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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9화

Author: 무가
명주시는 강남과 멀지 않아 KTX로 두 시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지호는 자기가 이끄는 호위대를 데리고 강남에 도착했다.

“사장님!”

중년 남자가 기차역에서 박지호를 맞이했다.

하지만 박지호는 중년 남자의 돼지머리가 된 얼굴을 보자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너, 걔네한테 내가 누군지 말하긴 했어?”

“당연하죠. 근데 제가 사장님 이름을 말하자마자 그놈이 더 신나게 두들겨 패더라고요. 심지어 사장님께서 직접 와도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중년 남자는 일부러 사실을 부풀려서 고자질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장님께서 직접 오면 반년 동안 병원 신세나 질 각오하라고 큰소리쳤습니다.”

“제정신이 아니구나.”

박지호의 주먹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두 눈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지금 그놈들 어디 있어?”

“제가 미리 경호원을 붙여 놨습니다. 방금 연락이 왔는데 한 유흥업소에 있다고 합니다.”

중년 남자가 서둘러 대답했다.

“즉시 그쪽으로 안내해. 강남에 날 무릎 꿇게 할 사람이 어떤 대단한 사람인지 직접 봐야겠군.”

박지호 일행은 곧장 유흥업소로 향했다.

하지만 진서준과 김혜민은 이미 식사 후 자리를 떴다.

지금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은 장주완과 조수아 일행뿐이었다.

다들 노래 부르고 춤추며 잔뜩 들떠서 놀고 있었다.

하지만 조수아는 달랐다.

아까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기에 놀 기분이 나지 않았다.

“수아야, 너무 신경 쓰지 마. 장주완이 알아서 해결한다잖아?”

보라색 원피스 여자가 조수아를 달래듯 말했다.

“맞아, 장주완을 믿어. 게다가 장주완은 차이더리스 셋째 도련님이랑 연락할 수 있다잖아.”

“이 세상에서 차이더리스 가문을 무시할 사람이 있기나 할까?”

다들 아까까지 박씨 가문을 두려워했지만 장주완이 리앙과 아는 사이라고 하자 그 두려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난 괜찮아. 너희끼리 먼저 놀아. 요새 너무 힘들어서 그래.”

조수아는 억지로 웃으며 모두와 어울리는 걸 거절했다.

“그래. 그럼 좀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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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결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분위기는 한편으로 기울어졌다.리앙 같은 해외 이방인이 대한민국 땅에서 링에 올라와 대결하면서 감히 대한민국을 깔본다고?그럼 당연히 주먹뿐만이 아니라 말발까지도 완벽하게 이겨야 할 것이다.“이따가 너 피투성이 돼서 엉엉 울 때도 그렇게 잘 떠들 수 있을지 보자고.”말을 마친 아담이 먼저 움직였다.구급 대종사 아담의 실력은 말 그대로 괴물급이었다.속도는 음속에 육박했고 발을 한 번 구르자 강철처럼 단단한 링이 그대로 움푹 꺼졌다.다음 순간, 아담은 포탄처럼 튕겨 올랐고 천둥 같은 기세로 손을 들어 진서준을 향해 내리꽂혔다.선천 대종사가 내력을 밖으로 방출하는 순간이었다.구급 대종사는 지선과 거의 가까운 존재였고 그가 뿜어내는 강기에 휩싸인 일반인은 근처에만 있어도 죽을 정도였다.“미쳤다. 이게 천의방 고수의 실력인가? 너무 무시무시한데?”“저 공격 피할 수 있긴 해? 진 마스터님이 엄청 위험해 보이는데?”“큰일 났어, 아까 진 마스터님이 도발한 말 때문에 저놈이 미쳐 날뛰는 것 같은데?”아담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관중석 관객들은 다들 공포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성미영이 머리를 저으며 한탄했다.“그러니까 아까부터 부전주가 나가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근데 저 녀석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무리했죠.”“진서준은 괜찮을 거예요.”김연아의 표정과 말투는 전부 단호했다.그러나 꽉 쥔 두 주먹은 미세하게 떨렸다.사실 김연아도 살짝 걱정되긴 했다.그 어마어마한 기세의 주먹을 보면서도 진서준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없었다.그리고 발끝을 살짝 굴리는 순간 진서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응? 공격을 피했어?”진서준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엄청난 일격을 흘려버린 모습에 관중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도망치는 건 좀 빠르군. 하지만 과연 몇 번이나 피할 수 있을까?”아담이 냉랭하게 웃으며 연달아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주먹을 내지르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기세는 더 사나워졌다.그러나 아무리 주먹을 날려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57화

