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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9화

Author: 무가
물고기가 걸린 것을 본 가게 주인의 눈빛이 번쩍였다.

“서 도련님이 진심으로 사고 싶으시다면 제가 들여온 가격만 받고 드릴게요.” 주인은 손으로 천천히 숫자 12를 그렸다.

“12억이라고요? 이렇게 비싼 건가요?”

서현욱은 그 말에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미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준비는 했지만 천문학적인 가격을 듣자 서현욱은 여전히 놀랐다.

“12억은 서 도련님 아버님 체면을 봐서 싸게 드린 겁니다. 경매로 하면 아마 6억은 더 올릴 수 있을 겁니다.”

가게 주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서현욱과 고우현은 상인이 아니었기에 주인의 진짜 의도를 알지 못했다.

“사장님, 조금 더 깎아주실 수 없나요? 제 아버지를 봐서라도 조금만 더 싼 가격으로 주세요.”

서현욱은 부득불 아버지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서 도련님, 이건 이미 시장님 체면을 고려해서 드리는 겁니다.”

가게 주인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서 도련님이 시장님 아들만 아니었으면 12억은 고사하고 16억이라도 팔지 않았을 겁니다. 백년 영지는 사실 어떤 가격에 판매해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서는 희귀한 약재거든요.”

“그래도 12억이라니...”

서현욱은 더 실랑이를 펼치려 했으나 고우현이 그를 끊었다.

“그만해, 시장 아들인데 고작 12억도 낼 수 없어서 이렇게 답답한 소리를 해? 이 영지 12억에 바로 사겠어요.”

고우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좋아요, 아가씨는 참 시원시원한 분이네요, 바로 영지를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주인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뒤에 있는 직원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직원은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네모난 상자를 안고 신난 모습으로 내려왔다.

“영지는 여기 들어있습니다, 서 도련님, 현금으로 결제하시겠어요, 아니면 카드로 하시겠어요?”

가게 주인이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카드로 하겠습니다.”

서현욱은 입꼬리가 움찔하더니 이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

카드로 결제하려는 순간, 문밖에서 갑자기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요. 이 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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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기린의 명성은 널리 퍼져 있었고 심지어 일반인들도 그 이름을 알 정도였다.흑기린은 대한민국의 가장 예리한 검이었다.비록 백 명의 병력밖에 없지만 흑기린은 예전부터 여러 차례 대단한 공적을 세웠다.군부에서 전신전 외에는 흑기린과 비교할 만한 부대가 없었다.그리고 이 영지를 사려는 여자가 바로 흑기린 사령관의 조카라니, 그 신분의 고귀함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난 저 녀석이 혈령지를 순순히 여자에게 내줄 거라고 확신해.”“당연하지, 누가 감히 흑기린 사령관의 체면을 보지 않겠어?”“작은 도시 서울에서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나타날 줄은 몰랐네.”주변 사람들은 진서준을 동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겨우 운 좋게 얻은 영지인데 이 여자의 특별한 신분 때문에 돌려줘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고우현은 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걸 들으며 턱을 높게 치켜들고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물건은 내놓아. 넌 그만 가 봐.”고우현은 눈앞의 이 청년이 분명 영지를 내놓고 쭈뼛거리며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너 미친 건 아니야?”고우현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미친 건 너겠지. 방금 서현욱이 한 말을 못 들었어? 난 흑기린 사령관 조카란 말이야!”고우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다시 한번 자기 신분을 강조했다.진서준이 자기 신분을 듣고도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길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한편, 서현욱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서현욱은 진서준과 고우현 사이에 큰 갈등이 발생하기를 기대했다.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면 고우현의 손을 빌려 진서준을 제대로 혼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서정훈은 겉보기엔 서울에서 상당한 권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흑기린 사령관 앞에서는 한낱 평범한 사람이었다.“네가 그 사람 딸이라고 해도 난 전혀 신경 쓰지 않아.”진서준이 차갑게 말하자 고우현은 화가 치밀어 올라 가슴이 요동쳤다.“넌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해? 귀먹지 않은 이상 내 신분을 제대로 들었을 거야. 그런데도 이런 태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72화

