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눈빛은 이도윤의 그윽한 눈동자과 부딪쳤고, 어슴푸레한 빛이 그의 잘생긴 얼굴 위에서 흔들리며 그의 얼굴을 반은 밝게 반은 어둡게 만들었다.마치 이도윤 본인처럼, 때로는 천사와 같고 때로는 악마와 같았다.소지아는 이 조건을 제기할 때 마음속으로 자신이 없었다. 그것은 그와 다른 여자가 낳은 아이를 위한 돌잔치였다.두 사람의 약혼식이 연기되자, 백채원은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온 세상에 알리기 위해 돌잔치를 연다며 일찌감치 초청장을 널리 보내 명사들을 초대하여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하려고 했다.소지아는 전처의 신분으로서 참가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비록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타고난 도도함은 시시각각 압력을 가하고 있어 소지아의 긴장감을 더욱 심화시켰다.그녀 자신조차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꽉 쥔 손바닥에서 이미 땀이 배어 나왔다.그는 그녀를 한참 동안 진지하게 쳐다본 후에야 비로소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좋아.”긍정적인 답을 듣고서야 소지아는 긴장을 슬쩍 풀었다.그녀는 이도윤 앞에서 너무 많은 표정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그의 깊은 눈은 마치 한눈에 그녀의 속셈을 간파할 수 있는 것 같았다.차는 곧 이씨 집안 본가에 도착했다. 소지아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진봉은 이미 그녀를 위해 차문을 열었는데, 오늘 저녁에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바람이 매우 세서 살을 에는 찬바람이 사방팔방에서 그녀의 몸으로 파고들었다.이도윤은 예전처럼 빨리 걷지 않고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소지아가 차에서 내린 후에야 그는 다시 발걸음을 내디뎠고, 소지아는 그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그녀는 본가에 대해 좋은 인상이 없었지만 다음 계획을 위해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순종해야 했다.2층의 문이 열리자 소지아는 신발을 질질 끌며 무척 내키지 않고 따라갔다.그녀의 발끝이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몸은 누군가에 의해 벽으로 밀어붙였다.“이…….”말을 꺼내기도 전에 소지아는 남자의 강한 기운
이도윤은 두 손을 그녀의 양측에 받치고 훤칠한 몸을 약간 숙여 소지아를 자신의 품속에 가두었다.이도윤은 이런 높은 곳에서 사람을 조종하는 느낌을 가장 좋아했다.그리고 그녀는 마치 사냥감처럼 도망갈 곳이 없었다.그는 높은 곳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눈빛에 강한 욕망을 드러냈고,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올린 후 바로 키스했다.“의견 있어도 참아.”오만하고, 매정했으며 또 포악했다.소지아는 그의 질고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가볍게 들어올리더니 자신을 세면대 위로 올렸다.그녀가 허둥지둥할 때, 그의 어느 부위를 만졌는데, 이도윤은 멈추었다.소지아는 그제야 남자의 왼팔이 핏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새빨간 피는 눈밭에 핀 매화처럼 하얀 셔츠를 조금씩 물들였다.소지아는 마침내 핑계를 찾으며 이도윤을 밀어냈다.“당신 다쳤어.”이도윤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시선을 회피하려 했다.“별일 아니야.”“이렇게 많은 피를 흘렸는데 어떻게 별일이 아니겠어? 상처가 찢어진 게 틀림없으니 얼른 가서 다시 싸매.”그는 눈썹을 들며 말했다.“네가 해.”‘싸매면 싸매지 뭐, 이 남자에게 먹히는 것보다 낫지.’이 이유로, 이날 밤, 소지아는 결국 그에게 자신을 건드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지윤의 돌잔치가 다가왔다.연회는 유람선에서 열리는데, 이는 백채원이 직접 선택한 장소로 아마 소지아에게 자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1년 전, 그녀는 유람선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지금도 그 푸른 바다를 보면, 소지아는 망설임 없이 백채원을 향해 헤엄쳐 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그리고 자신이 조금씩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바닷물에 삼켜지는 그 느낌은 또 무척 무기력했다.밤이 곧 다가오자, 진봉은 약속대로 그녀를 데리러 왔고, 예전과 다름없이 말이 많았다.“사모님, 오늘 밤 유람선은 무척 떠들썩할 거예요. 불꽃 놀이도 있고요.”그의 본의는 소지아가 이번 해를 매우 고생스럽게 보냈으므로 잘 즐기라고 하고 싶
