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의 질문에 이유민은 사악하게 웃었고, 마치 마침내 전쟁에서 이긴 장군이 이전의 수치를 설욕한 것 같았다.“형수님, 뭘 그렇게 조급해하는 거야. 그래도 형은 우리 아버지의 아들이니 내가 어떻게 그를 다치게 할 수 있겠어? 난 특별히 형을 구하러 갔는데, 지금 그는 중상을 입어서 아직도 수술 중이라고.”“도대체 무슨 일 생긴 거지? 도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냐고?”어르신은 염주를 천천히 만지작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도윤이 네 손에 있다고 한 이상, 증거는?”이유민은 휴대폰을 꺼내 몇 초 정도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 속 한 남자가 병상에 누워 구급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주위도 전부 의사였다. 그러나 어르신은 그래도 그 사람이 바로 도윤이란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지금 상태는?”“응급처치를 받은 후, 지금 이미 위험에서 벗어났어요. 이것은 안심하셔도 돼요. 저에게 있어 형은 아주 중요한 도구이니 제가 또 어떻게 함부로 형을 괴롭힐 수 있겠어요?”이유민은 어르신의 약점을 잡았기에 더 이상 자신을 위장하지 않고 직접 도윤을 도구라고 불렀다.“고작 이 영상 하나 가지고 나더러 믿으라는 건가?”“할아버지야 당연히 저를 안 믿으셔도 되죠. 하지만 저를 이씨 가문의 손자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이상, 이도윤도 제 형이 아니겠죠? 만약 의사들이 최선을 다하려 하지 않는다면, 할아버지도 저 탓하지 마세요.”“이 빌어먹을 자식이.” 어르신은 이유민의 옷깃을 덥석 잡아당기더니 분노의 기색을 보였다.그러나 이유민은 여전히 침착했다.“할아버지, 왜 화를 내시고 그래요. 몸도 안 좋으신 분이.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러게 왜 굳이 저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거죠? 저는 단지 제가 누려야 할 모든 것을 되찾고 싶을 뿐인데.”오 집사와 지아도 어르신이 화가 나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얼른 어르신을 말렸다. “할아버님, 일단 앉아서 좀 쉬세요. 이 일은 천천히 상의할 수 있잖아요. 도윤이 아직 살아있기만 하면 됐어
이유민은 자신의 본성을 철저히 폭로했고, 더 이상 자신의 날뛰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도윤의 침착함에 비해 그야말로 천양지차였다.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지아 앞으로 걸어가더니 손을 내밀었다.“형수님, 앞으로 잘 부탁해.”이유민의 노골적인 시선에 지아는 손을 내밀지 않았고 그를 무시하며 어르신을 부축하러 갔다.“할아버님, 제가 방까지 부축해 드릴게요.”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고, 오 집사는 그의 무기력한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할아버님, 정말 그 사람의 조건을 들어주시려고요?”“현재 우리는 아직 도윤의 소식이 없어. 만약 그자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나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구나. 그러나 안심해라. 몇 년 전에 난 이미 많은 중요한 자산과 주식을 도윤에게 주었으니, 설령 내가 그 사생아의 신분을 인정하고 공개한다 하더라도, 그 자산들은 모두 도윤의 명의로 되어 있어서 그는 건드릴 수 없다.”어르신의 눈빛에 교활함이 스쳤다.“지금 그 사생아의 유일한 카드가 바로 도윤이니, 나와 조건을 상의하려는 것을 봐서라도, 그는 우리보다 더 도윤이 살아있길 원할 거다. 물론 방금 우리에게 보여준 영상이 합성일 수도 있겠지. 그 녀석의 요구에 승낙하는 것은 잠시일 뿐, 만약 도윤이 그의 손에 없다면 우리는 재빨리 도윤을 찾아야 해.”그러나 어르신도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이유민이 확신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절대로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지아야, 낙심하지 마라. 우리는 꼭 도윤을 믿어야 한다.”“네.”지아는 어르신을 방으로 부축해 주었고, 어르신은 나무 의자에 누워서야 좀 편안해졌다.“지아야, 가서 내 안신향을 좀 피워라. 지금 머리가 아주 아프구나.”“네, 할아버님.”지아는 선반을 훑어보았는데, 그 위에는 아주 많은 고급 차들이 있었고, 또 일부 수제향도 있었다. 그녀는 향에 익숙하지 않아 선반을 이리저리 뒤적거렸다.이때, 지아의 팔꿈치는 향합 하나와 부딪쳤다. 안에 아
