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정상인이었던 도윤은 모든 장기가 손상되고 서서히 감각을 잃어가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지아와의 추억을 떠올리던 도윤은 3년여의 별거 기간 동안 지아를 볼 수 없었고, 추억만이 그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도윤은 매일 여러 가지 일로 바쁘게 지내면서 지아에 대한 사랑을 희석시키고 있었다.하지만 틈만 나면 그 생각은 가시덩굴이 단단히 감싸는 것처럼 정신과 마음 구석구석을 미친 듯이 덮쳐왔고, 몸부림칠수록 마음은 더 아팠다.보이지 않는 신체 부위가 온통 찔려서 고통스러웠다.고통에 잠식되었을 때도 자신이 죽으면 지아 곁으로 날아가 한 번 더 지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했다.당시 지아는 암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고 있었는데, 그런 지아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지아는 해마다 긴 세월을 견뎌냈지만 자신에게는 고작 이틀에 불과했다.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천 번을 회개해도 지아가 겪은 고통을 보상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지아야...꿈에도 잊지 못할 사람이었다.영원히 잃어버린 지아를 어쩌면 이번 생에서 다시는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도윤은 펜과 종이를 꺼내 유언장을 쓰기 시작했다.이씨 가문을 물려받은 사람은 지윤이고, 자신의 모든 재산은 자녀와 전처에게 남겨준다는 것 말고 할 말이 없었다.이씨 가문은 재산이 워낙 많아서 분배하는 데만 시간이 걸렸을 뿐이었다.시간이 흘러 해는 서서히 지고, 도윤은 하늘의 석양이 지평선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도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음을 느꼈다.“보스, 좀 쉬다가 쓰세요.”“아니, 곧 눈으로 볼 수도 없고 귀로 들을 수도 없을 텐데, 더군다나 펜을 잡을 힘조차 없을 것 같아 두려워.”정신이 멀쩡할 때 적어야 한다.미셸은 절대 쓰러지지 않을 신처럼 보이던 도윤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나약함을 보았다.마치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도윤의 삶이 끝나가는 것 같았다.신은 왜 그에게 이런 짓을 한 걸까? 도윤이
도윤은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이상하게도 오이 같은 과일에서 은은한 향기가 나면서 입맛이 돌았다.도윤은 몇 입 베어 물었고, 주스는 진하고 달콤했으며 주스가 흐르는 부위는 놀랍게도 다소 개운하고 통증이 많이 완화되었다.“이거 약이야?”도윤이 무무에게 물었다.무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과일인지 채소인지도 모르는 생전 처음 보는 과일을 몇 개 더 가져다주었다.도윤은 서둘러 먹었고, 비록 독을 치료할 수는 없었지만 먹은 덕분에 체력도 좀 생기고 몸 상태도 조금 나아졌다.“고마워, 무무야.”도윤은 다시 손을 뻗어 무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네 부모가 누구였기에 너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았을까?”무무는 눈을 깜빡였다. 소망 언니와 너무 닮았는데, 정말 아빠가 아닐까?생각에 잠겨있을 때 도윤이 손을 뗐다.“미안, 삼촌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아껴야 해. 너랑 못 놀아줄 것 같네.”이 아이는 비록 말하지는 못했지만, 어린 나이에 일찍 철이 들어 어른스럽고 의술도 조금 알고 있었던 터라 도윤은 아이와 놀아주고 싶었다.이제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웠고,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도윤은 저녁 식사 후에도 유언장을 계속 써야만 했다.도윤은 밤새도록 쉬지 않았고, 무무의 피로 연장했던 수명이 서서히 다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여러 가지 감각이 다시 무뎌지기 시작했고, 다행히 유언장을 다 써서 남은 시간을 지아와 아이들에게 쓰고 싶었다.이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가진 않았을 텐데, 계속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이 더 빨리 퍼졌다.도윤은 먼저 지윤에게 편지를 썼는데 잘 자라달라고, 좋은 아빠가 되지 못했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주지 못하며 이씨 가문의 무게를 짊어지게 했지만 아빠는 항상 지윤이를 사랑했고 더는 곁에 있어 주지 못한다는 내용들을 주로 썼다.그다음은 어머니, 어릴 적부터 가깝게 지내지 않은 모자 사이라 할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어머니에게 아들을 잘 보살펴 달라는 것과 나중에 지아를 만나면 지
