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좋은 건 어떻게든 사과하고 돈도 조금 손에 쥐어 주면서 일을 작게 만듭시다. 아예 없던 일처럼 만들면 더 좋고요. 김 대표님, 이제 부산 가주가 되면 더 큰 일도 해야 하는데 보아하니 인재윤은 꽤 괜찮은 조수인 거로 보입니다. 어쨌든 없던 일로 만들 수 없어도 최대한 작게 만드셔야 합니다. 아니면 부산 용문당을 장악할 때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요 며칠 오정범은 사람을 시켜 용문당 사건을 조사했다. 하지만 조사를 할수록 무법 지대에 개입해 조직 세계의 메인 세력을 장악하려는 것을 보니 오정범은 더욱 꺼려졌다.비록 총사령관인 김예훈이 강한 것은 맞지만 용문당의 당주 용인주는 전 국방부 장관이다!개인의 전쟁 실력도 무서웠지만 세력도 어마어마해 고위층까지 관계를 맺고 있었다.그라고 오정범이 들은 소식에 의하면 용문당의 사람들은 서로의 약점과 결점을 보호해 주는 것으로 유명하며 인재윤과 용인주는 특별한 관계로, 만약 그에게 밉보이면 그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닐 것이다.“사과요? 돈을 쥐여 줘요?”김예훈이 담담하게 웃었다.“범이 형님, 저와 그렇게 오래 일을 했으면서도 아직도 저를 모르십니까? 제가 오늘 사과나 하려고 어젯밤에 인하준을 죽이지 않은 걸로 보이세요? 제 사람이지만 안 되겠네요”오정범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오정범은 오늘 김예훈이 납작 엎드리려는 줄 알았다.그런데 김예훈이 하는 말을 들어 보니 인씨 가문에 충고하려고 가는 것이었다!그리고 만약 오늘 밤 인씨 가문 때문에 총사령관님이 불쾌해지면 일은 어쩌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잠시 생각을 마친 오정범의 안색은 어두워졌다.총사령관은 총사령관이다. 누구를 대하든 그 기세와 행동은 변하지 않는다!오정범의 뒷말을 기다리지 않고 생각을 끝낸 김예훈이 입을 열었다.“범이 형님! 요 며칠 용문당을 조사하라고 시켰는데, 밖에서는 용인주를 도대체 어떻게 평가합니까?”딱 봐도 꺼리는 모습을 보이는 오정범이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힘도 세고, 세력도 막강하며, 자신의 약점과
한 시간 뒤 차는 백운산 중턱에 은폐된 별장 밖에 도착했다.산 중턱에 위치한 이 별장 주변은 매우 조용했고 말로 설명하지 못할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김씨 가문은 백운산 뒷산을 장악하고 뒷산을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이런 별장이 아직도 있다는 것은 별장 주인의 세력과 힘이 막강한 것을 증명한다.별장은 파주파의 건축 스타일로 매우 크고 넓은 정원이 있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보인다.별장 위에는 용문당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으며 이 엄청난 자산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용인주가 김예훈과 대화하기로 부른 곳이 바로 이 별장 뒤 정원이다.김예훈은 이 별장을 쓱 돌아보았다. 주차장에 부산 번호판의 고급 차가 있는 것을 보아 이곳에 현재 많은 사람이 와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전설 속의 부산 용문당 부회장인 인재윤은 이미 용인주에게 부탁해 사람을 시켜 예를 표하라고 한 것이 분명하다.주차하고 차에서 내려 얼마 가지 않았는데 주위에서 걸어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뒤의 대문 방향에서 몇십 명이 걸어 나왔다.남자와 여자 모두 있었는데 전부 얼굴에 거만함이 묻어 있었고 김예훈을 적대시했다.이 사람들은 휠체어를 밀고 걸어 나왔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어젯밤 김예훈에게 맞아 갈비뼈가 부러진 인하준이었다.지금 인하준은 딱 봐도 폐인과 별반 다름이 없었지만, 두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다.“어이 김예훈!”인하준은 김예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천국가는 길은 쳐다도 안 보고, 지옥문은 어떻게 찾아서는 굳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어! 내가 분명 말하겠는데 오늘 그 누가 와도 너를 살릴 수 없어!”말하면서 인하준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사방에서 달려왔고 살기 가득 품고 김예훈과 오정범을 둘러싸 언제든 손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람들의 관자놀이가 모두 튀어나온 것을 보아 모두 용문당의 대 제자 같았다. 이들은 실력도 세고 일반 사
