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10화

작가: 김나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3-13 17:53:20
이남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그때 자신이 매일 바빠서 골머리를 앓았지만 임수경은 오히려 그에게 돈을 요구한 것을 떠올렸다.

자신의 아버지가 중증에 걸렸다거나 어머니가 심장병이 도졌거나 아니면 남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었다.

또 자신의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있으니 하루만 해도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했고 다른 각종 비용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남수는 임수경에게 수십억을 주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또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돈을 달라고 했다.

이남수에게 있어 임수경은 줄곧 깨끗하고 간단하며 돈을 탐내지 않은 여자였기에 그는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이미 부부이니 그의 돈이 바로 그녀의 돈이었다.

다만 그때 이남수도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 200억으로 회사를 차렸으니 자금이 많이 부족했다.

매번 결산한 금액이 내려오면, 임수경은 여러 가지 이유로 돈을 가져갔고, 이남수는 확실히 매우 힘들었지만 종래로 불평한 적이 없었다. 그는 심지어 임수경의 아버지 병문안을 보러 가려고 했는데, 그녀는 그가 바쁘다는 이유로 필요 없다고 했다.

그때의 이남수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기사, 비서들을 전부 해고하여 매일 스스로 열심히 분투했고 심지어 한 번은 고객과 식사를 한 후 피곤해서 땅에 쓰러졌다.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이남수는 한 여자를 본 것 같았지만, 정신을 차린 후 그 여자는 이미 사라졌다. 그날부터 합작 금액은 점점 커졌고, 심지어 일부 회사는 보증금까지 면제해 주며 그 돈으로 반년 동안 재료 비용을 모으라고 했다.

그리하여 이남수는 비로소 그 어려운 시절을 버틸 수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은 전부 다 심예지 덕분이었다.

어르신은 또 한 묶음의 사진을 꺼냈다. 사진 속 그는 필사적으로 술을 마시며 접대하고 있었고, 다른 한 장의 사진에는 심예지가 레스토랑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다정하게 누군가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임수경 일가족은 외국에서 휴가를 보내며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이것은 이남수의 처지와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나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711화

    임수경은 계속 변명하려 했지만 유력한 증거 앞에서 그녀의 말은 너무나도 보잘것없어 보였고, 그저 이남수에게 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이남수는 임수경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처음으로 혐오에 가까운 정서를 드러냈다.“그만해. 이제 가자.”임수경이 어떤 사람이든, 그녀가 오늘 한 일은 이미 이남수의 인식을 초월했으며 또한 이남수를 망신시켰다. 그래서 남자는 재빨리 이곳을 떠나려 했다.임수경은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저 이남수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비록 요 몇 년 동안 이남수에게서 충분히 많은 돈을 건졌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으니 임수경은 또 어찌 이렇게 쉽게 그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그래, 오빠 말만 들을게. 우리 유민이 데리고 떠나자.”도윤은 가슴을 안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임수경을 바라보았다.“이유민이 떠날 수 있다고 말한 적 없는데.”임수경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대체 언제까지 무릎 꿇게 한 건데?”“내가 만족할 때까지. 이유민이 저지른 그 일들만 해도 그는 천 번 만 번 죽어야 했어요. 오 집사, 이제 그만 손님들 배웅하지.”임수경은 여전히 울부짖고 있었다.“이도윤, 내 아들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난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야.”“그래요, 신고해요. 나도 경찰들이 이유민이 무슨 짓을 했는지 조사하게 하고 싶거든요. 고의로 사람을 죽인 살인범? 아니면 일부러 공장에 불을 지핀 범인?”임수경은 비록 자기 아들이 밖에서 무엇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어르신의 뒤바뀐 태도를 통해 대충 짐작이 갔다. ‘유민이 이도윤에게 손을 써서 어르신으로 하여금 우리를 받아들이게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도윤에게 약점을 잡힌 게 분명해.’핸드폰을 들고 있던 임수경은 손이 살짝 떨렸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그녀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도윤을 바라보더니 욕설을 퍼부었다.“이 양심도 없는 불효 자식, 너도 언젠가 큰 코 닥칠 거야!”심예지는 임수경의 옷깃을 잡아당기더니 힘껏 뺨을 두 대 후려쳤

