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아." 김예훈은 방금 이미 오산그룹을 부산 연예계에 전면적으로 진출시키기로 했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정소현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연예계에 데뷔하려는 처제가 매일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와서 건드리는 것이 너무 짜증이 났기 때문에 김예훈은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되였다.김예훈은 전국영을 신경 쓰기도 귀찮았다. 그는 직접 휴대전화를 꺼내 최산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가지 일이 있어. 첫째, 이제 본격적으로 부산 연예계의 시장에 진출해야 해. 짧은 시간 안에 그룹이 부산 연예계 산업의 제1위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어. 둘째, 정소현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앞으로 그녀가 연예계에서 활동하게 될 거야. 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린다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말을 마친 뒤 김예훈은 가벼운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계속 허세를 부려 봐."전국영은 냉소를 금치 못했다."촌놈 자식아, 혹시 아직도 모르겠어? 부산 전체에서 연예계에 입성할 수 있는 자격은 우리 전씨 가문을 제외하고 제일의 명문가와 오산그룹뿐이야. 설마 방금 그 통화가 제일의 명문가와 한 건 아니지? 네 주제에 제일의 명문가에서 네 말을 듣겠어?"전국영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은 채 생각에 잠겼다.부산의 연예계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연예계 사람들은 서울이나 진주에서 사는 것을 좋아했다. 게다가 부산 연예계 산업은 규모도 크지 않아 명문가들이 탐탁지 않아 했다.이것이 전 씨 가문이 부산 연예계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이다.그런데 김예훈이 누군가를 부산 연예계에 들어오게 한다는 것은 너무도 형편없는 소리였다.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고작 이런 사소한 일로 제일의 명문가를 동원해야 할까? 내가 최산하보고 운영하라고 하면 되지, 무슨 큰 문제라도 있어?""오호, 오산그룹 최산하의 이름도 알고 있었어? 그런데 어떡하냐, 최산하는 요즘 왕회장님과 사이가 나빠서 얻어맞을지도 모르는데, 부산 연예계에 진출한다고.? 누구를 속이는
전국영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한걸음 나섰다. 우지환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시골 놈이 거슬려 보인 지 오래 됐어요. 같이 두들겨 패지요!”박미아는 본능적으로 반대했다. “전 도련님, 오늘 이 장소는 아닌 것 같아요. 도련님도 백낙당의 가문을 알고 있잖아요.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우리 모두 곤란해질 거예요.” 박미아는 김예훈이 두들겨 맞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소란이 커지면서 혹여 자신과 엮일 가능성이 두려운 것이었다. “미아 씨, 이렇게 오만하기 짝이 없는 시골 놈을 죽도록 두들겨 패지 않고서야 제 체면이 어떻게 서겠어요!?” “이 일은 더 이상 참견하지 말아 주세요. 백낙당의 사람들이 책임을 묻는다면, 제가 전부 떠메겠어요!”대화를 마친 전국영이 살기를 가득 품고 한 걸음 나섰다. “우현아가 왔다!”바로 그때, 누군가의 외침에 끌려 다들 반사적으로 눈길을 돌렸다. 심지어 험악한 기세를 내뿜던 전국영도 순간 많이 차분해졌다. 김예훈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닿은 입구에 훤칠한 키에 매혹적인 비주얼을 뽐내는 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샤넬의 올해 패션쇼 의상을 입고, 손목에는 파테크 필리프를 착용하고 있었다. 캐주얼하게 쓴 까만색 구찌 선글라스는 세련된 얼굴선을 잘 그려냈다. 이 모든 것이 그녀의 고귀한 가문과 출신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박미아도 비주얼이 훌륭한 미녀지만, 우현아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정소현의 비주얼이 그녀와 견줄 수 있었다.그러나 일개 여대생에 불과한 정소현인지라 예쁜 얼굴엔 아직 풋내가 묻어 있었다.그에 비하면 우현아의 비주얼은 다른 차원이었다. 살짝 보태면 과하고 살짝 덜어내면 아쉬운 수준이었다.딱 적당한 수준에서 눈부신 아름다움이었다.순간, 박미아는 재빨리 전국영을 막아 나섰다. “우현아가 왔어요. 섣불리 행동하지 마세요! ”우현아를 대하는 게 어려웠던 전국영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부산 용문당 부회장으로 알려진 우현아의 부친은 최근 회장으로 부상한다
