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이쪽으로 와보세요! 아가씨가 다쳤어요!”순식간에 가온 본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안에서 사람들이 달려나와 온세리를 안으로 들고 들어갔다.본가에 상주하는 의료진이 황급히 그녀에게 응급 구조 조치를 진행했다.“대체 어떤 놈이 우리 세리를 이렇게 만든 거야!”거실에서 온철웅이 음침한 얼굴로 화를 내고 있었고 고용인들은 겁에 질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온철웅은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딸을 보자 눈가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아들은 장기간 밖에서 공무를 집행한다고 바빴기에 불면 날아갈까 쥐면 으스러질까 애지중지 키운 딸이었다. 그런데 이 강주 바닥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딸에게 이런 잔인한 짓을 벌이다니!그는 곧장 경비원을 호출해서 추궁하듯 소리쳤다.“어떤 놈이 세리를 저렇게 만들었는지 봤어?”경비원이 화들짝 놀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저는 모릅니다. 어떤 남자가 대문 앞에서 청소하라고 소리쳐서 나가봤더니 아가씨가 거기 누워 계셨습니다.”“멍청한 자식!”온철웅은 곧장 경비원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이때, 다친 경호원들이 절뚝거리며 대문을 통해 들어왔다.팔다리가 잘리거나 안면부가 매몰되거나 한 그들의 모습은 인간 지옥을 경험하고 온 것 같은 흉측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너희는 또 왜 이래?”온철웅이 경악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물었다.그들은 전부 가온이 키우는 엘리트 경호팀원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격투기 챔피언도 있고 무림 고수도 있는데 어쩌다가 이 지경으로 맞고 온 걸까?그의 머릿속에 몇몇 자신의 숙적들의 얼굴이 떠올랐다.‘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건가!’“아가씨를 따라 나갔다가 불손한 자식을 혼내주러 갔는데 상대가 너무 강했어요.”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무림 고수라고 떠받들리던 경호팀장이었다.그는 임찬혁의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리고 눈앞이 캄캄했다.“상대가 누구냐. 사람이 얼마나 있었길래 이 꼴을 당하고 온 거야!”온철웅이 굳은 표정으로 추궁했다. 살면서 하도 적을 많이 만들었고 만약
그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상대가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총알 앞에서는 용사가 없었다.온철웅은 절대 임찬혁이 내일 뜨는 해를 보지 못하게 만들 거라고 확신했다.곧이어 온철웅의 부대가 다시 집결했다.수십 명이나 되는 경호원들의 손에는 총기도 들려 있었다.“죽이러 간다!”온철웅은 직접 인원들을 이끌고 밖으로 돌진했다.“온 가주님, 이 밤에 급하게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그들이 문앞에 도착했을 때, 화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자가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왔다.폭포처럼 드리운 긴 생머리에 눈보다 하얀 피부, 의학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아름다움이었다.족히 눈빛 하나만으로 사내의 넋을 잃게 만드는 미모를 가진 여자였다.그녀는 기세등등한 온가의 경호인력들 앞에서도 여전히 상쾌한 표정으로 온철웅에게 다가왔다.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온철웅마저 기세로는 여자에게 밀렸다.“복수하러 가는 길인데 누구지? 당장 안 비켜?”온철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경계하는 기색으로 손이림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상대가 야밤에 가온 본가까지 쳐들어온 것을 보면 만만한 상대가 아닐 거라고 판단해서 경거망동하지는 않았다.“임찬혁 목숨을 살려달라고 부탁을 드리러 왔는데 제 부탁 들어주실 수 있나요?”손이림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조금 전, 그녀는 유효진에게서 사건의 경과를 들었다. 임찬혁의 성격에 절대 온세리를 곱게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을 알고 여기까지 따라온 것이었다.만약 가온에서 모든 인력을 동원하여 임찬혁 한 명을 탄압하려고 한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그 자식은 내 딸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 그리고 내 딸의 경호원들 수십 명이 놈의 손에 다쳤는데 그걸 알고도 가만히 있으라고?”“임찬혁 친구의 신분으로 온 거라면 그 부탁 들어줄 수 없네. 자네를 붙잡아서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히는 것도 방법이겠지!”딸을 죽일 뻔한 원수의 친구가 미인이라고 살려줄 만큼 온철웅은 너그러운 인간이 아니었다.“그거 아시나요? 온
