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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Author: 무솔레
남우영은 웃어야 할지 한숨을 쉬어야 할지 몰랐다.

그의 굳은 표정을 본 이적은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는 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남우야, 오해는 하지 말거라. 그냥 옛날이야기 좀 꺼내서 농담한 거야. 우리 딸이 그땐 어린애라 공부밖에 몰랐지, 연애 같은 건 관심도 없었다니까. 지금 와서 웃자고 한 얘기일 뿐이야.”

“이해합니다.”

남우영이 계속해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이적은 남우영에게 차를 따라주며 덧붙였다.

“남우야, 다은이 이모가 사람 보는 눈은 끝내준다고 생각해. 다은이 이모가 괜찮은 청년이라 했으면 틀림없을 거야. 우리 가족은 큰 기대 없어. 그냥 너랑 다은이랑 서로 잘 지내면서 행복하게 살면 그걸로 충분해.”

“아버님,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남우영은 자신 넘치는 표정으로 답했지만 처가댁에서는 자신을 ‘남우’로 믿으며 품고 있을 기대와 믿음을 떠올리니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는 이다은이 결혼 얘기를 처음 꺼냈던 순간 큰 충격을 받았었다.

‘만약 내가 이다은에게 내 정체를 고백하면 나를 떠나겠지? 그리고 진짜 남우라는 사람을 찾아가 결혼할 거야.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난 같은 선택을 할 거야.’

남우영은 그녀와의 재회가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소개팅하고 결혼을 논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마음은 복잡하고 괴로웠다.

저녁 식사 시간.

저녁이 준비되자 가족은 식탁에 모였다. 소박한 반찬 몇 가지와 국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식사였다.

식사를 시작하며 신혼을 축하하는 덕담과 건배가 이어졌고 남우영은 종일 긴장한 탓에 입맛이 별로 없어 조금만 먹었다.

식사 후 이다은은 그의 캐리어를 방으로 끌고 갔고 남우영은 그녀를 따라 방 안을 둘러보았다.방은 좁고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책상 위에는 책더미와 컴퓨터가 놓여 있고, 한쪽에는 큰 옷장이, 다른 한쪽에는 폭 1.5미터 정도 되는 침대가 자리 잡아 몸을 돌릴 공간조차 없어 보였다..

“방에 화장실은 없어요?”

