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씨 가문 사람들은 하용의 태도가 이렇게 단호할 줄 몰랐다.이제 아무도 그가 밀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이때 부장경이 소리를 냈다.“만약 법정 싸움까지 하겠다면 우리 역시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할 거야. 기껏해야 상해죄밖에 되지 않고 임신한 상황이라 집행유예를 신청할 수도 있어.”지아는 부씨 가문 사람들이 미셸의 또다시 보호하려고 하는 건 알고 있었으나 직접 보니 무척이나 답답했다.비록 화연과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지만 미셸에게 맞았던 그 화면이 자꾸 떠오르면서 지아는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을 오므렸다.세상은 강한 사람을 중심으로 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도 불구하고 말이다.오늘날에도 지아는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많은 일을 할 수 없다.따라서 이 답답한 곳을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다.“할아버지, 저는 부엌에 가서 약을 좀 닳이겠습니다.”부남진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좀 신경 써 주거라.”지아는 참다못해 한마디 덧붙였다.“부씨 가문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제 환자를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말을 마치고 돌아서면 지아는 여기서 아무 역할도 할 수 없었다.권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곳에서 말이다.지아는 뒤뜰로 들어서자마자 매화나무 아래 서 있는 도윤을 보게 되었다.하얀 눈이 주르륵 떨어져 그의 잘생긴 얼굴을 비추고 있었는데, 마치 만화에서 나온 남자 주인공과 같았다.“도윤아.”지아는 시무룩한 모습으로 도윤에게 다가갔다.도윤은 지아를 향해 두 팔을 벌려 품속으로 꼭 끌어안았다.“무슨 일 있었어?”지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답한 목소리로 그의 품에서 말했다.“이 집안에서 날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 다만 화연 씨가 좀 안쓰러워서 그래.”그 느낌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소계평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뛰어다니던 모습처럼 말이다.도윤이 손가락을 움직이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으나, 그때 도윤은 질투 때문에 소계훈이 죽어가기를 저주했었다.지아는 오늘날의 하용처럼 무력했었고 그들의
지아가 떠난 후, 하용만 홀로 서 있게 되었다.몸집은 도윤과 비슷하지만 도윤과 달리 사람 앞에서는 유난히 겸손해 보이는 하용이다.윗사람이나 스펙이 높은 사람에게는 무의식적으로 등을 굽히고 겸손하고 자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도윤처럼 염라대왕이 온다고 하더라도 머리를 쳐들고 자기가 가장 잘났다는 모습과 달리.도윤은 태어날 때부터 이씨 가문의 후계자로 태어났고 어려서부터 이씨 가문의 큰 기대를 받았다.군사 분야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면서 모든 걸 내려다보는 존재가 된 것이다.하씨 가문이 상황은 비교적 복잡한 것이 하용은 태어날 때부터 쫓겨 다녔고 내딛는 모든 걸음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다.그가 하고 싶은 것은 분명히 이것이 아닌데, 하씨 가문은 화연으로 하용을 위협했었다.하씨 가문은 어둠을 감당할 사람이 필요한데, 하용이 바로 온갖 어두운 면을 대신 처리해 주는 사람이었다.반면 하용의 동생은 어릴 때부터 집안의 망나니로 날마다 술수를 바꿔가며 놀았다.따라서 하씨 가문의 모든 무거운 짐은 모두 그 혼자 짊어진 것이다.미셸을 사랑하지 않지만, 미셸은 부씨 가문으로 걸어갈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 하씨 가문에서 밀어붙인 것이다.그 많은 일을 해 온 것도 모두 화연때문이었으나 화연은 미셸의 손에 그렇게 된 것이다.가문의 영광도 명예도 앞날도 오늘 화연이가 당한 일과 어린 목숨을 잃은 것에 비견할 수 없었다.이 길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 하용이다.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인데도 말이다.하씨 가문을 위해 지금껏 살아왔으니 이번만은 자신을 위해 살려고 했다.“하용아, 네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 잘 알고 있어. 제발 우리 미셸 한 번만 봐 줘. 어찌 됐든 앞으로 미셸 인생에 흠이 되는 일이잖아.”“제가 살길을 열어드리면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그 아이에게 살길을 열어주는 사람은 누굴까요? 제 여동생과 미셸은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는 사이입니다. 그런데도 숨이 간당간당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때렸습니다
