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의 말을 듣자 다들 순간 얼어붙었다가 이내 분노로 폭발했다.“김예훈이, 두꺼비가 백조 고기를 먹으려고 참 애를 쓰는구나.”“너 완전 미쳤구나, 그런 거지?”“아직도 현아 씨를 네 여자친구로 만들고 싶어? 거울이나 좀 보고 말하지 그래?”“현아 씨, 이런 사람한테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그냥 금포강에 던져서 물고기들이 뜯어 먹게 해요.”전국영과 우지환을 비롯한 사람들은 터져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단지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김예훈에게 한 주먹 날려 저세상에 보내고 싶었다.정소현도 어안이 벙벙했다. 형부가 왜 이러는 거지? 이건 뭐 바람 피우는건가?바람 피는 게 맞는다면 어떻게 언니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하지?우현아는 화가 치밀어오르는 대신 얼음처럼 차가워진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네 자신감이 하늘을 꿰뚫는구나.”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이건 자신감이 아니라 이왕 게임을 할 바엔 큰 걸 걸고 하는 거야. 그래서 도대체 할 거야 말 거야?”“안 할 거면 나 간다?”우현아는 테이블 위에 새 포커 세 벌을 탁 놓고 대답했다.“좋아, 한판 붙자.”이에 김예훈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레이디 퍼스트, 네가 선을 잡아.”우현아는 곧바로 차갑게 말을 이었다.“오케이, 그럼 내가 선을 잡을게. 대신 카드를 열 벌 돌릴 테니까 네 마음대로 그중에서 한 벌을 골라. 나중에 내가 꾐수를 써서 널 이겼다 이런 변명 따윈 하지 말고.”우현아가 선을 잡았지만 카드는 한 벌만 고를 수 있고 김예훈은 열벌 중에 임의로 한 벌을 고를 수 있으니 사실상 김예훈에게 많이 유리했다.하지만 김예훈은 이 제의에 동의하지 않고 무심하게 받아쳤다. “우리 둘 다 한 벌로 승부하자. 나중에 진 사람이 불공평한 대결이었다고 헛소리 치지 말고.”“그럼 그러자.”우현아도 더 이상 긴말은 생략하고 착착 카드를 뒤섞고 나서 김예훈에게 커트를 요청했다. 그런 다음 손가락을 구부려 각자 앞으로 앞면과 뒷면의 카드 한 장씩 튕겨 냈다.우현아의 카드
박미아도, 정소현도, 전국영도, 우지환도 그만 놀라고 말았다.직접 패를 깐 우현아마저 멍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말을 꺼내지 못했다.저마다 김예훈에게 시선이 꽂혀 있었고 그가 손쉽게 우현아를 이길 줄 몰랐던 것이다.이 기분은 그야말로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운이라면 천하에서 제일 행운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우현아는 한숨 크게 들이마시더니 다시 이상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었다.그녀는 처음 접촉했을 때부터 김예훈이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자신을 낮춰 상대방이 깔보다가 방심하게 한 틈에 실력을 보여줄 줄 몰랐던 것이다.우현아는 패배에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졌네? 한 판 더 붙어야 결과를 인정할 건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당장 내 여자로 되어줄것인가?”김예훈이 침묵을 깨고 흥미진진하게 우현아를 도발했다.우현아는 세상 무해한 척하는 김예훈의 표정에 한순간 할 말을 잃었다.전국영 등은 김예훈이 너무 방자하고 거만하다고 생각했다.‘이 짓으로 전체 부산 상류사회를 건드려? 경호원 주제에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이봐, 너무 거만한 거 아니야? 그렇게 대단하면 현아 씨와 다시 한 판 붙든가!”전국영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운을 타고났다는 거 도저히 믿지 못하겠어. 어떻게 매번 이렇게 좋은 일만 맞닥뜨릴 수 있는 거야!”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럴 필요가 있을까? 내기하고 싶은 건 아니고?”전국영이 김예훈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현아 씨와 어디 한번 계속해봐! 이기면 나와의 일은 없던 거로 하지. 하늘에 대고 맹세할게. 더는 괴롭히지 않겠다고. 하지만 패배하면 현아 씨와의 내기는 없었던 일로 하지.”딱 봐도 전국영은 일거양득으로 우현아와 견천룡에게 잘 보이고 싶은 듯했다.이때 옆에 있던 박미아가 한마디 덧붙였다.“그래, 한 판 더 붙어봐. 운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어디 한번 확인해봐야겠어!”“너랑 내기하는 거 하나도 재미없어. 그래도 내기하고 싶다면 목숨
‘건방지고! 염치없고! 오만무도하고! 소인배에 제 주제도 모르는 녀석! 자기가 누군 줄 알고 감히 현아 씨를 넘봐? 정말 제 주제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김예훈의 행동에 전국영과 우지환 등은 하나같이 눈을 파르르 떨면서 그의 목을 잡고 죽이고 싶었다.입을 막고 있던 정소현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형부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하지만 김예훈도 자기만의 계획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소현은 결국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속으로는 이 모든 것이 진심이었다면 가만히 있지 않기로 다짐했다.바로 이때, 우지환과 전국영이 동시에 박미아에게 눈치를 주었다.박미아는 살짝 고개를 쳐들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큰일이야, 큰일. 