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그만 놀라고 말았다. 슈트 차림의 장정들은 아득바득 일어나려고 했지만, 이 순간 누구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하은혜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김예훈이 배신자들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한석범이 감탄했다.‘아가씨가 아시는 이분이야말로 아가씨가 가장 의지하고 믿을만한 분인가 보네.’“감히 내 앞에서 내 사람을 죽여?”처참히 죽은 하소명을 보고 있던 장문빈은 그야말로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방아쇠를 당겼다.피융!거대한 소리와 함께 김예훈은 살짝 고개를 틀어 총알을 피했다.이 장면을 본 장문빈은 눈을 부들부들 떨더니 다시 방아쇠를 당겨보려고 해도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피융!김예훈은 그에게서 총기를 뺏어와 담담하게 방아쇠를 당겼다.이 한방은 장문빈의 손바닥을 관통했다.비명을 지르던 장문빈이 말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다시 방아쇠를 당겼다.피융!그의 다른 한쪽 손도 쓸모없게 되면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이 장면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김예훈은 총기를 장문빈 앞에 던져주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너의 목숨 오늘은 살려둘게. 돌아가서 너의 주인한테 전해. 3일을 줄 테니 3일 내로 은혜 씨한테 제대로 된 설명을 해드려야 될 거야. 아니면 내가 직접 심씨 가문을 찾아가겠다고 전해.”퍽!김예훈은 말을 끝내자마자 장문빈을 발로 걷어차 날려버렸다.바닥에 떨어진 장문빈은 피를 뿜어내면서 독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심씨 가문을 직접 찾아가? 네가 뭔데!’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고개 숙여 가만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실력으로든 독한 정도로는 김예훈의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꺼져!”김예훈은 최산하한테 전화해서 현장 수습을 맡겼고 한석범을 병원으로 보내서야 하은혜를 토요타 세단에 앉혔다.“김 대표님, 고마워요.”하은혜는 차에 타자마자 생긋 웃었다.“이번에 대표님께서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무슨 짓을 당했을지 몰라요.”김예훈이 웃
“아주머니가 감옥에 갇히게 된 게 은혜 씨랑 무슨 상관이에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은혜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저는 엄마가 감옥에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부산 심씨 가문에 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저한테 반응할 틈도 안 주고 저를 납치했어요. 저를 납치한 사람은 사촌오빠를 모시는 경호원이었고요. 사촌오빠의 말에 의하면 아직은 사건조사 중이고, 저는 용의자가 아니지만 제가 쥐고 있는 권력을 이용해서 사건에 개입할까 봐 저를 잡아두는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만약 저희 엄마가 정말 심씨 가문의 자제들을 죽였다면 엄마 대신 용서를 빌기 위해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호철 씨한테 시집가야 할 거라고 했어요. 제가 자폭이라도 할까 봐 저한테 자유시간을 준거죠.”하은혜는 냉정한 성격이었지만 이 말을 하면서도 자신을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부산 6대 세자라는 사촌 오빠분, 소문처럼 대단한 사람은 아닌가 보네요! 어떻게 서울 방씨 가문의 힘을 빌려 윤청이를 상대하려고 할 수 있죠? 부산 6대 세자 중에서 실력이 꼴찌인가 보네요.”김예훈의 보잘것없다는 말투를 들은 하은혜는 한숨을 내쉬었다.“저희 심씨 가문이 전국 10대 명문가에 속해있다지만 그 이유는 우리 집에 돈이 많아서였어요. 실력으로 보든, 권력으로 보든, 무력으로 보든 다른 명문가들보다 못했어요. 그러니까 심옥연 사촌 오빠가 방씨 가문의 힘을 빌려 일을 해결하려는 것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예요.”하은혜는 한숨을 내쉬더니 계속 말했다.“그런데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왜 제가 희생해야 하냐는 거예요. 설마 저는 상품으로 거래될 정도로 심씨 가문에서 쓸모없는 존재였을까요?”김예훈은 손을 뻗어 하은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일이 이렇게 복잡한 상황까지 왔는데 왜 저한테 미리 얘기하지 않았어요?”하은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얘기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심씨 가문으로 돌아갔을 때 저희 엄마한테 공평한 대우를 해줄