    진서준이 링 위에 등장하자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헉, 진 마스터가 이렇게 젊은 청년이라고?”“국안부 기록에 20대라고 적혀 있길래 장난인 줄 알았는데 실화였다고?”“말도 안 돼. 난 20대 때 겨우 주먹질이나 배우고 있었는데 이 친구는 벌써 이렇게 비범한 실력을 갖췄다고?”“진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네.”사람들은 하나같이 진서준의 나이에 관해 떠들고 있었다.“어라? 생각보다 더 젊은데?”아담도 살짝 놀란 눈치였다.적어도 마흔 살은 넘었을 거라 예상했는데 예상한 것보다 십 년은 젊어 보였다.“다음은 초아국 아담 마스터를 소개합니다.”아담이 자리에서 일어나 링으로 향했다.“아담. 죽일 때 죽이더라도 제대로 굴욕감을 줘야 해. 그냥 쉽게 죽이면 재미없잖아.”리앙이 독기 서린 눈빛으로 한마디 했다.“그야 당연하죠.”아담은 여전히 진서준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고작 20대 초반 청년의 실력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어?손 하나로 충분히 박살 내줄 수 있을 것이다.“이 사람이 천의방 고수야? 이 사람도 엄청 젊어 보이는데?”“그건 그냥 겉모습일 뿐이야. 사실은 99세라고 하더라.”“뭐라고? 99세? 아니, 그럼 대체 어떻게 저 젊음을 유지한 거야?”천의방 고수가 등장하자 관중석은 다시 한번 열띤 토론을 벌였다.심지어 베팅장에서도 판이 벌어졌다.70%가 아담의 승리에 걸었고 나머지 30%만이 진서준을 믿었다.“두 분, 준비되셨습니까?”사회자의 질문에 진서준과 아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언제든 시작하셔도 됩니다.”사회자는 빠르게 링에서 내려갔다.“네가 대한민국 국민이 그렇게 칭찬하는 용존이라는 놈이야?”아담이 먼저 비아냥이 가득한 눈빛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맞아.”진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웃기는구나, 대한민국에 고수가 다 멸종했나 보지? 고작 20대 초반 청년이 이름을 떨칠 정도라니.”아담은 대놓고 비웃었다.순간, 관중석에서 불길이 솟았다.“뭐라고? 우리 대한민국 고수가 다 멸종했다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56화

    “그래? 배짱 있는 놈이네?”용홍권은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그 자식이 그렇게까지 나가겠다고 한다면 굳이 말릴 필요는 없지.”“하지만 그 녀석이 죽기라도 하면 어쩔까요?”오영수가 눈살을 찌푸렸다.“그놈이 죽으면 내가 직접 복수해 주면 그만이지.”용홍권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조금 조사해 보니까 꽤 흥미로운 사실이 나오더군. 너희가 말하는 그 꼬맹이가 알고 보니 군부의 중장에다가 8대 특전대 총교관이더라고.”그날, 용홍권은 진서준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직접 확인해 봤다.그런데 알고 보니 이 남자는 겉보기만큼 만만한 놈이 아니었다.8대 특전대의 총교관 자리에 오를 정도면 실력 하나는 확실할 터였다.“8대 특전대 총교관이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잖아요? 8대 특전대 따위 우리 전신전 앞에서는 한낱 장난감일 뿐이죠.”양복이 코웃음을 쳤다.전신전이 전신전이라 불리는 이유는 8대 특전대보다 한 수 위이기 때문이었다.“그건 모르는 일이지. 예전엔 설표 특전대가 8대 특전대에서 꼴찌였는데 말이야.”용홍권은 재미있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 꼬맹이가 설표 특전대 교관으로 부임한 뒤, 8대 특전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더라고.”“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오영수는 의외의 사실에 살짝 놀랐다.“그래, 몇 번을 확인해 보고 나서야 확신했지.”항상 꼴찌였던 특전대가 딱 2주 만에 1위로 등극했다.이건 절대 우연이 아니라 진서준의 실력 덕분이었다.솔직히 용홍권 자신도 그렇게까지 단기간에 전신전의 실력을 끌어올릴 자신은 없었다.그걸 해낸 진서준은 꽤나 물건이었다.한편, 반대편 링 근처에서 리앙은 접이식 의자에 널브러져 있었다.리앙의 온몸은 하얀 붕대로 칭칭 감겨 누에고치를 연상케 했다.리앙에 곁에는 강한 기운을 내뿜는 남자가 몇몇 앉아 있었다.이들은 전부 리앙의 안전을 위해 가문에서 추가로 파견한 강자였다.“아담아.”리앙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이번엔 반드시 이 대한민국 놈들 앞에서 자기 나라 고수가 어떻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55화

