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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작가: 무솔레
이다은은 남우영이 타고 온 차를 보더니 그 자리에 멍하니 얼어붙었다. 그렇게 조수석 문 앞에서 한참 머뭇거리는 그녀를 본 남우영이 다가와 차 문을 열어주며 물었다.

“다은 씨, 왜 그래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이다은은 차를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몇억은 하는 차 아닌가요? 잘못 긁거나 고장 내면 저희 둘 다 감당 못 해요.”

남우영은 잠시 그녀를 보며 생각하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고 타요. 제가 조심해서 안전운전 할게요.”

이다은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차에 올랐다.

차가 도로를 달리자, 이다은은 자기 집 주소를 알려주었고, 한 시간이 지나 낡고 오래된 구도심의 허름한 건물 앞에 차가 멈췄다.

이다은은 차에서 내린 뒤 남우영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내일 구청에서 봬요.”

남우영도 창문을 내려 손을 흔들었지만,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낡고 허름한 건물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며 답답한 마음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다은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의 계단을 헉헉거리며 올라갔다. 8층 꼭대기 층에 있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캐릭터 탈을 구석에 내려놓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크게 숨을 내쉬었다.

“하아... 오늘도 정말 너무 많이 뛰어다녔네.”

그때 옥상에서 세탁물을 한가득 담은 빨래 바구니를 들고 다리를 저는 그녀의 아버지, 이적이 내려왔다.

“다은아, 이제 퇴근해서 온 거야?”

이다은은 아버지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달려가 빨래 바구니를 받아들며 말했다.

“아빠, 제가 할게요.”

이적은 바구니를 건네고 천천히 거실로 내려와 자리에 앉았다.

이다은이 빨래를 하나씩 꺼내 정성스럽게 개기 시작하자, 이적도 옆에 앉아 빨래를 개며 무심히 물었다.

“다은아, 요즘엔 선 봤던 남자 안 만났어?”

이다은은 빨래를 개던 손을 멈추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빠, 저 결혼하려고요.”

이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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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아빠한테 정장 한 벌 해드리고 싶거든요. 아빠는 평생 정장을 입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이다은의 말에 옷 정리 중이던 남우영은 멈칫하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가슴 한쪽이 저릿해졌다.‘얼마나 소박하게 살아왔으면 정장을 한 번도 못 입어봤다는 게 당연하다고 느낄까...’이다은은 남우영의 의아한 표정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정장 입을 일이 없어요. 예의를 갖춰야 할 자리라 해도 단정하게만 입으면 되니까요.”“부모님 결혼하실 때도 정장 안 입으셨어요?”이다은은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그때도 우리처럼 그냥 혼인 신고하고 가족끼리 밥 한 끼 먹고 끝냈대요.”남우영은 옷장에 등을 기대고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며 물었다.“다은 씨는 결혼식하고 싶지 않아요?”이다은은 그의 질문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을 내저었다.“아니요! 절대 그런 돈 들고 힘든 일은 하지 말아요. 저는 필요 없어요.”“세상에 결혼식을 원하지 않는 여자가 있다니...”그의 말에 이다은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저는 결혼식 필요 없어요. 대신 돈 모아서 우리만의 집을 사는 게 훨씬 좋아요. 그게 더 소중하잖아요.”남우영은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며 조용히 말했다.“다은 씨 아버님께 어릴 적 이야기를 들었어요. 옛날얘기지만...”“혹시 아빠가 또 M국 장군 아들이 저한테 차였다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를 한 거예요?”남우영은 잠깐 멈칫했다.이다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맨날 그 얘기 하세요. 그냥 농담처럼 듣고 넘기세요. 별일 아니니까...”“그때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예요?”남우영은 손을 천천히 주먹 쥐며 진지하게 물었다.이다은은 그의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가방을 정리하며 태연히 대답했다.“무슨 생각이긴요. 그냥 웃겼어요. 같은 반도 아닌 옆 반 남자애가 러브레터를 주는데 어찌나 유치하고 웃기던지...”“만약 그 아이가 지금 다시 고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83화

