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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Author: 가하
30분 뒤, 정유진은 제시간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구청으로 가는 동안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차에서 내린 정유진은 눈에 익은 구청을 바라보니 의외로 담담했다.

그녀는 두 번째로 이곳에 왔다. 매번 올 때마다 자원해서 온 것은 아닌 것 같다.

결혼도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고 이혼도 그녀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다. 재혼 역시 여전히 하고 싶지 않다.

다른 점이라면 옆에 있는 남자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도 어쩌면 인연일지 모른다.

결혼증은 금방 손에 넣었고 강지찬은 소원을 이루었다.

그는 매우 기쁜 듯 정유진의 턱을 치켜들고 다가가 입을 맞췄다.

“병원에 먼저 데려다줄게. 엄마, 아빠 보고 회사로 갈게.”

정유진은 어리둥절했다.

“나 이제 안 가둬요?”

강지찬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다시 도망가지 않을 거라 믿어.”

강지찬의 눈빛이 갑자기 부드러워졌다.

“정유진, 내가 아무리 당신을 협박한다고 해도 당신에게 미안한 일을 한 적은 없어. 이것만 잘 기억해.”

갑작스러운 이 말에 정유진은 분명 말 속에 숨은 뜻이 있음을 느꼈다.

“무슨 뜻이에요. 그게 무슨 말인데요?”

강지찬은 입꼬리를 올렸다.

“제대로 말하라고? 그래. 알았어. 강지현에게서 멀어졌으면 좋겠어. 내가 이간질을 한다고 해도 좋고 억지를 부린다고 해도 좋아. 어쨌든 강씨 성을 가진 사람, 강지현을 포함해 좋은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강지현이 진작 처음에 알았던 강지현이 아니라는 것을 정유진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한 번도 진정한 강지현을 본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강지찬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병원에 도착했다.

며칠 만에 부모님을 만나게 된 정유진은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

강지찬이 정명학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지만 정명학은 그녀를 보자 덤덤하게 한마디 했다.

“일 다 봤어? 엄마는 괜찮아. 나도 괜찮고.”

이명자는 VIP 병실에 입원했고 정명학도 옆에 있었다. 매일 강씨 집안의 하인들이 음식을 배달했다. 정명학은 마음을 제대로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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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13화

    한동안 회사에 오지 않은 탓에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사람들은 바빠지면 시간이 빨리 지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다.“누나, 전남편이 또 왔어요.”정유진은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전남편 아니에요.”추호는 깜짝 놀랐다.“무슨 뜻이에요. 전남편이 아니면 현재 남편인 거예요?”정유진은 퉁명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퇴근해요. 오늘은 운전하지 않아도 돼요.”추호는 의아한 듯 물었다.“언제 변한 거예요? 두 사람 관계가 아이들 장난이에요? 너무 진지하지 않잖아요.”“오늘 오전에요.”정유진은 사인한 서류를 옆에 놓고 또 다른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그럼 저 정말 기회가 없는 거예요?”“원래부터 기회가 없었어.”추호는 입을 삐죽거렸다.“그건 모르죠. 언젠가 또 이혼할지도 모르잖아요.”정유진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럴지도 모르죠.”때마침 들어온 강지찬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들을 것이 틀림없다.그의 품에 연우가 안겨있었다. 정유진은 얼른 아이를 데려왔다.연우는 K그룹에 자주 가지만 엄마의 회사는 처음이라 신났다.세 식구가 모이자 추호는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아이 앞에서 정유진도 강지찬을 쌀쌀맞게 대하지 못했다. 세 식구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온유한은 이미 와 있었고 수술은 3일 후로 예정되어 있다.연우는 멍하니 선 채 병상에 있는 할머니를 바라봤다.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지만 할머니가 많이 아프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았다.정명학은 얼른 손녀를 품에 안으며 위로했다.이명자가 살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정명학도 정신을 차린 듯했다.“나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강지찬은 정유진을 유유히 쳐다봤다.“등가교환일 뿐이에요. 뭐가 고마운데요?”강지찬도 따지지 않고 시계를 바라봤다.“저녁에 술자리가 있어. 병원에 있을 건지 집에 갈 건지 결정해. 사람을 붙여줄 테니.”정유진은 당연히 병원에 남을 것이다. 그녀가 있어야 정명학이 쉴 수 있다.옆 병실은 일부러 비워뒀다. 방경숙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14화

