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둘이 한 쌍의 원앙 아니에요? 그때 되면 한날한시에 죽을 수 있게 해줘야겠어요! 하...”김옥자는 김예훈을 어떻게 짓밟아 줄까 생각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온몸이 굳어버리면서 다시 한번 침대에 고꾸라지고 말았다.우충식이 쳐다보았을 때 그녀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이미 굳어져 버려 이상하기 그지없었다.두 손은 닭발처럼 구부러져 있었고 다시 회복할 수가 없었다.건방을 떨던 그녀는 이 순간 공포감에 휩싸여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울부짖었다.“여보! 시간이 없어요! 김예훈 조건을 들어줘요! 빨리 치료해달라고 해요! 빨리요!”...다음날 이른 아침, 아침 식사를 마친 김예훈은 우현아를 데리고 아무렇지 않게 부산 사랑병원 VIP룸으로 향했다.저녁 내내 핸드폰을 꺼두었기 때문에 아침에 다시 켰을 때는 수십 통의 문자가 와있었다.우충식이 거의 반 시간을 간격으로 전화했던 것이다.아침에 연락이 닿았을 때 바로 김옥자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그러면서 김예훈이 내놓은 두 가지 조건 모두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이외로 김옥자를 치료해 줄 수만 있다면 2조 원마저 주겠다고 약속했다.저녁 내내 불안에 떨었던 우충식과 김옥자는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다.그래서 김예훈이 더는 밀당하지 않고 바로 우현아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던 것이다.“김 도련님, 드디어 오셨네요.”우충식은 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고 초췌한 표정으로 발 벗고 나서서 마중했다.“빨리 저희 와이프 좀 봐주세요!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더니 갑자기 전신마비가 되어 미소마저 사라졌어요! 이대로 깨어나지 못해 식물인간이 될까 봐 두려워요!”우충식은 부산 용문당의 부회장으로써 겪어보지 못한 일이 없었다.하지만 김옥자의 일 때문에 몸과 마음이 모두 피곤한 상태였다.전처가 식물인간으로 되어버렸기 때문에 식물인간으로 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죽기보다 못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그래서 사랑하는 여인이 그런 결말을 맞이하게 내버려둘 수가
김예훈은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비록 의술과 약리에 대해 잘 몰랐지만, 박 교수가 했던 말과 똑같았다.박 교수의 분석과 같이 김옥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기껏 해 24시간이었다.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우충식은 김옥자가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방식으로 도를 닦다가 사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이 두 가지는 엄연히 다른 것이었기 때문에 의학으로 김옥자를 살려내기란 불가능했다.이런 생각에 우충식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말했다.“김 도련님께서 저희 와이프 상태를 바로 알아내셨는데 살려낼 방법은 있을까요? ““아주 쉬워요.”김예훈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하지만 제 조건을 들어줘야 살려주겠다는 건 변함없어요. 첫째, 현아와 어머님께 진실을 밝혀드리는 것. 둘째, 현아를 대표 자리에 앉히는 것. 제 조건만 들어준다면 돈 일 푼도 받지 않고 살려드리겠다고 약속하죠. 하지만 들어줄 수가 없다면 죄송하게도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할 거예요.”우현아는 우충식 얼굴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버럭 화를 낼까 봐 조마조마했다.“그래요. 그렇게 할게요.”우충식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저녁 내내 이미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마쳤던 것이다.이때 그는 여진수에게 임명장을 가져오라고 손짓했다.“이것이 바로 임명장입니다. 지금부터 현아가 바로 저희 JK 그룹의 대표이고 전체 일상업무를 맡아서 할 것입니다.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이 사회에서 해고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30%의 지분에 대표직까지 맡았으니, 현아 능력으로는 충분히 이겨낼 거예요.”이런 말을 하고있는 우충식의 표정은 복잡미묘하기만 했다.현아를 대표 자리에 앉힐 줄 몰랐던 그는 김옥자를 위해서라면 그 자리를 내줘야 했다.머리가 똑똑한 우현아가 JK 그룹을 넘겨받기만 한다면 우충식도 그녀를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다른 선택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우현아는 멈칫하더니 임명장을 받았다. 자신이 이런 방식으로 대표 자리
