이네. 이씨 가문이랑 별다를 게 없군...”이들은 보기만 해도 지하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었기에 모두가 채씨 가문 사람인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채씨 가문 사람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것으로 보였다.평지 앞에는 몇 층의 계단이 있었고 계단 위에는 큰 별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때 계단 위에서 몇 사람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센터에 서 있는 사람은 한 노인이 이었는데 그는 70~80세로 돼 보였지만 기색이 매우 좋았다. 다가오는 발걸음도 매우 안정적이었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보자마자 살짝 움찔했다.윤연서가 여기까지 찾아온 게 분명 이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위에서 윤연서와 연성훈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동으로 연성훈을 걸러내고 윤연서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는 놀라워하며 말했다.“전부터 예쁘게 자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50대 후반이 되었어도 여전히 예쁘네. 역시 우리 선배님의 유전자야, 대단해!”윤연서는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비추며 말했다.“이젠 예전 일에 대해서 결말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 우리 할아버지께선 당신을 불쌍히 여겨서 데려온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 할아버지를 해
탁일우가 말을 마치자 방주원이 이어서 말했다. “이 두 가문의 원한은 사실 오래된 거야. 그 당시 두 가문은 여주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 채씨 가문의 가주인 채형우랑 윤씨 가문 집주인인 윤한, 즉 윤연서의 할아버지는 선후배 사이였어.”이 말을 들은 이석구가 놀라며 말했다.“이 두 가문의 가주가 선후배 사이라는 건가요? 그런데 지금 왜 사이가 이렇게 엉망으로 된 거죠?”“이때 문제가 생겼어.”방주원이 말했다.“그들은 선후배일 뿐만 아니라 사실 윤한이 채형우를 자기 스승한테로 데려간 거였거든. 고아였던 채형우를 말이야.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던 채형우를 윤한이 발견한 셈이지. 그때 채형우가 아마 7, 8살쯤 되었을걸? 윤한이 채형우를 불쌍하게 여겨서 데려간 거야.”“채형우는 뛰어난 무술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스승에게 배우고 나서부터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지. 그는 윤한보다 조금 늦게 무술을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특급에 도달하는 시간은 비슷했어.”방주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채형우는 인성에 문제가 좀 있었어. 무술을 배우고 나서는 종종 다른 사람을 괴롭혔고 그들의 스승은 이를 보고 윤한을 더 좋아하게 된 거야.”“그리고 드라마틱하게도 두 사람이 특급 단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용골이 같은 거야.”방주원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두 사람의 스승은 용골을 모두 윤한에게 줬어. 채형우도 그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고.”“하지만 약 40년 전에 말이야. 북전이 많이 혼란스러웠어서 심야 파수꾼의 주력이 모두 북전으로 갔어. 그때 채형우가 윤한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한다는 핑계로 윤한에게 독을 먹였지.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몰래 윤한의 가족들을 다 죽여버렸어.”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거의 현실판 농부와 뱀의 이야기라고 보면 돼. 윤연서 혼자 남겨진 건 그때 윤연서가 여주에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결국 채씨 가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크라임 시티로 유배당했어.”강백호는 그들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윤연서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쓴 채로 담담하게 서서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특급이었지만 상대는 그들의 원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그때 대머리 남자의 뒤에서 한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대머리 남자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대머리 남자는 멈칫하더니 윤연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침을 삼키며 얼굴에 약간의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저희는...”연성훈이 입을 떼려던 찰나, 대머리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곳은 절대 알려지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뛰어내리세요. 만약 뛰어내려도 살아남으면 살려줄게요. 죽어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여자분은...”그는 이렇게 말하며 입술을 핥았다.“제 옆에 딱 붙어있으면 되겠네요.”이 남자들은 분명 윤연서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곳은 외딴곳이었기에 평범한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역시, 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저질이네.”연성훈이 윤연서에게 말했다.“응?”연성훈이 채씨 가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그 몇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그들은 원래 두 사람이 우연히 여기까지 온 줄 알았던 것이다. 이제 연성훈이 채씨 가문을 언급했다는 건 연성훈이 채씨 가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대머리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말했다.