하은혜의 지혜로는 이 모든 것을 진작에 깨달은 듯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심씨 가문의 그 어떤 물건이라도 빼앗을 마음이 없었어요. 저희 엄마도 그렇고요.”“은혜 씨는 그럴 마음이 없다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는 게 문제에요.”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은혜 씨 외할아버지이신 경상 재벌 심현섭 씨가 은혜 씨 모녀를 많이 아꼈던 거 같네요. 아니면 심 세자님이 저렇게 잘 보이려고 아득바득했겠어요?”하은혜가 고개를 쳐들더니 말했다.“외할아버지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셨죠. 전에 장난으로 저한테 권력을 물려주겠다고도 했고요. 그런데 저는 관심이 없어서 경기도로 갔던 거고요. 그리고 부귀영화보다 저는 김 대표님 옆에 있고 싶어요.”김예훈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저 말에 반응하면 안 돼.’하은혜도 일부러인지 아예 화제를 바꾸더니 말했다.“어제 문자를 받고 오늘 대표님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심씨 가문의 상황이 복잡해서 대표님이 갑자기 찾아오시면 쌍방의 모순이 커져 수습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을 거예요. 그래서 오늘 점심 석범 아저씨더러 경호원을 쓰러뜨리라고 한 후 찾으러 나온 거예요. 그런데 장문빈이 발견하고 따라올 줄은 몰랐어요. 제가 집을 나올 수 있게 된 것도 장문빈 계획 중의 하나였을 수도 있어요. 저희 모녀의 죄를 더 굳히려고 일부러 놓아준 거죠. 심지어 일부러 저를 감시하던 경호원 몇 명을 죽여서 그 죄를 저한테 뒤집어씌웠거든요. 심옥연 쪽에서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해 이런 수단을 이용하려고 하나 봐요.”하은혜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대표님 이렇게 되면 저희 엄마 더욱 위험해지는 거 아닐까요?”김예훈은 자동차 천막을 보더니 말했다.“은혜 씨 얘기를 들어보면 심옥연은 신중한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지 않는 이상 그래도 어느 정도 봐줄 거예요.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오늘 은혜 씨가 성공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하은혜를 방까지 데려다주고 로제리타 호텔을 나섰을 때는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원경훈이 직접 뽑은 보디가드가 있으니, 하은혜의 안전에 대해 안심하게 되었다.이제부터는 심씨 가문이 먼저 나서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가 그 기회를 틈타 한 번에 무너뜨리면 되었다.김예훈은 이 3일 동안 부산 용문당의 일을 철저히 해결하기로 했다.원경훈이 보내온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했을 때 갑자기 먼 곳으로부터 한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블랙 샤넬 원피스에 맨얼굴을 하고 있지만 미모가 뛰어났다.김예훈은 눈앞이 반짝이더니 한참 후에야 그 사람이 우현아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우현아는 화가 났는지 씩씩거리면서 걸어오더니 김예훈을 보자마자 말했다.“김예훈, 정말 너야?”“나? 나한테 급히 볼일 있어?”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했다.“몇 날 못 봤다고 이렇게 다급하게 찾아. 이제 여자 친구의 역할을 해보려고? 그러면 밥도 먹고 영화나 볼까? 아니면 너희 집으로 갈까?”우현아는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오늘 남자 친구 행세를 좀 해줘야겠어. 아무튼 따라와!”김예훈이 멈칫했다.“잠깐만, 나 아직 볼일 있어!”“잠깐만은 무슨. 네 여자 친구도 볼일 있거든? 왜 이렇게 우물쭈물해.”우현아는 김예훈을 억지로 호텔에서 끌고 나와 페라리 488의 조수석에 앉혔다.하은혜의 안전을 책임지는 보디가드들을 만나려고 했던 김예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아예 만날 기회조차 없었다.조수석에 앉아있던 김예훈은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하은혜에게 보내주고는 아무렇지 않게 의자에 기댔다.이 모습을 본 우현아는 피식 웃더니 순간 액셀을 밟아 고속도로를 달렸다....이 시각 로제리타 호텔에 하얀색 정장을 입은 키 크고 멋진 청년이 나타났다.드라마 속 남주인공같이 점잖은 외모에 멋있는 아우라를 풍겼다.가끔 길거리에서 여자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행동으로 그의 본성을 드러내긴 했지만 그래도 꼭꼭 숨겨 귀공자처럼 보였다.이때,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를
변우진이 냉랭하게 말했다.“저는 원경훈 부 사령관님이라는 분을 잘 모릅니다. 그저 누군가 200억 원이라는 고가를 들여 부산에 계신 한 분을 보호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그쪽이 그분인가요?”하은혜가 침묵하더니 대답했다.“맞습니다.”“네. 그러면 내려와서 얼굴 좀 보시죠. 그런데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보호하지 않습니다. 저 변우진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만 보호합니다.”변우진은 이 말을 끝내자마자 뚝! 전화를 끊어버렸다.주변에서 변우진의 훤칠한 외모를 감상하면서 그의 통화 내용을 들은 여자들은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왔다.‘이것이 바로 카리스마지! 실력도 있고, 카리스마도 있고. 아무나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이때 스물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여성이 변우진에게 다가왔다. 옷차림은 평범했지만 아주 깔끔했고 변우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했다.“선배, 저희가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예요? 누구길래 감히 우리를 이곳에서 기다리게 해요?”그 여성의 이름은 지우, 변우진의 후배였다.변우진이 담담하게 말했다.