김예훈의 대답에 우충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김 도련님, 비록 제가 아직 조건을 전부 만족시켜 드리지 못했지만 저는 제 성의를 보여드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저희 와이프를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내일까지 기다리겠다고 말씀하실 건 아니죠? 내일까지 기다리면 평생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어요.”김예훈이 웃더니 말했다.“성의를 보여줬으니 저도 그 성의에 보답해 드려야죠. 걱정하지 마세요. 저 김예훈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에요.”김예훈은 다른 사람들한테 자리를 비켜달라고 손짓하고는 혼자 김옥자의 앞으로 다가갔다.온몸이 굳어버린 김옥자를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수술칼 하나로 그녀의 맥소를 찔렀다.한기가 서린 피가 뿜어져 나와 병실 온도가 한층 차가워졌다.이와 동시에 김옥자의 몸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지기 시작했고 김예훈이 그녀의 머리를 ‘탁’ 치자 다시 기절하고 말았다.몇 분 뒤,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병실을 나섰다.우충식은 그가 병실에서 나온 것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김 도련님, 상황이 어떠한가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이미 김옥자 씨 오한증을 해결해 드렸습니다. 곧 깨어나실 테니 한의사를 통해 몸조리 잘하시면 됩니다.”“그래요! 정말 잘됐네요!”우충식은 흥분하기 시작하면서 얼굴에 있던 초췌함과 피로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박 교수 등도 김옥자 따라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상태를 확인해 보니, 온몸이 굳어버렸던 김옥자의 상황이 많이 나아져 있었다.조금만 몸조리하면 완전히 회복할 수도 있었다.우충식은 결과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김 도련님께서는 정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네요! 부러울 따름입니다!”이 순간 우충식은 정말 김예훈을 마음에 들어 했다.대립적 구도가 아니었다면 무슨 대가를 치러서든지 김예훈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을 것이지만 지금으로써는 한여름 밤의 꿈과도 같았다.“김옥자 씨 오한증은 해결되었습니다.”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하면서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말투로 말했다.“부 회장님, 이 바닥에서 몇 년을 지내셨는데 기본적인 도리도 모르시나요?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며 남의 해를 막으려는 마음도 가져서는 안 되는 거 몰라요? 제가 왜 부 회장님을 경계하는지 정말 모르시겠어요?”우충식이 피식 웃었다.“김 도련님께서 생각 많으셨습니다. 저는 저희 와이프를 위해 최선을 다해 협조해 드릴 것입니다.”김예훈은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우현아를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우충식은 김예훈이 사라지자 예리한 눈빛으로 바뀌더니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견 세자님, 저는 내일 우씨 가족 모임에서 현아에게 진실을 알려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견 세자님과 현아의 혼인도 선포하려고 합니다! 아,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자는 손쉽게 청현 도장님을 무너뜨릴 수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 또한 견 세자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아에게 진실을 알려주자마자 그의 목숨을 끝냈으면 좋겠네요. 상상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군요.”통화를 마친 우충식은 얼굴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내일, 모든 것이 내일에 달려있어! 내일이면 옥자 씨 병도 치료할 수 있고, 부산 견씨 가문과 친척 사이를 맺을 수도 있고, 부산 용문당 회장 자리에도 오를 수 있을 거야!’이런 생각에 우충식은 얼굴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우충식이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는지 김예훈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알고 있다고 해도 별로 큰 반응을 보일 사람이 아니었다.이것이야말로 우충식에게 알맞은 스타일이었고 그가 이런 짓거리를 하지 않으면 손봐주기도 미안했다.포레스트 별장에 도착한 김예훈은 진윤하와 최산하에게 연락하여 미리 내일의 움직임을 맞춰보았다.요 며칠 이 둘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거의 마친 상태였다.김예훈이 마지막으로 나서기만 한다면 부산 용문당을 철저히 통합시킬 수 있었다.그리고 내일이 바로 가장 적절한 시기였다!김예훈의 계획을 모르고 있던 우현아는 비서를 불러와 계약서를 준비하라고 했다.