바닥으로 떨어진 인하준은 낙담한 모양이었고 심지어 자기 머리를 바닥에 내리 연신 내리치며 피투성이가 됐다.마치 자기 행동이 마음에 안 든다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또 앉아서 이번에는 자신의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고 독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보였다.이 모습을 본 오정범은 넋이 나갔다.‘이렇게 나온다고? 내가 비키라고 했더니 이렇게까지 해? 지금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하는 거야!’오정범이 말하기도 전에 인하준은 이미 웃음을 보이며 큰 소리로 외쳤다.“살려주세요! 사람 죽겠어요! 김예훈이 저를 죽이려 해요! 정말이지 법도 모르고 사람 무서운 줄도 모르는 자입니다! 감히 용문당 별장에 와서 손을 썼습니다! 김예훈! 넌 정말 눈에 뵈는 게 없구나! 지금 우리 용문당도 무시하고 용문당의 가주도 무시해?! 사람 살려!”인하준이 CCTV를 부신 목적은 바로 김예훈을 이곳에서 죽이기 위해서였다.CCTV가 없고 심지어 이 많은 사람이 증명해 준다면 이번 일은 쉽게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오정범이 뭐라 할 기회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별장 안에서 열댓 명이 뛰쳐나왔다. 그곳에는 남자와 여자가 다 있었지만 모두 관자놀이가 튀어나와 있는 것을 보니 막강한 실력을 갖춘 자들이다.인하준은 마치 이미 모든 계획이라도 다 짠 듯이 계속 소리를 질렀다.“살려주세요! 빨리 살려주세요! 김예훈, 저자가 저를 죽이려 합니다. 법도 모르고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건 둘째 치고 지금 우리 용문당의 당주를 무시하고 있습니다!”오정범은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인하준, 우리 모두 남잔데 이렇게까지 비열해야 해?”말을 끝내고 오정범이 말을 이어가려 했다.하지만 김예훈은 이미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기왕 인하준이 연기를 한다고 하니 하라고 해요. 우리는 그냥 지켜봅시다. 어차피 저를 위한 이 연극을 하기 위해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겠습니까. 그런데 끝까지 못 하게 하면 재미없잖아요.”담담한 김예훈은 인하준을 쳐다보지도 않았다.이런 어린아이들의 소꿉놀이 같은 장난
“하준아? 무슨 일이야? 비켜! 다들 비켜!”이때 용문당 회원인 인씨 가문 사람들도 나타났다. 맨 앞에 있는 화려한 복장의 아름다운 부인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애타고 있었다.그녀는 인하준의 엄마 이목련이다!그러나 부산 용문당 부회장인 인재윤은 감정을 누르고 아직도 안 나타났다.이목련은 빠르게 일이 벌어진 곳으로 달려와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는 인하준과 무표정의 김예훈을 보고 얼굴이 일그러졌다.“하준아, 무슨 일이야? 너 머리에서 왜 피가 나는 거야? 얼굴은 또 왜 그래? 맞았어?”이목련은 화가나 온몸을 벌벌 떨었다.“내 아들 건든 새끼 누구야! 당장 나와! 내가 오늘 가만 안 둘 거야!”“어머니, 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이목련이 나타난 것을 본 인하준은 계획대로 되고 있어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이 이렇게 저를 때렸어요! 어젯밤에는 제 갈비뼈도 때렸고 오늘은 제가 용문당 당주께 이를 말할까 봐 저를 위협하려고 왔어요! 제가 없는 일로 칠 수 없다고 하니까 바로 저를 때리고 심지어는 제 손발을 다 부숴놓는다고 했어요! 또 이 코딱지만 한 곳에서 자기가 곧 왕이고 법이라면서 우리 인씨 가문이든 용문당의 당주든 전부 자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어요! 어머니, 정말이지 오만하기 짝이 없어요. 못 믿겠으면 사람들한테 김예훈이 어떻게 말했는지 물어보세요!”주위에 있던 열대 명은 모두 따라서 소리쳤다.“맞아요! 사모님, 김예훈이 인하준을 때린 것도 모자라 뺨도 때렸어요!”“맞아요. 또 인씨 가문 사람들은 쫄보 양아치여서 혼자서 인씨 가문을 밟을 수 있다고 했어요!”이때 사람들은 모두 격분하며 살기 가득한 모습으로 김예훈에게 누명을 씌우려 오도하기 바빴다.분명 현장에 있는 대부분 사람은 인씨 가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였다. 이 외에는 전부 용인주를 만나러 온 우두머리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색안경이 씌워진 저들은 당연히 자기들 사람이 아닌 김예훈을 안 좋게 보기 시작했다.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인하준과 함께 김예
