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그래서 안 깨웠어.”정안은 그의 귓가에 다가가 귓불에 대고 속삭였다.“만약 저녁 11시 전에 돌아오면 나 마음껏 갖고 놀아도 돼요.”“갖고 놀아?”남하준은 속삭이듯 말하며 눈 밑에는 아쉬움과 안쓰러움이 가득했다.정안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자 남하준은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더니 두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엄숙하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그런 말은 하지 마. 아무리 내가 네 남편이라도 그건 아니지.”“듣기 싫어요?”정안은 뭐가 잘못됐는지 몰라 의혹스러워했다.“좋지. 당연히 좋지. 심지어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만 그거 알아? 남자에게 마음껏 갖고 놀라는 말은 혈맥을 뛰게 하고 가슴이 벅차게 하는 말이야.”“하지만 넌 장난감이 아니라 내가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내가 널 사랑하는 것 외에도 너도 너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어.”“난 한 번도 네 몸을 갖고 논다는 생각한 적 없어. 그러니까 너도 논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대해선 안 돼.”정안은 가슴에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다.단지 그녀의 잘못된 단어 사용 때문에 그는 이렇게 슬퍼하며 그녀의 세계관을 바로 잡으려 하고 있었다.정안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의 얇은 입술에 뽀뽀하고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사실 나도 날 아주 사랑해요. 하지만 오빠는 참 정직하고 생각이 바른 사람이에요.”남하준은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그녀를 눌러 키스하며 나지막이 말했다.“사실 나도 그렇게 정직한 사람은 아니야. 네가 날 갖고 놀겠다면 얼마든지 가능해.”정안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그런 게 어딨어요?”남하준이 뜨거운 눈빛으로 말했다.“네 남편 갖고 놀래? 아주 지구적이고 강력하고 제한시간도 없어.”정안은 볼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다정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후끈 달아올랐다.그녀는 부끄러워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남하준의 목에 얼굴을 묻고 그의 관능적인 목젖에 가볍게 키스했다.남자의 목젖이 얼마나 예민한지, 남하준도 이렇게 유혹된 적은 처음이라
“내가 왜 신부 들러리 기를 죽여야 하는데?”“신부 쪽 들러리가 유미니까요.”정안은 움찔하더니 멍해졌다.그녀는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유미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그녀보다 예쁘고 싶었다.비록 남하준에 대해 자신이 있지만 질투심은 여전히 마음속에서 제멋대로 퍼지고 있었다.정안은 다시 옷장 앞으로 다가가 열심히 옷을 골랐다.“지윤아. 네가 다시 한번 골라줘.”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정안이 뒤돌아보며 말했다.“들어와요.”류청이 문을 열더니 정교한 박스 몇 개를 들고 들어와 침대에 펼쳐 놓았다.“사모님, 이건 도련님께서 맞춤 제작한 드레스와 보석 세트들입니다.”정안은 다가가 뚜껑을 열고 남하준이 그녀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그녀는 예쁜 드레스를 들고 만지작거리며 마음속 깊은 곳에 꿀을 먹은 듯 달콤했다.전에도 남하준이 그녀에게 맞춤 드레스와 보석을 선물했던 것이 생각났다. 다만 당시에는 가짜 백하린에 의해 망가지고 말았다.그 당시 정안은 오랫동안 마음이 아팠다.류청이 맨 아래 박스를 꺼내서 지윤에게 다가가 두 손으로 건넸다.“이건 네 거야.”“도련님께서 나한테?”지윤이 경악해서 묻자 류청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급히 해명했다.“이건... 내가 주문한 거야.”지윤은 경악해서 멍하니 있다가 잠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그가 건네준 정교한 박스를 받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옷 갈아입으세요. 