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하준이 키스하려 할 때 그녀는 얼굴을 돌려 피했다.남자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입가에 찍혔고 그녀는 긴장하며 중얼거렸다.“나... 씻고 싶어요.”서다인은 온몸이 뜨겁고 볼이 붉어지며 부끄러워서 그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야릇한 기류가 번지면서 그녀의 심장은 세차게 뛰었다.남하준은 천천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고는 그녀 몸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일어나서 두말없이 화장실로 뛰어갔다.화장실로 들어가자마자 샤워를 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움켜쥐고 입을 살짝 벌리고 심호흡을 했다.드디어 올 것이 왔다.이미 남하준에게 사실을 알렸으니 그는 그녀의 몸이 더럽다며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서다인은 예전처럼 많은 걱정을 하지 않고 깨끗하게 씻었다.처음인 만큼 서로에게 좋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30분 후.서다인은 깨끗한 잠옷을 입고 욕실에서 나왔다.이때 남하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베란다와 탈의실을 둘러보았지만 남하준은 보이지 않았고 텅 빈 방을 바라보며 그녀의 마음도 가라앉았다.그는 바쁜 걸까? 아니면 도망간 걸까?서다인이 침실을 나와 서재 입구에 이르니 서재 문이 열려 있고 남하준은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서다인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다가 몇 초 만에 천천히 손을 놓고 돌아섰다.이런 일은 급하지 않았다.서재에서 남하준은 입구의 서다인을 힐끗 보았다. 그는 손에 서류를 들고 있었지만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서다인이 뒤돌아서서야 천천히 눈을 들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어둡고 무거웠다.그는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고 눈을 감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심호흡을 하며 마음의 충동을 다스렸다.싸움터에서 도망치는 것은 남하준 스타일이 아니었다.그러나 그는 그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이번에 탈영병이 되었다.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녀의 신분이 회복되는 순간 그들의 결혼은 무효로 된다.무효한 결혼인데,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품에 안을 수 있을까?그녀에게 마음에 품은 애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절
서다인은 다시 전화를 끊었다.곧이어 연결음이 뚜뚜 하고 전화가 계속 밀려들었다.그녀는 인터넷이 깨끗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 사람들은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고 그녀의 번호를 유출했다.10분도 안 돼 10여 통의 전화가 들어왔고 수십 개의 메시지가 필사적으로 폭격했다.서다인은 숨이 가빠지고 정신이 팽팽해지는 것 같아 급히 휴대전화를 껐다.그녀는 식욕이 없어서 아침을 먹지 않았다.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두 손으로 이마를 짚고 늘어뜨린 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커다란 스트레스에 그녀는 곧 무너질 것 같았다.그녀는 이 일로 인해 남하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다.“사모님, 괜찮으세요?”도우미가 걱정스레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너무 걱정 마세요. 도련님이 다 해결하실 거예요.”서다인은 잠시 침묵하다가 재빨리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2층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방에 들어간 그녀는 문을 닫고 전원을 켜 서지석의 번호를 눌렀다.2초도 안 되어 서지석이 전화를 받았다.“세상에, 이게 누구야?”서다인은 눈물을 꾹꾹 참으며 또박또박 말했다.“대체 어쩔 생각이야?”“오빠가 어제 말했잖아? 160억을 일시불로 주면 된다고.”그녀는 너무 화가 나 숨통이 아팠다.“나 돈 없어.”“너 유명한 화가 지완이잖아? 그림 몇 작품만 그리면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 아니야?”“그리고 너한텐 남하준이 있잖아? 주머니에서 흘러나오는 거 조금만 받아도 160억은 껌이지.”“돈과 세력을 다 갖춘 부부가 친정을 안 챙긴다는 게 말이나 돼?”서지석은 말할수록 더욱 거만해졌다.“내가 그 머나먼 변강 지역까지 가서 매제한테 일자리 달라고 했는데 날 개처럼 내쫓았잖아? 날 전혀 존중하지 않았어. 다인아, 오빤 절대 못 참는다?”“그래서 엄마 아빠까지 끌고 TV에 나와 소란을 피웠어? 내 과거를 털고 잔뜩 부풀려 이야기하면서 날 쓰레기 같은 인간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젠 내 개인정보까지 언론에 퍼뜨려?”“난 너한테
