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칼과 젓가락이 부딪쳤다. 그 순간, 생각지 못한 힘이 퍼져나갔다.문빈의 팔 근육이 파르르 떨리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다.그러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팔이 조각났다.그의 칼도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다.“으악!”처참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 충격에 문빈은 날아가서 동료에게로 떨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그는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끝났다. 그저 한방이었을 뿐인데!”문빈의 낯빛은 하얗게 질려버렸다.“이게 무슨 일이야!”“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젓가락이잖아? 젓가락으로 뭘 한 거야?!”“문빈 형님이 방심한 거 아니야?”김예훈이 젓가락 하나로 문빈을 해치웠다는 사실에 그들은 모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딱 벌린 채 굳어버렸다.그들은 눈앞의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문빈 같은 사람이 김예훈의 손에 한방에 쓰러지다니.옆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던 정민도 표정이 약간 굳어버렸다,“너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문빈은 자기의 팔을 그러안고 몸을 바르르 떨며 신음이 새어나가지 않게 참는 중이었다.“감히 나를 이렇게 만들어? 죽고 싶어?!”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지만 그 동시에 공포가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김예훈은 너무 강했다. 그런 김예훈이 문빈을 해치우기는 정말 쉬웠다. 문빈은 자기가 김예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내가 얘기했잖아.”김예훈은 남은 칼을 집어 들었다.“너희가 이곳에 나타난 것은 내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죽고 싶어?!”문빈은 이를 꽉 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죽여버려!”“죽여라!”남은 여섯 명의 동료들이 바로 달려들었다. 그들은 모두 조직에 오래 몸을 담근 사람들이라 적지 않은 사람들을 죽여보았다. 아무리 두려워도 그들은 지금 김예훈을 향해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그들이 칼을 들자 빛을 받은 칼이 섬뜩하게 빛났다.슉. 김예훈은 물러나지 않고 손에 쥔 칼을 휘둘렀다.고작 한 걸음으로 김예훈은 여섯 명을 지나쳐버렸다.쿨럭.여섯 명은 모두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딱였다.“그럼 당신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줘 봐.”“하.”정민은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정민이 몸을 바르르 떨자 그의 옷이 바로 찢어지고 우락부락한 근육이 드러났다. 그 후, 정민이 바로 발을 내딛자 목제 타일이 바로 부서졌다.김예훈이 반응하기 전에 그는 오른발로 목제 타일을 조각내서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휘둘렀다.그와 동시에 정민은 주먹을 뻗어 김예훈의 얼굴을 노렸다. 정민은 부산 조직의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정민이 직접 나서는 일은 극히 드물었는데 그는 나설 때마다 절대 봐주지 않고 일격에 상대를 죽인다고 한다.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오른발로 칼을 들어 목제 타일을 쳐냈다.그 사이에 정민은 바로 김예훈 앞으로 다가왔다.“너 이 자식, 내 형제를 죽이고 내 부하를 죽이다니. 넌 오늘 무조건 죽어야 해!”말을 끝낸 정민이 김예훈의 얼굴에 주먹을 뻗었다.김예훈은 담담한 얼굴로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정민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정민이 주먹을 뻗는 순간, 그도 오른 주먹을 내뻗었다.쿵. 두 주먹이 맞닿았다.커다란 소리에 기세등등하던 정민이 뒤로 세 걸음 정도 물러났다.그가 한 걸음씩 밟을 때마다 바닥에 깊은 발자국이 생겼다. 거대한 반동에 정민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가 억지로 힘을 내리누르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피를 토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예훈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정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이럴 수가 없다. 그는 부산 조직의 일인자고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 그의 실력은 거의 군부대의 무신과 비슷했다. 그런 정민이 김예훈에게 밀리다니?설마 김예훈이 더 강해서...?그 순간, 정민의 눈에는 두려움이 살짝 서렸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김예훈을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우리가 무슨 원한이 있어서...”정민은 종래로 후환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다 죽이고 다녔다.“아무
