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는 의대생으로서 약물치료의 부작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소지아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암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그 부작용으로 사망했는데,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그녀는 이기적으로 소지아에게 모든 것을 겪으라고 할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은 소지아의 생명을 더 재촉할 뿐이었다.김민아는 뒤에서 소지아의 허리를 껴안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그래, 같이 있어줄게.”눈물이 소지아의 잠옷을 조금씩 적셨다.“그동안 너 많이 아팠겠지? 미안해, 난 아무것도 몰랐어.”“요 며칠 많이 좋아졌어, 민아야, 고마워, 나 혼자 외롭게 떠나고 싶지 않았는데, 원래 이도윤과 함께 있고 싶었는데, 지금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아마 더 이상 아무 사이도 아닐 거야.”이도윤을 언급하자 김민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아야, 너 그의 여동생의 무덤이 다른 사람에게 마구 파괴되었다고 말했지? 게다가 어떤 사람이 네가 망치를 들고 있는 장면을 찍었고, 누군가가 고의로 너를 모함한 게 아닐까?”“백채원을 제외하고는 그럴 만한 다른 사람이 없어.”소지아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도윤이 금방 한 달 동안 그녀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이는 틀림없이 백채원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었다.“그녀인 줄 알면서도 왜 이렇게 침착한 거야!”“작년부터 지금까지 백채원은 많은 방법을 써서 나와 이도윤이 이혼하길 원했어. 솔직히 말하면 그녀의 그 수단은 너무 저질이었지. 이도윤은 이런 작은 속임수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는 매번 백채원의 편에 섰어. 처음에 나는 그들과 도리를 따지다가 나중에야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 이도윤의 사랑이 제일 중요한 거야.”김민아는 소지아가 의기소침한 것을 보고 계속 그녀의 투지를 일깨웠다.“그러나 이번엔 달라. 만약 정말 그녀가 이예린의 무덤을 파괴했다면 설사 네가 이혼하려 한다 하더라도 그녀를 못살게 해줘야지.”“민아야, 나와 이도윤 사이의 문제는 백
그러나 모든 말은 결국 간단한 한마디밖에 되지 못했다.“가자.”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전의 일을 다시 언급하지 않았고, 준비가 모두 갖추어져 있어서 두 사람은 곧 이혼신고를 마쳤다.처음부터 끝까지 소지아는 그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녀는 서명을 마친 다음 바로 몸을 돌려 가버리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도윤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앞으로 무슨 계획이지?”소지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그녀의 어깨에 떨어지자 이도윤은 바로 손을 내밀어 그녀를 위해 털어내려고 했지만, 손가락은 멍하니 허공에 멈칫했다.지금의 그는 또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건드리겠는가?그가 그녀를 놓아준 것은 단지 이 일에 철저히 종지부를 찍으려는 것이다.그 찬란한 햇빛을 보면서 이도윤은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그날 역시 이런 날씨 좋은 날이었음을 떠올렸다. 그녀는 흰 치마를 입고 입가에 아름다운 미소가 넘쳤다.“우리 다신 여기 올 일 없겠지?”“응, 평생 그럴 일 없을 거야.”“그럼 너 만약 날 배신하면 어떡해?”“그럼 넌 나 죽여. 죽은 사람은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 그때 자신의 진지한 표정은 그녀를 놀라게 했다.그가 그 말을 한지 겨우 3년밖에 지나지 않았다.소지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도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눈밭을 걸었다.그녀는 이별할 때 그렇게 너무 못난 모습 보이지 말라고 자신에게 거듭 말했다.오늘이 영원한 이별일지도 모르니, 그녀는 지금부터 이 남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몇 걸음 가자마자 뒤에서 백채원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윤 씨, 마침내 소원 이루어진 것을 축하해요.”소원이 이루어져?소지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하긴, 자신이 일 년 동안 꽉 잡고 놓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진작에 자신의 아이가 죽은 지 7일째 되는 날에 이혼했을 것이다.이도윤이 대답하지 않자 백채원은