이씨 가문은 천지개벽의 변화를 맞이했다. 이유민이 서재에서 나올 때, 오 집사는 그의 뒤를 따랐는데 그 모습은 무척 득의양양했다.이때 심예지는 여전히 막장 드라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임수경은 일부러 연약한 척하고 있었고, 이남수는 능청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수호하기 위해 심예지의 손을 잡아당기고 있었는데, 이는 심예지를 화나게 했다.심예지는 이남수의 뺨을 세게 때렸고, 이남수는 즉시 멍해졌다. ‘오랜만에 봤는데, 심예지가 감히 날 때리다니.’그 바람에 임수경은 버럭 화가 나더니 즉시 앞으로 달려들어 심예지를 미친 듯이 공격했다. 집안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여주인들끼리 머리를 잡아당기고 있었기에 하인도 누구를 말려야 할지 몰랐다.유독 이 집사가 잽싸게 달려와 임수경을 직접 땅에 쓰러뜨렸다. 임수경은 아파서 바로 울음을 터뜨렸고, 그 장면은 무척 혼란스러웠다.그리고 이때, 이유민이 나타났다.“우리 엄마한테 사과하세요.”심예지는 임수경 때문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유민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이유민을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그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었고, 그때의 이유민은 심지어 임수경 뒤에 숨어 있었다. 눈을 들어 보니, 이유민은 도윤과 약간 비슷한 얼굴에 차가운 웃음을 머금고 있었고, 그의 어머니처럼 아주 음흉해 보였다.“사과? 내가 왜?” 심예지는 자신의 치마를 두드리며 그들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이유민은 먼저 임수경을 자신의 뒤로 감싸더니 잠시 위로하고서야 고개를 돌려 다시 심예지를 바라보았다.“사람은 그래도 자신의 주제를 알아야 하죠. 아주머니가 변함없이 우리 아버지를 사랑한 것은 확실히 대단했고 저 또한 그런 아주머니가 많이 안타까웠는데.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하지만…….”그는 말머리를 돌렸다.“사람은 그래도 선을 넘지 말아야죠. 아주머니가 웃어른인 것을 봐서 저도 지나친
심예지는 어르신이 왜 타협했는지 모르지만 이유민이 이미 이씨 가문을 장악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지금 우리 아버지와 이미 이혼했으니 사실 아주머니도 우리 집안사람이 아니죠. 이씨 가문이 그동안 아주머니를 며느리로 인정한 것도 나름 은혜를 베푼 셈이니, 이제 우리 엄마가 돌아온 이상, 명실상부한 사모님은 아주머니가 아니잖아요. 제가 만약 아주머니라면 창피함을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이곳을 떠날 텐데 말이죠.”“유민아, 너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언니, 내가 유민이를 너무 오냐오냐해줬더니 아이 버릇이 아주 나빠졌네요. 그러니 그가 한 말 절대 마음에 두지 마요. 여기는 언니의 집이니까 얼마든지 남아있어요. 아무도 쫓아내지 않을 테니까.”임수경은 비록 사과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오히려 자신의 지위를 부각시키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본가에 들어올 수만 있다면 심예지를 괴롭힐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으니 지금은 이남수 앞에서 마음 넓은 척해야 했다.심예지는 두 손을 가슴에 얹었다.“그 엄마에 그 아들이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당신들 대체 며칠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군.”말을 마치자 심예지는 소매를 뿌리치며 떠났고, 이 집사도 얼른 따라갔다.“사모님, 그 사람들은 지금 아주 날뛰고 있는데, 어째서 아직도 손을 쓰시지 않는 겁니까?”“어르신에게 다 생각이 있을 거야. 지금은 틀림없이 도윤 쪽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어르신이 타협을 한 것일 거야. 우선 조용히 지켜보자고. 너도 절대로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심예지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예, 알겠습니다, 사모님.”그리고 지아는 어르신의 방에서 다급히 나오자마자 이런 장면을 보았다.“어머님, 고생하셨어요.”심예지는 개의치 않고 웃으며 말했다.“이게 무슨 고생이야? 그이가 전에 한 짓과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참, 너 무슨 소식 못 들었어?”“이유민 그 사람…….”지아가 말을 하려고 할 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더니 그녀는 즉시 받았다.비록 낯선 전화번호였지만, 지아는 이
임수경은 사실 이 방이 바로 심예지의 방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지만, 오 집사의 말을 듣고 계속 모르는 척했다.“어머, 난 이게 언니의 방인지 몰랐어. 이 방에서 맞은편 백조의 호수를 볼 수 있고 또 채광이 좋아서 너무 마음에 드는데. 정말 아무도 살지 않는 줄 알았다니깐.”“괜찮아요, 엄마가 마음에 드시면 돼요. 앞으로 엄마야말로 이 집안의 여주인이니까 어디에서 지내든 다 문제없죠. 안 그래요, 아버지?”이유민은 눈썹을 치켜들며 이남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번에 그는 동의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과 다름없는 그 방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심예지가 이남수의 취향을 따라 직접 꾸민 신혼 방이었다. 그 방을 보니, 과거의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별장에 빈 방이 얼마나 많은데, 그 호수가 보고 싶다면 위층에서도 볼 수 있어. 남이 살던 방에 들어가서 지내면 얼마나 불편한가.”그러나 이유민은 더 이상 고분고분하지 않았고 매우 날뛰었다.