“으악!”정민은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맞섰다.그는 죽더라도 다 같이 죽자는 마음으로 김예훈을 상대했다.하지만 김예훈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챙.그 소리에 정민의 칼은 두 동강이 났다. 정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드러냈다.“재미있네.”미소를 지은 김예훈이 손에 쥔 칼을 다시 휘둘렀다.두려워진 정민이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안돼...”“멈춰!”문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김예훈에게 멈추라고 소리 질렀다.하지만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김예훈이 칼을 정민의 목을 향해 뻗었다.“형님을 죽이지 마! 넌 형님을 죽일 자격도 없어! 우리 형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그 말을 들은 김예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정민의 목을 찌르기 전에 멈춰 섰다.그리고 흥미롭다는 듯 문빈을 보면서 얘기했다.“어디 한번 얘기해 봐. 내가 무서워할 사람인지 보게. 내가 두려워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죽이지 않지.”문빈은 얼굴을 찡그리다가 이내 이를 악물고 얘기했다.“우리 형님은 백낙당의 총 매니저일 뿐만 아니라 견 세자의 최측근이다! 게다가 우리 뒤에는 일본 야마자키파가 있어! 형님은 야마자키파 제일 검의 절친이야! 감히 우리 형님에게 손을 댄다면 넌 죽을 거야! 그들이 널 살려두지 않을 테니까! 김예훈, 견 세자와 야마자키파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잖아!”문빈은 이미 정민의 모든 배후를 다 얘기했다. 하지만 정민은 여전히 마음이 불편했다.오랜 세월 동안, 정민은 항상 강한 힘으로 다른 사람을 내리누르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살기 위해서 배후를 알려주고 있다니.이건 치욕이었다.그 말을 들은 김예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저 웃더니 얘기했다.“그 정도로는 부족한 것 같은데. 마침 견청룡과 야마자키파한테 볼일이 있어. 정민을 죽이면 그들이 알아서 찾아올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해.”푹.말을 마친 김예훈은 정민과 문빈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오른손을 움직여 정민을 죽였다. “너...!”정민은 구겨진 표정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머리통이
전화를 마친 김예훈은 편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셨다.얼마 지나지 않아 최산하가 몇십 명의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부산은 최산하의 구역이었다. 최산하는 와서 김예훈에게 공손히 인사를 한 후 빠르게 현장을 처리했다.문빈을 데려가고 시체를 깨끗하게 처리한 후, 전문가들이 와서 부서진 바닥을 수리하고 피비린내를 없애버렸다.일을 어느 정도 정리한 후, 최산하가 사람을 데리고 떠나자 진윤하가 김예훈 앞에 나타났다.진윤하는 공손하게 인사하더니 얘기했다.“김예훈 도련님, 부산 용문당의 일은 거의 다 정리되었습니다. 고집이 센 우충식은 우리와 약속을 했습니다. 3일 후 링 위에서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부산 용문당의 회장이 되는 것으로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승낙할까요, 아니면 바로 없애버릴까요?”고민하던 김예훈이 입을 열었다.“쉽게 갈 수 있으면 쉽게 가야지. 그리고 요 며칠은 조금 더 신경 써줘. 우충식의 구역을 빼앗아 와야겠어. 그들이 도망칠 곳도 없게 말이야.”진윤하는 김예훈의 목적을 물을 용기가 없어 그저 대답했다.“네. 그리고 또 다른 일이 있습니다. 내일 부산 6대 세자 중의 하나인 견청룡이 돌아옵니다. 목적은 잘 모르지만 우충식과 사이가 좋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견청룡이 우현아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진윤하는 말을 잇지 않았다. 김예훈과 우현아 사이에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최산하에게 전화를 걸어. 문빈이 실토했냐고 물어봐.”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전화를 마치고 돌아온 진윤하가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김예훈 도련님, 문빈이 입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견청룡이 부산 용문당에 들어가기 위해 일본 야마자키파와 손을 잡았다고 합니다. 