인씨 가문은 여러 해 동안 부산에서 살면서 제정신 아닌 놈들을 여럿 봤지만 이렇게 미친 사람은 처음이다.“무례해! 법도 모르고 사람 무서운 줄도 몰라!”“이 코딱지만 한 곳에서 정말 자기가 하는 말이 곧 법이라고 믿는 거 아니야?”“하정민도 이렇게 오만하지는 않을 거야!”“보아하니 오늘 여기 온 이유가 사과하러 온 게 아니라 우리 인씨 가문과 끝까지 한번 해보자고 온 거야!”“우리 용문당 당주께서 반드시 잘 교육하실 거야! 이런 놈은 살아 숨 쉬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야 해!”사방팔방에서 김예훈을 지적하자 인하준의 얼굴에는 남모를 음흉한 웃음꽃이 피었다.‘김예훈, 나랑 놀기에는 넌 아직 한참 멀었어!’담담한 김예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정범이 입을 열려는 것도 막았다. 그러고는 계속 재미있다는 듯이 동물원 원숭이를 보듯 구경했다.하지만 왜일까? 인하준은 김예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보고 뇌가 찌릿찌릿 저릴 만큼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담담한 김예훈의 모습을 본 이목련은 결국 참지 못하고 앞으로 걸어와 김예훈 얼굴에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김예훈! 네가 상장한 그룹의 대표라고 우리 인씨 가문 앞에서 무례하게 굴어도 되는 줄 알아? 어젯밤에는 우리 아들을 때리고 지금은 용문당 별장 문 앞에서 제멋대로 난리 치고! 정말이지 우리 인씨 가문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같아? 아니면 우리 인씨 가문이 물러 터진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 얘들아! 김예훈을 끌고 와! 반항하면 그 자리에서 죽여버려!”살기 가득한 이목련이 손을 흔들자, 열댓 명의 인씨 가문 제자들이 명령을 듣고 움직였다.이 제자들 역시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끌고 오겠습니다! 우선 두 다리를 분지르겠습니다! 반항하는 즉시 죽이겠습니다! 우선 죽이고 보고는 나중에 하겠습니다!”지금 부산 용문당에서는 일찍이 소문이 퍼졌다. 김예훈을 죽인 자가 부산 용문당의 새로운 회장이라고.지위를 상승시키고 싶은 인씨 가문은 김예훈을 밟아 죽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만약 실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일을 인씨 가문이 일찍이 짜 놓은 계략이라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오정범이 하는 아무 쓸모도 없는 말은 인씨 가문의 큰 계획에 그 어떠한 영향도 가하지 않았다.“됐어! 쓸데없는 말은 이제 그만해!”이목련은 김예훈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네가 우리 아들을 건드렸을 때부터 대가를 치를 각오는 했어야지, 오늘의 일은 억울해도 어쩔 수 없어, 안 그래?”“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김예훈이 웃었다.“이목련 씨, 당신네 인씨 가문은 정말 안 되겠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이렇게 큰일을 벌인 이유가 고작 저에게 인하준 뺨 때리고 인씨 가문 욕 좀 했다고 누명 씌우려고 그래요? 인씨 가문이 고작 이것밖에 안 됐어요? 너무 치졸하잖아요.”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은 김예훈의 말을 이해하고 모두 벙쪘다.“차라리 제가 인씨 가문 한번 도와드릴게요. 일을 더 크게 벌여서 인씨 가문이 얼마나 치졸하고 보잘것없는지 알게 해드리지요. 범이 형님, 오늘 제가 또 하나 가르쳐드릴게요. 잘 보고 배우세요. 이런 나쁜 사람들한테는 원칙을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말이 끝나자 김예훈은 몸을 움직여 앞으로 걸어갔다.이목련과 사람은 모두 표정이 일그러졌다.몇몇 인씨 가문 사람은 원래 김예훈을 죽일 계획이었지만 모두 수포가 되었다.아까의 불쌍한 모습이 이미 사라진 인하준은 화를 내며 말했다.“김예훈은 지금 도망가려는 거예요! 기회를 주면 안 됩니다! 잡으세요! 아니요! 그냥 죽이세요!”말이 끝나자, 현장은 고요해졌다.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미 인하준 앞에 서 있었고 왼발로 인하준의 흉부를 짓눌렀다.속도가 너무 빨랐고 계속 앞으로 걸어가는 바람에 모두 멍해졌다.인하준은 놀라 머리가 쭈뼛쭈뼛 섰고 온몸이 얼어붙었다.“김예훈... 너...”표정이 굳은 이목련은 김예훈한테 소리쳤다.“김예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지금 우리 아들 건드렸어? 뒷일을 감당할 수 있을 거 같아? 너 같은 애송이가 감당할 수 있을 거 같냐고!