남우영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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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은은 부엌으로 들어가 채소를 다듬으며 아버지에게 말했다.“아빠, 여기 제가 할게요. 아빠는 나가서 좀 쉬세요.”이적은 손을 멈추고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도 하루 종일 일하고 왔잖아. 피곤할 텐데 내가 할 테니 너라도 좀 쉬어.”“저 안 피곤해요.”이다은은 단호하게 대답하며 이적을 부축해 부엌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오늘 저녁은 제가 할게요.”이적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부탁할게.”이적은 다리가 없어 과거에는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이동했지만, 몇 년 전 몇백만 원을 들여 의족을 맞췄다. 그러나 품질이 나빠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고 지금도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프고 걸을 때마다 절뚝거렸다.그는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쉬었고 이다은은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했다.30분 뒤, 간단한 두 가지 반찬과 밥 두 그릇이 식탁 위에 놓였다.“아빠, 밥 먹어요.”이다은이 부르자 이적은 식탁으로 다가와 자리에 앉아 식탁 위 음식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이다은은 자리에 앉아 젓가락으로 삼겹살 한 조각을 집어 아버지의 밥그릇에 넣으며 말했다.“아빠, 드세요.”그러나 이적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를 본 이다은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요? 어디 안 좋으세요?”이적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다은아, 너 혹시 뭐 잊은 거 없니?”“제가요? 뭘요?”이다은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자, 이적은 웃으며 말했다.“혹시 네가 결혼한 거 깜빡한 거 아니야?”이다은은 순간 멍해졌다.‘아차! 깜빡했네!’결혼했다는 사실이 아직 마음에 와닿지 않은 그녀는 늘 하던 대로 두 사람 분량의 반찬만 준비한 것이었다.그녀는 당황하며 젓가락을 내려놓고 서둘러 말했다.“제가 얼른 계란이라도 더 부칠게요. 계란후라이 괜찮으시죠?”“좋지. 몇 개 더 부쳐. 남우는 체격도 크고 잘 먹게 생겼더라.”이적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다은은 부엌으로 들어가 계란 여섯 개를 부쳤다. 계란 후라이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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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정말 바빠. 너희 부부 문제에 신경 쓸 시간도 없으니까 제발 나를 끌어들이지 말아줘.”이다은은 불쾌한 표정으로 말을 마치고는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 집으로 들어갔다.소이현은 울먹이며 등 돌려 돌아가며 중얼거렸다.“이혼하고 싶은 거면 얘기해. 애도 필요 없어.”정하늘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남우영을 향해 쏘아붙였다.“다은이는 아무 남자나 만나서 결혼할 사람이 아니에요. 이건 분명 나한테 복수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예요.”그는 말을 끝내고 소이현을 쫓아갔다.남우영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이다은은 집에 돌아와 더럽게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살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불공평해도 그녀는 불평하지 않았고 울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낙타도 마지막 한 줌의 짚에 짓눌려 무너진다더니... 나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건가 봐.’정하늘과 소이현을 만날 때마다 이다은의 마음은 찢어질 듯한 고통으로 무너졌다. 무엇보다, 그녀는 여전히 정하늘을 완전히 잊지 못하고 있었고, 그 사실이 더욱 그녀를 아프게 했다.눈물을 훔친 뒤, 이다은은 큰 짐을 챙겨 거리로 나섰다. 생계를 위해 길거리 장사를 시작해야 했지만 이번에도 불운은 그녀를 비껴가지 않았다.물건을 진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 단속반이 들이닥쳐 그녀의 모든 물건을 몰수해 버렸다. 남은 것은 텅 빈 손과 벌금 고지서 한 장뿐이었다.“물건을 되찾고 싶으면 사무소로 와서 각서를 쓰고 벌금을 내세요.”단속 공무원은 형식적인 말투로 말했다. 몰수된 물건의 가치는 200만 원 이상이었고, 이를 되찾으려면 1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이다은은 벌금 고지서를 손에 쥔 채 도로 한가운데 멍하니 서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속에서 마음은 텅 비었고,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어지러웠다.바람이 살짝 불어오며 그녀의 머리칼을 흩날리자, 마음 한쪽에는 싸늘한 허탈감이 스며들었다.‘사는 게 왜 이렇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87화

    이다은이 뒤돌아보자, 정하늘이 손수건을 꺼내 들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 얼굴의 물기를 닦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우리 여전히 가장 좋은 친구잖아...”이다은은 급히 손수건을 받아 들며 불편한 표정으로 답했다.“임신한 아내 두고 이렇게 쫓아오면 어쩌라는 거야? 하늘아,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정하늘은 당황한 듯 말했다.“그냥 네가 걱정돼서 온 거야.”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긴장한 목소리로 덧붙였다.“누가 또 괴롭히면 바로 나한테 말해. 내가 항상 널 지켜줄게. 난 여전히...”“필요 없습니다!”이다은 대신, 누군가의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낯선 발걸음 소리가 계단 아래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다은과 정하늘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검은색 수트를 입은 남우영이 계단을 내려오며 우아하고 품격 있는 분위기를 풍기며 등장했다. 몇 번 본 적 있는 모습이었지만, 이다은은 다시 한번 그의 멋진 모습에 숨이 멎는 듯했다.남우영은 그녀에게로 다가와 젖은 어깨를 한 팔로 가볍게 감싸며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고 곧은 자세에서는 압도적인 위압감이 느껴졌다.“내 아내는 내가 지킬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이다은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심장이 요동치고 몸이 굳어졌다. 그의 품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향이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정하늘은 충격을 받은 듯 남우영을 바라보다 이다은에게 시선을 돌렸다.“너 결혼했어?”이다은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황당해하고 있자, 남우영이 대신 담담히 대답했다.“네. 저희는 이미 결혼했습니다.”남우영은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정리하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어쩌다 이렇게 된 거예요?”이다은은 정신을 차리며 그의 품에서 황급히 벗어났다.“괜찮아요. 남우 씨는 출근 준비 중 아니었어요?”정하늘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고 이를 악물며 분노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다은아, 나한테 네 남편 소개 정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86화