    남우영은 웃어야 할지 한숨을 쉬어야 할지 몰랐다.그의 굳은 표정을 본 이적은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는 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남우야, 오해는 하지 말거라. 그냥 옛날이야기 좀 꺼내서 농담한 거야. 우리 딸이 그땐 어린애라 공부밖에 몰랐지, 연애 같은 건 관심도 없었다니까. 지금 와서 웃자고 한 얘기일 뿐이야.”“이해합니다.”남우영이 계속해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이적은 남우영에게 차를 따라주며 덧붙였다.“남우야, 다은이 이모가 사람 보는 눈은 끝내준다고 생각해. 다은이 이모가 괜찮은 청년이라 했으면 틀림없을 거야. 우리 가족은 큰 기대 없어. 그냥 너랑 다은이랑 서로 잘 지내면서 행복하게 살면 그걸로 충분해.”“아버님,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남우영은 자신 넘치는 표정으로 답했지만 처가댁에서는 자신을 ‘남우’로 믿으며 품고 있을 기대와 믿음을 떠올리니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그는 이다은이 결혼 얘기를 처음 꺼냈던 순간 큰 충격을 받았었다.‘만약 내가 이다은에게 내 정체를 고백하면 나를 떠나겠지? 그리고 진짜 남우라는 사람을 찾아가 결혼할 거야.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난 같은 선택을 할 거야.’남우영은 그녀와의 재회가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소개팅하고 결혼을 논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마음은 복잡하고 괴로웠다.저녁 식사 시간.저녁이 준비되자 가족은 식탁에 모였다. 소박한 반찬 몇 가지와 국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식사였다.식사를 시작하며 신혼을 축하하는 덕담과 건배가 이어졌고 남우영은 종일 긴장한 탓에 입맛이 별로 없어 조금만 먹었다.식사 후 이다은은 그의 캐리어를 방으로 끌고 갔고 남우영은 그녀를 따라 방 안을 둘러보았다.방은 좁고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책상 위에는 책더미와 컴퓨터가 놓여 있고, 한쪽에는 큰 옷장이, 다른 한쪽에는 폭 1.5미터 정도 되는 침대가 자리 잡아 몸을 돌릴 공간조차 없어 보였다..“방에 화장실은 없어요?”남우영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82화

    이다은과 부모님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밝게 미소 지으며 정중하게 말했다.“정말 고맙네. 마음에 쏙 들어...”“괜히 이렇게까지 신경 다 쓰시고... 쓰고! 허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저도 너무 좋아요. 남우 씨, 고마워요.”이다은은 미소 지으며 남우영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그의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남우’의 아버지는 암 투병 중이고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으며 ‘남우’는 홀로 안성에서 힘겹게 자리 잡고 살아가고 가여운 청년으로 알고 있었다.이다은은 문득 그가 얼마 전 자신의 지갑 속 현금을 모두 내어주었던 일을떠올랐고 설령 이 선물들이 짝퉁이라고 해도 그의 진심과 정성을 높이 사고 싶었다.이다은은 선물을 어머니에게 건네며 말했다.“엄마, 아빠랑 얘기 나누세요. 저는 저녁 준비할게요.”남우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돕겠다고 말하려 했지만, 요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주방에 들어가면 금세 들킬 것이 뻔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김연아가 그의 팔을 붙잡고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아이고, 남우는 앉아서 아버님이랑 얘기 나누고 있어. 내가 다은이를 도와 준비하면 돼.”남우영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아 이적에게 차를 따라주며 대화를 이어갔다.이적은 남우영의 직장과 삶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자동차 판매 일은 어떤가? 수입은 괜찮아? 근무 시간은 길지 않나?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세웠나?”남우영은 미리 준비한 덕분에 차분히 대답할 수 있었지만 내심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결혼 사기’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내가 사기 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진짜 남우라는 사람이었겠지. 그리고 이다은의 남편도 내가 아니었을 거고...’이적은 다시 남우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감탄하며 말했다.“남우야, 참 희한한 게 말이야.”“네? 뭐가요?”“남우를 보면 볼수록 내가 예전에 모셨던 남 장군님이 떠오른단 말이야. 훤칠한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81화