“아버지, 지금 우리가 단지 이 방 하나 때문에 그러는 거라 생각하세요? 이것은 신분의 상징이라고요. 지금부터 이씨 가문의 여주인은 우리 엄마 한 사람밖에 없단 말이죠. 요 몇 년 동안 우리 엄마가 아버지와 함께 하면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이제 할아버지가 마침내 우리 모자를 인정하셨는데, 아버지는 왜 원하지 않는 거죠?”말을 마치자 임수정도 마치 이남수를 따르는 동안 많은 억울함을 겪은 듯 울기 시작했다.“울지 마, 나도 다른 뜻이 없었어. 그냥 당신이 남의 방에서 지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을 뿐이야.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옆에 있던 오 집사는 두 모자의 능청스러운 모습에 눈을 부라렸다.‘그때 큰 도련님은 도대체 무슨 약을 드셨기에 뜻밖에도 이렇게 붙잡혀 살다니.’심예지의 눈을 마주하자 이남수는 여전히 어색했고, 극히 부자연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수경이 이 방을 좋아하니까 좀 양보할 수 없는 건가?”그러나 이 집사가 더는 참을 수 없어 그의 말을
심예지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이남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도 그녀가 보물을 바치듯 그 고급 도자기들을 찍어 자신의 앞에 놓았을 때의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다.이남수 때문에 심예지는 타고난 도도함을 애써 참고 있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득의함을 감출 수 없었다.“남수 오빠, 한번 봐봐. 이건 그 유명한 대가의 그림이야, 내가 큰 힘을 들여서 찍었어.”그때의 심예지는 눈빛이 별처럼 반짝였고, 또 하늘의 태양처럼 도도했다.하지만 그녀는 언제부터 변했을까? 예전의 뜨거운 태양은 휘영청 밝은 차가운 달로 변했고, 눈빛에는 심지어 이남수에 대한 집착이 조금도 없었다.그리고 지금,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그 소장품들을 싼값에 팔겠다는 말까지 할 수 있었다.“심예지!” 이남수는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났다.심예지는 나른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왜, 내가 자신의 물건을 처리하겠다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이남수가 대답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심예지는 또 차갑게 한마디 덧붙였다.“의견 있어도 참아! 내 돈으로 내가 샀는데,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말을 마치자 심예지는 고개를 돌려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났다. 이남수는 그녀가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며 마음속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임수경도 그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남자는 항상 이랬다. 전에 심예지가 매달릴 때, 그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만 이제 심예지가 그에게 감정이 없는 것을 보고 이남수는 오히려 익숙하지 않았다.“남수 오빠, 언니 나한테 화난 거 아니야? 아니면 우리 이 방 포기하자. 위층도 괜찮은 것 같아.”“아니야, 마음에 들면 그냥 여기서 지내.” 이남수는 임수경을 달래며 마음속의 그 괴이한 느낌을 뿌리쳤다.임수경은 코를 들이마시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럼 이따 언니에게 사과하러 갈게.”“그 여자 상관하지 마. 성질이 더러운 건 여전해.”이남수는 차갑게 말했고 임수경은 그의 품에 안겨 득의양양하게 웃었다.‘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 마침
심예지 그들과 달리, 임수경 모자는 점차 날뛰기 시작했다. 처음에 임수경은 잔뜩 긴장했는데, 사방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몰래 이유민에게 물었다.“아들, 너 도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어르신이 바로 허락한 거야?”어르신의 고집이 얼마나 센지, 임수경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무뚝뚝하고 마음이 모질어서 친아들까지 마음대로 버릴 수 있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이유민은 단지 몇 마디 말을 했을 뿐인데, 어찌 바로 허락했을까?“엄마, 저한테 다 방법이 있으니까 엄마는 안심하고 사모님 노릇만 하시면 돼요. 지금부터 엄마야말로 이 별장의 주인이란 말이에요.”이유민의 말에 신심을 얻은 임수경은 점차 거만해지기 시작했고, 이유민의 말을 검증하기 위하여 그녀는 특별히 오 집사에게 일을 시켰다. 이 집안에서 오 집사가 바로 어르신의 뜻을 대표했다.오 집사조차도 자신에게 아주 공손한 것을 보고, 임수경도 안심하고 제멋대로 굴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여주인으로 여기며 그야말로 온갖 행세를 다 부렸다.오히려 예전에 반지 하나로 끊임없이 그녀와 다투던 심예지는 일부러 임수경을 피하듯 그녀가 무엇을 하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비록 같은 별장에 산다고 하지만, 이 별장은 워낙 커서 피하려고 하면 그녀들은 확실히 만나기 힘들었다. 