“이미 나의 원칙을 말해줬어. 10분이라는 시간을 주려고. 10분 내로 나타나지 않으면 없던 일로 하려고.”변우진은 카리스마 넘치고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보호하고 싶은 사람은 있어도 억지로 보호해야 할 사람은 없었다.이번에 돈을 들여 변우진을 모셔 온 것은 원경훈이 김예훈의 신분을 밝히지 않기 위해 각 인맥을 움직여 모셔 온 것이었다.변우진의 박력 있는 모습에 기우는 존경스럽게 쳐다보았다.‘선배는 역시 멋있는 사람이야.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어.’잠시 후 호텔 로비, 사람들이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을 때 로비의 한 끝에서 로열 스위트 룸 전용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짧고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은 맨얼굴의 청순한 여자가 서서히 걸어왔다.여신급 외모에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 원피스로 매력을 뽐냈다.하은혜를 보자마자 변우진의 차갑던 표정이 180도 달라졌다.그는
하은혜와 변우진이 만난 이 시각, 한 대의 레드 페라리 488이 부산 교외에 있는 해변 별장에 도착하게 되었다.이 별장은 100년의 역사가 있었고 유럽풍의 건축물들은 조금 낡아 보이기는 했어도 잘 보수한 덕분에 우아하기만 했다.럭셔리 고급 승용차가 아닌 이상 이 구역에 들어오지도 못할 정도였다.몇 분 뒤, 차는 한 단독별장 앞에 세워지고 김예훈과 우현아가 차에서 내렸다.뒤이어 우현아는 김예훈을 데리고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내부 인테리어마저 우아했다. 벽난로 안에는 장작이 타고 있어 은은한 솔향을 풍겼고 봄처럼 따뜻한 거실에는 7명의 아름다운 부인이 앉아있었다.가장 센터에 앉아있는 부인은 서른 몇 살 되어 보이지만 피부가 좋고, 몸매도 좋아 아주 고혹적이었다.몸에는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다리를 꼬고 손에는 페르시아고양이를 안고 있었다.다른 6명의 부인들은 비록 센터에 앉은 부인보다 못했지만 그래도 관리를 잘해서인지 몸매가 좋았다.담소를 나누던 그녀들은 우현아와 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고 조용해지더니 흥미진진하게 쳐다보았다.“새엄마, 이모님들 안녕하세요.”우현아는 김예훈을 끌고 들어오면서 무표정으로 인사했다.센터에 앉은 사람은 바로 우현아의 새엄마, 김옥자였다.“새엄마?”김옥자는 이상한 표정으로 우현아를 보더니 비아냥거렸다.“새엄마라고 부르는 날이 올 줄 몰랐네? 우리 둘 관계를 봤을 때 평생 이곳에 안 올 줄 알았더니. 공손하게 인사할 줄도 알고.”이때 김옥자는 상위자 포스를 풍기면서 우아하게 앉아있었다.김예훈은 이 부인들을 쭉 둘러보더니 우현아가 소개하지 않아도 김옥자의 태도를 보았을 때 둘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을 눈치챘다.자고로 사이좋은 새엄마와 딸은 존재하지 않았다.우현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대꾸하려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결국 침묵하기로 했다.“여기 서 있는 사람은 누구야? 새로 온 보디가드? 아니면 새로 온 기사 아저씨?”김옥자는 품에 안은 페르시아고양이를 어루만지면서 우현아 옆에 서 있는 김
김예훈 얼굴에는 서서히 미소가 사라졌다.‘이 새엄마라는 분 정말 계모의 모습을 가지고 있네. 아주 뺨 한 대 때려주고 싶어질 정도야.’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우현아가 냉랭하게 말했다.“정식으로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저의 남자 친구 김예훈이에요. 오늘 데리고 온 것은 남자 친구가 있다고 말씀드리려던 것이었어요. 저랑 견청룡 씨는 불가능하니 이만 포기하세요!”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우현아를 쳐다보았다.‘생각 없이 따라왔더니 이런 서프라이즈를? 견청룡이 우현아랑 결혼하고 싶어 한다고? 재밌군.’“됐어, 내 앞에서 연기 그만해. 남자 친구인 척할만한 사람을 구하려면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을 구하든가! 어디서 거지 같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내가 바본 줄 알아?”김옥자는 보잘것없다는 표정으로 우현아의 말을 끊었다.“네 진짜 남자 친구이든 아니든 어차피 너는 견청룡과 결혼해야 해! 요 며칠은 너희 아빠가 일 때문에 서울로 갔으니 곧 돌아올 거야. 너를 위해서든, 아빠를 위해서든, 혹은 전체 우씨 가문을 위해서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거야. 견청룡이 돌아오는 대로 결혼 날짜 정하려니까. 거절할 자격도 없어. 아니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잖아!”김옥자의 말을 들은 우현아는 달갑지 않은 표정을 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견청룡과의 혼인을 원한다면 당신이나 하세요! 전 죽어도 그 사람이랑 결혼하지 않을 테니! 계속 혼인을 부추긴다면 바닥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릴 테니까요! 우리 엄마 핑계로 협박하려 하지 마세요! 우리 엄마 털끝 하나 건드리는 날에 당신이랑 같이 죽어버릴 거니까!”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으로 우현아를 쳐다보았다.비록 이 가문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우현아에게도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건방진 년!”김옥자는 화가 난 표정으로 우현아를 째려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유럽에 있는 너희 엄마 목숨을 살리려면 한 달에 얼마나 드는 줄 알아? 내가 자금줄을 끊어버리면 바로 시체로 변할 텐데? 네가 이용