    김연아는 갑자기 나타난 남우영을 보고 깜짝 놀라 눈물도 멈춘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이청년이 네 남편이라고?”속으로는 더 혼란스러웠다.‘너무 잘생긴 거 아니야? 한눈에 봐도 기품이 넘치는 귀공자 같은데.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반듯한 청년이잖아. 이런 청년이 내 딸 남편, 내 사위라고? 이게 말이 돼?’이적도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남우 씨, 어서 들어와요. 환영합니다.”“감사합니다. 아버님,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어머님도요...”남우영은 여행용 가방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하지만 방 안의 낡고 허름한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아 어딘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김연아는 얼른 눈물을 훔치고 환한 얼굴로 부엌으로 달려가 분주한 손길로 과일을 준비했고 이적은 소파에 앉은 남우영을 유심히 살피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남우영은 축축해진 손바닥을 느끼며 등까지 뻣뻣해졌고,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몸을 움츠렸다.‘상견례는 처음이라... 장인, 장모를 뵙는다는 게 이렇게 떨리는 일이었구나...’잠시 후, 이적이 긴 숨을 내쉬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남우야, 예전에 내가 모셨던 상사랑 참 많이 닮았어. 기품 있고 딱 봐도 훌륭한 분 사내 같아 보이네.”남우영은 그의 말에 속으로 더 긴장했다.‘설마... 내가 누군지 벌써 알아보신 건 아니겠지?’그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며 공손하게 물었다.“아버님은 예전에 어디서 근무하셨었나요?”이적은 아련한 표정으로 손을 휘저었다.“다 지난 일이니 그런 얘긴 하지 말자고.”그때 이다은이 김연아가 준비한 과일을 받아 들고 와 남우영에게 건넸다.“남우 씨, 과일 드세요.”남우영은 두 손으로 차를 받아 들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감사합니다.”이다은은 밝게 웃으며 덧붙였다.“우리 아빠 옛날엔 군인이었어요. 국경 수비대에서 근무하다 다쳐서 퇴역하셨거든요.”남우영은 놀란 척하며 말했다.“아, 그러셨군요!”그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반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80화

    차에서 내리자마자 두 사람은 앞쪽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웅성거렸고 가까이 다가가자, 그 중심에서 두 여자가 격렬히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이다은은 싸움 소리를 듣자마자 표정이 굳어지더니 곧바로 달려갔다.“다은 씨!”남우영은 그녀를 따라가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이다은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안쪽으로 들어가 싸우고 있는 한 여자가 자신의 엄마라는 걸 확인했다. 알고 보니 엄마와 큰어머니가 소리 높여 싸우고 있던 것이었다.이다은의 엄마, 김연아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목소리에는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형님! 양심은 밥 말아 드셨나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집을 이렇게 뺏어가도 되는 겁니까?”큰어머니는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쏘아붙였다.“양심? 양심 없는 건 너희 집이잖아! 네 남편은 다리 절지, 네 딸은 대학에 떨어졌지, 너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까지 다쳐서 쓸모없는 인간이 됐지... 하늘도 너희 집 꼴 보기 싫어서 벌 준 거야! 그런 집에 무슨 재산을 돌려줘? 주제 파악 좀 해!”김연아는 기가 막혀 울먹였지만 언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처음엔 아들 신혼집으로 잠깐 빌려달라더니, 2년 뒤에 비워주겠다던 사람이 명의까지 싹 바꿔버렸잖아요! 이걸 도둑질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얼굴도 두꺼워요, 정말!”큰어머니는 허리에 손을 얹고 눈을 흘기며 쏘아붙였다.“그 집은 아버님께서 내 아들한테 물려준 거라고! 잠깐 살았다고 다 자기 집 되는 줄 아나 봐? 어이가 없네, 정말!”“그럼 아버님이 그걸 왜 제 손에 직접 줬겠어요? 형님, 이제 거짓말도 수준 높여야 먹힐 텐데요?”“뭘 그렇게 잘났다고 까불어? 집이 없어 제대로 밥도 못 빌어먹는 주제에 재산 운운하네? 정말 가소롭다! 가소로워!”이다은의 큰어머니는 끝없이 독설을 퍼부었고 김연아는 눈물이 터질 듯했지만 끝까지 맞섰다.그 모습을 본 이다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다가가 부축했다.“엄마, 그만해요. 이런 사람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79화

