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의 명령과 함께 7층 건물 꼭대기에 있던 장문빈의 얼굴 빛이 갑자기 변했다.그는 갑자기 얼굴을 굳히더니 거의 무의식중에 바다 쪽을 향해 몸을 날리면서 동시에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뛰어!”쾅-그가 데리고 있던 용병들이 무슨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7층짜리 건물의 바닥이 갑자기 폭발하더니 주위에서 연속으로 계속 폭발이 터졌다.눈부신 빛이 터지고 자갈이 하늘을 날았다. 공기파에 의해 거대한 파도가 사방으로 밀려났다.장문빈 일행이 오기 전에 김예훈이 이미 이 곳에 손을 썼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비록 장문빈이 많은 용병을 데리고 왔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즉살.김예훈을 처리하기 위해 준비한 모든 것이 순식간에 즉살 당했다.장문빈은 온몸이 까맣게 그을린 채 공기파에 의해 몸이 날아가더니 한참 만에 퍽 소리를 내며 바다 위에 떨어졌다.그 순간 장문빈의 나머지 한쪽 손도 부러졌고 목구멍이 달아오르며 피가 입 밖으로 쏟아졌다.하지만 장문빈도 예사 인물은 아닌지라 그 상황에서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꾹 참고 힘껏 물을 밟으며 해안가를 향해 걸어 나왔다.그때, 7층짜리 작은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요트 한 척에서 검은 옷을 뒤집어쓴 사람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걸어 나왔다.그녀는 손에 저격용 총 한 자루를 들고 있는데 한 번 쏠때마다 백발백중이었다.펑-그 자리에서 즉살하지 않고 땅에 떨어진 십 여명의 용병들은 머리가 터지며 그녀에 의해 확인사살 당했다.이 외에도 주변에 매복해 있다가 잠시 청력을 잃었던 용병들이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즉사하고 있었다.“X발!”이를 지켜보던 장문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자신이 심옥연에게 밟혀 맞아 죽는 장면이 순간 눈 앞으로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누구야!”“너 누구냐고!”애써 기슭에 다다른 장문빈은 머리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그는 스스로 자신의 작전은 완벽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렇게 예상외로 망치게 되었으니 어찌 그가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쾅!강철구가 땅에 떨어지자 무수한 쇠구슬이 날아올랐고 윤청이의 얼굴빛이 갑자기 변하더니 순간 그 자리에서 재빠르게 굴렀다. 그러면서 동시에 멍하니 있던 장문빈의 멱살의 쥐고 암초 뒤에 숨었다.굉음이 울리고 암초도 계속 부서졌다.장문빈은 그제서야 윤청이가 자신을 구해줬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지금 이미 몸에 구멍이 무수히 뚫렸을 것이다.“죽여요! 저 년을 어서 죽여요!”“김예훈도 죽여요!”“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죽어요!”장문빈은 약간의 광기를 띠고 있었는데 그는 무의식적으로 윤청이의 어깨를 잡고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짝!“건방지게!”윤청이가 장문빈의 뺨을 때리자 그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녀가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사모님, 저 년을 죽여야 합니다! 김예훈도 죽여야 합니다!"“저 년을 죽이면, 김예훈을 죽이면, 당신이 원하는 걸 제가 주겠습니다!”윤청이의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또 장문빈의 뺨을 후려쳤다. “만약 네가 조금의 쓸모라도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미 너를 죽였을 거야.”“그러니 그만 꺼져. 뒤에 가면 거기 누가 널 데리러 올거니까.”“여기서 거추장스럽게 굴지 말고.”윤청이는 남진서 같은 고수를 앞에 두고도 지켜야 할 사람을 곁에 끼고 있으면 자신이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네, 갑니다, 당장 꺼져줄게요!”장문빈은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이를 갈았다.“사모님,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말이 끝나자 그는 땅바닥에 엎드려 힘겹게 뒤쪽 방향으로 기어갔다.“누가 보내준댔지?”남진서가 담담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다가 손에 든 저격총을 조준하더니 순식간에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탕탕탕-연달아 탄알이 날아갔다.하지만 다른 쪽에서 윤청이가 무표정한 모습으로 나타나 오른손으로 휘두르자 암기가 다시 탄알들을 막아냈다.이를 지켜보던 남진서는 한숨을 내쉬며 자연스레 상대방이 누군지 다시 되새겼다.20년 전에 강호를 휩쓸었던 이 킬러는 역시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그녀가 보호