    최신 업데이트 : 2024-03-13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712화

    모든 사람들은 주의력을 이남수의 혼란한 결혼 생활에서 문 앞의 여자에게로 옮겼고, 이정진과 심예지의 안색은 크게 변하였다.‘백채원이 어떻게 여기에? 우린 분명히 그녀에게 지아를 접근할 그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는데.’‘누가 백채원을 도운 거지!’피투성이가 된 이유민은 마침내 승리자처럼 득의양양하게 웃기 시작했다.“형도 완전히 이긴 건 아니네.”도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요 며칠간 그는 주모자를 찾느라 바쁘게 돌아쳤기에 이유민이 뜻밖에도 이런 짓을 꾸밀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지아는 이미 백채원을 보았으니 도윤은 아무리 서둘러도 똑똑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이때, 심예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오 집사, 손님들 배웅해.”오 집사도 눈치가 빨라서 이 명령을 듣고 재빨리 움직였다.“아가씨, 죄송하지만 오늘은 저희 가문의 개인 사정 때문에 손님을 맞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백채원은 당연히 협조하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스스로 휠체어를 밀며 직접 도윤을 향해 돌진했다.“도윤 씨,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전에 나와 결혼할 거라고 약속했잖아요! 당신이 떠난 그동안 난 매일 눈물을 흘렸고, 이제 나도 마침내 잘못을 깨달았어요. 앞으로 더 이상 소지아를 겨냥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 예전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나 정말 도윤 씨 없으면 안 된단 말이에요.”백채원이 말을 마치자, 심예지와 이정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지아는 단지 기억을 잃었을 뿐, 멍청이가 아니었다. 울고 보채던 임수경도 이 순간 울음을 그치더니 백채원에게 눈을 돌렸다.새로운 폭풍이 이미 나타났다.도윤은 치근덕거리는 백채원을 아랑곳하지 않고 황급히 지아를 바라보았다. 지아의 안색은 아주 창백했는데,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울지도 떠들지도 않았다.그러나 이런 평온한 지아의 모습에 도윤은 오히려 더욱 당황해졌다.그리고 마침내 지아는 억지로 입을 열었다.“이분은…”도윤은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설명하든 이미 기만

    최신 업데이트 : 2024-03-13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713화

    도윤은 잽싸게 달려와 지아가 넘어지지 않도록 부축했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급히 지아를 에워쌌다.“의사는! 의사는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거야?”도윤은 지아의 가녀린 몸을 안고 손을 내밀어 그녀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려 했다. 그러나 그 새빨간 피는 마치 샘물처럼 솟아올라 그의 손과 지아의 달빛처럼 하얀 드레스를 붉게 물들였다.도윤은 점차 일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지아야, 어디 아파? 왜 그래?”옆에서 도윤이 묻는 말을 들은 건우는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그가 떠난 지도 거의 2년이 되어갔다.“그래서 당신은 아직도 지아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모르는 거예요?”도윤의 눈빛은 즉시 건우에게 떨어졌다.“병? 지아 도대체 어디가 아픈 건데?”건우는 도윤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그저 안쓰러운 눈빛으로 지아를 쳐다보았다.“너 전에 말했지, 절대로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이 사람이 바로 네가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한 사람이야?”지아는 전에 자신과 도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도윤이 말한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이씨 집안사람들과 함께 그녀를 위한 아름다운 거짓말을 꾸며냈다. 그러나 건우는 마치 그녀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았다.지아는 대답하려 했지만 위가 너무 아팠다. 통증은 마치 덩굴처럼 다른 기관을 향해 만연되기 시작했고, 위가 아플 뿐만 아니라 심장과 오장육부까지 모조리 아팠다.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소리를 내지 못했고 그저 무릎을 꿇고 앉아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토할 수밖에 없었다.그 많은 피를 본 백채원은 놀라서 아예 입을 열지조차 못했고, 이정진과 심예지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도윤은 그런 지아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줄곧 타고난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전부 붕괴되었고, 건우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물었다.“지금 지아가 대체 무슨 병에 걸렸냐