    성미영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진서준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이번 대결은 상대가 직접 진서준에게 도전장을 내민 싸움이었다.그런데 만약 진서준이 나가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 싸운다면 그건 결국 자기가 겁먹고 도망쳤다는 소리가 아니겠는가?오늘 강남에서 온 무인이 적지 않았다.이런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오늘 강남의 무인이 다 모이는데 나더러 쫄보가 되라고 하는 거야? 그건 할 수 없어.”진서준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쫄보라니? 이건 널 살리려는 거야. 우리 전신전 의도를 몰라?”성미영이 진서준을 쏘아보며 버럭 소리쳤다.“내가 너랑 서지은 사이를 생각해서 부전주님께 부탁드린 거라고. 우리 전신전은 규율이 엄격한 곳이야.”“내 일은 내가 알아서 직접 해결하겠어. 굳이 신세 질 필요 없어.”진서준은 여전히 단호했다.“야. 이 자식아, 너 도대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진서준이 연신 거절하자 성미영이 울컥했다.“네 상대가 누군지는 알고 떠드는 거야?”“몰라.”진서준이 솔직하게 대답했다.리앙이 누구를 내세울지는 진서준도 확실히 몰랐다.차이더리스 가문에는 천의방에 오른 고수만 네 명이었고 다들 최정상급 실력자였다.누가 나오든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자기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대결에 나서겠다는 거야? 너 미쳤어?”성미영이 진서준에게 삿대질하며 따졌다.그때, 옆에서 잠자코 대화를 듣던 김연아가 부드럽게 말했다.“성미영 씨 호의는 이해해요.”“미영아, 진서준을 믿어야 해. 진서준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지 않아.”“지은아, 네가 뭘 몰라서 그래. 이 자식 상대는 차이더리스의 아담이야. 천의방 88위의 강자라고.”성미영이 진지한 얼굴로 천의방을 소개했다.“지구에 60억 명이 넘지만 천의방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단 100명뿐이야. 이 사람들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해. 저 녀석이 그런 괴물과 맞붙는다고? 한 수라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이 말을 듣자 서지은도 살짝 걱정되기 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54화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고개 들어. 난 지난 일 따질 생각 없어.”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감사합니다, 진서준 씨. 정말 감사합니다.”도서욱은 감격한 듯 연신 고개를 숙였다.도서욱은 이 용존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진서준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자기 목이 붙어 있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한편, 주변에서 구경하던 이들도 도서욱을 알아보고 경악했다.“세상에. 이건 무슨 상황이지? 그 유명한 서욱 두목이 저 난동 부린 애송이한테 사과한다고?”“내 눈이 잘못된 거 아냐? 아니면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건가?”“독사는 완전 끝장난 거 아냐? 서욱 두목조차 저렇게 공손하게 대하는 사람한테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니.”누구도 분명 정해져 있던 결말이 이렇게 뒤집힐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이었다.“야, 당장 굴러와.”도서욱이 갑자기 독사를 향해 호통쳤다.독사는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더니 허겁지겁 도서욱의 앞으로 달려갔다.“저기요... 저는...”독사는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그의 부하들 또한 얼굴이 새파래져 있었다.“난 그냥 블랙의 부탁을 받아 저 녀석을 좀 손봐주려 한 것뿐이야.”진서준이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네가 블랙에게 바지가랑이 사이를 기어가게 했지? 그러니까 너도 똑같이 해. 어때? 안 억울하겠지?”“아니요, 절대 억울하지 않습니다. 저 할 수 있습니다.”독사는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저 녀석 바지 밑으로 기어가.”진서준이 아까 설치던 직원을 가리켰다.“알겠습니다. 당장 하겠습니다.”독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직원의 바지 밑을 기어갔다.독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도서욱조차 벌벌 떠는 인물이라면 이 청년이 마음만 먹으면 독사 따위는 그냥 개미 한 마리처럼 짓눌려 사라질 뿐이었다.“앞으로 블랙한테 앙갚음하려고 하지 마. 알겠어?”진서준이 마지막으로 경고했다.“알겠습니다. 절대 그런 일 없을 겁니다.”독사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일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53화

