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채원은 신속하게 다른 한 화물차로 옮겨졌고, 차에는 구급차에 비견될 정도로 전문적인 의료 용구와 의사가 갖추어져 있었다.차에 오르자마자 누군가가 백채원의 상처를 처리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산소마스크를 쓴 채 숨을 크게 쉬고 있었다.백채원의 의식은 아직 깨어나지 않아 눈에 초점이 없었고, 그녀는 몇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처리하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피를 엄청 많이 흘렸으니 이번엔 정말 죽겠지.’백채원의 머릿속에는 많은 화면이 떠올랐고, 마지막에는 변진희의 피투성이가 된 모습과 그녀가 지아를 배에서 밀어낸 장면에서 멈췄다.백채원은 마치 온 하늘에 눈송이가 흩날리며 바닷바람을 휩쓸고 정면으로 불어오는 것을 다시 본 것 같았다.그날의 바닷물은 매우 차가웠고, 지아는 이로 인해 그녀의 아이를 잃었다.‘이것이 바로 내가 남을 해쳐서 받는 벌이야.’‘근데 난 왜 그랬을까?’차는 어디론가 향해 질주했고, 백채원은 다른 사람에 의해 밀려 내려왔다.처음부터 끝까지 백채원은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그 사람을 만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단지 자신에게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백채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름답고 큰 장미꽃이었다. 그리고 그 여자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두 다리를 꼬자 섹시한 긴 다리가 드러났다.피부는 새하얀 데다 몸매는 가늘고 아름다웠다.얼굴에 더욱 정교한 화장을 한 그녀는 백채원을 나른하게 바라보았다.백채원은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입술을 가볍게 떨고 있었는데, 내뿜은 숨은 하얀 안개처럼 마스크에 번져 가벼운 소리를 냈다.여자는 일어서서 아름다운 몸짓을 움직이며 백채원을 향해 다가갔다. 피투성이가 된 백채원을 보며 그녀는 마음이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백채원은 그 여자의 손목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자신의 손에 힘이 하나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여자의 입가에 매혹적인 미소가 나타났다.“그 교통사고, 내가 계획한 것이냐고 묻고 싶은 거지?”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그 손가락은
카페.소지아는 아주 일찍 도착했다. 소시후의 신분을 알게 된 후, 그녀는 다소 긴장했다. 소씨 집안은 파산하기 전에 A시에서 겨우 2등급 수준의 그룹이었다.그리고 상대방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대기업인데다, 평소에 접견하는 사람들은 고급 정부 요인이나 업계 거물이었다.소시후가 문을 밀고 들어오자 지아는 바삐 일어섰는데, 잔뜩 긴장을 보였다.“안녕하세요.”앞서 두 번 만났을 때, 지아는 항상 급해했다. 생김새 때문인지 소시후는 오히려 그녀에게 친근감을 느꼈다.“그렇게 긴장할 필요가 없으니 얼른 앉아요.”두 사람이 마주 앉자, 지아는 두 손을 맞잡고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미안해요, 대표님, 내가 부탁할 일이 있어서 그래요.”“부탁은 무슨. 당신은 내 생명의 은인이니 어떤 도움이 필요하든지 입만 열면 돼요.”소시후도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니, 그는 진심으로 지아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돈을 주며 그녀를 보냈을 것이다.“시간이 급하니 나도 말을 빙빙 돌리지 않겠어요. 대표님, 독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요.”방금 레몬물을 두 모금 마신 소시후는 담담하게 컵을 내려놓았고 안색은 여전히 평온했다.“아, 일반인보다 좀 더 많이 알고 있죠. 지아 씨는 내가 무엇을 하면 되는지 솔직히 말하면 돼요. 내가 할 수 있는 한,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얼마 전에 난 독충의 사람에게 납치되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어요. 그들 중 한 명은 여러 차례 나에게 손을 대려고 했고요. 그러나 현재 우리 엄마는 백혈병에 걸렸고, 아직 적합한 골수를 찾지 못했어요. 그녀는 원래 말기가 아니었는데, 오늘 아침 병세가 갑자기 심해졌고, 의사는 이미 위독 통지서를 내렸어요.”지아는 아주 빨리 말했고 겨우 세 번 만난 이 낯선 사람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난 독충이 그녀에게 손을 댔다고 의심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녀는 갑자기 발병하기 시작했고요. 지금 나의 계부는 엄마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독충의 사람을