    최신 업데이트 : 2024-03-13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714화

    도윤은 그 자리에 몸이 얼어붙었고 심예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심지어 이정진조차도 불가사의하다고 느꼈다.“헛소리, 지아가 몸이 얼마나 좋은데, 어떻게 암에 걸릴 수가 있겠어?”건우는 도윤의 손을 뿌리쳤고, 눈빛에 약간의 분노를 품고 계속 해석했다.“2년 전, 두 사람이 이혼할 때, 지아의 위암은 이미 중말기에 이르렀어요. 지금 지아의 증상을 보니 아마 말기에 이르렀을 거예요.”말기란 두 글자는 도윤의 머릿속을 스쳤고, 도윤은 그제야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지아는 토하느라 이미 온몸의 기운이 빠졌고, 도윤은 재빨리 그녀를 품에 안고 밖으로 달려갔다.“지아야, 괜찮아. 내가 곧 병원으로 데려다줄게. 넌 괜찮을 거야.”하늘은 언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조용히 지아의 얼굴에 떨어졌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허약하게 도윤의 드리운 눈을 바라보았는데, 남자의 눈빛엔 은근히 눈물이 감돌았다. ‘이건 도윤의 눈물일까, 아니면 그냥 빗물일까?’그러나 모든 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지아는 자신의 생명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결국 목에 걸려 가슴이 답답했다.지아를 안고 있는 도윤은 당황과 두려움에 몸을 휘청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지금 그의 마음은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이 순간, 도윤의 머릿속에는 양요한이 한 말이 메아리쳤다.“대표님, M-1은 특수해서 일반인은 효과가 그리 뚜렷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노인과 어린아이, 그리고 임산부 외에 종양환자 역시 절대로 주사하면 안 됩니다.”“주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데?”“M-1은 사람으로 하여금 기억을 잃게 하는 동시에 면역체계까지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즉 종양 환자라면 이 약을 주사한 후, 면역체계는 예전처럼 암세포를 소멸하지 않을 것이고, 암세포는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증가되어 심지어 온몸으로 퍼질 수도 있습니다.”도윤은 지아가 이런 병에 걸렸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어쩐지 지아가 깨어난 후, 가끔 위가 아픈

    최신 업데이트 : 2024-03-14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715화

    지아는 응급실로 보내졌고, 이 소식을 들은 양요한은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 그의 불안한 예감이 결국 현실로 되자, 그는 밤새 비행기를 타고 A시에서 날아왔다.응급실 밖, 도윤의 양복과 셔츠에는 지아의 피로 가득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고 그저 눈시울을 붉힌 채 바닥을 내려다보았다.진환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간 후, 재삼 고민하고서야 입을 열었다.“대표님, 방금 사람 시켜 임건우가 전에 일하던 병원에서 사모님의 검사 보고서를 찾아냈습니다.”손을 뒤로하고 서 있던 도윤은 표정이 차가웠고, 줄곧 자신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환이 입을 열고서야 그는 점차 정신을 차렸다.진환은 두 개의 보고서를 건네주며 말했다.“사모님께서 소 선생님을 돌보시다 쓰러질 때 검사를 받으신 적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때의 보고서입니다. 임건우는 위 종양일 가능성이 있다며 위장 내시경과 다른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사모님은 이미 위암 3기에 이르렀습니다.”“그리고 두 번째 검사 보고서는 그때 양 의사에게 부탁하신 전신 검사의 결과입니다. 방금 조사를 거친 후, 저는 누군가 사모님의 CT 보고서에 손을 댄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사모님의 종양은 이미 가슴까지 퍼졌는데, 누가 의사를 매수하여 사모님의 보고서를 정상인의 것으로 바꾸었던 것입니다.”도윤은 검사 보고서에 적힌 종양의 크기를 바라보며 손가락이 가볍게 떨렸다.지아가 검사받은 시간을 보니, 기억이 타고난 도윤은 그날이 바로 지윤이 신생아 검사를 받았을 때란 것을 발견했다.그때 3개월 동안 삐져 있던 지아가 갑자기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지난날과 달리 엄청 피곤해 보였다. 지금까지도 도윤은 당시 지아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이도윤, 우리 이혼하자.”‘그때 지아는 금방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틀림없이 매우 두려웠을 텐데.’‘하지만 난 뭐 하고 있었지? 쓸쓸한 방과 꽃병 속의 시든 꽃들은 모두 지아의 수상함을 말해주고 있었는데.’‘지아처럼 삶에 대한 열정이 넘친 사

    최신 업데이트 : 2024-03-14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716화

    ‘지아가 뜻밖에도 약물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니!’도윤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그는 코가 찡해지더니 겨우 소리를 내며 말했다.“그때 지아를 돌본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어?”“맞아요, 그때 지아는 매일 병원에서 바쁘게 돌아쳤고, 또 동시에 여러 개 아르바이트를 해서 소 선생님의 병원비를 모았어요. 그렇게 지아는 몸이 점차 수척해졌고, 후에 위암이란 진단까지 받았죠. 그러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할 때, 지아의 곁에는 사인해 줄 가족조차 없었어요. 치료를 받은 다음 날, 지아는 심지어 퇴원하려 했고요. 그때 지아의 몸은 가장 허약했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식욕까지 없어 음식조차 먹을 수 없었어요. 그러나 지아는 나한테 친구가 자신을 돌볼 수 있다며 거짓말까지 했어요. 그렇게 지아가 날 속였단 것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겨우 약물치료의 부작용을 견뎌냈을 때, 지아는 또 당신과 이혼 수속을 밟아야 한다며 서둘렀죠.”건우는 비록 남자였지만 여기까지 말할 때 가슴이 찡했다.“지아는 마취제에 면역이 되는 체질이라, 당시 의사는 수액항을 설치한다며 칼로 억지로 지아의 팔을 베어 그 속에 기계를 넣었죠. 그러나 첫 번째 약물치료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난 지아의 손이 다친 것을 발견했어요. 만약 수액항이 떨어져 나왔다면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알고 있긴 한 거예요?”건우의 말에 도윤도 점차 사소한 일들이 생각났다.그는 마침내 그동안 왜 매번 지아를 볼 때마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한지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웃긴 것은 그가 뜻밖에도 이것을 지아가 자신과 이혼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연기한 거라 생각했다는 것이다.지윤이 넘어졌을 때, 지아는 분명히 몸이 불편했지만 여전히 목숨을 걸고 아이를 구했다.‘지아는 그때 그 눈밭에서 얼마 동안 누워있었지?’건우는 계속 말했다.“지아도 아직 어린 소녀일 뿐인데, 상처가 아물자마자 기계를 꺼내고 싶다며 또다시 칼로 상처를 베었어요. 당신은 지아가