“김예훈.”박미아를 비롯한 손님들이 소개하기 전에 김예훈이 가볍게 입을 열었다. “포레스트 별장 지역의 경호원입니다. 정소현을 따라와 여기서 한끼 얻어먹는 중이에요.”우현아는 순간 당황했지만 대뜸 흥미로움이 눈에서 맴돌았다.누구나 허세를 부리기 좋아하는 이 시대에 누군가가 자신의 직업을 포장 없이 있는 그대로 폭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정소현은 말문이 턱 막혀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때때로 이런 행세를 하기 좋아하는 형부이기에 정소현은 김예훈이 무조건 자신만의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진실을 폭로하지는 않았다.대신 박미아가 너무 쪽팔려 얼굴부터 귀 끝까지 빨갛게 불타올랐다. 김예훈을 이 자리로 안내한 사람은 필경 자신인지라 우현아에게 경호원이라 소개한다는 것은 결국엔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바로 이때, 전국영이 차갑게 말문을 열었다. “현아 씨, 이렇게 손님 중에 숨어 들어와 음식을 축내는 사람은 당장 쫓겨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클럽은 이런 사람을 용납하지 않잖아요.” “전 도련님, 오늘 밤은 제 생일 파티예요. 파티에 참석한 분들은 모두 제 손님이자 친구예요. 나중엔 우리 클럽 사람이 될 것이고요.” 우현아는 김예훈의 소개를 듣고 싫은 티를 내는 대신 도리어 전국영의 행동을 제지했다. 그런 다음 스스럼없이 김예훈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저는 우현아 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이 자리에서 정소현을 제외한 모든 사람 중 김예훈을 정면으로 쳐다보는 유일한 사람은 우현아밖에 없었다. 이에 김예훈은 가볍게 받아쳤다.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인사를 나눈 후 김예훈은 오른손을 내밀어 우현아의 오른손을 잡고는 이내 자연스레 놓았다. 우현아와 지나친 스킨십을 피하려는 의도였다.우현아의 눈 속에 색다른 빛이 스쳐 지나갔다. 악수라는 행동은 다시 말해 김예훈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김예훈의 반응은 우현아의 상상을 훨씬 초월했다. 우현아는 초롱초롱한
“어쩌라고?”김예훈은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고 무관심한 표정을 지었다.전국영이 몸을 숙여 다가와 손에 든 와인잔을 김예훈에게 들어 보이며 말했다. “현아 씨 말이 맞아. 이왕이면 서로 알게 된 지금부터 우리 그냥 친구 하자.” “친구 사이엔 서로 눈치 보고 그럴 필요는 없잖아. 아까 너에게 했던 충동적이고 무례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할게.” 우지환도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김 도련님, 부디 너그럽게 마음을 쓰셔서 아직 철이 덜 든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 진심으로 부탁합니다.” 박미아도 다가와 몸을 기울였다. “예훈 님, 우리 좀 더 사이좋고 친하게 지내봐요.”한편, 정소현은 사람들 사이에서 감독 한 분과 마주한 채 대화를 하느라 이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다.김예훈은 웃을 듯 웃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세 사람을 쓱 훑어보고는 가볍게 일침을 날렸다. “미안하지만 너희는 아직 내 친구가 될 자격이 없어.”“너희는 수준이 너무 떨어져.”“아이고!”갑자기 박미아가 하이힐을 신은 발을 헛디디며 바닥에 넘어질 뻔하다 의도치 않게 김예훈의 품에 기대게 되었다.전국영과 우지환이 허겁지겁 달려들어 너도나도 뒤질세라 손발을 허우적거리며 박미아를 일으켜 세웠다.“미아 씨, 괜찮아요?”“왜 그렇게 덤벙대요?”부축하고 나서 전국영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관둬, 이분은 그 지위 높으신 포레스트 별장 구역 경호원이잖아. 우리와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는데 눈치껏 사라져 주자!”대화를 마치고 전국영 일행은 각자 자리를 떠났다.김예훈은 차분한 표정으로 세 사람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상대방이 눈앞에서 자신한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이런 뻔한 속임수 따위는 굳이 당장에서 찢어 줄 의욕마저 없었기 때문이다.다만 김예훈이 주머니에 오른손을 넣자 2 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손가락 사이에 잡혔다.김예훈은 오른손을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세상에서 가장 견고함을 뽐내는 다이아몬드가 곧바로 가루로 부서져 부스스 바
우현아가 김예훈과 게임을 신청하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김예훈에게 쏠렸다.우지환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김예훈이, 관심이 없나 아니면 칠 줄 모르나? 솔직하게 말해, 칠 줄 모른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전국영도 무심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우지환, 왜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어? 일개 시골 촌놈이 어떻게 블랙 잭을 칠 줄 알겠어?”“고스톱 치라고 하면 알지도 모르지.”비꼬는 말을 들은 손님들은 너도나도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블랙 잭은 널리 부르는 이름이고 호주에서는 이런 종류의 게임을 어둠의 잭이라고 부른다.