전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류청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자 정안이 뒤돌아보며 물었다.“오빠는 어디 갔어요?”류청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느릿느릿 말했다.“도련님께서는 정통 어르신 부탁으로 불려가 신랑 들러리를 서실 모양입니다.”“신랑 들러리?”정안과 지윤은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정안은 손에 쥔 맞춤 드레스를 침대로 휙 던지고 분노해서 물었다.“그걸 동의했다는 거예요?”“네. 그렇습니다.”류청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남하준을 위해 설명했다.“일단 화내지 마세요. 도련님도
심플한 듯하지만 럭셔리한 결혼식장이었다.기자도 언론도 없고 식장의 경비가 삼엄하여 하객의 신상정보를 겹겹이 체크했다.초대를 받은 하객은 재벌과 국가 중요인물로 대부분 관직 종사자들이었다.식장에 들어간 후에도 지윤과 류청은 줄곧 정안의 곁을 지켰다.백진은 갑부의 신분으로 참석해 여러 방면으로 그에게 아부하려는 사람이 많았다.그는 겹겹이 포위되어 아첨하는 알랑거림 속에서 하나하나 응대하고 있었다.정안은 시끌벅적한 인파 속에서 한 바퀴 돌았지만 남하준이 보이지 않아 바로 옆 VIP석으로 가서 앉았다.지윤이 그녀에게 과일차 한 잔을 가져다주고는 그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류청이 지윤의 옆에 앉자 지윤이 물었다.“넌 왜 도련님한테 안 가고 여기 있어?”류청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오늘은 출근이 아닌 휴가로 여자친구랑 결혼식 참석하러 온 거야.”지윤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반박하지 않았다.류청이 의자를 더 바짝 당겨서 지윤의 몸에 붙이고 다정하게 물었다.“앞에 뷔페 있는데 뭐 먹고 싶어? 내가 갖다 줄게.”지윤이 고개를 돌려 보더니 말했다.“나 직접 가서 고르고 싶어.”정안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여유롭게 말했다.“지윤아. 나 따라다닐 필요 없어. 여기는 안전해. 너도 류청 씨처럼 하루 휴가야.”지윤이 식장을 한 바퀴 둘러보니 사복경찰이 널려 있었고, 하객들은 모두 M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인물들이었고, 정통 어르신마저 혼자 다니고 있었으니 아마 별일 없을 거로 생각했다.“고마워요. 언니. 그럼 나 음식 챙기러 갈게요. 무슨 일 있으면 나 불러요.”정안이 그녀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래. 어서 가봐.”지윤은 류청의 손을 잡고 식탁을 나와 뷔페 코너로 향했다.정안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며 흐뭇해했다.보아하니, 이미 관계를 확정한 것 같았다.정안이 무료하게 과일차를 마시며 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서 여자들의 말소리가 들렸다.처음에는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함께 사과를 입에 물 수도 있고 김을 빨 수도 있고... 와 정말 너무 기대되는데?나 신랑 신부 결혼식보다 들러리 게임으로 바로 넘어갔으면 좋겠어!”정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분이 가라앉아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계속 듣다가 기분 나빠 죽을 것 같았다.정안은 M국의 풍습에 익숙하지 않아서 혼인신고를 매우 공식적인 혼인 관계로 여겼다.뜻밖에도 혼인신고는 그저 약혼처럼 서로 쉽게 번복할 수 없는 보장을 주는 것이었다.법률은 혼인신고를 인정하고 사람들은 결혼식만 인정했다.그녀와 남하준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으니 많은 사람의 눈에 남하준은 아직 미혼이었다.사람들의 인식 속에 양쪽 들러리는 반드시 미혼이어야 하고 결혼식장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반드시 친밀한 접촉의 게임이 있어야 했다.정안은 지윤과 류청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고 감히 방해하기가 거북했고 할아버지는 한 무리의 정치인들과 얘기를 나누느라 바빴다.그 외 사람들은 정안이 알지 못했다.결혼식이 아직 정식으로 시작되지 않았고 그녀는 할 일이 없어 식장을 나왔다.