심예지조차 기가 죽은 것을 보고, 임수경의 욕심은 갈수록 더욱 커졌다.그러나 줄곧 임수경을 두둔해 온 이남수는 오히려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전에 그는 임수경이 무척 부드럽고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그는 뜻밖에도 임수경이야말로 사람을 핍박하고 억지로 강요하는 못된 여자란 생각이 들었다.어르신과 이유민 사이에 도대체 어떤 협의를 달성했는지도 그는 잘 몰랐다. 이남수가 이유민에게 물었을 때, 이유민은 단지 웃으며 여기서 편하게 지내면 되니 다른 것은 그에게 맡기라고만 했다.이제 어르신의 생신도 점점 다가오고 있었는데, 원래 지아가 모든 것을 준비해야 했지만 지금은 이유민과 임수경이 가로챘다.두 사람은 사람들
도윤의 두 눈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드디어 너를 잡았군.”남자는 즉시 혀를 물려고 했고, 도윤은 총자루를 그의 입에 쑤셔 넣더니 뼈에 사무칠 정도로 차갑게 말했다.“독약을 먹고 자살하고 싶은 건가? 순진하긴!”자살 시도가 실패하자, 남자는 손을 드는 순간 팔꿈치로 도윤의 가슴을 세게 내리쳤다. 도윤은 남자에게서 몇 차례의 손해를 보았기에 이번에 단단히 준비를 했고, 더 이상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남자는 독했지만, 도윤은 그보다 더욱 독했다. 어둠 속에서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도윤은 남자의 공격을 막아 바로 그의 손목을 부러뜨렸다.그렇게 몇 번 겨루고서야 남자는 이미 도윤에 의해 통제되었다. 아마 그는 죽을 때까지 도윤이란 회사 대표님이 어떻게 이런 솜씨를 지닐 수 있었는지 모를 것이다. 그것은 분명 그와 같은 킬러, 에이전트의 기운이었다.‘그래서 그런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었군!’남자는 또 다른 손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소식을 전하려 했지만 도윤은 직접 발로 그의 무릎을 걷어찼다. 남자는 무릎을 꿇었고, 다음 순간, 휴대전화는 이미 도윤의 손에 있었다.방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속속히 들어오자, 도윤은 차갑게 분부했다.“잘 지켜봐, 자살하지 못하게.”“예.” 진환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다만 남자의 손을 잡았을 때, 그의 팔에는 새로 생긴 흉터가 나타났다. 당시 그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진봉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이 침착해졌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밧줄을 꺼내더니 도망갈까 봐 남자를 묶기 시작했다. 도윤은 남자의 휴대전화를 해독하기 시작했는데, 지문과 얼굴 인식은 모두 소용이 없었고, 그것은 극히 복잡한 패턴으로 된 비밀번호였다.그는 콧방귀를 뀌었다.“정말 신중하군. 네가 직접 열 거야 아니면 내가 대신 열어줄까?”남자는 완강하게 버텼다.“난 할 말이 없으니 그냥 날 죽이지.”“널 죽여? 그럴 리가!”도윤은 남자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차갑게 말했다.“난 너로 하여금 마땅히 받아야 할 대가를 전부
지아는 멍하니 서 있다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진봉을 바라보며 물었다.“성형?” “예, 성형수술이요.”지아는 그제야 소시월이 왜 자신과 닮았는지, 혹시 소임호와 관련 있는 사람인지 의심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이제야 모든 것이 설명되었으니 말이다. 지아는 손에 든 서류를 훑어보았다.소시월은 13살에 처음 성형수술을 했고, 이후 매년 한 가지씩 성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게다가 20대 중반 이후로는 유지와 보수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그 시절 소시월은 기숙 학교에 다녔기에, 사람들은 반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가 성장하며 부모를 닮아간다고 생각했을 뿐, 의술의 힘으로 얼굴을 바꿨다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아마 그들이 당시에 지아를 해치지 않은 이유도 그녀의 얼굴을 복제하려 했기 때문일 터.그 후, 지아가 쓸모없어지자 암살 계획을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 지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 가짜 얼굴을 한 꺼풀씩 다 벗겨내 주겠어!”“사모님, 만약 그 여자가 사모님을 계속 암살하려던 배후라면, 그 여자의 등에는 분명히 총상이 있을 겁니다. 그날 저희가 사람들을 데리고 갔을 때, 그 여자는 도망치면서 총을 한 발 맞았었죠.” “당장 알아봐!”지아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는데,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생지옥 같은 나날들이 떠오르는 듯했다.비록 도윤이 한때 지아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결국 그 모든 고통은 누군가가 뒤에서 지아의 삶을 철저히 망가뜨린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소시월은 내 자리를 차지하고, 내가 누려야 할 가족의 사랑과 따듯함을 즐겼어. 그것도 모자라서 나를 지옥 속으로 처참히 몰아넣었다고!’지아의 분노는 억누를 수 없을 정도였다. “사모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반드시 모든 진실을 밝혀내겠습니다.” “그 여자를 감시할 사람을 찾아. 최근 움직임이 많아졌으니,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 최대한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해!”“예.”지아는 머리를 짚으며