서다인은 멍해져서 서둘러 옷을 입고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금원을 떠나 차를 타고 뉴빌리지 대문 밖으로 향했다.뉴빌리지는 M국 고위 행정관리와 권세가들이 사는 곳으로 대문 밖은 경비가 삼엄하여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었다.서다인은 뉴빌리지 대문을 나서면서 밖이 떠들썩한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오장육부가 은은하게 아파 주먹을 불끈 쥐고 가늘게 떨었다.진화연의 뒤에는 친척 몇 명이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서다인, 엄마가 무릎 꿇는다. 네 아빠와 오빠를 살려다오.]진화연은 현수막 밑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범벅으로 된 채 영락없는 불쌍하고 여린 어머니의 모습이었다.구경꾼의 3분의 2 이상이 기자와 매체였고 카메라와 휴대전화가 가득했다.서다인은 진화연을 본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그녀는 진화연의 딸은 아니지만 3년 동안 정성을 다해 섬긴 것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았다.개를 키워도 주인을 물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진화연의 이런 행동은 죽은 돼지가 끓는 물에 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패가망신시키는 어리석은 행동이었다.서다인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물었다.“지금 뭐 해요?”진화연은 고개를 젖히고 서다인을 보더니 순간 소리 내어 울었다.“다인아, 엄마가 잘못했어. 제발 용서해줘.”이 순간 모든 언론 기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바로 사건의 여주인공, 남하준 장군의 부인 서다인인 것을 보고 흥분하여 앞으로 몰려가 사진을 찍고 라이브 방송을 켰다.경호원은 상황이 위험해지자 서다인의 곁을 지키며 목소리를 낮추어 주의를 주었다. “사모님, 먼저 집에 돌아가시죠. 여긴 도련님께서 해결하실 겁니다.”서다인은 마음이 매우 괴로웠다.그녀는 남하준에게 의지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그에게 의지할 수는 없었다.그는 국가 대사를 처리하고, 그룹의 일을 처리하고, 바깥에 많은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게다가 남씨 집안도 엉망이고 넷째 형은 아직 병원에서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모든 걸
진화연은 더 크게 울었다.그러자 한 기자가 물었다.“서다인 씨, 왜 부모님을 책임지지 않는 거죠? 그리고 부모님께서 TV에서 서다인 씨의 과거를 폭로했는데,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서다인은 몇 발짝 뒤로 물러서 마음을 추스르고 모든 언론사 기자들을 향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기자님들,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제 영상을 전 세계에 공개해 주시기 바랍니다.”“저는 3년 전 기억을 잃었고 내가 누군지 기억나지 않지만 전 절대 서다인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저를 서다인의 신분으로 살게 하도록 이 모든 걸 꾸몄어요.”“이 사실을 공표하면 전 아마 위험에 처하겠죠. 하지만 이 가족 사람들은 정말 지긋지긋해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네요.”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서씨 일가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진화연이 일어나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다인아,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서다인은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또박또박 말했다.“난 성형하지 않았어요. 이건 병원에서 증명할 수 있죠. 그러니까 제 가족, 친구, 동창이나 저를 본 적 있는 분들은 연락 바랍니다.”진화연은 바로 미리 준비한 DNA 보고서를 꺼내며 말했다.“우린 이미 두 번이나 유전자 검사를 받았어. 넌 내 딸이 맞아. 내 딸이 확실하다고...”서다인은 진화연의 손에 든 DNA 보고서를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나도 당신처럼 이 가짜 보고서에 속았어요. 이젠 당신 딸 잘 찾아봐요. 난 아니니까.”말을 마친 서다인은 기자들에게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여러분 제가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고 두 명의 경호원이 그녀의 뒤를 지키며 몰려든 기자들이 그녀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금원으로 돌아온 서다인은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남하준과 이 일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녀는 참지 못하고 말해버리고 말았다.당연하게도 그녀는 다시 한번 실검에 올랐고 이번에는 더 떠들썩하고 파격적인 내용이었다.서다인은