현아 씨한테 주려던 2캐럿 다이아가 없어졌어! 2억이나 되는데! 어떻게 사라지게 된 거지?”박미아의 불안한 표정에 사람들은 그제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아무리 상류사회라 하지만 돈을 마구 소비하긴 했어도 절도사건은 발생한 적이 없었다.만약 이들 중 도둑이 존재한다면 추문이 퍼져 이 바닥에서 어울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잃어버렸다고요?”전국영이 앞으로 다가오더니 기침했다.“몸과 가방 구석구석 찾아보세요. 혹시 안에 떨어졌는지 어떻게 알아요.”정소현도 다급 해하면서 말했다.“선배, 아까 화장실에서 꺼내 보셨잖아요. 혹시 화장실에 떨어뜨린 거 아니에요?”“그럴 리가!”박미아는 확인하려는 의도도 없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얼마나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인데 여기저기 막 놓을 리가! 난 그렇게 조심성 없는 사람이 아니야. 누군가 훔쳐 간 것이 분명해!”우지환이 이때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설마 저희 중에 도둑이 있단 말이에요?”“네? 정말 도둑이 존재한다고요?”“이럴 수가.”“2억짜리 물건이 저희 성에 찰 리가요!”“이 바닥에서는 한 번도 절도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단 말이에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저마다 상류사회 인물이 아니면 연예계에서 잘 나가는 연예인들인데 2억
“방금 신고 접수했으니 곧바로 이곳으로 달려오실 겁니다!”“김예훈, 경고하는데 얼른 내놓는 것이 좋을 거야! 아니면 이따 몸수색해서 나오게 되면 가만히 안 둘 줄 알아! 이곳의 룰에 따르면 도둑놈은 밑 장 빼기 했을 때와 같이 손을 잘라야 해!”전국영은 계속해서 비아냥거렸다.이때 정소현이 나타나 김예훈의 앞을 가렸다.“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 이분은 절대로 물건을 훔칠 분이 아니에요! 그 돈 따위 부족하지도 않고요!”“부족하지 않다고? 소현아, 그만 편들어. 이 사람을 아래위로 쭉 훑어보면 가난에 절어있는 사람으로 보여. 이쪽으로 와. 그 사람이랑 엮이지 말고!”박미아는 정소현을 끌어당기더니 김예훈의 편을 드는 것까지 말렸다.정소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 로비 문을 걷어차더니 열몇 명의 정장을 입은 장정들과 함께 걸어들어왔다. 이 호텔의 총지배인인 방지호가 센터에서 걸어오더니 냉랭하게 물었다.“누군가 물건을 훔쳤다면서요?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백낙당이 어떤 곳인줄 알고! 이곳에서 물건을 훔친 것은 저희 룰을 어긴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방지호는 한껏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의의 불사신으로 착각할 정도였다.이때 전국영이 다가가더니 말했다.“방 지배인님, 드디어 오셨네요. 꼭 범인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박미아 씨가 현아 씨를 위해 준비한 2억 원이나 되는 선물이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돈 문제가 아니라 박미아 씨의 정성이란 말이죠.”방지호는 살짝 고개를 쳐들더니 말했다.“전 도련님, 걱정 마십시오. 백낙당에는 백낙당만의 룰이 있으니 절대로 억울한 사람을 잡지 않을 것이고 또 그 어떤 나쁜 놈도 도망가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아무튼 도적질을 한 분은 알아서 앞으로 나와주시죠! 지금 나오시면 손가락 하나만 짜를 것이지만 제가 직접 찾아낼 시에는 손목을 자를 것이니 절대로 제가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순간 방지호는 살기가 가득한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
“김예훈, 만약 정말 무언가 주었다면 내놔. 박미아 씨가 고마워할 거야.”계속 입을 닫고 있던 우현아가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비록 김예훈이 임시 남자친구이긴 했지만 박미아도 돕고 싶었다.이때 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무것도 줍지 못했는데 뭘 내놔?”우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김예훈,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나 본데 이곳의 배후 보스는 바로 부산 견씨 가문이야. 일본 사람들도 이곳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다고 들었어. 그래서 말인데 이곳에서 사고 치면 수습하기 어려워. 지금 물건을 내놓으면 내가 대신 박미아 씨한테 사과할게. 그러면 끝나는 거야. 알았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사과? 내가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왜 사과해야 하지?”“정말 안 주웠어?”우현아는 주제 파악도 못하는 김예훈을 향해 미간을 찌푸렸다.‘나의 호의를 이렇게 받아들이다니.’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도 하기 싫었지만, 이때 전국영이 냉랭하게 말했다.“현아 씨, 저 사람 꼼수로 현아 씨를 이겨서 임시 여자친구로 만든 건데 왜 편을 들어주는 거예요? 가짜라는 거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현아 씨 평판에도, 우씨 가문의 평판에도 영향이 없을 거예요.”말을 끝낸 전국영은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백낙당의 벌칙을 받도록 해!”