안타깝게도 지아가 이미 진실을 알아낸 상태였기에, 장민호의 소식은 늦은 셈이었다.“지금 어디에 계세요?”지아가 급히 물었다.‘민호 씨가 이 일에 연루되었는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Z국에 있어요. 최근 소씨 가문에 많은 일이 일어나는 바람에, 이 소식을 알아내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틈을 타서 지아 씨에게 위협이 되는 소시월을 제거할 테니까요.]지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아는 처음에 장민호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자신의 의도를 눈치챘을까 봐 걱정했지만, 장민호는 아직 그녀가 Z국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했다. “죽이면 안 돼요.”[왜요? 그 여자는 지아 씨를 죽이려고 했잖아요. 그런 위험한 존재를 살려두면 지아 씨에게 더 큰 위협이 될 거예요.]지아는 핑계를 댔다.“저는 이미 몇 번이나 그 사람한테 암살당할 뻔했고, 그 소씨 가문의 여섯째 딸이라는 사람과도 만났어요. 우리는 나이도 비슷하고, 국적도 달라서 아무런 원한도 없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왜 저를 죽이려고 했겠어요?” “제 생각엔 누군가 소시월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은 단지 이용당하는 말일 뿐인 거죠. 그 사람을 죽이는 건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에요. 그 배후의 사람이 진짜 목표니까요...” 지아는 이미 체스판 위의 말이 아니라 말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장민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강인했다.[제가 도울게요.]“위험하지 않겠어요? 너무 위험하다면 하지 마세요. 저는 민호 씨가 다치는 걸 원치 않아요.” [지아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겁니다.]장민호는 마지막으로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제 속죄라고 생각해 주세요.]전화를 끊은 후에도 지아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사건이 윤곽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지만, 주변 상황은 여전히 위태로웠다. 특히 소씨 가문이 혼란스러운 지금은 지아가 신분을 밝히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었다. 소임호와 조경숙이 자기 친부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지아
병원에서 사고를 당한 시언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아는 일찍이 자신과 시후의 계획을 모두 털어놓았다. 다만, 다른 사람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시후는 그림자 속에 숨어 있었고, 시언이 대외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즉, 두 사람이 안팎에서 호응하며 움직이고 있었던 것. 게다가 소임호 또한 차근차근 사건을 조사하며, 여러 정황으로 인해 배후의 흑막이 조경선이라는 의심을 품게 되었고, 조경선을 끌어내기 위해 자신을 미끼로 삼았다. 하지만 비행기 사고 이후로 소임호와 시후의 연락이 끊겼고, 시언은 며칠 동안 마음을 졸이며 초조해했다. 그런데 조금 전, 다행히도 소임호의 행방을 알아낸 것이었다.시언은 즉시 이 소식을 지아에게 알렸다. 지아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자, 시언의 목소리를 듣고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순간적으로 수많은 말들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왜 그래, 지아야?”시언은 지아의 침묵에 걱정하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 지아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그냥...]하지만 말을 꺼내자 목소리에 눈물 섞인 떨림이 묻어나왔다.시언이 더욱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 있다면 숨기지 마. 우리는 이미 네 의형제가 됐어. 우린 가족이라고. 소씨 가문에 이런저런 일이 생겼다고 해도, 난 널 지킬 거야.”시언의 ‘지킨다’라는 말이 지아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했다.시언은 지아의 정체를 알지 못했음에도 여전히 이렇게 다정하고 따듯하게 대해주었다. 아마 이것이야말로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만이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유대일 것이었다. 하지만 지아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왜 소씨 가문 사람들은 내 존재 자체를 몰랐을까?’ 현재 지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경숙은 여섯 번째 아이를 낳은 후 과다출혈로 크게 몸이 상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고 했다.‘가족이 내 존재를 모를 리가 없는데.’ ‘게다가 시영 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남은 건 소시월 뿐이야.’‘소시
