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아주 간단해, 시약이야.”이도윤은 마음이 좀 초조하여 바로 담배를 피우려 하다가 소지아가 아직 여기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동작을 멈추고 어색하게 코를 만지며 난감한 표정으로 계속 입을 열었다.“WHO를 포함한 모든 국가는 일부 전문 연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이러한 연구와 실험은 보통 인류의 도덕에 어긋나니까. 이 사회에서 배척당할 때, 일부 극단적인 학자들이 모이게 된 거지.”“그곳은 그들의 천국이야. 그들은 마음대로 자신의 연구를 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었어. 그들이 사는 목적은 바로 자신의 성과를 성공시키는 거야.”지아가 물었다.“설령 이런 성과가 인류 사회에 아주 나쁜 결과를 가져다 준다 하더라도, 그들은 상관없는 거야?”“맞아, 아무도 시약을 하지 않으면 그들은 사람들에게 투입하여 인간을 천연의 시험 대상으로 삼았어. 그리고 그들은 미친 듯이 높은 곳에 서서 데이터를 기록한 후 계속 개량했지. 인간은 그들에게 있어 쥐나 개미 그리고 차가운 키보드를 두드려 적은 데이터와 다름없지.”도윤은 입술을 오므렸다.“그들은 확실히 많은 약물을 연구하였고 또 일부 기여를 했어, 나도 인정해.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미친놈들로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일반인들의 목숨을 갖고 장난을 쳤지.”지아는 보면 볼수록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마침내 무엇 때문에 주원이 쉽게 용병을 찾아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지아야, 그는 진심으로 네 아버지를 구하려는 게 아니야. 그에게 있어, 네 아버지의 존재는 단지 너를 좌우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어젯밤 우리의 기습을 거쳐 이 쓰레기들은 아마 소굴을 바꾸어 숨었을 거야. 그래서 당분간 다시 나와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지. 그리고 주원은 더욱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고.”도윤은 손을 지아의 어깨에 얹고 차분하게 말렸다.“네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나만이 맹목적으로 너에게 잘해주는 사람이야. 그러니 네 아버
소지아는 잠시 이도윤의 곁에 남아 있기로 했다. 그는 그녀를 보호할 수 있었고 또 이예린이 그녀를 뼈에 사무치게 증오했기에, 만약 지아가 떠난다면 이예린은 오히려 잠잠해질 수 있었고, 지아는 도윤을 이용하여 이예린을 끌어내려 했다.지아는 도윤에게 주원이 레오란 일을 알려주지 않았다. 일이 아직 다 밝히지 않은 이상, 지아는 자신을 보호할 카드가 필요했다.적어도 레오에게 있으면 소계훈은 안전했고, 심지어 수술까지 해줘야 했기에 지아는 이때 레오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하루 종일 잤으니 막상 밤이 되자 지아는 잠이 조금도 오지 않았다.주원의 전화는 여전히 통하지 않았고, 지아는 그의 신분을 모르는 척하면서 그에게 여러 개의 문자를 보냈다.그 외에 전효도 아직 연락이 없었다.밤 2시에 지아는 물을 마시러 나왔는데, 도윤의 서재 불이 켜진 것을 보았고, 그 남자도 잠이 오지 않았다.예전 같으면 지아는 도윤이 굶을까 봐 야식을 챙겨줬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물만 마시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마치 도윤과는 모르는 사이인 것 같았다.다음날 아침, 지아는 경호원의 호송을 받으며 병원으로 갔다.지아는 변진희에게 자주 보러 올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물론 그것 외에 지아도 다른 사심이 있었다.백정일은 별로 쉬지 않은 모양이었고, 얼굴은 점점 초췌해졌다. 지아는 작은 소리로 불렀다.“아저씨.”한창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백정일은 그제야 눈을 들어 지아를 쳐다보며 겨우 정신을 차렸다.“왔어? 네가 진희와 말을 좀 하면 그녀도 기분이 좋아질 거야.”“그래요, 아저씨, 산후조리원의 일은 알아냈어요?”백정일은 한숨을 쉬고 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아야,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어. 그 당시의 산후조리원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더라고.”“존재하지 않다뇨? 사장님이 그만 뒀더라도 기록을 조사하면 알아낼 수 있는 거 아닌가요?”백정일은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간단했으면 좋겠어. 20년 전에는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 병력까지 손으로 썼지.