게임 규칙을 모른다면 치고 안 치고를 떠나서 승패를 가르는 기준조차 알 수 없다.이런 상황에서 칠 줄 모른다면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그만이다.그런데도 체면을 살리기 위해 굳이 관심이 없다고 한다고?이거야말로 바로 전형적인 체면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거다.우현아는 김예훈을 유심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블랙 잭에 관심이 생기죠? ”이에 김예훈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술 내기는 재미없고 돈 노름은 법을 어기는 것이니 구미가 당길 만한 조건을 걸고 치지요. 현아 씨가 진다면 오늘 밤은 제 여자가 돼 주세요...”“김예훈의 여자?”옆에서 구경하던 박미아가 분노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김예훈이, 너 제정신이야?”“네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기나 해?”“뭐? 네 여자?”“두꺼비가 백조 고기를 먹고 싶어 아주 안달이 났구나. 일개 경호원이 꿀 수 있는 꿈이라 생각해?”“누가 너에게 그런 개소리를 칠 용기를 줬어?”“얼른 현아 씨에게 사과해!”지금 이 시각, 박미아는 두려움과 분노가 온몸을 휩쌌다. 이 미친 경호원 때문에 자기가 우현아에게 잘못 찍힌다면 앞으로 어떻게 연예계에 몸을 담글 수 있겠는가?정소현도 이건 아닌데 싶은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봤다. 형부는 분명 이런 사람이 아닌데? 왜 갑자기 이런 걸 요구하지?한편, 전국영과 우지환은 한순간 얼어붙었다가 다음 순간 차가
김예훈의 말을 듣자 다들 순간 얼어붙었다가 이내 분노로 폭발했다.“김예훈이, 두꺼비가 백조 고기를 먹으려고 참 애를 쓰는구나.”“너 완전 미쳤구나, 그런 거지?”“아직도 현아 씨를 네 여자친구로 만들고 싶어? 거울이나 좀 보고 말하지 그래?”“현아 씨, 이런 사람한테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그냥 금포강에 던져서 물고기들이 뜯어 먹게 해요.”전국영과 우지환을 비롯한 사람들은 터져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단지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김예훈에게 한 주먹 날려 저세상에 보내고 싶었다.정소현도 어안이 벙벙했다. 형부가 왜 이러는 거지? 이건 뭐 바람 피우는건가?바람 피는 게 맞는다면 어떻게 언니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하지?우현아는 화가 치밀어오르는 대신 얼음처럼 차가워진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네 자신감이 하늘을 꿰뚫는구나.”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이건 자신감이 아니라 이왕 게임을 할 바엔 큰 걸 걸고 하는 거야. 그래서 도대체 할 거야 말 거야?”“안 할 거면 나 간다?”우현아는 테이블 위에 새 포커 세 벌을 탁 놓고 대답했다.“좋아, 한판 붙자.”이에 김예훈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레이디 퍼스트, 네가 선을 잡아.”우현아는 곧바로 차갑게 말을 이었다.“오케이, 그럼 내가 선을 잡을게. 대신 카드를 열 벌 돌릴 테니까 네 마음대로 그중에서 한 벌을 골라. 나중에 내가 꾐수를 써서 널 이겼다 이런 변명 따윈 하지 말고.”우현아가 선을 잡았지만 카드는 한 벌만 고를 수 있고 김예훈은 열벌 중에 임의로 한 벌을 고를 수 있으니 사실상 김예훈에게 많이 유리했다.하지만 김예훈은 이 제의에 동의하지 않고 무심하게 받아쳤다. “우리 둘 다 한 벌로 승부하자. 나중에 진 사람이 불공평한 대결이었다고 헛소리 치지 말고.”“그럼 그러자.”우현아도 더 이상 긴말은 생략하고 착착 카드를 뒤섞고 나서 김예훈에게 커트를 요청했다. 그런 다음 손가락을 구부려 각자 앞으로 앞면과 뒷면의 카드 한 장씩 튕겨 냈다.우현아의 카드
박미아도, 정소현도, 전국영도, 우지환도 그만 놀라고 말았다.직접 패를 깐 우현아마저 멍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말을 꺼내지 못했다.저마다 김예훈에게 시선이 꽂혀 있었고 그가 손쉽게 우현아를 이길 줄 몰랐던 것이다.이 기분은 그야말로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운이라면 천하에서 제일 행운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우현아는 한숨 크게 들이마시더니 다시 이상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었다.그녀는 처음 접촉했을 때부터 김예훈이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자신을 낮춰 상대방이 깔보다가 방심하게 한 틈에 실력을 보여줄 줄 몰랐던 것이다.우현아는 패배에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졌네? 한 판 더 붙어야 결과를 인정할 건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당장 내 여자로 되어줄것인가?”김예훈이 침묵을 깨고 흥미진진하게 우현아를 도발했다.우현아는 세상 무해한 척하는 김예훈의 표정에 한순간 할 말을 잃었다.전국영 등은 김예훈이 너무 방자하고 거만하다고 생각했다.‘이 짓으로 전체 부산 상류사회를 건드려? 경호원 주제에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이봐, 너무 거만한 거 아니야? 그렇게 대단하면 현아 씨와 다시 한 판 붙든가!”