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47화

Author: 가하
강지찬은 샤워를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더니 능숙하게 정유진의 침대 위로 올라갔다.

태안병원 VIP 병실에는 간호인이 휴식할 만한 침대가 따로 있었다.

정유진은 자기 침대에 올라온 강지찬을 보면서 말했다.

“이러고 자게요?”

“그럼 벗을까?”

강지찬은 평소에 잘 때 옷을 벗고 잤지만, 병원이라 참아보기로 했다.

정유진이 그런 의도로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반응을 보려고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정유진이 그를 째려보았다.

“추호 씨보다도 유치하네요.”

강지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금 걔랑 비교하는 거야?”

정유진은 침대에서 그를 내쫓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힘을 빼지 않으려고 했다. 말을 많이 해 봤자 메슥거릴 뿐이다.

차라리 눈을 감기로 했다.

강지찬은 그녀의 반응이 꽤 만족스러웠다. 그래도 피곤했는지 정유진을 안은 채 스르륵 잠이 들었다.

두 번째 날, 정명학과 이명자가 병문안을 왔고, 강지찬이 있는 것을 알고 일부러 연우를 집에 남겨두었다.

“강 서방 덕분이야.”

이명자가 감사해하면서 말했다.

“나랑 유진이 아빠가 어떻게 고마워해야 할지 모르겠어.”

강지찬이 말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 아주머니가 해줬던 요리가 그립네요.”

이명자와 정유진은 할 말을 잃었다.

‘정말 기회를 놓치지 않네.’

이명자는 웃으면서 대답할 뿐이다.

“그래, 그래. 언제 휴식할 때 아주머니한테 말해. 그러면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꼭 와야 해.”

강지찬이 말했다.

“번거로울 필요 없어요. 그저 아주머니랑 아저씨가 해줬던 만두가 그리워요. 저희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의 솜씨도 까먹었어요.”

마음이 약한 이명자가 말했다.

“그래, 그래. 김칫소 만두를 좋아했던 거로 알고 있는데 나중에 해줄게.”

강지찬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주머니께서 아직 제 입맛을 기억하고 계시네요. 감동이에요.”

옆에서 지켜보던 정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불쌍한 척하는 건가?’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기로 했다.

다시 전신 검사를 해보았더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Kaugnay na kabanata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448화

    정유진은 자신과 조예원이 결국 경쟁 관계로 변할 줄은 정말 몰랐다.정유진은 조예원과 다툴 생각을 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갑자기 턱이 아팠다.큰 손이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앞에는 분노로 가득 찬 잘생긴 얼굴이었다.“정유진, 그건 무슨 표정이야?”정유진은 그가 왜 또 이러는지 몰랐다.“뭐 하는 거예요?”강지찬이 물었다.“서운해?”정유진은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고 화가 난 듯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서운하기는 하죠. 하지만 강지현 씨 때문은 아니에요.”그러자 강지찬은 더 이상 트집을 잡지 않았다.병원에 며칠 입원했고 강지찬은 며칠 동안 그녀와 함께 있었다.원래 연말에는 좀 바쁜데 강지찬 같은 사람은 분명 더 바빴을 것이다. 온종일 컴퓨터를 손에서 떼지 못했고 임우연은 다른 어시스트들은 함께 회사와 병원을 오가고 있었다.만약에 이런 행동들도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면 정말 냉정하고 무정한 마음씨였을 것이다.오늘 이명자가 보신탕을 가져다줘야 했기에 연우를 온미정에게 돌봐달라고 했다. 하지만 연우는 온유한에게 놀러 갔다가 강지찬을 만났고 결국 강지찬은 다시 연우를 돌려보냈다.온미정은 참지 못하고 정유진에게 한마디 했다.“내가 보기에는 저 자식은 순순히 너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 몇 번이고 연우를 만났으니 조만간에 연우의 신세를 알게 될 것이야. 그에게 들키느니 차라리 먼저 말해주는 게 낫지 않겠어? 너도 알다시피 그 녀석은 다른 사람이 그를 속이는 걸 가장 싫어해. 네가 그를 속이고 아이를 낳은 일 때문에 너희는 또 엄청나게 크게 싸울 수 있어.”온미정은 그들이 이미 이혼한 것을 몰랐고 강지찬이 정유진에게 이렇게 신경을 써서 챙겨주는 것을 보니 그들이 곧 화해하겠다고 생각했다.사실 정유진도 연우의 신분을 적절한 시기에 강지찬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숨길 수 없으니 일찍 말해주는 게 어쩌면 나을 것이다.“생각해 볼게요. 고모님, 걱정하지 마세요.”병원에 이틀 더 입원하다가 정유진은 퇴원했다.퇴원하는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449화

