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이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여관으로 달려갔을 때,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프런트 직원이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또 경찰이네.”그러자 형사가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죠?”직원이 엘리베이터를 가리키며 말했다.“누가 신고해서 매니저님이 방금 경찰 몇 명을 데리고 올라갔어요.”경찰은 그 일을 상관하지 않고 다급히 물었다.“오늘 밤 손님 중에 술 취한 남자를 데리고 온 유미라는 여자가 있나요?”정안과 유동진은 직원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형사가 검문하는 동안 급히 엘리베이터 앞으로 달려가 층수를 보았다.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멈췄다.정안이 버튼을 눌렀고 류청과 지윤도 따라왔다.“3층이야.”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프런트 직원에게 문의한 형사가 달려 들어왔고 그들은 함께 3층으로 올라갔다.302호실 입구, 앞에 온 경찰이 아직도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류청이 부랴부랴 달려가 그들을 밀어젖혔다.“노크할 필요 없어요. 그냥 부수고 들어가요. 내가 배상할 테니까!”말을 마친 류청은 발을 들어 힘껏 문을 걷어찼고 쿵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문이 열렸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방으로 뛰어들었다.커다란 침대에서 남하준이 옷을 입은 채로 가로누워 있었는데 숙취가 든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때 유동진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긴장해서 말했다.“유미야!”“음음!”욕실에서 여자가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렸다.정안은 침대 가장자리로 달려가 앉아 남하준의 볼을 쓰다듬으며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드디어 풀렸다.“오빠. 오빠 일어나봐요.”류청과 지윤은 유동진을 따라 화장실에 갔고 경찰도 따라갔다.화장실 문을 여니 유미가 샤워 봉에 뒷손으로 묶인 채 하얀 수건으로 입이 막혀 있었다.이 광경을 본 지윤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이 여자는 역시 자기 분수를 몰랐다.남하준이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여자 한 명을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유동진이 다가가 유미 손목의 넥타이를 풀고 그녀의 입에 있는 수건을 뽑았다.“오빠!”유미는 곧 울음이 터질
유미는 아직도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었다.유동진은 유미를 데리고 경찰과 함께 떠났고 류청은 남하준을 업고 정안과 지윤의 에스코트 아래 여관을 떠났다.결코 잠들기 어려운 밤이었다.정안은 혼수상태에 빠진 남하준을 데리고 집에 갈 수 없어 호텔에서 묵을 수밖에 없었고 류청과 지윤은 집에 돌아가 묵었다.고요한 새벽의 밤.정안은 치솟는 남하준의 체온을 낮추려고 쉴 새 없이 그의 몸을 닦아주었다.그는 아마 약에 중독되어 혼수상태에 빠졌을 것이고 어떤 기능도 극도로 흥분되었을 것이다.정안은 남하준이 욕망을 발산하면 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 사람의 옷을 벗기고 남하준의 입술에 천천히 키스하고 그의 위에 허벅지를 걸치고 앉았다.그녀가 리드하려 할 때 남하준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정안은 한바탕 놀라며 황급히 그의 입술에서 떨어져 긴장하며 물었다.“깼어요?”남하준이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완이?”정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까운 듯 입술을 오므리고 붉게 달아오른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미안해요. 하마터면 오빠 큰일 날 뻔했어요.”남하준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침대 위로 세게 확 뿌리쳤다.“아!”정안은 손목이 너무 아파서 뒹굴다가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다.남하준은 벌떡 일어나 깨끗하게 벗겨진 자기 몸을 내려다보더니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부자리를 잡아당겨 허리에 감은 채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들어섰다.“오빠 왜 그래요?”정안이 다른 이불을 끌어다가 몸에 걸치고 화장실 문으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꺼져!”남하준이 노호하더니 곧 물소리가 들려왔다.정안은 완전히 얼빠졌다.“오빠 나 완자예요. 백완자. 오빠 아내.”“꺼지라니까!”정안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남하준은 한 번도 그녀에게 이렇게 모질게 말한 적이 없었다.설마 늦게 왔다고 화난 걸까?아니면 술에 취한 그를 잘 돌보지 못하고 유미의 손에 넘어갈 뻔했다고 화난 걸까?정안은 눈물이 핑 돌았고 갖은 추측에