    최신 업데이트 : 2024-03-15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717화

    지아의 검사 결과도 즉시 나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위암 말기였다. 그러나 이것은 가장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 종양은 지금 머리로 전이되었고 이미 조기 악성 종양의 증상이 나타났다.여러 종양 전문가들은 한자리에 모여 회진한 후, 건우와 같은 제안을 했다.“치료해도 완치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직접 포기하시는 게…”도윤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시도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포기하려는 건가!”원장은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대표님, 이것은 다른 질병이 아니라 암입니다. 일찍 발견된 상황에서 저희는 수술로 절제 처리를 하겠지만 사모님은 이미 말기에 이르렀습니다. 대표님께서도 그 종양이 얼마나 큰지 보셨잖습니까. 그것은 수술을 진행하는 조건에 부합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 사모님의 머리에서도 종양을 발견했습니다. 머리에는 뇌신경이 매우 많아서 마음대로 수술을 할 수 없습니다.”도윤의 갈수록 차가워지는 얼굴을 보고 원장은 재빨리 보충했다.“물론 지금은 아직 보수적인 치료 방안을 채용할 수 있습니다. 우선 사모님에게 약물치료를 진행하는 거죠. 하지만… 약물치료의 부작용은 아주 커서 만약 사모님의 몸이 약하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많은 환자들은 암이란 병 대신 약물치료의 부작용으로 죽는 경우가 많거든요.”“보통 말기가 되면 환자는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상태가 아주 나빠질 것입니다. 약물치료는 그들에게 있어 죽기보다 못할 뿐만 아니라 효과도 생각만큼 좋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일반적으로 치료를 포기하라는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도윤은 두 손을 모아 턱을 받쳤고, 눈빛은 종래로 보지 못한 엄숙함을 드러냈다.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지아에게 있어 모두 큰 상처였다. 그러나 이대로 지아를 포기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다.잠시 침묵한 후, 도윤은 다시 고개를 들었고, 이미 결정을 내렸다.“가능한 한 빨리 약물치료 진행해.”그의 말은 모두의 예상대로였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항상 최선을 다해 가족을 구하고 싶기 때문이다.중환자실에 보내

    최신 업데이트 : 2024-03-15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718화

    건우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금 이 순간의 도윤은 마치 쇠사슬에서 벗어나려는 야수와 같았다.지아는 바로 그를 묶을 수 있는 쇠사슬이었지만, 만약 지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도윤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너무 독단적인 거 아니에요? 치료를 받을지 말지는 적어도 본인의 의견을 물어봐야 하잖아요.”그러나 도윤은 또박또박 말했다.“지아를 살리는 게 가장 좋은 결과야. 난 과정 따윈 개의치 않거든. 오로지 지아가 살아있기만 하면 돼. 알겠어?”말을 마친 다음, 도윤은 성큼성큼 떠났다. 건우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진심으로 지아가 안타까웠다.‘이 남자는 여전히 제멋대로군. 아직도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몰라.’양요한은 드디어 도착했고, 도윤을 보자마자 죄책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호되게 자신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대표님,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사모님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그러나 도윤은 그 누구도 원망할 자격이 없었다. 지아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이었기 때문이다.“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야. 이건 지아의 검사 결과인데 먼저 무슨 방법이 있는지부터 좀 봐.”“네.” 양요한은 빗물로 젖은 손을 닦으며 검사 보고서를 받았다. 잠시 후,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떻게 이렇게 심각할 수가 있죠? 이미 말기가 되었다니!”도윤은 마음속의 슬픔을 억지로 참으며 주먹을 꽉 쥔 채 벽을 세게 두드렸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답답하게 소리쳤다.“M-1이 암세포를 유발했어.”“대표님,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기범이가 이미 저에게 말했는데, 그때 누군가 사모님의 검사 보고서를 조작했다면서요. 게다가 사모님도 이 사실을 숨기려고 애를 쓰셨으니 대표님도 어쩔 수가 없었죠.”세상일은 정말 뜻대로 되지 않았다. 도윤은 최선을 다해 지아를 남기려 했지만 결국 그녀를 점점 더 멀리 밀어내고 있었다.도윤은 이를 갈며 말했다.“이예린이 한 짓이야.”양요한도 그들의