남하준은 서다인의 허리를 두르고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는 다정하게 속삭였다.“완아,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난 네 선택 존중해.”서다인은 그의 품에 안겨 말했다.“내가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화내지 않아요?”“너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당시 어쩔 수 없었던 거잖아?”남자의 이해에 서다인은 마음이 따뜻했다.“맞아요.”그녀는 당시 진화연의 핍박을 받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너무 급해 모든 것을 말해버린 거였다.“괜찮아. 내가 있잖아.”남하준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했다.여자는 그가 키스한 자리에 따듯한 힘이 들어가 사지를 관통하는 느낌이었다.그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뭐 좀 먹었어?”남하준이 묻자 서다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입맛이 없어요.”“그래도 좀 먹어야지.”“배 안 고파요.”남하준은 그녀를 가로로 안고 계단으로 향했다.“일단 방에 가서 쉬고 있어. 내가 먹을 것 갖다 줄게.”서다인은 부끄러운 듯 그의 목을 껴안았다.“나 혼자 갈 수 있어요.”“알아.”남하준의 발걸음은 평온했고 말투는 부드러웠다.“내가 너 안고 싶어서 그래.”서다인은 얼굴이 뜨거워져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의 두툼한 어깨에 기대어 편안하게 그의 보살핌을 즐겼다.현관 쪽에서 류청과 정호는 두 사람이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거실에서 나와 금원 밖을 지켰다.정호가 옅게 웃었다.“도련님께 이렇게 부드러운 면이 있는 줄 몰랐네.”류청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고 아주 심각하게 말했다.“도련님 요즘 너무 바빠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혹시 너도 눈치챘어? 도련님 이미 사모님 사랑하고 계셔.”류청은 쓴웃음을 지었다.“사랑하다 뿐이겠어?”정호는 경악했다.“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도련님께서 이미 사모님 신분을 조사하셨어.”정호는 화들짝 놀랐다.“그럼 왜 진작 알리지 않고 사모님이 언론 앞에서 가족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게 만들
아내라는 두 글자에 유동진과 유미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표정으로 서다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뭔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유동진은 잠시 놀라더니 기쁘게 웃었다.“그쪽이 하준이 마누라예요? 하준이 언제 결혼했어요? 난 왜 몰랐죠?”서다인은 유미의 안색이 어두워지고 아무 표정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발견했다.“반년 전 혼인신고 하고 결혼식은 아직 올리지 못했어요.”서다인이 설명하자 유동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도 안 돼요. 나랑 하준이가 얼마나 친한데 혼인신고를 하면 당연히 나한테 말했죠. 우린 절친이고 생사를 함께 한 형제라고요.”서다인은 황급히 그들을 안으로 모시고 직접 차를 끓이고 간식을 내왔다.풀이 죽은 유미는 기분 나빠서 조용히 앉아 차만 마시며 집에 들어온 후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유동진은 소파에 기댄 채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하준이는요? 집에 있어요?”“아니요, 요즘 회사 일도 바쁘고 집에 일이 좀 생겨서 가끔은 오지만 오래 머물지 못해요.”“내가 예전에 그랬거든요. 그 자식한테 시집 간 여자는 반드시 외로움을 참고 독립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정말 존경스러워요.”서다인은 약간 어색한 듯 웃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이때, 유미가 휴대전화를 꺼내 두 사람 앞에서 전화를 걸더니 순간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하준아, 나랑 오빠 너희 집에 왔는데 너 언제 와?”서다인은 그녀의 부드러운 말투에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저도 모르게 그녀를 쳐다봤다.유미는 지적이고 진중하고 대범한 여자였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성숙한 분위기가 배어 있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더니 말했다.“지금 돌아오는 길이래요.”“서다인 씨, 무슨 일 하세요?”유미가 또 묻자 서다인은 어색한 듯 목청을 가다듬고 대답했다.“하는 일 없어요.”유미는 가볍게 피식 웃었다.“일을 안 한다고요? 임신했어요?”서다인은 얼굴이 뜨거워졌고 고개를 가로저었다.“하준이 집에는 도우미도 있고 부하도 있
