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현의 말에 박미아는 어리둥절해 서 있었다. 그리고는 선글라스를 다시 꼈다."그래, 알았어. 우리 공주님이 남자친구를 데려가고 싶으면 얼른 차에 태우고 가면 되지. 솔직히 말할게. 우리가 가는 곳은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유흥업소야. 만약 너의 남자친구가 그곳에서 실수라도 해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도 해결할 수 없어."박미아는 김예훈이 함께 가는 것을 여전히 꺼렸다. 하지만 정소현이 안 갈까 봐 허락 할 수밖에 없었다.박미아의 허락을 받은 정소현은 차에서 내려 김예훈과 함께 뒷자리에 앉았다.이러한 행동을 본 박미아는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그저 포레스트 별장의 경비원이 운이 좋아 정소현을 알게 되어 파티까지 따라와 놀고먹고 하는구나고 생각한 박미아는 어느새 마음을 가라앉혔다.경비원이 있으나 마나 별 차이가 없거니와 오늘 밤처럼 좋은 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그러자 차가 휙 소리를 내며 달렸다.정소현은 호기심에 김예훈에게 물었다."예훈 씨, 왜 포레스트 별장까지 간 거에요? 몇 동에서 사세요? 저 내일 이사 와서 같이 살아도 돼요?"김예훈은 한참 동안 생각을 하더니 바로 받아들였다"좋아. 1호 별장에 살고 있으니까 내일 바로 오면 돼요.”1호 별장이라는 네 글자를 들은 박미아는 비웃기 시작했다.그녀는 포레스트 1호 별장이 부산 임강호의 소유라는 걸 온 부산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비꼬았다. 그런 김예훈이 감히 자신을 별장에서 산다고 하니 기가 막혔다.‘설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하지만 박미아는 김예훈을 대놓고 까발리지 않고, 알았다는 식으로 계속 엔진을 밟았다.30분 뒤 포르쉐는 백낙당에 도착했다.부산의 백낙당은 옛날부터 존재해 온 대형 유흥업소로써 부산의 제1의 명문가인 부산 견씨 가문이 암암리에 운영해 왔다고 한다.물 한잔에 수천 원이 들 정도로 소비가 매우 높은 백낙당에는 식당, 영화관, 명품 액세서리 쇼핑몰 등이 있어 종일 먹고 놀며 즐긴다고 할 수 있다.여기야 말로
"우리 소현이가 그쪽한테 세상 밖을 좀 구경시켜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저도 별다른 의견은 없어요. 하지만 제발 아무 일만 없게 해 주세요." "홀에서 자리 찾아 혼자 앉아서 지내기만 하면 돼요. 저와 소현이는 인사해야 할 사람이 많아서 당신을 챙겨줄 시간이 없거든요. 그리고 언행이든 뭐든 조심해 주세요. 음식도 깨끗하게 드시고요. 놀림거리가 되면 안 됩니다. 그건 저나 소현에게 망신을 줄 수도 있어요."박미아의 충고와도 같은 당부를 들은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애초에 만약 정소현의 부탁만 아니라면, 그는 여기에 오고 싶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 이다. "참, 또 한 가지 일이 있어요. 이따가 전 도련님께서 오실 것 같아요. 만약 그분을 본다면 소현과 거리를 두시는 것을 명심하세요. 그분이 소현에게 첫눈에 반했거든요. 만약 그분이 예훈 씨가 소현이와 너무 가깝게 있는 것을 본다면 예훈 씨를 해칠지도 모릅니다.""전 도련님? "김예훈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어 정소현을 쳐다보았다.정소현은 귀엽게 혀를 내두르며 속삭였다."형부, 화내지 마세요. 전국영이라는 도련님이에요. 부산의 모 최고급 가문의 도련님이에요. 며칠 전 나랑 보자마자 나한테 첫눈에 반했다며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난 그분한테 관심도 없어요. 그래서 오늘 저녁 형부가 내 남자친구인 척해달라고 부탁하게 된 거예요."김예훈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처제는 모든 면에서 다 좋은데, 얼굴이 너무 예뻐서 어딜 가든 다 호들갑을 떨기 때문이다."참, 전국영 씨 집안은 최고급 정도는 아니지만 심장미 씨와 친해요. 심장미 씨는 심현섭 님의 막내아들로 부산 6대 세자중 한 명으로 불려요. 형부, 혹시 두려운 건 아니죠?"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정소현을 힐끗 보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찰싹 때렸다.정소현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화냈다."아니면 아닌 거지. 손찌검할 필요까지 있어요?"김예훈의 행동을 보더니 박미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러나