사람들은 저마다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이런 상류사회 사람들은 사기행각을 벌이는 하류사회 사람들을 가장 무시했다.정소현이 무언가 말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그녀와 눈이 마주치더니 고개를 저었다.그만의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정소현은 결국 침묵을 지키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그녀마저 침묵을 지키자 전국영 등은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소현 씨도 믿지 못하는데 아직도 무슨 할 말이 있는 거야!”우현아도 미간을 찌푸린 채 김예훈을 보더니 또 흥분하기 그지없는 전국영 등을 보고 무언가 깨달은 듯싶었지만 김예훈이 이 위기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궁금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방지호
마지막으로 양말과 신발, 벨트까지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전국영의 거만한 표정은 순간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이내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말도 안 돼! 무조건 저 사람한테 있단 말이야!”방지호는 발로 경호원을 걷어차더니 직접 수색에 나섰다.다른 경호원들은 로비에서 숨길만 한 곳을 구석구석 찾아보았지만 역시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십몇 분 뒤, 이들은 시선을 주고받더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어느 한구석에서 그 다이아를 찾았다고 해도 김예훈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었지만, 도저히 찾아내지를 못했다.방지호는 무의식적으로 전국영에게 시선이 갔고 전국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여자 경호원을 포함한 다른 경호원들도 불러왔다.“수색해! 범인이 물건을 다른 사람의 몸에 숨겼을 수도 있으니 모든 사람을 수색해야 해! 만약 저 사람이 훔친 것이 맞다면 무조건 지문이 남아있을 거야!”뒤이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전국영, 우지환도 몸수색에 임해야 했고 결국 신분이 높은 우현아도 몸수색을 당해야만 했다.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비록 어떤 여자 손님들이 다이아반지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결국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내고 말았다.전국영은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아까 분명 미아 씨가 틈을 타 넘어지는 척하면서 김예훈 주머니에 넣었는데, 왜 사라졌지? 그리고 저 사람 로비를 벗어난 적도 없고, 가지고 나갔을 리도 없잖아.”“여러분, 아직도 안 끝났어요? 제 몸에 다이아가 없다는 것은 제가 도둑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거 아닌가요?”김예훈은 방지호를 바라보았다.“이제 결백함을 풀어줄 수 있을까요?”방지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억지웃음을 지었다.“아직은 도둑도, 증거물도 찾지 못했으니 당연히 결백하겠죠.”“아주 고맙네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박미아는 2억 원짜리 다이아 반지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눈이 발칵 뒤집혔다.‘내가 얼마나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인
“그럼, 방 팀장님, 지금 저한테 따로 할 말 없으신가요?”김예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자리를 뜨려던 방지호는 멈칫하더니 한심하다는 듯한 눈길로 박미아를 쳐다봤다. 그리고 깊게 한숨을 들이쉬고 싸늘하게 말했다.“김예훈 씨, 지금 무슨 뜻이죠?”“박미아 씨 스스로 인정했잖아요, 날 엿 먹이려고 고의로 내 주머니에 넣었다고.”“이 일에 대해 저한테 더 할 말 없으세요?”김예훈은 서늘하게 웃었다.“그래요? 미아 씨가 아까 그런 말을 했었나요?”방지호는 아주 당혹스럽다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여기 누구 들은 사람 있습니까?”전국영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답했다.“아뇨, 우린 전혀 모르는 소리예요.”“맞아요. 미아 씨도 피해자예요. 미아 씨가 다이아를 당신 주머니에 넣을 이유가 없잖아요.”“게다가 지금 당신 주머니에도 없고요.”우지환도 당당하다는 듯이 쏘아붙였다.그제야 박미아도 상황을 눈치채고는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서 말했다.“김예훈, 너 염치없이 굴지 마. 아까는 그냥 말실수했을 뿐이야.”“게다가 네가 백낙당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온전히 내 덕분이야. 지금 내 말 한마디면 너를 다시 쫓아낼 수도 있어!”방지호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맞아요. 김예훈씨는 미아 씨가 초대한 거예요. 만약 지금 마음이 바뀌었다면 바로 쫓아내겠습니다!”박미아는 곧바로 대답했다.“네, 초대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방 팀장님, 당장 쫓아내 주세요. 부탁입니다.”방지호는 조롱 어린 웃음을 지으며 김예훈을 향해 나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김예훈 씨, 가시죠. 나가서 얘기합시다.”김예훈은 대꾸조차 하지 않고 재밌다는 듯이 방지호를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아~방 팀장님, 저한테 양해를 구하기는커녕 지금은 저를 쫓기까지 하시겠다는 말씀이죠?”“이게 바로 법보다 높은 백낙당의 룰인가?”방지호는 쌀쌀하게 말했다.“그래요. 이게 바로 우리의 룰입니다!”“백낙당에 있는 한 당신이 인정하든 안 하든 따라야 합니다!”“지금 그냥 순순히 자기 발로 걸어 나갈래