소시후는 다시 룸으로 돌아왔고,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 이미 사람 시켜 지아 씨의 부탁을 처리하라고 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남자는 많이 아파보였지만, 웃으면 왼쪽 볼에 작은 보조개가 하나 있어 그를 많이 부드럽게 만들었다.“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대표님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무엇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는 거죠? 또 지난번처럼 쓰러지면 어떡하려고요.”“고질병이라 이미 습관됐어요.”종업원이 음식을 들고 오자 지아는 그를 향해 웃었다.“마음대로 주문했는데 대표님의 입맛에 맞는지 모르겠네요.”소시후가 줄곧 부드러움을 유지했기 때문인지 지아도 처음처럼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다.식사하는 동안, 지아는 놀랍게도 자신이 소시후의 입맛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두 사람도 점차 친근해졌다.처음부터 끝까지 소시후는 온화한 눈빛으로 지아를 보았다.“지아 씨를 보면 내 여동생이 생각나는군. 그녀도 너보다 그리 크진 않거든.”“그럼 여동생이란 분은 아주 예쁘겠네요.”여동생을 언급하자, 소시후의 눈빛이 밝아졌다.“음, 아주 예쁘지. 그녀는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의 귀염둥이였고 아주 응석받이로 자랐는데, 지금은…….”여기까지 말하자 소시후의 눈빛은 갑자기 어두워졌고, 지아는 얼른 물었다.“무슨 일 생겼어요?”“그 녀석이 실종됐어. 내가 이번에 온 것도 그녀를 찾기 위해서고. 최근에 알아낸 소식은 그녀가 입국했다는 거야.”“그럼 아직도 A 시에 있는 건가요?”“그런 잘 모르겠어. 그녀가 확실히 A시에 왔다는 것만 단정할 수밖에 없어서. 아마도 우리에게 발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종적을 감췄을 거야. 내가 이쪽에 와도 미처 그녀의 행방을 찾지 못했으니까.”“어쩐지 그날 길가에 쓰러지셨더라니, 동생분을 찾기 위해서였군요?”소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그는 휴대전화에서 사진 한 장을 찾았다.“이게 바로 내 여동생이야. 난 조만간 A시를 떠날 건데, 만약 뭐라도 발견
지아는 소씨 가문이 율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상상할 수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씨 집안의 재력에 경탄했다.‘수천 억을 들고 도망을 갔다고?’“그럼 당신들과 연락한 적은 없나요?”“응, 그녀는 떠나기 전에 모든 가족을 차단했어. 그래서 우리는 그녀와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고.”“그럼 돈은요? 그녀는 돈을 써야하지 않겠어요? 이를 통해 그녀의 위치를 판단할 수 없나요?”소시후는 고개를 저었다.“그게 가능했으면 좋겠지만 두 달 전, 율이는 소씨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떠날 때 온 가족이 그녀가 남긴 난장판을 수습하고 있었어. 우리는 율이를 너무 핍박하여 그녀가 더욱 미친 일을 할까 봐 먼저 그녀를 내버려뒀어. 바깥의 무서움을 알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하지만 그녀가 떠나자마자 일부러 종적을 감추고 신속하게 돈세탁을 해 그녀의 계좌에 있는 수천억의 자산을 이전할 줄은 몰랐어. 우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율이는 이미 A시에 도착했고, 계좌는 텅 비어 있어 소비 기록으로 그녀를 찾을 수 없었던 거야.”지아는 들을수록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이것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도망치는 것 같지가 않고 마치 누군가 일찍 계획한 것처럼 느껴지네요. 짧은 시간에 돈세탁을 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전문적인 팀이 있을 것이고, 또 자신의 행방을 숨길 수 있었다니. 나는 율이 아가씨가 다른 사람에게 속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우리도 이런 추측을 하고 특별히 그 남자의 가족을 찾아갔는데, 그의 국적과 신분이 전부 가짜란 것을 발견했어.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몰라. 가족은 이미 한달 내내 율이를 찾고 있었고, 나도 특별히 A시로 날아온 거야. 왜냐하면 그녀는 전에 이 나라가 너무 좋아서 이곳에 정착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거든. 그러나 내가 여기에 온지 일주일이나 넘었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소시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우리 가족은 모두 안달이 났어. 가능한 한 빨리 율이를 찾아야 하는데, 얘도 참…….”