“무무야, 우는 거야?”도윤이 물었다.그러다 문득 웃음이 났다. 참 한심하다, 무무는 말을 할 수 없는데. 그도 이젠 장님이 되었다.“지금 몇 시지? 미안, 삼촌은 이제 앞이 잘 안 보여.”무무는 손을 잡고 손바닥에 6을 썼다.“벌써 6시야, 시간 참 빠르네.”도윤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밤을 새운 탓에 체력이 다 소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진봉.”도윤이 불렀다.진봉도 밤을 새우며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보스, 저 여기 있어요.”울먹이는 목소리에 도윤은 부드럽게 웃었다.“남자가 왜 울어? 내가 첫날에 이미 삶과 죽음은 각자의 운명에 달렸다고 했잖아.”“알아요, 하지만... 보스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여기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도윤을 위해 총알을 맞고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죽음이 온다면 도윤보다 먼저 죽었어야지, 도윤이 독에 맞아 이렇게 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진환은 위로하는 의미로 진봉의 어깨를 꽉 쥐었다.“보스, 할 말 있으면 해요, 들어줄게요.”도윤은 손을 내밀었다.“테이블로 좀 옮겨줘. 마지막 한 마디를 써야겠어.”“네.”두 사람은 도윤을 의자에 앉히고 한 사람은 도윤의 손끝에 펜을 꽂아주고, 다른 한 사람은 도윤이 거리를 더 잘 판단할 수 있도록 편지지를 도윤의 손에 쥐여주었다.도윤의 손은 파킨슨병 환자처럼 떨려서 펜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가 없었다.바로 편지지에 마지막 몇 마디를 적었다.[지아야, 미안해, 사랑해.]봉투에 넣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몇 글자 쓰는 것만으로도 온 힘을 다한 것 같아서 종이를 접는 것조차 힘들었다.“보스, 제가 할게요.”진봉은 눈물을 흘리며 봉투를 받아 들었다.“나중에 지아를 만나면 꼭 직접 전해줘.”“네...”“진환아, 나 좀 도와줘. 곧 동이 트는데 마지막으로 일출 같이 보자. 앞으로는 못 볼 테니까.”진환은 뒤돌아 몰래 눈물을 훔쳤다.“네, 대표님.”도윤의 다리는 절뚝거렸고 걷는 능력도 점점 퇴화하고 있었다.마지막으로 진환은 도
진환은 특별히 도윤이 등을 기댈 수 있도록 나무 한 그루를 찾았다.한눈에 봐도 허약해진 도윤의 몸은 흔들리는 촛불 같았다. 촛대를 타고 흐르는 촛농이 마지막 한 방울을 흘릴 때 촛불도 꺼질 것이다.산들바람이 불자 도윤은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진환아,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건 그때 백채원의 무리한 부탁에 응해서 소씨 가문 문제를 지아에게 넘긴 거야. 나만 아니었으면 그토록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각자 떨어져서 가정도 이루지 못한 채 아이들을 만나지도 못하고.”“보스도 나름대로 고초가 있었잖아요. 그런 말씀 마세요.”“허, 고초라, 옛날에 나도 그 핑계로 스스로를 속였지. 그런데 어떻게 고초라는 명분으로 사람을 해칠 수 있겠어?”도윤이 덤덤하게 말했다.“어렸을 때 아버지가 미웠고,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며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사랑을 가장한 채 뼛속까지 상처를 줬어. 잘못인 줄 알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지아는 나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된 것도 누굴 탓할 게 아니라 다 내가 자초한 거야.”인생의 끝자락에 이르러 유난히 정신이 또렷해지며 미래가 보이지 않자 과거에 집착했다.그 기억은 마치 노인이 하얗게 씻은 손수건으로 돈을 감싸고 세는 것과 같았다.“됐어, 지금 와서 얘기해 봐야 무슨 소용이겠어. 인과응보인걸. 지아의 말처럼 우린 다시 만날 수 없고 죽음 앞에서 날 배웅해 줄 아내도 자식도 없네.”진환은 도윤의 손을 잡았다. 마디가 분명하고 긴 성인 남자의 손이 늙은이의 손처럼 떨리고 있었다.“보스, 제가 있잖아요.”진봉도 끼어들었다.“저도 있어요.”“그래, 아직 나를 배웅해 줄 형제들이 있으니 죽어도 후회는 없겠지.”도윤은 죽음을 앞두고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나는 진작에 죽었어야 했는데 전림이 목숨을 선물해 주었지. 이젠 저승으로 가서 사과해야겠어. 내가 큰 빚을 졌거든. 아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아들은 태어나기도 전