미셸은 무척이나 다급해졌다.“아빠, 나는? 나 좀 도와줘.”부남진은 차갑게 미셸을 힐끗 쳐다보았다.“꺼져.”이명란이 미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경중을 가리지 않고 헛소리를 해서 부남진을 화나게 할까 봐 걱정된 것이다.“아가씨, 일단 상처부터 좀 치료합시다. 아직 임신 중이시고 중요한 아이잖아요. 절대 그 어떠한 사고도 생겨서는 안 돼요.”만약 아이가 없다면 정말 감옥에 가게 될 것이니 말이다.부남진은 부장경을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데리고 가서 치료받도록 해.”“집사, 다시 차 한잔 내와. 그리고 넌...”그의 시선은 이명란에게로 쏠렸고 이명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남아. 물어볼 게 있어.”“네.”방에 있던 사람들이 거의 다 가버리자 이명란은 자신의 옷을 꼭 잡아당기며 안절부절못하며 입을 열었다.“각하, 말씀하세요.”이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라보는 시선만으로도 이명란은 괴로워 마지 못했다.“그 여자랑 지아가 손잡고 도발해서 미셸이 그만 참지 못하고 손을 댔다고 하지 않았어? 지아가 일부러 유인해 간 거라고. 부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갈등을 부추기고 이씨 가문이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한다고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왜 말이 전혀 다른 거야?”이명란은 부씨 가문에 돌아오자마자 미셸의 죄를 뒤집어씌웠었다.일부러 민연주를 화나게 해서 민연주가 미셸을 위해 나서게끔 했었다.지아가 자리에 없었고 부장경도 그 뒤에 온 것이라 사실을 모르니 말이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CCTV를 놓쳤고 이제 진실이 앞에 나타나 이전의 모든 것이 헛소리였음을 증명하고 말았다.이명란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황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각하께서 노하실까 봐 아가씨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모두 아가씨를 위해서 한 소리였고 임신한 몸으로 벌을 받게 된다면 절대 감당해낼 수 없었을 겁니다.”“네가 미셸을 거의 홀로 키우다시피 한 거 알아. 근데 지아를 모함하는 이유는 될 수 없어.”“다 제 잘못입니다. 함부로
지아는 주방에서 약을 닳이고 있었고 민연주가 들어와서 도우미에게 보양식 재료를 준비하라고 했다.직접 앞치마까지 두르는 것을 보고 지아는 조금 놀랐다.부남진에게 주려고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병문안하러 갈 때 챙겨가는 음식처럼 보였다.유산하고 난 뒤에 먹으면 좋은 음식으로 말이다.“화연 씨 주려고 준비하는 거예요?”민연주는 처음부터 지아를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오늘 CCTV에서 지아가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지아가 진정한 의사라는 것을 깨달았다.수술대에서 이익을 생각한 게 아니라 자신 그 자체를 생각하면서 말이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오늘 상대 가문의 사람을 옹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다만 예전에 선입견으로 지아를 항상 심술궂은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민연주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솔직히 이렇게 하는 것도 쇼가 아니란다. 미셸 대신 속죄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 애가 정말로 안쓰러워서 그런다.화연이 미셸에게 너무 심하게 얻어맞는 것을 보아서인지 지금도 가슴이 조여들고 있는 민연주이다.지아의 눈빛을 마주하면서 민연주는 자신을 비웃는 듯 덧붙였다.“내 딸이 성질 나쁘고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다 알아. 어렸을 때부터 우리 곁에 없었고 커서야 데려온 아이라 지나치게 사랑하고 있는 것도 인정해. 근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부모로서 정말 부끄럽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을 뿐이야.”“네.”지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앞뒤로 준비를 마치고 음식과 한약을 보온 박스에 넣었다.“할머니, 그만 가요.”하용의 사람들은 병실 밖을 지키며 다른 사람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오로지 지아만 제외하고.의술에 관한 한 부남진은 최고의 광고이고 하용은 지아가 화연의 몸을 치료해주기를 바라고 있어서 매우 정중하게 대했다.문가에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이 들어가기도 전에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윤미래는 허리를 짚고서 기고만장한 모습을 보였다.“우리 하씨 가문에서 너