유미가 비꼬았다.“하준이 일편단심 코스프레 하더니 결혼은 이렇게 쉽게 할 줄 몰랐네.”유동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유미야, 너 오늘 왜 이래? 말에 가시가 있어.”서다인은 말을 잇지 못하고 불편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 바르게 말했다.“죄송하지만 전 일이 있어서 먼저 방에 갈게요. 두 분 편히 있으세요.”“그래요, 우리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린 자주 와서 이 집에 익숙해요.”유동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목시계를 봤다.“하준이도 곧 집에 도착하겠네요.”이 말을 마치자마자 문밖에서 주차하는 소리가 들렸고 유동진이 입구를 바라보며 말했다.“하준이 왔나 보네요.”유미는 부랴부랴 일어나 문 쪽으로 성급히 걸어갔고 서다인은 멀뚱멀뚱 제자리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말할 수 없이 마음이 무거웠다.남하준이 들어왔을 때 온화한 웃음기를 머금은 유미가 보였다.“하준아, 오랜만.”유미가 손을 내밀었고 남하준도 손을 내밀어 인사했다.“오랜만이네.”“하준아.”유동진이 다가가 두 손을 벌리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자 남하준은 유미의 손을 떼고 걸어가서 유동진과 격한 포옹을 나누었다.“반년 못 본 사이에 허약해졌어.”남하준은 주먹으로 유동진의 가슴을 몇 대 때리며 기분 나쁘게 인상을 찌푸렸다.“대체 얼마나 운동을 안 한 거야?”유동진은 그를 껴안고 거실로 걸어가며 말했다.“지금 내 몸이 중요해? 너야말로 어떻게 된 거야. 반년 동안 나 몰래 결혼을 해? 어떻게 한마디도 안 할 수 있어.”남하준이 고개를 들어보니 서다인이 거실에 서서 약간 굳은 표정으로 별로 기쁘지 않은 모습이었다.그는 유동진과의 어깨동무를 풀고 서다인 앞에 다가가 눈빛은 뜨겁고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완아, 내 친구들 소개해 줄게.”“이미 자기 소개했어요.”이때 유미가 다가와 느릿느릿 말했다.“하준아, 난 네가 존재 가치가 없는 사람을 싫어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뜻밖에 너도 이런 속물이 될 줄 몰랐어. 자기 아내를 손에 물도 안 묻히는 사모님으로 만들다니.
서다인은 긴장해서 물었다.“그럼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울까요?”유미는 서다인을 힐끗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다인 씨는 정말 시사나 국사에 전혀 관심이 없나 봐요? 평소 예능이나 드라마만 보죠?”서다인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심호흡했다.그녀는 이 주제들이 기밀일까 봐 자리를 뜨려 했던 것인데 어떻게 유미는 그녀를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여성으로 여길까?남하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유미를 차갑게 보았다.“너 왜 그래? 말 제대로 못 해?”유동진이 긴장해서 침을 삼키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하준아, 다인 씨, 화내지 마세요. 유미... 실연당했어요.”남하준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유미 연애했어?”유미는 불쾌한 듯 눈을 돌려 창밖의 경치를 보고 숨을 크게 내쉬며 부인도 인정도 하지 않았다.유동진이 웃으며 말했다.“맞아, 또 실연당했어.”유미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불쾌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저녁은 너희 집에서 먹을 거야.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가서 준비할게.”남하준은 그녀의 이런 스타일에 익숙해졌다. 매번 그의 집에 올 때마다 그녀는 직접요리를 하곤 했다.유동진이 말했다.“오랜만에 제대로 된 안성 소고기 전골 먹고 싶어.”남하준은 아무거나 라고 대답했다.유미는 서다인을 바라보며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엄격한 눈빛을 보냈고 서다인은 어리둥절해서 ‘저도 아무거나 괜찮아요.’라고 답했다.그녀의 모습에 유미는 코웃음을 치더니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심호흡을 했다.“서다인 씨, 이건 당신네 집이에요. 손님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건 주인이 해야 할 일인데 지금 나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내가 요리 해주기를 바라는 거예요?”유미의 강력한 태도는 마치 트집 잡기 좋아하는 무서운 시누이 같아 서다인은 숨 막혔다. 그녀의 시부모님도 이렇게 무서운 적이 없었다.서다인은 쭈뼛쭈뼛 대답했다.“난 밥 할 줄 몰라요.”“그럼 음식 씻고 써는 건 하겠죠?”“씻는 건 되는데 써는 건 좀...”남하준이 서다인의 손을 잡고 일어나 유미를 향해 불쾌
남서연은 빠른 걸음으로 뛰어내려 계단 모퉁이에 서서 백건의 뒷모습을 보며 외쳤다.“오빠, 우리 결혼해요!”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또렷했다.떠들썩한 거실이 폭탄을 떨어뜨린 듯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입을 딱 벌린 채 남서연을 충격적으로 바라보았다.온 집안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백건은 움찔하더니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거실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드러난 충격이 그에게 이것이 사실이라고 말해주었다.그는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다.돌아서서 남서연을 바라보니, 그녀는 반달 눈을 한 채 그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세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았다.백건이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면 남서연은 그에게 다가갈 용기가 있었다.남서연은 다시 한번 외쳤다.“오빠, 우리 결혼해요.”