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아는 진봉과 진환이 모두 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이 섬에는 적지 않은 하인과 셰프가 있었는데 그녀에게 특별히 해산물 만찬을 준비해 주었다.지아는 말을 하지 않고 죽 먹는 것에 몰두했다.이도윤은 이 어색한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먼저 말문을 열었다.“지아야, 너 전에 말이 정말 많았잖아.”지아는 멈칫했다. 그렇다, 예전에 그녀는 말이 적지 않았다.그때의 도윤은 매일 바빴는데, 그는 항상 출장을 가거나 회사에 있어서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매우 적었다.지아는 도윤과 함께 있는 매 순간을 매우 소중히 여겼기에 말을 하면 안 되는 식사 시간에 그녀는 오히려 가장 활발했고, 작은 입을 놀리며 끊임없이 얘기를 했다.그러다 여러 번 사레가 들려 계속 기침을 해도 지아는 물 몇 모금을 마시고는 계속 웃음을 지었다.하지만 지금, 지아의 표정은 기쁘지도, 심지어 슬프지도 않았다.지아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술을 닦으며 반문했다.“그럼 내가 무슨 말을 했으면 좋겠어? 요즘 일이 잘 돼가냐고 물어봐 줘?”도윤은 말문이 막혔다. 언제부터인지 그와 지아는 정상적인 소통조차 없었다.그도 입맛이 떨어져 포크를 내려놓고 씁쓸하게 말했다.“나는 네가 기뻐할 줄 알았어. 여긴 코코넛, 파도, 모래사장, 햇빛이 있으니까, 내일 우리 잠수하러 가자.”지아는 가볍게 웃었다.“그럼 난 앞으로 오랫동안 여기서 지내야 하는 거야?”“너 살이 많이 빠졌더라. 섬에서는 아무도 널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몸 좀 잘 조리해. 그리고 난 이미 사람 시켜 네 아버지를 추적하라고 했어. 소식이 있으면 가장 먼저 너에게 알려줄게.”“이거 그냥 변칙적인 구금이잖아?”다만 이번에 지아가 구금된 철장은 범위가 좀 커졌다. 도윤은 더 이상 그녀를 가둘 필요가 없었는데, 여긴 사방이 바다여서 지아는 도망갈 길이 전혀 없었다.그녀는 바로 도윤에게 갇힌 애완 동물이었고, 철장을 바꾸어도 처지는 여전히 같았다.“난 그런 뜻이 없어, 그냥…….”그러나 지아는 더 이상 도윤이 말하는
이도윤은 몇 개월 전부터 왠지 모르게 불안하기 시작했다. 그는 소지아가 아파서 이렇게 수척해진 것일까 봐 두려웠다. 이 때문에 도윤은 특별히 지아에게 전신 검사를 했는데, 그 결과 그녀는 큰 병이 없었다.지아가 약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도윤은 즉시 긴장했고, 그녀는 이미 약을 삼켰다.그리고 지아는 물 한 모금을 들이켠 다음 휴지로 입가의 물을 닦고서야 손을 도윤에게서 빼냈다.“위약.”‘참, 그녀에게 위장병이 있었지, 오래 전에 이미 말한 것 같은데.’도윤은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내일 의사더러 한 번 오라고 할게.”“이미 나한테 검사를 해 봤잖아? 당신도 그 결과를 보았고. 난 아주 건강하다고!”지아는 말하면서 입가에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신체검사받은 날, 도윤의 그 표정을 떠올렸다.전에 그녀는 몇 번이나 자신이 아프다고 말했지만 결국 도윤의 비웃음만 받았다.그래서 지아는 더 이상 비굴하게 도윤에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고, 괜히 욕을 먹고 싶지도,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다.도윤은 고개를 숙이고 지아의 약병을 바라보았는데, 그 위에는 아무런 글자도 없었다.“이 약에는 왜 아무런 정보가 없지?”지아는 답답하게 말했다.“한 병의 양이 너무 적어서. 난 귀찮아서 아예 몇 병의 약을 한 병에 담았고.”이것은 주원이 특별히 지아에게 가져다준 약인데, 전에 제때에 약을 먹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였다.그녀의 설명은 도윤으로 하여금 조금의 문제도 발견하지 못하게 했고, 지아는 이미 뒤로 물러났다.“나 이제 쉬러 가도 되는 거야?”도윤은 입을 벌렸지만 결국 한 글자도 말하지 못했다.지금의 지아는 이미 그와 한담을 나누고 싶지 않았고, 그의 기분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와 말다툼조차 하지 않았다.그녀는 햇빛도 광풍과 폭우도 없는 사해처럼 발버둥치는 것조차 원하지 않았다.이런 지아의 모습에 도윤은 더욱 괴로웠다. 그는 그녀가 차라리 자신을 때리고 욕하는 것을 원했고, 이렇게 다투지도 떠들지도 않고 낯선 사람처럼 자신을 대하는