    정유진은 강지찬이 이렇게 함부로 행동할 줄 몰랐다. 물론 이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바로 옆방에 이명자가 있다. 혹시라도 이명자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정유진은 문을 닫지 않았다.“뭐 하는 거예요?”정유진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술을 마신 이 인간은 아마 술기운을 빌어 날짐승만도 못한 짓을 하려고 할지도 모른다.강지찬은 그녀를 꼭 껴안더니 그녀의 목에 기댄 채 중얼거렸다.“또 내 마누라가 되었네... 좋아...재혼은 그녀에게 거래일뿐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이렇게 신경 쓸 줄은 몰랐다.이내 귓가에 강지찬의 평온한 호흡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술에 취한 사람은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날 강지찬이 깨어났을 때는 벌써 9시가 다 되었다. 순간 당황했다.정유진은 이미 침대에 없었다. 이마를 비비며 방에서 걸어 나오자 정명학이 옆방에서 이명자를 보고 있었다.“강 서방, 깼어? 유진이는 애 학교 데려다주러 갔어. 강 서방 집에서 아침을 보내왔어. 우린 이미 먹었으니까 씻고 밥 먹어.”강지찬은 겸연쩍은 얼굴로 정명학에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옆방에 가서 씻었다.머리를 다듬은 후 병실로 다시 돌아와 병상에 있는 이명자와 정명학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버님, 저 유진이와 재혼했어요. 걱정 마세요.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정명학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말한 대로 하길 바라. 아이가 불쌍하지. 부모로서 아이를 많이 생각해야 해.”강지찬이 말했다.“그럴게요. 수술 후 장모님의 건강이 회복되면 결혼식을 준비할게요.”그러자 정명학이 대꾸했다.“유진이와 상의해서 해.”강지찬은 머뭇거렸다.“유진이가 싫다고 할까 봐요. 그러면 장인어른이 타일러 주세요.”두 사람이 재혼에 대해 합의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재혼하게 되었는지 정명학은 감히 추측할 수 없었다.온미정이 틈틈이 이명자를 보러 왔다. 강지찬은 재혼한 사실을 그녀에게 말했다.온미정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15화

    강지찬은 강지현의 연기를 보고 싶지 않아 병실을 나왔다.병실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지현도 따라 나왔다.“이번에 내가 또 졌네.”강지현의 말에 강지찬이 피식 웃었다.두 사람이 그동안 겨루고 있었나 보다.“이겨본 적은 있고?”강지현은 화를 내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유선의 못된 성격 아래에서 좋은 성격을 연마해왔다. 이까짓 비아냥거림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형, 유진 씨와 어울리지 않잖아. 그런데 굳이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강지찬이 입꼬리를 올렸다.“어울리지 않아도 이젠 내 마누라야.”강지현의 얼굴이 확 변했다.“무슨 뜻이야.”강지찬은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말했다.“유진이와 재혼했으니 나중에 만나면 형수님이라고 불러.”원래 창백한 강지현의 얼굴이 더욱 하얘졌다.강지찬은 기고만장한 얼굴로 뒤돌아섰다. K그룹에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여기서 강지현과 말다툼할 틈이 없다.쿨하게 떠난 강지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강지현의 눈빛에는 음흉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눈빛에는 마치 독사가 숨어 있는 듯했다. 언제든 사람을 죽이기 위한 공격을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이명자의 건강이 점차 호전되면서 정유진도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제호 그룹과 합작한 새로운 프로젝트도 시작되었다. 몇 가지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었고 새로운 회사는 그녀와 조우민의 관리하에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회의가 끝나자 소미가 다급히 다가왔다.“정 대표님, 한 아가씨가 대표님을 찾습니다.”“누구인데요?”“저예요!”똥머리를 한 예쁜 여자아이가 사무실에 들어왔다.낯이 익다.사람 알아보는 능력이 괜찮은 정유진은 곧바로 누구인지 생각해 냈다.이 여자는 추호의 여자 친구가 아닌가?“추호를 찾으러 왔나요? 출장 갔어요.”정유진은 책상에 앉은 채 말했다.그러자 양수아는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왜 출장을 보내요? 일반 직원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출장을 보낼 수 있어요?”정유진은 바로 말했다.“왜 안 되는데요? 연우 인테리어에 온 것도 자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16화