밖에 아름다운 큰 정원이 있었는데 그녀는 복도 가장자리에 서서 기분이 우울해 앞에 있는 그 무성한 녹색 식물을 감상할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남하준이 들러리로 선 것은 정통 어르신의 부탁이라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했다.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섭섭하고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남하준은 왜 그녀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또 거절을 모를까?“밖이 추워요. 식장에 들어가 뭐라도 드시지 그래요?”그때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안이 고개를 돌려 상대방을 바라보니, 남자는 큰 키에 마른 체형으로 정교하게 생긴 얼굴은 잘 나가는 톱스타 뺨칠 정도였다.남자는 깊고 어두운 눈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는데 왠지 모를 익숙함에 정안은 오싹해졌다.정안은 그의 옷차림이 매우 단정하고 가슴팍의 양복 주머니에 작은 빨간 꽃 한 송이가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그건 신랑 특유의 상징이었다.그녀가 몇 초 동안
정안이 막 두 걸음 걸었을 때 선우석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서서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눈썹을 찡그리며 그의 손을 노려보고, 다시 그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지만 그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아 정안의 얼굴이 굳어졌다. “선우석 씨, 할 말 있으면 이 손부터 놓고 얘기하시죠.”선우석은 손을 놓기는커녕 더 꽉 잡고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와 속삭였다.“우리 친구 할까요?”“그건 불가능하겠네요. 죄송합니다.”선우석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눈에는 실망한 기색이 번졌다.“나랑 친구 하면 내가 아주 많은 도움이 될 텐데요?”“예를 들면요?”“예를 들면, 제가 차기 정통 후보거든요.”정안은 벌써 밉보일 수 없어 억지로 웃어 보였다.“선우석 씨께서 차기 정통 지도자가 되시길 바랄게요. 하지만 친구는 정말 적합하지 않아요.”정안이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손을 뻗을 때 머지않은 곳에서 고함이 들려왔다.“나 몰래 둘이 뭐해?”정안이 사자의 고함에 놀라 고개를 돌렸을 때 웨딩드레스를 입은 구인아가 유미의 에스코트 아래 노기등등해서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구인아는 화가 잔뜩 치밀어 올라 얼굴 가득 연지로도 그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정안은 긴장해서 선우석의 손을 뿌리치고 가까스로 자기 손을 뺐다.구인아가 달려오더니 정안의 뺨을 때리려고 손을 번쩍 들었다.정안이 피하려 했지만 선우석이 더 빨라 정안의 앞으로 돌진해 한 손으로 구인아의 손목을 잡고 부드럽게 설명했다.“인아야. 흥분하지 마. 나랑 완자는 그저 평범한 친구 사이야. 그냥 옛날이야기 하고 있었을 뿐이지 선 넘는 행동은 없었어.”정안은 경악해서 선우석을 바라보았다.‘이 자식. 무슨 말을 이렇게 애매하게 해?’구인아는 그 말을 듣자마자 더 열이 올라 울컥했다.“완자? 호칭이 아주 다정하네? 두 사람 언제부터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 옛날이야기? 둘이 설마 전에 만났었어?”선우석은 구인아를 가로로 안고 횡포한 말투로 다정하게 달랬다.“내가 가
정안이 발걸음을 멈추고 유미를 등지고 있자 유미가 의기양양해서 말했다.“하준이가 나랑 같이 들러리 서기로 했어!”정안은 코웃음을 쳤다.들러리일 뿐인데 대체 뭐 자랑할 게 있고 뭐가 기쁘다는 것일까?유미가 이어서 말했다.“M국에서는 기혼 남성이 들러리 서려는 사람이 없어. 심지어 여자친구가 있어도 감히 못 선다고. 그러니까 당신은 하준이 마음속에 전혀 중요한 사람이 아니란 거지.”정안은 마음이 아팠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돌아서서 유미를 마주 보고 침착하게 말했다.“하준 오빠가 들러리 서는 데는 당연히 그 이유가 있겠지. 난 내 남편 선택을 무조건 믿고 존중해. 그러니까 너무 오버하지 마. 내 남편은 절대 당신이랑 아무런 스킨십도 하지 않을 거야.”유미가 냉소를 지었다.“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는 거야? 결혼식 절차는 내가 이미 확인했어. 