정안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다.이튿날 아침.정안은 일어나서 깨끗이 씻고 시간을 보고는 옆방에 있는 남하준에게 가보려 했다.그녀가 문을 열자마자 문 앞에 꼼짝 않고 서 있는 남하준을 보고는 놀라서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남하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반짝이는 눈망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제 진짜 정신이 들어요?”정안이 조곤조곤 놀렸다.“진짜 너였어?”“당연하죠. 환각인 줄 알았어요?”“얼마든지 환각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잖아.”“아직도 힘들어요?”“응.”남하준은 가볍게 내뱉더니 그녀를 방으로 밀어 넣었고 방문을 닫았다.그는 정안의 몸을 안아 올리고 고개를 젖혀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며 침대로 향했다.정안은 하룻밤이 지나면 약효가 거의 없어질 거로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그는 계속 참고 있을 뿐 약효가 떨어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은 호텔 방의 큰 침대에서 열정적으로 한참을 뒤척였다.정안은 몸이 나른하고 팔다리에 힘이 없고 피곤해서 잠이 올 것 같았다.식사도 룸서비스를 시켜 방에서 해결했다.경찰서 안.유미는 꼬박 하루를 갇혔지만 경찰은 그녀를 놓아줄 의사가 없었다.저녁이 되자 남하준이 유동진과 함께 유미를 보러 경찰서에 왔다.경찰이 남하준에게 입건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일단 입건되면 유미는 감옥에 갈 것이다.비록 형기가 길지는 않지만 전과 기록이 생기고 전도에 영향 주고 3대가 공무원이 될 수 없을 것이다.조사실.남하준과 유동진이 유미의 맞은편에 앉았고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초췌하고 쇠약한 모습이었다.유동진은 안쓰러워 눈물을 훔쳤다.“유미야. 대체 왜 그랬어? 뭘 얻으려고? 하준이는 너 안 좋아한다고. 정말 너에게 마음이 없는데 대체 언제 정신 차릴래?”“그럼 오빠인 나도 도와줄 수가 없잖아? 왜 계속 내 친구를 괴롭히냐고? 하준이는 가정도 있고 아이도 있어. 넌 하준이가 행복하기를 원해? 아니면 고통받기를 원해? 너 왜 이렇게 이기적이니?”“말끝마다 하준이 사랑한
유미가 울먹였다.“나 안 아파!”“그럼 입건이야.”남하준이 차갑게 말하자 유동진이 당황해서 소리쳤다.“유미야. 대체 언제까지 미친 짓 할래? 하준이가 넓은 아량으로 살 길을 마련해 주었는데 왜 계속 버텨? 치료하지 않을 거면 그냥 감방에서 썩어!”유미는 아래 입술을 깨물고 뺨의 눈물을 닦으며 강인한 눈빛으로 남하준을 바라보았다.“하나만 물어볼게. 솔직히 대답해줘.”“좋아.”유미가 생각하더니 물었다.“네 아내와 아들을 걸고 맹세해.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모두 진실이라고.”남하준이 그녀의 뜻대로 사실만을 말하겠다고 처자식을 걸고 맹세하자 유미는 그제야 만족하고 물었다.“만약 백완자가 없었다면 내게 희망이 있는 거야?”남하준은 생각도 않고 내뱉었다.“만약 완자가 없다고 해도 난 너 좋아하지 않았을 거고 우리가 함께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어. 정확히 말해, 이 세상에 여자가 너 하나뿐이라고 해도 네가 아니라 차라리 네 오빠를 선택했을 거야.”유동진은 입을 떡 벌리고 놀라서 몸을 떨더니 침을 꿀꺽 삼켰다.유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려 울부짖기 시작했고 남하준은 유동진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의 뜻을 표했다.유미는 한바탕 울고 나서 결국 후자를 선택했고 경찰서에서 나와 남하준과 유동진에 의해 바로 정신과 병원에 입원했다.병원을 떠날 때, 유동진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식했다.“세상에 여자가 많아서 다행이야. 아니면 내가 네 매력을 당해내지 못하고 동성을 사랑하게 됐겠지.”남하준이 주먹을 쥐고 그의 가슴을 세게 치자 유동진은 가슴을 가리고 아픈 표정을 지었다.“네 동생 단념시키려고 한 말인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유동진이 웃으며 비꼬았다.“뭐야? 나 그 말에 설렐 뻔했어.”남하준이 뒤에 있는 정신병원을 가리켰다.“네 동생이랑 함께 병원에 보내줄까?”유동진은 급히 정색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아니. 장난이야. 난 여자 좋아해. 취미도 여자고 취향도 여자야.”“가자. 데려다줄게.”남하준이 차 키를 꺼내