이혼 후의 생활은 소지아가 상상했던 것처럼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김민아는 그녀와 함께 집에서 며칠 쉬었고, 하루 세끼 밥을 챙겨 먹으며 몸을 보살폈다. 그리하여 소지아의 안색도 눈에 띄게 점차 회복되었다.약물치료가 그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점점 적어지고 있었다. 비록 예전의 상태로 회복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걸핏하면 쓰러지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팔뚝의 상처는 다시 딱지가 앉았고 요즘 그녀의 머리카락도 그렇게 심하게 빠지지 않아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김민아도 진심으로 그녀를 위해 기뻐했다. 요 며칠간 그녀는 자신과 함께 잤고 더는 아기 침대에 웅크리지 않았다. 김민아는 소지아가 천천히 걸어나올 것이라고 믿었다.그녀의 몸이 잘 회복된 것을 보고 김민아는 제안했다.“반장이 동창회를 조직했는데, 어차피 별일도 없으니까 우리 같이 가자.“난...”소지아가 거절하려고 하자 김민아는 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우리의 동창들 대부분 사업이 성사되었는데, 너도 좀 더 좋은 내과 의사를 찾고 싶지 않아? 동창들 중 누군가가 마침 이 방면의 인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잖아.”“게다가 너는 매일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더욱 시간을 집에 낭비해서는 안 되지. 나가서 사람들 만나보는 것도 좋아.”소지아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나타난 것을 보고 김민아는 즉시 소지아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 소지아는 재벌2세였을 뿐만 아니라 교수님조차 아끼는 전도유망한 좋은 학생이었다.지금의 그녀는 예전의 학우들과 비교하면, 정말 초라했다. 소씨 집안은 파산했고, 학업도 마치지 못하고 휴학했다.“넌 낯가죽이 너무 얇아. 내가 의대생이란 이름 버리고 매일 건물을 팔아 매출 1위의 직원이 됐는데도 하나도 창피하지 않은걸. 근데 넌 뭘 무서워하는 거야? 어쨌든 너도 2000억 가진 부자잖아, 아, 아니다, 그 남자 너에게 회사 주식까지 줬지?”이혼 합의서에는 많은 조항이 있었는데, 경제면에서 이도윤은 확실히 통이 컸다. 비록 그의 절반의
슬픈 분위기가 다시 엄습하자 김민아는 노발대발했다.“그럼 죽은 사람은 왜 백채원 그 년이 아닌 거지?“운명이야 다 그렇지. 아마도 내 아기가 나를 너무 그리워서 그런 것일지도. 너무 슬퍼하지 마. 내가 먼저 간다고 생각하고, 너는 조급해하지 말고 뒤에서 천천히 와.”소지아는 지금의 분위기를 깨기 위해 농담을 했다.“내가 죽으면 너도 자주 묘지에 와서 나랑 같이 있어줘. 미리 투자한다고 생각해. 내가 네 꿈에 나타나서 로또 당첨 번호 같은 거 알려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네가 죽으면 나한테 그 많은 돈 다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알려줘. 이렇게 생각하면 훨씬 낫지 않니?”김민아는 눈물을 흘리다 웃었다.“그럼 내가 너에게 아주 좋은 묘지 하나 찾아 주어야겠군. 네 후손들을 보살피려면... 참, 너 아이가 없다는 것을 깜박했네. 그렇지 않으면 너 몇 년 더 살아. 내가 아이를 낳으면 너 양자로 삼으면 되니까.”소지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좋아.”저녁의 동창회에 소지아는 모처럼 꼼꼼하게 치장했다. 단발머리인 그녀는 예전의 앳된 모습을 벗고 웃지 않을 때는 마치 하얀 장미처럼 요염하고 고급스러웠다.김민아의 말을 빌리자면, 그녀는 말을 하지 않고 여기에 서 있으면 무척 아름다운 예술품처럼 보였다.호텔로 가는 길에 김민아가 물었다.“지아야,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야? 세계 일주 여행 갈래? 어차피 지금 우리는 시간도 부족하지 않고 돈도 부족하지 않잖아.”소지아는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차창 밖으로 쏜살같이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마음은 평온했다.“나는 자선기금회를 하나 설립하고 싶어. 이 세상에는 아직도 나와 마찬가지로 불치병에 빠진 환자들이 많잖아. 그리고 산간지대의 학교에 다닐 방법이 없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고.”김민아는 말을 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는 슬프기만 했다. 거액을 가진 소지아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지만 유독 자신을 구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불행을 다른 사람에게 탓하지 않고 오히려 낯선 사람에게 앞길
오랜만에 열린 동창회는 유난히 떠들썩했다.김민아는 그야말로 퀸카였다. 놀라운 말재간으로 그녀는 누구와도 얘기를 나누었고 오히려 소지아의 출현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적지 않은 동창들은 다가가서 그녀를 에워싸고 물었다.“지아야, 너 결혼했다며? 정말 섭섭해. 결혼식에 우리들 초대하지 않고, 우리가 창피했던 거야?소지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또 다른 귀를 찌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창피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 본인 스스로가 창피하다고 생각한 거겠지. 소씨 집안이 파산했기에 숨어서 사람을 만나러 나올 엄두조차도 내지 못한 거 아니야?”말을 하는 사람은 바로 예전에 소지아의 라이벌, 여금청이었다. 그때 여씨 집안은 소씨 집안보다 못하였고, 여금청은 공부 또한 만년 전교 2등이었다.그녀도 재벌 집 아가씨였지만 소지아가 있는 곳이라면 그녀는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전부 소지아의 탓이라 생각했다.