우리 사이 게임이 얼마나 화끈한지 이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정안은 자신이 없었지만 여전히 남하준을 믿기로 했다.그 남자는, 다시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정안이 따뜻하게 웃었다.“그래. 무대 아래에서 두 사람 화끈한 게임 기다리고 있을게.”말을 마친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식장으로 돌아섰다.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이 조금 무거웠다.1시간 뒤.결혼식이 시작되자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불빛이 어두워지고 분위기가 상당히 아름다웠다.사회자가 무대 위에서 덕담을 나누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해 하객들을 하하 웃게 만들며 행복감을 폭발시켰다.분위기가 아주 후끈 달아올랐다.다음 순서는 신랑과 신부 들러리를 무대에 올려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다.정안은 긴장해서 양손에 땀이 나고 가슴이 꽉 조여왔다.그녀는 과거의 응어리를 가까스로 풀고 다시 남하준을 받아들였는데 만약 다시 또 한 번 시련이 닥친다면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사회자가 다음 순서를 외치려고 할 때 갑자기 이어폰을 몇 초 동안 눌렀다.이윽고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다음 순서는 신랑 쪽 들러리로, 우리 M국의 가장 신망이 두터
정안은 가뜩이나 내성적인 성격인데, 이렇게 많은 인파 속에서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니 너무 긴장되고 불안했다.모두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무대 위의 좋은 구경을 보려고 시끌벅적했다.하지만 현장에서는 남하준과 정안이 부부 사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백진과 정통 어르신은 기대에 찬 얼굴로 함박웃음을 지었다.사회자가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다.“이어질 게임 코너를 위해 두 쌍의 부부를 무대 위로 더 모실게요. 연인사이어도 됩니다.”지윤이 즉시 류청을 잡고 함께 손을 번쩍 들었고 류청은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사회자가 지윤과 류청을 가리키며 말했다.“적극적으로 손을 들어주신 어린 부부 모실게요.”외향적인 성격의 지윤은 신나게 류청을 끌고 대담하게 무대로 걸어갔다.류청은 민망하고 겸연쩍게 얼굴을 붉혔다.무대에 오르자마자 지윤이 사회자에게 말했다.“우리는 부부가 아니라 연인이에요.”사회자는 이렇게 밝은 여자를 보며 좋아서 하하 웃었다.“그래요. 연인이면 더 좋죠. 부부 한 쌍 더 찾을게요...”정안이 남하준에게 천천히 다가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에요?”남하준이 고개를 숙이고 나지막이 물었다.“유미가 신부 들러리 했으면 좋겠어?”“아니요!”정안이 단호하게 대답하자 남하준이 따뜻하게 웃었다.“내 신부는 너밖에 없어. 들러리도 마찬가지고.”정안은 감동이 밀려와 수줍게 말했다.“애초에 들러리 거절하면 되잖아요?”“거절하다니. 이건 내가 어렵게 얻어낸 건데.”정안은 깜짝 놀라 눈을 깜박거리며 그를 보았고 남하준은 확고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마치, 그는 자신만의 계획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왜 꼭 이 들러리를 서야 하죠?”정안이 그래도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건 분위기 띄우는 일이고 사회자에게 놀림도 당하고. 오빠랑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내 한계만 건드리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있어.”그때 사회자가 끼어들었다.“두 분 지금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들어