전국영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운을 타고났다는 거 도저히 믿지 못하겠어. 어떻게 매번 이렇게 좋은 일만 맞닥뜨릴 수 있는 거야!”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럴 필요가 있을까? 내기하고 싶은 건 아니고?”전국영이 김예훈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현아 씨와 어디 한번 계속해봐! 이기면 나와의 일은 없던 거로 하지. 하늘에 대고 맹세할게. 더는 괴롭히지 않겠다고. 하지만 패배하면 현아 씨와의 내기는 없었던 일로 하지.”딱 봐도 전국영은 일거양득으로 우현아와 견천룡에게 잘 보이고 싶은 듯했다.이때 옆에 있던 박미아가 한마디 덧붙였다.“그래, 한 판 더 붙어봐. 운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어디 한번 확인해봐야겠어!”“너랑 내기하는 거 하나도 재미없어. 그래도 내기하고 싶다면 목숨
‘건방지고! 염치없고! 오만무도하고! 소인배에 제 주제도 모르는 녀석! 자기가 누군 줄 알고 감히 현아 씨를 넘봐? 정말 제 주제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김예훈의 행동에 전국영과 우지환 등은 하나같이 눈을 파르르 떨면서 그의 목을 잡고 죽이고 싶었다.입을 막고 있던 정소현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형부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하지만 김예훈도 자기만의 계획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소현은 결국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속으로는 이 모든 것이 진심이었다면 가만히 있지 않기로 다짐했다.바로 이때, 우지환과 전국영이 동시에 박미아에게 눈치를 주었다.박미아는 살짝 고개를 쳐들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큰일이야, 큰일. 현아 씨한테 주려던 2캐럿 다이아가 없어졌어! 2억이나 되는데! 어떻게 사라지게 된 거지?”박미아의 불안한 표정에 사람들은 그제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아무리 상류사회라 하지만 돈을 마구 소비하긴 했어도 절도사건은 발생한 적이 없었다.만약 이들 중 도둑이 존재한다면 추문이 퍼져 이 바닥에서 어울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잃어버렸다고요?”전국영이 앞으로 다가오더니 기침했다.“몸과 가방 구석구석 찾아보세요. 혹시 안에 떨어졌는지 어떻게 알아요.”정소현도 다급 해하면서 말했다.“선배, 아까 화장실에서 꺼내 보셨잖아요. 혹시 화장실에 떨어뜨린 거 아니에요?”“그럴 리가!”박미아는 확인하려는 의도도 없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얼마나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인데 여기저기 막 놓을 리가! 난 그렇게 조심성 없는 사람이 아니야. 누군가 훔쳐 간 것이 분명해!”우지환이 이때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설마 저희 중에 도둑이 있단 말이에요?”“네? 정말 도둑이 존재한다고요?”“이럴 수가.”“2억짜리 물건이 저희 성에 찰 리가요!”“이 바닥에서는 한 번도 절도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단 말이에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저마다 상류사회 인물이 아니면 연예계에서 잘 나가는 연예인들인데 2억
“저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낙찰받아야겠어요. 1조 원을 제시할게요. 경매장 규칙으로는 항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 아니겠어요? 가격을 확정하려면 최소한 세 번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함부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낙찰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설마 영국 사람들과 결탁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물건을 영국에 팔아넘기려는 건 아니죠? 이 물건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건 총사령관님의 소지품이라고요. 그런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 것부터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것도 모자라 낙찰자를 함부로 정하기까지 하고. 여러분은 지금 감히 총사령관님을 모독하는 거예요? 정말 정신이 나갔군요!”중년 여도사가 격분했다.“오륜 사찰을 모욕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세요?”바로 이때, 사방에서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젊은 여도사들이 걸어 나와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모욕이요?”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당신들이 한 짓을 굳이 제가 모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한테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시면 바로 이곳에서 나갈게요. 