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현 도련님들도 직접 나서주셨으면 좋겠어. 이 자식을 확 밟아 죽이게!”임옥희는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얘기했다.“그렇게 되면 우리가 몇십조의 자산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몰라! 무경아, 얼른 생각해 봐. 임은숙에게 연락해서 정민아부터 우리 편으로 만들어. 두 사람은 아직 이혼하지 않은 부부야. 만약 김예훈이 죽으면 그 몇십조의 자산은 거의 다 정민아에게 돌아갈 거야. 우리가 정민아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몇십조의 자산은 우리의 것이 되는 거야!”생각하던 임영운이 얘기했다.“회장님, 너무 급해하지 마세요. 우리 임씨 가문의 실력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너무 충동적으로 움직이면 안 돼요. 일단은 CY그룹이 상장 의식을 하는 날까지 기다렸다가 현장에 가서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예훈이 죽고 나서 유산을 빼앗아도 늦지 않아요.”임옥희가 대답했다.“안돼, 그때가 되면 이미 늦었어. 미리 준비해야해. 이번에 김예훈은 무조건 죽을 테니까! 김예훈이 김세자면 뭐 어때? 혼자 그렇게 많은 명문가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나 현장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김예훈의 꼴이나 구경하자고! 혼자만 잘 살고 우리를 버린 건 김예훈이야. 게다가 신분을 속여? 우리가 빌붙을까 봐 겁이 났나? 지금은 김예훈에게 빌붙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없는데 말이야!”임씨 가문 사람들은 차갑게 웃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웃긴 농담을 들은 것처럼 말이다. ...비웃는 사람도 있고 차가운 미소를 짓는 사람도 있으며 탄식하는 사람까지 다 있었다.대다수 사람들이 봤을 때, 놀라운 속도로 일어선, 경기도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김세자가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유는 간단했다.CY그룹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저 한 명문가와 비길만한 정도였다.하지만 그런 CY그룹의 상대편에는 청별 그룹까지 있으니 거의 명문가 다섯 개를 상대해야 할 정도다. 게다가 명문가들을 따르는 가문과 기업까지. CY그룹이 홀로 상대하기에는 벅찰 것이다.모든 사람들은 CY그룹이
“존경하는 김예훈 님, 김예훈 님 명의하의 CY그룹은 오늘부로 상장했습니다. 주식 거래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오후 세시, 마감할 때의 가격을 보고 회사의 자산 규모를 책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오늘 신주 발행이 일어나게 된다면 회사가 곧 파산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20조의 현금을 동결하게 됩니다. 그리고 투자자에게도 배상금이 있을 예정입니다.”뚜--그대로 통화가 끝났다.김예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회사가 상장했어. 주식 발행 가격은 만원이야. 만약 오늘 오후에 주식 가격이 2만원으로 되면 우리 자산이 두배로 불어나는 거야. 만약 떨어진다면 밑지게 되는 거지.”김예훈의 말을 들은 하은혜 등 사람들은 가볍게 웃었다.송준은 핸드폰을 켜서 주식 시장의 페이지를 홀의 스크린에 띄웠다. 아직 정지상태의 그래프를 보며 다들 숨을 죽여 기다렸다. 9시 15분.주식 시장에서 경매가 열렸다.김예훈은 스크린의 그래프를 보면서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하은혜가 걸어와 손에 쥔 징을 크게 울렸다.둥. 둥. 둥. 징 소리가 고요한 거리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동시에 모든 사람이 CY그룹이 상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CY그룹의 상장 첫날이다. 한국 주식 시장의 룰에 따라, 첫날의 주식 가격에는 제한이 없었다.잘하면 가격이 몇 배로 뛰어 회사의 시가가 높아질 수도 있었다.하지만 주식이 폭락해서 얼마 남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투자자가 배상해야 할 뿐만이 아니라 김예훈도 파산하게 될 것이었다.징 소리가 울려 퍼지자 길 양쪽에서 스포츠카 여러 대가 등장했다.차의 속도는 매우 빨랐는데 그들은 빠르게 CY그룹 입구를 막아버렸다.부르릉대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는데 매우 오만해 보였다.BMW, 벤츠, 아우디 등 차량부터 시작해서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까지. 웬만한 차는 다 있었다. 그리고 그 차들은 길의 양쪽을 다 막아놓았다.그리고 도련님들이 차에서 내렸다.임씨 가문 사람들도 있었고 정씨 가문 사람들도 보였다.이