“김예훈, 그만해!”우현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내 생일파티에서 기어이 피를 봐야겠어?”“그래, 내 여자 친구를 봐서 오늘은 잠시 널 살려줄게!”김예훈은 앞으로 썩 다가가더니, 허세 부리는 전국영의 다른 쪽 뺨도 내리쳤다.그리고 일어서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굳어진 채 방지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저한테 따로 할 말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제 말해보시죠.”“어떻게 책임질 건가요?”“당신을 곤란하게 하지는 않을 테니 백낙당의 룰대로 합시다.”방지호는 김예훈의 기세에 압도당해서 무심결에 입을 열었다.“백낙당의 룰대로라면 도둑질 한 자의 손가락 한 개를 잘라야 합니다. 물론 모함한 자도 마찬가지죠.”김예훈은 방지호의 뺨을 툭툭 치더니 덤덤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그럼, 룰대로 하시죠, 기다리겠습니다.”순간 전국영과 박미아의 얼굴은 겁에 질려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고 말았다.전국영은 맞은 얼굴을 부여잡고 소리를 질렀다.“김예훈, 너 따위가 감히 나를 건드려? 지금이라도 당장 사람을 불러서 너를 죽일 수가 있어!”“네가 모를까 봐 한마디 하는데, 내 형님이 바로 백낙당의 총지배인이야. 감히 이 바닥에서 나를 건드리다니, 넌 죽었어!”김예훈은 전혀 종잡을 수 없는 표정으로 무심하게 방지호를 지켜보기만 했다.방지호의 안색은 잔뜩 어두워졌다.김예훈의 손가락 따위는 망설임 없이 자를 수 있었다.하지만 전국영의 손가락이라면 달랐다. 그럴만한 담도 없었거니와 조금 두렵기도 했다.그건 바로 전국영의 형님이 백낙당의 총지배인 정민이었기 때문이다.“이건 간단한 일이 아니기에 모함인지 아닌지는 천천히 더 조사해 봐야 합니다.”“조사가 끝나면 꼭 김예훈 씨에게 만족할 만한 답을 줄 것입니다.”비록 김예훈의 카리스마가 엄청났지만, 방지호도 이 순간만큼은 단호해지려고 마음먹었다.김예훈은 눈을 반쯤 정도 감고는 하찮다는 듯 말했다.“만약 내게서 다이아가 나왔더라면 내 손가락은 이미 당신한테 잘렸었겠지?”“서로 별개의 일이죠!”방지호는 차갑게 말
반 시간 뒤, 김예훈과 동하임은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동하임은 방에 들어올 때 표정이 이상한 것이 할 말이 있어보였다.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동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역시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한 것이다.김예훈은 동하임을 힐끔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동태원은 박장대소를 짓더니 아무렇지 않게 걸어들어왔다.“김 도련님, 하임이를 탓하지 마세요. 어젯밤 일을 저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제 능력으로는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알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하임이가 도련님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죠.”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총독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하임 씨가 총독님께 알린 것도 너를 위해서겠죠. 이해하니까 탓할 마음도 없어요.”“그러면 됐어요.”동태원은 차를 따르며 한참 고민 끝에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굳이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도련님이 전설속의 총사령관님인지 아닌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요. 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정말 진주에서 활개 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동태원의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든 아니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중요할까요?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요? 모든 사람이 그 칼이 신물이 아니라서 총사령관님께 들고 가봤자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됐죠.”동태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똑똑하신 분이네요. 한 번의 훼방으로 바로 칼의 의미를 부정해 버렸네요. 이렇게 된다면 영국 사람이 총사령관님을 찾아가더라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서 당황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켜주셨네요. 아니면 약속을 지키시는 총사령관님의 성격을 이용했으면 어쩔뻔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김 도련님 이미지만 나빠졌네요. 지금 밖에서는 김 도련님이 허세를 부리는 내륙인이라고 소문이 났거든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산 용문당 회장