유미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지 사흘 만에 구인아가 백씨 가문에 찾아왔다.남하준은 공무로 외출 중이었고 백진이 그녀를 접대했다.정안은 선샤인 하우스에서 꽃을 잘라 안고 들어왔다.방문 앞 정원 앞에는 낯선 남자의 뒷모습이 쭈그리고 앉아 백건에게 말을 걸었고 도우미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정안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걸어갔다.다가가자 선우석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다.그녀는 심장이 움찔하고 긴장해서 오금이 저려 손에 든 꽃을 홱 뿌리치고 황급히 달려가 백건을 품에 꼭 안은 채 경계하며 눈앞의 남자를 노려보았다.선우석은 어안이 벙벙하여 정안의 매서운 눈초리를 마주치자 음산하게 웃으며 천천히 일어섰다.도우미가 긴장해서 말했다.“아가씨, 왜 그러세요?”정안은 백건을 도우미에게 맡기고 차갑게 명령했다.“지금 당장 건이 데리고 들어가세요. 앞으로 절대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게 두지 마시고요. 특히 눈앞에 있는 이 사람.”도우미가 백건을 받아 안고 서둘러 떠났다.선우석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좀 섭섭하네. 이미 본 지가 몇 번인데 나 낯선 사람 취급하지?”“당신 어떻게 들어왔어? 누가 들여보냈어?”정안이 화를 참고 묻자 선우석이 느릿느릿 다가갔다.“저번에 나 발로 찬 일에 대해서 아직 추궁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날카롭게 굴면 어쩌나? 난 정정당당하게 차 몰고 들어왔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정안은 그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긴장하여 뒤로 물러섰다.그가 백인호라는 사실은 이미 확실했지만 증거가 없었다.이렇게 위험한 인물은 테러리스트보다 더 무서웠다.남하준이 류청을 데리고 나갔고 집에도 다른 경호원이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집사님!”정안이 집을 향해 소리치자 집사가 급히 걸어 나왔다.“네. 아가씨.”“이 사람 당장 쫓아내세요.”정안이 명령하자 집에서 나오던 구인아가 화를 내며 물었다.“백씨 집안은 손님을 이런 식으로 대접하나?”정안이 고개를 돌려보니 구인아가 그녀의 할아버지를 모시고 문을 나서는 것이
정안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정말 자기 주제도 모르고 함부로 나대는 여자였다.정안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인아 씨 아버지께서도 이렇게 분별없는 말은 하지 못하실 거예요. 남편이 아직 정통의 자리에 앉지도 못했는데 벌써 이렇게 날뛰다니. 만약 나라가 정말 당신 남편 손에 넘어간다면 얼마나 참혹하겠어요.”구인아는 이를 악물고 정안의 얼굴을 손가락질하며 악독하게 말했다.“백완자. 너 두고 봐.”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고 선우석은 뜨거운 눈빛으로 정안을 잠시 바라보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껌딱지처럼 구인아의 뒤를 따라 떠났다.백진이 정안의 곁에 다가가 걱정스레 물었다. “완자야. 너 괜찮아?”정안은 마음을 가다듬고 백진의 팔짱을 끼고 집으로 들어가며 당부했다.“할아버지. 앞으로 어떤 이유로든 절대 선우석 부부를 집에 들여보내시면 안 돼요. M국에서는 아직 하준 오빠에게 감히 미움을 살만한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 할아버지는 더욱 완강한 태도를 보이셔도 돼요.”백진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랑스레 말했다.“그래. 네 말대로 하마. 하준이가 지켜준다면 우린 누구도 두렵지 않아.”정안은 엷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대선이 다가올수록 남하준은 더욱 바삐 돌아쳤다.정안은 국경으로 갈 준비를 시작했고 몇 달 동안 중단했던 업무도 서서히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곧이어 정안은 905 공정의 영입 임명 협의서를 받았고 그녀는 수석 엔지니어 겸 지도 고문으로 임명되었다.이번 공사 책임자 명단에서 그녀는 류강우의 이름을 보았다.유미의 동창이자 2팀의 팀장, 전문 지식은 부족하지만 인맥이 탄탄한 팀장이었다.그가 있는 한, 이 프로젝트의 명단 심사가 충분히 엄격하지 않은 것 같았다.스케줄이 달라 정안은 아들을 데고 먼저 국경으로 가서 빨리 905 공정에 투입해야 했고 남하준은 수도에 머물며 대선까지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떠나기 전날, 정안은 남하준과 함께 아들을 보여주러 시댁에 갔다.남씨 가문 별장의 거실.허윤미가 손자를
남하준은 참지 못하고 다시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그래. 조심할게.”이 장면을 마침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남영준과 최서윤이 보았고 최서윤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그녀는 소파에 와서 앉더니 아이도 보지 않고 시부모님께 인사도 하지 않고 마치 온 세상이 그녀에게 빚진 것처럼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정안이 다급히 남하준의 품에서 벗어나 똑바로 앉아 인사했다.“형님.”남영준이 뒤에서 걸어오며 활짝 웃었다.“두 사람 왔어?”“네. 형.”남영준과 정안이 이구동성으로 인사를 했고 남영준은 부모님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품에 안긴 아이를 보며 즐겁게 웃었다.최서윤은 불쾌한 듯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정안을 보았다.“형수 눈이 불편해요?”남하준이 차갑게 묻자 최서윤은 꾹 참으며 냉소를 지었다.“도련님 참 자기 아내를 아끼네요. 눈빛 하나도 용납 못 해요?”남하준이 날카롭게 말했다.“알았으니 앞으로 태도에 주의해 주시죠.”남영준과 부모님은 어안이 벙벙하여 천천히 그들을 바라보았고 정안이 재빨리 남하준의 손을 잡고 슬쩍 당겼다.“나 괜찮으니까 그러지 말아요.”“난 늘 이런 태도였어요. 도련님 아내가 괴롭힘당하는 것 같으면 앞으로 집에 데려오지 마시죠. 