    최신 업데이트 : 2024-03-16

최신 챕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82화

    지아는 멍하니 서 있다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진봉을 바라보며 물었다.“성형?” “예, 성형수술이요.”지아는 그제야 소시월이 왜 자신과 닮았는지, 혹시 소임호와 관련 있는 사람인지 의심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이제야 모든 것이 설명되었으니 말이다. 지아는 손에 든 서류를 훑어보았다.소시월은 13살에 처음 성형수술을 했고, 이후 매년 한 가지씩 성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게다가 20대 중반 이후로는 유지와 보수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그 시절 소시월은 기숙 학교에 다녔기에, 사람들은 반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가 성장하며 부모를 닮아간다고 생각했을 뿐, 의술의 힘으로 얼굴을 바꿨다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아마 그들이 당시에 지아를 해치지 않은 이유도 그녀의 얼굴을 복제하려 했기 때문일 터.그 후, 지아가 쓸모없어지자 암살 계획을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 지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 가짜 얼굴을 한 꺼풀씩 다 벗겨내 주겠어!”“사모님, 만약 그 여자가 사모님을 계속 암살하려던 배후라면, 그 여자의 등에는 분명히 총상이 있을 겁니다. 그날 저희가 사람들을 데리고 갔을 때, 그 여자는 도망치면서 총을 한 발 맞았었죠.” “당장 알아봐!”지아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는데,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생지옥 같은 나날들이 떠오르는 듯했다.비록 도윤이 한때 지아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결국 그 모든 고통은 누군가가 뒤에서 지아의 삶을 철저히 망가뜨린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소시월은 내 자리를 차지하고, 내가 누려야 할 가족의 사랑과 따듯함을 즐겼어. 그것도 모자라서 나를 지옥 속으로 처참히 몰아넣었다고!’지아의 분노는 억누를 수 없을 정도였다. “사모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반드시 모든 진실을 밝혀내겠습니다.” “그 여자를 감시할 사람을 찾아. 최근 움직임이 많아졌으니,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 최대한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해!”“예.”지아는 머리를 짚으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81화

    안타깝게도 지아가 이미 진실을 알아낸 상태였기에, 장민호의 소식은 늦은 셈이었다.“지금 어디에 계세요?”지아가 급히 물었다.‘민호 씨가 이 일에 연루되었는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Z국에 있어요. 최근 소씨 가문에 많은 일이 일어나는 바람에, 이 소식을 알아내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틈을 타서 지아 씨에게 위협이 되는 소시월을 제거할 테니까요.]지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아는 처음에 장민호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자신의 의도를 눈치챘을까 봐 걱정했지만, 장민호는 아직 그녀가 Z국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했다. “죽이면 안 돼요.”[왜요? 그 여자는 지아 씨를 죽이려고 했잖아요. 그런 위험한 존재를 살려두면 지아 씨에게 더 큰 위협이 될 거예요.]지아는 핑계를 댔다.“저는 이미 몇 번이나 그 사람한테 암살당할 뻔했고, 그 소씨 가문의 여섯째 딸이라는 사람과도 만났어요. 우리는 나이도 비슷하고, 국적도 달라서 아무런 원한도 없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왜 저를 죽이려고 했겠어요?” “제 생각엔 누군가 소시월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은 단지 이용당하는 말일 뿐인 거죠. 그 사람을 죽이는 건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에요. 그 배후의 사람이 진짜 목표니까요...” 지아는 이미 체스판 위의 말이 아니라 말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장민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강인했다.[제가 도울게요.]“위험하지 않겠어요? 너무 위험하다면 하지 마세요. 저는 민호 씨가 다치는 걸 원치 않아요.” [지아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겁니다.]장민호는 마지막으로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제 속죄라고 생각해 주세요.]전화를 끊은 후에도 지아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사건이 윤곽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지만, 주변 상황은 여전히 위태로웠다. 특히 소씨 가문이 혼란스러운 지금은 지아가 신분을 밝히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었다. 소임호와 조경숙이 자기 친부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지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80화