여금청은 여전히 달갑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 나타나도 사람들의 초점이 될 수 있는 소지아가 눈에 거슬렸다.양기범은 매너 있게 앞으로 나아갔다.“지아야, 이런 연회에서 너를 보다니, 정말 보기 드문 일이야.”“반장.” 소지아는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예전에는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후에 우리 집안이 파산해서 참석할 기회도 없었어.”“지아 넌 손쉽게 1000억을 기부했으니 너조차 기회가 없다면 이 배에 탄 사람도 기회가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거야.”양기범은 그녀와 이도윤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에 내색하지 않고 몰래 그녀를 향해 눈을 깜박였다.보아하니 전의 CCTV에서 무언가를 알아낸 것 같았다. 소지아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여금청의 거북한 목소리가 울렸다.“반장, 내가 말하지만, 소지아는 예쁘게 생겼으니 아무리 그래도 돈 많은 늙은이에게 빌붙었을 거야. 소지아, 최근에 나는 어느 집안의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남편이 죽기도 전에 그를 저주하는 것은 너무 독한 거 아니니”’여금청은 소지아가 돈이 있는 노인을 찾았기에 이렇게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의 남자가 재벌 2세라면 누가 자랑하지 않겠는가?“금청아, 사람들 앞에서 허튼소리 하지 마.” 양기범은 여금청을 노려보았다.이것은 여금청을 매우 기분 나쁘게 했다.“반장, 왜 자꾸 그녀를 감싸는 거야? 설마 소지아가 과부로 되면 그녀와 결혼하려고? 반장의 아버지는 그녀와 같은 여자를 집으로 들여보내지 않을 텐데.”“너 정말 말할수록 터무니가 없구나. 지아야, 먼저 들어가. 갑판 위는 좀 추운 것 같아.” 양기범은 매너 있게 제안했는데, 이곳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소지아도 여금청을 상대하기 귀찮았다. 전에 학교에 있을 때부터 그녀는 미친개처럼 자신을 물며 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떠났다.“반장! 너 소지아를 좋아하는 거지?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예전에 학교에 있을
“너 날 뭐라고 불렀어?” 변진희는 믿을 수 없단 듯이 소지아를 바라보았다.“백 부인은 설마 잊으신 건가요? 당신과 우리 아버지는 이미 십여 년 전에 이혼했고, 지금 당신의 남편은 백 선생님이니 내가 당신을 백 부인이라고 부르는 게 잘못됐나요?”소지아는 전에 이렇게 냉담하지 않았다. 그녀가 귀국한 후, 다시 만났을 때까지도 소지아는 그나마 상냥했고, 지금과는 엄청 달랐다. 짧은 시간내에 그녀는 날카로운 칼처럼 변했다.“지아야, 너 변했어. 너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니? 그래도 나는 여전히 네 엄마잖아.”“난 확실히 변했죠. 이제야 사람의 마음이 추악하고 더럽고 이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만약 내가 이 도리를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 십여 년 동안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이렇게 많은 시간을 낭비하여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았을 텐데.”“지아야, 엄마도 잘못을 깨달았어. 지금 내가 돌아왔으니 최선을 다해 너에게 잘 해줄 거야.”소지아는 앞의 이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는 이미 자신이 어렸을 때, 변진희가 어떤 모습인지 잘 기억하지 못했다.그녀는 사진에 비해 세월이 흔적이 많아졌지만,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억 속 어머니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당신이 날 버리고 싶다 해서 더는 아랑곳하지 않을 때는 언제고, 지금은 또 나에게 보상하겠다고 하다니, 백 부인, 당신은 내가 그 보상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나요? 당신이 가장 필요할 때 내 곁에 없었는데, 지금의 나는 이미 견뎌냈어요. 이제 와서 10배, 100배를 잘 해줘도, 당신의 버림을 받아 차가워진 마음을 따뜻하게 할 수 없겠죠.”“지아야…….”“백 부인의 따님은 저쪽에 있어요. 난 그럴 자격이 없고요.”이 세상에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있었다. 