    이다은은 컴퓨터를 켜고 쇼핑몰 관리자 페이지에 로그인했지만, 거래 완료된 주문은 하나도 없고 답장하지 못한 문의 메시지만 가득한 화면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답답한 마음으로 하나씩 정성껏 답장을 보냈지만, 새로운 손님은커녕 추가 메시지도 오지 않는 적막한 화면에 멍하니 시선을 두다가 결국 다른 화면으로 넘어갔다.새로 띄운 화면에는 빽빽한 코드와 무인 로켓의 데이터 구조가 가득 떠 있었다.이다은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다가 이마를 짚으며 깊은 고민에 빠진 끝에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두 시간 동안 코드를 작성하고 저녁을 먹은 뒤에도 세 시간이나 작업에 매달렸다.밤늦게 작업을 마치고 파일을 보냈지만, 그녀가 손에 쥔 돈은 고작 60만 원에 불과했다.‘학력이 없으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값싼 노동자로만 보이는구나...’그녀는 가끔 이 모든 걸 버리고 싶을 만큼 깊은 절망에 빠지곤 했다. 컴퓨터를 끄고 스트레칭을 하며 욕실로 들어가면서도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한때 그녀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운명이 바뀔 거라 믿었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M국 항공우주대학교 합격 통지서가 도용되면서 그녀는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그 일은 그녀의 꿈과 미래를 부숴버렸고 지금까지 체념하며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다음 날 아침, 약속대로 남우영과 두 번째 만남을 가진 이다은은 드디어 손에 혼인관계증명서를 쥐게 되었다.남우영이라는 잘생긴 남편이 생겼지만 그녀는 여전히 담담했다. 그녀에게 결혼은 그저 누구와 하든 큰 차이가 없는 일이었다.‘결혼이란 건 결국 평생 팀플할 팀원을 고르는 거지. 게다가 부모님 잔소리에서도 해방될 수 있게 됐으니, 이보다 완벽한 일거양득이 어딨어?’구청을 나서며 혼인관계증명서를 내려다보던 이다은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남우 씨, 근데 왜 이름이 남우영으로 되어있어요? 남우 아니었어요?”남우영은 순간 표정이 굳더니 억지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주민등록증엔 남우영으로 되어있어요. 어릴 때부터 가족들이 남우라고 불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78화

    이다은은 남우영이 타고 온 차를 보더니 그 자리에 멍하니 얼어붙었다. 그렇게 조수석 문 앞에서 한참 머뭇거리는 그녀를 본 남우영이 다가와 차 문을 열어주며 물었다.“다은 씨, 왜 그래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이다은은 차를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몇억은 하는 차 아닌가요? 잘못 긁거나 고장 내면 저희 둘 다 감당 못 해요.”남우영은 잠시 그녀를 보며 생각하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고 타요. 제가 조심해서 안전운전 할게요.”이다은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차에 올랐다.차가 도로를 달리자, 이다은은 자기 집 주소를 알려주었고, 한 시간이 지나 낡고 오래된 구도심의 허름한 건물 앞에 차가 멈췄다.이다은은 차에서 내린 뒤 남우영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내일 구청에서 봬요.”남우영도 창문을 내려 손을 흔들었지만,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낡고 허름한 건물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며 답답한 마음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이다은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의 계단을 헉헉거리며 올라갔다. 8층 꼭대기 층에 있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캐릭터 탈을 구석에 내려놓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크게 숨을 내쉬었다.“하아... 오늘도 정말 너무 많이 뛰어다녔네.”그때 옥상에서 세탁물을 한가득 담은 빨래 바구니를 들고 다리를 저는 그녀의 아버지, 이적이 내려왔다.“다은아, 이제 퇴근해서 온 거야?”이다은은 아버지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달려가 빨래 바구니를 받아들며 말했다.“아빠, 제가 할게요.”이적은 바구니를 건네고 천천히 거실로 내려와 자리에 앉았다.이다은이 빨래를 하나씩 꺼내 정성스럽게 개기 시작하자, 이적도 옆에 앉아 빨래를 개며 무심히 물었다.“다은아, 요즘엔 선 봤던 남자 안 만났어?”이다은은 빨래를 개던 손을 멈추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말했다.“아빠, 저 결혼하려고요.”이적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77화