    병원에서 사고를 당한 시언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아는 일찍이 자신과 시후의 계획을 모두 털어놓았다. 다만, 다른 사람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시후는 그림자 속에 숨어 있었고, 시언이 대외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즉, 두 사람이 안팎에서 호응하며 움직이고 있었던 것. 게다가 소임호 또한 차근차근 사건을 조사하며, 여러 정황으로 인해 배후의 흑막이 조경선이라는 의심을 품게 되었고, 조경선을 끌어내기 위해 자신을 미끼로 삼았다. 하지만 비행기 사고 이후로 소임호와 시후의 연락이 끊겼고, 시언은 며칠 동안 마음을 졸이며 초조해했다. 그런데 조금 전, 다행히도 소임호의 행방을 알아낸 것이었다.시언은 즉시 이 소식을 지아에게 알렸다. 지아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자, 시언의 목소리를 듣고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순간적으로 수많은 말들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왜 그래, 지아야?”시언은 지아의 침묵에 걱정하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 지아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그냥...]하지만 말을 꺼내자 목소리에 눈물 섞인 떨림이 묻어나왔다.시언이 더욱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 있다면 숨기지 마. 우리는 이미 네 의형제가 됐어. 우린 가족이라고. 소씨 가문에 이런저런 일이 생겼다고 해도, 난 널 지킬 거야.”시언의 ‘지킨다’라는 말이 지아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했다.시언은 지아의 정체를 알지 못했음에도 여전히 이렇게 다정하고 따듯하게 대해주었다. 아마 이것이야말로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만이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유대일 것이었다. 하지만 지아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왜 소씨 가문 사람들은 내 존재 자체를 몰랐을까?’ 현재 지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경숙은 여섯 번째 아이를 낳은 후 과다출혈로 크게 몸이 상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고 했다.‘가족이 내 존재를 모를 리가 없는데.’ ‘게다가 시영 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남은 건 소시월 뿐이야.’‘소시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79화

    소임호는 눈앞의 광기 어린 조경선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조경선, 그동안 정말 행복했니? 그렇게 애써 계획해서 네가 얻은 건 뭐지? 지금의 이 상황을 만든 우리는 모두 패배자라고!” “틀렸어.”조경숙이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그 당시의 나는 얼굴도 망가지고, 족보에서 제명되고, 가족들에게도 내쳐졌어. 나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데, 조경숙은 왜 모든 걸 가져야 해? 시골에서 돌아온 한낱 촌뜨기가 어떻게 나를 대신할 수 있었냐고!” “그래, 난 패배자야. 하지만 너희도 내 시체 위에 서서 잘난 척할 수는 없을걸? 우리 두 쪽 다 망가지는 게 내 승리니까!” 조경선이 고개를 숙여 소임호를 살펴보며 말했다.“당신 꼴을 좀 봐. 떠돌이 개랑 다를 게 뭐야? 참 안쓰럽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야.”“곧 소씨 가문은 완전히 망가질 거야. 나는 당신을, 그리고 소씨 가문을 반드시 파멸시키고 말 거야!” “너 정말 미쳤구나.”“그래, 난 미쳤어.”“하지만 당신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이젠 내가 겪었던 고통을 당신이 똑똑히 느껴야 할 차례야. 당신도 알겠지만,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조경숙은 이제 심세호의 여자가 됐어. 정말 가슴 아프지 않아?” “참, 그건 모르지? 소씨 가문의 노친네는 이미 죽었고, 당신 아들들도 곧 당신과 함께 무덤으로 갈 거야!” “조경선, 너는 진짜 인간 말종이야!” 소임호는 극도로 분노하며 몸부림쳤고, 쇠사슬은 그의 몸부림으로 인해 요란하게 울렸다.하지만 조경선은 소임호의 턱을 잡고 비웃으며 말했다. “왜, 불만이야? 그럼 나한테 빌어봐. 그러면 그 자식들한테 고통 없는 죽음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꿈 깨.”소임호가 냉소하며 말했다.“죽어도 너한테 무릎 꿇을 일은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당신을 죽게 두지는 않을 테니까. 당신이 죽으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처참히 망가지는지 보여줄 수 없잖아. 당신 자식들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할 거고, 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조경숙은 눈이 멀어 다른 남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78화