    머리의 상처가 좀처럼 낫지 않았기에 정유진은 회사에 가지 않았다.다행히 회사의 중요한 일은 이미 거의 완성된 상태였다. 연말 활동은 강예중이 조직했고 정유진은 대표로서 참석하지 않았다.어렵게 쉬었기에 그녀는 집에서 며칠 동안 아이와 함께 있고 싶었다.곧 섣달그믐날이 되었고 가족들은 즐겁게 설날 저녁 식사를 했다.정명학과 이명자도 몇 년 동안 국내에서 설을 쇠지 못했기에 올해는 친척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러 가려고 많은 선물을 준비했다.정유진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하지만 강씨네 가족들은 설을 그다지 잘 지내지 못했다.집사는 집안을 설날 분위기가 나도록 장식했지만, 전혀 설날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강지현도 상록수 별장에 있었고 강홍택과 송지윤은 해외에 나가 강지혁을 찾으러 갔다.온유한도 해외에 여행을 떠났다.그렇게 큰 저택에는 강지찬과 강원훈, 그리고 줄곧 굳은 표정을 하는 강홍식뿐이었다.강홍식은 고세연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강지찬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강홍식은 저녁 밥만 먹고 바로 떠나갔다.새해 첫날, 오직 강지찬만 집에 있었다. 외톨이 냄새가 물씬 풍겼다.강지현도 상록수 별장에 혼자 있었다. 조예원은 아침이 되자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열 시가 되자 강지현은 두터운 패딩을 입고 목도리를 하고 집을 나섰다.그는 먼저 백화점에 가서 장난감과 선물을 한 무더기 사고 정유진의 집으로 들고 갔다.강지현을 본 연우는 기뻐하면서 그의 몸에 안겨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했다.“아저씨, 왜 또 말랐어요? 또 밥 잘 안 챙겨 드셨죠?”“그런가 봐. 아저씨 집에 밥은 네 할머니가 하신 것만큼 맛이 없어.”그러자 연우가 즉시 대답했다.“그럼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어요.”강지현은 정유진을 힐끗 쳐다보고는 대답했다.“알았어.”점심이 거의 되자 호텔의 식당을 이미 예약했던 강지현은 웃으면서 말했다.“원래 유진 씨네 식구분들께 음식을 대접하려 했는데 뜻밖에도 아저씨, 아주머니께서 안 계시니 우리 셋이라도 갑시다.”정유진이 입을 열기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450화

    최의현은 그 말을 하고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무래도 강지현 옆에 있는 아이가 낯익었다.어디서 본 것 같았다.강지현은 연우를 보고 웃으며 농담으로 말했다.“그래요. 제 딸이에요.”그는 예전에 사적으로 연우에게도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었기에 연우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최의현과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믿지 않았다.오히려 강지찬을 발견한 연우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아저씨도 식사하러 온 거예요?”그러자 강지찬은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대답했다.“그래.”강지찬은 강지현을 바라보고는 연우에게 물었다.“아는 사이야?”그러자 연우는 당연하다는 어조로 말했다.“물론이죠. 지현 아저씨는 제 친구예요.”뜻밖에도 강지현은 연우와 아는 사이였고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지자 강지찬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강지현은 연우를 번쩍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이제 엄마 찾으러 가자.”그러자 연우는 강지찬과 다른 사람을 향해 손을 저었다.“아저씨들, 안녕히 계세요.”옆에 있던 한규진은 눈썹을 찌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아이는 왠지 낯이 익어 보이네.”그러자 최의현도 깜짝 놀랐다.“너도 그렇게 생각해? 지찬아, 저 아이를 알고 있었어?”강지찬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몇 번 본적은 있어.”강지찬 일행은 룸으로 향했다. 그때 경은우가 입을 열었다.“강지현 이 사람은 사실 국내에 친구가 별로 없어. 특히 여자는 더더욱 없어.”새해 첫날부터 한 아이를 데리고 호텔에 밥 먹으러 온 강지현이 매우 이해가 되지 않았다.어쨌든 그는 친어머니가 감옥에 갔다 해도 보러 가지 않았던 사람이었다.몇 사람은 룸에 들어갔고 점원은 계속해서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최의현 그들은 모두 강지찬에게 끌려 나왔고 그들은 밥을 먹고 나서 위층으로 올라가 수영하고 저녁에는 에이프릴 홀에 가서 술을 마시기로 했다.최의현이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온유한 그 자식은 정말 늑대 같은 사람이야. 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도 지아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그 계집애는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451화