“어머? 그룹이 상장한다고?”이때, 거리에는 또 한 대의 차량이 나타났다. 차 문이 열리면서 한동안 깜깜무소식이었던 공명진이 석고를 하고 붕대를 감은 채 걸어 나왔다. 몇몇 사람들도 그의 뒤를 따랐는데 그들의 손에는 모두 하얀색 화환이 들려져 있었다. 이렇게 좋은 날에 절대 어울리지 않는 꽃이었다. 공명진을 보자 하은혜를 비롯한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공 씨 도련님이 왜 이곳에?김예훈도 스크린에서 시선을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공명진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 “공명진, 목숨은 건졌네?”“그럼!”공명진의 얼굴에는 오만방자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전에 김예훈에게 받았던 겁에 질린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또다시 부잣집 도련님의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거들먹거리며 김예훈이 서 있는 로비로 걸어가 차갑게 말했다.“나는 병원에서의 일도, 주차장에서의 일도 모두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어! 꿈에서조차 당신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으면 한다고! 내 손과 발은 당신이 부러뜨려놓은 거니까! 하지만 나는 문명한 사람이니 안심해도 돼. 이렇게 좋은 날에는 함부로 하지 않을 거니까... 나 공명진, 오늘 여기 온 목적은 딱 두 가지야. 하나는 당신과 CY그룹의 웃음거리를 구경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당신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주기 위함이지! 만약 그때 당신이 나한테 관대하지 않았더라면 오늘같이 당신이 몰락하게 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없었을지도 몰라!”공명진의 얼굴에는 온통 원망으로 가득했다.김예훈이 바로 김세자라는것을 알고 난 후로부터, 그는 이번 생에서 다시는 김예훈에게 복수 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늘이 도와준 것처럼 김예훈은 이렇게나 빨리 죽음의 문턱에 오게 되었다.곧이어 공명진이 박수를 한번 치자 가죽 신발에 양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순식간에 차에서 내렸는데 이들의 손에는 저마다 노트북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빠르게 세단의 뒷문을 열어젖히자 순식간에 이동식 사무공간이 마련되었다.김예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그들을 바라보
공명진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김예훈보다 빠를 리가 없었다.공명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이미 그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김예훈, 우리 모두 문명한 사람들이잖아, 너...”착.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예훈은 왼손으로 공명진의 목을 조여왔고 그에게 죽음의 기운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공명진은 지금 김예훈이 조금만 손에 힘을 더 준다면 자신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곧 죽게 될 사람과 함께 매장될 생각을 하니 썩 내키지 않았다! 그 순간 공명진의 눈가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음에도 그는 억지로 웃어 보이며 말했다. “왜? 김세자? 나를 죽이고 싶어?”공명진은 차갑게 웃어 보였다.“해봐, 마음대로 힘줘보라고, 그러면 단번에 나를 죽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죽는다면 대구 공씨 가문에서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러나 당신이 오늘 나를 죽이지 않는다면 난 언젠가 당신 옆에 있는 사람들을 건드리겠지! 듣자 하니 당신 부인이 엄청 미인이라던데, 당신 처제도 마찬가지이고! 내가 요즘 여자한테 관심이 많아서! 당신이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난 오늘 밤 당장 사람들을 시켜 그녀들을 찾아내고야 말겠어! 그리고 비아그라를 진탕 먹고는 그녀들을 죽도록 괴롭혀 줄 거야! 하하하!”공명진은 계속해 김예훈을 자극했다. “못난 놈, 해봐! 나를 죽여보라고! 당신 엄청 대단하다며? 할 수 있으면 모든 사람 앞에서 어디 한번 죽여봐! 그룹이 상장하는 첫날, 그룹 대표가 무고한 시민의 목을 조여 목숨을 잃게 하다, 당신 생각에 이 기사는 어때? 그렇게 된다면 아마 곽영현 도련님 같은 분들이 손쓰기도 전에 당신은 이미 끝나버릴 텐데?”이런 순간에도 공명진은 김예훈의 얼굴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끝도 없이 날뛰고 있었다. 김예훈의 왼손에는 살짝 힘이 들어갔다.“김 대표님!”김예훈의 살기를 눈치챈 하은혜가 한발 나서며 걱정스레 불렀다.