백건은 눈가가 흠뻑 젖어 그녀를 향해 입술을 오므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큰소리로 대답했다.“좋아!”거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남우영이 일어나서 말했다.“난 반대야. 내 삼촌이 내 사촌 동생과 결혼한다니. 이게 말이나 돼?”남창민이 남우영의 손을 덥석 잡아당겨 소파에 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넌 네 결혼이나 신경 써. 네 삼촌과 서연이 일은 걱정할 필요 없어.”남우영은 고민 끝에 남서연의 아래에 뛰어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서연아, 지금 두 사람 농담하는 거지? 두 사람.. 두 사람 늘 차갑고 낯선 사이였잖아? 갑자기 결혼이라니? 너 진우석이랑 결혼하려던 거 아니었어?”백건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걸어가서 남우영의 목을 조르고 소파로 끌고 갔다.장면이 좀 난처하게 되었다.백건은 어른들께 예의 바르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오늘 급하게 왔어요. 오늘은 일단 돌아가고 다음에는 정식으로 혼수 예물을 갖고 찾아뵙겠습니다.”허윤미가 서둘러 말했다.“그래. 어서 돌아가. 우리도 서연이와 잘 얘기해볼게. 너무 오냐오냐 키
“왜 내 방에 들어왔어요?”남서연은 긴장해서 그를 내쫓으려 했다.“얼른 나가요. 오빠가 몰래 내 방에 들어온 거 가족들이 알면 큰일 나요.”백건은 이미 그런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오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더라도 결과를 얻어야 했다.“가족들에게 우리 결혼에 대해 직접 말하겠다고 시간을 달라며?”백건은 실망스럽기 그지없고 눈 밑에 슬픔이 가득했다.“방금 네 할아버지, 할머니와 얘기를 나눠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던데?”“그게...”남서연은 말문이 막혔다.백건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뜨거운 호흡이 남서연의 피부에 뿜어져 나와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백건이 매력적인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나와 결혼하기 싫어?”남서연은 거짓말이 언젠가 들통 날 것이니 사기 결혼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죄책감을 안고 말했다.“미안해요 오빠. 나 임신하지 않았어요.”백건은 가슴이 칼에 베인 듯 아파 숨을 쉴 수 없었다.남서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미안해요. 일부러 거짓말한 건 아니었어요. 생리가 늦어져서 약국에 가서 유통기한이 지난 테스트기를 샀더니 이런 오해가 생겼어요.”“내가 임신하지 않았으니 오빠도 저 책임질 필요 없고 우리도 결혼할 필요 없어요.”남서연이 한마디 덧붙이자 백건은 두 손으로 벽을 짚고 그녀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무력감은 그를 쓸쓸하기 짝이 없게 만들었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고 그는 씁쓸하게 냉소를 지었다.남서연은 축 늘어진 그의 머리를 보며 긴장한 채 물었다.“오빠, 왜 그래요?”“남서연, 천국에서 지옥까지 떨어진 충격이 얼마나 큰지 알아?”백건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남서연은 그가 너무 안쓰러웠다.대체 얼마나 아이를 원했으면 이렇게 슬퍼할까?“미안해요.”남서연이 나지막이 사과했다.백건은 깊은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들어 남서연을 바라보았다.그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비분이 교차하는 눈빛에 남서연은 겁을 먹고 조심스럽게 위로했다.“오빠, 너무 슬
[나 기다리고 싶지 않아. 그냥 내가 말씀드릴게.][싫어요. 안 돼요. 그냥 제가 말할게요.]사흘째 되던 날, 남서연이 어렵게 용기를 내어 가족에게 고백하려고 했을 때 피가 흘렀다.그녀는 유산인 줄 알고 놀라서 혼자 허둥지둥 병원으로 달려갔다.근데 알고 보니 생리였다.의사는 테스트기가 틀릴 가능성도 있으니 임신을 확정하려면 반드시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알고 보니 이 모든 건 오해였다.그녀가 임신하지 않은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녀는 한없이 서글프고 괴로웠다.슬프게도 백건에게 시집가는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아이를 빌미로 그와 결혼할 가망이 없어졌다.그녀는 백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백건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 물었지만 답장하지 않았다.일주일 뒤.기업 디자인 부서에서.하현우는 직접 디자인 부서에 와서 남서연을 찾았고 공손히 말했다.“아가씨, 대표님께서 찾으세요.”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배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미안해요. 집에 일이 좀 생겨서 시간이 없다고 전해주세요.”남서연은 가방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사무실을 나섰다.그녀는 아직 백건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하지 못했다.백건을 속이고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후에 그에게 진실을 알리려고 했다.