환한 반딧불 속에서, 이도윤의 표정은 유난히 진지해 보였다.소지아는 마른 입술을 핥으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이도윤, 넌 도대체 충동 때문에 백채원 씨와 함께한 거야 아니면 정말 그녀가 네 첫사랑이라서 그런 거야?”도윤은 쓴웃음을 지었다.“만약 첫사랑에 대해 미련이 남았다면, 내가 왜 너와 결혼했겠어? 지아야, 넌 정말 널 향한 내 마음을 모르는 거야?”도윤은 지아에게 상처를 입혔지만, 그녀에게 잘해 준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아도 줄곧 손 놓기 아쉬워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충동 때문이겠네? 날 질투하게 하기 위해서?”2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비록 그들은 이미 끝났지만, 지아는 여전히 사실을 알고 싶었다.도윤은 갑자기 그녀를 껴안았고, 지아는 그가 자신의 귓가에 대고 한숨을 쉬는 것을 들었다.“지아야, 나와 그녀의 일은 내가 있는 그대로 말해줄게. 그러나 지금은 안 돼. 지아야, 날 마지막으로 믿어줄 순 없어?”지아가 거절할까 봐 두려운 듯 도윤은 또 한마디 덧붙였다.“인터넷에서 떠도는 첫사랑이니 뭐니 하는 소문 믿지 마. 나에게 있어 그녀는 그저 같이 자란 여동생일 뿐이야. 그러나…….”도윤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지아와 눈을 마주쳤다.“나에게는 확실히 첫사랑이 있어. 그 사람은 백채원이 아니라…….”지아는 그의 뜨거운 눈빛을 마주하며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벚꽃과 반딧불이는 두 사람의 주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는데, 이곳의 모든 것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고, 도윤에 대한 그녀의 혐오감도 점차 희미해졌다.도윤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주머니속의 휴대폰이 끊임없이 진동했다.조용한 섬, 이 늦은 밤에 새들까지 모두 휴식하고 있었기에 오직 진동소리만 울리고 있었다.“받아.” 지아가 담담하게 말했다.도윤은 번호를 확인해 보았는데 진환이었다.그는 분명 중요한 일로 자신에게 전화하는 것이었기에, 도윤은 어쩔 수 없이 받았다.“음.”“대표님, 큰일 났습니다.”도윤은 진환이 무슨 일을 말하는 건지 몰랐
이도윤은 소지아의 표정을 살피며 계속 말했다.“네 어머니가 아픈 것에 대해 알고 있는 거야?”“응,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골수를 기증할 생각이 없어.”“아주 잘 생각했어. 사실 나도 네가 더 이상 그 여자와 얽히는 것을 원하지 않거든. 요 며칠, 백정일은 많은 정력을 들였지만 줄곧 그녀의 골수와 일치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어. 그리고 지금 너만 골수 검사를 하지 않았고.”“백씨 집안이 날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틀림없을 거야. 나는 백정일의 성격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거든. 이렇게 말하면 넌 기분이 나쁠 수 있겠지만, 그는 네 어머니를 확실히 사랑하고 있어. 네 어머니를 살릴 수만 있다면 그는 모든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도윤은 두 손을 들어 지아의 어깨에 올려놓으며 설득했다.“지아야, 우리 사이에 많은 오해가 있지. 나는 전에 너를 아프게 했지만, 지금 널 보호하려는 마음은 진심이야. 네 아버지는, 내가 사람을 더 파견하여 찾을 테니까 넌 순순히 이곳에서 한동안 휴식하는 게 어때? 내가 모든 일을 다 처리하면 널 데리러 올게.”이때 바깥의 잔디밭에서 헬리콥터 프로펠러 소리가 나더니 어느새 도윤을 재촉하는 의미가 더해졌다.지아는 도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알겠어.”도윤은 지아의 머리를 안으며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지아야, 나에게 시간을 좀 줘. 내가 모든 일을 다 조사할게. 난 우리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장담해.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너에게 줄 수 있단 말이야.”한동안 지아는 어떻게 대답해야 도윤을 화나게 하지 않을지 몰랐다.도윤은 주머니에서 반지 두개를 만져냈는데 그것은 바로 그와 지아의 결혼반지였다.그는 지아의 손가락을 잡고 그녀에게 끼워줬는데, 진지한 모습은 그때와 똑같았다.지아는 이런 남자가 어떻게 변심할 수 있는지 정말 납득할 수가 없었다.지윤의 존재는 바로 도윤이 바람을 피운 증거였다.반지가 지아의 야윈 손가락에 끼워졌지만, 전보다 많이 컸다.그녀는 살이 많이 빠졌고 손가락까지 가늘어졌다.지아