    강지찬은 직접 장형준에게 차를 몰고 지엘 별장으로 가라고 했다.그는 겉으로 평온해 보이지만 마음속에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강지찬은 휴대 전화를 꺼내서 온미정에게 전화했다.설 기간에도 온미정은 친척 집에 가지 않았고 집에서 한가하게 자고 있었다.강지찬의 전화를 보고 온미정은 기분이 언짢았다.“설에도 왜 사람을 못살게 구는 거야. 이 자식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지찬이 입을 열었다.“연우는 누구의 아이죠?”온미정은 깜짝 놀라서 바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그건... 왜 물어? 내 친구의 아이야.”“어느 친구예요? 전 왜 모르는 거죠?”온미정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내가 친구가 그렇게 많은데 네가 어떻게 다 알겠어?”강지찬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고모님, 유진이와 지현이가 연우를 데리고 밥 먹는 걸 보았어요.”그러자 온미정은 말문이 막혔다.“...”차는 곧 정유진의 집에 도착했고 강지찬의 안색은 점점 나빠졌다.“고모님, 저한테 숨기는 일이라도 있어요?”온미정은 머리를 툭툭 치며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난 네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졸리니까 그만 끊어.”강지찬이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온미정은 전화를 끊고 서둘러 정유진에게 전화했다.강지현은 정유진과 연우를 집까지 데려다주었고 지금 아이와 놀고 있었다.“오늘 연우를 데리고 강지현과 함께 밥 먹었어?”정유진이 전화를 받자마자 온미정이 바로 물었다.정유진은 어리둥절하다가 대답했다.“네. 방금 호텔 레스토랑에서 돌아왔어요.”온미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망했어. 강지찬이 그걸 봐버렸어.”그러자 정유진은 할 말이 없었다.“...”바로 그때 초인종이 울렸고 정유진은 깜짝 놀랐다.다가가서 CCTV를 본 정유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온미정에게 말했다.“고모님, 그가 집까지 찾아왔어요.”온미정은 참지 못하고 욕이 나갔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계속 숨기지는 못할 것 같았다. 정유진은 문을 열고 강지찬을 들어오게 했다.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452화

    강지찬은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정유진과 강지현에 연관 되는 일이라면 그는 마치 무서운 짐승처럼 변했고 모든 걸 갈기갈기 찢고 싶었다.강지찬의 핏발이 가득한 눈을 본 정유진은 마음이 오싹해졌고 그제야 방금 말을 잘못했다는 걸 알아차렸다.“잘못 말했어요. 연우는 올해 곧 다섯 살이에요.”그러자 강지찬은 표정이 굳어졌다.“뭐라고?”그때 장형준이 다가와서 말렸다.“대표님, 진정하세요. 일단 손을 놓아주세요. 그러다간 사모님이 다치시겠어요.”그러자 강지찬은 마치 깜짝 놀란 듯 바로 손을 놓았고 자신 때문에 벌겋게 된 정유진의 목을 보자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그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정유진, 오늘 나한테 똑바로 말해. 저 아이는 어떻게 된 일이야?”정유진은 목이 따가운 느낌이 들었다. 크게 화를 내는 강지찬은 힘 조절이 전혀 안 되었다. 그녀는 방금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다.“이름은 정연우예요. 생일은 1월 14일이죠.”그 말을 들은 강지찬은 놀라서 몸이 떨렸다.1월 14일, 그는 평생 그해의 1월 14일을 잊을 수 없었다.그 이튿날이 바로 보름날이었기에 그는 원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날에 정유진은 고세연 때문에 유산되었고 정유진은 그날부터 태안병원에서 아예 사라졌다가 작년에야 돌아왔다.강지찬은 정유진의 어깨를 움켜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연우... 연우가 그 아이였어?”그러자 정유진이 고개를 끄덕이었다.강지찬은 눈에서는 여전히 화가 치밀어 올랐고 원하니 더욱 깊어진 듯했다.“정유진, 이 모진 여자야. 내가 너한테 그렇게 미안한 짓을 했어? 왜 나한테 이렇게 복수하는 거야?”“저는...”정유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내저었다.“복수가 아니에요. 그때는 단지 당신에게서 떨어지고 싶었어요.”“복수가 아니라면 어떻게 내 아이를 데리고 강지현과 함께 멀리 떠날 수 있어? 복수가 아니라면 넌 어떻게 나랑 딸을 떨어지게 하고 심지어 다른 남자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453화