한 달이라는 시간이면 용무 대회도 끝났을 시간이었다.만약 임찬혁이 용무 대회의 장원을 따낸다면 귀한 인재로 국가의 신임을 얻을 테니 온철웅은 더 이상 그의 목숨을 노릴 수 없게 된다.만약 임찬혁이 장원을 따내지 못한다면 그녀도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현재로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가 최선이었다.손가의 힘을 동원하려면 돌아가서 가족들과 타협하고 원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한편 임찬혁이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저택 안팎은 이미 청소가 끝난 상태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양운호가 보낸 인력들이 숨어서 저택의 안전을 호위하고 있는 것이었다.그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때, 핸드폰이 울렸다.“귀찮은 문제 하나 해결해 줬는데 어떻게 보답할 거야?”수화기 너머로 손이림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뭘 해결했는데?”임찬혁이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온세리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서 온철웅이 총기까지 들고 쳐들어가려고 하는 걸 내가 겨우 말려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벌었거든.”손이림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보답은 그쪽에 가서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아니라.”임찬혁은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그쪽에서 쳐들어 왔으면 죽은 목숨이야.”“그러니까 내가 괜한 짓을 했다는 거네?”손이림의 목소리에서 서운함이 묻어났다.“그건 아니고. 고마워. 나중에 내가 밥 한끼 살게.”임찬혁이 웃으며 말했다.“엄마 오늘 많이 놀라셔서 위로해 드리러 가야 해. 이만 끊을게.”그 말을 끝으로 그는 전화를 끊었다.“임찬혁 이 양심도 없는 자식! 한 달 지나서 용무 대회에서 장원을 못 해서 온 가주가 쳐들어가도 절대 도와주지 않을 거야!”손이림은 씩씩거리며 애꿎은 핸드폰에 분풀이를 했다.그러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임찬혁이 강해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를 원했던 건 그녀였다.그런데 그가 원하던 것처럼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
“알겠어요.”임찬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텅 빈 방안을 둘러보고 양운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필요하니 가정부 한 명 알아봐 주세요.”“지존 각하,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 처리해 드릴게요.”양운호에게 이런 일은 일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슬하에서 오래 일한 가정부를 임찬혁의 저택으로 보냈다.아진이라고 하는 3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일도 잘하고 예의도 발라서 양운호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 가정부였다. 그녀는 오자마자 양홍선이 아직 식사도 안 했다는 말을 듣고 저택에 가자마자 주방으로 들어갔다.양홍선은 가정부 필요 없다고 극구 말했지만 임찬혁이 고집을 부리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그는 앞으로 장기간 용강 별장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었다.빌레오는 저택도 크고 호화롭기는 하지만 너무 한적해서 가정부를 고용하면 어머니를 보살피고 평소에 말동무도 해줄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이제 엄마 괜찮으니까 찬혁이 너도 어서 돌아가. 아까 효진이도 전화 받고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나갔어. 시간 되면 효진이 좀 도와줘.”양홍선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축객령을 내렸다. 너무 아들을 붙잡고 있는 것도 둘 사이가 가까워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그럼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하세요.”유신 뷰티는 한창 시즌이라 바쁠 때였고 임찬혁은 저택을 나가자마자 택시를 잡고 용강 별장으로 향했다.유효진의 본가.“아빠, 엄마,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다른 일 없으면 먼저 올라갈게요. 내일 바쁠 거거든요.”유효진은 엄마와 아빠, 동생 유설진까지 거실에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조금 전에 양홍선과 같이 차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일이 있다고 본가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돌아온 것이었다.유효진은 가족들과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할아버지 생신 때 이미 모든 관계를 단절한다고 선포한 사람들이었다.“부모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교양도 없이!”이향이 못 마땅한 얼굴로 훈계하듯 말했다.