난 완자가 특히 눈에 거슬려서 말이에요.”남하준의 태도가 더욱 강경해졌다.“완자는 한 번도 형수님에게 미움을 산 적이 없을 텐데요?”최서윤은 가슴에 두 손을 두른 채 소파에 기대고 오만하게 말했다.“그게 뭐요? 사람 싫어하는데 이유가 있어야 하나?”이 집에서 남창민과 허윤미는 항상 평화를 지상 하는 마음으로 평소에도 아들과 며느리의 눈치를 보며 살았다.그들은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또 최서윤의 거만한 태도에 익숙해져 아이를 안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남영준은 항상 최서윤의 기에 눌려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했다.그의 이런 성격 때문에 최서윤이 집에서 이토록 거리낌이 없이 행동할 수 있었다.하지만 남하준은 최서윤을 내버려 두지 않고 따져 물었다.“이유가 없는 게 확실해?”순간 남
최서윤은 침묵했다.그녀는 반박하지 않고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재산 분할은 똑바로 해. 나 언제든지 시간 있어.”말을 마친 최서윤은 차가운 얼굴로 올라갔고 남영준은 소파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통스럽게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옆쪽 단풍나무 숲 별장 오두막, 남하준과 정안이 문을 두드렸다.도우미가 문을 열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도련님, 사모님. 오셨어요?”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걸어 들어갔다.남태준은 한창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고 있었다.두 사람이 헬스장 입구에 도착하자 정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태준 오빠.”남태준이 버튼을 만지작거리다가 기계를 끄고 물었다.“완자야?”“맞아요. 나예요.”정안이 웃으며 대꾸하자 남태준이 앞을 더듬으며 정안에게 다가갔고 정안이 그를 잡아주려고 손을 뻗었다.그러자 남하준이 정안의 손을 홱 잡아당기고는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남태준은 남하준의 손을 만진 순간 떨떠름하더니 피식 웃었다.“하준이도 왔어?”남하준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형 이젠 손으로 사람을 알아봐?”“완자는 나 보러 올 때마다 제일 먼저 와서 내 손을 잡아. 너만 나 라이벌로 생각해서 네 아내 손도 못 만지게 하지.”정안은 몰래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었고 남하준은 약간 어색한 듯 남태준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형. 라이벌이라니. 말도 안 돼.”“전에도 그렇고 늘 그랬어 넌.”남하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숨을 내쉬더니 급히 화제를 돌렸다.“요즘 건강은 좀 어때?”그러자 남태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화제 돌릴 생각하지 마.”세 사람이 소파에 앉았지만 남태준은 여전히 남하준을 붙잡고 놀려댔다.“어렸을 때 완자가 너보다 날 더 좋아했잖아. 그래서 넌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고 심지어 나를 연적으로 여겼어.”“형. 점심은 먹었어?”남하준은 머쓱하기도 하고 그런 걸 생각하면 자신이 바보 같아 계속 화제를 돌렸지만 남태준은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완자야. 그렇
남서연은 빠른 걸음으로 뛰어내려 계단 모퉁이에 서서 백건의 뒷모습을 보며 외쳤다.“오빠, 우리 결혼해요!”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또렷했다.떠들썩한 거실이 폭탄을 떨어뜨린 듯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입을 딱 벌린 채 남서연을 충격적으로 바라보았다.온 집안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백건은 움찔하더니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거실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드러난 충격이 그에게 이것이 사실이라고 말해주었다.그는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다.돌아서서 남서연을 바라보니, 그녀는 반달 눈을 한 채 그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세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았다.백건이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면 남서연은 그에게 다가갈 용기가 있었다.남서연은 다시 한번 외쳤다.“오빠, 우리 결혼해요.”백건은 눈가가 흠뻑 젖어 그녀를 향해 입술을 오므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큰소리로 대답했다.“좋아!”거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남우영이 일어나서 말했다.“난 반대야. 내 삼촌이 내 사촌 동생과 결혼한다니. 이게 말이나 돼?”남창민이 남우영의 손을 덥석 잡아당겨 소파에 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넌 네 결혼이나 신경 써. 네 삼촌과 서연이 일은 걱정할 필요 없어.”남우영은 고민 끝에 남서연의 아래에 뛰어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서연아, 지금 두 사람 농담하는 거지? 두 사람.. 두 사람 늘 차갑고 낯선 사이였잖아? 갑자기 결혼이라니? 너 진우석이랑 결혼하려던 거 아니었어?”백건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걸어가서 남우영의 목을 조르고 소파로 끌고 갔다.장면이 좀 난처하게 되었다.백건은 어른들께 예의 바르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오늘 급하게 왔어요. 오늘은 일단 돌아가고 다음에는 정식으로 혼수 예물을 갖고 찾아뵙겠습니다.”허윤미가 서둘러 말했다.“그래. 어서 돌아가. 우리도 서연이와 잘 얘기해볼게. 너무 오냐오냐 키