10시, 부산 버뮤다 JK 그룹 큰 회의실.회의실에는 각 고위직이 앉아있었고 하나같이 직급이 높아 큰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이들은 검은 정장을 입은 우현아와 차가운 표정의 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것을 자세히 주시하고 있었다.불쾌함, 의문스러움, 흉악스러움만 가득했지 김예훈이 원하던 복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우현아가 갑자기 대표 자리에 앉게 된 것이 자신의 이익에 어긋났을 뿐만 아니라 지난날의 경영방식을 깨트린 것으로 생각해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품게 되었다.그중 에르메스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시가를 입에 물고 하찮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넓은 회의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시가 연기나 뿜어대면서 건방지기만 했다.우현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 없이 센터 자리에 앉아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이 자리에 계신 분들 다 저를 아실 거라 믿습니다. 저는 오늘부로 정식으로 대표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을 테니 앞으로 전 김옥자 대표님을 지지해 주었던 것처럼 저도 많이 지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더 잘해서 여러분께 연말에 더 많은 보너스를 챙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오늘부터 사장직을 맡게 된 김예훈 씨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저희 JK 그룹에서 이분은 저의 의지를 대표할 수 있고 이분이 한 말이 바로 제가 한 말이 될 것입니다. 김 사장님의 명령은 무조건 따라야 할 것이고 어기는 자는 그대로 해고될 것입니다!”우현아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제 뜻을 모두 알아들으셨나요?”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게 되었다.‘20만 원도 안 되어 보이는 옷차림의 저 남자가 부산에서 유명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사람일 텐데...’고위직들은 의아하기만 했다.‘어디서 튀어나온 사람이길래 우현아의 믿음을 한 몸에 받고 있어? 저 자식이 한 말이 자기 말과도 같다고? 설마 소문으로만 듣던 기생오라비?’사람들은 김예훈을 무시했고 왠지 모르게 부럽기도 하도 질투 나기도 했다.우현아의 덕을 볼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에르메스 정장남을 쳐다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수중에 있는 자료를 넘겼다.‘왜 저렇게 오만방자한지 알아봤더니 역시나 신분이 심상치 않은 놈이었네.’곧이어 김예훈은 자료를 통해 이 사람이 금릉 김씨 가문 김옥자의 사촌 동생, 김재중이라는 것을 알아냈다.결정적인 것은 바로 그가 전 사장직을 도맡았던 사람이었다.김예훈이 나타남으로써 그저 평범한 고위직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우현아가 먼저 예리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말했다.“김재중 씨,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생각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어떻게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뻔히 잘 아시면서 저를 비아냥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리고 제가 대표가 된 이상 사장직을 임명할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무슨 불만이 있으시면 이사회에 고발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회의실이지 그쪽 안방이 아니기 때문에 행실을 잘 갖추시기를 바랍니다! 회의를 진행하기 싫으시다면 말릴 사람이 없으니 나가셔도 좋습니다!”“하, 저보고 꺼지라고요?”김재중은 도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시가에 다시 불을 붙이더니 앞으로 걸어와 우현아의 얼굴에 시가 연기를 뿜어냈다.“우 대표님, 제가 전에 사장직을 맡으면서 매일 밥만 먹은 줄 아십니까? 제가 알려드리는데, 얼마 전에 이미 청별 그룹에서 JK 그룹에 대리권을 수여하기로 했고 전체 JK 그룹 직원은 물론 주주회에서도 아는 사실입니다. 계약이 성사되면 JK 그룹 주가는 상승세를 이룰 것이고 주가가 배로 되는 것은 문제도 아닙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청별 그룹과 계약을 맺으면 모든 사람의 몸값이 배로 뛰게 된다는 거죠! 그런데 뭐, 어쩔 수 없죠. 바로 오늘 아침에 사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으니 말이죠. 제가 이 계약을 성사시킬 필요성이 없게 된 거죠. 이로써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거란 생각에 아쉬울 따름입니다. 회사 주식은 대표님과 저 기생오라비 때문에 상승하지 못할뿐더러 곤두박질칠지도 몰라요! 