    이다은의 얼굴에 물을 끼얹은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큰어머니였다. 큰어머니는 눈에 살기를 띤 채 목소리를 높였다.“이다은, 가서 네 엄마한테 전해! 한 번만 더 우리 아들한테 귀찮게 굴면 가만 안 둔다고! 누가 더 독한지 한번 보자고!”이다은은 화를 삼키며 얼굴에 범벅진 더러운 물을 손으로 닦아냈다.큰아버지 가족이 집안 조상 대대로 물려준 집을 강제로 빼앗았을 때도, 부모님이 큰아버지 부부와 법정까지 가며 싸웠을 때도 그녀는 입을 닫고 참았다. 하지만 이들은 그녀의 아버지가 장애를 가졌고 어머니도 능력 없으며 그녀 또한 힘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끝없이 괴롭혀 왔다.지금까지의 다툼은 묵묵히 견뎠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녀에게 직접 더러운 물을 끼얹는 모욕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조상 대대로 내려온 집도, 내 자존심도 모자라 이제는 좋아했던 남자까지 뺏겼고... 내 인생이 이렇게 실패로 끝날 운명인 거야?’이다은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큰어머니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챘다. 그리고 그녀를 곧장 더러운 물이 고인 도랑 쪽으로 끌고 갔다.“아야! 아야야야! 이 계집애가! 어디 어른한테! 이거 좀 놔! 아프다니까!”큰어머니는 이다은이 여느 때처럼 참기만 할 줄 알고 있었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끌려갔다.이다은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악취가 나고 온갖 오물이 떠다니는 얕은 도랑 속으로 밀어 넣었다.큰어머니는 도랑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이내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도랑에 빠진 큰어머니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울부짖었고 이를 본 이웃들은 이다은을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이다은은 주변의 시선을 견디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집! 조상 대대로 내려온 집을 강제로 빼앗은 건 사실이잖아요. 이미 빼앗겼으니 되찾을 방법은 없겠죠. 하지만 적어도 조용히 살았어야 하지 않나요? 제가 착하다고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 계속해서 우리 가족들을 괴롭히면 저도 어찌 될지 몰라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경고할게요. 우리 가족 괴롭히지 마세요.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85화

    “그럼 당신은요? 전에 만났던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데요?”이다은은 잠시 당황한 듯 멈칫하더니, 복잡한 감정이 어렴풋이 스쳐 가는 눈동자를 살짝 떨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런 거 없어요.”그 짧은 대답이 무겁게 가라앉아 방 안 공기마저 달라진 듯했다. 남우영은 그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며 어색한 기운에 휩싸였다.“없다니요... 좋아했던 사람은 있었죠?”이다은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어차피 같이 살기로 한 거 우리 서로 배신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 과거 얘기는 묻지 말죠?”남우영은 이상하게 가슴이 쿡쿡 쑤셨다.‘역시.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던 거야. 그런데 그 사람과는 이어질 수 없으니 다른 남자랑 적당히 맞춰서 살겠다는 거지.’그는 입술을 깨물며 마음이 뒤틀리는 기분을 참았다.“하지만 이 과거 얘긴 누가 먼저 꺼냈죠?”“미안해요.”이다은의 사과에도 남우영은 계속해서 따져 물었다.“짝사랑이었어요? 몰래 좋아했던 건가요?”이다은은 대답 대신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 들며 차분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씻고 올게요. 당신은 짐 정리나 하세요.”그녀는 잠옷을 품에 안고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마자 그녀는 벽에 기대 깊게 숨을 내쉬었고 가슴 한편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그리고 또다시 그 이름이 떠올랐다.‘정하늘...’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다. 함께 자라다 보니 두 사람은 천천히 친구 이상의 감정을 품었지만 연인이라 부르기엔 애매해진 관계가 되어버렸었다.정하늘은 언젠가 ‘우리 둘 다 서른 될 때까지 짝을 못 찾으면 그때 결혼하자.’라고 말했었다.이다은의 가장 친한 친구는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을 알고도 정하늘을 유혹했다. 그리고 결국 그와 관계를 해 혼전임신을 이유로 결혼까지 해버렸다.그 일이 이다은이 서둘러 결혼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다.늦은 밤, 작은 침대 위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함이 가득했다.남우영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84화