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백채원이었다. 그녀는 분노 가득한 채 소지아를 향해 달려들었고, 손을 들며 바로 지아의 얼굴을 때리려 했다.“미친 년, 또 너야? 너 아주 거머리처럼 달라붙는구나.”백정일은 손을 뻗어 백채원을 막았고, 자신의 딸에 대해 이미 엄청난 실망을 느꼈다.백씨 집안의 딸로서 그녀는 훌륭하지 않을 수도, 영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렇게 악독하진 말아야 했다.변진희는 전에 백채원의 앞에서 죽을 뻔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환자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게다가 지금은 또 다짜고짜 지아를 때리려 했다. 백정일은 자신의 딸이 왜 지금의 이런 흉악한 모습으로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백채원, 그만하지 못해? 내가 병원에 오지 말라고 했지?”이 말에 백채원은 더욱 화가 났다.“지난번에는 그 천한 엄마에, 오늘은 또 이 천한 딸이라니. 잊지 마요, 내가 아빠 친딸이라고요!”찰싹 하는 소리와 함께 백정일은 다시 백채원의 얼굴에 뺨을 내리쳤다.백채원은 놀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오늘 그녀는 말 한마디밖에 하지 못했다.“이 몇 년 동안 진희는 자신의 딸을 떠나버리고 매일 세심하게 너를 돌보았는데, 넌 그 은혜에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그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너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리고, 말끝마다 천한 년이라 욕을 하는데, 너 아직 교양이 살아잇나?”“내가 교양이 없다고요? 그럼 소지아가 다른 사람의 가정을 망치는 게 교양이 있는 짓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두 사람은 천성적으로 남의 남편이나 엿보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그런 게 교양이 있는 짓이라면, 난 교양 없이 사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백정일의 가뜩이나 좋지 않은 안색은 백채원 때문에 화가 나서 더욱 보기 흉해졌다. 그는 기복이 심한 가슴을 잡았다.지아는 이상함을 느끼며 백채원과 다투지 않고 재빨리 앞으로 가서 백정일을 부축했다.“아저씨, 화내지 마세요. 일단 좀 앉아서 쉬어요.”
백채원은 슬픔을 금할 길이 없었다. 요 며칠 그녀도 나름 반성을 했고, 자신이 그런 짓을 하면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마터면 변진희를 죽일 뻔했다니.그래서 백채원은 특별히 과일 바구니를 사왔고, 변진희에게 사과하려고 했다. 그러나 오자마자 백정일이 한 그런 말을 들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백채원은 사과를 하긴커녕, 도리어 백정일과 사이가 틀어졌다.그녀는 억울해서 손등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이도윤은 이미 전의 인내심이 없어졌고, 백채원은 이미 전림의 모든 가치를 소모했다. 도윤은 지금 그녀를 바라보는 것조차 혐오를 느끼곤 했다.그는 입으로는 백채원과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좀처럼 그녀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백채원은 많은 일들이 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도윤은 그녀를 사랑할 리가 없었다.그녀의 아버지조차도 더 이상 그녀에 대한 믿음이 없었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 오직 실망 그뿐이었다.‘전에는 손만 까딱하면 가질 수 없는 게 없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됐을까?’백채원은 집으로 돌아가 할아버지 앞에서 울며불며 하소연할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 우리 아빠 또 소지아 그 년 때문에 날 때렸어요. 심지어 소지아를 자신의 딸로 삼고 싶다고 했단 말이에요.”어르신은 화가 나서 책상을 두드렸다.“뭐야? 그 모녀에게 속아서 자신의 친딸까지 버리다니! 정말 한심하군.”백채원은 더욱 억울해졌다.“아빠뿐만 아니라 도윤 씨도 날 피하고 있어요. 모두 소지아 그 년 때문이에요! 할아버지, 나 좀 도와주세요. 그녀가 살아있기만 하면, 도윤은 날 쳐다보지도 않을 거예요.”어르신은 백채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빛은 무척 자상했다.“울지 마라. 이 할아버지가 있잖아.”지아를 언급하지 어르신은 눈살을 찌푸렸다.“그 천한 년은 운도 참 좋지. 뜻밖에도 또 살아남았다니.”지난번 떠들썩한 납치 사건에 모두들 지아가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무사했다.백채원은 흐느끼며 더욱 심하게 울었다.“할아버지, 좀 도와주세요. 이러다