유효진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백현호를 만난다고 임찬혁 씨랑 이혼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찬혁 씨가 아니었으면 낮에 우리 체면은 바닥에 굴렀을 거예요.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 사람을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유진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효진아, 엄마 말 들어. 임찬혁은 너랑 어울리지 않아. 여자는 능력 있는 남자랑 결혼해야 인생이 편해.”“네 회사 위기부터 해결하고 가문에 보탬이 되면 네 할아버지도 기뻐하실 거고 그렇게 되면 가문 전체가 우리 손에 들어오는 거야!”유진안의 두 눈에는 벌써 대권을 잡은 뒤의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는 듯했다.분명 낮에 어르신이 자신에게 대권을 맡긴다고 했는데 송시후가 그 난리를 부리면서 유야무야되었다.만약 이번 위기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이 가문의 수장이 될 것이다.“결국 다 아버지 어머니를 위한 선택이네요. 안 가요!”유효진은 실망스러운 얼굴로 부모님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들은 결국 딸을 향한 백현호의 호감을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 할 뿐이고 딸의 행복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너 안 가면 나 죽어버릴 거야!”갑자기 이향이 과도를 집어들더니 목을 겨누며 말했다.“여보!”“엄마!”유진안과 유설진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유효진도 적잖이 당황했다. 엄마가 원하는 바를 위해 이런 방식까지 동원한 건 충격이었다.“이 엄마가 네 앞에서 죽어가는 걸 꼭 봐야겠어?”“엄마 목숨보다 임찬혁이 더 중요하다는 거야?”그녀가 잠깐 당황한 사이에 유진안도 기회다 싶어 더 그녀를 압박했다.“언니, 엄마 좀 말려봐!”유설진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나 말리지 마. 어차피 내가 죽어도 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야!”이향이 손에 힘을 주자 과도의 날카로운 날이 피부에 스치며 빨간 피가 흘려나왔다.유진안과 유설진이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알겠어요, 갈게요.”유효진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들 일가를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너무 무리한 요구를 제기하면 바로 일어날 거예요.”“진작에
“앙떼 호텔이 왜요?”임찬혁의 떨떠름한 반응에 유효진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내일 약속이 있는데 마침 앙떼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같이 가면 되겠네요.”임찬혁이 웃으며 말했다.“그렇군요.”유효진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씻으러 올라갔다.그녀는 가온그룹과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손이림에게 이미 그쪽에서 한 달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임찬혁은 연우의 방으로 와서 잠든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춘 뒤, 방으로 돌아갔다.다음 날 아침.유진안 일가는 아침부터 유효진을 데리러 집으로 찾아왔다.그들은 임찬혁도 같이 간다는 얘기에 순간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백현호 대표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넌데 임찬혁을 그 자리에 데리고 나가면 어떡해?”유효진도 지지 않고 인상을 찌푸렸다.“찬혁 씨와 난 부부인데 왜 같이 가면 안 돼요? 그럴 거면 나도 안 가요.”이향은 옆에 있는 임찬혁에게 화풀이를 했다.“그래. 가서 시야를 넓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백 대표랑 너랑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알아야 포기하지!”임찬혁은 담담히 미소만 지을 뿐 응대하지 않았다.그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장모가 이렇게까지 심혈을 기울이는지 궁금하기도 했다.“가자. 백 대표 너무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이향은 싱글벙글 웃으며 일가족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대문을 나오자마자 눈에 띄는 붉은색 페라리가 문앞에 멈추었다.차 문이 열리고 건장한 체격에 지적인 인상을 주는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늠름한 풍채가 마치 백마 탄 왕자님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남자의 등장에 길 가던 여자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와! 너무 잘생겼잖아!”“저런 남자친구가 있으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심장이 뛰는 이 느낌, 정말 오랜만이야!”“백 대표!”이향이 눈을 반짝이며 그쪽으로 다가갔다.그가 바로 이향이 소개한 백현호라는 인물이었다.재력이 4대 가문과 비교하지는 못하지만 엄연한 대기업 행렬에 이름을 올린