소임호는 눈앞의 광기 어린 조경선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조경선, 그동안 정말 행복했니? 그렇게 애써 계획해서 네가 얻은 건 뭐지? 지금의 이 상황을 만든 우리는 모두 패배자라고!” “틀렸어.”조경숙이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그 당시의 나는 얼굴도 망가지고, 족보에서 제명되고, 가족들에게도 내쳐졌어. 나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데, 조경숙은 왜 모든 걸 가져야 해? 시골에서 돌아온 한낱 촌뜨기가 어떻게 나를 대신할 수 있었냐고!” “그래, 난 패배자야. 하지만 너희도 내 시체 위에 서서 잘난 척할 수는 없을걸? 우리 두 쪽 다 망가지는 게 내 승리니까!” 조경선이 고개를 숙여 소임호를 살펴보며 말했다.“당신 꼴을 좀 봐. 떠돌이 개랑 다를 게 뭐야? 참 안쓰럽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야.”“곧 소씨 가문은 완전히 망가질 거야. 나는 당신을, 그리고 소씨 가문을 반드시 파멸시키고 말 거야!” “너 정말 미쳤구나.”“그래, 난 미쳤어.”“하지만 당신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이젠 내가 겪었던 고통을 당신이 똑똑히 느껴야 할 차례야. 당신도 알겠지만,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조경숙은 이제 심세호의 여자가 됐어. 정말 가슴 아프지 않아?” “참, 그건 모르지? 소씨 가문의 노친네는 이미 죽었고, 당신 아들들도 곧 당신과 함께 무덤으로 갈 거야!” “조경선, 너는 진짜 인간 말종이야!” 소임호는 극도로 분노하며 몸부림쳤고, 쇠사슬은 그의 몸부림으로 인해 요란하게 울렸다.하지만 조경선은 소임호의 턱을 잡고 비웃으며 말했다. “왜, 불만이야? 그럼 나한테 빌어봐. 그러면 그 자식들한테 고통 없는 죽음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꿈 깨.”소임호가 냉소하며 말했다.“죽어도 너한테 무릎 꿇을 일은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당신을 죽게 두지는 않을 테니까. 당신이 죽으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처참히 망가지는지 보여줄 수 없잖아. 당신 자식들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할 거고, 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조경숙은 눈이 멀어 다른 남
여자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넌 먼저 돌아가.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 당분간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있어.” “알겠어요.”시월은 갑자기 한 가지 일이 떠올라 물었다.“맞다, 아빠는 어떻게 됐어요?” 그 말을 들은 여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흥, 끝까지 고집불통인 쓰레기 같은 남자. 내가 겪은 교통을 천배, 만 배로 되돌려줄 거야!” 시월의 얼굴에 찰나의 망설임이 스쳐 지나갔다.“엄마, 이제 그만하면 안 돼요? 우리는 그동안 아빠가 가족도 잃게 하고, 집안도 망가지게 했잖아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요?” “충분? 꿈 깨! 이건 그 사람이 나한테 진 빚이라고!” 여자가 소시월의 옷깃을 꽉 잡으며 으르렁거렸다.“경고하는데, 나는 네 어미야. 네가 조금이라도 망설인다면, 나는 절대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엄마, 알겠어요, 나는 엄마의 딸이니까 당연히 엄마 편이에요.” 소시월은 여자의 손아귀에서 간신히 벗어나 두려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최근 몇 년 동안 그 여자의 정서는 점점 더 불안정해졌다.사실, 그녀의 얼굴도 치료를 통해 회복할 수 있었지만, 집착이 너무도 강한 그녀는 치료를 거부했다. “이 고통을 평생 기억하면서 나한테 상처를 준 사람한테 천 배, 만 배로 돌려줄 거야!!” 여자는 평생을 복수 계획에만 몰두하며 살았다. 하지만 소시월이 보기에, 복수를 이루더라도 그녀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을 것이었다. 소씨 가문은 지금 엉망진창이 되었기에, 소시월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소시월이 떠난 후, 여자는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지하실로 향했다. 지하실 문은 단단히 닫혀 있었는데, 여자가 자신의 지문을 입력하자, 오랫동안 닫혀 있던 문이 서서히 열렸다. 여자는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며 안으로 들어갔고, 어둡고 습한 지하실에는 손과 발이 묶인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 여자는 그를 향해 다가가며 광기 어린 집착이 서린 눈빛으로 말했다.“소임호