“왜 내 방에 들어왔어요?”남서연은 긴장해서 그를 내쫓으려 했다.“얼른 나가요. 오빠가 몰래 내 방에 들어온 거 가족들이 알면 큰일 나요.”백건은 이미 그런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오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더라도 결과를 얻어야 했다.“가족들에게 우리 결혼에 대해 직접 말하겠다고 시간을 달라며?”백건은 실망스럽기 그지없고 눈 밑에 슬픔이 가득했다.“방금 네 할아버지, 할머니와 얘기를 나눠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던데?”“그게...”남서연은 말문이 막혔다.백건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뜨거운 호흡이 남서연의 피부에 뿜어져 나와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백건이 매력적인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나와 결혼하기 싫어?”남서연은 거짓말이 언젠가 들통 날 것이니 사기 결혼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죄책감을 안고 말했다.“미안해요 오빠. 나 임신하지 않았어요.”백건은 가슴이 칼에 베인 듯 아파 숨을 쉴 수 없었다.남서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미안해요. 일부러 거짓말한 건 아니었어요. 생리가 늦어져서 약국에 가서 유통기한이 지난 테스트기를 샀더니 이런 오해가 생겼어요.”“내가 임신하지 않았으니 오빠도 저 책임질 필요 없고 우리도 결혼할 필요 없어요.”남서연이 한마디 덧붙이자 백건은 두 손으로 벽을 짚고 그녀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무력감은 그를 쓸쓸하기 짝이 없게 만들었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고 그는 씁쓸하게 냉소를 지었다.남서연은 축 늘어진 그의 머리를 보며 긴장한 채 물었다.“오빠, 왜 그래요?”“남서연, 천국에서 지옥까지 떨어진 충격이 얼마나 큰지 알아?”백건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남서연은 그가 너무 안쓰러웠다.대체 얼마나 아이를 원했으면 이렇게 슬퍼할까?“미안해요.”남서연이 나지막이 사과했다.백건은 깊은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들어 남서연을 바라보았다.그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비분이 교차하는 눈빛에 남서연은 겁을 먹고 조심스럽게 위로했다.“오빠, 너무 슬
[나 기다리고 싶지 않아. 그냥 내가 말씀드릴게.][싫어요. 안 돼요. 그냥 제가 말할게요.]사흘째 되던 날, 남서연이 어렵게 용기를 내어 가족에게 고백하려고 했을 때 피가 흘렀다.그녀는 유산인 줄 알고 놀라서 혼자 허둥지둥 병원으로 달려갔다.근데 알고 보니 생리였다.의사는 테스트기가 틀릴 가능성도 있으니 임신을 확정하려면 반드시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알고 보니 이 모든 건 오해였다.그녀가 임신하지 않은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녀는 한없이 서글프고 괴로웠다.슬프게도 백건에게 시집가는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아이를 빌미로 그와 결혼할 가망이 없어졌다.그녀는 백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백건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 물었지만 답장하지 않았다.일주일 뒤.기업 디자인 부서에서.하현우는 직접 디자인 부서에 와서 남서연을 찾았고 공손히 말했다.“아가씨, 대표님께서 찾으세요.”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배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미안해요. 집에 일이 좀 생겨서 시간이 없다고 전해주세요.”남서연은 가방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사무실을 나섰다.그녀는 아직 백건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하지 못했다.백건을 속이고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후에 그에게 진실을 알리려고 했다.그런데 가짜 임신으로 속여서 결혼해야 백건에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슬프기도 했다....대표 사무실.백건은 인터넷에서 임신 기간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어떻게 임산부를 보살피는지, 산전 검사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간호해야 하는지 등등...그때 하현우가 노크했다.남서연인 줄 알았던 백건은 순간 마음이 가라앉아 혼자 온 하현우를 보며 물었다.“서연이는?”“아가씨는 먼저 집에 돌아가셨어요.”백건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천천히 눈을 감고는 마음의 답답함을 달랬다.남서연은 대체 무슨 뜻일까?이미 일주일 동안 그를 피했다.잠시 후 그는 눈을 뜨고 책상 위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대표님, 어디 가세요?”백건은 성