저는 물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납득갈 만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예요. 여러분, 안 그래요?”김예훈은 여론의 힘을 잊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오륜 사찰과 연관된 일이라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많은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최근에 그가 진주·밀양에서 일으킨 소란을 떠올리며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아무리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오륜 사찰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오륜 사찰과 맞서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다.‘김예훈 이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오륜 사찰에 설명을 내놓으라고?’오륜 사찰은 항상 마음대로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기만 할 뿐, 그들이 설명을 내놓을 일은 없었다.“도련님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김예훈이 또 한 번 가격을 올리려고 할 때, 방금 그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자신만만한 말투였다.“8천억 원의 가격으로 총사령관님의 칼은 마리아 씨의 것이 되었습니다.”김예훈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았다.이번에는 편파적인 것이 아니라 아예 마리아의 편을 들어주었다.김예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가격을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 아닌가요? 저는 1조 원을 제시하도록 할게요.”“저희 성녀분께서 이미 말씀하셨듯이 마리아 씨가 8천억 원에 이 물건을 낙찰받게 되었습니다.”그 중년 여도사는 김예훈을 가볍게 쳐다보고는 딱히 설명하지도 않고 다시 웃으면서 마리아를 쳐다보았다.“마리아 씨, 비용을 내시고 총사령관님의 칼을 가져가셔도 좋아요. 제가 오륜 사찰을 대표해서 축하의 말씀을 드릴게요.”마리아와 장무준 두 사람은 모두 멍한 상태였다.김예훈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이 총사령관의 칼을 얻을 기회를 빼앗아 갈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전설 속의 오륜 사찰의 성녀, 혜선 스님이 직접 나와서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해 버릴 줄 몰랐다.혜선 스님의 신분과 지위로는 그녀가 원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팔 수 있었다.경매장 규칙 또한 그녀가 정한 것이었다.지금 그녀가 규칙을 바꾸려 하더라도 아무도 그녀를 어찌할 수 없었다.비록 이 가격은 마리아에게는 큰 부담이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 총사령관 칼을 손에 쥐었다.중년 여도사 역시 딱히 말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비록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성녀가 직접 규칙을 깨뜨린 이상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저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는데요?”김예훈이 일어나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왜죠? 제가 이곳에 앉아있을 수 있는 정도면 낙찰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오륜 사찰에서 이 물건을 경매에 내놓고 싶지 않다면 사적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하든 말든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경매에 내놓고 규칙까지
이 가격을 듣자마자 사람들은 갑자기 숨을 죽였다.아무리 총사령관이 요구를 하나 들어준다고 해도 끊어진 칼 하나에 6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였다.게다가 영국 황실을 대표하는 마리아와 계속 경쟁한다고?아무리 돈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영국 황실의 보복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6천억 원을 부른다고?그 모습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뜨리고 말았다.‘어디서 나타난 놈이길래 이렇게 담이 큰 거지?’“김예훈! 이 자식이!”장무준은 바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지금 일부러 방해하는 거야? 너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어! 돈 없으면서 일부러 가격을 올리는 거, 주최 측의 이익을 해치는 짓인 거 몰라? 저놈을 당장 밖으로 끌어내!”마리아 역시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김예훈, 남에게 해를 끼치는 짓은 하지 마.”“일부러 방해해? 