윤청이가 이겼다고 생각했을 때, 남진서가 갑자기 앞구르기로 바다에 뛰어들면서 왼손에 있던 버튼을 눌렀다.철컥!윤청이는 순간 속았다는 느낌에 표정이 확 굳어지면서 그저 아무 말 없이 뒤로 물러날 뿐이다.두둥!이대로 두 사람이 몸을 담그고 있는 크루즈가 폭발하고 말았다. 윤청이의 반응이 1초라도 늦었다면 아마도 진작에 폭발해서 죽었을지도 모른다.바로 이때, 열몇 명의 용문제자들이 총을 들고 달려왔다.이 모습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던 윤청이 역시 바다로 뛰어들었다....반 시간 뒤 현장이 어느정도 수습되었을 때, 폐허에 서 있던 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손에 군번줄 하나를 들고 있었다.“회장님, 이건...”최산하는 한껏 고개를 숙이면서 물었다.“리카 제국 퇴역한 군인의 군번줄이야. 심씨 가문에서는 큰돈을 들여 이 몇십 명의 용병을 고용했을 거야. 그런데 이 용병들이 죽어버렸으니, 심옥연은 골치가 많이 아플 거야.”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아까 그 여자는...”최산하가 한껏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까 그 하얀 옷을 입고있는 여자도 실력이 심상치 않던데 도대체 무슨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물어보지 말아야 한 건 물어보지 마. 현장 수습이나 잘해. 그리고 너희는 경찰을 도와 해외도주범을 잡고 있다는 거 잊지 마. 나중에 큰 상을 바란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해.”...또 두 시간이 지나고, 날이 점점 밝아오기 시작했다.부산의 한 골목길에는 역사가 십몇 년이나 되는 맛집이 있었다.김예훈은 창가에 있는 자리에 앉아 국밥 한 그릇을 시켜 맛나게 먹고 있었다.잠시 후, 한 기타를 메고 있는 고중생으로 보이는 청순한 여자가 가게로 들어오더니 김밥 한 줄을 시키고는 김예훈의 뒤에 자리를 잡았다.김예훈은 1억 원가량의 칩을 10개나 던져주면서 그녀를 등진 채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늘 아침 너랑 한판 붙은 그 사람, 신분 확인할 수 있겠어?”남진서가 조심스레 칩을 주우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
남진서가 담담하게 말했다.“총사령관님, 절대 심옥연을 만만하게 보시면 안 돼요. 심옥연은 부산 6대 세자 중에서 그래도 그나마 겸손한 축이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실력은 그보다 뛰어난 거죠. 소문에 의하면 부산의 한 명문가에서 실력자들을 많이 모집했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이 아마도 심옥연 같아요. 그러니까 움직이실 때 무조건 심옥연을 조심하셔야 해요.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잖아요. 심옥연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룰까지 어겨가면서 행동한다면 반응할 새도 없을 거예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난 심옥연을 상대할 마음이 없어. 그 사람이 주동적으로 찾아오지 않으면 난 절대 먼저 찾을 일이 없어. 내가 해야 할 일은 심씨 가문의 일을 해결하는 거야. 이 사단의 근원이 심옥연이라면 아무리 부산 6대 세자라고 해도 짓밟아 버릴 거야.”남진서는 마지막 김밥 한 알을 마저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그래도 조심하세요. 총사령관님께서 죽어도 저는 대신 복수하지 않을 거예요.”남진서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홀연히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테이블을 툭툭 쳤다.경상 재벌 심현섭의 생일파티는 바로 오늘 저녁이었다....짝!심씨 가문 바닷가 별장. 심옥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장문빈의 뺨을 때려 바닥에 눕혔다.윤청이는 이 모습을 보고도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다.심옥연은 장문빈의 뺨을 열몇 대 때리고는 발로 걷어차 그의 갈비뼈를 몇 대 부러뜨렸다.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사모님, 실례가 많았습니다. 제 아랫사람이 부실해서 맞아야 정신을 차리거든요. 아니면 겁도 없이 자기가 주인인 줄 알 때도 있어서요.”심옥연은 배시시 웃으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뱉었다.윤청이는 그저 못 들은 것처럼 차가운 표정 그대로였다.“어차피 다 같은 편이라 저는 무슨 일이 있으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사모님께서 절대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된 일인지 저도 들었는데 이번 일