그런데 가짜 임신으로 속여서 결혼해야 백건에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슬프기도 했다....대표 사무실.백건은 인터넷에서 임신 기간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어떻게 임산부를 보살피는지, 산전 검사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간호해야 하는지 등등...그때 하현우가 노크했다.남서연인 줄 알았던 백건은 순간 마음이 가라앉아 혼자 온 하현우를 보며 물었다.“서연이는?”“아가씨는 먼저 집에 돌아가셨어요.”백건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천천히 눈을 감고는 마음의 답답함을 달랬다.남서연은 대체 무슨 뜻일까?이미 일주일 동안 그를 피했다.잠시 후 그는 눈을 뜨고 책상 위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대표님, 어디 가세요?”백건은 성
유승아는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짓더니 남서연이 가장자리에 앉아 조용히 경청하는 것을 보고 즉시 화제를 돌렸다. “서연아, 촌수로 따지면 네가 건이를 삼촌이라고 부르는데 두 사람 만나게 되면 양쪽 어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네 작은 엄마가 어떻게 그런 복잡한 관계를 처리하겠어?”남서연은 멍해졌다.그녀가 설명하기도 전에 백건이 버럭 화를 냈다.“지금 내 앞에서 시비를 거는 거야?”유승아는 서둘러 해명했다.“네 친구로서 서연이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을 뿐인데 왜 시비를 건다고 말해?”“이건 나와 서연이 일이니까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너 할 말 끝났으면 돌아가.”유승아는 얼굴의 미소가 점점 사라지고 태도가 진지해졌다. “백건, 비록 우리 연인 사이는 가짜였지만 오랜 우정은 가짜 아니지?”“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친구로서 충고 한마디 하고 싶어. 너와 서연이는 절대 불가능해. 양쪽 어른들께서 동의하지 않을 거야. 괜히 어린 서연이 상처 주지 마.”백건의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유승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나 할 말 끝났으니까 돌아갈게. 두 사람 잘 생각해봐.”두 사람 모두 일어나서 유승아를 배웅하지 않았다.문이 심하게 닫혔고 거실이 조용해졌다.남서연과 백건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어색한 듯 고개를 떨구고 중얼거렸다. “승아 언니 말이 맞아요. 양쪽 집안에서 쉽게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내 옆에 있겠다고, 나와 결혼하겠다고 동의하면 돼.”남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잠시 침묵을 삼키더니 물었다.“서연아, 키스해도 돼?”남서연은 이런 문제일 줄은 몰랐다.그녀는 머리가 텅 비었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멍해 있을 때, 남자는 그녀를 소파에 눕히고 키스를 했다.기습적인 키스에 남서연은 당황스러웠다.두 사람은 아주 오랫동안 키스를 나눴다.저녁 무렵.집
유승아는 조금 경악했다.“서연이도 있었네?”그러자 백건이 물었다.“무슨 일로 찾아왔어?”유승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다음 달 결혼에 대해 아주머니가 너무 재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너와 의논하려고 왔어.”남서연은 괜히 애태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유승아는 남서연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서연아, 나 건이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은데 너...”남서연은 급히 말했다.“두 분 말씀 나누세요. 전 먼저 가볼게요.”그녀가 말을 마치고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백건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너 갈 필요 없어. 여기서 들어.”남서연은 경악했고 유승아는 얼굴이 굳어지며 난처한 태도로 말했다. “건아, 그건 좀 아니지. 우리 두 사람 얘기야. 서연이는 외부인이고.”백건은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외부인이 아니라 내 아내야.”남서연은 깜짝 놀랐고 유승아는 더욱 경악했다.두 사람은 놀란 얼굴로 백건을 바라보았다.생각지도 못한 남자의 말에 남서연은 어리둥절했다.벌써 그의 아내가 되는 건가?유승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두 사람... 만나기로 한 거야?”남서연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자 백건이 또박또박 대답했다.“응. 몇 분 전에 결혼까지 약속했어.”유승아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짐짓 대범한 척 말했다.“축하해.”“소파에 가서 앉아서 말해.”백건은 남서연의 손을 잡고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유승아도 따라가 앉더니 침울하게 숨을 푹 내쉬었다.“우리 집 쪽 친척들은 이미 청첩장을 받았어. 다들 축하 전화를 걸어오고 있어. 오늘 아주머니께서 특별히 나를 찾아오셔서 결혼식은 반드시 거행될 거라고 하셨어. 어떻게든 너를 잡아서 교회에 묶어둘 테니까 안심하고 너의 신부가 되라고 하셨어.”백건이 되물었다.“넌 어떻게 생각하는데?”유승아는 남서연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내가 뭘 어떻게 생각해? 오랫동안 네 여자친구였으니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잖아.”백건은 서둘러 남서연을 바라보며 나지