지금 소씨 집안은 파산했고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소지아가 다시 나타났으니, 여금청은 자연히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소지아에게 실컷 비난하려 했다.그때 반장 양기범이 얼른 나와서 말했다.“금청아, 그렇게 말하지 마. 누가 일이 그렇게 될 줄 알았겠어. 그리고 남의 상처를 들춰내려 하지 마. 모두들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흥을 깨는 일은 언급하지 말자.여금청은 눈을 부라렸지만 그래도 양기범을 약간 존경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 이 화제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지 않았다.“그래, 그럼 나도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어. 하지만 너 사람 낯가죽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니? 요 몇 년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가 돈 냄새 맡고 온 거 좀 봐.“무슨 돈 냄새? 오늘 동창회 아니야?” 소지아는 망연했다.“너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 연기하는 거야? 오늘 우리들은 모두 애원 병원이라는 프로젝트를 위해 왔는데?”소지아는 문득 자신이 1년 넘게 엉망진창으로 살아서 바깥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그때 소지아는 아직 임신 중이었고, 그와 관계가 날로 나빠졌으니 그는 아마 이런 작은 일에 신경 쓰지 않아서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소지아는 웃었다.“받았어.”“요 2년 동안 네 소식이 없던데, 넌 어디서 연수를 했어? 소씨 집안의 일은 나도 좀 들어서 알고는 있어, 모두 동창들이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지아 네가 우리 병원으로 초대할 수 있다면 너무 영광일 거야.”다른 사람들 눈에 그녀는 여전히 우수한 천재였다. 이 몇 년간의 생활을 회상하니, 소지아는 자기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었다.“미안하지만, 나는 아직 그럴 계획이 없어. 오늘 이런 자리는 나와 그다지 어울리지도 않고. 나...”여금청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하긴, 너 시집갔다고 들었는데, 설마 요 몇 년 동안 줄곧 집에서 가정주부로 일했던 건 아니겠지? 이런 자리는 확실히 너와 어울리지 않지. 이따 괜히 귀한 손님 놀라게 하지 말고.”양기범은 다시 그녀를 한 번 바라보았다. 여씨 집안은 지금 양씨 집안에 의지해야 했기에 여금청도 너무 날뛰지 못했다. 그리고 양기범의 교양은 그로 하여금 모든 사람을 각별히 돌보게 했다.“괜찮아, 오랫동안 모이지 못했잖아. 우리는 모두 같은 의대생이니 앞으로 함께 협력해야 할지도 모르지. 오늘 우리 반 친구들 말고도 대단한 의사들을 초대했으니 지아 너도 불편할 필요 없어. 인맥을 넓히는 셈 쳐도 돼.”양기범에게 이렇게 위로를 받자 소지아는 가고 싶어도 떠날 수 없었다. 기타 동창들도 그녀에 대해 악의가 없었기에 그렇게 삼삼오오 소지아를 끌고 한담을 나누었다.소지아는 그들을 보며 전에 자신이 제멋대로 행동했던 대학 생활을 떠올렸다. 그녀도 그들처럼 의료분야에서 당당하게 이야기했으며 엄청난 자신감을 가졌다.그러다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손바닥의 문양을 바라보니, 그녀는 언제부터 이렇게 설설 기고 생기가 없어졌을까?결혼은 그녀에게 상처를 준 것 외에 또 무엇을 가져다줬지?모두들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소지아는 갑자기 하나의
공교롭게도 그들은 또 이렇게 만났다.소지아도 자신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매번 낭패를 볼 때마다 그와 마주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양씨 집안과 백씨 집안은 오랜 친구였기에, 이번에도 백씨 집안이 양씨 집안을 끌어들여 주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양기범은 특별히 백씨 집안에게 인재를 추천해 주었기에 오늘 이 모임이 생긴 것이다.이도윤이 백채원을 동반하여 오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도윤의 출현은 그들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었고 모두들 가장 빨리 그를 맞이했다.양기범은 필경 신사로서 소지아를 저버리지 않았고 인내심을 가지고 그녀에게 휴지를 건네주었는데 당황한 사이 두 사람의 손가락이 부딪쳤다.방안의 난방은 아주 따뜻했고, 소지아는 흰색의 니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분명히 일부러 몸매를 과시하지 않았지만, 니트는 소지아의 영롱하고 호리호리한 몸매를 막을 수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살짝 구부리고 가늘고 하얀 목을 드러내 유난히 사람들의 동정을 샀다.이도윤은 그때 그녀의 목에 이미 흔적이 없어진 것을 보았다. 마치 사랑처럼 언젠가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그녀의 흔적도 철저히 사라질 것이다.그러나 양기범이 그녀의 손목을 잡는 순간, 이도윤은 자신이 상상했던 것만큼 소탈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검은 눈동자는 양기범의 손에 고정되었다.양기범은 한기가 자신을 향해 엄습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는데, 마침 여금청이 다가가 이도윤과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마음속으로 자신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그는 대범하게 인사했다.“이 대표님이 직접 오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정말 행운이군요. 채원 누나, 이분이 바로 내가 전에 언급했던 우리 학원의 천재 소녀 소지아라고 하는데, 지아야, 이분은 이 대표님이고, 이분은 이 대표님의...”소지아는 연약함을 싹 감추고 몸에 한기를 띠었다.“알아, 이 대표님의 약혼녀.”정말 가소롭다. 그녀는 원래 자신과 이도윤이 더 이상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