    조예원은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바로 조금 전, 오래 근무했던 또 한 명의 직원이 떠났다.남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몇 년 동안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제 그 사람들마저 떠났다.하지만 잡을 수 없었다. 다음 달 사무실 월세가 만료되면 예담 스튜디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집세를 낼 여유도 없었고 예담 스튜디오를 계속 유지할 능력도 없었다.몇 년 동안 고군분투했지만 지금의 그녀는 가진 것이 없다.혼자 사무실에 앉아 일을 했다. 이때 비서가 그녀에게 저녁 식사를 배달했다.“아직 퇴근 안 했어요?”조예원은 조금 놀랐다. 다들 퇴근한 줄 알았다.비서는 저녁을 그녀 앞에 놓더니 주춤주춤 가방에서 사직서를 꺼냈다.“죄송합니다. 조 대표님. 아버지가 따로 일자리를 구해 주셨어요. 저, 저 내일 새로운 회사에 출근해야 해서...”내일 새로운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면 진작 퇴사하기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녀는 오늘까지 버티다가 그만뒀다.조예원은 감동을 받았다.“축하해요.”어린 비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조 대표님, 사실 가기 싫어요. 이곳은 제가 졸업 후 첫 직장이에요. 대표님 곁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예담 스튜디오가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조예원은 사직서에 사인한 후 미소를 지었다.“미안해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고요. 다음 회사에서는 파이팅 하세요.”“조 대표님, 감사합니다.”어린 비서는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조예원은 집에 가면 어차피 혼자 밥 먹을 거라는 생각에 차라리 회사에서 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어린 비서의 마음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세 가지 요리는 모두 그녀가 평소에 즐겨 먹는 음식이다. 야채 볶음, 목이버섯, 그리고 칠리 치킨이다.도시락을 열자 짙은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 메스꺼움과 함께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조예원은 얼른 화장실로 가서 토했다. 마셨던 커피를 다 토해버렸다. 속을 다 비우자 그제야 살 것 같았다.그녀는 변기 물을 내린 뒤 세수를 했다.거울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17화

    조예원은 그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머리에 천둥과 벼락을 맞은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왜 이렇게 된 것일까?어렵게 임신한 아이를 강지현이 지우라고 한다.“왜, 왜요?”조예원은 목소리가 떨렸고 온몸도 떨렸다. 강지현이 이토록 매정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아이는 필요 없어요.”강지현이 말했다.조예원의 눈에서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온몸이 싸늘해졌다. 기쁨은 사라졌고 가슴이 너무 시렸다.“지현 씨, 지현 씨의 아이예요. 겨우 몸조리해서 어렵게 임신한 아이를 어떻게 지워요?”“아이는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강지현의 말투는 기복 하나 없었다. 감정 없는 차가운 로봇 같았다.조예원이 울며 말했다.“아이가 필요 없는 거예요, 아니면 내가 낳아준 아이가 필요 없는 거예요? 임신한 사람이 정유진이라면 그래도 지우라고 할 거예요?”강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긍정의 표시이다.조예원은 알 것 같았다.“내 말이 맞았네요. 지현 씨는 다른 여자가 낳는 아이를 원하지 않을 뿐이에요. 임신한 사람이 정유진이라면 배 속의 아이가 누구의 아이든 그 여자가 낳으면 다 되는 거였어요. 다!”조예원은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파 숨을 쉴 수 없었다.“강지현 씨, 나 좀 봐주시면 안 돼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어요. 우정, 자존심, 사업, 이제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왜 나를 안 봐주는 것인데요? 도대체 나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데요?”강지현은 계속 침묵을 지켰다.조예원은 잘생긴 그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너무 멋있다. 눈이 깊고 콧날이 오뚝하다. 얇은 입술은 차갑고 매정했다.얼마가 지났는지 모른다. 저린 다리는 이미 감각이 없었고 눈물도 말랐다. 하지만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계속 아무 말도 없다.그녀는 몸을 가누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이 텅 빈 것 같았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잠깐.”강지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조예원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지현 씨?”강지현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18화

    조예원은 밤새 잠을 못 잤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눈뿐만 아니라 얼굴도 부었다.하지만 개의치 않다.정유진과 닮은 구석이 없다. 아무리 따라 해도 소용이 없다.어젯밤 그녀는 밤새도록 생각한 끝에 떠나기로 결정했다.떠나지 않으면 강지현이 배 속의 아이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이 아이를... 지울 수 없었다.짐을 다 정리하고 나니 여기서 산 몇 달 동안 그녀의 물건이라고는 고작 옷가지뿐이었다.언제든지 오고 언제든지 가는 여행객처럼 이 집의 여주인은 처음부터 그녀가 아니었다.짐을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강지현이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그는 조예원이 떠나는 것이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손에 쥔 짐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지난밤, 강지현은 그녀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하지만 조예원은 강지현의 얼굴을 보자 저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강지현이 그녀에게 카드 한 장을 건넸다.“무슨 뜻이에요?”조예원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강지현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이 카드 가져가세요. 아이를 어떻게 처리하든 앞으로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강지현은 그녀가 갈 것을 진작 예상한 듯했다. 그래서 일찍이 돈을 쥐여주며 보내기로 한 것이다.그도 그녀가 이 아이를 남길 것으로 추측했기 때문에 그녀와 관계를 끊으려고 했다.“강지현 씨, 사람이 왜 그렇게 독해요?”그녀가 카드를 받지 않자 강지현은 그 카드를 그녀의 가방에 직접 쑤셔 넣었다.“카드 안에 20억 원이 있어요. 그동안의 보상이라고 생각해요.”강지현의 눈빛에는 한 치의 미련도 없었다. 심지어 아무런 감정조차 읽을 수 없었다.조예원에게 그는 시종일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였다.남으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조예원은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심장은 계속 아팠다.그렇게 짐을 끌고 혼자 외롭게 상록수 별장을 떠났다.처음에 그녀가 혼자 짐을 질질 끌며 이곳에 찾아왔을 때처럼 말이다.마중을 오는 사람도 배웅하는 사람도 없었다.이명자는 꼬박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19화