    “근데 넌 이게 쓰레기인 걸 번연히 알면서도 돈 주고 사? 미련하기 짝이 없구나!”약재를 사러 온 손님들도 진서준이 구제 불능이라 여겼다.“이 녀석 정말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5억이나 주고 이런 쓰레기를 사? 대체 무슨 의도일까? 그 돈으로 여자라도 꼬시면 얼마나 좋아?”“돈만 많고 머리가 텅텅 빈 바보 도련님 같아. 돈이 많으니까 멍청한 짓도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닐까?”사람들이 수군대며 조롱하는데도 진서준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영지 앞으로 다가가 입가에 미소를 살짝 띠었다.“다들 이렇게 거대한 영지가 왜 말라 죽었을까 궁금하지 않아?”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뭐라고?”다들 진서준의 말에 의아해하며 멈칫했다.진서준의 말대로 누구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 듯했다.가게 주인은 순간 큰 손해를 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왜 말라 죽었죠?”소하비도 무척 궁금했다.진서준은 영지에 손가락을 살짝 댔다.콰직!얼굴 크기만 한 영지가 순식간에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다.“씨X, 쓰지 않을 거면서 왜 굳이 날 사게 한 거야?”소하비는 저도 몰래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욕설을 터뜨렸다.5억이나 주고 산 물건이 이렇게 한순간에 깨져버리다니, 정신 상태가 이상하지 않고서야 이런 황당한 일을 벌일 수 없었다.서현욱은 그 모습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진서준, 너 진짜 또라이구나.”고우현도 서현욱을 흘겨보며 물었다.“이런 또라이를 넌 또 어떻게 알고 지낸 거야?”다들 지금 이 순간 진서준이 정신 상태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진서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상자 속에서 손을 뻗어 영지를 한 번 더 찾았다.그리고 이내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지만 완벽한 혈색을 띤 영지를 꺼내 들었다.이 영지는 정교하고 아담한 크기였고 얼핏 봐도 일반적인 영지가 아닌 것 같았다.“이건 혈령지잖아요?”샛터 왕자답게 눈썰미가 있는 소하비의 눈이 번쩍였다.예전에 한 부자가 소하비에게 이 혈령지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 소하비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71화