    이다은은 눈웃음을 지으며 기쁨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그동안 선을 보면서 만난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집안 형편이 가난하다느니, 학력이 부족하다느니, 성격이 유치하다느니 하며 그녀의 단점을 들춰내기 바빴다.하지만 이번엔 달랐다.‘그것도 이렇게 잘생기고 멋진 남자가 인정해 주다니... 집이 가난한 건 서로 똑같으니까 오히려 잘된 거야. 적어도 누가 누구를 나무랄 일은 없으니까.’더군다나 이다은의 이모는 이미 그의 고향으로 시집가 그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까탈스러운 이모가 그를 성실하고 착하며 남편감으로 손색이 없는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니 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이다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목소리가 낮아졌다.“저도 남우 씨가 맘에 들어요. 우리 그냥 내일 혼인 신고하러 가요.”남우영은 눈이 동그래지며 놀라 되물었다.“혼인 신고요? 오늘 선보고 내일 바로 혼인 신고요? 그래도 시간을 두고 서로 좀 더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이다은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어차피 부부로 살아가는 건 현실적인 문제잖아요. 적당히 맞춰 가면서 살다 보면 되는 거 아닌가요?”남우영은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하다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살짝 당황한 듯 입을 열었다.“그건 그렇지만...”이다은은 남우영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싱긋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물론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고 싶으시다면 저도 받아들일게요. 다만... 이모에게서 남우 씨 아버님이 암 투병 중이셨다가 지금은 많이 나아지셨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남우 씨의 결혼 문제로 걱정을 많이 하신다면서요? 그래서 저는 남우 씨가 저보다 더 급하신 줄 알았거든요.”남우영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우리 혼인 신고합시다.”이다은은 엄청나게 기뻐하기보다는 오히려 오래된 숙제를 끝낸 것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필요한 서류 챙겨서 내일 아침 일찍 구청 앞에서 만나요.”남우영은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76화

    골목을 벗어나자마자 이다은은 여전히 개구리 캐릭터 탈을 품에 안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남자를 발견했다.그 남자는 다름 아닌 남우영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이다은은 그를 단순히 맞선남 ‘남우 씨’로만 알고 있었다.남우영은 이다은을 애타게 찾는 듯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눈이 마주친 순간 성큼성큼 다가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물었다.“작은 개구리 탈 하나 제작하는 데 도대체 얼마나 드는데요?”“만... 만원이요.”이다은이 대답하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그러면 고작 만원 때문에 여기까지 따라왔다는 거예요?”다소 황당하다는 어투가 담긴 질문에 이다은의 표정이 굳어졌고 목소리에는 살짝 짜증이 묻어났다.“마치 고작 몇 푼 때문에 생고생이라도 했다는 식으로 얘기하시네요?”“돈 문제가 아니라면... 그럼 뭐때문에 이렇게 고생하셨단 거죠?”남자가 당황한 듯 다시 묻자, 이다은은 코웃음치며 속으로 생각했다.‘역시 잘생긴 얼굴이 다는 아니라니까!’조금 언짢았지만 이다은은 최대한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고작 만원이 아니에요. 오천 원은 저에게 이틀 치 밥값이기도 하고요. 새벽부터 일어나 두 시간 걸려 도매시장까지 가서 어렵게 가져온 개구리 캐릭터들이에요. 제가 하나하나 기대를 담아 준비한 거라고요. 심지어 단속 공무원들 피해 가며 골목에서 한 시간이나 도망쳤는데 그걸 훔쳐 간 사람이 결국 ‘할머니의 모습’을 한 도둑이었다는 거죠. 제가 그걸 되찾으려고 한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세요?”남우영은 이다은의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개구리 캐릭터 탈을 내려놓고 자기 지갑에서 현금을 몽땅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이 정도면 오늘 손해 본 건 다 메꿀 수 있겠죠?”그는 이다은이 더 이상 속상해하지 않길 바랐다. 이런 일로 괜히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피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오늘 소개팅을 잘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이다은은 그의 손에 들린 현금다발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남우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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