비록 김민아도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방금 이도윤의 반응을 보면, 그는 분명히 백채원을 편애했다.한 감정에서 사랑받지 않는 사람이 바로 패자였다. 그의 말이 소지아의 마음을 쿡쿡 찔렀지만, 소지아는 지금 조금의 상처도 받을 수 없었다.전에는 도망치려던 소지아는 이번에 떠나려 하지 않고 담담하게 김민아에게 말했다.“너 다른 치마 하나 더 있지? 나 옷 갈아입게 같이 좀 가자. 연회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 지금 퇴장하면 너무 예의가 없지.”김민아는 좀 의외라고 느꼈다. 소지아가 뜻밖에도 정신을 차렸다니!화장실에 가면서 김민아는 여전히 중얼거렸다.“이도윤 그 거지 같은 놈 왜 이렇게 뻔뻔해? 내가 정말 그 자식의 코를 납작하게 해줬어야 했는데. 너무 쓰레기야!”소지아는 어쩔 수 없이 웃었다.“너도 참.”“지아야, 너 정말 계속 남아서 그와 그 여우 하하 호호 ‘헤헤’ 하는 거 보려고? 결국 네 마음속에 이도윤이 아직 남아 있다면 괴로운 건 너야.”“네가 말했잖아,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한다고. 게다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이도윤인데, 내가 왜 숨어야 해?”소지아는 김민아가 건네준 옷을 받고 드레싱 룸으로 갔다.“네 말이 맞아. 하루라도 더 살아있는 한, 나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하지.”그녀는 김민아가 준비한 원피스가 이렇게 빨갛고 노출될 줄은 몰랐다. 이는 그녀의 섹시한 몸매를 전부 드러냈다.김민아는 그녀를 보고 침을 삼켰다.“이야, 나는 C컵과 A컵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네. 이 옷은 네가 입어야 해!”그녀는 소지아를 위해 빨간색 립스틱을 발라주었다. 이 옷을 다른 사람이 입는다면 아마 클럽의 마담처럼 보이지만 오직 소지아의 기질만이 이 옷과 딱 들어맞아 마치 그녀를 위해 만든 것과 같았다.“가자.”소지아는 하이힐을 신고 들어갔고, 단발머리를 한 그녀는 더욱 세련되고 멋있어 보였다.그녀가 입장할 때, 전 테이블의 사람들의 눈빛은 모두 그녀에게 떨어졌고, 여금청은 또 질투의 콧방귀를 뀌었다.“저렇게까지 차려고 입다
조경숙이 갑자기 납치되면서 소씨 가문의 안팎은 큰 혼란에 빠졌다. 심지어 병상에 누워 있던 시언조차 몸을 일으키려 애썼으니 말이다. 시후는 곧장 소명담의 본가로 향했다.‘사람은 도망칠 수 있어도 근거지는 숨길 수 없는 법이지.’ 하지만 소명담을 잡기도 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한편, 지아는 무무의 머리를 땋고 있었는데, 아이의 머릿결은 매끄럽고 윤기가 흘러, 까만 머리카락이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도윤은 모녀의 곁에서 작은 수납 상자를 들고 서 있었고, 상자 안에는 아이들의 머리끈과 머리핀들이 가득했다. 도윤이 초록색 리본 모양의 머리핀을 건넸다.“이걸로 하자. 초록색이 예쁘잖아.” 지아는 그것을 받아 무무의 머리를 묶어주었고,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우리 딸, 정말 예쁘다.”무무의 초록색 눈동자에 웃음기가 만연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한 손으로 지아를, 다른 손으로 도윤을 잡고 아주 행복해했다. 바로 이때, 진봉이 급히 들어왔다.“사모님, 나쁜 소식입니다!” 지아는 대충 짐작이 갔다.“소명담이 도망친 거야?” 이는 지아도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소명담이 그렇게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일을 소씨 가문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니요, 죽었습니다.”지아가 빗을 들고 있던 손을 멈추며 물었다.“뭐라고? 죽었다고?” 이것은 지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말도 안 돼!’“그게 말이 돼? 설마... 그 사람 뒤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걸까?” 지아는 과거 자신과 대면했던 소명담을 떠올렸다.‘그 사람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어.’‘그런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고?’ 그때 진환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제가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진봉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 같네요.”“소명담은 죽은 게 맞습니다만, 죽은 지는 이미 수년이 지났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본 소명담은 누군가가 변장했던 거야?” 지