    서현욱의 아버지를 부른다고 하자 서현욱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이 일이 서정훈에게 알려지면 흑기린에 입단하는 건 고사하고 서정훈에게 맞아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14억 원을 손해 보는 것이 눈앞에 다가오자 서현욱은 소하비에게 시선을 돌렸다.“선생님, 방금 이 영지를 원하셨죠?”서현욱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조금 전에 보인 교만하고 거만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아까는 원했지만 지금은 필요 없어.”소하비는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난 돈이 넘쳐나긴 해도 억 단위를 들이며 이런 나무 덩어리를 사는 바보는 아니야.”소하비가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게 돈이었지만 그렇다고 어리석은 바보는 아니었다.이 영지는 어떻게 봐도 그냥 쓸모없는 물건이었다.이걸 산다고 해도 그냥 돈 낭비일 뿐이었다.“오해입니다. 이건 나무가 아니라 진짜 영지예요. 믿기지 않으면 냄새라도 맡아보세요. 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선생님이 정 원하신다면 제가 후하게 팔아드릴게요. 10억이면 어때요?”서현욱은 흥정하면서도 속이 찌릿찌릿 아팠다.운 좋게 팔아도 4억을 손해 보게 될 터였고 팔지 못한다면 14억 원을 그대로 날리게 될 것이다.어느 선택이 더 현명한지 서현욱도 잘 알고 있었다.“안 사, 그냥 공짜로 줘도 안 받을 거야.”소하비는 돌아서서 진서준과 함께 떠날 준비를 했다.그때,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 영지, 내가 살게.”“뭐라고?”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놀라서 일제히 물었다.쓰레기가 분명한데 굳이 사겠다니, 진서준이 정신 상태가 이상한 건지 서정훈 시장 아들에게 대놓고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잘 보이고 싶어서 하는 짓이라면 그 대가가 너무 컸다.이건 14만도 아닌 14억이었다.대다수 사람이 평생 일해도 벌 수 없는 거액이었다.“확실한 거야? 장난치는 건 아니지?”서현욱은 혹여나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자기 귀를 의심했다.“물론 확실해.”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70화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서둘러 서현욱에게 팔지 말아야 했다.서현욱은 즉시 지갑에 있는 모든 신용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건넸다.몇 분 후, 신용카드 다섯 장을 전부 긁은 후, 1억 4천만을 겨우 모을 수 있었다.서현욱은 그제야 시름 놓고 진서준을 도발하기 시작했다.“진서준, 난 이내 흑기린에 입단할 거야. 그때가 되면 허사연이 날 다시 평가하게 될 거고 넌 내 상대가 되지 못할 거야.”진서준은 서현욱의 말이 너무 이상했다.소정태가 흑기린에 관해 얘기한 적이 있었다.흑기린은 대한민국 8대 특전대 중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특전대였다.“흑기린은 이제 쓰레기도 막 받아들이게 됐어?”진서준이 궁금해하며 물었다.“너야말로 쓰레기야.”서현욱은 즉시 반박했다.“내가 흑기린에서 새롭게 태어나면 예전의 모든 원한을 다 갚아줄 거야.”서현욱은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으름장을 놓았다.아무래도 예전에 진서준과 있었던 불쾌한 일을 여전히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하지만 진서준은 서현욱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난 선생님과 진서준 사이에 무슨 모순이 있는지 몰라요. 하지만 그 백년 영지는 내게 꼭 필요한 약재입니다.”소하비가 둘의 대황에 끼어들었다.“내가 200억을 낼 게요. 내게 양보하세요.”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작 14억짜리 물건을 200억에 사겠다니, 이 사람의 부유한 정도가 진심으로 궁금해질 정도였다.서현욱은 그 말에 멈칫하더니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난 그따위 돈이 하나도 부럽지 않아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이 진서준과 친구가 아니었다면 팔았을지도 몰라요. 근데 당신이 진서준과 친분이 있다면 2조를 준다고 해도 팔지 않을 겁니다.”말을 마친 서현욱은 상자를 열었다.“자, 14억짜리 영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나 해 봐.”서현욱은 일부러 진서준과 소하비를 자극하려는 의도였다.서현욱은 상자에서 얼굴 크기만 한 영지를 껴안고 내왔다.영지는 크지만 뜻밖에도 너무 마른 상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69화