변진희는 마침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는 소계훈을 사랑하지 않았고, 그래서 백정일이 그녀를 데리고 떠날 때, 그녀는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하자 소지아는 단번에 기억이 났다. 그녀는 이상한 사람들을 충분히 많이 봤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이도윤의 그 건강에 신경 쓰는 친구, 클럽에서 남들은 다 얼음을 타고 술을 마시지만, 민백현은 오히려 여러 가지 차를 마셨다.남들은 왼쪽에 귀여운 스타일의 여자를 안고, 오른쪽에는 섹시한 여자를 안고 있었지만, 그는 위에 안대를 쓰고, 아래에 뜨거운 물로 발을 담그며 “지금 건강에 주의를 돌리지 않으면 앞으로 주치의를 자주 바꿔야한다!”는 말만 중얼거렸다민백현을 제외하고는 이 주원도 엄청 이상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뾰족한 이빨과 털을 가진 동물을 두려워했다.그때 그는 우 사장을 따라 소계훈의 생신을 축하하러 왔지만, 하루에게 쫓겨 감히 나무에서 내려오지 못했다.한 무리의 아이들은 아래에서 그를 비웃었는데, 오직 소지아만이 한 손에 흰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고 빙그레 웃으며 그를 보고 있었다.“겁내지 마, 내가 잡았으니까. 손 이리 줘, 내 손 잡고 천천히 내려와.”“너였구나, 지금은 아직도 고양이를 무서워하니?” 소지아는 그때의 정경을 생각하고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했다.“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은 집에서 고양이를 몇 마리나 키웠는데, 이미 무섭지 않아요. 하루는 지금 어때요?”소지아의 안색은 좀 어두워졌다. 하루는 이미 13살 난 늙은 고양이였다. 소씨 집안이 파산할 때, 소지아는 한창 임신 중이었고, 또 소계훈이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그녀가 하루를 찾으러 갔을 때, 소씨 집안의 본가는 이미 텅 비었다.“이미 없어졌어, 길고양이가 되었을 수도 있고, 이미 죽었을 수도 있지.”이도윤에게 시집갔을 때, 그녀는 하루를 데려오려 했지만 이도윤은 털이 있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아 그녀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주원은 그녀의 서운한 얼굴을 보고 입을 열었다.“재작년에 내가 하얀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웠는데, 나이도 꽤 든 것 같더라고요, 누나가 찾는 하루인지 아닌지 모르겠네요.”소지아의 얼굴에는 마침내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사
“그 입 닥쳐요.”“도윤 씨, 오직 나만이 당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신붓감이에요. 소지아는 단지 당신의 돈을 좋아할 뿐이고요. 그녀에게 돈을 주기만 하면 그녀는 누구든 상관없단 말이에요.”이도윤은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화가 난 백채원은 와인을 들고 다른 쪽으로 가서 여금청의 귓가에 대고 몇 마디 했다.여금청은 말로만 시비를 걸어서 아직 실제로 일을 저지른 적이 없었기에 잔뜩 긴장했다.“정, 정말 이렇게 하려고요?”백채원은 웃으며 말했다.“금청아, 사실 난 줄곧 네가 큰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어. 네가 만약 나를 대신해서 이 일을 잘 처리한다면, 나는 너희 집안에게 애원 병원의 아주 중요한 자리를 내줄 수 있지.”“채원 언니, 안심해요, 나는 절대로 언니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백채원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사람은 돈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 다는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소지아, 너는 맨주먹으로 어떻게 나와 싸우려는 거니?’소지아는 주원과 잠시 앉아 있었고, 그는 배려심이 많았다.“이 시간에 다른 종목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네요. 유람선의 뷔페가 괜찮다던데, 누나도 같이 먹지 않을래요? 하루에 관한 많은 일을 아직 누나에게 말하지 못했단 말이에요.”소지아는 시간이 확실히 이르다는 것을 보았다. 지금 일을 만들면 오히려 재미가 없었다.“좋아.”두 사람은 함께 뷔페를 먹으러 갔고, 이도윤의 눈빛은 줄곧 그녀를 따라다녔다.‘지아야, 너도 참 간이 크군!’그는 이미 소지아를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가 있는 곳이라면 만인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도윤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 녀석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아봐.”“예, 대표님.”레스토랑에서는 바이올린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퍼졌고, 각국의 음식은 무려 수천 가지에 달하는데, 주원은 디저트 코너에 가서 그녀에게 많은 무스 케이크를 집어주었다.“누나가 전에 케이크를 가장 좋아했던 걸로 기억하