전체 로비의 분위기가 화려하면서도 유행을 앞서가는 것처럼 새로웠다. 부산의 세자 도련님이나 명문 귀부인이 가장 좋아하는 만남의 장소이다.하지만 김예훈은 이들에 관해 관심이 거의 없었고 심지어 낯익은 스타들을 보고도 더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접시를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그는 오늘 종일 굶었는지라 이렇게 큰 식사를 얻어먹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혼자 나가서 먹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너 왜 여기에 있어?"김예훈이 스테이크를 3인분째 먹었을 때 약간 이상한 목소리가 곁에서 울려 퍼졌다.고개를 돌리자 체크 무늬 양복을 입고 금색 안경을 쓴 남자가 음흉하게 쳐다보며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이었다.김예훈은 T자 뼈를 접시에 버리고는 입을 닦으며 말했다."누구세요? 우리 아는 사이에요?" "이놈아, 너 모르는척하는구나? 네가 조 씨네 집에서 먹고 놀더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어!"상대방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꼬았다."오오, 우지환이구나." 김예훈은 상대방이 누군지 생각났다. 바로 우지환이였다.하지만 그는 우지환에 대한 인상이 별로 없었는데 의외로 자신을 기억할 줄은 몰랐다.김예훈은 잠깐 우지환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일 있어?""뭐? 무슨 일?" 우지환은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 번 그가 김예훈에게 체면을 구겼는데 복수할 기회를 찾지 못했던 것이었다.그는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차갑게 말했다."물어보잖아, 여긴 어떻게 왔냐고? 여기가 너 같은 촌놈이 와도 되는 곳인 줄 알아?""내가 여기에 오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김예훈은 스스로 바닷가재 한 마리를 가져갔다."백낙당을 네가 지었어? 아니면 네가 이 파티를 열었거나 통째로 빌렸어? 그런데 이런 고급스러운 자리를 네가 빌렸다기엔 너는 연회를 조직할 인맥이나 에너지도 없잖아. 다들 같은 손님인데 이미 왔으면 먹던가 아니면 꺼져! 내가 어떻게 왔는지 궁금할 시간이 있어? 벌써 배불렀어?""너....." 우지환은 화가 나서 말을
백낙당과 같은 고급스러운 장소에서 게걸스럽게 먹는 것은 귀부인들이 보기에는 창피한 행위이다. "이 새끼는 어디서 온 거야? 굶어 죽은 귀신이 붙었나?"얼마 지나지 않아 양복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걸어왔다. 그는 점잖아 보였지만 눈동자에는 오히려 사나운 빛을 띠고 있었다.이런 사람은 무조건 밖에서 빈둥빈둥 놀다가 금방 신분 세탁한 사람이다.그리고 그의 가슴에는 홀 팀장 방지호라는 글자가 적힌 작업 패쪽이 있었다.방지호는 곧장 김예훈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탁'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들고 있던 접시를 식탁에 엎어놓고는 차갑게 물었다."저기요, 당신의 초대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니면 어느 분이 당신을 직접 데리고 들어왔는지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왜요? 파티에 초대장도 있어야 하나요? 반드시 누가 데리고 들어와야 합니까? 이곳이 황궁인 줄 아십니까?"김예훈은 눈꺼풀을 치켜올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에그타르트를 하나 더 집어 들었다."저는 왜 당신이 다른 사람한테 초대장을 달라고 하는 것은 보지 못했을까요? 저한테만 이러시는 거예요?"방지호는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평범한 옷차림을 보고는 하찮게 여겼다."우리 백낙당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당신이 이래라저래라할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 당신이 우리 우현아 아가씨의 초청 범위에 없다고 충분히 의심할 이유가 있습니다."방지호가 보기에 김예훈 같은 사람은 절로 들어와서 먹고 놀고 한다고 느꼈다.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왜 저를 그렇게 의심하는 거예요?" 방지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여기는 고급스러운 곳이라 물 한 잔이 당신의 옷보다도 더 비싸요. 게다가 당신한테서는 시골 사람 냄새도 나요. 우리 이곳은 시골 사람을 환영하지 않아요. 백낙당 귀빈 여러분의 안전과 원만한 만찬을 위해 당신의 신원을 무조건 확인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용서하지 않겠습니다.”김예훈은 또 한 번 웃으며 받아쳤다."당신이 나에게 어떻게 무례하게 굴 작정인데요?"“이 자식아! 여기가 너희 시골인 줄