아무도 소시월의 입가에 떠오른 희미한 미소를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옆에서 조용히 관찰하던 지아는 시월의 표정을 정확히 포착했다. 시월은 마치 자기 행동을 들킨 것처럼 고개를 돌려 지아와 눈을 마주쳤다. 곧이어 시월은 다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소 선생님, 왜 그러세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지아가 침착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아가씨께서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한 번 더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시월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지아의 팔을 살며시 잡았다.“소 선생님, 오랫동안 고생하셨으니 잠시 옆 방에서 쉬는 게 어떠세요? 여긴 우리가 지키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지아는 은근히 자기 손목을 향하는 시월의 시선을 감지했다.그 손목은 몇 년 전 도윤의 총에 맞았던 곳이었다. “아가씨, 왜 그러세요?” “피부가 정말 하얗고 매끄러우시네요. 정말 부러워요. 평소엔 어떻게 관리하세요?” 지아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사모님께서 갑자기 사라지셨는데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으시네요? 평소에 가족에게 효심이 지극하신 분이, 왜 이런 일엔 관심이 적으신 거죠?” 지아의 말은 정확히 급소를 찔렀고, 시월은 당황한 듯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소씨 가문에 이렇게 많은 일이 연달아 터지는데, 제가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저 지금은 제가 조급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래서 오빠들을 도와 손님들을 챙기려 했던 거라고요.”“그런데 소 선생님께서 갑자기 저를 의심하는 듯한 질문을 하시니까 조금 속상하네요.” 두 사람은 몇 번의 수를 주고받았지만, 어느 쪽도 명확한 단서를 잡지 못했다.시월은 지아의 정체를 의심했다. 그녀는 지아의 손목에 총상 흉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눈앞의 지아는 매끈한 손목을 가지고 있었으며 전혀 총알 자국이 없었다. 지아 역시 시월에게서 의심스러운 점을 느꼈다.하지만 모든 증거가 소명담을 가리키고 있었고, 시월과는 아무런 관련이
“세라야,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줘.”시하가 부드럽게 설득했다. 시하와 강세라의 대화는 다른 방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하 오빠의 미남계가 통한 모양이네요.” 시후는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분노했다.“역시 그 자식일 줄 알았어! 망할 자식 같으니라고!” 지아는 마음 한편이 실망스러웠다. 지아는 모든 일이 시월과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 순간, 양지운이 검사 결과를 들고 들어왔다. “소 선생님, 사모님께서 사용하시는 화장품과 약물을 검사했는데, 매일 사용하시는 안약에서 추가적인 약물이 발견됐습니다. 그 약물은 정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시력을 저하시켜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나쁜 새X!” 시후가 분노하며 벌떡 일어섰다.“드디어 증거를 잡았어! 양 비서, 당장 그 자식을 붙잡아! 우리 소씨 가문을 이렇게 망쳐놓다니, 여태까지의 모든 대가를 치르게 해주자고!”“예!”시하가 시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형, 너무 화내지 마. 화내다 몸 상하면 안 되잖아. 이제 그 능구렁이를 잡았으니, 나도 안심이야.”지아는 옆에서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았다.“지아야, 왜 아직도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 모든 게 네 계획대로 되고 있잖아. 혹시 뭔가 잘못된 거라도 있어?” 지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모든 게 계획대로라는 게 오히려 마음에 걸려요. 너무 순조롭잖아요.” “순조로운 게 어때서?” “그냥 좀 불안해요. 물론 제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요.”“이제 원인을 찾았으니, 사모님께선 약물을 끊은 후에 제대로 진찰받고 휴식까지 취하시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거예요.” “좋아, 나는 이 좋은 소식을 시언이한테 알려야겠어. 마음 놓고 푹 쉴 수 있도록 말이야.”“저도 같이 갈게요.” 지아는 곧 동이 트려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모든 일이 해결되었으니, 남은 일은 소 선생님께 맡기면 될 거야.’ 하지만 그때 불길한 소식이 전해질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양지운이 급히