이도윤의 예상대로 결국 백정일이 찾아왔다.그때 납치를 당했을 때, 백씨 집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백채원을 선택했지만, 유독 백정일만이 선택을 하지 않았다.그래서 소지아도 전화를 끊지 않고 담담하게 인사했다.“네.”“역시 살아있구나!”백정일의 목소리는 매우 흥분되었다. 지아가 전에 사람을 시켜 곰돌이 시계를 보냈기에 그는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 백정일은 그냥 시도해 보자는 생각으로 지아의 번호에 전화를 걸었을 뿐인데, 그녀가 정말 받을 줄은 몰랐다.“아저씨, 제가 살아있다고 해서 아저씨 아내에게 반드시 골수를 기증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백정일이 입을 열기도 전에 지아는 그를 분명하게 거절했다.“지아야, 너와 얘기 좀 하고 싶은데.”“이건 안 될 것 같아요.”지아는 나른하게 벤치에 누워 품속에 코코넛을 안고 편안하게 바닷바람을 쐬고 있었다. 마치 따뜻한 손이 가볍게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이것 좀 봐, 바닷바람조차도 내 어머니보다 부드럽군.’“지아야, 나는 네가 채원이, 그리고 우리 집안에 대해 편견이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어. 너희들의 일은, 나도 웃어른으로서 뭐라 하기 어렵지.”지아는 바로 그의 말을 끊었다.“뭐라 말씀하기 어려운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저도 아저씨의 평가나 사과가 필요 없으니까요.”“지아야,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네 마음속의 원망을 지울 수 없다는 거 잘 알아. 하지만 나는 단지 너에게 네 어머니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 최근 몇 년 동안 그녀는 돌아와서 널 보고 싶지 않는 게 아니라, 내 신분이 특수하기 때문에 귀국하기가 불편한 거야. 네 어머니는 정말 너를 매우 그리워하고 있다고!”지아는 백정일과 이 문제로 다투기가 귀찮았다.그는 정말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변진희가 귀국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전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그때 변진희는 외국으로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지아는 소계훈을 재촉하여 그녀의 번호를 찾아 전화
백정일은 끊임없이 말하며 조금의 거짓말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 자신까지 감동을 받았는데, 결국 소지아가 이렇게 말을 하자, 그는 바로 말문이 막혔다.그리고 계속 하려던 말도 전부 목구멍에 걸렸다.“지아야, 이 말들은 모두 아저씨의 진심이고, 조금의 거짓도 없어.”“알아요, 그래서 전화를 끊지 않았어요.”백정일은 백씨 집안 중 유일한 정직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아는 비꼬지 않고 그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지아야, 내가 이걸 말하는 것을 깜박했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골수를 기증하는 것은 신체에 아무런 영향도 없을 거야. 열흘 정도면 완치될 수 있다고. 신장을 바꾸는 것처럼 사람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야.”“아저씨, 저도 의대를 나와서 이 정도는 다 알아요.”“그럼…….”“저는 기증하고 싶지 않아요.”백정일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냥 기증하라는 게 아니야. 조건을 말해봐, 네가 얼마를 원하든 모두 줄 수 있어.”“이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죠. 예를 들면 모성애라든가. 아저씨,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저는 인내심을 가지고 아저씨의 말을 끊지 않았어요. 변진희 여사가 날 죽이는 것을 선택한 순간, 우리 모녀의 인연은 이미 끊어졌어요.”“지아야, 혈연관계는 끊을 수 없는 거야.”“예전에 그녀는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지금은 저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죠. 저 지금 또 다른 일이 있으니 먼저 끊을게요.”백정일은 맞은편에서 전화를 끊은 것을 듣고 다시 전화를 했지만 이미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지아는 양산 밑에 나른하게 누워 바닷바람이 자신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도록 내버려 두었다.이곳의 온도는 A시보다 훨씬 높았으니 적도와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그녀는 일부 원시 식물을 통해 여기의 경위도를 판단하려고 했지만, 이 섬은 이도윤이 몇 년이란 시간을 들여 만들어졌기에 전부 인공의 흔적이었다.흔히 볼 수 있는 이끼와 특징을 알아볼 수 없는 원시 식물을 제외하고는 거의 위치를 알아낼