우 대표님께서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은 우현아가 김재중을 사장직에서 끌어내린 것이었다.만약 JK 그룹 주가가 이 이유로 폭락하게 된다면 우현아는 잘못을 회피하기 어려웠다. 대표 자리에 오르자마자 잘릴지도 몰랐다.이 모든 것이 우충식과 김옥자가 미리 파놓은 무덤이라고 볼 수 있었다.출근 첫날 우현아가 사임하게 된다면 우충식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녀의 능력 부족이라고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고위직들은 어느 누가 나서서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그저 우현아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구경만 하고 있었다.우현아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 김재중이 자리에 털썩 앉으면서 다리를 꼬았다.“우 대표님, 저를 다시 사장 자리에 앉힐지 말지는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은 저하고 여기 계시는 분들한테 사과부터 하시죠? 대표님 때문에 몇 달 동안 들였던 정성이 물거품 되고, 회사에 거대한 손해를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주가마저 폭락하게 되었으니까요. 이 모두 대표님의 책임입니다.”이때 서로 눈치만 보던 사람들 중의 한 명이 나서서 말했다.“맞습니다. 대표님 때문에 저희는 상상 그 이상의 손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저희의 정성을 짓밟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저희는 이 회사에 평생을 바쳐서 일한 사람들인데 공로는 없어도 고생한 보람은 있다고요!”우현아는 이 장면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어둡기만 했다.우현아가 어찌할 바를 몰라할 때, 김예훈이 갑자기 테이블을 걷어찼다.퍽!“젠장! 고위직이라는 것들이 이 작은 일도 해결하지 못해? 고작 청별 그룹 대리권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회사에서 돈까지 줘가면서 대접해 줬더니 하나같이 빈둥거리기나 하고. 이 작은 일도 해결하지 못해서 결국 대표님을 내세워? 그러고는 대표님더러 책임지라고? 그러면 너희는 뭐 하는 놈들인데!”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우현아와 김재중마저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이 날카로운 지적으로 모든 책임을 고위직에게 돌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제대로 된 설명? 지금 바로 해줄게.”김예훈은 앞으로 걸어가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또 김재중의 뺨을 때렸다.짝!“고작 고위직인 주제에 감히 대표님과 사장을 협박해?”짝!“어디서 온 자신감이야!”짝!“방금 대표님께서 하신 말씀 못 들었어? 내 뜻이 바로 대표님 뜻이고 내가 너를 때리는 건 또한 대표님이 너를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야!”짝!“전 사장으로서 월급을 그렇게나 많이 받았으면 일이나 똑바로 하면서 회사를 위해 공헌할 것이지 계약서 하나 때문에 감히 협박해?”짝!“회사에 이바지하라고 월급을 줬지 반항하라고 준 거 아니라고!”얼굴이 부어오를 정도로 뺨 맞은 김재중은 화를 참을 수 없어 소리쳤다.“이 자식이! 감히 날 때려? 분명 너랑 우현아 때문에 청별 그룹에서 우리랑 합작하지 않으려고 하잖아! 모두 너희 두 사람의 책임이라고!”“우리 두 사람의 책임?”김예훈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회사 고위직으로써 너에게도 회사 문제를 해결할 책임과 의무가 있어. 계속 네가 청별 그룹과 연락하는 업무를 맡아왔는데 사장직에서 해임되었다고 해서 계약이 무산되었다고? 그것도 모자라 대리권도 날아갔다고? 그러면 애초부터 네가 그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일에 진도가 없으니까 안 되겠다 싶어서 우 대표님이 부임하자마자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것이 아니야? 내가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할 사소한 일로 감히 우 대표님을 협박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아니면 일하기 싫은 건가? 일하기 싫으면 당장 꺼져!”김예훈은 말을 끝내자마자 김재중을 발로 걷어차더니 명령했다.“사직서 준비시켜! 계속 거들먹거리는 사람은 이 자리에서 즉시 사직서에 사인하고 꺼져도 좋아!”김예훈은 고위직을 쭉 훑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제가 흥분해서 다들 많이 놀라셨죠? 제가 김재중 씨한테 했던 말은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몇몇이 긴장을 늦추면서 무언가 말하려고 하자 김예훈이 계속해서 말했다.“내 말뜻은 바로 계속 이곳에서 일하고 싶으면 입 다물