도윤이 그 말을 들은 건 10초 뒤였다.오래전 도윤은 지아에게 일출을 보러 산에 함께 가자고 약속했다.당시 너무 바빴던 탓에 정말 같이 가고 싶어도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그렇게 영원의 시간이 흘렀다.지아야, 너와의 약속을 어긴 나를 죽기 전에 다시는 볼 수 없도록 신이 벌을 주는 건가.도윤은 나이 든 노인처럼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눈앞이 캄캄한 것이 아니라 눈앞에 어떤 색도 보이지 않는 것이 실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허무함 속에서 도윤은 황금빛을 본 것 같았다.해가 떴다.눈을 멀게 할 것만 같았던 색이 도윤의 눈에는 필터를 씌운 것 같았다.그것은 마치 바람에 의해 꺼지기 직전의 불빛처럼 너무도 약하고 희미했다.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감각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도윤은 말을 할 듯 말 듯 입을 벙긋했다가 다시 다물었다.딸랑딸랑-모든 감각을 잃기 전 마지막 방울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그래, 어린 소녀가 있었지.무무.도윤은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감각에만 의지해 무무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온몸이 떨렸고 몸을 움직이는 아주 작은 움직임조차도 인생에서 가장 큰 사치가 되었다.하지만 도윤은 포기하지 않고 모든 감각이 사라지기 전까지 단 한 가지 생각만 했다.배웅해 줄 자식이 없다는 건 신의 뜻인지도 모르겠다.무무는 그래도 지아를 닮았기에 도윤은 죽기 전에 무무를 딸처럼 여기고 안아주고 싶었다.독이 몸의 장기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지만 인간의 잠재력은 무한했다.진봉의 빨갛게 부어 있었다.“보스가 뭐 하려는 걸까?”“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둬.”진환이 진봉을 말렸다.산바람이 두 사람의 눈물을 말려버렸지만 도윤은 느끼지 못했다.무릎이 심하게 떨렸고, 움직일 때마다 온 힘을 다했다.그래도 도윤은 포기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무무는 빛 속에 서 있었고 곧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1초면 분명히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도윤은 수십 초, 아니 그 이상이 걸렸다.뒤돌아 있던
도윤은 허공에 쓰러졌고 바닥에 힘없이 떨어지는 대신 누군가가 그의 몸을 붙잡았다.도윤은 이미 오래전에 의식을 잃었고, 그의 긴 몸은 그저 다가온 사람에게 기대어 있었다.딸랑딸랑-무무는 너무 행복해서 방방 뛰었고 말은 못 했지만, 눈가에는 행복이 적혀 있었다.진봉과 진환은 슬픔도 뒤로한 채 어느새 나타난 여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그 여성은 검은색 파워 슈트를 입고 발에는 무거운 마틴 부츠를 신고 있었다.짧은 가죽 상의는 그녀의 완벽한 허리와 몸의 곡선을 드러내면서 완전히 현대적인 스타일로 이 고풍스러운 오두막집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우아한 목을 타고 올라가면 귀티 나는 얼굴이 보였다.추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기품 있는 얼굴은 예쁘다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저런 여자가 어떻게 저런 혼혈아를 낳았을까?여자는 한 손으로 도윤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 어린 소녀의 머리를 만졌다.무무가 다급하게 손짓을 하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다 알고 있어.”진환은 서둘러 말했다.“당신이 구심독을 해결할 수 있는 명의인가요?”“할 수 있죠.”그녀의 목소리는 맑고 차가웠으며 아주 간결하게 말했다.여자는 도윤의 몸을 내려놓고 먼저 숨결을 살펴보더니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곧바로 옷을 벗긴 여인은 안에 입고 있는 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기 귀찮아 칼을 들고 옷을 찢어버렸다.간결한 움직임에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도윤의 가슴팍이 드러났다.둘은 빠른 칼날에 깜짝 놀랐다.칼이 옷이 아니라 사람의 피부에 닿았다면 아마 두 동강이 났을 것 같았다.붉은 핏줄은 마치 도시를 포위한 병사들처럼 보였는데, 이제 막 포위하려는 지점에 와 있었다.마지막 성채를 점령하면 맹독은 승리를 거둔다.“명의님, 살릴 수 있을까요?”“심장은 아직 손상되지 않았으니 너무 늦지는 않았어요.”여인은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무무야, 네 피를 좀 빌려야겠다.”무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른 손을 들었고, 그제야 손바닥에 감긴 붕대를 본 여자는 무