민연주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오지 않았더라면 평소에 따님에게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었겠죠.”“우리가 입양한 아이일 뿐입니다. 밥 한 끼 먹여 주었더니 오히려 우리 아들이랑 미셸 관계를 부추겨 혼사를 이렇게 만들어 버렸지 뭡니까. 아주 잘 맞았습니다. 맞아도 싼 년입니다.”지아는 갑자기 미셸이야말로 윤미래의 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이 내뱉는 말은 그토록 귀를 찔렀으니 말이다.민연주는 자식을 아끼는 좋은 엄마로 어렸을 때부터 엄격한 요구로 받았던 부장경을 뒤에서 몰래 아껴줬었다.부장경이 벌을 받아 무릎을 꿇을 때 몰래 수를 써서 조금이나마 힘이 덜 들게 하고 말이다.그렇지 않았다면 미셸을 지금처럼 총애하지 않았을 것이다.민연주는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이 자신의 아이를 해치는 것을 볼 수 없는 사람이다.윤미래의 말에 상대하지 않고 공기처럼 무시해버리고 화연 곁으로 가서 부드럽게 말했다.“얘야, 좀 괜찮으냐?”화연은 낯설지만 예쁘고 고급스러운 여인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대답했다.“네, 괜찮아요.”“괜찮을 리가 있겠어... 얼굴이 빨개지고 부은 것 좀 봐.”윤미래는 미셸이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민연주가 겉치레하러 온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재빨리 화연에게 눈짓하며 말했다.“이분은 미셸의 엄마시다. 널 직접 보러 온 것에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거야.”화연은 민연주를 훑어보았는데 전혀 닮지 않아서 이상했다.생김새나 기질이나 닮은 구석이 없어 친근하게 느껴졌다.곧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어떤 신분인지 다시 인식하고 대답했다.“네, 감사합니다.”지아는 부기를 가라앉히고 멍을 없애는 연고를 가져왔다.들어오자마자 화연이 지극히 비천하고 심지어 침대에서 내려오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고 화연에 대해 안쓰러움이 더 커졌다.“이제 막 수술을 마쳤으니 배가 많이 아플 거예요. 그냥 누워 계시면 됩니다. 침대에서 내려오지 마세요. 할머니께서 그런 것에 개의치 않으실 겁니다.”민연주는 화연을 부축하여 눕혔다.“그래
화연은 단순하지만, 바보가 아니다.조금 윤미래가 했던 말로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으니 말이다.하용이 화연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기에 화연이 이렇게 된 것을 보고 무슨 극단적인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윤미래는 자기 아들을 통제할 수 없어서 화연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화연은 자기 때문에 하용의 앞길을 망친 것 같아 민연주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려고 했다.겁에 질린 화연의 모습을 보고서 지아와 민연주는 얼른 화연을 부축하여 눕혔다.지아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가만히 있어요! 피 터져서 죽고 싶어요?”화연은 의술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하지만 방금 움직인 후에 확실히 몸 아래서 피가 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수술하고 난 뒤의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나 지아의 말을 듣고서 화연은 놀라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죽는데 두렵기는 했다.왜냐하면, 자기가 죽게 되면 하용이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순하기 그지없는 화연의 모습을 보고서 민연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안쓰러워...’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민연주가 이렇게 한 것은 단지 미셸의 죄에 대해 속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하지만 마음속으로 화연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듣자니 하씨 가문에서 재앙을 막기 위해 입양한 딸이라고 하는데 윤미래의 태도를 보아하니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 것 같았다.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맞고 쓰러졌는데도 사과까지 하다니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그럴 필요 없어. 긴장 풀고 편안하게 있어.”민연주는 약을 발라주며 물었다.“몸은 어디 아픈 데 없어?”목소리가 부드러워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모성애가 부족했던 화연은 갑자기 긴장이 풀렸다.“저... 배 아파요...”그 말을 듣고서 지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진통제 안 썼어요?”수술을 받고 나면 원래 배가 아플 텐데 체질까지 나쁘다 보니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아팠을 것이다.“깜빣했나봐요...”만약 보통 사람들은 돈이 부족하여 진통제를 쓰지 않은 것이라면 하씨 가문은 그러기에 돈이