소지훈이 폭로한 충격적인 사실은 소씨 가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아에게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출생 비밀을 찾아 헤매던 지아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스스로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되고 말았다. 이전에 소씨 가문 사람들의 고충에 공감했던 지아는 이제 그들이 자기 혈육임을 알게 되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지아는 도윤의 품에서 천천히 미끄러졌고, 무릎을 꿇고 앉은 채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아빠, 엄마, 그리고 오빠들이...” 하지만 더욱 지아를 견딜 수 없게 한 것은 예전에 마주했던 그 시신이 자기 친언니였다는 사실이었다. ‘시영 언니는 너무도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어.’ ‘심지어 나는 그걸 전혀 몰랐고, 언니의 마지막 가는 길조차 배웅하지 못했어...’ 지아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지아야!”도윤은 지아를 안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침대에 누운 채 찡그린 표정을 한 지아를 보며 도윤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지아는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어. 그런데 간절히 바랐던 가족마저 이런 모습으로 드러나다니.’ 무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아의 곁을 지켰다.도윤은 무무를 부드럽게 달래며 말했다.“엄마는 괜찮을 거야. 그냥 과로한 상태에서 큰 충격을 받아 기절한 것뿐이거든.” 한편, 소씨 가문의 황당한 해프닝은 아직도 진행 중이었으며, 소영수의 장례식은 결국 소씨 가문 사람들의 싸움의 장이 되고 말았다. 겉으로는 소지훈이 이긴 듯 보였으나, 사실 그로 인해 소씨 가문은 체면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시월은 마음이 조급해졌고, 해가 뜨기도 전에 황급히 차를 몰아 오래된 별장으로 향했다. 건물 꼭대기에는 까마귀들이 앉아 있었다.‘까악까악’ 울음소리가 밤하늘을 배경으로 더욱 섬뜩하게 들렸다. 장미 덩굴은 낡은 담벼락 위로 기어오르며, 삭막하고 부패한 세상에 한 줄기 생기를 더하고 있었다. 새벽이 다가오자, 햇살이 어둠을 찢으며 온 세상의
시하와 시언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모두 완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는데, 도무지 이게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듯했다. 심지어 소시월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이걸... 오빠들은 알고 있었어?”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어.” 소시월은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내 계획이 성공하려던 찰나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어. 절대 다른 사람이 내 계획을 망치게 둘 순 없어!’“단지 사진 한 장으로 뭘 증명한다는 거죠? 아빠와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아빠는 비행기 사고로 시신조차 찾지 못했어요. 두 사람의 친자확인도 없이, 대체 무슨 증거를 내놓겠다는 거냐고요!” “이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했던 혈액형 검사야. 두 분은 모두 O형이야. 즉, 두 분은 O형의 자녀만 낳을 수 있다는 뜻이지. 하지만 당신들 아버지는 B형이었어. 혈액형에 돌연변이가 생길 확률이 아주 적다는 건 알고 있겠지? 과연 당신들 아버지가 그 예외일까?” 소지훈은 다시 다른 사진을 꺼냈다.“혈액형 이야기는 우선 접어두자고.”“이건 할아버지의 여러 아들들 사진이야. 우리 아버지와 삼촌, 작은삼촌은 할아버지와 60% 이상 닮았지만, 네 아버지는 전혀 닮은 점이 없어!” 지아는 소임호의 실물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대형 스크린에 비춰진 소임호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그 자리에 멍하니 굳어버렸다. 지아는 이성을 잃고 도윤의 손을 꽉 잡았다.“저 사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 “많이 본 정도가 아니라, 완전 똑같아!” 두 사람의 대화는 오직 서로만 이해할 수 있었다. 소임호가 부남진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부남진은 나이가 들어 얼굴이 많이 변했지만, 가까운 사람들은 그가 젊었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소임호는 분명히 부남진의 젊은 시절을 그대로 닮은 모습이었다. “설마...”