양쪽의 조건이 딱 맞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번에 회장 자리에 오르려면 우충식을 처리해야 할 뿐만이 아니라 견청룍과 야마자키파도 처리해야 합니다. 게다가 회장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도 유지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을 해결한 후, 김예훈은 또 정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소현은 앞으로의 촬영 때문에 잠시 별장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다.전화를 끊은 김예후은 오정범에게 정소현을 잘 지키라고 했다. 필요하다면 성남에서 사람들을 데려와도 괜찮다고 했다.하지만 원경훈이 보낸 사람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김예훈도 사람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이 일을 다 처리한 김예훈은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역시나 하은혜의 메시지는 없었다. 전화를 걸어보니 부재중이었다.잠시 침묵한 김예훈이 문자를 보내 하은혜에게 얘기했다. 만약 내일까지 답장하지 않으면 직접 찾아가겠다고 말이다.물론 그가 아직 부산 용문당을 제대로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만약 하은혜가 계속 답장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었다....이튿날 아침. 김예훈은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면서 하은혜의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이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 조인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예훈아, 오늘 지각하면 안 된다. 알겠어?”“지각이요?”김예훈은 멍해서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장난하지 말고!”전화기 너머의 조인국의 목소리는 매우 진지했다. 그 말투에는 약간의 불쾌함이 섞여 있었다.“네가 조그마한 아이도 아니고, 이제는 자기 인생을 책임질 수 있어야지! 효임이가 이미 네 자리를 준비해 줬다고 하니까 오늘부터 오산그룹에 가서 출근해! 깔끔하게 차려입는 거 잊지 말고. 네가 계속 게으름을 피운다면 나도 이젠 너를 상관하지 않을 거야!”“죄송합니다, 아저씨. 제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김예훈이 해명했다.“오늘은 진짜 중요한 일이 있어서 안 될 것 같은데 다른 날에...”김예훈은 오늘 하은혜의 일을 처리하러 가야 했기에 오산그룹에 출근할 수 없었다.“아저씨, 사실 제가 오산그룹의...”김예훈은 자기가 사실 오산그룹의 대주주로 50%의 주식이 있다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인국이 엄숙하게 얘기했다.“뭐? 다음 날? 무슨 일이 출근보다 중요해!
조인국은 김예훈은 정말 아들처럼 생각하면서 김예훈이 올바른 길을 걷기를 바랐다.조인국이 조금 과격한 면도 있었지만 김예훈은 감동이었다.김예훈을 위해서 차도 사 주고 집도 사 주려고 하니까.김예훈은 그제야 알았다. 오늘 출근하지 않는다면 조인국은 김예훈과 연을 끊을지도 몰랐다.그래서 김예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저씨. 지금 출근하러 갈게요. 꼭 노력해서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을게요.”“그래, 이래야지!”조인국은 기쁜 말투로 얘기했다. “명심해라. 네 부모님처럼 착실히 일해야 한다고!”어제 떠날 때, 조인국은 많이 화가 났었다. 조효임과의 결혼은 농담이라고 한 것은 다 홧김에 한 말이었다.지금의 조인국은 김예훈이 열심히 한다면 조효임과 결혼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우지환 같은 사람보다, 잘 알고 지낸 김예훈이 더 좋았다. 적어도 조효임을 나쁘게 대하지는 않을 거니까.전화를 끊은 후, 김예훈은 일단 하은혜를 구하러 가려는 생각을 접었다. 약속 시간은 오늘 오후였으니까.택시를 잡은 김예훈은 여덟 시 반 전에 그 병따개처럼 생긴 건물 앞에 도착했다. 이곳이 바로 오산그룹이었다. 문 앞에는 많은 직장인이 오갔다. 김예훈은 그곳에서 자기를 기다리는 조효임을 발견했다.오늘의 조효임은 매우 세련되어 보였다. 지방시의 셔츠와 미니스커트를 입어 하얀 목덜미와 쭉 뻗은 다리를 드러냈고 머리에도 신경을 써서 매우 섹시해 보였다.김예훈은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다가가서 얘기했다.“안녕, 효임아.”조효임은 김예훈을 훑어보더니 짜증을 감추지 못하고 차갑게 얘기했다.“너 때문에 5분을 낭비했어. 다음에도 이러면 여기서 바로 잘리는 줄 알아.”말을 마친 그녀가 몸을 돌려 홀로 들어갔다. 그리고 일부러 김예훈과 거리를 유지하며 모르는 사람인 척했다. 김예훈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따라갔다.십여 분 후, 조효임은 김예훈을 데리고 오산그룹의 영업본부로 갔다.이곳은 업무와 직결된 부문이었다. 조효임은 영업본부의 부