김예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고 마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기꺼이 부탁하니 안 들어주면 예의가 아니겠지?”말을 마친 후 그는 휴대폰에서 몇 년 동안 한 번도 전화를 걸지 않았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세 번 울린 후 상대방이 재빨리 전화를 받았고 충격과 의아함이 가득 찬 듣기 좋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랑하는 예훈 씨, 드디어 나한테 전화했네요!”“제 프러포즈를 받아주시려는 건가요? ”“빅토리카.”김예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전화한 건 당신이 처리해 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예요.”“당신네 영국 제국 황실에 마리아라고, 무슨 49번째 황위 계승자라고 하는데 사람이 너무 별로네요.”“이 사람의 존재가 당신과 나의 우정 그리고 한국과 영국 제국의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처리 좀 부탁할게요.”말을 마친 김예훈은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깔끔하게 전화를 끊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마리아, 당신은 이제 영국 제국 황실에서 제명되었어.”“빅토리카? 영국 제국 장공주?”마리아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영국 제국의 장공주 빅토리카는 서양 최고의 미녀일 뿐만 아니라 문학과 무술도 뛰어난 분이란 걸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야!”“그분 이름을 언급한다고 해서 내가 겁먹을 줄 알아?”“그분이 맨날 티비에 나와서 심지어 흑아프리카에서도 그분의 명성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역시 너 같은 관종은 주목을 끌려고 진짜 별짓 다 하네. 네가 무슨 세계 연방의 사무총장이라도 되는 줄 알아?”장무준도 비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김예훈, 수작 그만 부려.”“황실에서 제명됐다고? 진짜 너같이 상류층의 규칙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리다.”“티비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진짜 전화 한 통으로 황실 제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거야?”“잘 들어. 황실 제명은 상원의 승인뿐만 아니라 교황의 승인도 필요해!”“모든 절차를 밟는데 적어도
“장씨 가문?”“한국의 장씨 가문? 아니면 영국 제국의 장씨 가문?”김예훈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장무준, 상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됐고 한국 사람들은 진작에 일어섰어. 너같이 은혜를 모르고 조상을 잊은 것들이 아직도 서양 놈을 조상으로 삼고 떠받들어 모시는 거야.”“날 가만두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디 한번 해봐!”“안타깝지만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넌 나한테 안돼.”“너같이 외국의 것만 맹목적으로 숭상하고 외국인들한테 아첨하는 사람은 평생 날 못 이겨.”말을 마친 김예훈은 동하임의 팔을 잡고 돌아서 떠날 준비를 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감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역시 이 남자는 달랐다.외국의 것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아첨하는 뻔뻔스러운 장무준과 비하면 김예훈이야말로 진정한 남자였다.“이봐, 무슨 말을 그렇게 해?”“네가 뭔데 내 남친한테 그런 말을 해?”“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서구 문명을 비꼬는 거야?”이때 줄곧 경멸의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던 마리아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그녀는 분노한 장무준의 팔을 잡고 김예훈을 가리키며 말했다.“거기 한국 사람, 좋은 말 할 때 무릎 꿇고 당장 사과해!”“여기에 3일 동안 무릎 꿇고 있어!”“아니면 영국 제국 황실을 통해 즉시 진주를 제재하는 성명을 발표할 거야!”“내 말 한마디면 네가 한 짓 때문에 진주의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에 나앉을 거야!”“또한 내 말 한마디면 진주 기관에서 너한테 중벌을 내릴 거야!”“영국 제국의 능력을 의심하지 마. 나 마리아의 능력도 의심하지 말고!”“난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고 내뱉은 맡은 무조건 실천해!”마리아는 벌레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 옆에 서 있던 영국 제국의 남녀들도 모두 비웃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들이 보기에 김예훈은 멍청한 한국 사람으로 보였고 마리아를 건드린 게 주제넘은 행동으로 보였다.이 한국 사람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영국 제국 황실과 비