소지아의 얼굴은 티가 날 정도로 통통해졌고, 안색도 많이 좋아졌다.위조차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시간은 마치 이 섬에서 멈춘 것 같았다.섬에는 많은 하인들이 있었는데, 지아에게 밥을 해 주는 셰프만 해도 십여 명이 있었고, 원예사 20명, 잡일 및 기타 하인은 수십 명이 있었으며 심지어 의사 한 명까지 있었다.그들은 대부분 이씨 집안 본가와 그들의 신혼집에서 일을 하던 하인들이었다.이도윤이 지아를 사랑할 때는 정말 끔찍하게 그녀를 아꼈다. 지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 하인들은 마치 어른처럼 그녀를 돌보고 있었다.사실 지아는 섬에서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이곳에는 많은 닭과 오리가 있었고, 지아는 최근 토끼의 새끼를 봐주고, 닭장에 가서 달걀을 줍고 또 새끼 양의 털을 다듬는 데 열중했다.심지어 전에 지아는 찜해둔 양 한 마리가 있었는데, 구워서 먹으려다 그 양이 하루 종일 그녀의 뒤를 따르며 울부짖는 것을 보고 지아도 그런 마음을 접었다.섬에서 매일 이런 동물들과 함께 지내니, 정말 너무 행복했다. 돼지조차도 행복하게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며 산비탈에서 뒹굴고 있었다.가끔 지아는 바구니를 들고 채소밭에 가서 채소를 따거나 과수원에 가서 과일을 고르기도 했다.여긴 열대지방이라 망고나 파인애플, 바나나와 같은 과일이 다 잘 익었다.돈을 마구 쓰기 좋아한 도윤은 뜻밖에도 이곳에 사시사철 채소와 과일을 심을 수 있는 구역을 만들었다.이 섬에서 지아는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었다.도윤은 또 특별히 그녀에게 책으로 가득한 작은 집을 하나 지어주었는데, 그 속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책들이 있었다. 의학에 관한 책에서 외국 소설까지. 심지어 요즘 한국에서 잘 팔리고 있는 로맨스 만화까지 있었다.옆방은 화실이었고 안에는 화구가 가득 놓여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무용실과 피아노 룸이었다.도윤은 거의 모든 것을 다 고려했고, 여기서 지아는 매일 충실하게 지냈다.그녀의 평온한 생활과 달리, A시는 완전히 혼란스러움에 빠졌다.백씨 집안 쪽. 변진
그건 그냥 소지아가 아무렇게나 한 말인 줄 알았는데, 후에 그녀는 정말 의대에 붙었다.변진희는 그때 그저 어린아이가 막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많은 아이들이 커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거나 우주 비행사 또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것처럼 말이다.지금 지아의 진지한 얼굴을 생각하면 변진희의 마음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자기도 모르게 전에 잊혀졌던 많은 추억을 회상했다.변진희는 의외로 이 아이를 갖게 되었고, 임신부터 출생까지 그녀는 이 아이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지아의 생김새는 변진희를 닮지도, 또 소계훈을 닮지도 않았기에 그녀는 더욱 친근감을 느끼지 못했다.지아를 낳은 다음, 소계훈은 그녀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아이를 산후조리원에게 맡겼다.지아는 변진희의 젖을 한 입도 먹지 못했고, 어릴 때부터 분유를 먹으며 자랐다.다행히도 그 아이는 줄곧 건강해서 어렸을 때도 거의 아프지 않았다.오히려 변진희는 장기간의 우울증으로 큰 병과 작은 병이 끊이지 않았고, 마음 속은 온통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이었다.그 아이가 언제 이가 났는지, 또 언제 처음으로 엄마를 불렀는지에 대해 변진희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심지어 지아가 걸음을 배우고 비틀거리며 자신의 앞으로 뛰어왔을 때, 변진희의 첫 반응은 그녀를 안는 것이 아니라 밀어내는 것이었다.자신은 분명히 이렇게 싸늘했지만, 그 아이는 여전히 바보처럼 어릴 때부터 변진희에게 달라붙었다.“엄마, 엄마가 만든 곰돌이 과자 먹고 싶어요.”“엄마, 나 커서 엄마에게 밥 해줄게요.”“엄마, 학교 운동회가 곧 열리는데, 오실 거예요?”“엄마, 슬퍼하지 마세요. 곧 나을 거예요. 제가 커서 의사가 되면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거예요.”“엄마, 물 마셔요. 의사 아저씨가 뜨거운 물을 많이 마시면 더 빨리 나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 빨리 마셔요. 다 마시면 제가 또 따라줄게요.”“엄마, 난 엄마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엄마는 왜 날 사랑하려 하지 않는 거예요?”“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