마리아를 쳐다보던 김예훈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렇게 칭찬하자 부끄러워 그녀의 뺨을 때릴 수조차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증거 같은 거 필요 없어. 왜냐, 내가 총사령관이거든. 내가 신물이 아니라고 하면 신물이 아닌 거야. 알겠어?”현장 분위기는 들끓기 시작했다.모든 사람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부산 용문당 회장이자 경기도 김세자가 바로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라고?’‘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이 검은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거잖아.’무대 뒤쪽에 있던 혜선 스님 역시 휘청거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신과도 같은 존재인 그녀에게는 오직 총사령관만이 동경의 대상이었다.‘그런데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저 사람이 총사령관님이라고? 말도 안 돼!’잠시의 정적 후, 장무준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왜요? 저놈이 한 말을 믿는 거예요? 제가 영국 황실 프린세스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총사령관님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비록 옆모습밖에 보지 못했지만 전투복을 입고 위풍당당하고 뛰어난 기품을 지닌, 세상을 압도할 만한 기세를 가지고있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여자 덕분에 경매장에 들어오는 놈이 어떻게 총사령관님일 수가 있어요! 부산 용문당 회장, 그리고 경기도 김세자의 신분도 여자 덕분에 따낸 거라고 들었어요. 아내가 부산 견씨 가문의 제9대 수장이라 김세자로 될수 있었고, 또 우현아 씨 덕분에 우충식 부 회장님의 도움을 받아 부산 용문당 회장이 될수 있었다고요. 솔직히 말해서 여자 등만 처먹는 염치없는 놈이라고요. 정말 웃겨서 원. 저런 놈이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 아무리 총사령관님 행세를 해 봤자 아닌 건 아니라고요.”사람들은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장무준 도련님은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어요?”“하긴, 저희가 생각이 너무 많았네요.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 어떻게 저희 앞에 나타날 수 있겠어요.”“게다가 총사령관님은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그런데 그냥 총사령관님의 물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야. 이것은 총사령관님이 유라시아 전쟁에서 사용하다가 버린 쓰레기일 뿐이라고. 어떤 염치없는 사람이 전쟁터에서 이걸 주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총사령관님이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제발 잘 생각해 봐. 부러진 칼 한 자루로 총사령관님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할수 있을까? 이건 그냥 망상일 뿐이야. 이 칼에 죽은 영혼이 수없이 많으니, 집에 가져가서 귀신을 쫓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데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아하니 악령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는데 그때 가서 총사령관님을 탓할 생각도 하지 마. 절대 인정하지 않을거니까.”김예훈에게는 소지품이 많았기에 부러진 칼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아까 입찰받으려고 한 것은 그저 자기 물건이 영국 황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륜 사찰이 대놓고 영국 황실의 편을 들어주니 아예 이 칼의 가치를 밝혀보려고 했다.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아까 오륜 사찰이 분명 이 부러진 칼을 들고 가면 총사령관이 조건을 하나 들어줄 거라고 했는데 또 김예훈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물건이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만약 김예훈이 그냥 한 말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지만 설득력까지 있어 의심하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말한 대로 이 부러진 칼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총사령관의 소지품이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8천억 원으로 낙찰받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멈칫하더니 약간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무대 뒤편에 서 있던 혜선 스님 역시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 물건은 실제로도 누군가 전쟁터에서 주워서 오륜 사찰에 판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이 물건을 판 사람은 확신에 찬 말투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총사령관과 관련된 일이라 오륜 사찰