    여자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넌 먼저 돌아가.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 당분간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있어.” “알겠어요.”시월은 갑자기 한 가지 일이 떠올라 물었다.“맞다, 아빠는 어떻게 됐어요?” 그 말을 들은 여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흥, 끝까지 고집불통인 쓰레기 같은 남자. 내가 겪은 교통을 천배, 만 배로 되돌려줄 거야!” 시월의 얼굴에 찰나의 망설임이 스쳐 지나갔다.“엄마, 이제 그만하면 안 돼요? 우리는 그동안 아빠가 가족도 잃게 하고, 집안도 망가지게 했잖아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요?” “충분? 꿈 깨! 이건 그 사람이 나한테 진 빚이라고!” 여자가 소시월의 옷깃을 꽉 잡으며 으르렁거렸다.“경고하는데, 나는 네 어미야. 네가 조금이라도 망설인다면, 나는 절대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엄마, 알겠어요, 나는 엄마의 딸이니까 당연히 엄마 편이에요.” 소시월은 여자의 손아귀에서 간신히 벗어나 두려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최근 몇 년 동안 그 여자의 정서는 점점 더 불안정해졌다.사실, 그녀의 얼굴도 치료를 통해 회복할 수 있었지만, 집착이 너무도 강한 그녀는 치료를 거부했다. “이 고통을 평생 기억하면서 나한테 상처를 준 사람한테 천 배, 만 배로 돌려줄 거야!!” 여자는 평생을 복수 계획에만 몰두하며 살았다. 하지만 소시월이 보기에, 복수를 이루더라도 그녀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을 것이었다. 소씨 가문은 지금 엉망진창이 되었기에, 소시월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소시월이 떠난 후, 여자는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지하실로 향했다. 지하실 문은 단단히 닫혀 있었는데, 여자가 자신의 지문을 입력하자, 오랫동안 닫혀 있던 문이 서서히 열렸다. 여자는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며 안으로 들어갔고, 어둡고 습한 지하실에는 손과 발이 묶인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 여자는 그를 향해 다가가며 광기 어린 집착이 서린 눈빛으로 말했다.“소임호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77화

    소지훈이 폭로한 충격적인 사실은 소씨 가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아에게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출생 비밀을 찾아 헤매던 지아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스스로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되고 말았다. 이전에 소씨 가문 사람들의 고충에 공감했던 지아는 이제 그들이 자기 혈육임을 알게 되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지아는 도윤의 품에서 천천히 미끄러졌고, 무릎을 꿇고 앉은 채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아빠, 엄마, 그리고 오빠들이...” 하지만 더욱 지아를 견딜 수 없게 한 것은 예전에 마주했던 그 시신이 자기 친언니였다는 사실이었다. ‘시영 언니는 너무도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어.’ ‘심지어 나는 그걸 전혀 몰랐고, 언니의 마지막 가는 길조차 배웅하지 못했어...’ 지아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지아야!”도윤은 지아를 안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침대에 누운 채 찡그린 표정을 한 지아를 보며 도윤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지아는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어. 그런데 간절히 바랐던 가족마저 이런 모습으로 드러나다니.’ 무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아의 곁을 지켰다.도윤은 무무를 부드럽게 달래며 말했다.“엄마는 괜찮을 거야. 그냥 과로한 상태에서 큰 충격을 받아 기절한 것뿐이거든.” 한편, 소씨 가문의 황당한 해프닝은 아직도 진행 중이었으며, 소영수의 장례식은 결국 소씨 가문 사람들의 싸움의 장이 되고 말았다. 겉으로는 소지훈이 이긴 듯 보였으나, 사실 그로 인해 소씨 가문은 체면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시월은 마음이 조급해졌고, 해가 뜨기도 전에 황급히 차를 몰아 오래된 별장으로 향했다. 건물 꼭대기에는 까마귀들이 앉아 있었다.‘까악까악’ 울음소리가 밤하늘을 배경으로 더욱 섬뜩하게 들렸다. 장미 덩굴은 낡은 담벼락 위로 기어오르며, 삭막하고 부패한 세상에 한 줄기 생기를 더하고 있었다. 새벽이 다가오자, 햇살이 어둠을 찢으며 온 세상의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76화