사면팔방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다른 6명의 부인들은 와인잔을 흔들면서 김예훈을 우습게 쳐다보았다.“그래요? 우씨 가문이 그렇게도 대단해요? 그러면 여쭤볼게요. 어제 제가 용문당 검도관에서 우충식 뺨을 때린 일에 대해서는... 우씨 가문에서 저를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요?”김예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김옥자 등 자들 얼굴에 있던 미소가 싹 사라졌다.‘우충식의 뺨을 때려?’단 한마디에 김옥자 등 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우현아마저 놀란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우충식은 누구인가? 우씨 가문의 회장, 부산 용문당의 부회장일 정도로 지위가 높고 권력이 큰 그는 실력마저 강한 실력파 인물이었다!‘그런데 김예훈이 그런 그의 뺨을 때리고도 무사히 이곳에 서 있다니? 그럴 리가 없어!’우충식은 물론 우충식을 수십 년 따르던 수십 명의 용문당 자제들이라고 해도 일반인은 넘보지 못할 실력이었다.‘이 자식이 허세가 심하네. 감히 이런 말을 해? 우습군!’김옥자는 평정심을 유지하더니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봐, 우충식 뺨을 때렸다고? 아예 부산 최강자 임강호와 친하다고 그러지? 네가 뭔데 우리 충식 씨를 건드려? 충식 씨를 건드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 내가 그쪽 무시하는 것은 아닌데. 충식 씨가 당신 앞에서 맞았다고 해도 우씨 가문을 건드린 이상 온 가족이 생명을 부지하지 못하게 될 거야!”김옥자는 품에 안고 있던 페르시아고양이를 쓰다듬더니 깔보는 표정을 했다.“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 도망칠 수 있을 때 썩 꺼져!”다른 6명의 부인들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세만 가득한 놈, 지금 도망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어?’오직 김예훈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우현아만이 대경실색하고 말았다.백낙당에서 있었던 일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가끔 말은 이상하게 해도 거짓말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설마 아버지가 정말 김예훈한테 맞았다고? 말도 안 돼!’이때 김예
“언제부터 추씨 가문에서 장씨 가문의 일에 간섭했다고 그래. 어울린다고 생각해?”분노한 장무준은 거만한 표정으로 추문성에게 삿대질했다.추문성이 발끈하려고 하는 순간, 동하임이 손을 흔들며 진지하게 말했다.“장무준, 다시 한번 말하는데 김예훈 도련님은 너의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그리고 총사령관님의 칼은 도련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아무런 의미도 없다고?”마리아는 콧방귀를 뀌었다.“1조 원을 들여서까지 나랑 경쟁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의미 없다고 하는 거야? 반드시 얻으려는 것 같은데? 그리고 진주에서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김예훈밖에 없다고. 가슴만 컸지, 머리는 텅 빈 너 같은 대한민국 여자는 여기서 헛소리하지 마. 한마디라도 더하는 순간 국제 경찰에 같이 잡힐 줄 알아.”동하임은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이 일이 커져서 김예훈이 결국 다시 오륜 사찰과 맞붙게 될까 걱정이었다.그리고 장씨 가문과의 옛정을 생각해서 장무준이 김예훈에게 짓밟히는 모습도 보고싶지 않았다.그런데 진신 어린 충고를 했다가 뺨 맞은 것도 모자라 무차별적으로 모욕까지 당할 줄 몰랐다.동하임은 더 이상 이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동하임이 말문이 막힌 모습을 보고 마리아는 더욱더 의기양양해하면서 김예훈에게 삿대질했다.“김예훈, 너 그러고도 남자야? 남자구실은 하냐고. 설마 책임감이라곤 없는 사람이었어? 대한민국에 먹칠하지 말고 얼른 내 물건 내놔! 내가 말해주는데, 오늘 내로 물건 내놓지 않으면 내일 바로 국제 경찰이 찾아올 거야. 그때되면 대한민국은 너 때문에 망할 줄 알아.”마리아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국제경찰 앞에서는 예수님이 오셔도 너를 구하지 못해.”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정말 내가 훔친 거라고 확신한다면 국제 경찰을 불러보든지. 다 같이 천천히 조사해 보자고. 어떻게 조사하든 상관없어. 이 과정에서 내가 훔쳤다는 증거를 찾으면 2조 원을 배상할게. 그리고 이 두 손까지 잘라서 너
별장 앞에는 마리아와 장무준 외로 동하임과 추문성도 있었다.이 두 사람이 나서서 막지 않았다면 살기가 가득한 외국인들이 진작에 동씨 가문을 쳐들어가서 난리 쳤을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씨 가문의 몇몇 경호원들은 얼굴도 얻어맞고, 발에 차여 넘어져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뭐하는 거야.”김예훈이 걸어 나와 무표정으로 말했다.“누가 경호원을 때렸어?”“내가 때렸다. 왜!”양복을 입은 장무준은 씩씩거리면서 김예훈을 노려보고 있었다.“김예훈, 드디어 나타났구나! 어젯밤 낙찰받지 못해 도둑질까지 해? 너 같은 인간은 정말 비겁하고 천박해! 어떻게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칵! 퉤! 너는 인간도 아니야. 너 같은 사람을 볼 때마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창피해.