지윤과 류청은 이미 환희에 찼고 다른 부부팀은 아직도 노력하고 있었다.정안이 긴장하며 물었다.“벌칙이 뭐죠?”“꼴찌 팀의 여성분이 먼저 남성분에게 뽀뽀하는 겁니다!”정안은 당황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남하준에게 뽀뽀하라니?‘그건 절대 안 돼!’정안은 재빨리 두 손을 남하준의 목에 얹고 준비를 마쳤다.“빨리요. 나 다시 시도해보고 싶어요. 할 수 있어요!”이건 벌칙이 아니라 남하준에게는 포상이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정색해서 말했다.“나는 포기하고 벌칙 받을 거야.”정안은 미간을 찌푸리고 뺨을 불룩하게 한 채 말했다.“싫어요.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요.”남하준은 그녀에게 다가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미리 적응해야 앞으로 우리 결혼식에서 주눅 들지 않지.”정안은 화난 척하며 투덜거렸다.“내가 언제 결혼식 올린다고 했어요?”남하준은 흠칫 놀라더니 김이 빠진 듯 약간 긴장해 보였다.“너 이미 내 아내야. 네 부모님이 돌아오길 기다리지 않았다면 진작 결혼식 올렸어.”정안은 그제야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이유가 남하준이 계속 그녀의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순간 감동이 밀려왔다.사회자가 승패를 발표하고 또 꼴찌에 대한 벌칙을 설명했다.정안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사회자의 외침이 시작되기도 전에 발끝을 세우고 남하준의 얇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남하준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그녀와 키스했다. 마음이 뜨거워지고 두 눈에는 따뜻함이 흘러넘쳤다.“와!”한바탕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신부 들러리가 신랑 들러리의 볼에 뽀뽀하는 것이 예의라고 여겼지만 입술에 뽀뽀할 줄은 몰라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 흥분했다.심지어 몰래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너무 한 거 아니야? 어떻게 이 기회를 빌려 남 장군 입술을 훔칠 수가 있어? 일부러 진 거네!”“맞아. 일부러 진 게 틀림없어. 일부러 입술에 키스하다니!”“내가 만약 남 장군이었으면 바로 싸대기 날렸어.”“저 여자 예
지우는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병원에 병 보러 오지 왜 왔겠어? 갑자기 왜 태준 씨를 물어?”임다희는 지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재차 확인했다.“태준이가 당신 안 찾았어?”“아니.”지우가 고개를 젓자 임다희는 가볍게 웃었다.“그쪽이 아니라면 대체 누굴 찾아갔을까?”“그게 무슨 말이야?”지우가 일부러 이해가 안 가는 척 묻자 임다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두 사람 재결합한 거 맞지?”지우는 침묵했다.임다희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조롱했다.“거짓말할 필요 없어. 두 사람 다시 만나는 거 아니까. 태준이가 당신을 찾지 않은 건 아마 약효가 너무 강해 당신 같은 여린 몸을 망쳐도 자신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여자를 찾아 해결했나 보네.”“약효가 너무 세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지우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며 그녀를 만족시켜줬다.임다희는 속이 편안해지며 여유롭게 말했다.“그건 당신이 알 바 아니고. 이 시간에 당신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지우의 안색이 확 가라앉았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눈앞의 이 악랄한 여자를 갈기갈기 찢고 싶었다.남태준을 그렇게 괴롭게 만들고 무슨 염치로 지금 까불고 있을까?만약 남태준이 그녀가 임다희와 정면충돌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면 지우는 절대 임다희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남태준의 뜻에 따라 얌전하고 철든 여자친구가 되어야 했다.지우는 괴로운 척 연기하며 겨우 눈물 한 방울을 짜냈다.임다희는 그녀의 괴로운 모습을 보고 마음속의 분한 감정을 잠재우고는 실소를 터뜨렸다.“이게 당신들 사랑이야? 하하. 우습네!”그녀의 비아냥거림과 함께 차 문이 닫히고 차량이 서서히 빠져나갔다.지우는 마음을 가다듬은 뒤 택시를 잡아타고 난 뒤에도 여전히 남태준을 걱정했다. 그의 옷이 흠뻑 젖어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지우는 기사에게 주소를 말하고는 남태준의 집에 가서 깨끗한 옷 몇 벌을 챙기려 했다.