무무는 말을 하지 못했기에 연신 얼굴을 비비며 좋아하는 마음을 몸으로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착하지, 엄마 왔어.”다시 오두막집으로 돌아와 보니 미셸도 잠에서 깨어 있었다.어젯밤, 진환은 우는 미셸이 도윤이 쉬는 데 방해가 될까 봐 그녀를 그냥 때려서 쓰러뜨렸다.진봉의 등에 업힌 사람을 보고는 울면서 다가왔다.“오빠, 어떻게 됐어? 어떻게 날 두고 떠날 수 있어? 나도 같이 데려가.”그때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계속 울 거면 나가요. 시끄러우니까.”입을 벙긋하며 울려던 미셸이 여자의 말에 울지 않으려는 모습이 너무 우스워 보였다.그제야 함께 온 낯선 여자를 발견하고 물었다.“누구야?”“누나, 이분은 보스를 치료해 줄 명의셔. 예의를 지켜.”진봉은 또다시 미셸의 고약한 성미가 드러날까 얼른 제지했다.미셸은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했지만 도윤에게 좋은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진심이 있었다.하여 곧바로 표정을 바꾸었다.“명의였군요. 저희 오빠 잘 부탁드려요.”진봉은 미간을 찌푸렸다. 언제부터 도윤이 미셸에게 ‘우리 오빠’가 되었지?그때 조원주가 문 앞에 나타났다.“왔구나.”“할머님.”“이제 막 돌아와서 아직 모를 테니 내가 소개해 주마. 이분들은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나와 서진이의 40년 전 인연으로 하룻밤 묶게 되었어. 저 남자는 구심독에 걸렸고 저 여자는 약혼녀란다.”조원주는 약혼녀라는 단어를 강조했다.여자는 덤덤하게 대답했다.“알겠어요. 여러분은 저 사람을 뒤쪽 동굴로 데려가세요. 무무야, 네가 앞장서. 저는 치료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할게요.”여자는 민첩하게 움직였고, 몇몇 사람들은 그녀가 말을 바꿀까 봐 서둘러 움직였다.여자가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돌아가자 조원주가 따라 들어왔다.“먼지가 잔뜩 묻은 걸 보니 급하게 왔나 보네.”“무무를 못 본 지 꽤 오래되어서 보고 싶어서요.”“무무 때문이야, 전남편 때문이야?”여자의 손이 멈칫했고 조원주는 말을 계속했다.“내 눈을 속일 생각하지 마
재빨리 약재를 손질하는 지아는 과거와는 다른 사람이었다.침착하고 자립심이 강했으며, 이미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강인하고 단단했다.소쿠리 촌은 가진 게 별로 없었지만 약초는 많았고, 조원주는 자신의 의술을 모두 전수해 주었다. 해독에 관한 한 지아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고 이미 세계 최고였다.지아는 필요한 것을 챙겨 동굴로 서둘러 들어갔다.들어오자마자 미셸이 또 우는 소리를 들었는데 가짜인 것 같지는 않았다.미셸이 오랫동안 도윤을 좋아했다고 들었다. 그들은 같은 세계 출신이고 혈액형도 같아서 미셸이야말로 도윤에게 정말 어울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지아가 조용히 다가오자 미셸은 그녀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명의님, 제가 이 사람과 혈액형이 같으니 수혈이 필요하면 제 피를 쓰세요.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 줄 수 있어요.”지아는 그런 미셸을 가볍게 흘깃 쳐다봤다.“입 다물고 나가요. 필요할 때 알아서 부를 테니까.”“하지만...”지아는 다시 다른 사람들을 흘겨보더니 진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저 사람 빼고 다들 방해하지 말고 나가요.”“네.”미셸은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종종 문 쪽에서 목을 내밀어 들여다보았다.무무는 이 여자가 싫어서 피리를 꺼내서 연주하자 곧 커다란 붉은 뱀이 나타났다. 커다란 뱀의 몸통이 문을 향해 휘감아 돌자, 누구도 감히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동굴은 입구에 갈라진 틈이 있어 햇빛과 달빛이 새어 들어오는 반개방형 동굴이었다.균열 아래에는 작고 맑은 웅덩이가 있었는데, 그것은 땅속에서 솟아나는 화산 샘이었고, 그 주변에는 이국적인 꽃과 허브가 많이 자라고 있어서 이 작은 샘은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약효를 가지고 있었다.동굴 안에는 세 사람만 남았고, 드라마에서 고대인들이 목욕하는 모습처럼 흔한 도구와 커다란 목욕통이 있었다.도윤은 눈을 꼭 감고 동물 가죽 위에 누워 있었는데, 살짝씩 들썩이는 심장이 아니었다면 방금 죽은 사람 같았다.다행히도 독이 심장을 갉아먹지 않아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