유승아는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짓더니 남서연이 가장자리에 앉아 조용히 경청하는 것을 보고 즉시 화제를 돌렸다. “서연아, 촌수로 따지면 네가 건이를 삼촌이라고 부르는데 두 사람 만나게 되면 양쪽 어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네 작은 엄마가 어떻게 그런 복잡한 관계를 처리하겠어?”남서연은 멍해졌다.그녀가 설명하기도 전에 백건이 버럭 화를 냈다.“지금 내 앞에서 시비를 거는 거야?”유승아는 서둘러 해명했다.“네 친구로서 서연이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을 뿐인데 왜 시비를 건다고 말해?”“이건 나와 서연이 일이니까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너 할 말 끝났으면 돌아가.”유승아는 얼굴의 미소가 점점 사라지고 태도가 진지해졌다. “백건, 비록 우리 연인 사이는 가짜였지만 오랜 우정은 가짜 아니지?”“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친구로서 충고 한마디 하고 싶어. 너와 서연이는 절대 불가능해. 양쪽 어른들께서 동의하지 않을 거야. 괜히 어린 서연이 상처 주지 마.”백건의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유승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나 할 말 끝났으니까 돌아갈게. 두 사람 잘 생각해봐.”두 사람 모두 일어나서 유승아를 배웅하지 않았다.문이 심하게 닫혔고 거실이 조용해졌다.남서연과 백건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어색한 듯 고개를 떨구고 중얼거렸다. “승아 언니 말이 맞아요. 양쪽 집안에서 쉽게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내 옆에 있겠다고, 나와 결혼하겠다고 동의하면 돼.”남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잠시 침묵을 삼키더니 물었다.“서연아, 키스해도 돼?”남서연은 이런 문제일 줄은 몰랐다.그녀는 머리가 텅 비었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멍해 있을 때, 남자는 그녀를 소파에 눕히고 키스를 했다.기습적인 키스에 남서연은 당황스러웠다.두 사람은 아주 오랫동안 키스를 나눴다.저녁 무렵.집
유승아는 조금 경악했다.“서연이도 있었네?”그러자 백건이 물었다.“무슨 일로 찾아왔어?”유승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다음 달 결혼에 대해 아주머니가 너무 재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너와 의논하려고 왔어.”남서연은 괜히 애태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유승아는 남서연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서연아, 나 건이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은데 너...”남서연은 급히 말했다.“두 분 말씀 나누세요. 전 먼저 가볼게요.”그녀가 말을 마치고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백건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너 갈 필요 없어. 여기서 들어.”남서연은 경악했고 유승아는 얼굴이 굳어지며 난처한 태도로 말했다. “건아, 그건 좀 아니지. 우리 두 사람 얘기야. 서연이는 외부인이고.”백건은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외부인이 아니라 내 아내야.”남서연은 깜짝 놀랐고 유승아는 더욱 경악했다.두 사람은 놀란 얼굴로 백건을 바라보았다.생각지도 못한 남자의 말에 남서연은 어리둥절했다.벌써 그의 아내가 되는 건가?유승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두 사람... 만나기로 한 거야?”남서연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자 백건이 또박또박 대답했다.“응. 몇 분 전에 결혼까지 약속했어.”유승아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짐짓 대범한 척 말했다.“축하해.”“소파에 가서 앉아서 말해.”백건은 남서연의 손을 잡고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유승아도 따라가 앉더니 침울하게 숨을 푹 내쉬었다.“우리 집 쪽 친척들은 이미 청첩장을 받았어. 다들 축하 전화를 걸어오고 있어. 오늘 아주머니께서 특별히 나를 찾아오셔서 결혼식은 반드시 거행될 거라고 하셨어. 어떻게든 너를 잡아서 교회에 묶어둘 테니까 안심하고 너의 신부가 되라고 하셨어.”백건이 되물었다.“넌 어떻게 생각하는데?”유승아는 남서연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내가 뭘 어떻게 생각해? 오랫동안 네 여자친구였으니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잖아.”백건은 서둘러 남서연을 바라보며 나지