“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저희는 말이죠...”연성훈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그쪽도 당장 여기서 뛰어내리세요. 살아남으면 말해줄게요.”대머리 남자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때 윤연서는 선글라스를 벗고 대머리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채형준, 나 기억해?”대머리 남자 채형준이 윤연서를 바라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는 당황한 듯하더니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윤연서, 너... 너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지 않았어? 왜 여기 있는 건데?”윤연서가 차분하게 말했다.“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말이야...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인해 심야 파수꾼 기지 안에서.두 사람의 큰일 났다는 말에 추인혜의 미간이 세게 찌푸려졌다.이석구는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말했다.“하지만 채씨 가문의 가주는 특급이지만 “천”차트에 들지 않은 걸로 알아요. 윤연서 씨가 뎀프시보다 약하다고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그렇지 않아.”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일부 가문에 대한 정보는 심야 파수꾼 내부에서도 기밀 자료야. 우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가문들도 있거든.”“네?”추인혜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그게 무슨 소리죠?”방주원이 추인혜를 보며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지하 세계는 심야 파수꾼이 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거야. 그러니까 우리처럼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일반 세계의 다툼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거지.”“저번 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었거든. 그때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 게다가 심야 파수꾼도 북전과 다른 전선들을 더 중시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그리고 좀 지나서야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어. 지하 세계의 사람들은 일반인에게 손대지 않도록 규칙을 세웠고 만약 이 규칙을 어기면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거나 심야 파수꾼의 감옥에 들어가게 말이야.”방주원이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당시 가문에 특급인 사람이 있는 가문들과 협상을 했었어. 그중 하나가 채씨 가문이고. 일반 세계에 개입하지 말고 가능한 한 숨어서 지내라고 했어. 또 숨어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그중에는 연경에 있는 도성호네 도씨 가문이랑도 협상했었고. 도씨 가문은 숨어 살기로 했고 또 더 이상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방주원이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들은 특급만을 쓸 수 있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사업을 진행하니까 일반인에게는 너무 불공평한 거지.”“또 우리랑 약속도 했었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를 도와주기로.”방주원이 말했다.“만약 성훈이가 채씨 가문에게 손을 대면 그들은 아마 심야 파수꾼이 지
서서히 들어오는 차를 본 몇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곧 차 문이 열리고 방주원과 탁일우가 차에서 내렸다.“어르신!”탁일우를 봉 강백호가 웃으며 다가가서 말했다.“우리한테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하러 오신 건가요?”그러자 탁일우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맞고 싶어서 근질거리지, 아주?”강백호는 웃으며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그러자 탁일우의 시선은 옆에 있던 진서원에게로 향했다.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어? 특급으로 된 거야?”진서원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진서원은 탁일우가 좀 원망스러웠다. 소속된 분대가 많은 동료들을 잃었는데 그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서원은 탁일우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서원이 대답을 하지 않자 탁일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황슬기에게 돌리며 물었다.“너한테 맞는 뼈는 찾았어?”황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못 찾았어요. 연성훈이 돌아오면 그와 함께 찾아볼 겁니다.”탁일우는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연성훈이 돌아온다고? 지금 여기 없다는 거야?”“네!”황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윤연서 씨랑 함께 여주에 있어요. 윤연서 씨의 복수를 돕는다고 하더라고요.”이 말에 이석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맞아요, 어르신. 심야 파수꾼에 있는 자료 중에 채씨 가문에 대한 정보가 없던데요?”“채씨 가문!”이 말을 들은 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네 말은 성훈이가 지금 윤연서 씨랑 채씨 가문 사람을 찾으러 여주에 갔다는 거야?”“네. 그 사람들은 윤연서 씨의 원수라고 하더라고요. 보스가 윤연서를 데리고 복수하러 갔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두 사람의 반응에 추인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방주원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큰일 났어!”...한편, 연성훈은 윤연서와 함께 터널을 천천히 지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