    “나도 아빠한테 정장 한 벌 해드리고 싶거든요. 아빠는 평생 정장을 입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이다은의 말에 옷 정리 중이던 남우영은 멈칫하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가슴 한쪽이 저릿해졌다.‘얼마나 소박하게 살아왔으면 정장을 한 번도 못 입어봤다는 게 당연하다고 느낄까...’이다은은 남우영의 의아한 표정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정장 입을 일이 없어요. 예의를 갖춰야 할 자리라 해도 단정하게만 입으면 되니까요.”“부모님 결혼하실 때도 정장 안 입으셨어요?”이다은은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그때도 우리처럼 그냥 혼인 신고하고 가족끼리 밥 한 끼 먹고 끝냈대요.”남우영은 옷장에 등을 기대고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며 물었다.“다은 씨는 결혼식하고 싶지 않아요?”이다은은 그의 질문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을 내저었다.“아니요! 절대 그런 돈 들고 힘든 일은 하지 말아요. 저는 필요 없어요.”“세상에 결혼식을 원하지 않는 여자가 있다니...”그의 말에 이다은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저는 결혼식 필요 없어요. 대신 돈 모아서 우리만의 집을 사는 게 훨씬 좋아요. 그게 더 소중하잖아요.”남우영은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며 조용히 말했다.“다은 씨 아버님께 어릴 적 이야기를 들었어요. 옛날얘기지만...”“혹시 아빠가 또 M국 장군 아들이 저한테 차였다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를 한 거예요?”남우영은 잠깐 멈칫했다.이다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맨날 그 얘기 하세요. 그냥 농담처럼 듣고 넘기세요. 별일 아니니까...”“그때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예요?”남우영은 손을 천천히 주먹 쥐며 진지하게 물었다.이다은은 그의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가방을 정리하며 태연히 대답했다.“무슨 생각이긴요. 그냥 웃겼어요. 같은 반도 아닌 옆 반 남자애가 러브레터를 주는데 어찌나 유치하고 웃기던지...”“만약 그 아이가 지금 다시 고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83화

    남우영은 웃어야 할지 한숨을 쉬어야 할지 몰랐다.그의 굳은 표정을 본 이적은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는 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남우야, 오해는 하지 말거라. 그냥 옛날이야기 좀 꺼내서 농담한 거야. 우리 딸이 그땐 어린애라 공부밖에 몰랐지, 연애 같은 건 관심도 없었다니까. 지금 와서 웃자고 한 얘기일 뿐이야.”“이해합니다.”남우영이 계속해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이적은 남우영에게 차를 따라주며 덧붙였다.“남우야, 다은이 이모가 사람 보는 눈은 끝내준다고 생각해. 다은이 이모가 괜찮은 청년이라 했으면 틀림없을 거야. 우리 가족은 큰 기대 없어. 그냥 너랑 다은이랑 서로 잘 지내면서 행복하게 살면 그걸로 충분해.”“아버님,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남우영은 자신 넘치는 표정으로 답했지만 처가댁에서는 자신을 ‘남우’로 믿으며 품고 있을 기대와 믿음을 떠올리니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그는 이다은이 결혼 얘기를 처음 꺼냈던 순간 큰 충격을 받았었다.‘만약 내가 이다은에게 내 정체를 고백하면 나를 떠나겠지? 그리고 진짜 남우라는 사람을 찾아가 결혼할 거야.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난 같은 선택을 할 거야.’남우영은 그녀와의 재회가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소개팅하고 결혼을 논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마음은 복잡하고 괴로웠다.저녁 식사 시간.저녁이 준비되자 가족은 식탁에 모였다. 소박한 반찬 몇 가지와 국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식사였다.식사를 시작하며 신혼을 축하하는 덕담과 건배가 이어졌고 남우영은 종일 긴장한 탓에 입맛이 별로 없어 조금만 먹었다.식사 후 이다은은 그의 캐리어를 방으로 끌고 갔고 남우영은 그녀를 따라 방 안을 둘러보았다.방은 좁고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책상 위에는 책더미와 컴퓨터가 놓여 있고, 한쪽에는 큰 옷장이, 다른 한쪽에는 폭 1.5미터 정도 되는 침대가 자리 잡아 몸을 돌릴 공간조차 없어 보였다..“방에 화장실은 없어요?”남우영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82화