    그 외침은 굉장히 컸고 독사와 그 일당은 순간 멈칫했다.“도서욱? 서욱 두목이라고?”독사는 멍하니 서 있다가 부하에게 지시했다.“이놈 단단히 붙잡아 둬. 난 밖에 나가 확인하고 오겠어.”말을 마친 독사는 서둘러 바깥으로 나갔다.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독사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수백 명의 인파가 바깥에 가득 서 있었고 그 선두에는 바로 도서욱이 있었다.독사가 동성 깡패 그룹의 두목이라고 해도 도서욱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도서욱은 강남 지하 세계에서 최고로 군림하는 존재였고 무도 종사인 소 마스터와도 친분이 있었다.소 마스터 한 명이면 독사의 구역 따위는 하루아침에 초토화될 수 있었다.“방금 서욱 두목이 뭐라고 했지? 진서준 씨에게 사과하러 왔다고? 진서준 씨는 도대체 누구지?”독사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중얼거렸다.도서욱이 부하들을 이끌고 직접 사과하러 올 정도라면 그 사람은 도대체 어떤 수준의 거물이라는 거지?그런데 도서욱의 모양을 보면 분명 그 사람이 지금 이 술집 안에 있는 것 같았다.독사는 등골이 서늘해졌다.이런 거대한 존재가 자기 구역 안에 있었는데 정작 본인은 까맣게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독사는 허둥지둥 도서욱에게 다가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부했다.“서욱 두목, 어쩐 일로 여길 오셨습니까?”조금 전까지 술집에서 보이던 거만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진서준 씨에게 사과하러 왔어.”도서욱은 냉랭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오히려 내가 묻고 싶구나. 진서준 씨가 왜 네 구역에 와 있는 거지? 설마 네가 진서준 씨를 건드린 거야?”“네?”순간 독사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서욱 두목, 농담하시는 겁니까? 제 구역에 그런 거물이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정말 그런 분이 계셨다면 전 당장 제단을 차려서 모셨겠죠. 감히 건드릴 엄두도 못 냈을 겁니다.”도서욱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서욱 두목, 그분이 제 술집 안에 계신 게 맞습니까?”독사의 목소리가 떨렸다.“당연하지.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 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52화

    본래 약간 한산했던 공간이 이제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진서준도 서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저놈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몰라, 근데 누구든 간에 독사 형님 구역에서 사고 치면 무조건 죽는 거야.”사람들은 수군거리며 진서준을 쳐다보았고 다들 속으로 저 청년이 오늘 여기서 끝장날 거라는 생각을 했다.대략 100명은 되어 보이는 경호원들이 진서준을 완전히 에워쌌다.“저놈이 이소룡이 환생한 사람이라 해도 살아 나가기 힘들 거야.”진서준은 한숨을 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분명 너희 두목을 찾으러 왔다고 했어. 왜 쓸데없이 너희가 대신 얻어맞으려고 하는 거야?”“닥쳐! 우리를 건드린 대가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마. 다들 저놈 죽여버려!”카운터 안쪽에 앉아 있던 김혜민의 표정이 굳어졌고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아무리 봐도 감당하기 힘든 숫자였다.한순간, 100여 명의 조직원들이 각종 무기를 들고 진서준에게 몰려들었다.그러나 진서준은 침착하게 그 자리에서 손만 움직였다.콰지직!펑!“으아악!”사방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비명이 터져 나왔다.진서준은 마치 전쟁터의 신이라도 된 듯했고 아무도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가까이 오는 자들은 주먹 한 방이면 허공으로 날아가고 따귀 한 대면 바닥에 나뒹굴었다.순식간에 100명 이상의 조직원이 쓰러졌다.그리고 무대 중앙에 홀로 서 있는 건 진서준뿐이었다.“대박, 이거 이소룡보다 더 미친 실력인데?”“100명이 한꺼번에 덤볐는데도 멀쩡하다고?”“이게 진짜 짱이야.”구경꾼들의 입이 떡 벌어졌고 직원들도 완전히 얼어붙었다.이렇게 싸움을 잘하는 놈은 난생처음이었다.진서준은 차갑게 마지막으로 경고했다.“마지막 기회 줄게. 두목한테 전화해. 아니면 이 술집을 통째로 날려버릴 테니까.”“알았어, 너 잠시만 기다려, 지금 당장 우리 두목한테 전화할게.”직원은 그제야 덜덜 떨며 급히 휴대폰을 꺼냈고 독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술집에서 소란을 피우는 놈이 있습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51화