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겠어. 난 내 피를 모두 뽑아내고 외국인 피로 바꿔버리고 싶어. 그렇게라도 너와의 관계를 끊고 싶다고!”장무준은 이를 갈고 있었다. 그에게는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모욕처럼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짐승보다도 못한 그는 김예훈을 노려보며 악랄하게 말했다.“김예훈, 당장 총사령관님의 칼을 내놔! 아니면 총으로 쏴버릴 거야. 너를 죽이고 직접 찾으면 되지.”마리아 역시 자존심을 세우며 말했다.“빨리 물건 내놔. 아니면 외교 사건으로 국제 경찰까지 불러올 거야.”“장무준! 마리아! 함부로 말하지 마!”동하임은 눈살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말했다.“어젯밤 우리는 시즌 호텔을 떠나 바로 동씨 가문으로 왔다고. 너희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계속 헛소리할 거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버릴 거야.”쨕!김예훈의 편을 들어주는 동하임의 모습에 장무준은 화가 나서 그녀의 뺨을 때렸다.“이 년이. 어디서 감히 편을 들어줘. 여긴 네가 말할 곳이 아니야. 아직 동씨 가문에 따지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감히 내 앞에서 떠들어! 죽고 싶어?”동하임이 본격적으로 반격하려 했지만 외국인 보디가드가 손목을 꽉 잡는 바람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동하임 얼굴에
동하임은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가끔은 한발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감정을 드러내면 결국 자신만 해칠 뿐이라고요. 심지어 오늘 저녁의 일은 오륜 사찰에 사과해야 한다고 봐요. 멀지 않아 곧 다시 저희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김예훈은 그저 웃으면서 쓰디쓴 차를 한 모금 마셨다.띵.바로 이때, 동태원은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잠시 후,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이다.“장무준과 마리아가 낙찰받은 총사령관님의 칼을 장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난당했다고?”김예훈 역시 보복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는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마리아는 돈을 내자마자 장무준과 함께 경매장을 떠났다.그런데 시즌 호텔을 벗어난 지 1킬로미터도 안 되는 십자 거리에서 갑자기 열 몇 명의 마스크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올 줄 몰랐다.이들은 마리아와 장무준의 보디가드를 쉽게 제압한 것도 모자라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서야 멋지게 떠났다.경찰은 신고받고 CCTV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마침 고장 나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당연히 누가 범인인지 찾을 방법이 없었다.전 재산을 털어 총사령관의 칼을 낙찰받은 마리아는 현장에서 피를 토해내면서 기절한 바람에 응급실까지 긴급 호송되었다고 했다.김예훈은 깨 고소한 기분이긴 해도 과연 누가 진주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비록 총사령관의 칼이 매우 높은 수집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때문에 영국과 진주 장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별로 가치 없는 일이었다.이 일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약식을 먹은 후에 쉬기로 했다.하지만 동태원은 김예훈이 오륜 사찰을 건드린 관계로 시즌 호텔에 있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설득 끝에 김예훈을 동씨 가문의 별장으로 초대하게 되었다.김예훈은 그의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바다와 가까운 방에서 휴식하기로 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스위트룸보다 훨
“그래요? 선재 스님이랑 만나는 거 아니었어요? 혜선 스님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요?”’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오륜 사찰이 김현민 도련님의 후궁이라도 되는가 보죠.”“쉿.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동태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왕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오륜 사찰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함부로 무술의 경지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혜선 스님뿐만 아니라 오륜 사찰의 명예마저 건드린 거예요. 이것으로 오륜 사찰에서 충분히 도련님을 증오할 만하죠.”동태원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며칠 동안은 가급적이면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오륜 사찰 측에 도련님을 건드릴 만한 핑계를 주지 말아야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이 허씨 가문에 한 짓거리들을 저한테 들통난 뒤로 저는 이미 오륜 사찰과 원수를 맺게 되었어요. 