잠시 후 한 남자 의사가 들어와 남태준이 평온하게 쉬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효과가 조금은 있네요.”말을 마친 그는 남태준의 아랫도리를 보더니 한마디 보탰다.“하지만 효과가 만족스럽지는 않네요. 휴. 환자분 물 많이 주시고 약효가 천천히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의사는 자리를 떠났고 지우는 급히 미지근한 물을 붓고 남태준의 아랫배를 슬쩍 쳐다봤다.병원의 이불이 너무 얇은 편도 아니었는데 남태준의 아랫배가 여전히 부풀어 올랐다.지우는 속으로 욕했다.‘늑대 같은 임다희! 빌어먹을!’“태준 씨. 물 좀 마셔요.”지우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남태준이 흐릿한 검은 눈동자를 뜨고 몸을 지탱하며 일어나자 지우가 서둘러 그의 등을 부축해 주었다.“아직도 힘들어요?”지우가 관심하며 묻자 남태준은 대답하지 않고 물을 마시고 다시 누워 눈을 감고 조용히 중얼거렸다.“나 이제 괜찮으니까 너 집에 가서 쉬어.”“싫어요. 여기 있을래요.”남태준은 눈을 감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돌아가라고.”“혹시 무슨 일 생겼는데 옆에 돌봐줄 사람 없으면 어떡해요?”“여기 의사도 있고 간호사도 있으니까 나 괜찮아.”“그래도 난 여기 있고 싶다고요.”남태준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흐릿한 검은 눈동자를 천천히 뜨고 뜨거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몸 안의 불은 꺼졌지만 탄소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어. 넌 탄소 더미 옆의 디젤과 같아서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고.”“비유를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남태준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지우는 그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녀가 여기 머무르는 게 어쩌면 그의 안정과 회복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좋아요. 나 먼저 갈 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 줘요.”“그래.”지우는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1층 로비에서 매니저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약을 받는 임다희를 만났다.지우는 재빨리 기둥 뒤에 숨었다. 보아하니 그녀는 허리와 다리를 다친
지우는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시골 옆집에서 종돈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매번 거래가 있을 때면 이웃 할아버지는 종돈에게 독한 약을 먹였고 약을 먹은 종돈은 열 몇 마리의 암퇘지와 교배를 했다.그녀는 그 장면을 본 적은 없지만 처절하고 끔찍한 돼지 울음소리는 그녀 어린 시절의 악몽이었다.정신이 번쩍 든 지우는 두말없이 펑 하고 문을 닫았다.갑작스레 문을 닫는 모습과 지우의 창백한 얼굴, 당황하는 모습에 남태준은 피식 웃었다.지우는 부랴부랴 택시를 잡았고 15분 후, 남태준은 지우와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응급실에 가서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의사가 남태준 옆에 있는 지우를 가리키며 물었다.“환자분 여자친구예요?”남태준이 다급하게 말했다.“여동생이에요.”지우는 마음이 뭉클했다. 남태준은 스스로 고통을 참을지언정 그녀가 고통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여자친구 있어요?”“없어요.”“내가 주소를 줄 테니 가서...”의사가 간단한 방법을 추천하려 하자 남태준이 엄숙하게 말했다.“나 경찰입니다.”의사는 말을 뚝 그치고 긴장된 듯 침을 삼키더니 웃어 보이며 애써 둘러댔다.“그러니까 제 말은 이런 경우 의사를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다는 거예요. 게다가 우리도 해독제가 없어요.”“진정제 놔주세요. 진정제가 안 되면 마취제라도...”“그런 약은 함부로 처방할 수 없고 일정한 수치에 도달해야 처방할 수 있어요. 환자분 같은 경우는...”의사는 난처해하더니 남태준의 차가운 눈동자를 바라보는 순간, 그의 강한 카리스마에 겁을 먹고 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진정제 놓아드리겠지만 효과가 그리 좋지는 않을 거예요. 그저 괴로움을 조금 억제하는 정도예요.”“감사합니다.”남태준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괴롭게 참아내느라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다른 약도 같이 처방해 드릴게요.”의사가 약을 처방하며 말했다.“여자친구도 없고 그런 서비스도 받기 싫다면 여동생분께 성인 가게에 가서 사달라고 하세요.”지우는 이렇게 난처한 적이 없었다.
