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소지아가 먼저 호의를 선보였기에, 이도윤도 자연히 동의했다.“응?”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가벼워졌고, 기분도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소지아는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나 더 이상 집에 갇히고 싶지 않아. 전에 난 학업을 포기했고, 이 2년 동안 슬퍼하기만 했으니 다시 시작하고 싶어.”“그래서?”이도윤은 지금 기분이 무척 좋아 아주 인내심이 있었다.소지아는 또박또박 말했다.“난 네 곁에 남아 일하고 싶어.”전에 그녀는 이도윤의 사랑에 푹 빠져 가정주부가 되었다.남에게 신분을 알리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그녀는 이도윤의 인맥에 대해 몰랐고, 심지어 누구에게 미움을 샀는지도 몰랐으니 정말 너무 실패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만약 소지아가 영원히 걸어 나오지 않는다면, 줄곧 그 사람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것이다.소지아의 머리는 지금처럼 이렇게 명석한 적이 없었다. 이 2년동안 보이지 않는 손이 줄곧 몰래 이 일의 발전을 추진해왔다.예를 들어 그녀와 이도윤 사이의 관계. 처음에 소지아는 백채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지금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다. 그 사람은 그들의 이혼을 강요했고, 이예린의 묘비를 파괴하여 그녀와 이도윤 사이의 감정을 한층 더 악화시켜 그들을 오늘의 지경으로 만들었다.지난달 자신이 받은 사진도 그들은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에 성공해 소지아는 하마터면 이지윤을 죽일 뻔했다.만약 그날 자신이 제때에 멈추지 않았다면, 그녀와 이도윤 사이는 완전히 끝났을 것이고, 그녀는 그의 손에서 처참하게 죽었을 것이다.‘정말 악독한 계략이군!’모든 것을 깨닫자, 소지아는 몸에 있는 날카로운 가시를 거두기 시작했다.그녀는 이도윤의 힘을 빌려 그 사람을 찾아내야 했고, 적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도윤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려줄 수 없었다.이도윤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두 눈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마치 그녀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소지아는 태연자약하게 그와 눈을 마주쳤다.“안심하
이도윤은 새까만 눈동자로 소지아의 맑은 눈을 마주했고, 그는 소지아의 얼굴을 통해 그녀의 생각을 간파하려고 시도했다.“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거지?”이런 소지아는 정말 너무 이상해서 그는 그녀가 도대체 무엇을 궁리하고 있는지 몰랐다.그녀는 지금 분명히 자신의 말을 잘 듣고 있었지만 이도윤은 오히려 좀 불안했다.“내가 말했잖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평생 숨어다니고 싶지 않아.”소지아는 가볍게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는데 답답한 목소리가 그의 품속에서 들려왔다.“안 돼?”“그 뿐이야?” 이도윤은 목이 탔고,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렇지 않으면? 날 다른 도시로 보내줄 거야?”이도윤은 그녀의 허리를 잡으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런 생각하지도 마.”소지아는 그의 품속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전에 이미 말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죽어도 그의 곁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고.그녀는 눈을 감았다.‘그럼 원하는 대로 해줄게.’“그럼 원하는 대로 해줄게.”머릿속의 소리와 이도윤의 목소리가 겹쳤다.소지아는 고개를 들어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배불러? 좀 더 먹지 않을래?”“아니야, 넌 먼저 돌아가서 쉬어.”소지아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그게 말이 돼? 앞으로 난 네 비서가 될 사람이야. 네 일정에 미리 적응해야 하지 않겠어?”이도윤은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보았고, 소지아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어 그는 아무런 빈틈도 찾지 못했다.“맘대로 해.”말을 마치고 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고, 소지아는 옆에서 도시락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곁눈질로 이도윤이 전화를 한 것을 보았는데, 잠시 후 진환이 들어왔고 그는 공손하게 한쪽에 섰다.“대표님, 사모님.”“앞으로 그녀는 바로 내 생활 보조이니, 가서 안배해.”진환의 경악속에서 소지아는 가볍게 웃었다.“그럼 부탁할게. 진 비서, 내 신분은 비밀로 해줘.”“예, 사모님.”“아마 이 호칭은 좀 바꾸어야 할 것 같은데.”진환은 이도윤을 바라보았고,