그녀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사진은 무엇일까?여자 사진?남서연은 기분이 가라앉아 말했다.“나 먼저 돌아갈게요.”그러자 백건이 그녀에게 다가갔다.“나랑 같이 집에 가서 어른들께 상황을 설명해 드리자.”“안돼요.”남서연은 긴장감에 못 이겨 안절부절했다.“일단 아직은 안돼요. 내가 먼저 가서 가족들 생각을 알아보고 다시 결정해요.”“어떤 상황이든, 어떤 결과든, 나 혼자 감당할 거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서두르지 말고 우리 천천히 얘기해요. 내가 우리 가족들 설득하고 오빠는 오빠 가족들 설득해요. 네?”백건은 여전히 변수가 있을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너무 성급하게 행동해 남서연을 놀라게 해서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그래. 네 말대로 해.”남서연은 그가 덮은 앨범을 가리키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덤덤하게 물었다.“누구 사진이에요?”백건은 고개를 돌려 협탁을 보더니 마음이 찔려 말했다.“내 사진이야.”그건 백건이 전에 몰래 찍었던 남서연의 사진이었다.결혼 후에만 그녀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가 한 모든 것들이 오랫동안 계획한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어머니의 강력한 방해를 무릅쓰고 그는 강력한 권한을 동원하여 인사팀을 통해 남서연의 면접을 합격시키고 그녀를 ND에 무사히 입사하게 했다.또 직권을 이용하여 남서연을 데리고 해외 출장을 갔다. 그 목적은 바로 남서연을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만든 다음 그 기회를 빌려 잠자리를 갖고 그녀를 임신시키는 것이었다.두 차례의 성관계에도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그녀를 임신시키기 위함이었다.그는 감히 남서연에게 말할 수 없었다. 남서연이 그를 비열하다고, 수단이 더럽다고, 파렴치하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결혼하고 나서 다시 그녀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천천히 용서를 빌어야 했다.남서연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백건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그녀의 발이 미끄러질까 봐 보호했다. 남서연은 남자가 조심스럽게 자신을 보호하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서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초롱초롱한 큰 눈으로 물끄러미 백건을 바라보며 머리가 하얘졌다.결혼이라는 두 글자가 백건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 큰 유혹이었다.그녀가 당황하고 있을 때, 백건은 갑자기 몸을 기울여 왼쪽 무릎을 그녀 앞에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놀란 그녀는 소파에 붙으며 경악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뜨거운 눈빛으로 부드럽게 말했는데 매우 절실해 보였다.“서연아, 나와 결혼해줘. 응?”‘지금 아이를 위해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한 거야?’남서연은 아주 기뻤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괴롭고 불안했다.“두 집안 어른들 모두 찬성하지 않을 거예요.”“너만 원한다면 그런 것들은 전부 내가 알아서 해.”남서연은 차마 배 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가족 모두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현실 생활에서 많은 부부가 선을 보고 결혼하니 먼저 결혼하고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결혼 후에 그녀가 잘 보인다면 백건도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남서연은 멋진 미래를 상상하며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감격에 겨워 붉어진 눈시울이 순식간에 흠뻑 젖었다. 어지러운 숨결로 소파에 앉더니 남서연을 덥석 품에 끌어안았다.남자의 동작은 절박했고 강렬한 포옹에 그녀는 몸이 아팠다.남서연은 그의 등 뒤에 두 손을 널어놓고 턱을 그의 어깨에 괴고는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보았다.귓가에 남자의 무거운 호흡과 함께 약간 울먹이는 쉰 목소리가 들렸다.“고마워. 서연아. 정말 고마워. 반드시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가 될게.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 최선을 다해서 네게 가장 행복한 미래를 줄게.”남서연은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 몽환적이고 아름다웠다.다만, 앞으로 어떻게 가족을 대해야 할까?아이 때문에 결혼하게 되면 백건은 앞으로 후회하지 않을까?