만약 상대방이 홀의 규정에 따라 맡은 일이었더라면 김예훈은 일부러 상대를 난처하게 하거나 자신의 신분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개의치 않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분명히 우지환의 오른팔이었다. 그런 상대방에게 김예훈은 아무런 예의를 갖출 수가 없었다."배짱? 내가 너 하나는 쉽게 처리해. 그런데 네가 나한테 그럴 필요가 있을까?"방지호는 어이없어하는 듯 비아냥거렸다."상류사회에 속하지도 않는 네가 우리랑 레벨이 다른 걸 알면 주제넘게 여기에 들어오지 말았어야지! 너도 잘 알잖아, 지금 네 처지에 이 모임에 들어오면 망신당하는 것 빼고 아무 좋은 점도 없어. 내가 너한테 하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 만약 네가 순순히 떠나면 차비는 내가 내줄게. 나는 우리 백낙당이 너 같은 사람이 행패 부리는 것을 원하지 않거든, 이해하겠니?" 말 끝나기도 무섭게 방지호는 주머니에서 100원짜리 지폐를 꺼내 김예훈의 앞에 내놓았다."푸하하"주변에서는 비아냥거리는 듯한 웃음소리가 이리저리 터져 나왔다."운이 정말 좋으시네요. 여기 와서 공짜로 잘 먹고 잘 놀았을 뿐만 아니라, 떠나기 전에 백 원도 가져갈 수 있네요!"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의 방지호 팀장이었다면 바로 이 새끼의 손발을 부러뜨렸을 겁니다." "아이고, 여러분도 화내지 마세요. 파티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누군가 우리의 기분을 좀 풀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 모두 저놈에게 돈 좀 뿌려주시죠!" 말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잔돈을 꺼내어 땅에 버리고는 갔다."야 인마, 잘난 척하지 말고 돈 주웠으면 꺼져. 두 번 말하고 싶지 않아!"방지호는 냉담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쭉 지켜봤다.김예훈은 실눈 뜨며 차갑게 말했다."제가 이 파티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고 확신합니까?""아니요, 하지만 저녁 파티의 안전을 위해 당신이 밖에 나가서 신분을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자격이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당신을 다시 모셔올 것입니다!"방지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몇 명의 키 큰 경비원이 차가운 얼굴로 다가와 김예훈을 내보내려고 했다."죄송합니다. 제가 데려온 사람이에요!" 바로 이때 박미아와 정소현이 마침 화장을 고치고 나와서 김예훈과 방지호에게 충돌이 있었던 것을 보고 서둘러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정소현은 방지호에게 사과했다."방 팀장님, 이분은 제 친구 김예훈이라고 해요. 제가 우현아 아가씨의 생일파티에 데리고 왔어요. 제 친구가 성격이 좀 충동적이에요. 모두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정소현은 김예훈이 파티가 시작도 하기 전에 쫓겨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박미아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정소현이 김예훈을 도와 사과하는 것을 보고 소곤소곤 말했다."방 팀장님, 제 체면 좀 세워주세요. 반드시 사과하라고 하겠습니다. 예훈 씨, 얼른 사과드리세요."김예훈은 손에 나이프와 포크를 든 채 돌리며 말했다."할 말이 없어요. 방금 이미 간절하게 사과를 드렸습니다. 방 팀장님은 넓은 아량으로 저를 용서해 줄 것입니다."박미아는 김예훈에게 화가 잔뜩 나 있었지만 여전히 참았다. 결국엔 그녀가 김예훈을 데려온 것이었다. 만약 김예훈을 쫓아내면 정소현도 같이 따라 나갈 게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은 억울하게 방지호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방지호는 김예훈을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박미아에게 체면을 안 줄 수가 없었다.하지만 여전히 싸늘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몇 번 쳐다보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어 보복하려는 게 분명했다.우지환은 박미아와 정소현이 데리고 들어온 것에 놀람을 금 추지 못했다.그러나 정소현을 몇 번 보더니 그녀의 행동이 김예훈과 상당히 친밀하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전 도련님 오셨습니까? 전에 좋아했던 계집애가 남자가 있던데요?”주위의 사람들은 흩어졌다. 당분간은 괜찮은 셈이었다.김예훈은 계속해서 맛있는 음식을 골랐고 정소현도 그를 따라다녔다. 두 사람은 마치 연인처럼 친밀했다.박미아는 화도 났고 급해 났다. 오늘
전국영은 김예훈 같은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툭 건드려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직접 손대지 않은 거로 이미 정소현의 체면을 세워 주었다."전 도련님, 여긴 웬일이세요?"전국영을 본 박미아는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기대어 전국영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박미아는 얼른 싸움을 말리는 척했다."이분은 정소현 아가씨의 친한 친구, 김예훈입니다. 제가 오늘 밤 아가씨를 초대하려 할 때 예훈 씨가 안 오면 아가씨도 안 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일부러 초대한 거예요. 도련님, 제발 화내지 마시고 쫓아내지도 말아 주세요. 만약 정 아가씨가 따라 나간다면 저도 나 붙잡을 수 없어요."박미아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국영을 다시 한번 힐끗 보더니 김예훈의 곁에 와서 담담하게 말했다."