오늘의 일이 있었든 없었든 어차피 만나게 될 운명이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오륜 사찰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요. 오늘은 단지 시작일 뿐이에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도련님,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일반적인 재벌가도, 명문가도 아니네요. 그들의 분노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요. 도련님이 진주·밀양에서 닦은 기반으로는 절대 오륜 사찰과 맞설 자격이 없어요.”동태원은 정말로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하고 있었다.오륜 사찰이 진주·밀양에서 가진 힘에 비하면 김예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주·밀양에 온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그렇게 큰 장벽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도련님, 저희 아빠가 없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에요. 오륜 사찰은 정말 끔찍한 존재라고요.”동하임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단순히 무력이나 에너지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인맥도 대단하다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주님이신 오륜 승려님이 거의 백 세
반 시간 뒤, 김예훈과 동하임은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동하임은 방에 들어올 때 표정이 이상한 것이 할 말이 있어보였다.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동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역시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한 것이다.김예훈은 동하임을 힐끔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동태원은 박장대소를 짓더니 아무렇지 않게 걸어들어왔다.“김 도련님, 하임이를 탓하지 마세요. 어젯밤 일을 저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제 능력으로는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알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하임이가 도련님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죠.”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총독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하임 씨가 총독님께 알린 것도 너를 위해서겠죠. 이해하니까 탓할 마음도 없어요.”“그러면 됐어요.”동태원은 차를 따르며 한참 고민 끝에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굳이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도련님이 전설속의 총사령관님인지 아닌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요. 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정말 진주에서 활개 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동태원의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든 아니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중요할까요?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요? 모든 사람이 그 칼이 신물이 아니라서 총사령관님께 들고 가봤자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됐죠.”동태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똑똑하신 분이네요. 한 번의 훼방으로 바로 칼의 의미를 부정해 버렸네요. 이렇게 된다면 영국 사람이 총사령관님을 찾아가더라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서 당황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켜주셨네요. 아니면 약속을 지키시는 총사령관님의 성격을 이용했으면 어쩔뻔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김 도련님 이미지만 나빠졌네요. 지금 밖에서는 김 도련님이 허세를 부리는 내륙인이라고 소문이 났거든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산 용문당 회장