    연우는 울지도 보채지도 않고 순순히 강지찬에게 안긴 채 차에 올랐다.연우는 지금 이 남자가 화를 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차에 오르자 강지찬과 연우는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어색함을 느낀 장형준은 마른기침하며 아이가 놀랄 수 있으니 강지찬에게 정색하지 말라고 눈짓을 주었다.연우는 답답한 얼굴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정말 제 아빠세요?”강지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긴장했던 어깨에 힘이 풀렸다.“네 이름은 정연우야?”“네. 전 정연우라고 해요.”그러자 강지찬은 코웃음을 쳤다.“내 아빠인지 아닌지 아직 말해주지 않았잖아요?”연우는 그 문제에 집착했다.강지찬이 대답했다.“그래.”조사할 필요도 없이 강지찬은 연우가 바로 자기 딸이라고 매우 확신했다.연우는 강지찬을 한참 지켜보다가 이 사실을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알겠어요.”그 모습을 본 강지찬은 기분이 살짝 언짢았다.“왜? 마음에 안 들어?”그러자 연우가 입을 삐죽이며 대답했다.“제가 생각했던 아빠랑 좀 달라서요.”“무엇이 다른데?”“아빠가 날 찾으면 깜짝 놀라서 기뻐할 줄 알았어요. 저는 그만큼 사랑스러운 아이죠. 하지만 그러시지 않았어요.”강지천은 할 말이 없었다.“...”그는 자기 딸이 맞다고 재차 확신했다.“난 지금 아직 놀라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기뻐하지 않아 보이는 거야.”강지천은 그렇게 말하면서 어색하게 연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지만 연우는 대인배처럼 너그러웠다.“괜찮아요. 이해할 수 있어요. 저도 지금 좀 놀란 상태예요.”그러고는 한숨을 쉬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그런 모습을 본 강지찬은 다시 한번 할 말을 잃었다.“...”운전하고 있던 장형준도 깜짝 놀랐다.‘대표님이 고작 다섯 살짜리 꼬마 때문에 말문이 막힌 거야?’그때 휴대 전화가 울렸고 보니 최의현이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 정말 정유진 씨한테 간 거야? 아이는 만났어?”그러자 강지찬이 말했다.“만났어.”“정말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454화

    귀염둥이 손녀가 강지찬에게 끌려갔다는 소식을 들은 이명자는 놀라서 쓰러질 뻔했다.그러자 정명학이 그녀를 위로했다.“지찬이는 아이의 아버지이니 분명히 연우에게 잘 대해줄 거야. 걱정하지 마.”비록 말을 그렇게 했지만 사실 그도 몹시 걱정하고 있었다.정명학과 이명자는 연우를 어릴 적부터 키웠다. 이렇게 몇 년 동안 하루도 그들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들이 친척 집에 갔다 온 후부터 연우를 보지 못하자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유진아, 지찬이가 아이를 언제 데려오겠다는 말은 안 했어?”이명자가 물었다.“그런 말은 안 했어요.”정유진은 부모님께 강지찬이 화를 내며 돌아갔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게다가 강지찬 같은 사람이 아이를 가지고 갔다는 건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아빠,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며칠 후에 제가 가서 연우를 데려올게요.”“아직도 며칠이나 더 있어야 해?”이명자는 좀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가서 귀염둥이 손녀를 데려오고 싶었다.밤은 깊어졌고 정유진은 아무리 해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강지찬이 연우에게 잘 대해주지 못할까 봐 걱정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어린 연우가 낯선 환경에서 무서워할까 봐 걱정했다.그녀는 휴대 전화를 꺼내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강지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자 전화 너머로 곧 강지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연우는 자나요?”강지환은 침대에 앉아 장난감을 끌어안고 자려 하지 않는 꼬맹이를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아직 안 자.”지금 벌써 10시였다. 예전 같으면 연우는 이미 자고 있었을 것이다.“연우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하세요. 제가 말할게요.”“싫어.”그러자 정유진은 말문이 막혔다.“...”강지찬은 정유진과 더 이상 말도 하고 싶지 않아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강지찬은 분명히 아직도 화를 내고 있었다.핑크색 잠옷을 입은 연우는 품에 안겨 있던 곰 인형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엄마 전화예요?”강지찬은 연우의 예리함에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455화

    정유진은 밤새 잠을 못 잤고 정명학과 이명자도 분명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것이다.정유진이 난처해질 줄 알면서도 이명자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아니면 강 서방에게 전화해서 우리 연우가 어젯밤에 잘 잤는지 울었는지 물어보는 건 어때?”이명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어젯밤에 정유진은 강지찬에게 전화했지만, 그는 사정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지만 정유진은 딸이 너무 걱정되었기에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강지찬에게 전화했다.강지찬과 연우는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상이 부러지도록 많은 음식을 본 연우는 멍해졌다.연우의 뒤에는 방경숙과 다른 아주머니가 서서 그녀의 반찬을 세팅해 주고 있었고 다른 한 아주머니는 연우에게 우유를 끓여주고 있었다. 온 집안의 도우미들이 모두 연우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강지찬은 전화가 온 것을 보고 일어나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정유진의 목소리는 매우 초조했다.“연우가 어젯밤에 잘 잤어요? 연우는 처음으로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갔어요. 무서워서 울지는 않았어요?”강지찬은 맛있게 아침을 먹고 있는 연우를 들여다보고는 차갑게 말했다.“내 딸을 데리고 외국으로 떠날 때는 딸을 잃은 아빠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그러자 정유진은 할 말을 잃었다.“...”강지찬은 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어때? 강서방이 뭐라고 해?”정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직도 저에게 화가 나 있는 것 같아요. 연우의 상황을 알려주려고 하지 않아요.”“그럼 이제 어떡하지?”이명자는 더욱 조급해졌고 그녀는 정명학을 밀치면서 말했다.“당신이 전화해 봐요.”강지찬은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항상 공손하게 대했으니 정명학이 전화하면 좀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정명학은 생각해 보더니 전화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강서방은 지금 화가 치밀어 올랐으니 좀 더 기다리는 게 낫겠어. 연우는 강서방의 친딸이지. 분명히 아이한테는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야. 다들 걱정하