    시하와 시언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모두 완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는데, 도무지 이게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듯했다. 심지어 소시월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이걸... 오빠들은 알고 있었어?”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어.” 소시월은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내 계획이 성공하려던 찰나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어. 절대 다른 사람이 내 계획을 망치게 둘 순 없어!’“단지 사진 한 장으로 뭘 증명한다는 거죠? 아빠와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아빠는 비행기 사고로 시신조차 찾지 못했어요. 두 사람의 친자확인도 없이, 대체 무슨 증거를 내놓겠다는 거냐고요!” “이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했던 혈액형 검사야. 두 분은 모두 O형이야. 즉, 두 분은 O형의 자녀만 낳을 수 있다는 뜻이지. 하지만 당신들 아버지는 B형이었어. 혈액형에 돌연변이가 생길 확률이 아주 적다는 건 알고 있겠지? 과연 당신들 아버지가 그 예외일까?” 소지훈은 다시 다른 사진을 꺼냈다.“혈액형 이야기는 우선 접어두자고.”“이건 할아버지의 여러 아들들 사진이야. 우리 아버지와 삼촌, 작은삼촌은 할아버지와 60% 이상 닮았지만, 네 아버지는 전혀 닮은 점이 없어!” 지아는 소임호의 실물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대형 스크린에 비춰진 소임호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그 자리에 멍하니 굳어버렸다. 지아는 이성을 잃고 도윤의 손을 꽉 잡았다.“저 사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 “많이 본 정도가 아니라, 완전 똑같아!” 두 사람의 대화는 오직 서로만 이해할 수 있었다. 소임호가 부남진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부남진은 나이가 들어 얼굴이 많이 변했지만, 가까운 사람들은 그가 젊었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소임호는 분명히 부남진의 젊은 시절을 그대로 닮은 모습이었다. “설마...”지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자신이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진실이 이렇게 갑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75화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시언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분노를 참지 못했는데, 그의 손이 여전히 멀쩡했다면, 지금쯤 소지훈의 뺨을 때렸을 것이었다. 시월과 심장후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아는 도윤을 바라보며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 저 사람이 한 말이 사실이야?” 도윤은 고개를 숙이고 지아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방금 들은 소식인데, 이 사진 속 사람을 한 번 봐봐.” 도윤은 핸드폰 속 사진을 열어 서른쯤의 매혹적인 여성을 지아에게 보여주었다. 지아는 그녀의 눈가에 있는 검은 점을 보자마자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 할머니잖아!” 흑백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환희의 모습이 컬러로, 게다가 훨씬 선명한 화질로 나타난 것이었다. “맞아.”지아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혹시 할머니의 행방을 알아낸 거야?” 도윤이 논쟁으로 가득 찬 현장을 보며 말했다.“아마 저 사람들이 답을 줄지도 몰라.” 소지훈의 폭로는 현장을 술렁이게 했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지훈 도련님께서 파문을 일으킬 만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당연하죠, 아무리 무례한 사람이라도 이런 자리에서 저런 말을 할 순 없으니까요!” “어머, 정말 흥미진진한데요?”시월은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오빠, 시언 오빠와 오해가 있는 건 알지만, 그런 거짓말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늘은 할아버지를 배웅해 드리는 날인데,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고요.” “할아버지? 허, 네가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거야?” “오빠, 적당히 좀 하세요! 그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웃기지도 않는다고요!” “웃기는 건 너희 같은 잡종들이지!”소지훈이 손뼉을 치며 준비된 프로젝터를 가리켰다.“여러분, 죄송합니다만, 이 자리에서 모든 이야기를 공개하고, 소씨 가문의 족보를 깨끗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죽어서도 소씨 가문에 매달리려는 사람이 없도록 말이죠!” “도대체 숨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74화

    밤이 깊어지자, Z국에서 전통적인 가족 고별 의식이 시작되었다.지아는 조용히 사람들 사이에 섞여 소씨 가문의 방대한 자손들과 그들의 복잡한 계보를 바라보았다. 소영수의 직계 자손들 외에도 그의 둘째 동생과 셋째 동생 등의 곁가지 후손들까지 합쳐져, 효성과 의리를 다하는 자식들과 손주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고별 의식은 곧 시작될 예정이었다.첫 번째로 향을 올리는 순서는 원래 장남의 몫이었지만, 장남이 사고를 당하면서 그 역할은 둘째에게 넘어갔다. 다른 자손들도 각자 자신의 향을 챙기러 움직였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시언과 시하를 대신해 시월이 나서서 향을 가지러 갔다. 하지만 소시월이 향에 손을 대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냉랭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소지훈이었다.“오늘은 가족을 위한 작별의 자리야. 미안하지만, 너는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시언이 즉각 반응했다.“소지훈, 적당히 좀 하지 그래? 여긴 할아버지의 영정이 모셔진 자리야. 할아버지께서 편히 눈감지도 못하게 할 작정이야?” ‘예전의 작은 다툼은 다 넘어갈 수 있어. 하지만 오늘처럼 외부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저렇게 무례한 말을 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시하는 상대적으로 차분해 보였지만, 그는 이 상황이 단순하지 않음을 직감했다. ‘연예계에서 단련된 소지훈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저런 말을 했을 리 없어. 뭔가 계획이 있는 게 분명해.’ 시하가 둘째 삼촌인 소상현을 바라보았다. 소상현은 아들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소명담의 시신이 발굴되었을 때, 소상현은 자기 친아들이 이토록 오래전에 죽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백발의 노인이 흑발의 자식을 보내는 고통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소상현은 소지훈의 말을 듣고도 아무 말 없이 공허한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입을 연 사람은 소상현의 부인인 오연희였다.“시언아, 너무 흥분하는 거 아니니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