김예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만족하지 못하겠는데요?”“굳이 저희 경매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잖아요.”혜선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오셨으면 제 결정을 따라야죠. 이곳은 오륜 사찰의 영역이라 제 말을 따라야 해요. 됐어요.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동하임 씨께서 김예훈 씨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주시기를 바랄게요. 동씨 가문을 봐서 따지지도 않고, 블랙리스트에도 올리지 않을게요. 다음부터는 이러시면 안 돼요.”혜선 스님의 말투는 차갑고 무관심했다.“이것이 바로 최선의 설명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오륜 사찰의 규칙인 거였어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오륜 사찰은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네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혜선 스님은 김예훈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느꼈는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중년 여도사가 차갑게 말했다.“밖으로 모셔!”차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던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싫증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도련님, 이만 가시죠.”김예훈이 손을 쓰려고 할 때, 동하임이 그의 오른손을 잡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나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도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평범한 곳이 아니에요. 이곳에서 오륜 사찰을 건드렸다간 살아서 나갈 수 없다고요. 저를 봐서라도 제발 소란을 피우지 말아줘요. 저희 아빠도 간신히 진주 1인자로 되었다고요.”동하임의 간절한 표정에 김예훈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하임 씨 말을 들을게요.”앞뒤를 가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지만 동하임과 동씨 가문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오륜 사찰이 경기도 무술의 경지로 함부로 견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그래요. 이만 가요.”김예훈이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하자 동하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도 따라서 안도했다.비록 구경거리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김예훈이 정말 오륜 사찰과 큰 싸움이 벌어진다면 피해를 볼까 두
“저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낙찰받아야겠어요. 1조 원을 제시할게요. 경매장 규칙으로는 항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 아니겠어요? 가격을 확정하려면 최소한 세 번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함부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낙찰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설마 영국 사람들과 결탁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물건을 영국에 팔아넘기려는 건 아니죠? 이 물건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건 총사령관님의 소지품이라고요. 그런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 것부터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것도 모자라 낙찰자를 함부로 정하기까지 하고. 여러분은 지금 감히 총사령관님을 모독하는 거예요? 정말 정신이 나갔군요!”중년 여도사가 격분했다.“오륜 사찰을 모욕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세요?”바로 이때, 사방에서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젊은 여도사들이 걸어 나와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모욕이요?”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당신들이 한 짓을 굳이 제가 모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한테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시면 바로 이곳에서 나갈게요. 저는 물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납득갈 만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예요. 여러분, 안 그래요?”