그녀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사진은 무엇일까?여자 사진?남서연은 기분이 가라앉아 말했다.“나 먼저 돌아갈게요.”그러자 백건이 그녀에게 다가갔다.“나랑 같이 집에 가서 어른들께 상황을 설명해 드리자.”“안돼요.”남서연은 긴장감에 못 이겨 안절부절했다.“일단 아직은 안돼요. 내가 먼저 가서 가족들 생각을 알아보고 다시 결정해요.”“어떤 상황이든, 어떤 결과든, 나 혼자 감당할 거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서두르지 말고 우리 천천히 얘기해요. 내가 우리 가족들 설득하고 오빠는 오빠 가족들 설득해요. 네?”백건은 여전히 변수가 있을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너무 성급하게 행동해 남서연을 놀라게 해서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그래. 네 말대로 해.”남서연은 그가 덮은 앨범을 가리키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덤덤하게 물었다.“누구 사진이에요?”백건은 고개를 돌려 협탁을 보더니 마음이 찔려 말했다.“내 사진이야.”그건 백건이 전에 몰래 찍었던 남서연의 사진이었다.결혼 후에만 그녀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가 한 모든 것들이 오랫동안 계획한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어머니의 강력한 방해를 무릅쓰고 그는 강력한 권한을 동원하여 인사팀을 통해 남서연의 면접을 합격시키고 그녀를 ND에 무사히 입사하게 했다.또 직권을 이용하여 남서연을 데리고 해외 출장을 갔다. 그 목적은 바로 남서연을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만든 다음 그 기회를 빌려 잠자리를 갖고 그녀를 임신시키는 것이었다.두 차례의 성관계에도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그녀를 임신시키기 위함이었다.그는 감히 남서연에게 말할 수 없었다. 남서연이 그를 비열하다고, 수단이 더럽다고, 파렴치하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결혼하고 나서 다시 그녀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천천히 용서를 빌어야 했다.남서연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백건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그녀의 발이 미끄러질까 봐 보호했다. 남서연은 남자가 조심스럽게 자신을 보호하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서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초롱초롱한 큰 눈으로 물끄러미 백건을 바라보며 머리가 하얘졌다.결혼이라는 두 글자가 백건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 큰 유혹이었다.그녀가 당황하고 있을 때, 백건은 갑자기 몸을 기울여 왼쪽 무릎을 그녀 앞에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놀란 그녀는 소파에 붙으며 경악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뜨거운 눈빛으로 부드럽게 말했는데 매우 절실해 보였다.“서연아, 나와 결혼해줘. 응?”‘지금 아이를 위해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한 거야?’남서연은 아주 기뻤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괴롭고 불안했다.“두 집안 어른들 모두 찬성하지 않을 거예요.”“너만 원한다면 그런 것들은 전부 내가 알아서 해.”남서연은 차마 배 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가족 모두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현실 생활에서 많은 부부가 선을 보고 결혼하니 먼저 결혼하고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결혼 후에 그녀가 잘 보인다면 백건도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남서연은 멋진 미래를 상상하며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감격에 겨워 붉어진 눈시울이 순식간에 흠뻑 젖었다. 어지러운 숨결로 소파에 앉더니 남서연을 덥석 품에 끌어안았다.남자의 동작은 절박했고 강렬한 포옹에 그녀는 몸이 아팠다.남서연은 그의 등 뒤에 두 손을 널어놓고 턱을 그의 어깨에 괴고는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보았다.귓가에 남자의 무거운 호흡과 함께 약간 울먹이는 쉰 목소리가 들렸다.“고마워. 서연아. 정말 고마워. 반드시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가 될게.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 최선을 다해서 네게 가장 행복한 미래를 줄게.”남서연은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 몽환적이고 아름다웠다.다만, 앞으로 어떻게 가족을 대해야 할까?아이 때문에 결혼하게 되면 백건은 앞으로 후회하지 않을까?