강세라의 얼굴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안 돼요, 절대 안 돼요.” “왜 안 된다는 거야? 네가 걱정하는 게 뭔지 말해줘. 내가 전부 해결해 줄게.” 시하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때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우리에겐 아마 아이도 있었을 거야. 네가 그랬잖아, 너 닮은 아들이랑 나 닮은 딸 하나씩 낳고 오순도순 살자고. 세라야, 시간을 더 낭비하려는 건 아니지?” 강세라가 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이미 큰 금기를 어겼어. 나는 한낱 바둑돌일 뿐인데, 바둑돌은 임무 대상에게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되는 법이잖아. 하지만 나는 이제 시하 씨의 따스함을 외면할 수가 없어.’ 강세라는 이미 시하를 해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수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단 하루도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으며, 시하에 대한 사랑 또한 포기할 수 없었다.“세라야, 두려워하지 마. 네 배후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반드시 널 지켜줄 거야.” 강세라는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어 말했다.“하지만 내 가족이 아직 그 사람들의 손에 있어요. 내가 입을 열면, 내 가족들이 죽을 거라고요! 내 조카는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에요. 이제야 인생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강세라는 얼굴을 가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가족이 위협받는 바람에, 나는 그동안 당신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원망스럽다면 내 목숨을 가져가도 좋아요. 나는 절대로 말할 수가 없으니까요.”“세라야, 소 선생님을 암살하려던 건 이미 실패했어. 우리가 너를 잡았다는 소식도 벌써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아. 네가 말하지 않아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거야.” 강세라는 그제야 눈을 크게 떴고, 시하의 손목을 꽉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시하 씨, 나는...” “지금은 나를 믿어야 해. 나만이 진심으로 너를 도우려는 사람이니까. 가족이 걱정되는 거라면 안심해도 돼. 나는 이미 삼 일 전부터 네 가족들의 행방을 알아냈고, 사람을 보내 보호하고 있었어. 믿기 어렵다면 지금 바로 전화해서 확인해
직접 마주한 이 순간, 지아의 말이 진실임이 입증되었다. 처음부터 강세라가 그에게 접근한 이유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시하가 강세라의 입에 물린 천을 제거하자, 강세라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며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미안해요.”강세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속였어요.” 시하는 강세라를 와락 끌어안았다.“세라야,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네가 살아 있다니 정말 다행이야.” 강세라는 시하가 진실을 알게 된 후 분노할 줄 알았지만, 그는 그녀를 꼭 안으며 뜨거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시하 씨, 당신을 속였는데도 날 원망하지 않는 거예요?” “원망해,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어? 하지만 네가 살아 있는 것에 비하면 그까짓 건 아무것도 아니야. 너도 알지? 난 수년 동안 밤낮으로 신께 기도했어. 왜 죽은 사람이 내가 아니고 너였어야 했냐고. 너만 살아 있다면 나는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다고.” 시하는 곧장 강세라의 손발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강세라는 아직도 자신이 꿈을 꾸는 것 같았다.“그럼 소 선생님과는...” “소 선생님은 네가 살아 있다는 걸 내게 알려준 사람이야. 그때의 나는 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기회가 없어서 소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 이런 연극을 꾸몄던 거야.”“세라야, 내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랑한 사람은 오직 너뿐이야. 내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 없었어.” 세라의 몸을 묶고 있던 줄이 모두 풀리자, 두 사람은 재회한 기쁨에 망설임 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알아요, 그동안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미안해요, 시하 씨, 내가 당신을 이렇게 만든 거예요.” “세라야, 다시 나한테 돌아와 줄래? 난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어.” “나는...”강세라는 머뭇거리며 지난날 자신이 저질렀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시하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받아들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리를 다쳐서 싫어진 거야?” “아니에요!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강세라가 시하의