지우가 만약 숫처녀라면 아마 고생할 것이다.남태준은 생각하다가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구급차를 불러 의사를 찾아 해결할 생각이었다. 휴대전화를 찾아 다이얼을 돌리려던 순간, 조수석 문이 열리면서 지우가 다급하게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태준 씨?”남태준은 움찔 놀랐다. 뜨거운 눈으로 지우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니 입이 바짝 마르고 욕망이 최고조에 달했다.지우는 남자가 머리와 몸이 흠뻑 젖어 숨도 약간 헐떡이는 것을 보고 몸을 기울여 그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타오를 듯한 고온에 지우는 화들짝 놀랐다.“태준 씨 열 나요.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요.”남태준은 꾹 참으며 천천히 눈을 감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운전할 줄 알아?”“아니요.”지우가 긴장하며 말했다.“방금 택시 타고 왔어요. 택시 타고 병원에 데려다줄게요.”택시?남태준은 자신이 통제 불능이 되어 택시에서 무슨 엉뚱한 짓을 할지 몰라 걱정했다.지우는 휴지를 뽑아 그의 볼과 목의 물기를 닦아 줬다.여자의 몸에서 나는 향기, 손바닥의 부드러움은 치명적인 유혹처럼 그를 걷잡을 수 없이 달려들고 싶게 만들었다.“지우야.”남태준은 주먹을 불끈 쥔 채 눈을 감고 감히 그녀를 쳐다보지도 못하며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말했다.“방금 다희를 만났어.”지우는 땀을 닦는 동작을 멈추더니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티 나지 않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리고요?”“그리고 이렇게 됐어. 너무 괴롭고 답답해 죽을 것 같아.”남태준은 침을 삼키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지우의 시선은 그의 고통스러운 안색에서 내려와 그의 가슴팍을 보니 기복이 아주 심했고 더 아래로 내려가니 운전석에 앉아도 선명하게 드러날 정도로 무섭게 부풀어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임다희가 약을 먹였어요?”지우는 분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어쩔 줄 몰랐다.그러자 남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어떡해요?”지우는 부랴부랴 고개를 내밀어 근처에 호텔이 있는지 살폈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그건 지난번에 이미 설명했잖아.”“그 사람 내가 만나야겠어. 주소와 연락처 줘.”“없어.”임다희는 냉정한 얼굴로 어금니를 깨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내가 그렇게 큰 단서를 줘서 네가 공을 세웠는데 넌 내게 조금의 감사함도 없이 이런 태도로 날 심문해?”“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너 경찰서로 데려가 어떻게 해서 그 단서를 얻었는지 조사할 거야. 너 절대 쉽게 못 벗어나.”임다희는 피식 웃더니 심호흡을 하고 중얼거렸다.“정말 어이가 없어.”남태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 술을 마신 후 몸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알코올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따뜻함이 점차 뜨거움으로 번지고 일부 기능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지며 의식이 약간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컵을 보더니 와인을 바라보았다.컵은 닦았으니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것이고 문제는 아마 개봉하지 않은 것 같은 와인에 있을 것이다그가 방심했다.남태준은 더 이상 임다희를 캐묻지 않고 벌떡 일어나 두말없이 성큼성큼 돌아서서 가버렸다.“태준아!”임다희가 급히 뒤쫓아가 남태준을 뒤에서 덥석 끌어안고 두 손을 놓지 않았다.“가지 마. 태준아. 사랑해.”임다희는 와인에 매우 강한 약을 넣었다. 소 열 마리라도 이 약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남태준의 경계하고 신중한 성격을 알고 일부러 와인에 약을 넣은 다음 개봉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이거 놔.”남태준은 화를 꾹 참고 나지막이 명령했지만 임다희는 한사코 놓지 않았다.그의 몸을 더 꽉 껴안고 자기 몸을 그의 몸에 문지르며 그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남태준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임다희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겨 어깨너머로 세게 넘어뜨렸다.펑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임다희의 괴로운 울부짖음 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럽게 땅바닥에 뒹굴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초라했다.“내일 다시 봐.”남태준은 매섭게 말하고는 방에서 사라졌다.그는 걸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며칠 후.남태준은 임다희가 제공한 단서에 따라 미리 깊은 산에 잠복해 마약 밀매업자들을 잡았고 몇 킬로그램의 물품도 압수했다.모두가 기뻐하고 공적을 세운 것을 감격스러워하며 축하하고 있을 때, 남태준만 걱정이 가득했다.그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임다희가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녀의 신분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이 사건은 곧 경찰에 의해 발표되었고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뉴스에도 게재되었다.뉴스를 본 임다희가 남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태준아. 네가 마약상을 잡고 물건까지 손에 넣은 건 내 공도 있지 않아? 나 밥 한 끼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남태준은 그녀의 입에서 단서를 더 찾고 싶어 그녀의 요구를 승낙했다.저녁, 퇴근 후 남태준은 임다희가 준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장소에 도착해서야 개인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은 VIP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준 초대 코드로 그 클럽에 들어갔다.긴 복도를 지나 웨이터가 룸의 문을 열었다.남태준이 들어가서 보니 범상치 않은 방이었다. 커다란 방에는 침대, 소파, 식탁, 옷장에 화장실까지 있었다.