지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자신이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진실이 이렇게 갑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시언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분노를 참지 못했는데, 그의 손이 여전히 멀쩡했다면, 지금쯤 소지훈의 뺨을 때렸을 것이었다. 시월과 심장후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아는 도윤을 바라보며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 저 사람이 한 말이 사실이야?” 도윤은 고개를 숙이고 지아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방금 들은 소식인데, 이 사진 속 사람을 한 번 봐봐.” 도윤은 핸드폰 속 사진을 열어 서른쯤의 매혹적인 여성을 지아에게 보여주었다. 지아는 그녀의 눈가에 있는 검은 점을 보자마자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 할머니잖아!” 흑백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환희의 모습이 컬러로, 게다가 훨씬 선명한 화질로 나타난 것이었다. “맞아.”지아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혹시 할머니의 행방을 알아낸 거야?” 도윤이 논쟁으로 가득 찬 현장을 보며 말했다.“아마 저 사람들이 답을 줄지도 몰라.” 소지훈의 폭로는 현장을 술렁이게 했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지훈 도련님께서 파문을 일으킬 만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당연하죠, 아무리 무례한 사람이라도 이런 자리에서 저런 말을 할 순 없으니까요!” “어머, 정말 흥미진진한데요?”시월은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오빠, 시언 오빠와 오해가 있는 건 알지만, 그런 거짓말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늘은 할아버지를 배웅해 드리는 날인데,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고요.” “할아버지? 허, 네가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거야?” “오빠, 적당히 좀 하세요! 그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웃기지도 않는다고요!” “웃기는 건 너희 같은 잡종들이지!”소지훈이 손뼉을 치며 준비된 프로젝터를 가리켰다.“여러분, 죄송합니다만, 이 자리에서 모든 이야기를 공개하고, 소씨 가문의 족보를 깨끗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죽어서도 소씨 가문에 매달리려는 사람이 없도록 말이죠!” “도대체 숨
밤이 깊어지자, Z국에서 전통적인 가족 고별 의식이 시작되었다.지아는 조용히 사람들 사이에 섞여 소씨 가문의 방대한 자손들과 그들의 복잡한 계보를 바라보았다. 소영수의 직계 자손들 외에도 그의 둘째 동생과 셋째 동생 등의 곁가지 후손들까지 합쳐져, 효성과 의리를 다하는 자식들과 손주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고별 의식은 곧 시작될 예정이었다.첫 번째로 향을 올리는 순서는 원래 장남의 몫이었지만, 장남이 사고를 당하면서 그 역할은 둘째에게 넘어갔다. 다른 자손들도 각자 자신의 향을 챙기러 움직였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시언과 시하를 대신해 시월이 나서서 향을 가지러 갔다. 하지만 소시월이 향에 손을 대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냉랭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소지훈이었다.“오늘은 가족을 위한 작별의 자리야. 미안하지만, 너는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시언이 즉각 반응했다.“소지훈, 적당히 좀 하지 그래? 여긴 할아버지의 영정이 모셔진 자리야. 할아버지께서 편히 눈감지도 못하게 할 작정이야?” ‘예전의 작은 다툼은 다 넘어갈 수 있어. 하지만 오늘처럼 외부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저렇게 무례한 말을 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시하는 상대적으로 차분해 보였지만, 그는 이 상황이 단순하지 않음을 직감했다. ‘연예계에서 단련된 소지훈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저런 말을 했을 리 없어. 뭔가 계획이 있는 게 분명해.’ 시하가 둘째 삼촌인 소상현을 바라보았다. 소상현은 아들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소명담의 시신이 발굴되었을 때, 소상현은 자기 친아들이 이토록 오래전에 죽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백발의 노인이 흑발의 자식을 보내는 고통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소상현은 소지훈의 말을 듣고도 아무 말 없이 공허한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입을 연 사람은 소상현의 부인인 오연희였다.“시언아, 너무 흥분하는 거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