만약 주모자가 정말 이도윤의 곁에 숨어 있다면, 그의 비서의 혐의가 가장 컸다.소지아는 그녀들의 얼굴에서 빈틈을 발견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성격은 모두 냉담하고 과단성 있어서 간단한 인사만 하고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소지아가 손목을 만졌다.‘내가 잘못 짚었단 말인가?’그러나 그녀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방금 이도윤의 사무실에 침입한 비서인 오가희부터 조사하자.’소지아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오가희는 태도가 열정적이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소지아는 거의 두 시간 동안 몇 사람 사이를 오갔지만,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9시까지 야근을 하고서야 진환은 마침내 입을 열어 그들을 퇴근시켰다.나지민은 퇴근하자 굳은 얼굴이 순식간에 활짝 펴지며 허리를 두드리며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무슨 술집에 가려는 듯 자리를 남겨달라고 했다.소지아가 자신을 훑어보고 있는 것을 보고 나지민은 가볍게 턱을 들었다.“같이 갈래? 새로 연 술집이 하나 있는데, 잘생긴 남자가 너무 많은 거 있지? 환영 파티 열어줄게.”소지아는 나지민이 이렇게 활발할 줄은 몰라 바삐 손을 흔들었다.“아니에요, 난 아직 정리해야 할 자료가 좀 있어서요, 대표님의 취향만 해도 아직 잘 외우지 못했거든요.”나지민은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었다.“그래, 그럼 다음에.”나지민은 말하면서 이미 문을 밀고 떠났다. 연걸은 이마를 짚으며 소지아에게 말했다.“그녀랑 거리를 좀 둬. 매일 미남 아니면 아저씨를 꼬시고 다니니까 괜히 지아 너 물들일라.”소지아는 멋쩍게 웃으며 오가희의 얼굴에 시선을 주었다.그녀의 얼굴은 출중하지 않았고, 나지민의 매혹적인 생김새와는 천양지차였다.마치 반에서 안경을 쓰고 얼굴은 평범하지만 성적은 영원히 10위권에 드는 착한 아이와 같았다.오가희는 물건을 천천히 정리하고 있었고, 매우 조리가 있어 책상 위도 무척 정결했다. 마치 강박증이 있는 것처럼 모든 자료는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자신의 눈빛을 감지한 듯, 오가희는 고개를 들었다. 렌즈 뒤의
소지아는 손에 든 서류를 흔들었고, 그 위에는 이도윤의 모든 취향이 기록되어 있었다.“이거 아직 다 외우지 못했어. 이 대표님은 커피에 각설탕 3개를 타기 좋아하고,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 과일은 체리랑 블루베리를 좋아하고…….”소지아는 서류를 접으며 진지하게 이도윤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과일이 바로 체리랑 블루베리인데. 스테이크는 미디어야만 하고, 그리고 커피는 종래로 설탕을 타지 않았지.”만약 상대방이 진지하게 그녀에게 절대 실수하지 말라고 당부하지 않았더라면, 소지아는 그들이 일부러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이 취향 기록은 이도윤의 습관과 정반대였다.이도윤은 소지아의 손에서 서류를 가져갔다. “신경 쓸 필요 없어.”아무도 그의 취향을 꿰뚫어 볼 수 없었기에 소지아를 제외하고는 이도윤의 진정한 취향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넌 그대로 하기만 하면 돼.”차 안의 컴퓨터 스크린에서 발산된 빛이 이도윤의 얼굴에 떨어지자 그의 얼굴은 더욱 차가워 보였다.소지아는 문득 자신이 그녀와 동침하는 이 남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느꼈다.직장에서의 이도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소지아에게 있어 무척 낯선 존재였다.소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해질 거야.”이도윤은 눈썹을 찌푸리고 그녀의 진지한 작은 얼굴을 바라보았다.‘설마 정말 내 비서로 일할 작정인가?’‘하루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변화가 이렇게 크지?’얼마 전 소지아와 이지윤의 실종으로 이도윤은 많은 업무를 쌓았기에 집에 돌아가더라도 영상 회의를 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해야 했다.소지아는 목욕을 마치고 컴퓨터를 안고 침대에 앉았고, 다행히 지금은 아무런 속박이 없었다.그녀의 손가락은 재빨리 컴퓨터로 검색하고 있었다. 소지아는 사무실에 있을 때 특별히 소계훈이 교통사고를 당한 그날, 이도윤의 스케줄을 확인했다.그날은 이도윤과 이예린의 생일이었는데, 예정대로라면 그는 아무런 스케줄도 없어야 했다.그러나 그날은 G20 미팅이 열리는 날이라,