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김예훈이 공명진을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시각, 핑크색 롤스로이스 한대가 불현듯 나타나며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롤스로이스는 빠르게 CY그룹 입구에 멈춰 섰고 차 문이 열리며 아름다운 실루엣의 두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모두 빨간 치마를 입었는데 한 명은 부드러운 인상에 고급스러움이 묻어났고 한 명은 아름답고도 젊음의 패기가 넘쳐흘렀다. 어떠한 각도로 봐도 이 둘은 분명 엄청난 미인이었는데 그들은 다름 아닌 정민아와 정소현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들은 누구실까?”“무슨 용기로 CY그룹에 방문하셨으려나?”“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면 엄청 난 뒷배가 있거나!”“저 사람은 정민아야, 경기도 정씨 가문의 딸이라고, 김예훈은 그녀의 데릴 남편이지!”“그렇다면 다른 한 사람은 김예훈의 처제겠군!”“이렇게 예쁜데 머리에는 든 게 없나 봐, 부부는 일심동체라지만 큰일이 닥치면 제각기 살길을 찾아 떠난다는 말도 모르나?”“듣자 하니 경기도 정씨 가문의 어르신께서 최근에서야 겨우 분가했다더니 정씨 가문이 이렇게 다시 재기한다고?” “그런데 이렇게 절체절명의 순간에 여기에 와 있으면 청별 그룹과 진주 사대 가문의 미움을 살 텐데, 설마 그녀가 모르고 온 건 아니겠지?”정민아와 정소현의 등장으로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 정민아는 CY그룹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몸을 돌려 현장의 모든 이들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이 시각부터 저는 로열 가든 그룹의 모든 자금으로 CY그룹 주식을 매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민아는 핸드폰을 들어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어디론가 전화 한 통을 걸었다.그녀가 통화하는 모습과 동시에 모든 사람의 시선은 로비에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 향했다. 그 시각 스크린에는 몇백억의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는데 빨간색 일직선이 곧게 뻗으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몇백억의 자금 덕분에 CY그룹의 주가가 하락 전보다 순식간에 5포인트 더 상승했다. 현장에는 두 팀의 치열한 자금 공방이 이어졌다. 정민
CY그룹 로비.김예훈은 담담하게 스크린에 나타난 빨간 선을 바라보았다.“형부, 엄청나게 감동했죠?”정소현은 정민아의 팔을 끌어안고는 예쁘게 꾸며진 꽃바구니를 문어귀에 내려놓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언니랑 나랑 오늘 형부를 응원하기 위해서 이박삼일 동안 몰래 준비했다고요! 언니가 겉으로는 정씨 가문의 뜻대로 움직이는 척, 형부와의 의리도 끊어내는 척했지만 사실상 로열 가든 그룹의 모든 자금을 꺼낼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 모든 건 오늘 형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예요!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어 로열 가든 그룹이 파산하게 되고 우리가 실업자가 되더라도 형부가 우리를 먹여 살리실 거죠?”정소현은 계속 생글생글 웃어 보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먹여 살릴게.”김예훈은 정소현을 향해 웃었다. 그러고는 그제야 정민아를 보며 말했다. “이렇게 작은 일에 당신이 나설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당신 남자의 신분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 누구도 나를 이길 자가 없다는 걸 당신은 알 거 아니야.”김예훈은 오늘 이 자리에 정민아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 오늘의 이 함정은 너무도 깊었다. 비록 김예훈이 직접 일을 꾸며 낸 것도 있지만 곽영현 등 사람들이 사적인 원한이든, 진주 시장을 위한 일이든 무조건 전력을 다해 달려들게 분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 배후에는 청별 그룹과, 용연옥, 용문당, 그리고 부산 견씨 가문 등이 있었다.무모하게 끼어들었다가는 뼈도 못 추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김세자의 신분만으로 오늘은 거의 승산이 없었다. “하루를 살아도 부부라고 함께 지내 온 시간이 얼만데 감정이 깊지 않을리가...”정민아가 웃어 보였다. “만약 내가 오늘 오지 않았다면 나는 당신 아내 자격이 없는 거지.”말을 마친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은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김예훈 옆으로 다가가 바짝 붙어 섰다. 이 남자는 내 남편이고, 또한 엄청나게 우수한 사람이지.만약 이런 사람 곁에 내가 서 있지 않는다면 아