소시후는 사방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사실대로 말하였다.“사실 맨처음에 독충은 천웅이란 의학조직이었어. 천하 사람들의 영웅이란 것을 의미하거든. 이 조직을 건립하는 초심은 과학연구를 위해, 인류의 삶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어. 각국 최고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했는데, 바로 인류가 해결할 수 없는 병증을 공략하기 위해서야. 예를 들면 암, 에이즈, 백혈병, 광견병 및 각종 바이러스로 인한 병증들. 그러나 후에 조직 내부에서 점차 의견이 갈라지기 시작했지.”“어떡해요?”“어떤 실험은 아주 잔혹했거든. 실험은 보통 임상적인 시험이 필요한데, 그것은 한두 명의 사람으로 완성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들은 고가로 자원자를 모집했고 또 그들더러 자발적으로 생사 협의서에 사인하라고 했지만, 모든 사람이 이렇게 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어. 그렇게 실험체가 부족하면 일부 특수한 경로를 빌어야 하지.”여기까지 말하자, 소시후는 지아를 한 번 보았다.“양심을 어기고 불법적인 수단으로 사람을 상품으로 판매하여 이윤을 얻는 조직이 많다는 거, 알고 있어? 이런 경로를 통해 구매한 사람들은 강한 생존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점차 의견이 갈리기 시작한 거야.”“일부 사람들은 생존욕이 있는 사람에게 실험을 하는 것은 양심이 없고, 살인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어. 다른 일부 사람들은 좋은 결과만 있다면 이 사람들의 희생은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고, 이는 가치가 있다고 믿었거든.”“이로 인해 양쪽에서 격렬한 다툼이 벌어진 후, 일부 극단적인 학자들은 천웅에서 나와 그 후 다시 독충이라는 조직을 세웠지. 천웅과 독충은 마치 해와 달 같았고, 행동 방식도 확연히 달랐지. 심지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변하면서, 사람들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기 시작한 거야.”지아는 속으로 감탄했다.“이런 일이 있었군요.”“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독충은 비록 많은 국가의 정부 요인들과 이익 관계를 형성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줄곧 엄격히 단속하며 금지하고 있
본가로 돌아온 도윤은 줄곧 근심으로 가득 찼지만, 지아를 본 순간, 눈빛은 부드러워졌다.“돌아왔어?”지아는 전의 일로 따질 겨를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도윤을 향해 걸어갔다.“백채원은 어떻게 됐어?”“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라.”“독충의 사람이 한 거야?”“아직은 확신할 수 없어. 난 그녀와 만나서 아주머니에 관한 일을 묻고 싶었는데, 보기도 전에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 그러나 그녀는 죽지 않았을 거야.”지아가 물었다.“왜?”“만약 상대방의 목적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면, 현장에 있던 그녀는 이미 마지막 숨만 남은 상태였고, 그들은 어떻게든 그녀를 죽일 수 있었지. 상대방이 이렇게 큰 힘을 들여 백채원을 데리고 간 것은 분명히 그녀의 목숨을 원하는 게 아니야.”지아도 미간을 찌푸렸다.“근데 왜 백채원을 데려간 거지?”‘만약 나 때문에 엄마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백채원은 또 무엇 때문일까?’도윤은 피곤한 미간을 비볐다.“적어도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지. 아주머니가 갑자기 발병한 것은 백채원과 관계가 있고, 상대방은 그녀가 날 만나 무엇을 폭로할까 봐 이런 방법을 생각해낸 거야.”지아는 소파의 등받이를 세게 두드렸다.“도대체 누구지! 이렇게 하면 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처음에 지아는 주모자가 이예린이라 확신했지만, 지금 이런 일들이 발생하니 그녀는 상대방의 의도를 더욱 이해하지 못했다.‘설마 상대방의 목적은 이도윤과 나의 가족들을 모두 소멸시키려는 건가?’도윤은 표정이 엄숙했다.“아직은 판단할 수 없어.”“아저씨는 이 일을 알고 있는 거야?”“이미 숨길 수 없는 일이야. 그것은 백씨 집안의 차였으니, 중대한 교통사고로 경찰은 이미 그들에게 통지했어. 아마 어르신과 아저씨도 모두 알고 있을 거야.”말하는 사이, 도윤의 전화가 울렸는데 바로 어르신이었다.지아는 도윤과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여전히 어르신의 화가 난 고함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도윤은 전화를 끊었다.그는 손을 뻗어 지아의 머리를 어루만졌다.“난 그녀들의