예훈 씨, 개의치 말아 주세요. 전 도련님은 항상 솔직하고 시원시원해요. 게다가 의리가 워낙 강해서 친구를 위해 나서는 것을 좋아해요.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당신이 정소현의 친구라면 우리의 친구이기도 해요.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냥 넘어가면 어떨까요?"정소현은 전국영의 눈치를 한 번 보더니 김예훈에게 다가가 속닥거렸다."형부, 내 영화 투자자 중 한 명이에요.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게다가 그들 전씨 가문은 부산에서 힘이 세서 내가 앞으로 연예계에서 잘 지내려면 아마도 전씨 가문에서 체면을 세워줘야 할 때가 많을 것 같아요. 그래서...""괜찮아!" 김예훈은 정소현의 말을 가로챘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전국영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앞으로 부산 연예계에서 내가 널 지켜줄게. 감히 누가 너를 귀찮게 하면 밟아 죽일 거야. 이런 사람에게는 깍듯이 대할 필요가 없어."김예훈의 말에 전국영의 눈동자에는 싸늘한 빛이 스쳐 지났다. 그는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촌놈이, 무슨 소리야? 능력이 있으면 다시 한번 말해 봐!"그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났다. 만약 김예훈이 또 그의 체면을 세워 주지 않는다면 그는 손을 쓸 준비가 되어 있
"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아." 김예훈은 방금 이미 오산그룹을 부산 연예계에 전면적으로 진출시키기로 했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정소현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연예계에 데뷔하려는 처제가 매일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와서 건드리는 것이 너무 짜증이 났기 때문에 김예훈은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되였다.김예훈은 전국영을 신경 쓰기도 귀찮았다. 그는 직접 휴대전화를 꺼내 최산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가지 일이 있어. 첫째, 이제 본격적으로 부산 연예계의 시장에 진출해야 해. 짧은 시간 안에 그룹이 부산 연예계 산업의 제1위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어. 둘째, 정소현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앞으로 그녀가 연예계에서 활동하게 될 거야. 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린다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말을 마친 뒤 김예훈은 가벼운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계속 허세를 부려 봐."전국영은 냉소를 금치 못했다."촌놈 자식아, 혹시 아직도 모르겠어? 부산 전체에서 연예계에 입성할 수 있는 자격은 우리 전씨 가문을 제외하고 제일의 명문가와 오산그룹뿐이야. 설마 방금 그 통화가 제일의 명문가와 한 건 아니지? 네 주제에 제일의 명문가에서 네 말을 듣겠어?"전국영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은 채 생각에 잠겼다.부산의 연예계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연예계 사람들은 서울이나 진주에서 사는 것을 좋아했다. 게다가 부산 연예계 산업은 규모도 크지 않아 명문가들이 탐탁지 않아 했다.이것이 전 씨 가문이 부산 연예계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이다.그런데 김예훈이 누군가를 부산 연예계에 들어오게 한다는 것은 너무도 형편없는 소리였다.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고작 이런 사소한 일로 제일의 명문가를 동원해야 할까? 내가 최산하보고 운영하라고 하면 되지, 무슨 큰 문제라도 있어?""오호, 오산그룹 최산하의 이름도 알고 있었어? 그런데 어떡하냐, 최산하는 요즘 왕회장님과 사이가 나빠서 얻어맞을지도 모르는데, 부산 연예계에 진출한다고.? 누구를 속이는
김예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고 마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기꺼이 부탁하니 안 들어주면 예의가 아니겠지?”말을 마친 후 그는 휴대폰에서 몇 년 동안 한 번도 전화를 걸지 않았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세 번 울린 후 상대방이 재빨리 전화를 받았고 충격과 의아함이 가득 찬 듣기 좋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랑하는 예훈 씨, 드디어 나한테 전화했네요!”“제 프러포즈를 받아주시려는 건가요? ”“빅토리카.”김예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전화한 건 당신이 처리해 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예요.”