    연우를 재운 후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강지찬은 침대 옆에 앉아 정유진이 자기 전에 읽던 책을 펼쳐 들고 있었다.정유진의 기척에 강지찬이 고개를 그녀에게로 돌렸다. 눈빛이 반짝였다.정유진은 드라이 헤어캡에 흰색 잠옷 치마를 입고 있었다. 길고 하얀 목은 사람을 유혹했다.강지찬은 침을 꿀꺽 삼켰다. 눈빛은 이글거렸다.“가서 자.”정유진은 바로 반대편에서 침대에 올라가 이불을 젖히고 누웠다.강지찬은 눈썹을 찡그렸다.이때 매트리스 절반이 아래로 내려갔다. 정유진은 온몸이 굳었다.“왜 올라와요?”아이가 깰까 봐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분명히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런 모습은 왠지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혔다.강지찬은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귓가에 뜨거운 숨을 내뿜으며 말했다.“같이 있어 주러 왔지.”그러더니 몸을 바짝 댕겨 정유진에게 바싹 달라붙었다.정유진은 멍해졌다. 방금까지 잠옷을 입고 있던 이 인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새 잠옷을 벗어버렸다.얇은 옷 너머로 정유진은 상대방 몸의 온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꼼짝달싹하지 못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내려가요!”강지찬은 내려가기는커녕 그녀를 더 꼭 껴안았다.“내 와이프와 아이하고 같이 자는 것인데 안 돼?”생각이 짧았다.아이 앞에서 적어도 과한 행동은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본질이 불량배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그뿐만 아니라 그 나쁜 손은 어느새 그녀의 잠옷 치마 안을 헤집고 들어갔다.정유진은 그의 손을 잡았다.“강지찬, 꺼져.”“잠깐만 안아보자.”뜨거운 호흡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 정유진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아이 앞에서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나 안 했어.”관계를 하지는 않지만 기회를 틈타 나쁜 짓을 하고 있다.점점 더 건방진 손놀림에 정유진은 화가 났다. 애가 깰까 봐 두려워하던 마음도 사라졌다. 바로 몸을 돌려 강지찬을 침대에서 걷어찼다.‘쿵’ 소리만 들렸다.연우는 얼떨결에 일어나 두 사람을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20화

    다음날 정유진은 제시간에 깨어났다. 눈을 떴을 때 턱수염이 눈앞에 있었다.그 아래로 낯익은 목젖이 보였다.고개를 드는 순간 깊고 또렷한 눈을 마주쳤다.깜짝 놀라 서둘러 아이를 찾았다.중간에서 자던 연우는 어느새 그녀가 있던 자리에 잠들어 있었다. 대신 그녀가 중간에 누워있었다.“네가 스스로 내 품에 들어온 거야.”강지찬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을 믿을 정유진이 아니다.“파렴치한 놈!”얼른 강지찬의 품에서 빠져나왔다.강지찬은 나른하게 침대 끝에 기대어 있었다. 어젯밤에 잘 잤는지 나른한 표정이었다.정유진은 그를 외면하고 욕실로 향했다. 다 씻은 뒤 요가복으로 갈아입고 헬스룸에 들어가 잠시 요가를 했다.요가를 마치고 돌아오니 강지찬과 연우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2층 작은 홀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었다.분홍색 공주 치마를 입고 있는 연우는 머리에 다이아몬드 핀까지 꽂고 있어 아주 예뻤다.강씨 집안에서 강지찬은 그녀를 완전히 공주처럼 대했다.식사를 하던 중 강지찬이 말했다.“오늘 날씨도 좋은데 연우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자.”그러자 연우는 눈을 반짝이며 환호성을 질렀다.“야호, 놀이공원이다!”정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어제 그녀는 특별히 지엘 별장에 가서 방을 정리하고 음식도 한가득 샀다. 지금은 돌아갈 핑계가 없다.밥을 먹은 뒤 세 식구는 서울에서 가장 큰 놀이공원에 갔다.정유진은 그제야 강지찬이 일찌감치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놀이공원에 도착하니 누군가가 그들을 안내했다. 굳이 땡볕에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연우는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없었다. 계속 엄마와 아빠의 손을 잡고 있었다.흰 셔츠를 입은 강지찬은 놀이공원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특히 하늘을 찌르는 듯한 외모의 세 식구, 그리고 주변에 경호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가는 곳마다 시선을 끌었다.강지찬은 원래 별로 겸손한 사람이 아니다. 특히 아내와 아이가 옆에 있으니 더욱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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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6화