우지환은 비웃듯이 그를 쳐다보았다.김예훈이 싸움을 좀 잘하는 게 뭐가 어때서. 어쨌든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오산그룹 안에서 김예훈을 해치우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우지환이 봤을 때 전국영은 부산 용문당을 이용해 김예훈을 처리하려다가 실패한 것 같았다.우씨 가문에서 하루 종일 꿇은 후 우지환을 알 수 있었다.손에 쥔 힘과 돈으로 사람을 내리누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방법이라고.예쁜 여직원들은 계약서를 보더니 저도 모르게 입을 막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재밌다는 듯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이 두 고객은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우지환도 그들의 사인을 받아내지 못하면서 김예훈이 3일 안에 두 사람의 사인을 받아오길 바라다니. 그냥 김예훈더러 꺼지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조효임이 얘기했다.“우지환 씨, 김예훈은 신입사원입니다. 아직 업무에 서투르니 기회를 줘서...”우지환이 김예훈을 보면서 비웃듯이 얘기했다.“효임 씨, 김예훈을 얕보지 말아요. 전 김예훈 씨가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출근을 하러 온 거지 싸우러 온 게 아니잖아요. 출근하는 사람으로서 태도를 보여줘야죠. 땅 판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일할 것 아니면 그만 돌아가라고 해주세요.”조효임은 순간 할 말을 일었다. 우지환의 말을 들은 그녀는 어떻게 김예훈을 도와야 할지 몰랐다.부모님이 김예훈 때문에 자꾸만 싸워서 김예훈을 오산그룹에 데리고 온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조효임도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조효임은 다른 말을 더하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은 씩 웃더니 자료를 들고 몇 번 보았다. 그리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우지환 도련님, 내가 이 두 사람의 사인을 받아내면 정직원으로 받아준다는 거죠?”“맞습니다. 3일 안에 성공하면 정직원으로 만들어 드리죠. 그리고 계약서 금액의 20%를 김예훈 씨의 성과급여로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사인을 받아오지 못한다면 그대로 꺼지세요. 알겠습니까?”우지환이 앞으로 나서서 김
우지환은 화가 나서 온몸을 벌벌 떨었다. 그는 우충식의 먼 친척으로 키도 크고 잘생긴 데다가 사업도 성공한 편이었다.하지만 그런 우지환도 심아현과 장은비의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그런데 김예훈은 출근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회사에서 파는 제품이 뭔지도 모르면서 전화 한 통으로 모든 일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농담인가!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직원이 비웃으며 얘기했다.“우지환 도련님, 이 낙하산은 우리 회사의 제품이 뭔지도 모르면서 큰소리만 떵떵 치는 거예요.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네요.”다른 여직원도 입을 열었다.“전화 한 통으로 심아현과 장은비를 불러올 수 있다니. 자기가 무슨 10대 명문가의 세자라도 되는 줄 아나 보네요.”다른 여자 직원이 말을 보탰다.“허세를 부려도 정도껏 해야지. 이따가 얼마나 창피해질지...”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타고 몇 모금 마시더니 얘기했다.“30분만 기다려보면 알 수 있죠.”“김예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 허세를 부려? 이러는 게 재밌어?”원래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던 조효임은 참지 못하고 차갑게 쏘아붙였다.“됐어, 돈도 없는 놈이. 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저 경비원이나 하고 배달일이나 했을 거잖아. 네가 무슨 능력으로 그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와? 사람들 말이 다 맞아. 너는 회사의 제품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나대? 적어도 자료를 잘 읽어보던가. 네 말을 누가 믿어줄 것 같아?!”조효임은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30분이 아니라 3일을 줘도, 30일이 지나도, 반년이 지나도, 한평생이 지나도 너는 이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올 수 없어. 그러니까 얼른 우지환 씨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 입사하자마자 바로 자를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내 얼굴에 먹칠하는 거야!”지금의 조효임은 김예훈에게 남아있던 조금의 호감마저 다 사라진 상태였다.가난하고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 체면을 위해서 계속 거짓말만 늘어놓는 사람이니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