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슬픈 듯 중얼거렸다.“나 임신했어요.”백건은 심장이 움찔했고 온몸은 걷잡을 수 없이 흥분했다. 그는 제자리에서 거의 뛰기라도 하듯 벌떡 일어났다. 가슴의 흥분을 터뜨리기 위해 미친 듯이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서연이가 내 아이를 임신했다고? 나 아빠가 되는 거야? 서연이 아이의 아빠? 이거 지금 꿈 아니지?’그는 갑작스러운 행복을 애써 눌렀다.남서연은 그의 반응에 깜짝 놀라 그를 올려다보니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녀를 등지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이 남자가 대체 어떤 마음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그녀와 마찬가지로,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까?그녀처럼 망연자실할까?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남서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책임지라고 찾아온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다만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에 오빠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요. 만약 수술하게 되면 나와 함께 가줘요.”백건은 무거운 몽둥이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순식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그는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얼굴빛은 굳어졌고 말투는 엄숙했다.“뭐? 수술한다고?”남서연은 주눅이 들어 쳐다보며 말했다.“네. 혼전 임신은 안 돼요.”가족들이 만약 그녀가 혼전임신이라는 것을 안다면 반드시 백건을 때려죽일 것이다.숨이 가빠진 백건은 두 손을 꼭 잡았고 엄숙한 말투에 약간의 온기를 더해 부드럽게 달랬다.“서연아, 아이는 포기할 수 없어. 내게 책임질 기회를 줄 수 없어? 나 좋은 아빠가 될게.”남서연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백건을 바라보며 멍해졌다.그녀의 생각과 달랐다.그녀는 백건이 그녀보다 더 이 아이를 원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아이의 존재가 그를 위험하게 만들 테니까.백건은 긴장된 듯 입술을 오므리고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그리고 너만 괜찮다면 나... 좋은 남편이 될 수도 있어.”남자는 주먹을 문지르며 가늘게 떨릴 정도로 긴장했고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남서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의 시주를 기
남서연은 복잡하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저예요.”백건은 숨이 거칠고 오랫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으며 말이 막힐 정도로 긴장했다.그는 남서연이 무슨 일로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 몰라 계속 그녀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지금... 시간 있어요?”남서연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쭈뼛쭈뼛 물었다.백건이 다급하게 대답했다.“있어.”“잠깐 만나서 얘기할래요?”“좋아.”백건이 곧바로 대답하더니 또 물었다.“어디서 볼래? 데리러 갈게.”남서연이 생각해보니 밖에는 보는 눈이 많아 안전할 것 같지 않았다.“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 내가 오빠 집으로 갈게요. 반 시간이면 도착해요.”“좋아.”남서연은 전화를 끊고 일어서서 마스크를 쓰고 공중화장실을 나섰다.한편, 공항 가는 차에 타고 있던 백건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명령했다.“차 돌려서 집으로 가.”“대표님, 비행기 시간 이미 다 됐어요.”백건은 정색해서 말했다.“이번 행사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가.”하현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금 그 전화를 들으니 아마 남서연일 것이다.백건에게 새 시즌 발표회는 취소할 수도 있고 연기할 수도 있고 없어도 되는 일이다.그러나 남서연을 만날 어떤 기회도 그는 놓칠 수 없었다.하현우는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30분 후.남서연은 산 중턱 별장에 와서 막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하현우가 이미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고 공손히 인사했다.“서연 아가씨,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남서연은 살짝 놀랐다가 하현우인 걸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녀는 경치가 아름다운 화원의 앞마당을 지나 웅장한 큰 집으로 들어갔다.문은 열려 있고 백건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어 우아하고 멋스러우며 준수한 매력을 자랑했다.남자는 그윽한 눈동자로 남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를 다시 만난 남서연은 마음이 혼란스럽고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마음속에 토끼 한 마리가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