    식탁 위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색했다.최신애는 강지아에게 많이 먹으라고 말하며 계속 반찬을 얹어 주었다.앞에 있는 접시는 가득 찼지만 강지아는 최신애가 짚어 준 반찬을 한 입도 먹지 않은 채 먹고 싶은 것은 스스로 집어 먹었다.최신애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다.온혁진이 기침을 하며 강지찬과 강씨 가문으로 말머리를 돌렸다.“오빠 회사 일은 잘 몰라요. 제가 관여할 일도 없고요.”강지아는 온혁진의 물음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거절했다.“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오빠한테 물어보세요.”식사를 마친 뒤 강지아는 전화를 받고 나갔다.그녀는 온유한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지 않고 직접 운전해서 갔다.밖에서 차 떠나는 소리가 들리자 최신애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아들아, 지아는 대체 무슨 뜻이야?”핸드폰을 들고 흉부외과 팀의 온라인 수술 토론을 보고 있던 온유한은 최신애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지아가 뭘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묻지도 마세요.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요.”강지아는 화령과 술을 마시러 나갔다.화령의 기분이 좋지 않아 두 사람은 오늘 에이프릴 홀에서 방 하나를 빌려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미안해, 온씨 저택으로 들어간 첫날 밤인데 내가 불러냈네. 온 대표님이 화내겠다?”“그 사람 기분 따위 상관 안 해.”강지아가 소파에 편안히 누우며 말했다.“무슨 일인데? 최금성이 왜 또?”“별거 아니야.”화령이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최금성의 소울메이트가 돌아왔어. 지금 밖에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을 거야.”“소울메이트?”강지아는 깜짝 놀랐다.“유주?”화령이 물었다.“너도 알아?”강지아가 일어나 앉으며 혀를 찼다.“골치 아프게 됐네.”그 말에 화령의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왜 골치 아픈데, 정확히 얘기해봐.”술을 마실 마음이 싹 사라진 강지아는 화령보다 더 초조해 보였다.“왜 돌아왔대? 오랫동안 밖에 있다가 갑자기 돌아온 이유가 뭐야?”화령은 더욱 초조해졌다.“대체 왜 그러는 건데? 유주라는 여자, 대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5화

    온혁진과 최신애는 마당에 서서 강지아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지아에게 최고의 대접을 해주는 것이었다.최신애의 미소는 눈으로 보기에도 어색했다.가장인 온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부터 우리는 한 가족이야. 지아야, 필요한 게 있으면 네 아주... 네 어머니에게 말해.”최신애도 말했다.“그래, 그래. 얼른 방에 가서 마음에 드는지 봐봐.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꿔줄게.”고개를 끄덕인 강지아는 열려 있는 문을 바라보며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최신애가 유난히 열정적으로 말했다.“지아야, 먼저 방에 가서 옷을 갈아입어. 조금 이따가 저녁 식사 준비할게. 오늘 저녁은 네가 좋아하는 음식만 준비하라고 했어.”강지아는 깜짝 놀랐다.“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세요?”“당연히 기억하지.”최신애가 약간 주눅 든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키웠는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모를 리가 있겠니? 너는 매운 걸 싫어했어, 어릴 때 실수로 고추를 먹으면 한참을 울었어. 네 엄마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었지, 그 매운맛이 가실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그걸 기억하시네요.”강지아가 말했다.간단한 몇 마디였고 특별히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최신애는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문을 들어서자 강지아는 긴장을 풀었다.이곳에 결국 들어오게 되다니... 평생 다시는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하지만 옛말대로 매듭은 매듭을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나는 게스트 룸에 있을게요.”강지아의 말에 최신애와 온혁진은 깜짝 놀랐다.“아, 아니. 네가 게스트 룸에 있으면 안 되지...”온유한이 말했다.“2층 방 좀 정리해 주세요.”게스트 룸이 2층에 있었기에 온유한은 당연히 그녀와 한 층에 있고 싶었다.강지아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최신애는 즉시 사람들을 시켜 2층에 있던 온유한 방 옆의 방을 강지아의 취향에 맞게 정리했다. 창고에 물건이 많았지만 하인들이 함께 움직여 30분 만에 강지아에게 아름답고 아늑한 방을 만들어줬다.강지아가 세수를 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4화