Pinakabagong kabanata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6화

    식탁 위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색했다.최신애는 강지아에게 많이 먹으라고 말하며 계속 반찬을 얹어 주었다.앞에 있는 접시는 가득 찼지만 강지아는 최신애가 짚어 준 반찬을 한 입도 먹지 않은 채 먹고 싶은 것은 스스로 집어 먹었다.최신애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다.온혁진이 기침을 하며 강지찬과 강씨 가문으로 말머리를 돌렸다.“오빠 회사 일은 잘 몰라요. 제가 관여할 일도 없고요.”강지아는 온혁진의 물음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거절했다.“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오빠한테 물어보세요.”식사를 마친 뒤 강지아는 전화를 받고 나갔다.그녀는 온유한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지 않고 직접 운전해서 갔다.밖에서 차 떠나는 소리가 들리자 최신애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아들아, 지아는 대체 무슨 뜻이야?”핸드폰을 들고 흉부외과 팀의 온라인 수술 토론을 보고 있던 온유한은 최신애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지아가 뭘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묻지도 마세요.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요.”강지아는 화령과 술을 마시러 나갔다.화령의 기분이 좋지 않아 두 사람은 오늘 에이프릴 홀에서 방 하나를 빌려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미안해, 온씨 저택으로 들어간 첫날 밤인데 내가 불러냈네. 온 대표님이 화내겠다?”“그 사람 기분 따위 상관 안 해.”강지아가 소파에 편안히 누우며 말했다.“무슨 일인데? 최금성이 왜 또?”“별거 아니야.”화령이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최금성의 소울메이트가 돌아왔어. 지금 밖에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을 거야.”“소울메이트?”강지아는 깜짝 놀랐다.“유주?”화령이 물었다.“너도 알아?”강지아가 일어나 앉으며 혀를 찼다.“골치 아프게 됐네.”그 말에 화령의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왜 골치 아픈데, 정확히 얘기해봐.”술을 마실 마음이 싹 사라진 강지아는 화령보다 더 초조해 보였다.“왜 돌아왔대? 오랫동안 밖에 있다가 갑자기 돌아온 이유가 뭐야?”화령은 더욱 초조해졌다.“대체 왜 그러는 건데? 유주라는 여자, 대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5화

    온혁진과 최신애는 마당에 서서 강지아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지아에게 최고의 대접을 해주는 것이었다.최신애의 미소는 눈으로 보기에도 어색했다.가장인 온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부터 우리는 한 가족이야. 지아야, 필요한 게 있으면 네 아주... 네 어머니에게 말해.”최신애도 말했다.“그래, 그래. 얼른 방에 가서 마음에 드는지 봐봐.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꿔줄게.”고개를 끄덕인 강지아는 열려 있는 문을 바라보며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최신애가 유난히 열정적으로 말했다.“지아야, 먼저 방에 가서 옷을 갈아입어. 조금 이따가 저녁 식사 준비할게. 오늘 저녁은 네가 좋아하는 음식만 준비하라고 했어.”강지아는 깜짝 놀랐다.“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세요?”“당연히 기억하지.”최신애가 약간 주눅 든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키웠는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모를 리가 있겠니? 너는 매운 걸 싫어했어, 어릴 때 실수로 고추를 먹으면 한참을 울었어. 네 엄마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었지, 그 매운맛이 가실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그걸 기억하시네요.”강지아가 말했다.간단한 몇 마디였고 특별히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최신애는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문을 들어서자 강지아는 긴장을 풀었다.이곳에 결국 들어오게 되다니... 평생 다시는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하지만 옛말대로 매듭은 매듭을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나는 게스트 룸에 있을게요.”강지아의 말에 최신애와 온혁진은 깜짝 놀랐다.“아, 아니. 네가 게스트 룸에 있으면 안 되지...”온유한이 말했다.“2층 방 좀 정리해 주세요.”게스트 룸이 2층에 있었기에 온유한은 당연히 그녀와 한 층에 있고 싶었다.강지아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최신애는 즉시 사람들을 시켜 2층에 있던 온유한 방 옆의 방을 강지아의 취향에 맞게 정리했다. 창고에 물건이 많았지만 하인들이 함께 움직여 30분 만에 강지아에게 아름답고 아늑한 방을 만들어줬다.강지아가 세수를 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4화