“하준아! 내 아들 하준아!”정신을 차린 이목련은 절규했다.“김예훈! 저 죽일 놈! 죽일 놈! 저놈을 죽여! 빨리 죽여! 내 아들의 원수를 갚아 줄 거야!”이목련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고 인씨 가문 경호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이 말을 듣고 가만히 보고만 있던 사람들은 다음에 자기도 연루될까 모두 허겁지겁 도망갔다.현장에 있던 몇몇 인씨 가문 제자는 상황을 보더니 몸에 차고 있던 무기를 뽑아 김예훈한테 돌진했다.살기 가득하게 반짝이는 칼을 들고 김예훈을 이 자리에서 죽일 준비를 했다.사사삭.칼을 든 용문당 제자들은 재빠르게 달려갔다.이들과 거의 가까워지자, 오정범이 다급히 말했다.“김 대표님, 조심하세요!”김예훈이 오른손을 까딱하자, 사악 소리와 함께 오정범 허리춤에 있던 당도가 김예훈 손에 쥐어졌다.훅.손에 칼을 든 예훈이 칼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바람 잘리는 소리가 들렸다.“아”그 몇몇 제자들은 손목에서 통증을 느끼더니 손에서 무기를 떨구고 절규하기 시작했다.그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이 손에 들린 당도를 다시 한번 휘두르자, 경호원과 제자라는 사람들이 모두 소리치며 바닥으로 꼬꾸라졌다.순식간에 제자의 수는 절반 이상이 줄었다.“덤벼! 빨리 죽여!”표정이 일그러진 이목련은 빠르게 명령했다.열댓 명의 인씨 가문 부하는 조금 무서웠지만 그래도 앞으로 뛰쳐나갔다.삭.김예훈은 여전히 칼 한 자루만 들고 있었고 순식간에 이 열댓 명의 부하는 모두 바닥으로 고개를 처박고 쓰러지며 어떤 손도 쓰지 못했다.그다음 김예훈은 또 칼 한 자루만 들고 이목련을 향해 걸어갔다.“김예훈!”표정이 일그러진 이목련은 있는 힘껏 뒷걸음질 쳤다.이목련도 빠르게 달렸지만 김예훈이 더 빨랐다. 순식간에 당도는 이미 이목련의 목을 뚫고 나갔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알겠어요? 이게 바로 당신들의 수준이라는 겁니다. 이런 게 바로 일을 벌이는 거예요. 제 탓을 하지 마세요. 인씨 가문이 저를 죽일 계획을 했을 때부터 지금 이 결말을
지금 인재윤은 분노와 애통한 마음이 차올라 김예훈을 죽이는 것으로 분풀이하려고 한다.김예훈은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가시는 길까지 모셔다드리는 게 낫겠어요.”두 전쟁 장군은 양손에 칼을 쥐고 김예훈을 죽이려 달려들었다.코 앞까지 다다르자, 김예훈 손에 있던 당도가 반짝 빛났다.이 두 제자는 순식간에 목을 감싸고 바닥으로 꼬꾸라졌다.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김예훈은 천천히 걸어 나와 칼을 휘둘렀다.“죽어!”인재윤은 품에서 비수 한 자루를 꺼내 김예훈을 찌르려 했다.쨍.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공격했다. 그러나 김예훈은 그 자리에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지만, 인재윤은 윽 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토하며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이 장면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벙쪘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실력이 출중하기로 유명하고 심지어 최종호를 능가한다는 인재윤이 고작 김예훈이 휘두르는 것도 막지 못했다.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진 인재윤은 믿기 힘들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쥐고 있던 비수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이제야 김예훈이 얼마나 대단하고 무서운지 깨달았다.“김예훈, 내가 널 얕본 건 인정할게. 하지만 내 아내를 죽인 건 가만 안 둘 거야! 오늘이 바로 네 제삿날이야!”분노의 가득 찬 눈으로 김예훈을 노려본 인재윤은 왼손을 까딱하더니 권총 한 자루를 손에 쥐었다.“가만 안 둬!”말이 끝나자, 인재윤은 권총을 발사했다.빨랐다. 하지만 김예훈이 더 빨랐다.총성이 울림과 동시에 김예훈은 이미 인재윤 코 앞까지 다가가 긴 칼을 그대로 내리꽂았다.훅.소리가 울려 퍼지고 총기를 쥔 인재윤의 왼손은 그대로 날아갔다.그리고 얼굴이 창백한 얼굴을 하고 온몸을 벌벌 떨며 그대로 자리를 튀었다.주위에서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사색이 된 얼굴로 김예훈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지 깨달았다.총을 이겼다. 그리고 인재윤을 벌레 죽이는 듯 쉽게 짓밟았다.인재윤은 죽일 듯이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김예훈이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