식탁에서 임다희는 섹시하고 우아한 튜브톱 스커트를 입고 요염하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식탁 위에 촛불을 켜 놓은 저녁 식사는 매우 낭만적이었다.“태준아 왔어?”임다희는 일어나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어서 앉아.”남태준은 조금 경계하며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앞에 있는 양식을 보고 옆에 있는 몇 병의 술을 보며 말했다.“오늘 식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야.”“마음에 들어?”임다희가 웃으며 묻자 남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아니. 싫어.”임다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남태준은 의자 등받이에 나른하게 기대어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준 정보 아주 정확하더라. 고마워. 만약 필요하다면 경찰서에 와서 상금 받아 가.”임다희는 어이없이 웃으며 옆에 이미 열린 술을 들고 남태준에게
“네?”지우가 멍하니 아직 반응하지 못했을 때 남태준이 바로 키스를 했다.남자의 패기 넘치고 강한 딥키스에 지우는 어질어질하고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으며 그의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몸 아래에서 넋을 잃었다.함께 있는 시간은 늘 뜨겁고 끈적끈적했으며 아늑하고 행복했다.진한 키스를 나눈 후, 지우는 몸이 나른하고 숨이 가빠졌지만 남태준은 오히려 더욱 에너지가 넘치고 심지어 욕망이 자극되어 발산되지 않으니 더욱 흥분했다.그는 지우를 거실에 남겨두고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달려가 목욕을 했다.다시 나왔을 때 지우는 거실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남태준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컴퓨터 내용을 들여다봤다.그러자 지우는 노트북을 덥석 덮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집에 가야겠어요.”남태준이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저녁 9시가 넘었다.그는 지우를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며 그녀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랐다.“열 시에 가.”남태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조용히 달랬다.“열 시에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남태준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항상 그녀에게 키스해 그가 욕망을 억누를 수 없을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가 매번 자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또 고통스럽게 억누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 남자를 보며 지우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아니요. 지금 가야겠어요. 너무 늦으면 안 돼요.”남태준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래.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지우는 즉시 물건을 챙기고 가방을 든 뒤 남태준의 따뜻한 손을 잡았다.“가요.”남태준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좀 서운했다.지우는 정말 그와 더 있고 싶지 않은 걸까?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승용차는 마당에서 천천히 빠져나가 도로로 들어가 쏜살같이 달려갔다.길가에는 오랫동안 주차된 승합차 한 대가 줄곧
적어도 지우가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니 말이다.남태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다희는 언제나 자신이 훌륭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야. 자기가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손에 넣으려 하지.”지우가 감탄하며 말했다.“그 여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네요.”남태준이 거침없이 말했다.“그래도 한 때 만났던 사이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그럼 태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지우가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다시 만나고 싶어요?”남태준이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나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묻는 거야?”“그럼 아까 왜 그렇게 긴장하며 끌고 나갔어요. 그건...”남태준의 바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거 들키기 싫어서지. 지성이가 이미 육건우에게 한 방 먹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지우는 순간 그의 뜻을 알아챘다.전에 남태준은 임다희가 아직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몰라서 대범하게 지우를 소개해줬었다.하지만 지금은 임다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걸 알았으니 지우를 보호하기 위해 이 연애를 잘 숨겨야 했다. 아니면 임다희가 또 무슨 수단을 써서 두 사람을 이간질할지 모른다.마음이 따뜻해진 지우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남 대장님도 무서울 때가 있었네요?”남태준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지우가 날쌔게 손을 피했다.“지우야. 이리 와.”남태준이 화난 척 말했지만 지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싫은데요?”남태준이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 하자 지우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식탁을 나섰다.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 밥 다 안 먹었는데 어디 가?”“안 먹을래요.”지우는 방긋 웃으며 남태준의 행동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잡고 혼내주려 하는 것 같았다.남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우는 급하게 돌아서서 거실로 뛰어갔다.“이리 오라고.”남태준이 부드러운 명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