    물고기가 걸린 것을 본 가게 주인의 눈빛이 번쩍였다.“서 도련님이 진심으로 사고 싶으시다면 제가 들여온 가격만 받고 드릴게요.” 주인은 손으로 천천히 숫자 12를 그렸다.“12억이라고요? 이렇게 비싼 건가요?”서현욱은 그 말에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이미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준비는 했지만 천문학적인 가격을 듣자 서현욱은 여전히 놀랐다.“12억은 서 도련님 아버님 체면을 봐서 싸게 드린 겁니다. 경매로 하면 아마 6억은 더 올릴 수 있을 겁니다.”가게 주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서현욱과 고우현은 상인이 아니었기에 주인의 진짜 의도를 알지 못했다.“사장님, 조금 더 깎아주실 수 없나요? 제 아버지를 봐서라도 조금만 더 싼 가격으로 주세요.”서현욱은 부득불 아버지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서 도련님, 이건 이미 시장님 체면을 고려해서 드리는 겁니다.”가게 주인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서 도련님이 시장님 아들만 아니었으면 12억은 고사하고 16억이라도 팔지 않았을 겁니다. 백년 영지는 사실 어떤 가격에 판매해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서는 희귀한 약재거든요.”“그래도 12억이라니...”서현욱은 더 실랑이를 펼치려 했으나 고우현이 그를 끊었다.“그만해, 시장 아들인데 고작 12억도 낼 수 없어서 이렇게 답답한 소리를 해? 이 영지 12억에 바로 사겠어요.”고우현은 단호하게 말했다.“좋아요, 아가씨는 참 시원시원한 분이네요, 바로 영지를 가져다드리겠습니다.”주인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뒤에 있는 직원에게 손짓했다.그러자 직원은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네모난 상자를 안고 신난 모습으로 내려왔다.“영지는 여기 들어있습니다, 서 도련님, 현금으로 결제하시겠어요, 아니면 카드로 하시겠어요?”가게 주인이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카드로 하겠습니다.”서현욱은 입꼬리가 움찔하더니 이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카드로 결제하려는 순간, 문밖에서 갑자기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요. 이 영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68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전화로 물어보겠습니다.”전화하기 전에 진서준은 한마디 덧붙였다.“간호사를 불러 여동생에게 목욕을 시키고 병실도 바꾸는 게 좋을 겁니다.”“알겠습니다, 자, 다들 진서준 씨 말대로 움직여.”소하비는 자기가 데리고 온 여성 하인들에게 즉시 지시했다.예린을 돌보기 위해 소하비는 평소 예린의 시중을 드는 여성 하인을 전부 데려왔다.진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연락처를 살펴보았다.“지유 누나에게 전화해 보자. 지유 누나랑 성우 형 인맥이 꽤 넓으니까.”진서준은 즉시 한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벨 소리가 두 번 울리더니 한지유가 전화를 받았다.“서준 동생, 오늘은 웬일로 내게 전화했어?”한지유가 웃으며 물었다.진서준과 한지유는 꽤 오랫동안 서로 연락이 없었다.“지유 누나,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전화를 드리게 되었어요.”진서준은 웃으며 바로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했다.“지유 누나, 이 동네에서 약재를 큰 규모로 다루는 곳을 아시나요? 백년 영지를 급하게 하나 구하고 싶어서 그래요.”“약재를 다루는 곳이라... 잠깐만 기다려.”한지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답했다.“실제로 아는 곳이 있긴 해, 부지로에 있는 회춘당이라는 곳이야. 그 집은 최근에 새로 열었는데 주로 귀한 약재를 팔아.”“감사합니다, 지유 누나. 기회가 되면 성우 형이랑 누나에게 식사 대접할게요.”진서준은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뭘 그런 걸로 그래? 우리 사이에 그런 예의는 필요 없어.”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진서준은 전화를 끊었다.“확인했어요, 회춘당에 백년 영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네요. 바로 가보겠습니다.”진서준이 소하비에게 말하자 소하비도 동참하겠다고 했다.“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다들 여기서 예린 공주를 잘 지켜. 절대 내가 없는 사이에 누구도 동생 몸에 손대게 해서는 안 돼.”소하비는 경호원들을 병원에 남겨두고 진서준과 함께 차를 타고 회춘당으로 향했다.같은 시각, 회춘당 가게 앞.서현욱은 이쁜 얼굴에 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67화

    서양의 여성들은 남녀 관계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었고 왕실의 여성들은 더 개방적이었다.적지 않은 왕실의 여성이 여러 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하지만 샛터 왕실은 일반 왕실과 다르게 매우 보수적이었다.소하비 왕자조차도 아직 여자와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었다.여동생인 예린도 관계는 둘째치고 남자와 신체적인 접촉도 전혀 없었다.그런데 진서준은 예린의 옷을 벗기고 마사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진서준 씨, 다른 방법은 없나요?”소하비는 얼굴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샛터 왕실은 정조를 무엇보다 더 중시한다.진서준이 예린의 옷을 벗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샛터 왕실의 체면은 완전히 구겨질 것이다.“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내가 굳이 이런 방법을 쓸까요?”진서준은 그 말에 덤덤하게 되물었다.“근데 제 여동생은 여태껏 남자와 한 번도 접촉한 적이 없어요.”“그럼 소하비 왕자님이 선택하세요. 사람을 살릴 것인지, 아니면 여동생의 정조와 명예를 지킬 것인지.”진서준도 굳이 강요하지 않았다.어떻게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소하비의 책임이었다.“소하비 왕자님, 공주님 병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자칫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베컨이 옆에서 끼어들었다.“좀 더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소하비는 미간을 찌푸린 채 깊은 고민에 빠졌다.바로 그때, 침대에 누워 있던 예린이 갑자기 격렬하게 기침했다.예린의 창백했던 얼굴이 이제는 종이처럼 더욱 창백해졌다.“예린아!”소하비가 깜짝 놀라며 외쳤다.베컨이 다가가서 한 번 확인한 후,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공주님 병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소하비 왕자님,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진서준 씨, 오늘 일은 절대로 외부인에게 알려지면 안 됩니다.”“알겠습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샛터 왕실의 체면이 걸린 일인 만큼 진서준도 신중하게 대해야 했다.소하비와 베컨이 나간 후, 진서준은 조심스럽게 예린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진서준이 예상치 못한 건 예린의 옷 아래 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66화