“바깥 세상?”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듣자 하니 요즘 리카 제국 쪽에서 독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약탈을 해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그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니?”“그리고 영국 제국은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무시하고 밤새도록 파티를 벌여 독감 감염률이 치솟았다던데 이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아니면 유라시아 전쟁에서 영국 제국이 세탁 세제 몇 봉지를 갖다가 유라시아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모독하고 이를 빌미로 사람들한테 군사적, 재정적 제재를 가한 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장무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차갑게 말했다.“어디서 주워들은 근거 없는 말들이지? 이 나라 사람들이 함부로 퍼뜨린 루머 아니야?”“난 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지? 증거 있어?”“증거 없으면 말 함부로 하지 마. 비방죄로 널 고소할 수도 있어!”장무준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김예훈은 귀찮아서 더 이상 논쟁할 생각이 없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면 다른 얘기 좀 해보자.”“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 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영국 제국의 기자가 한국의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었지?”“맞아. 물을 만하잖아. 무슨 문제제라도 있어?”장무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한국이 어떻게 독감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겠어? 자기기만 하는 거잖아.”“자기기만?”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영국 제국의 기자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그 사람이 백신 접종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온갖 노력을 다했고 결국은 백신을 맞았어.”“그러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그런 질문을 내뱉은 거야.”“이런 이중 잣대와 뻔뻔함이 네가 말하는 문명이라고?”“너!”장무준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이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고 국제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김예훈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만하고 우린 이제 시즌 호텔 경매장으로 가야 해.”“여기서 더 이상 역겹게 굴지 말고 이제 꺼져.”장무준은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동하임의 매혹적인 몸을 힐끗 쳐다본 후 몸을 돌려 마리아와 함께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결국은 영국 제국의 황족이 되고 황위 계승권의 기회를 얻는 게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다.설사 그 황위 계승권이 실현하기 어려운 멀고 먼 꿈일지라도 장무준은 기꺼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무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무준, 똥 먹었어? 입냄새가 왜 그렇게 심해?”김예훈의 말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이 일에 끌어들이는 걸 원치 않아 급히 김예훈을 잡아당겼다.“김예훈 도련님, 그만해요. 저런 놈이랑 말 섞지 말아요.”“이 뻔뻔스러운 놈이 나한테 무릎 꿇고 빌 때가 곧 올 거예요.”동하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동하임의 사적인 일이라 그가 너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네가 바로 그 버르장머리가 없고 노인을 존중할 줄도 모른 데다 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진주에서 온갖 허세를 부리는 물러터진 놈이구나.”“물러터진 놈?”김예훈은 장무준의 말이 도대체 어디서 굴러 나온 말인지 몰라 그저 담담하게 장무준을 바라보기만 했다.“물러터진 놈이 아니야?”장무준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일본의 귀빈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감히 진주 전임 총독한테도 손을 대다니!”“능력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어디서 허세야?”“완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네.”“설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희 집 어르신 뺨을 때린 게 불만인가 봐?”장무준은 차갑게 말했다.“불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야!”“네 놈이 영국 제국의 황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