잠시 후,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한 심옥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통화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너머에서 방호철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심 세자님, 방금 접한 소식인데 어르신께서 오늘 생일파티를 여신다면서요? 혹시 일손이 부족하지 않으세요?”방호철은 심옥연의 목적을 알고있는 듯했다.심옥연은 눈썹을 움찔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방 도련님, 크루즈 쪽에 일이 터졌다고 들었는데 그쪽 일이나 신경 쓰시죠. 이쪽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요.”심옥연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잠시 후, 또 핸드폰이 울렸다. 이번에는 심택연한테서 온 전화였다.“오늘 아버지 생신인데 내가 정효랑 은혜를 데리고 갈게. 네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함부로 움직였다간 내가 너를 바로 죽여버릴 거야.”부산 2인자 심택연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빠직!심옥연은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아예 산산조각 내버렸다.하지만 그러다 얼굴에 슬슬 미소가 번지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포레스트 1호 별장. 정갈한 초대장 하나가 김예훈에게 도착했다.초대장을 열어보니 용문당 부산 회장이라는 글자가 떡하니 적혀있었다.내용을 보면 아주 간단했다. 부산 용문당 회장님을 오늘 밤 심씨 가문의 파티에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김예훈은 보자마자 하은혜의 필체인 것을 알아챘다. 편히 파티장에 입장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 틀림없었다.초대장을 한참을 바라보던 김예훈은 가만히 기다리기로 했다.저녁 6시도 되지 않았을 때, 김예훈은 자차로 으리으리한 심씨 가문 별장에 도착하게 되었다.교외에 있는 공원 부근이었지만 경살 재벌 심현섭의 생일파티라 이곳 주차장에는 외제차들도 붐볐다.김예훈은 어쩔 수 없이 조금 먼 곳에 주차하고 걸어가기로 했다.바로 이때, 별장 입구에 토요타 프라도 몇 대가 세워지면서 열몇 명의 정장을 입은 남녀들이 차에서 내렸다.김예훈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들은 바로 변우진과 조효힘, 그리고 전에 보았던 인플루언서들이었다.이들은 오늘 전 재산을 털어
김예훈은 이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한숨을 내쉬면서 다른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하지만 조효임은 그와 마음이 통했는지 우연히 그를 발견하고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 왜 이곳에 있는 거야? 말해! 우리를 여기서 온종일 기다린 거 맞지? 설마 우리 뒤를 따라 몰래 들어가려고?”조효임은 한껏 경계심을 품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오늘이 어떤 자리인데! 김예훈 이놈이랑 같이 들어갔다가 무슨 창피를 당할지 몰라!’인플루언서들도 싫증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상류인사들이라 김예훈 같은 촌놈과 어울리기에 창피할 수밖에 없었다.변우진도 김예훈과 서로 아는 사이인 것이 창피했는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김예훈도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담담하게 말했다.“효임아, 착각 좀 하지 마. 내가 이곳에 온 건 너희랑 아무런 연관도 없어.”“그게 무슨 말이야?”조효임이 비웃었다.“분명 변 도련님의 도움을 받아 파티에 참석하고 싶은 거 아니야? 왜, 은혜 씨가 초대장을 안 줬어? 하긴, 은혜 씨도 이제는 심씨 가문에서 버려진 사람인데 무슨 자격으로 초대장을 주겠어. 우리 도움을 받지 않고 어떻게 들어가려고?”조효임은 콧방귀를 뀔 뿐이다.“김예훈, 출세하지 못한 것도 네 잘못이 아니잖아. 우리 도움을 받고 싶은 것도 이해해. 그런데 사람이라면 자기주제를 알아야지. 상황 파악이 되었으면 여기서 잘난 척할 것이 아니라 우리한테, 그리고 변 도련님께 빌어야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김예훈이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한 말 못 알아듣겠어? 그러면 다시 한번 말할게. 내가 이곳에 온 건 너희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그래? 그러면 심씨 가문에서 초대장을 주기라도 했다는 거야?”이때 한 인플루언서가 입을 막고 웃으면서 김예훈을 무시했다.‘우리도 초대장을 못 받았는데 김예훈 같은 촌놈이 무슨 자격으로 초대장을 받았겠어.’김예훈은 앞을 막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나한테 초대장 있는 거.”조효임이 한숨을 내쉬었다.