방 안에는 두 사람만 남아 있었고 화연은 진통제를 사용했고 고통은 조금 누그러졌다.민연주는 화연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물었다.“좀 괜찮아졌어?”화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괜찮아졌어요. 저 진짜 괜찮고 미셸 씨 탓도 하지 않아요. 모든 게 다 제 잘못이니 우리 오빠 탓하지 말아 주세요.”“남매가 참 정이 좋네.”민연주는 한숨을 내쉬었다.하용은 화연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었다.혼자서 부씨 가문을 쳐들어왔을뿐더러 하씨 가문과 관계를 끊으려고 했다.그리고 화연은 이렇게 당하게 되었음에도 계속 하용만 생각하고 있다.“걱정하지 마. 난 내 딸을 대신해서 사과하려고 온 거야. 네가 괜찮다고 하더라고 잘못은 한 건 사실이니 절대 감싸주지 않을 거야.”처음엔 민연주는 이런 생각을 하고 왔었다.하용에게 사법 절차를 밟지 말라고 대신 좀 충고해달라고.하지만 화연의 비천한 모습과 미셸의 태도가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면서 도통 말이 나오지 않았다.“배고프겠어. 지아랑 맛있는 거 좀 해 왔어. 다른 일은 당분간 생각하지 마.”이렇게 허약한 모습을 보고서도 윤미래는 그 어떠한 음식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친딸이 아니어서 그러한지 정말로 아끼지 않았다.민연주는 푹 끓여 온 곰탕을 꺼내 들었다.“이거부터 좀 마셔봐. 내가 몇 시간 동안 끓인 건데 간이 맞는지 모르겠어.”놀라워 마지 못하면서 자격지심이 엄청난 화연의 모습에 민연주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어서 맛 좀 봐. 괜찮아 마음 편히 먹어도 돼. 좀 뜨거워 조심해서 마시고.”몇 모금 마시더니 민연주가 또 물었다.“어때? 몸조리 잘해야 해.”눈물이 한 방울씩 곰탕으로 뚝뚝 떨어졌다.“맛있어요.”화연은 정신없이 눈물을 훔쳤다.“일부러 울려고 한 게 아니에요. 죄송합니다.”만약 윤미래가 있었다면 또 눈물을 흘려 사람을 홀린다고 각종 더러운 말을 했을 것이다.민연주 역시 똑같이 생각할 것이라고 여겼다.그러나 민연주는 화연의 손을 살포시 잡으며 말했다.“울지 마. 눈 아파
민연주는 화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난 정말로 네가 안쓰러워서 그래. 엄마가 잘해주지 않지?”화연은 감히 다른 사람을 헐뜯지 못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냥 화가 나서 그러신 것뿐이에요.”“그런 엄마 밑에서 힘들었겠어. 괜찮으면 앞으로 나를 또 다른 엄마로 받아주지 않을래? 앞으로 부씨 가문에서 널 지켜줄게.”화연은 어리둥절해서 하며 더듬거렸다.“저...”민연주가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실은 정말로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 미셸을 추궁할 의사도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이때 문이 열리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하용이 나타났다.“화연아.”초조한 얼굴로 민연주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민연주가 여기 나타난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금세 눈빛을 경계로 돌렸다.“사모님.”민연주는 하용이 전에 부씨 가문에서 한 말을 화연을 보고 모두 이해할 수 있어서 화를 내지 않았다.“화연이 보려고 온 거야. 조금 전까지 화연이랑 연이 있는 것 같아 수양딸로 삼고 싶다고 했어.”하지만 하용은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드러내면서 말했다.“사모님, 미셸의 죄를 씻기 위해서 애를 쓰시네요.”민연주는 조금 난감했다. “그래.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아니야.”하용은 한마디도 듣지 않았고 화연을 선택할 때 모든 사람과 적이 되기로 결심했었다.“사모님, 저는 이미 정식으로 하씨 가문과 관계를 끊었습니다. 하씨 가문이 부씨 가문에 어떻게 아부하든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만 화연의 오빠로서 대가를 치르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니 다른 마음은 그냥 접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일은 물러설 여지가 없습니다.”하용은 손짓하며 말했다.“병원 같은 곳은 있으신 건 사모님 신분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제 동생은 제가 알아서 잘 챙기겠습니다. 그만 돌아가 주세요.”민연주는 입을 딱 벌렸지만 끝내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사실 이 지경에 이르자 무슨 말을 해도 하용의 생각을 바꿀 수 없었다.민연주는 화연의 어깨를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