돈 없으면서 가격을 올려? 남에게 해를 끼쳐?”김예훈은 무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이 물건이 너희 것인 것처럼 말하네. 그렇게 자신 있으면 계속 가격을 올려보든가. 돈 없으면 여기서 잘난 척하지 말고 꺼져. 그리고 영국 황실을 들먹이면서 사람들한테 겁주지 마.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그런 협박이 먹힐 것 같아? 오후에 황실 신분을 박탈당한 사람이 어디서 잘난 척이야. 영국에서 이러는 거 중범죄인 거 몰라?”김예훈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여러분들 믿기지 않으시면 영국 최신 뉴스를 확인해 보세요.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되었다는 소식은 특종일 테니까요.”평소 뉴스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수군수군 의논 소리가 들려왔다.“맞아요. 영국 황실에서 제49번째 상속자인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당했다고 입장을 발표했네요.”“그리고 마리아가 황실을 이용해서 행동하는 것이 발각되면 바로 신고할 거라고 했네요.”“결국엔 가짜 신분을 가지고 잘난 척한 거였네요.”이 순간, 사람들은 격분하기 시작하면서 하나같이 소리쳤다.‘저
곧 격렬한 경매가 시작되고, 거의 모든 사람은 이 칼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여러 차례의 입찰 끝에 결국 마리아가 일어서서 이를 악물고 외쳤다.“4천억 원이요! 저랑 경쟁하는 분은 영국 황실과 적이 되는 거예요. 아무튼 이 물건은 저희 영국 황실에서 가져가야겠어요.”영국 황실을 언급한 순간, 현장은 고요해지기 시작했다.중동 왕족이나 유럽 황실 사람이라도 해도 하나같이 살짝만 미간을 찌푸릴 뿐이다.만약 마리아가 개인적으로 온 것이라면 얼마든지 경쟁해도 되지만 영국 황실을 대표해서 온 거라면 상황이 좀 복잡했다.누구나 알다시피 영국 황실 프린세스는 매우 다루기 힘든 인물이었다.아무리 총사령관의 칼이었다고 해도 영국 황실과 원수가 될 필요는 없었다.“보아하니 이제는 더 이상 저랑 경쟁할 분이 없으신 거죠?”마리아가 뿌듯한 표정으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진작에 알고 있었어요. 아무도 저희 영국 황실과 경쟁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요. 총사령관님의 칼은 결국엔 우리 것이어야 해요. 이 칼을 소유하게 된다면 총사령관님께 저희 영국 황실에 합류할 것을 요구할 거예요. 이런 남자는 오직 영국 황실에서만 소유할 자격이 있어요. 대한민국은 이런 신과도 같은 존재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요!”마리아는 칼의 주인이 곧 결정될 거라는 생각에 자랑스럽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몇몇 내륙의 부유한 상인들은 결국 참지 못하고 비꼬기 시작했다.“영국 황실을 대표하는 마리아 씨가 어떻게든 얻고자 하는데 저희는 굳이 경쟁할 마음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과 경쟁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모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총사령관님 같은 분은 당신이 감히 모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요. 이 생각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총사령관님은 대한민국의 총사령관이지 영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분이세요. 그러니까 헛된 망상을 버리는 것이 좋을 거예요.”마리아는 콧방귀를 뀌었다.“헛된 망상이라고요? 주최 측의 소개를 못 들었어요? 이 칼을 가지고 있으면 총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무도 언급하지 못했다.게다가 칼은 이미 손상되어 별로 가치도 크지 않았다.많은 권력자들은 자세히 살펴보더니 그럴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이런 칼의 경매 시작 가격만 해도 20억 원이었기 때문이다.바로 이때, 김예훈은 중앙에 앉아있는 마리아가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마치 친아버지를 만난 듯한 표정에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그 칼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김예훈은 순간적으로 마리아가 칼의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것도 정상이었다. 만약 이 칼이 대한민국 국방부의 전설이자 살아있는 신화인 것을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아마 지금쯤 수많은 사람이 쟁탈전을 벌였을 것이다.이런 물건은 될수록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좋았다.이런 생각에 김예훈은 동하임의 손등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이 물건을 낙찰받아요.”동하임은 김예훈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비록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질문하나 없이 바로 손을 들었다.“2천억 원이요.”