“도윤 씨, 당신이랑 함께 떠날게. 하지만 강세라의 일을 마무리할 시간을 줘. 그 여자의 일이 끝나는 대로 떠나자, 응? 그리고 사모님의 눈 치료도 약속했단 말이야. 더 지체되면 사모님은 정말 시력을 잃게 될지도 몰라.” “지아야, 네가 의술에 뛰어난 건 알겠지만, 세상에는 너만큼 뛰어난 의사도 많아. 내가 두려운 건 네가 더 깊이 관여하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거야... 여긴 A시가 아니야. 일이 더 크게 번지면 나도 널 지킬 수 없을지도 몰라.” 지아는 도윤의 단호한 결심을 느끼고 간절히 부탁했다.“3일, 3일만 더 있으면 안 될까?” 도윤은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딱 3일이야. 3일 후에는 나랑 집으로 가야 해, 알았지?”두 사람은 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 지아에겐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강세라는 그들 뒤에 숨어 있는 진범을 잡을 중요한 열쇠였다. ‘강세라가 모든 걸 털어놓기만 하면, 삼 일도 걸리지 않아 모든 미스터리가 풀릴 거야.’ 지아는 이 소식을 소씨 가문 사람들에게 알렸고, 소식을 접한 시후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잡았어? 나도 곧 갈게.][맞다, 지아야, 네가 말한 대로 어머니께서 최근에 사용하신 약과 화장품 샘플을 검사에 맡겼어. 곧 결과가 나올 거야.]“좋아요.”지아는 이 소식을 시하에게도 전하며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시하는 멍한 표정을 지었는데, 이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진 듯했다. 시하는 수년 동안 강세라의 죽음에 얽매여 살아왔다. 이전에 지아가 강세라가 살아있을 가능성과 그 의도를 추측했을 때도, 그것은 단지 말뿐인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강세라가 실제로 잡혔다는 사실 앞에서, 시하의 마음은 복잡해졌다.강세라가 단순히 죽음에서 돌아온 것이라면 시하는 기뻤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증거는 강세라가 소씨 가문을 공격하는 계획에 가담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강세라를 향한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시하는 그녀를
뒤돌아보지 않아도, 지아는 자신을 향한 차가운 한 줄기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저도 오래 기다렸답니다.”지아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키가 조금 작은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록 그 사람은 철저히 변장한 상태였으나, 지아는 단번에 그 사람의 눈을 알아보았다.“강세라!”지아가 자신의 이름을 바로 부르는 것을 보고, 상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어떻게...” 지아를 위해 준비한 함정이 결국 자신을 묶는 족쇄가 되었음을 느낀 강세라는 자신의 목적을 되새기며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했다. 탕!총성이 울리자 강세라의 손목에 총알이 박혔고, 강세라가 들고 있던 총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골목 입구에는 훈련받은 사람들이 가득 서 있었고, 강세라는 손목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것도 개의치 않고 소리쳤다.“저 X을 죽여!!” 모든 상황은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졌다. 강세라의 부하들이 행동하기도 전에, 골목 입구 2층에서 몇 명이 뛰어내려 잽싸게 강세라의 부하들을 제압해 버렸으니 말이다. 혼란을 틈타 지아를 향해 총을 쏘려던 한 사람은 뒤에서 덮친 누군가의 일격으로 즉시 쓰러지기도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강세라가 데려온 여섯 명은 모두 능숙한 사람들에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강세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총을 쏜 사람을 바라보았다. 골목 입구에 서 있는 그는 키가 컸으나, 역광으로 인해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그의 차가운 시선은 강세라의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남자는 느릿느릿 걸어왔고, 말 한마디 없이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를 본 지아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여긴 왜 왔어?” 도윤이 지아 옆에 서더니 자연스레 그녀를 품에 안았다. 도윤은 먼 길을 고생하며 달려왔고, 전날 밤 한숨도 자지 못해 목소리가 다소 쉰 듯했다. “더 늦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 다정한 두 사람을 본 강세라는 욕설을 퍼부었다.“이 더러운 X아! 감시 시하 씨를 두고 다른 남자와 놀아나?! 난 이미 네 속셈을 알고 있었