“당신네 영국 제국 황실에 마리아라고, 무슨 49번째 황위 계승자라고 하는데 사람이 너무 별로네요.”“이 사람의 존재가 당신과 나의 우정 그리고 한국과 영국 제국의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처리 좀 부탁할게요.”말을 마친 김예훈은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깔끔하게 전화를 끊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마리아, 당신은 이제 영국 제국 황실에서 제명되었어.”“빅토리카? 영국 제국 장공주?”마리아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영국 제국의 장공주 빅토리카는 서양 최고의 미녀일 뿐만 아니라 문학과 무술도 뛰어난 분이란 걸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야!”“그분 이름을 언급한다고 해서 내가 겁먹을 줄 알아?”“그분이 맨날 티비에 나와서 심지어 흑아프리카에서도 그분의 명성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역시 너 같은 관종은 주목을 끌려고 진짜 별짓 다 하네. 네가 무슨 세계 연방의 사무총장이라도 되는 줄 알아?”장무준도 비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김예훈, 수작 그만 부려.”“황실에서 제명됐다고? 진짜 너같이 상류층의 규칙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리다.”“티비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진짜 전화 한 통으로 황실 제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거야?”“잘 들어. 황실 제명은 상원의 승인뿐만 아니라 교황의 승인도 필요해!”“모든 절차를 밟는데 적어도
“장씨 가문?”“한국의 장씨 가문? 아니면 영국 제국의 장씨 가문?”김예훈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장무준, 상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됐고 한국 사람들은 진작에 일어섰어. 너같이 은혜를 모르고 조상을 잊은 것들이 아직도 서양 놈을 조상으로 삼고 떠받들어 모시는 거야.”“날 가만두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디 한번 해봐!”“안타깝지만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넌 나한테 안돼.”“너같이 외국의 것만 맹목적으로 숭상하고 외국인들한테 아첨하는 사람은 평생 날 못 이겨.”말을 마친 김예훈은 동하임의 팔을 잡고 돌아서 떠날 준비를 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감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역시 이 남자는 달랐다.외국의 것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아첨하는 뻔뻔스러운 장무준과 비하면 김예훈이야말로 진정한 남자였다.“이봐, 무슨 말을 그렇게 해?”“네가 뭔데 내 남친한테 그런 말을 해?”“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서구 문명을 비꼬는 거야?”이때 줄곧 경멸의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던 마리아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그녀는 분노한 장무준의 팔을 잡고 김예훈을 가리키며 말했다.“거기 한국 사람, 좋은 말 할 때 무릎 꿇고 당장 사과해!”“여기에 3일 동안 무릎 꿇고 있어!”“아니면 영국 제국 황실을 통해 즉시 진주를 제재하는 성명을 발표할 거야!”“내 말 한마디면 네가 한 짓 때문에 진주의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에 나앉을 거야!”“또한 내 말 한마디면 진주 기관에서 너한테 중벌을 내릴 거야!”“영국 제국의 능력을 의심하지 마. 나 마리아의 능력도 의심하지 말고!”“난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고 내뱉은 맡은 무조건 실천해!”마리아는 벌레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 옆에 서 있던 영국 제국의 남녀들도 모두 비웃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들이 보기에 김예훈은 멍청한 한국 사람으로 보였고 마리아를 건드린 게 주제넘은 행동으로 보였다.이 한국 사람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영국 제국 황실과 비