    경호원의 얼굴이 급변하더니 바로 체내의 선천강기를 모았다.강기가 손을 감싸자 총알조차 뚫지 못하는 강력한 보호막이 형성되었다.“자업자득이야.”옆에서 구경하던 소하비가 불쑥 한마디 내뱉었다.소하비가 데려온 경호원들은 전부 자국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강자였다.맨손으로 총알을 쥐어버리는 건 이 경호원들에게 숨 쉬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다.하지만 소하비가 그날 밤 천하 유람선을 떠나지 않고 진서준과 교회 기사와의 전투를 봤다면 이런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소하비는 눈앞의 광경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경호원은 진서준의 주먹의 기세를 버텨내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고 KTX에 치인 듯 시뻘건 피가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병원 바닥에도 경호원의 붉은 피가 흥건했다.“이래도 또 덤빌 거야?”진서준은 몸을 돌려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소하비가 데려온 경호원 네 명 중에는 육급 정점 대종사와 칠급 정점 대종사도 있었다.이 네 명이 힘을 합쳐서 달려든다면 진서준도 확실히 수습하기 어려울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하지만 경호원 쪽에서 이미 먼저 공격한 마당에 진서준이 반격하지 않으면 이 경호원들은 진서준을 곤경에 몰아넣기 위해 더욱 기를 쓰고 달려들 것이다.진서준이 반격하자 나머지 세 경호원도 즉시 참전하려 했다.“그만둬.”하지만 의외로 소하비는 바로 경호원들을 제지했다.소하비는 자기가 데려온 경호원들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진서준이 자기 경호원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면 그만큼 진서준의 실력이 대단한 것이다.소하비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진서준에게 다가가 말했다.“진서준 씨, 당신 외엔 이제 제 여동생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제발 여동생의 생명을 살려주세요. 이전의 무례함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소하비 왕자님은 우리 샛터의 얼굴입니다. 어떻게 한낱 평민에게 사과할 수 있습니까?”“맞아요, 왕자님. 그렇게 사과하면 우리나라 체면이 구겨집니다.”“절대로 이 녀석과 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65화

    이 장면에 소하비는 순간 말문이 막혔고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베컨 닥터는 따귀를 맞고도 반격은커녕, 따귀를 날린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하다니, 혹시 따귀를 맞고 머리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가?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대한민국 청년의 의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베컨만이 알았다.방금 진서준이 따귀를 날린 후, 베컨은 갑자기 자기 머리가 맑아지고 심지어 흐릿하던 시력도 훨씬 좋아진 걸 느꼈다.세계가 공인하는 불치병이 이렇게 간단하게 치료되다니, 너무나도 무섭고 놀라운 일이었다.“내 의술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잖아.”진서준이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방금은 제가 눈이 멀어서 선생님의 뛰어난 의술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어요. 제 무례함을 용서해 주세요.”베컨은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베컨은 수십 년 동안 난치병을 연구해 왔고 본인의 병을 치료하는 데 십 년이나 넘는 시간을 투자했으나 결과를 얻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진서준의 따귀 한 대로 베컨의 병을 치료한 것만 봐도 진서준의 의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베컨 닥터, 지금 뭐 하는 겁니까?”소하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베컨을 바라보았다.“소하비 왕자님, 이분이야말로 진정한 신의입니다.”베컨은 고개를 들고 흥분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제 병은 이 신의 따귀 한 대로 완벽하게 치료되었습니다.”소하비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고작 따귀 한 대로 불치병을 치료했다니, 영화 시나리오도 아닌 일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났다고?하지만 소하비는 베컨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베컨은 자기 고집이 센 노인이었다.진서준이 뭔가 특별한 능력이 없다면 절대로 베컨의 인정을 받으며 사과까지 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어쩌면 자기 여동생 예린이 정말 구원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진 씨, 정말 베컨 닥터 불치병을 치료한 겁니까?”소하비의 질문에 진서준은 아니꼽게 대답했다.“저 사람이 더 잘 알겠죠.”“소하비 왕자님, 저는 제 조상님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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