김예훈은 여론의 힘을 잊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오륜 사찰과 연관된 일이라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많은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최근에 그가 진주·밀양에서 일으킨 소란을 떠올리며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아무리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오륜 사찰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오륜 사찰과 맞서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다.‘김예훈 이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오륜 사찰에 설명을 내놓으라고?’오륜 사찰은 항상 마음대로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기만 할 뿐, 그들이 설명을 내놓을 일은 없었다.“도련님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김예훈이 또 한 번 가격을 올리려고 할 때, 방금 그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자신만만한 말투였다.“8천억 원의 가격으로 총사령관님의 칼은 마리아 씨의 것이 되었습니다.”김예훈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았다.이번에는 편파적인 것이 아니라 아예 마리아의 편을 들어주었다.김예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가격을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 아닌가요? 저는 1조 원을 제시하도록 할게요.”“저희 성녀분께서 이미 말씀하셨듯이 마리아 씨가 8천억 원에 이 물건을 낙찰받게 되었습니다.”그 중년 여도사는 김예훈을 가볍게 쳐다보고는 딱히 설명하지도 않고 다시 웃으면서 마리아를 쳐다보았다.“마리아 씨, 비용을 내시고 총사령관님의 칼을 가져가셔도 좋아요. 제가 오륜 사찰을 대표해서 축하의 말씀을 드릴게요.”마리아와 장무준 두 사람은 모두 멍한 상태였다.김예훈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이 총사령관의 칼을 얻을 기회를 빼앗아 갈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전설 속의 오륜 사찰의 성녀, 혜선 스님이 직접 나와서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해 버릴 줄 몰랐다.혜선 스님의 신분과 지위로는 그녀가 원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팔 수 있었다.경매장 규칙 또한 그녀가 정한 것이었다.지금 그녀가 규칙을 바꾸려 하더라도 아무도 그녀를 어찌할 수 없었다.비록 이 가격은 마리아에게는 큰 부담이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 총사령관 칼을 손에 쥐었다.중년 여도사 역시 딱히 말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비록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성녀가 직접 규칙을 깨뜨린 이상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저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는데요?”김예훈이 일어나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왜죠? 제가 이곳에 앉아있을 수 있는 정도면 낙찰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오륜 사찰에서 이 물건을 경매에 내놓고 싶지 않다면 사적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하든 말든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경매에 내놓고 규칙까지
이 가격을 듣자마자 사람들은 갑자기 숨을 죽였다.아무리 총사령관이 요구를 하나 들어준다고 해도 끊어진 칼 하나에 6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였다.게다가 영국 황실을 대표하는 마리아와 계속 경쟁한다고?아무리 돈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영국 황실의 보복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6천억 원을 부른다고?그 모습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뜨리고 말았다.‘어디서 나타난 놈이길래 이렇게 담이 큰 거지?’“김예훈! 이 자식이!”장무준은 바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지금 일부러 방해하는 거야? 너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어! 돈 없으면서 일부러 가격을 올리는 거, 주최 측의 이익을 해치는 짓인 거 몰라? 저놈을 당장 밖으로 끌어내!”마리아 역시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김예훈, 남에게 해를 끼치는 짓은 하지 마.”“일부러 방해해? 돈 없으면서 가격을 올려? 남에게 해를 끼쳐?”김예훈은 무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이 물건이 너희 것인 것처럼 말하네. 그렇게 자신 있으면 계속 가격을 올려보든가. 돈 없으면 여기서 잘난 척하지 말고 꺼져. 그리고 영국 황실을 들먹이면서 사람들한테 겁주지 마.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그런 협박이 먹힐 것 같아? 오후에 황실 신분을 박탈당한 사람이 어디서 잘난 척이야. 영국에서 이러는 거 중범죄인 거 몰라?”김예훈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여러분들 믿기지 않으시면 영국 최신 뉴스를 확인해 보세요.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되었다는 소식은 특종일 테니까요.”평소 뉴스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수군수군 의논 소리가 들려왔다.“맞아요. 영국 황실에서 제49번째 상속자인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당했다고 입장을 발표했네요.”“그리고 마리아가 황실을 이용해서 행동하는 것이 발각되면 바로 신고할 거라고 했네요.”“결국엔 가짜 신분을 가지고 잘난 척한 거였네요.”이 순간, 사람들은 격분하기 시작하면서 하나같이 소리쳤다.‘저