이 말 한마디에 여유롭던 현장 분위기는 갑자기 얼어붙고 말았다.권력자들은 끊어진 칼의 가치가 왜 이렇게 높은지 몰라 서로 눈치만 볼 뿐이다.2천 원도 아니고 2천억 원이었으니 말이다.마리아와 장무준 두 사람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동하임을 째려보았다.이 물건을 반드시 손에 넣고 싶었던 마리아는 입을 열기도 전에 동하임이 2천억 원을 외칠 줄 몰랐다.‘지금 저 물건이 탐나서 저러는지, 아니면 일부러 방해하려고 저러나?’특히 마리아는 동하임을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동하임은 첫 번째로 가격을 부른 사람이었고, 반드시 낙찰받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모든 사람은 동하임이 정말 이 칼을 마음에 들어 하거나 이 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이렇게 높은 가격을 불렀다고 생각했다.이런 타
동씨 가문은 별로 중시를 못 받은 듯 최악의 자리에 안배되었다.진주·밀양 두 도시에 상류층의 권력자들이 너무 많이 존재했고 동씨 가문이 일류 가문이고 총독이긴 하지만 자본이 왕인 두 도시에서는 여전히 뒤떨어져 있었다.허씨 가문과 추씨 가문도 참여했을 테지만 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김예훈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아 인사하러 가지 못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의도적인 건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들은 경매장에 도착한 후로부터 계속해서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큰소리로 웃었다.그들은 약간 가운데 쪽에 앉았기 때문에 눈에 쉽게 띄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항상 눈이 높아서 웬만한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영국 제국 황실의 관심을 끈 물건이 무엇일까?그런 생각을 하며 김예훈은 손에 든 책자를 넘겼고 그중 속해있는 하나의 물건을 보게 된 순간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신사 숙녀 여러분, 오륜 사철의 경매를 지금 시작하겠습니다.”30분쯤 지나자 무표정의 여도사가 걸어 나왔다.그녀의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평소에 관리를 많이 하는듯해 보였다.유일한 단점은 얼굴이 차갑고 미소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그녀가 걸어 나와서 거리낌 없이 입을 열어 경매의 서막을 알렸다.첫 번째 경매품은 남송 시대의 청화백자로 색상이 투명하고 질감이 일품이며 온전히 보관된 손상이 없는 완벽한 물건이었으며 현세대에서 보기 드문 귀한 보물이었다.곧 이 물건은 수십억의 가치에 한국의 부유한 상인의 손에 들어갔다.두 번째 물건은 나무로 조각한 불탑이었다.득도한 고승의 소지품으로 명상할 때 불탑에서 흘러나오는 불음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그 물건이 나오자 몇몇 불교에 관심이 있는 거장들이 즉시 입찰에 참여했고 최종 천억에 가까운 높은 가격에 낙찰되었다.세 번째 물건은 골수를 정화하고 뼈를 강화할 수 있는 단약이었다.일류 고수로 보이는 몇몇 거물들이 이 단약때문에 하마터면 싸울 뻔했다
동하임의 말을 듣고 김예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다른 사람의 무도 교본마저 경매에 내놓는다고요?”“그건 오륜 사찰이 너무 한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서 오륜 사찰이 대단하다는 거예요. 그들이 내놓은 무도 교본은 모두 과거 전설 속에만 존재했던 것들이고 현대에는 전해 받은 사람이 없어요.”“그러니 아무도 그 물건의 주인이 누구인지 증명할 수 없어요. 결국엔 오륜 사찰의 거라고 묵인할 수 밖에 없죠!”“오륜 사찰이 자기 물건을 경매에 내놓고 원하는 사람에게 팔아넘기는데 누가 그걸 관할하겠어요?”김예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은 차가웠다.문화가 해외로 전파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문명을 지키며 경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의 눈빛이 차가워진 걸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이어 나갔다.“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오륜 사찰이 주최한 경매가 매년 많은 국내외 거장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거예요!”“매년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겨우 300~500명뿐이래요!”“오늘 이 중에 한 자리가 수천만 원에 팔렸다고 들었어요!”“우리 초대장은 아빠가 준거에요.”“아빠가 아니었다면 난 이 초대장을 구할 수도 없었어요!”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온 김예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면을 응시하며 말했다.“보아하니 마리아도 이 경매를 노리고 있네요.”“뭘 얻으려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요.”