    이다은과 부모님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밝게 미소 지으며 정중하게 말했다.“정말 고맙네. 마음에 쏙 들어...”“괜히 이렇게까지 신경 다 쓰시고... 쓰고! 허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저도 너무 좋아요. 남우 씨, 고마워요.”이다은은 미소 지으며 남우영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그의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남우’의 아버지는 암 투병 중이고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으며 ‘남우’는 홀로 안성에서 힘겹게 자리 잡고 살아가고 가여운 청년으로 알고 있었다.이다은은 문득 그가 얼마 전 자신의 지갑 속 현금을 모두 내어주었던 일을떠올랐고 설령 이 선물들이 짝퉁이라고 해도 그의 진심과 정성을 높이 사고 싶었다.이다은은 선물을 어머니에게 건네며 말했다.“엄마, 아빠랑 얘기 나누세요. 저는 저녁 준비할게요.”남우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돕겠다고 말하려 했지만, 요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주방에 들어가면 금세 들킬 것이 뻔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김연아가 그의 팔을 붙잡고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아이고, 남우는 앉아서 아버님이랑 얘기 나누고 있어. 내가 다은이를 도와 준비하면 돼.”남우영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아 이적에게 차를 따라주며 대화를 이어갔다.이적은 남우영의 직장과 삶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자동차 판매 일은 어떤가? 수입은 괜찮아? 근무 시간은 길지 않나?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세웠나?”남우영은 미리 준비한 덕분에 차분히 대답할 수 있었지만 내심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결혼 사기’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내가 사기 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진짜 남우라는 사람이었겠지. 그리고 이다은의 남편도 내가 아니었을 거고...’이적은 다시 남우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감탄하며 말했다.“남우야, 참 희한한 게 말이야.”“네? 뭐가요?”“남우를 보면 볼수록 내가 예전에 모셨던 남 장군님이 떠오른단 말이야. 훤칠한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81화

    김연아는 갑자기 나타난 남우영을 보고 깜짝 놀라 눈물도 멈춘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이청년이 네 남편이라고?”속으로는 더 혼란스러웠다.‘너무 잘생긴 거 아니야? 한눈에 봐도 기품이 넘치는 귀공자 같은데.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반듯한 청년이잖아. 이런 청년이 내 딸 남편, 내 사위라고? 이게 말이 돼?’이적도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남우 씨, 어서 들어와요. 환영합니다.”“감사합니다. 아버님,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어머님도요...”남우영은 여행용 가방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하지만 방 안의 낡고 허름한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아 어딘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김연아는 얼른 눈물을 훔치고 환한 얼굴로 부엌으로 달려가 분주한 손길로 과일을 준비했고 이적은 소파에 앉은 남우영을 유심히 살피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남우영은 축축해진 손바닥을 느끼며 등까지 뻣뻣해졌고,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몸을 움츠렸다.‘상견례는 처음이라... 장인, 장모를 뵙는다는 게 이렇게 떨리는 일이었구나...’잠시 후, 이적이 긴 숨을 내쉬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남우야, 예전에 내가 모셨던 상사랑 참 많이 닮았어. 기품 있고 딱 봐도 훌륭한 분 사내 같아 보이네.”남우영은 그의 말에 속으로 더 긴장했다.‘설마... 내가 누군지 벌써 알아보신 건 아니겠지?’그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며 공손하게 물었다.“아버님은 예전에 어디서 근무하셨었나요?”이적은 아련한 표정으로 손을 휘저었다.“다 지난 일이니 그런 얘긴 하지 말자고.”그때 이다은이 김연아가 준비한 과일을 받아 들고 와 남우영에게 건넸다.“남우 씨, 과일 드세요.”남우영은 두 손으로 차를 받아 들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감사합니다.”이다은은 밝게 웃으며 덧붙였다.“우리 아빠 옛날엔 군인이었어요. 국경 수비대에서 근무하다 다쳐서 퇴역하셨거든요.”남우영은 놀란 척하며 말했다.“아, 그러셨군요!”그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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