백현호는 자신이 아주 존귀한 신분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내가 알기로 임찬혁 씨가 송시후에게 밉보여서 유신 뷰티가 파산할 위기까지 갔다던데 해결방법은 있나요?”백현호는 대놓고 임찬혁을 저격했다.“누가 유신 뷰티가 파산할 거라고 했지? 송시후 따위가 유신을 건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오늘 당장 유신 뷰티는 계약을 체결하게 될 거야.”임찬혁이 오늘 약속을 잡은 것도 사업을 위해서였다.윤운천이 사업을 거절한다고 하면 대용문파의 세력을 이용해서 유신 뷰티와 거액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다. 송시후 같은 소인배를 그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허세 그만 부려. 사지만 발달하고 두뇌는 멍청한 녀석이 무슨 사업을 한다고. 오늘 계약을 못 체결하면 당장 효진이랑 이혼해!”듣고 있던 이향이 혐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임찬혁, 허세뿐인 네 말은 네 꼴만 더 우습게 할 뿐이야.”유진안도 못 참겠다는 듯이 한마디했다.유효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녀는 임찬혁이 백현호 앞에서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아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했다.“아저씨, 아줌마, 화 푸세요. 아마 저 녀석도 자신이 능력이 딸리는 줄 알고 허세 한번 떨어본 걸 거예요. 우린 어서 밥 먹으로 가요. 룸을 예약해 뒀어요.”백현호는 가소롭다는 듯이 임찬혁에게 피식 웃어 보이고는 이향 부부에게 말했다.유효진이 아직 임찬혁의 편에 선 상황에서 그 역시 너무 상황을 안 좋게 만들어서 분위기를 망칠 이유는 없었다.백현호는 자신이 제대로 매력을 어필하면 유효진도 자신을 거부할 수 없을 거라고 자신했다.“봤지? 역시 있는 집 도련님은 마음도 넓어. 저런 남자랑 같이 사는 여자가 행복한 거야. 능력도 없이 속만 좁은 누구랑은 완전히 다르다고!”이향은 혐오스럽다는 듯이 임찬혁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는 차에 올랐다.“뭐 좀 놓고 온 게 있어서요. 잠깐만 기다려요.”임찬혁은 오늘 윤 회장에게 선물로 회춘단 샘플을 드리기로 계획했었다. 급하게 나오다가 까먹은 그는 그 말을 끝으로 급하게
이향과 유진안은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 혹시 멋도 모르고 다가갔다가 장 시장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장 시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백운그룹의 백현호라고 합니다. 시장님도 이곳에 식사를 하러 오셨나요? 그런데 왜 안 들어가세요?”그들이 머뭇거리던 찰나, 백현호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장호민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지인을 한분 기다리고 있습니다.”장호민은 담담히 백현호에게 시선을 한번 주고는 불쾌한 표정을 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백현호의 얼굴에도 어색함이 가득했다. 사실 그는 장호민과 그다지 친분이 있다고 할 수 없었다. 유효진의 가족들 앞에서 체면 한번 세워보겠다고 일부러 친한 척 인사를 건넸는데 장 시장이 불쾌하게 받을 줄은 몰랐다.그는 서둘러 표정을 수습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유효진 일가에게 다가갔다.“백 대표, 장 시장이랑 인사도 나누는 사이었어?”로비로 들어간 이향은 싱글벙글하며 백현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식사를 몇 번 같이 했던 적이 있어요. 오늘은 다른 지인을 기다리느라 시간이 없어 보여서 나중에 만나자고 하셨는데 혹시 그때가 되면 아줌마랑 아저씨에게도 소개해 드릴게요.”백현호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효진아, 봤어? 백 대표가 이렇게 인맥이 넓다니까? 임찬혁 저 녀석이랑은 비교도 안 돼!”이향은 백현호의 입바른 거짓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선망의 눈빛으로 백현호를 바라봤다.“자랑할 정도는 아니에요. 장 시장을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 분이 더 대단한 분이죠. 평생 목표는 그 사람처럼 대단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백현호는 입으로는 겸손을 떨면서도 의기양양한 눈빛은 감추지 않았다.어차피 장 시장이 직접 마중을 나올 정도로 대단한 인물은 강주 전체를 털어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 서울이나 해외에서 온 귀빈일 가능성이 컸다.시장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존재였다.유효진의 눈빛에도 약간의 기대가 스쳤다. 만약 시장과 안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