    연우의 생일 파티에는 강씨 가문의 친지들이 많이 참석했기에 강지아는 낯이 익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한동안 응대를 해야 했다.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친 뒤 손을 씻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누구야, 놔!”깜짝 놀란 강지아가 발로 그 사람을 밟으려 했다.이것은 장형준에게 배운 호신술이었다. 하이힐로 상대방의 발을 밟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호신술이었다.하지만 하이힐로 밟기 전에 강지아를 안고 있는 사람이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나야.”온유한이였다.강지아는 움직이지 않았고 소리도 내지 않았다.온유한의 품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나 익숙했다.그에게 꽉 안겨 귀에서 들리는 그의 숨소리는 한 번 또 한 번 그녀의 심장을 강타했다.이제는 그가 두렵지 않다.하지만 완전히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렸으며 몸은 본능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예전처럼 그를 보자마자 떨리는 것은 아니었다.“내 생각 안 했어? 지아야?”온유한의 물음에 강지아는 매우 평온하게 말했다.“생각했어.”그 대답에 온유한이 오히려 놀랐다.강지아가 놓아달라는 듯 온유한을 밀어내자 온유한도 그녀의 뜻대로 그녀를 놓아주었다.강지아가 말했다.“오늘 저녁에는 강씨 본가로 돌아갈 거야, 내일 오후에 데리러 와. 같이 온씨 저택으로 가자.”온유한은 또 한 번 놀랐다.“지아야,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니?”“알아, 우리 결혼했잖아. 같이 온씨 저택에 돌아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쉽게 한 말 같지만 당연하지 않다...온유한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너는 온씨 저택에 갈 필요 없어. 우리 그냥 서울 캐슬에 살자. 그 집은 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야. 거기서 살면 편할 거야.”“아니, 온씨 저택으로 들어갈 거야.”강지아가 단호하게 말했다.강지아가 집에 들어와 살 거라는 소식을 들은 최신애는 마음속으로 거부감을 느꼈다.이제 강지아와 그녀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3화

    “온씨 가문이 정말 예전 같지 않아, 작년에 많은 일이 일어나면서 태안 그룹의 평판도 영향을 받았지.”“그건 다 최신애가 자초한 일이야, 이제는 강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아부하려고 하지만 강지아가 어디 쳐다보기라도 해?”“강 대표가 냉정하다고들 하지만 온씨 가문에게는 정말 잘해주네. 최신애가 예전에 강지아에게 어떻게 했는지 다들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끔 귀에 들려오자 얼굴이 빨개진 최신애는 화가 나면서도 당황스러웠다.강지아도 몇 마디 들었지만 그냥 무시해 버렸다.“조카딸 생일 때문에 잠깐 돌아온 거야? 아니면 더는 안 나가는 거야?”화령의 물음에 강지아가 미소를 지었다.“내가 마치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말하네.”“그래, 넌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지 않아. 그냥 피하러 다니는 거지.”서원준이 다가오자 화령이 웃으며 말했다.“한 번 나가면 두 명 다 피할 수 있구나.”서원준은 여전히 건들거리는 모습이었다.“돌아왔어?”“응, 돌아왔어.”강지아가 동하민을 향해 손을 내젓자 동하민이 그녀의 가방을 가져왔다.화령이 농담으로 한마디 던졌다.“우리 강씨 가문의 아가씨가 선물 주는 버릇은 고치지 못했나 봐.”서원준도 웃었다.“나한테도 줄 선물이 있나 보네.”말투에는 비꼬는 기색이 없었다. 이미 마음을 놓은 건지 아니면 일부러 가볍게 보이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강지아는 이번에 브로치 선물을 준비했다. 남자 것과 여자 것은 당연히 달랐지만 모두 예뻤고 값비싼 것들이었다.“또 도매한 거야? 정성이 없네.”화령은 겉으로는 비난했지만 이미 브로치를 들고 가슴에 대어 보고 있었다. 입과 몸이 따로 노는 게 특징인가 보다.강지아가 말했다.“나에게 뭐라고 하지 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바빴는지 너도 알잖아.”화령이 콧방귀를 뀌었다.“바쁘겠지, 펀과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느라 얼마나 바빴겠어. 그래도 브로치가 내 미모와 잘 어울리니까 마음에 드네, 고마워.”말을 마친 화령은 선물과 잔을 들고 알아서 자리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2화