마리아를 쳐다보던 김예훈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렇게 칭찬하자 부끄러워 그녀의 뺨을 때릴 수조차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증거 같은 거 필요 없어. 왜냐, 내가 총사령관이거든. 내가 신물이 아니라고 하면 신물이 아닌 거야. 알겠어?”현장 분위기는 들끓기 시작했다.모든 사람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부산 용문당 회장이자 경기도 김세자가 바로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라고?’‘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이 검은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거잖아.’무대 뒤쪽에 있던 혜선 스님 역시 휘청거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신과도 같은 존재인 그녀에게는 오직 총사령관만이 동경의 대상이었다.‘그런데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저 사람이 총사령관님이라고? 말도 안 돼!’잠시의 정적 후, 장무준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왜요? 저놈이 한 말을 믿는 거예요? 제가 영국 황실 프린세스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총사령관님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비록 옆모습밖에 보지 못했지만 전투복을 입고 위풍당당하고 뛰어난 기품을 지닌, 세상을 압도할 만한 기세를 가지고있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여자 덕분에 경매장에 들어오는 놈이 어떻게 총사령관님일 수가 있어요! 부산 용문당 회장, 그리고 경기도 김세자의 신분도 여자 덕분에 따낸 거라고 들었어요. 아내가 부산 견씨 가문의 제9대 수장이라 김세자로 될수 있었고, 또 우현아 씨 덕분에 우충식 부 회장님의 도움을 받아 부산 용문당 회장이 될수 있었다고요. 솔직히 말해서 여자 등만 처먹는 염치없는 놈이라고요. 정말 웃겨서 원. 저런 놈이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 아무리 총사령관님 행세를 해 봤자 아닌 건 아니라고요.”사람들은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장무준 도련님은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어요?”“하긴, 저희가 생각이 너무 많았네요.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 어떻게 저희 앞에 나타날 수 있겠어요.”“게다가 총사령관님은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그런데 그냥 총사령관님의 물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야. 이것은 총사령관님이 유라시아 전쟁에서 사용하다가 버린 쓰레기일 뿐이라고. 어떤 염치없는 사람이 전쟁터에서 이걸 주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총사령관님이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제발 잘 생각해 봐. 부러진 칼 한 자루로 총사령관님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할수 있을까? 이건 그냥 망상일 뿐이야. 이 칼에 죽은 영혼이 수없이 많으니, 집에 가져가서 귀신을 쫓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데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아하니 악령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는데 그때 가서 총사령관님을 탓할 생각도 하지 마. 절대 인정하지 않을거니까.”김예훈에게는 소지품이 많았기에 부러진 칼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아까 입찰받으려고 한 것은 그저 자기 물건이 영국 황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륜 사찰이 대놓고 영국 황실의 편을 들어주니 아예 이 칼의 가치를 밝혀보려고 했다.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아까 오륜 사찰이 분명 이 부러진 칼을 들고 가면 총사령관이 조건을 하나 들어줄 거라고 했는데 또 김예훈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물건이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만약 김예훈이 그냥 한 말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지만 설득력까지 있어 의심하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말한 대로 이 부러진 칼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총사령관의 소지품이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8천억 원으로 낙찰받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멈칫하더니 약간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무대 뒤편에 서 있던 혜선 스님 역시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 물건은 실제로도 누군가 전쟁터에서 주워서 오륜 사찰에 판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이 물건을 판 사람은 확신에 찬 말투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총사령관과 관련된 일이라 오륜 사찰