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슬픈 듯 중얼거렸다.“나 임신했어요.”백건은 심장이 움찔했고 온몸은 걷잡을 수 없이 흥분했다. 그는 제자리에서 거의 뛰기라도 하듯 벌떡 일어났다. 가슴의 흥분을 터뜨리기 위해 미친 듯이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서연이가 내 아이를 임신했다고? 나 아빠가 되는 거야? 서연이 아이의 아빠? 이거 지금 꿈 아니지?’그는 갑작스러운 행복을 애써 눌렀다.남서연은 그의 반응에 깜짝 놀라 그를 올려다보니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녀를 등지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이 남자가 대체 어떤 마음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그녀와 마찬가지로,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까?그녀처럼 망연자실할까?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남서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책임지라고 찾아온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다만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에 오빠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요. 만약 수술하게 되면 나와 함께 가줘요.”백건은 무거운 몽둥이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순식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그는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얼굴빛은 굳어졌고 말투는 엄숙했다.“뭐? 수술한다고?”남서연은 주눅이 들어 쳐다보며 말했다.“네. 혼전 임신은 안 돼요.”가족들이 만약 그녀가 혼전임신이라는 것을 안다면 반드시 백건을 때려죽일 것이다.숨이 가빠진 백건은 두 손을 꼭 잡았고 엄숙한 말투에 약간의 온기를 더해 부드럽게 달랬다.“서연아, 아이는 포기할 수 없어. 내게 책임질 기회를 줄 수 없어? 나 좋은 아빠가 될게.”남서연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백건을 바라보며 멍해졌다.그녀의 생각과 달랐다.그녀는 백건이 그녀보다 더 이 아이를 원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아이의 존재가 그를 위험하게 만들 테니까.백건은 긴장된 듯 입술을 오므리고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그리고 너만 괜찮다면 나... 좋은 남편이 될 수도 있어.”남자는 주먹을 문지르며 가늘게 떨릴 정도로 긴장했고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남서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의 시주를 기
남서연은 복잡하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저예요.”백건은 숨이 거칠고 오랫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으며 말이 막힐 정도로 긴장했다.그는 남서연이 무슨 일로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 몰라 계속 그녀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지금... 시간 있어요?”남서연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쭈뼛쭈뼛 물었다.백건이 다급하게 대답했다.“있어.”“잠깐 만나서 얘기할래요?”“좋아.”백건이 곧바로 대답하더니 또 물었다.“어디서 볼래? 데리러 갈게.”남서연이 생각해보니 밖에는 보는 눈이 많아 안전할 것 같지 않았다.“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 내가 오빠 집으로 갈게요. 반 시간이면 도착해요.”“좋아.”남서연은 전화를 끊고 일어서서 마스크를 쓰고 공중화장실을 나섰다.한편, 공항 가는 차에 타고 있던 백건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명령했다.“차 돌려서 집으로 가.”“대표님, 비행기 시간 이미 다 됐어요.”백건은 정색해서 말했다.“이번 행사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가.”하현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금 그 전화를 들으니 아마 남서연일 것이다.백건에게 새 시즌 발표회는 취소할 수도 있고 연기할 수도 있고 없어도 되는 일이다.그러나 남서연을 만날 어떤 기회도 그는 놓칠 수 없었다.하현우는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30분 후.남서연은 산 중턱 별장에 와서 막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하현우가 이미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고 공손히 인사했다.“서연 아가씨,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남서연은 살짝 놀랐다가 하현우인 걸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녀는 경치가 아름다운 화원의 앞마당을 지나 웅장한 큰 집으로 들어갔다.문은 열려 있고 백건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어 우아하고 멋스러우며 준수한 매력을 자랑했다.남자는 그윽한 눈동자로 남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를 다시 만난 남서연은 마음이 혼란스럽고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마음속에 토끼 한 마리가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