    강씨 가문과 온씨 가문의 가족 모임에 강홍식과 고세연은 초대받지 못했기에 참석하지 않았다.본가로 돌아오자 강홍식이 마당에 서서 강지찬과 강지아를 불효자식이라고 욕했지만 둘 다 아버지를 무시했다.강지아는 바로 자기 집 마당으로 돌아갔다.정유진은 강지아가 결혼식 날 왜 모른 척했는지 물어볼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내내 강지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지아가 걱정돼.”강지찬은 아내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어. 본인도 속으로 알고 있을 거야. 서원준과 결혼하는 것보다 온유한과 결혼하는 게 낫다는 걸.”사실 강지아는 지금 서원준과 결혼하지 않은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무고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그날 밤, 강지아는 화령과 동하민을 데리고 해외로 패션쇼를 보러 떠났다.에이프릴 홀.술을 좀 많이 마신 최의현은 옆에 있는 온유한의 어깨를 탁탁 치며 말했다.“친구야, 우리랑 술 마신 지 얼마나 됐지? 너 벌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온유한이 미소를 지으며 앞에 있는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한 잔을 따라 강지찬을 향해 들었다.“지찬아, 내 잔도 받아줘.”강지찬은 온유한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나서야 잔을 들고 멀리서 살짝 부딪혔다.강씨 가문과 온씨 가문은 이렇게 화해했다.온씨 집안.최신애가 매우 불쾌해하며 거실에 앉아 한숨을 쉬자 신문을 보던 온혁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졸리면 자러 들어가, 아들이 오늘 늦게 들어올 거야. 기다릴 필요 없어.”최신애는 또 한숨을 쉰 후 말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남들은 며느리를 들이면 기뻐서 날뛰는데 우리 집은 왜 이럴까요? 며느리에게 차 한 잔도 못 얻어 마시고 조상님보다 더 조상님 대접을 해줘야 하잖아요.”온혁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구를 탓하겠어? 당신이 불평할 자격이 있어? 경고하는데 이런 말 아들 앞에서 하지 마. 지아가 온씨 가문의 문턱도 안 들어오겠다고 해도, 평생 우리를 부모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은 아무 말도 할 자격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1화

    강지아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온유한을 잔뜩 경계하는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온유한은 쟁반을 둥근 테이블 위에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지금 먹기 딱 좋으니까 얼른 와서 먹어.”온유한의 모습은 마치 두 사람 사이에 떨어져 있던 3년의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강지아는 배가 고팠지만 가까이 가지 않았다.“알았어.”온유한은 항복하는 듯 말했다.“와서 밥 먹어, 나는 잘게.”말을 마친 온유한은 옆방 침실로 들어갔다.강지아는 여전히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 집이 완전히 그녀의 취향에 맞게 꾸며져 있다면 충전기도 그녀가 평소에 두던 곳에 있을 것이다.테이블 아래 서랍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충전기가 그 안에 있었다.밥을 먹은 뒤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한 강지아는 옷장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옷장 안의 옷마저 그녀의 옷장에 있는 것들과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었다.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운 강지아는 잠들지 못할 줄 알았으나 새벽까지 깊이 잠들었다.천장을 바라본 강지아는 무력감이 들면서도 이런 자신이 믿기지 않았다.아래층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는 온유한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조금이나마 덜 위험한 모습을 보이면 강지아의 경계심도 조금은 풀어지게 될 것이다.발걸음 소리를 들은 온유한은 신문을 가지런히 접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아침 식사 준비됐어, 어서 와서 먹자.”말을 마친 뒤 주방으로 가서 밥과 반찬을 차렸다.집안일을 하는 온유한은 왠지 모르게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아마도 잘생긴 남자는 무슨 일을 해도 멋져 보이는 법인가 보다.“얼른 와, 맛이 괜찮을 거야.”온유한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강지아는 순간 깨달았다. 이 집에 하인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면 어제 저녁 식사와 오늘 아침 식사도 온유한이 준비한 것일까?마음이 너무 닫힌 탓인지 이에 대해서도 전혀 감동을 하지 못했다.감동은커녕 마음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안 먹을 거야, 좀 이따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0화

    결혼식 연회는 계속되었지만 결혼식이 아니라 친지 친구들 간의 대형 모임으로 변했다.강지찬은 받은 축의금은 모두 돌려줄 것이며 오늘 이 자리에 온 하객들은 맘 편히 먹고 마시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강지찬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장형준이 와서 보고했다.“대표님, 서원준 씨가 돌아왔습니다.”밖에 있는 서원준은 손에 있던 외투도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고 넥타이도 매지 않았다. 입고 있던 셔츠도 헐렁해졌다.입구의 테이블에서 술병을 하나 집어 들고는 바닥에 쏟으며 안으로 걸어 들어온 그는 강지찬 앞에 다가와 술병을 위로 집어 들었다.장형준은 서원준이 혹시라도 폭력을 쓸까 봐 재빨리 강지찬 앞을 가로막았다.강지찬은 장형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비키라고 했다.“왜?”강지찬이 술병을 바라보며 묻자 서원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진작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날만 기다린 거예요?”강지찬은 솔직하게 말했다.“응, 예상했어.”“그래요, 그렇군요.”서원준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강지찬에게 폭력을 쓰지 않았다.술병의 술을 다 마신 후, 그는 서연희를 데리고 호텔을 떠났다.성대한 결혼식이었지만 남자 측의 친지와 회사 동료들을 합쳐도 두 테이블밖에 되지 않았다.돌아가는 길, 두 모자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원준은 서연희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마당은 강지아가 전에 개조해 조금 변화가 있었다. 풀들이 제각각 자라던 마당이 강지아 덕분에 많이 질서정연해졌다.가을이 되었음에도 꽃들이 여전히 만발해 있었다.“지아가... 이제는 오지 않겠지?”서원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기 어머니에게 물 한 잔을 가져다 주었다.서연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들아, 지아의 오빠를 원망하지 마라. 오늘 이런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 지아의 마음속에 네가 없다는 것을.”한참 후, 서원준이 말했다.“알아.”주위 인테리어가 너무 익숙했던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79화