지아는 자연스레 시하의 목을 끌어안으며 목소리를 약간 높였다.“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둘째 도련님은 꼭 나아질 거예요. 오빠의 몸까지 망가뜨리면 안 된다고요.” 시하는 지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깊은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내 곁에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을 거야.” 지아는 얌전히 시하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고, 두 사람은 연인처럼 낮게 속삭였다. 지아는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자,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가봐야겠어요. 맞다, 아직 아무것도 못 먹었죠? 뭐 좀 사 올 테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사람만 무사하면 다 잘될 거예요.” “그런 일은 경호원이 하면 돼.” “어차피 병원에선 제가 도울 일이 별로 없잖아요. 오빠의 입맛은 제가 더 잘 아니까 제가 다녀올게요.” 이 말을 끝으로 지아는 시하의 무릎에서 일어났다. 지아는 병원을 떠나는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따라나서는 기척을 느꼈다. 한편, 눈빛이 변한 시하가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어. 따라가서 소 선생님을 보호해!” 병원에는 환자와 가족들이 많아 함부로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경호원들은 지아를 따라나섰다. 지아는 고의로 시간을 끌며 강세라라는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 며칠 강세라는 질투심에 미쳐가고 있었을 것이었다. 간신히 기회를 찾아 행동에 나섰는데 강세라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지아는 근처 야시장으로 향했다. 신호등의 초록불이 켜지고 막 건너려던 순간, 멈춰 서 있던 차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지아를 향해 돌진했다.불빛도 경적도 없는, 뒤에서 덮치는 호랑이와 같은 기습 공격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할 때는 이미 차가 지아에게 근접한 상태였다. 다행히 지아는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에 차가 다가오기 전에 한 걸음 물러설 수 있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운이 좋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인도는 비명으로 가득 찼다. 어떤 사람은 가까스로 달아났고, 어떤 사람은
시언은 지아가 왜 시월의 반응을 묻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월이를 두고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월이를 제 품에 안은 거죠. 이게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겁니까?” 지아는 차마 시언에게 냉혹한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아직은 증거를 모아야 해’ ‘이 사람들은 소시월을 너무도 아끼는 사람들이라, 늘 눈에 장밋빛 필터를 쓰고 있어.’ “아니요, 도련님은 정말 훌륭한 오빠였습니다. 저는 단지 당시 상황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그러니 조금만 진정해 보세요. 제가 시하 오빠의 다리를 고쳤듯이, 도련님의 손을 고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정말입니까?”“제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럼 시하의 다리가 이미 치료되었는데, 왜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거죠?” 지아가 시언의 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소씨 가문을 무너뜨리려는 검은 손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 말인즉슨...”지아는 그제야 모든 계획을 시언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시언 도련님.”“그동안 도련님도 제 의심의 대상 중 한 명이였기 때문에 말씀드리지 않았던 거예요. 이런 곤경을 겪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시언은 잠시 멍하니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모든 것을 서서히 받아들였다.그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했다. 디자인에 몰두하던 사람이 오늘 병상에 누워서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계획에 끌어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큰형이 계속 많은 경호원을 대동하라고 했던 거군요. 저는 그저 형의 과민 반응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형은... 제가 정말로 사고를 당할까 봐 두려웠던 거였어요. 이제야 알겠습니다. 소 선생님, 그 사람은 대체 누굴까요?” “처음에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오늘 일로 약간의 실마리를 잡았어요.”“도련님, 제가 이 비밀을 말하는 이유는 도련님께서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소씨 가문은 지금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