이도윤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소지아의 작은 얼굴에 핏기가 없고 창백하며 무기력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그녀의 손이 심지어 약간 부들부들 떨리는 것 같아 이도윤은 눈살을 찌푸리고 성큼성큼 소지아를 향해 걸어갔다.“뭐 보고 있는 거야?”소지아는 숨기지 않았고, 그 참혹한 교통사고 현장은 바로 이도윤의 눈에 들어왔다. 피투성이로 된 장면이었기에 소지아의 안색이 보기 흉한 것은 당연했다.“이런 것들 볼 게 뭐가 있어.”이도윤은 소지아가 무심결에 본 영상이라고 생각하며 끄려던 참에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최근의 교통사고가 아니었다.소지아는 휴대전화를 끄고 무심한 척 물었다. “우리 아빠가 교통사고 당한 날, 너도 현장에 있었어?”이도윤은 소지아가 그때 이지윤에게 손을 대려 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란 것을 몰랐다. 소지아가 갑자기 이 일을 언급하자 그는 눈을 드리우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응.”“그날은 원래 미팅에 가려고 했는데, 교통사고로 인해 길이 막혀서 다른 길로 바꿨고, 뜻밖에도 네 아버지의 교통사고 현장과 우연히 부딪쳤어.”소지아의 예상대로 누군가가 뒤에서 이 모든 것을 조작했고, 그녀는 하마터면 그 사람에게 이용당할 뻔했다.그 사람은 묘비의 일로 이도윤이 자신을 오해하게 하였고 또 교통사고의 일로 자신이 이도윤을 오해하게 하였다.그들 두 사람이 오늘 지경으로 된 것도 전부 그 사람의 핍박을 받았기 때문이다.‘그 사람, 정말 악독하군!’소지아가 침묵을 하며 안색이 더욱 어두워진 것을 보고 이도윤도 일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너 설마 내가 이 모든 것을 계획했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는 소지아의 어깨를 붙잡으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소지아, 이제 그런 헛된 생각 멈춰. 내가 만약 네 아버지를 처리하고 싶었으면 진작에 손을 댔어.”이도윤의 말투는 차가웠다. “내가 손을 쓰더라도 절대 무고한 사람을 연루하지 않았을 것이고, 다른 사람의 목숨으로 진실을 감추려 하지 않았을 거야. 내가 원하기만 하면 나는 수백수천 가지의 방
이런 생각도 잠시 스쳤을 뿐, 소지아의 머릿속은 바로 이도윤의 경멸에 찬 표정으로 가득 찼다.이도윤은 자신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수없이 조롱했으니 소지아가 지금 말해도 그는 자신이 지금 아버지를 위해 변명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더군다나 소지아가 사실을 밝히기 전에 무턱대고 이도윤에게 알리면 주모자의 주의를 불러일으켜 이 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그래서 그녀는 이 생각을 참았다.배후의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사실 소지아와 이도윤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이도윤이 바람을 피운 것은 사실이었다.소지아는 전보다 훨씬 침착해졌고, 가볍게 대답했다.원하는 대답을 얻자 소지아의 머릿속은 점차 명석해졌다.소지아는 이도윤의 옷을 한사코 잡았고, 진상을 밝히는 것이 그녀의 살아갈 유일한 희망으로 되었다.“119 불러줘서 고마워.”“다 지나간 일이니 더 이상 생각할 필요 없어. 얼른 자.”이도윤은 소지아가 두려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껴안고 깊이 잠들었다.이상하게도 소지아는 더는 자신의 앞에서 백채원을 언급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마치 다시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다.이런 느낌도 잠시, 이도윤이 잠든 후, 그의 품에서 잠든 소지아는 갑자기 눈을 떴고, 몸을 거의 침대 가장자리로 옮겼는데, 그와 아무런 접촉도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이도윤은 오히려 약속을 잘 지켰다. 이튿날 아침, 소지아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와, 정말 아름다운 집이군, 민아, 너 이거 다 그릴 수 있니?”곁에 있던 소년은 쭈뼛쭈뼛 그를 끌어당겼다. “다른 사람의 집에 있는 이상, 자제 좀 해. 그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잊은 거야?”소지아는 아직 아래층으로 내려가지 않았는데, 이 소리를 듣고 즉시 뛰어내려왔고, 소년의 해맑은 얼굴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지아 누나!”소지아는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놀라기도 기뻐하기도 했다. “너희들이 어쩐 일이야?”“어제 섬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는데, 어떤 사람은 측량하고 있었