“바깥 세상?”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듣자 하니 요즘 리카 제국 쪽에서 독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약탈을 해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그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니?”“그리고 영국 제국은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무시하고 밤새도록 파티를 벌여 독감 감염률이 치솟았다던데 이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아니면 유라시아 전쟁에서 영국 제국이 세탁 세제 몇 봉지를 갖다가 유라시아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모독하고 이를 빌미로 사람들한테 군사적, 재정적 제재를 가한 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장무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차갑게 말했다.“어디서 주워들은 근거 없는 말들이지? 이 나라 사람들이 함부로 퍼뜨린 루머 아니야?”“난 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지? 증거 있어?”“증거 없으면 말 함부로 하지 마. 비방죄로 널 고소할 수도 있어!”장무준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김예훈은 귀찮아서 더 이상 논쟁할 생각이 없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면 다른 얘기 좀 해보자.”“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 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영국 제국의 기자가 한국의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었지?”“맞아. 물을 만하잖아. 무슨 문제제라도 있어?”장무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한국이 어떻게 독감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겠어? 자기기만 하는 거잖아.”“자기기만?”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영국 제국의 기자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그 사람이 백신 접종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온갖 노력을 다했고 결국은 백신을 맞았어.”“그러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그런 질문을 내뱉은 거야.”“이런 이중 잣대와 뻔뻔함이 네가 말하는 문명이라고?”“너!”장무준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이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고 국제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김예훈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만하고 우린 이제 시즌 호텔 경매장으로 가야 해.”“여기서 더 이상 역겹게 굴지 말고 이제 꺼져.”장무준은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동하임의 매혹적인 몸을 힐끗 쳐다본 후 몸을 돌려 마리아와 함께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결국은 영국 제국의 황족이 되고 황위 계승권의 기회를 얻는 게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다.설사 그 황위 계승권이 실현하기 어려운 멀고 먼 꿈일지라도 장무준은 기꺼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무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무준, 똥 먹었어? 입냄새가 왜 그렇게 심해?”김예훈의 말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이 일에 끌어들이는 걸 원치 않아 급히 김예훈을 잡아당겼다.“김예훈 도련님, 그만해요. 저런 놈이랑 말 섞지 말아요.”“이 뻔뻔스러운 놈이 나한테 무릎 꿇고 빌 때가 곧 올 거예요.”동하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동하임의 사적인 일이라 그가 너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네가 바로 그 버르장머리가 없고 노인을 존중할 줄도 모른 데다 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진주에서 온갖 허세를 부리는 물러터진 놈이구나.”“물러터진 놈?”김예훈은 장무준의 말이 도대체 어디서 굴러 나온 말인지 몰라 그저 담담하게 장무준을 바라보기만 했다.“물러터진 놈이 아니야?”장무준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일본의 귀빈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감히 진주 전임 총독한테도 손을 대다니!”“능력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어디서 허세야?”“완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네.”“설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희 집 어르신 뺨을 때린 게 불만인가 봐?”장무준은 차갑게 말했다.“불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야!”“네 놈이 영국 제국의 황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