    온유한이 강지아를 거실 한가운데에 앉히자 강지아는 순간 멍해졌다.이 집은 온유한이 현채영에게 사 준 집이 아니었던가? 왜...“강지아 씨가 이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낄 거라고 유한 씨가 그랬어요.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도 유한 씨가 직접 하나하나 주문 제작한 거고요. 어떤 물건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거예요. 강지아 씨가 산 것과 같은 제품이에요. 온유한 씨가 겨우 찾아낸 거예요.”현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지아 씨가 이 집의 주인이에요. 나는 그냥 온유한 씨가 고용한 연기자일 뿐이에요. 오늘이 내 마지막 출연이 될 거예요.”강지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두 사람, 그런 사이 아니었어요...?”“아니에요.”현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유한 씨의 마음속에 여자는 항상 강지아 씨뿐이에요. 이건 의심할 필요 없어요.”현채영은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조용히 물러났다.집이 아주 넓었지만 강지아는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지아야, 마음에 들어?”온유한이 다시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강지아는 그 손을 뿌리쳤다.“내가 감동할 거라고 생각해? 감동하고 그다음에 같이 잘 살 거라고 생각해? 온유한, 인생이 장난이야?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모든 일이 쉽게 넘어갈 것 같아?”강지아는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자리에 서 있는 온유한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리모컨을 눌렀다. 이내 열려 있던 대문이 서서히 닫혔다.“뭐 하는 거야? 나를 가두려고? 이것도 우리 오빠에게서 배운 거야?”강지아가 비웃으며 말하자 온유한은 다시 문을 열더니 그녀가 입고 있는 웨딩드레스를 가리켰다.“정말 그런 차림으로 강씨 본가에 돌아갈 거야? 그리고 지찬이와 형수님은 아직 호텔에 있어. 지아야, 일단 위층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 다음 우리 다시 이야기하자.”강지아는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오빠와 형수를 만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 위층이라고 해도 저택의 집과 똑같았기에 강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78화

    “알았어! 그래! 내가 꺼질게! 강지아, 분명 나를 찾아와서 울 날이 있을 거야.”분노에 가득 찬 서원준은 외투를 벗고 흐트러진 머리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초라한 얼굴로 옷을 들고 사라졌다.강지아가 이제 막 숨을 돌리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나를 방어하는 건 내가 혹시라도 서원준에게 해를 끼칠까 봐서야?”온유한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강지아는 더 이상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지아야, 네 마음속에 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네.”강지아는 냉정한 얼굴로 온유한을 바라보았다.“그렇지 않아?”그러고는 온유한의 손을 뿌리치고 웨딩드레스를 들고 걸어 나갔다.하지만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온유한, 뭐 하는 거야?”온유한은 그녀를 차 안에 앉혔다.차는 다시 출발했고 이번만큼은 온유한도 신호위반을 하지 않고 조용히 운전했다.하지만 차는 명도 빌딩이나 강씨 혹은 온씨 저택으로 향하지 않았다.“어디로 가는 거야?”“우리의 새집으로.”새집.만약 두 사람이 정말로 사랑하는 신혼부부였다면 이 말을 들은 그녀는 분명히 기대에 부풀었을 것이다.하지만 강지아는 그저 눈을 감았다.“강씨 본가로 돌아갈 거야.”온유한이 아무 말 없이 계속 운전하자 강지아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말해도 소용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차는 마침내 고급 빌라 단지로 들어섰다.강지아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 온유한이 여기에 수십억 원짜리 집을 현채영에게 사줬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화령은 너무 부러워했다.“여기로 와서 뭐 하려고?”“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차는 한 대형 빌라로 들어섰다.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마당에 현채영이 서 있는 것을 본 강지아는 말문이 막혔다.온유한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옛 애인과 새 애인을 양손에 끼고 노는 걸 보여주려는 건가?“지아야, 내려.”온유한이 차 문을 열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강지아는 그저 황당하다는 생각뿐이었다.“내려가서 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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