    연우의 생일 파티에는 강씨 가문의 친지들이 많이 참석했기에 강지아는 낯이 익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한동안 응대를 해야 했다.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친 뒤 손을 씻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누구야, 놔!”깜짝 놀란 강지아가 발로 그 사람을 밟으려 했다.이것은 장형준에게 배운 호신술이었다. 하이힐로 상대방의 발을 밟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호신술이었다.하지만 하이힐로 밟기 전에 강지아를 안고 있는 사람이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나야.”온유한이였다.강지아는 움직이지 않았고 소리도 내지 않았다.온유한의 품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나 익숙했다.그에게 꽉 안겨 귀에서 들리는 그의 숨소리는 한 번 또 한 번 그녀의 심장을 강타했다.이제는 그가 두렵지 않다.하지만 완전히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렸으며 몸은 본능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예전처럼 그를 보자마자 떨리는 것은 아니었다.“내 생각 안 했어? 지아야?”온유한의 물음에 강지아는 매우 평온하게 말했다.“생각했어.”그 대답에 온유한이 오히려 놀랐다.강지아가 놓아달라는 듯 온유한을 밀어내자 온유한도 그녀의 뜻대로 그녀를 놓아주었다.강지아가 말했다.“오늘 저녁에는 강씨 본가로 돌아갈 거야, 내일 오후에 데리러 와. 같이 온씨 저택으로 가자.”온유한은 또 한 번 놀랐다.“지아야,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니?”“알아, 우리 결혼했잖아. 같이 온씨 저택에 돌아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쉽게 한 말 같지만 당연하지 않다...온유한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너는 온씨 저택에 갈 필요 없어. 우리 그냥 서울 캐슬에 살자. 그 집은 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야. 거기서 살면 편할 거야.”“아니, 온씨 저택으로 들어갈 거야.”강지아가 단호하게 말했다.강지아가 집에 들어와 살 거라는 소식을 들은 최신애는 마음속으로 거부감을 느꼈다.이제 강지아와 그녀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3화

    “온씨 가문이 정말 예전 같지 않아, 작년에 많은 일이 일어나면서 태안 그룹의 평판도 영향을 받았지.”“그건 다 최신애가 자초한 일이야, 이제는 강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아부하려고 하지만 강지아가 어디 쳐다보기라도 해?”“강 대표가 냉정하다고들 하지만 온씨 가문에게는 정말 잘해주네. 최신애가 예전에 강지아에게 어떻게 했는지 다들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끔 귀에 들려오자 얼굴이 빨개진 최신애는 화가 나면서도 당황스러웠다.강지아도 몇 마디 들었지만 그냥 무시해 버렸다.“조카딸 생일 때문에 잠깐 돌아온 거야? 아니면 더는 안 나가는 거야?”화령의 물음에 강지아가 미소를 지었다.“내가 마치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말하네.”“그래, 넌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지 않아. 그냥 피하러 다니는 거지.”서원준이 다가오자 화령이 웃으며 말했다.“한 번 나가면 두 명 다 피할 수 있구나.”서원준은 여전히 건들거리는 모습이었다.“돌아왔어?”“응, 돌아왔어.”강지아가 동하민을 향해 손을 내젓자 동하민이 그녀의 가방을 가져왔다.화령이 농담으로 한마디 던졌다.“우리 강씨 가문의 아가씨가 선물 주는 버릇은 고치지 못했나 봐.”서원준도 웃었다.“나한테도 줄 선물이 있나 보네.”말투에는 비꼬는 기색이 없었다. 이미 마음을 놓은 건지 아니면 일부러 가볍게 보이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강지아는 이번에 브로치 선물을 준비했다. 남자 것과 여자 것은 당연히 달랐지만 모두 예뻤고 값비싼 것들이었다.“또 도매한 거야? 정성이 없네.”화령은 겉으로는 비난했지만 이미 브로치를 들고 가슴에 대어 보고 있었다. 입과 몸이 따로 노는 게 특징인가 보다.강지아가 말했다.“나에게 뭐라고 하지 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바빴는지 너도 알잖아.”화령이 콧방귀를 뀌었다.“바쁘겠지, 펀과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느라 얼마나 바빴겠어. 그래도 브로치가 내 미모와 잘 어울리니까 마음에 드네, 고마워.”말을 마친 화령은 선물과 잔을 들고 알아서 자리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2화