곧 격렬한 경매가 시작되고, 거의 모든 사람은 이 칼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여러 차례의 입찰 끝에 결국 마리아가 일어서서 이를 악물고 외쳤다.“4천억 원이요! 저랑 경쟁하는 분은 영국 황실과 적이 되는 거예요. 아무튼 이 물건은 저희 영국 황실에서 가져가야겠어요.”영국 황실을 언급한 순간, 현장은 고요해지기 시작했다.중동 왕족이나 유럽 황실 사람이라도 해도 하나같이 살짝만 미간을 찌푸릴 뿐이다.만약 마리아가 개인적으로 온 것이라면 얼마든지 경쟁해도 되지만 영국 황실을 대표해서 온 거라면 상황이 좀 복잡했다.누구나 알다시피 영국 황실 프린세스는 매우 다루기 힘든 인물이었다.아무리 총사령관의 칼이었다고 해도 영국 황실과 원수가 될 필요는 없었다.“보아하니 이제는 더 이상 저랑 경쟁할 분이 없으신 거죠?”마리아가 뿌듯한 표정으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진작에 알고 있었어요. 아무도 저희 영국 황실과 경쟁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요. 총사령관님의 칼은 결국엔 우리 것이어야 해요. 이 칼을 소유하게 된다면 총사령관님께 저희 영국 황실에 합류할 것을 요구할 거예요. 이런 남자는 오직 영국 황실에서만 소유할 자격이 있어요. 대한민국은 이런 신과도 같은 존재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요!”마리아는 칼의 주인이 곧 결정될 거라는 생각에 자랑스럽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몇몇 내륙의 부유한 상인들은 결국 참지 못하고 비꼬기 시작했다.“영국 황실을 대표하는 마리아 씨가 어떻게든 얻고자 하는데 저희는 굳이 경쟁할 마음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과 경쟁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모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총사령관님 같은 분은 당신이 감히 모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요. 이 생각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총사령관님은 대한민국의 총사령관이지 영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분이세요. 그러니까 헛된 망상을 버리는 것이 좋을 거예요.”마리아는 콧방귀를 뀌었다.“헛된 망상이라고요? 주최 측의 소개를 못 들었어요? 이 칼을 가지고 있으면 총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무도 언급하지 못했다.게다가 칼은 이미 손상되어 별로 가치도 크지 않았다.많은 권력자들은 자세히 살펴보더니 그럴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이런 칼의 경매 시작 가격만 해도 20억 원이었기 때문이다.바로 이때, 김예훈은 중앙에 앉아있는 마리아가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마치 친아버지를 만난 듯한 표정에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그 칼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김예훈은 순간적으로 마리아가 칼의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것도 정상이었다. 만약 이 칼이 대한민국 국방부의 전설이자 살아있는 신화인 것을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아마 지금쯤 수많은 사람이 쟁탈전을 벌였을 것이다.이런 물건은 될수록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좋았다.이런 생각에 김예훈은 동하임의 손등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이 물건을 낙찰받아요.”동하임은 김예훈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비록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질문하나 없이 바로 손을 들었다.“2천억 원이요.”이 말 한마디에 여유롭던 현장 분위기는 갑자기 얼어붙고 말았다.권력자들은 끊어진 칼의 가치가 왜 이렇게 높은지 몰라 서로 눈치만 볼 뿐이다.2천 원도 아니고 2천억 원이었으니 말이다.마리아와 장무준 두 사람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동하임을 째려보았다.이 물건을 반드시 손에 넣고 싶었던 마리아는 입을 열기도 전에 동하임이 2천억 원을 외칠 줄 몰랐다.‘지금 저 물건이 탐나서 저러는지, 아니면 일부러 방해하려고 저러나?’특히 마리아는 동하임을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동하임은 첫 번째로 가격을 부른 사람이었고, 반드시 낙찰받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모든 사람은 동하임이 정말 이 칼을 마음에 들어 하거나 이 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이렇게 높은 가격을 불렀다고 생각했다.이런 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