김예훈의 말을 듣고 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차가운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그들의 눈앞에 장무준과 마리아가 팔짱을 낀 채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다가 큰소리로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두 사람 모두 의기양양해 보였고 딱 봐도 한 쌍의 커플이었다.많은 진주 상류층 거장들이 이 광경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동하임과 장무준이 혼약이 있다는 걸 진주의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었다.근데 장무준이 동하임을 앞에 두고 외국 여자랑 시시덕거리고 있는 게 분명히 동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거였다.하지만 동씨 가문은 현직 총독
“장무준이 갑자기 돌아온 데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아마 오륜 사찰 경매 때문일 거예요.”“이 경매는 부정기적으로 열리는데 매번 경매에서 나오는 물건들이 모두 희귀한 보물들이에요!”“그래서 많은 권력자들이 모일 거 예요.”“중동과 서양의 일부 황족과 리카 제국의 재벌 상속자들이 신분을 숨긴 채 경매에 참여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어요.”“재밌네요.”김예훈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원래는 갈 마음이 없었는데 오륜 사찰이 주최한다니까 가고 싶어지네요. 날 데리고 가서 구경 좀 시켜줘요.”...저녁 7시 정각, 김예훈과 동하임은 각각 턱시도와 드레스로 갈아입고 시즌 호텔 최상층에 나타났다.김예훈은 오륜 사찰에 관심이 많았다.오륜 사찰은 경기도 지역의 무술 성지이고 예전에 오륜 사찰의 선재 스님은 김현민 편에 서서 허씨 가문이랑 대항하기도 했다.무술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나온 사람이 재벌가의 싸움에 개입한 게 범상치 않았다.이제 경매까지 주최하니 김예훈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경매로 인해 시즌 호텔의 최상층은 경비가 삼엄했다.많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갖 최첨단 장비도 동원했다.일반인은 입장할 수 없었고 초대장을 소지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었다.이곳에 입장하는 사람은 모두 초대장을 소지해야 하고 최대 한 명의 손님만 동반할 수 있는 걸 봐서 초대장이 얼마나 귀중한지 알 수 있었다.동씨 가문은 진주의 최고 가문으로서 당연히 초대장을 받았다.“하임 씨, 이곳에서는 매달 경매가 열리나요?”김예훈은 주위를 둘러보며 흥미로운 듯이 입을 열었다.“매달이요? 그럴 리가요.”어깨를 살짝 드러내는 샤넬 드레스를 입은 동하임은 청순함 속에 약간의 섹시함이 감돌았고 매력적인 자태를 뽐냈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오륜 사찰이 길가 노점인 줄 알아요?”“이 정도 규모의 경매는 1년에 한 번도 열릴까 말까 해요.”“왜 수많은 권력자들이 오륜 사찰의 경매를 탐내는지 알아요?”“이유는 세 가지예
“그래, 당신의 능력을 믿어!"“장씨 가문이 진주에서 왕이라고 당신이 그랬잖아. 어서 증명해 봐!”마리아는 장무준이 아부 떠는 모습에 몹시 흡족해하면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리고 오늘 밤 황실이 원하는 그 물건을 무조건 낙찰해야 해!”“그 물건을 여왕한테 바치기만 하면 바로 황실 신분을 회복할 수 있고 심지어 서열도 더 앞당길 수 있어!”장무준은 흥분해서 말했다.“마리아, 걱정하지 마. 반드시 내 손에 넣을 거야!”마리아가 황실로 다시 들어가 서열이 높아진다면 자신도 황실의 사위가 되면서 지위가 향상될 거였다.순간 장무준은 열정이 불타올랐고 그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나 주최 측과 아는 사이라서 내 체면을 살려줄 거야!”“우리 무조건 최저가로 원하는 물건을 꼭 낙찰할 수 있을 거야!”장무준은 마리아가 원하는 물건의 가치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건 알 필요가 없었고 중요한 건 그 물건이 영국 제국 황실에 의미가 있으면 됐다.그가 해야 할 일은 가치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전력을 다해 자기 손에 넣어야 했다.생각을 마친 장무준은 재빨리 온화한 미소를 되찾고 영국 제국에서 온 남녀들에게 사과했다.“여러분,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드립니다!”“한국인들이 전반적으로 수준이 너무 낮아서 서구 문명 세계에 사는 우리와는 비교가 안 돼요!"“그런 사람들과 같은 혈통인 게 저도 참 부끄러워요!”“여러분, 마음에 두지 마세요. 그냥 지나가는 개가 짖는다고 생각하세요.”동시에 장무준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게다가 그들이 말하는 민족의식도 사실상 허세일 뿐이에요!”“제가 장담하는데 아까 그 김예훈이랑 동하임한테 외국에 정착할 기회를 주기만 한다면 무조건 무릎 꿇고 감사해할 거예요!”“아휴, 아쉽게도 저는 출생과 혈통을 선택할 수 없어요!”“그렇지 않으면 전 이곳에서 위선적인 문명을 느끼기보다 차라리 영국 제국의 빈민굴에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자유의 공기를 느끼는 게 낫겠어요!”말을 마친 장무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