    강씨 가문과 온씨 가문의 가족 모임에 강홍식과 고세연은 초대받지 못했기에 참석하지 않았다.본가로 돌아오자 강홍식이 마당에 서서 강지찬과 강지아를 불효자식이라고 욕했지만 둘 다 아버지를 무시했다.강지아는 바로 자기 집 마당으로 돌아갔다.정유진은 강지아가 결혼식 날 왜 모른 척했는지 물어볼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내내 강지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지아가 걱정돼.”강지찬은 아내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어. 본인도 속으로 알고 있을 거야. 서원준과 결혼하는 것보다 온유한과 결혼하는 게 낫다는 걸.”사실 강지아는 지금 서원준과 결혼하지 않은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무고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그날 밤, 강지아는 화령과 동하민을 데리고 해외로 패션쇼를 보러 떠났다.에이프릴 홀.술을 좀 많이 마신 최의현은 옆에 있는 온유한의 어깨를 탁탁 치며 말했다.“친구야, 우리랑 술 마신 지 얼마나 됐지? 너 벌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온유한이 미소를 지으며 앞에 있는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한 잔을 따라 강지찬을 향해 들었다.“지찬아, 내 잔도 받아줘.”강지찬은 온유한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나서야 잔을 들고 멀리서 살짝 부딪혔다.강씨 가문과 온씨 가문은 이렇게 화해했다.온씨 집안.최신애가 매우 불쾌해하며 거실에 앉아 한숨을 쉬자 신문을 보던 온혁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졸리면 자러 들어가, 아들이 오늘 늦게 들어올 거야. 기다릴 필요 없어.”최신애는 또 한숨을 쉰 후 말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남들은 며느리를 들이면 기뻐서 날뛰는데 우리 집은 왜 이럴까요? 며느리에게 차 한 잔도 못 얻어 마시고 조상님보다 더 조상님 대접을 해줘야 하잖아요.”온혁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구를 탓하겠어? 당신이 불평할 자격이 있어? 경고하는데 이런 말 아들 앞에서 하지 마. 지아가 온씨 가문의 문턱도 안 들어오겠다고 해도, 평생 우리를 부모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은 아무 말도 할 자격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1화

    강지아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온유한을 잔뜩 경계하는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온유한은 쟁반을 둥근 테이블 위에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지금 먹기 딱 좋으니까 얼른 와서 먹어.”온유한의 모습은 마치 두 사람 사이에 떨어져 있던 3년의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강지아는 배가 고팠지만 가까이 가지 않았다.“알았어.”온유한은 항복하는 듯 말했다.“와서 밥 먹어, 나는 잘게.”말을 마친 온유한은 옆방 침실로 들어갔다.강지아는 여전히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 집이 완전히 그녀의 취향에 맞게 꾸며져 있다면 충전기도 그녀가 평소에 두던 곳에 있을 것이다.테이블 아래 서랍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충전기가 그 안에 있었다.밥을 먹은 뒤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한 강지아는 옷장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옷장 안의 옷마저 그녀의 옷장에 있는 것들과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었다.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운 강지아는 잠들지 못할 줄 알았으나 새벽까지 깊이 잠들었다.천장을 바라본 강지아는 무력감이 들면서도 이런 자신이 믿기지 않았다.아래층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는 온유한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조금이나마 덜 위험한 모습을 보이면 강지아의 경계심도 조금은 풀어지게 될 것이다.발걸음 소리를 들은 온유한은 신문을 가지런히 접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아침 식사 준비됐어, 어서 와서 먹자.”말을 마친 뒤 주방으로 가서 밥과 반찬을 차렸다.집안일을 하는 온유한은 왠지 모르게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아마도 잘생긴 남자는 무슨 일을 해도 멋져 보이는 법인가 보다.“얼른 와, 맛이 괜찮을 거야.”온유한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강지아는 순간 깨달았다. 이 집에 하인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면 어제 저녁 식사와 오늘 아침 식사도 온유한이 준비한 것일까?마음이 너무 닫힌 탓인지 이에 대해서도 전혀 감동을 하지 못했다.감동은커녕 마음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안 먹을 거야, 좀 이따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0화

    결혼식 연회는 계속되었지만 결혼식이 아니라 친지 친구들 간의 대형 모임으로 변했다.강지찬은 받은 축의금은 모두 돌려줄 것이며 오늘 이 자리에 온 하객들은 맘 편히 먹고 마시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강지찬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장형준이 와서 보고했다.“대표님, 서원준 씨가 돌아왔습니다.”밖에 있는 서원준은 손에 있던 외투도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고 넥타이도 매지 않았다. 입고 있던 셔츠도 헐렁해졌다.입구의 테이블에서 술병을 하나 집어 들고는 바닥에 쏟으며 안으로 걸어 들어온 그는 강지찬 앞에 다가와 술병을 위로 집어 들었다.장형준은 서원준이 혹시라도 폭력을 쓸까 봐 재빨리 강지찬 앞을 가로막았다.강지찬은 장형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비키라고 했다.“왜?”강지찬이 술병을 바라보며 묻자 서원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진작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날만 기다린 거예요?”강지찬은 솔직하게 말했다.“응, 예상했어.”“그래요, 그렇군요.”서원준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강지찬에게 폭력을 쓰지 않았다.술병의 술을 다 마신 후, 그는 서연희를 데리고 호텔을 떠났다.성대한 결혼식이었지만 남자 측의 친지와 회사 동료들을 합쳐도 두 테이블밖에 되지 않았다.돌아가는 길, 두 모자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원준은 서연희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마당은 강지아가 전에 개조해 조금 변화가 있었다. 풀들이 제각각 자라던 마당이 강지아 덕분에 많이 질서정연해졌다.가을이 되었음에도 꽃들이 여전히 만발해 있었다.“지아가... 이제는 오지 않겠지?”서원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기 어머니에게 물 한 잔을 가져다 주었다.서연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들아, 지아의 오빠를 원망하지 마라. 오늘 이런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 지아의 마음속에 네가 없다는 것을.”한참 후, 서원준이 말했다.“알아.”주위 인테리어가 너무 익숙했던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79화