이 말을 듣자 백채원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고 어르신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무엇이 두려운 게야? 젊었을 때, 난 전쟁터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몰라. 네 아버지가 백씨 집안을 위해 아이를 낳으란 내 말을 듣지 않고 또 지나치게 그 여자에게 빠졌으니, 나한테 또 무슨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그러니까, 그 여자가 백혈병에 걸린 게 우연이 아니란 말씀이세요?” 백채원은 충격을 느끼며 어르신을 쳐다보았다.어르신의 눈에는 흩어질 수 없는 살의가 가득했고, 입꼬리는 차갑게 올라갔다.“그야 당연하지. 그 당시 네 어머니가 뜻밖에 세상을 떠난 후, 난 네 아버지에게 우리 백씨 집안과 알맞은 여자를 소개해 주려 했어. 그러나 그가 뜻밖에도 변진희와 결혼할 줄이야. 유산 후 더 이상 임신할 방법이 없자 나는 그에게 얼른 몸이 좋은 여자를 찾아 아이를 낳으라고 했지. 그는 그렇게 하려 하지 않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없었어.”백채원은 자기도 모르게 의자의 팔걸이를 꽉 잡았다. 그때 변진희가 유산한 이유는 바로 그녀 때문이었다.백채원은 어릴 때부터 변진희를 싫어했고, 그녀가 엄마를 향한 아빠의 사랑을 전부 빼앗아 갔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들이 아이를 낳는다면 자신은 아빠조차 잃을 것이다.백채원은 원래 변진희가 이번 생에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은근히 기뻐하고 있었는데, 이 일이 할아버지로 하여금 그녀에 대한 살의를 가지게 할 줄은 어찌 알았겠는가.백채원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어르신은 태도가 부드러워졌다.“채원아, 이건 할아버지가 너에게만 하는 말이지만, 만약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으면 지위가 흔들릴 거야. 이 할아버지가 모질다고 탓하지 마. 나도 다 너와 우리 집안을 위해서 그러는 거야.”“알겠어요, 할아버지.”“알면 됐다. 넌 할아버지와 같은 편에 서야지, 절대 네 아버지에게 말하면 안 돼. 안심해라. 오늘은 변진희가 죽을 것이고, 내일이면 바로 소지아의 차례가 될 테야. 네가 먼저 골수가 일치하다는 것을 폭로하지 않는 한,
어르신이 나타나자 백채원은 나무 뒤에 숨어 숨을 죽이고 나뭇잎으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앞에 있는 여자는 무척 섹시했지만 온몸에는 강하고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마치 원시림에 핀 꽃처럼, 예쁘지만 독이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오랜만이에요, 어르신.” 여자의 목소리는 본래의 음색을 알아들을 수 없도록 일부러 변성한 것 같았다.어르신은 그 여자를 방비하고 있는 듯, 비록 그녀가 치마를 입고 있어 몸에 아무것도 숨길 수 없는 것 같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았다.“이번에 너희들이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켰는지, 알기나 하는 게야!” 어르신은 지팡이를 땅에 세게 짚었는데, 표정은 더욱 차가웠다.“이번에는 확실히 내 수하가 부주의로 행방을 누설했어요. 어르신, 우리를 엄호해 준 것에 감사하기 위해서, 이번에 내가 직접 약을 드리러 왔잖아요.”약이란 말을 듣자, 어르신의 안색은 좀 보기 좋아졌다.그녀가 손바닥을 펼치자 어르신은 지체 없이 여자의 손에서 약병을 가져갔다.이렇게 조급해하고 심지어 미친 듯이 기뻐하는 어르신을 백채원은 여태껏 본 적이 없었다.어르신은 안의 용량을 똑똑히 본 다음, 미간을 찌푸렸다.“왜 30알밖에 없는 게야?”“그날 밤, 우리는 너무 갑작스럽게 전이되어 많은 약제를 가져가지 못했어요. 어르신, 탓하려면 이도윤을 탓해요. 그가 어르신의 계획을 망쳤으니까요.”이 이름을 듣자, 백채원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도윤 씨 때문이라고? 대체 무슨 일이지?’‘이 여자는 도대체 무슨 사람이지?’“내 앞에서 그를 헐뜯지 마라. 나도 네 의도를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양보는 바로 너희들의 행방을 숨겨 주는 거야.”어르신은 약을 잘 넣어두었다.“너희들이 만약 우리나라에서 일을 저지른다면, 난 가장 먼저 너희들의 소굴을 없애버릴 거야.”여자는 가볍게 웃었다.“알았어요.”“요즘 밖은 위험하니, 너희들은 잘 숨어 있어, 밖으로 얼굴을 내밀지 말고. 날 난처하게 하지 말란 말이야.