전효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소지아의 말에 승낙했다.철이와 민이는 소지아와 한참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지아 누나, 누나가 떠난 후, 형님도 섬을 떠났어요. 지금은 아마 A시에 왔을 거예요. 만약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몰래 그에게 연락하면 돼요.”“너희들은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거야?” 소지아는 전효가 매우 신비롭다고 느꼈다. 그녀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많은 무기를 가진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양기범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었지만, 전효는 달랐다. 그는 더욱 많은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특수한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그리고 전효의 신분은 충분히 신비로워서, 주모자는 지금 그의 존재를 몰랐다.“형님은 몇 년 전에 바다에서 떠돌다 우리 섬으로 왔어요. 그때 그는 숨이 간당간당했고, 아주머니가 그를 구했어요. 그도 가족이 없는 것 같아 그 후 우리 섬에서 살았고요. 하지만 나는 형님이 아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사격 기술이 엄청 좋거든요.”여기까지 말하자 철이는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누나, 그날 나 너무 긴장해서 하마터면 누나를 쏠 뻔했어요. 하지만 누나 전 남편은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인 거 같아요. 거의 망설이지 않고 누나를 보호했으니까요.”소년은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칭찬을 조금도 인색하지 않았다.소지아는 이 화제에 대해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만졌다. “넌 다른 방법을 통해 학교에 들어갔으니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그래야 출세할 수 있어. 그럼 아주머니도 너를 위해 기뻐해줄 거야.”“알았어요, 누나.”아직 입사하지 않았기에 소지아는 특별히 두 아이를 데리고 당지의 유명한 그림 전시회에 갔다. 이는 민이가 처음으로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이런 예술품을 접한 것이었다.그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눈은 어디를 봐야 좋을지 몰랐다.철이는 이런 감정을 이해할 수 없어 어깨를 으쓱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책벌레인데, 내가 보기에 그는 그림 벌레인 것 같아요. 이 낡은 그림
민이는 소지아의 앞을 가로막았다.“누나 보지 마요.”그리고 철이는 아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방금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한 말 취소할래요. 자신의 아내를 배신한 그는 그냥 찌질한 남자예요. 누나는 이런 찌질한 남자 보지 마요. 그러다 눈병 나겠어요.”소지아는 한순간 가슴이 아팠다. 이도윤이 자신을 그의 곁에 가두고 밤마다 자신을 안고 잤다고 해도 그가 백채원과 결혼하려는 사실을 개변시킬 수 없었다.백채원은 자신의 신분을 공고히 하려고 이도윤과 애정을 과시하며 공공장소를 빈번히 드나들었다.그녀는 여기서 소지아를 만날 줄은 몰라, 소지아 앞에서 이도윤의 팔을 단단히 잡으며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승리를 과시했다.이런 방법은 간단하지만 효과가 있었다.이도윤은 소지아가 아이를 데리고 B구역으로 가는 것을 보고 백채원의 손에서 자신의 팔을 뺐다.예전에 이도윤은 그래도 백채원의 체면을 세워줬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겉치레도 하려 하지 않았다.정교한 화장을 한 백채원의 얼굴은 좀 일그러졌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또 그 천한 년 찾으러 가려고요? 도윤 씨, 잊지 마요, 지금 당신의 약혼녀는 바로 나라고요!”이도윤은 눈을 드리우며 싸늘하게 백채원의 날카로운 모습을 바라보았다. 전에 그는 형제의 감정과 백채원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감정을 봐서, 그녀의 말에 순종했고 평소에도 백채원을 무척 존중했다.백채원의 진실한 모습을 본 지금, 이도윤은 그런 그녀를 한 번이라도 더 보면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당신이 원하는 거, 난 이미 다 했어.”이도윤은 냉담하게 대답하면서 눈빛에는 조금의 감정도 없었다.“지금 모든 사람들은 우리가 금실 좋은 부부라고 생각하고 있지.”백채원은 이도윤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얼굴은 험상궂었고, 마음속에는 더욱 하늘을 찌를 듯한 원한이 용솟음쳤다.그녀는 이 남자가 소지아에 대한 미움이 점점 줄어들고, 오히려 점점 더 그 여자를 사랑한다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백채원은 가까스로 오늘 이 자리에 이르렀는데,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