인플루언서들은 한껏 조롱의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하은혜가 있을 때는 하은혜의 눈치를 봐서라도 애써 표정을 숨겼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농촌 출신의 궁핍한 친척에게 싫증을 느낀 조효임은 하루빨리 김예훈을 성남으로 보내고 싶었다.이때 김예훈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변우진이 먼저 뒷짐을 쥐면서 말했다.“그만 해요. 효임 씨, 이런 사람이랑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파티가 곧 시작되니 이만 들어갑시다.”변우진의 말에 조효임 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김예훈, 그만 좀 따라와! 쫓겨나면 너만 민망해지니까.”이들은 고개를 쳐들고 앞에서 걸어가다 뒤에 서 있는 김예훈을 아예 무시했다.심씨 가문 별장 앞에 수도 없이 세워진 외제 차에 조효임 등은 입이 떡 벌어졌다.“오늘 저녁 심씨 가문에서 얼마나 많은 상류 인사들을 초대했는지 모르겠지만 주위에 있는 주차장이 꽉 찼네요!”“초대 인원이 천명은 된다고 들었어요. 그것도 저마다 부산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래요!”“아무리 그래도 경상 재벌이신데 한국인 외에도 외국 사람들도 많이 참석할 거예요!”“부산 천하무적을 죄다 이긴 청현 도장님도 오신다고 들었어요!”“부산 용문당 우 부회장님도 오신대요!”“그것도 모자라 이런 자리에 종래로 참석하지 않는 부산 1인자 임강호 씨와 그의 양딸 임시아 씨도 직접 참석한다고 들었어요!”“방호철 도련님은 참석하실지 모르겠네요.”“심옥연 세자님은 무조건 참석하실 거고요.”“다른 부산 6대 세자님들은 참석하실지 모르겠네요...”인플루언서들은 길가에 세워진 외제 차들을 감상하면서 의논했다.이런 유명인들을 만난다는 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었다.세상 구경을 해보지 못한 이들의 모습에 조효임이 보잘것없다는 듯이 말했다.“호들갑이긴! 방호철, 심옥연, 청현 도장, 성수현, 우충식이 무슨 대수야! 이 사람들이 부산에서 고개를 쳐들고 다닌 건 변 도련님께서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을 뿐이야. 변 도련님이 부산에
“풉!”뒤에 서 있던 김예훈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다른 건 몰라도 변우진이 허세 부리는 것은 인정해 줘야 할 정도였다.감쪽같이 자신까지 숨기다니.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조효임은 뒤돌았다가 여전히 염치없이 따라오는 김예훈을 보고 화를 냈다.“김예훈, 내가 몇 번이고 경고했잖아! 더는 따라오지 말라고! 이번에는 너를 데리고 다니지 않을 거라고! 왜 이렇게까지 염치없는 건데!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봐서 그래? 내가 말해주는데, 우리 아빠한테 연락해도 소용없어! 입장하면 보디가드분한테 너랑 모르는 사이라고 말할 거야. 그때 가서 창피한 일을 당하지 말고 이만 가!”조효임은 김예훈의 존재 자체가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옆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인플루언서 중의 한 명이 비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 상류 인사들끼리 하는 말에 웃긴 왜 웃어?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하고 웃어? 그러다 사레들려서 죽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아무도 상관할 사람이 없을 건데.”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따라다닌 적 없어. 그저 나도 입장하려던 참이었어. 할 말이 있으면 길 막지 말고 저기 가서 해.”김예훈의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을 보던 변우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입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그래. 먼저 가! 초대장이 있다면서? 어디 어떻게 들어가는지 한번 지켜봐야겠어! 우리 도움 없이 어떻게 들어가는지!”변우진은 애써 화를 참으면서 조효임 등에게 길을 비키라고 했다.‘김예훈 이 자식, 몇 번이고 도와줬더니 정말 상류 인사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자기주제도 모르는 바보 같은 자식!’변우진 일행은 김예훈이 창피당하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길을 비켜주었다.김예훈이 쫓겨나는 순간 마음껏 조롱하면서 주제 파악 좀 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바로 입구로 걸어갔다.예상 밖에도 그가 초대장을 꺼내기도 전에 보디가드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공손하게 인사했다.“김 도련님, 오셨어요? 안으로 모시겠습니다.”“뭐라고? 김 도련님?”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