    독사의 구역에 도착한 후, 진서준은 김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차에서 기다릴래? 좀 있다가 난장판 될 텐데 너까지 보호하기 힘들 수도 있어.”이번에 온 이유는 블랙을 위해 이곳의 조직 두목을 혼내주기 위해서였다.상대 쪽은 수가 많았지만 진서준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다만 일반인을 상대로 죽을 정도로 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적당히 손봐주기만 하면 됐다.“괜찮아, 난 너랑 같이 안 있을게. 그냥 구경꾼 모드로 있을 거야.”김혜민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진서준은 살짝 눈썹을 추켜세웠다.“그래, 알았어. 이따가 꼭 조심해.”진서준이 굳이 말려도 김혜민이 말을 들을 것 같진 않았으니 차라리 스스로 조심하라고 하는 게 나았다.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동성구에서 가장 큰 술집으로 향했다.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술집 안에는 이미 청년들이 꽤 있었다.귀를 찢을 듯한 음악과 어지러운 조명 속에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춤을 추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딱 봐도 열기로 가득한 분위기였다.이런 환경이 진서준은 영 익숙하지 않았다.대학 시절에도 이런 곳엔 오지 않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몇 번 온 게 전부였다.진서준은 들어서자마자 직원에게 다가갔다.“너희 사장 독사 있어?”직원은 진서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처음 보는 얼굴이었기에 경계하며 물었다.“넌 누구야? 우리 사장을 왜 찾는 거야?”“당연히 볼 일이 있어서지.”“무슨 일이든 일단 나한테 말해.”직원이 차갑게 대응했다.“너한테는 말해봤자야. 내가 두들겨 패야 할 사람이 너희 두목이거든.”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직원은 순간 멍해졌다.“뭐라고? 우리 두목을 패겠다고?”“그래. 그러니까 전화해서 얼른 오라고 해. 10분 안에 안 오면 이 술집을 박살 내버릴 테니까.”진서준의 싸늘한 말투에 직원의 얼굴이 굳어졌고 바로 소리쳤다.“이 자식이 깽판 치러 왔네? 거기 경호원 없어?”곧이어 덩치 큰 남자 네 명이 다가왔다.“이 녀석이 지금 소란을 피우려고 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50화

    설마 진서준이 경성 진씨 가문의 후예였다니, 그건 왕족이나 다름없는 신분이었다.“진서준 씨, 이제 만족하셨습니까? 만족했다면 이제 어떤 정보를 살 건지 말해보시죠.”블랙은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말했다.“진요천의 현재 위치입니다.”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건 좀 어렵겠는데 일단 해볼게요.”블랙은 도서욱과는 달랐다.먼저 일을 처리하고 그다음에 가격을 부르는 타입이었다.블랙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한참을 검색했고 이윽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쉽지 않네요. 가장 최근 정보가 두 달 전입니다. 진요한이 강남에 있었다고 나오네요.”“뭐라고요? 강남이라고요?”진서준의 눈이 번뜩였다.“맞아요. 하지만 그건 두 달 전 얘기입니다. 지금도 거기 있는지는 저도 몰라요.”블랙이 고개를 저었다.두 달이라면 꽤 긴 시간이었기에 이미 구지범에게 딴 곳으로 끌려갔을 가능성이 컸다.“진요한은 혼자 있었나요? 아니면 누군가 같이 있었나요?”진서준이 다시 물었다.“정보에 따르면 처음엔 누군가 함께 있었고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은 사라졌고 결국 강남엔 진요한 혼자만 남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이 안 되고요.”블랙은 어깨를 으쓱였다.“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요? 진요한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면 무조건 먼저 저한테 알려줘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 겁니다.”진서준이 다급하게 말했다.아버지를 찾을 수만 있다면 돈이 문제가 될 리 없었다.“돈은 이제 별로 필요 없어요. 대신 당신이 용존이라면 제 부탁 하나만 들어줘도 되나요?”블랙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뭔데요? 법률이나 도의에 어긋나는 거만 아니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요.”진서준이 단호하게 말했다.“강남 동성구의 깡패 조직 두목이 예전에 날 개 패듯이 팼어요. 저를 대신해서 그 자식 좀 혼쭐 내주세요.”이 말을 듣자 진서준은 순간 멈칫했다.“부탁이란 게 겨우 이것인가요?”대단한 일이라도 시키려나 했더니 고작 사람 하나 혼내주는 거였다.“이게 쉬운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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