    온유한이 강지아를 거실 한가운데에 앉히자 강지아는 순간 멍해졌다.이 집은 온유한이 현채영에게 사 준 집이 아니었던가? 왜...“강지아 씨가 이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낄 거라고 유한 씨가 그랬어요.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도 유한 씨가 직접 하나하나 주문 제작한 거고요. 어떤 물건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거예요. 강지아 씨가 산 것과 같은 제품이에요. 온유한 씨가 겨우 찾아낸 거예요.”현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지아 씨가 이 집의 주인이에요. 나는 그냥 온유한 씨가 고용한 연기자일 뿐이에요. 오늘이 내 마지막 출연이 될 거예요.”강지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두 사람, 그런 사이 아니었어요...?”“아니에요.”현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유한 씨의 마음속에 여자는 항상 강지아 씨뿐이에요. 이건 의심할 필요 없어요.”현채영은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조용히 물러났다.집이 아주 넓었지만 강지아는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지아야, 마음에 들어?”온유한이 다시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강지아는 그 손을 뿌리쳤다.“내가 감동할 거라고 생각해? 감동하고 그다음에 같이 잘 살 거라고 생각해? 온유한, 인생이 장난이야?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모든 일이 쉽게 넘어갈 것 같아?”강지아는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자리에 서 있는 온유한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리모컨을 눌렀다. 이내 열려 있던 대문이 서서히 닫혔다.“뭐 하는 거야? 나를 가두려고? 이것도 우리 오빠에게서 배운 거야?”강지아가 비웃으며 말하자 온유한은 다시 문을 열더니 그녀가 입고 있는 웨딩드레스를 가리켰다.“정말 그런 차림으로 강씨 본가에 돌아갈 거야? 그리고 지찬이와 형수님은 아직 호텔에 있어. 지아야, 일단 위층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 다음 우리 다시 이야기하자.”강지아는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오빠와 형수를 만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 위층이라고 해도 저택의 집과 똑같았기에 강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78화

    “알았어! 그래! 내가 꺼질게! 강지아, 분명 나를 찾아와서 울 날이 있을 거야.”분노에 가득 찬 서원준은 외투를 벗고 흐트러진 머리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초라한 얼굴로 옷을 들고 사라졌다.강지아가 이제 막 숨을 돌리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나를 방어하는 건 내가 혹시라도 서원준에게 해를 끼칠까 봐서야?”온유한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강지아는 더 이상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지아야, 네 마음속에 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네.”강지아는 냉정한 얼굴로 온유한을 바라보았다.“그렇지 않아?”그러고는 온유한의 손을 뿌리치고 웨딩드레스를 들고 걸어 나갔다.하지만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온유한, 뭐 하는 거야?”온유한은 그녀를 차 안에 앉혔다.차는 다시 출발했고 이번만큼은 온유한도 신호위반을 하지 않고 조용히 운전했다.하지만 차는 명도 빌딩이나 강씨 혹은 온씨 저택으로 향하지 않았다.“어디로 가는 거야?”“우리의 새집으로.”새집.만약 두 사람이 정말로 사랑하는 신혼부부였다면 이 말을 들은 그녀는 분명히 기대에 부풀었을 것이다.하지만 강지아는 그저 눈을 감았다.“강씨 본가로 돌아갈 거야.”온유한이 아무 말 없이 계속 운전하자 강지아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말해도 소용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차는 마침내 고급 빌라 단지로 들어섰다.강지아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 온유한이 여기에 수십억 원짜리 집을 현채영에게 사줬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화령은 너무 부러워했다.“여기로 와서 뭐 하려고?”“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차는 한 대형 빌라로 들어섰다.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마당에 현채영이 서 있는 것을 본 강지아는 말문이 막혔다.온유한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옛 애인과 새 애인을 양손에 끼고 노는 걸 보여주려는 건가?“지아야, 내려.”온유한이 차 문을 열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강지아는 그저 황당하다는 생각뿐이었다.“내려가서 뭐 하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