대형 스크린에는 주가가 계속하여 하락하는 추세였다.이때, 거리에서 굉음을 내며 낡아 빠진 고물차 한 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그러고는 이내 CY그룹 문 앞에 멈춰 섰다.낡아 빠진 고물차는 겉으로 보기에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본 소한미 등 사람들의 얼굴에는 조롱하는 표정이 역력했다.김예훈 이 자식은 배가 고프니 가리지 않네. 아내와 처제도 모자라서, 자신을 위해 나서 줄 사람이 그리도 없을까? 어떻게 낡아빠진 골동품 차를 몰고 온 사람을 내세워 체면을 세우려고 하는 거지? 뭘 하려는 걸까? 장난치려고?이대정과 공명진도 혐오하는 표정이었다.그리고 곧이어, 삼베옷을 입은 어르신 한 분이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어르신의 양쪽 옆에는 두 명의 훈남, 훈녀가 서 있었는데 그들은 다름 아닌 선우재현과 선우정아였다. 그 순간, 선우건이가 미소를 머금고 인사하며 말했다. “오늘처럼 기쁜 날, 우리 선우 가문에서는 근래에 CY그룹과 협조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무엇으로 보답할지 고민하다 축하는 의미로 4,000억의 현금을 김세자에게 드리려고 합니다!”말이 끝나고 선우건이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스크린에서 빨간색 그래프가 수직으로 급격히 상승해 갔다. 30포인트나 하락했던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순식간에 20포인트나 상승한 위치에 머물렀다. 다시 말해 이대정이 방금 투자했던 1,000억이 순식간에 허공 속에 증발해 버린 것이다! 심전도와 같이 심하게 요동치는 그래프를 보고 있던 현장의 모든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 사람은 부자지만 그중에는 몇백억, 몇천억의 부자들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은 천억, 또는 조 단위의 거래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천억이 넘는 현금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은 그들에게도 충분히 놀라워 쓰러질만한 일이었다!“이럴 수가!?”“선우 가문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이대정과 공명진도 마주 보며 서로
선우재현의 말에 소한미는 그날 골동품 가게에서 있었던 일이 불현듯 생각났고 얼굴은 삽시간에 뭐 씹은 표정 보기 좋지 않게 변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선우재현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고,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며 곧장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선우 가문에서 나온 골동품들 짜가라는 소문이 돌고 있으니, 각지의 진품 검증 좀 한다는 전문가들 연락해서 조사토록 해. 그리고 선우 가문에 발 담근 중소 주주들한테 연락해서 수중의 주식 우리한테 다 넘기라고 해, 다 사줄 테니까. 마지막 하나. 앞으로 청별 그리고 진주 4대 가문과 등지기 싫으면 각자 알아서 선우가는 블랙리스트에 꽂아두라고 해둬. 오늘 아주 선우가를 빈털터리로 만들어 버리겠어!”지금, 이 순간부터 소한미는 선우 가문을 시작으로 모든 CY그룹 편에 서는 측과 적대시하고 전쟁을 치르겠다는 선포를 했다. 그녀의 엄포에 장내는 온통 연민의 눈빛이 오갔고 그 시선은 하나같이 선우건이를 향했다. 눈빛에는 약간의 조소와 비아냥거림도 섞여 있었다.선우건이가 지금 후회스럽지 않을까 싶었을 것이다. 굳이 대놓고 김예훈을 도와준 덕분에 선우 가문이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 눈에 뻔하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한미의 명이 내려지자, 선우 가문 세 사람의 휴대전화가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걸려 오는 전화 하나하나에 세 사람의 안색도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다만 김예훈은 전혀 영향받지 않고 변함없이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렇게 아직도 센 척하는 김예훈을 지켜보면서 소한미는 속으로 비웃었다. ‘까짓 게 날뛰어 봤자 손바닥 안이지! 오늘 여기서 어떤 결말을 맞을지 눈치도 없어 보이고. 참, 안타깝네.’그녀의 생각대로 삼분도 지나지 않아 스크린에서 오름 추세를 타던 CY 주식이 머뭇거리더니 주가가 멈춰 섰고 그대로 횡보하기 시작했다.누가 봐도 지금 당장 선우가의 자금 길이 막혀서 당분간 주식시장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에 자연스럽게 CY그룹 주식을 올려 칠 가능성이 없어졌다.이대정 등 사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