생김새가 다를 뿐 아니라, 채나는 성격도 지윤과 정반대였다.어린 소녀의 눈에는 지아에 대한 적의가 가득했다. 아이는 비록 어리지만 모두 다 알고 있었다.주은청은 즉시 설명했다.“죄송해요, 아가씨. 채나는 성격이 소심해서 낯선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지아는 이미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비록 백채원에 대한 원한을 한 아이에게 화풀이하고 싶지 않았지만, 채나가 자신을 이렇게 싫어하는 것을 보니, 지아도 더는 그 아이를 달래고 싶지 않았다.사람들의 관계는 무척 이상했다. 지윤도 분명히 백채원의 아이였지만, 지아는 첫눈에 친근함을 느꼈다.“괜찮아, 아이일 뿐이니까. 근데 넌.”지아는 주은청의 다리를 바라보았다.“다리는 괜찮은 거야?”유람선에 있을 때 전효는 그녀를 향해 총을 쏘았다.주은청은 살짝 웃었다.“아가씨의 관심, 정말 고마워요. 그때 급소를 다치지 않았고, 이미 몇 달 동안 휴양했어요. 비록 부상당한 신경은 아직 천천히 회복해야 하지만, 지금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에는 영향이 없어요.”보아하니 전효는 그래도 봐준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다리도 망가졌을 것이다.“괜찮으면 됐어.”지아는 지윤을 내려놓았다. 지윤은 전보다 키가 많이 커서 품에 안으니 꽤 묵직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그렇게 침을 흘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었다.지아는 손을 뻗어 그의 작은 코를 가볍게 잡았다.“으이그, 침 좀 그만 흘려.”지윤은 입을 벌리고 웃으며 하얀 이빨을 드러냈고, 왼쪽 볼에는 옅은 보조개가 나타났다.전에는 그다지 뚜렷하지 않았지만, 지아는 이번에 분명히 보았다. 그녀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도윤과 백채원은 모두 보조개가 없는데, 이 아이는 어떻게 보조개가 있는 거지?’이때 지아의 머릿속은 갑자기 소시후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도 웃으면 왼쪽 볼에 보조개가 하나 있었다.지아는 고개를 저었다.‘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아마도 격세 유전이겠지.’“엄마, 같이 공 놀아요.”
이번엔 지아가 깜짝 놀랐다.‘이 아이 대체 어떻게 된 거야?’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지윤은 심지어 걸음도 떼지 못했지만 이미 그녀의 옷을 잡고 엄마라고 불렀다.“그는 정말 다른 사람을 엄마라 부른 적이 없어?”“그럼요, 저는 도련님과 함께 먹고 함께 지냈으니, 그는 혼잣말을 하는 것 외에,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엄마라고 부른 적이 없어요. 게다가 비록 어리지만 성격은 대표님과 똑같아서, 걸음을 뗀 이후로, 사람에게 안기려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도련님이 뜻밖에도 아가씨와 이렇게 다정하게 지내면서 심지어 아가씨를 엄마라고 부르다니.”이 말에 지아는 좀 뻘쭘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 핑계나 댈 수밖에 없었다.“지난번 섬에 있을 때, 내가 줄곧 그를 데리고 있었기에 나와 친해졌나봐.”“아마도 그렇겠죠, 근데 그날 아가씨 정말 용감했어요. 그 악당들이 총을 들고 있었는데도 그렇게 쫓아가다니. 아가씨가 아니었으면 도련님은 돌아올 수 없었을 거예요.”지아는 어색하게 웃었고, 눈을 드리우며 지윤을 바라보았다.지아가 주은청과 이야기를 나눌 때, 지윤은 영리하게 그녀의 품에 안겨 그녀의 옷에 있는 장식품을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 입가에 초롱초롱한 침이 걸려 있어 무척 천진난만해 보였다.주은청은 채나에게 기저귀를 잽싸게 갈아준 다음 또 분유를 타주었다. 채나는 소파에 얌전하게 앉아 우유를 마셨지만 한 쌍의 눈은 줄곧 지아를 주시했다.이것은 지아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백채원과 닮은 작은 얼굴과 마주하고 있으니 마치 백채원이 그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주은청은 지윤 앞에 가서 말했다.“도련님은 이미 기저귀를 뗐기에 제가 데리고 화장실에 갈게요.”지윤은 작은 머리를 갸웃거리더니 바로 지아의 품에 기대어 전보다 많이 똑똑하게 입을 열었다.“엄마가 안아줘.”“그냥 내가 할게.” 지아는 지윤을 안고 화장실로 갔다.전에 지아가 갑자기 지윤을 버려서 그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지윤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지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