소지아는 재빨리 백정일을 응급실에 보냈다.“의사 선생님, 어떻게 됐어요?”“걱정할 필요 없어요. 아마 과로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졌을 거예요. 잠시 후 몇 가지 검사를 더 해야 최종 결과를 확정할 수 있고요.”지아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고, 떠나지 않고 백정일의 곁을 지키며 그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랐다.“아저씨, 지금 몸이 안 좋으시니 푹 쉬어야 한다고 제가 말했잖아요.”백정일은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 줄곧 몸이 좋았으니까.”“아무리 좋은 몸이라도 밤새 잠을 자지 않으면 얼마 버티지 못할 거예요. 이러다 진희 아주머니보다 먼저 쓰러지겠어요. 제가 백채원에게 전화를 걸어 아저씨 돌보라고 할게요.”백정일은 재빨리 지아의 손을 잡았고, 표정은 머뭇거렸다.“하지 마, 지아야, 내 부탁이라 생각하고 그녀에게 전화하지 마. 그녀가 오면 난 더 빨리 죽을 거야.”“아이고, 말하자면 참 창피하지. 요 몇 년 동안 진희는 채원이 어머니가 일찍 돌아간 데다 또 너와 헤어졌기 때문에 모든 모성애를 그녀에게 주었어. 이 아이는 진희의 사랑을 받아서 얼마나 버릇없이 굴었는지 몰라. 난 몇 번이나 혼쭐 좀 주려고 했는데 결국 진희가 막아서 그 아이가 지금 이 꼴로 된 거야.”지아는 원래 이 일의 피해자였지만 지금은 백정일까지 위로해야 했다.“아저씨,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다 잘 될 거예요.”“그래, 그래도 네가 착하구나.”백정일은 지아를 바라보는 눈빛이 무척 자애로웠다. ‘지아가 내 딸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만약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신다면, 오늘 밤 제가 남아서 아주머니 돌볼게요. 비록 혈연관계가 없지만, 어쨌든 저도 그동안 아주머니를 엄마라고 불렀잖아요.”“네가 이전의 일을 따지지 않고 그녀를 돌볼 수 있다면, 나도 정말 기쁘구나. 너에게 이런 효심이 있다니, 진희가 알면 틀림없이 매우 기뻐할 거야.”“아저씨, 그럼 오늘 밤 푹 쉬세요, 제가 있잖아요.”지아는 병원에서 바삐 돌아쳤다. 그녀는 분명히 백정일에 의해 잡혀왔는데, 지금은 오
지아는 병원에서 변진희를 돌보았다. 그녀의 병실은 단칸방에 큰 침대가 있었는데, 밤이 깊어지자, 지아가 힘들게 자는 모습을 보고, 변진희는 올라와 함께 자자고 말했다.이런 느낌은 매우 신기했다. 지아는 10여년을 기다렸지만 단 한 번도 어머니와 같이 잠을 자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오히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후에야, 그녀는 엄마와 화목하게 지낼 수 있었다.변진희는 지아의 한 손을 꼭 잡으며 매우 온화하게 말했다.“지아야, 내 친딸이 누구든, 내가 널 무시한 건 사실이야. 요 며칠 침대에서 나도 많은 것을 회상했는데, 과거에 나는 정말 너와 계훈 오빠를 모질게 대한 것 같더라. 그래서 내가 이런 병에 걸린 것도 다 하느님이 내린 벌일 거야. 나는 이미 죽을 준비가 되어 있어. 이번 생에 나는 정일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으니 이제 아무런 후회도 없어.”이 말을 할 때 지아는 바깥의 불빛을 빌어 변진희가 행복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지아야, 네가 나를 미워하고 나를 엄마로 생각하지 않아도 좋아. 나는 시종 너를 나의 딸로 여겼으니까. 그때 엄마는 네 결혼식에 가지 못했고, 심지어 네가 이혼을 당하며 온갖 억울함을 당했을 때도 널 도와주지 못했지. 내가 정말 너에게 많은 것을 빚졌구나. 그리고 그동안 난 투자를 하며 돈을 좀 모았어.”“네 아버지가 사고 당했을 때, 나는 이미 수속을 밟았고, 이 돈은 이미 정일더러 네 카드에 넣으라고 했어.”변진희는 베개 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지아의 손바닥에 놓았다.“이것은 엄마가 널 위해 모은 혼수야. 많진 않지만 내 마음이니까 받아.”지아는 이 순간, 과거의 모든 괴로움이 모두 사라진 것 같다고 느꼈다.“난 돈이 부족하지도, 돈을 쓸 경우도 거의 없어요. 아주머니가 이렇게 말해준 것만으로도 나는 매우 감격해하고 있고요.”“받아, 적어도 이렇게 해야 내 마음이 좀 편해질 테니까. 지아야, 내가 마지막으로 부탁 좀 하면 안 될까?”“말씀하세요.”변진희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한 글자 한 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