김예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만족하지 못하겠는데요?”“굳이 저희 경매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잖아요.”혜선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오셨으면 제 결정을 따라야죠. 이곳은 오륜 사찰의 영역이라 제 말을 따라야 해요. 됐어요.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동하임 씨께서 김예훈 씨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주시기를 바랄게요. 동씨 가문을 봐서 따지지도 않고, 블랙리스트에도 올리지 않을게요. 다음부터는 이러시면 안 돼요.”혜선 스님의 말투는 차갑고 무관심했다.“이것이 바로 최선의 설명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오륜 사찰의 규칙인 거였어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오륜 사찰은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네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혜선 스님은 김예훈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느꼈는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중년 여도사가 차갑게 말했다.“밖으로 모셔!”차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던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싫증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도련님, 이만 가시죠.”김예훈이 손을 쓰려고 할 때, 동하임이 그의 오른손을 잡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나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도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평범한 곳이 아니에요. 이곳에서 오륜 사찰을 건드렸다간 살아서 나갈 수 없다고요. 저를 봐서라도 제발 소란을 피우지 말아줘요. 저희 아빠도 간신히 진주 1인자로 되었다고요.”동하임의 간절한 표정에 김예훈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하임 씨 말을 들을게요.”앞뒤를 가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지만 동하임과 동씨 가문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오륜 사찰이 경기도 무술의 경지로 함부로 견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그래요. 이만 가요.”김예훈이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하자 동하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도 따라서 안도했다.비록 구경거리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김예훈이 정말 오륜 사찰과 큰 싸움이 벌어진다면 피해를 볼까 두
“저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낙찰받아야겠어요. 1조 원을 제시할게요. 경매장 규칙으로는 항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 아니겠어요? 가격을 확정하려면 최소한 세 번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함부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낙찰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설마 영국 사람들과 결탁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물건을 영국에 팔아넘기려는 건 아니죠? 이 물건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건 총사령관님의 소지품이라고요. 그런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 것부터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것도 모자라 낙찰자를 함부로 정하기까지 하고. 여러분은 지금 감히 총사령관님을 모독하는 거예요? 정말 정신이 나갔군요!”중년 여도사가 격분했다.“오륜 사찰을 모욕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세요?”바로 이때, 사방에서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젊은 여도사들이 걸어 나와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모욕이요?”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당신들이 한 짓을 굳이 제가 모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한테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시면 바로 이곳에서 나갈게요. 저는 물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납득갈 만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예요. 여러분, 안 그래요?”김예훈은 여론의 힘을 잊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오륜 사찰과 연관된 일이라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많은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최근에 그가 진주·밀양에서 일으킨 소란을 떠올리며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아무리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오륜 사찰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오륜 사찰과 맞서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다.‘김예훈 이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오륜 사찰에 설명을 내놓으라고?’오륜 사찰은 항상 마음대로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기만 할 뿐, 그들이 설명을 내놓을 일은 없었다.“도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