주원은 소지아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분명히 고양이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녀가 하늘을 바라볼 때의 공허한 표정을 보면서 그는 문득 소지아가 그녀 자신이 죽은 후의 일을 안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누나, 알겠어요.”“정원에서 가장 큰 그 나무여야만 해. 겨울이 되면 매화가 가지에 가득 피어 하얀 눈의 향기와 함께 코를 찌르거든. 난 그곳에서 하루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기다린다는 말에 아무도 그녀가 곧 죽을 것이란 것을 연상하지 못했다.“좋아요, 지아 누나도 시간 나면 하루 보러 와요.”소지아는 손을 뻗어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뺀 다음 주원에게 건네주었다.“나 오늘 급하게 오느라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어. 그러니 이 귀걸이를 나 대신 하루에게 가져다줘. 그녀는 어릴 때부터 반짝반짝한 장난감을 좋아했거든.”“……네, 근데 누나 만약 오기 불편하시면 주소 알려줘요. 난 하루를 데리고 찾아갈 수 있거든요. 하루도 누나를 만나면 정말 기뻐할 거예요.”“아니야.” 그녀는 시간이 없었다.이도윤이 따라 나왔을 때, 마침 주원이 소지아를 끌고 갑판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갑판에 서 있었고, 모두 하얀 색 옷을 입었는데, 큰 눈이 두 사람의 곁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면서 무척 어울렸다.그는 몇 년 전, 소지아가 심심할 때 그의 머리카락을 다듬은 것을 떠올렸다.“너 왜 자꾸 머리를 빗어 올리는 거야? 가끔 내려놓으면 좀 젊어 보이는데.”이도윤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내가 늙었는가?”진환은 생기가 넘치는 주원을 바라보았다.“대표님은 성숙한 기운을 지니고 있어 그런 젊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기개가 아닙니다.”“그런데 그녀는 내가 늙었다잖아.”진환은 웃음을 참았다.‘대표님은 최근 갈수록 투정을 자주 부리는 것 같아.’“별말씀을요. 대표님은 겨우 27살이고, 한창 박력이 있는 나이죠. 사모님께서 좋아하는 것은 바로 대표님 같은 성숙한 남자이지 풋내기가 아닙니다. 대표님은 소녀들이
소년의 품속은 성숙한 남자처럼 든든하지 못하고 약간 허약했다.소지아는 이도윤의 소유욕을 생각하고 안정되자마자 즉시 벗어나 주원과 거리를 벌렸다.“고마워. 밖은 좀 추우니 들어가자.”소지아가 식당에 들어서자 방금 서 있던 자리에는 이미 이도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앉자마자, 주원은 그녀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러 떠났고, 소지아는 양기범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동의했다.양기범은 술 한 잔을 들고 그녀 맞은편에 앉았고, 아무리 봐도 동창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소지아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반장, 알아냈어?”“응, 배에 오르기 전에 이미 결과를 보내왔는데, 너에게 말하지 못했어. 우리가 전에 추측한 것과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너의 신체검사 보고서를 바꿨어. 비록 그는 계속 머리를 숙였지만 여전히 cctv에 찍혔고, 눈에 익은지 좀 봐.”양기범은 캡처한 뒤 다시 복원해 확대한 사진을 소지아에게 보냈다.사진은 여전히 흐릿하지만 윤곽은 대체로 잘 보였다.“이 사람은…….”“알아?”그것은 낯선 얼굴이었고 그녀는 전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기억력이 좋아, 어디서 이 사람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어디지?’‘왜 그래? 무슨 생각이 난 거야?”양기범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소지아는 문득 기억이 났다. 풍원 정신과 병원.소지아가 간소연을 방문하러 간 날, 간소연은 병이 발작하여 몇 명의 경비원이 그녀를 잡았는데, 그녀에게 진정제를 놓아준 남자가 바로 그였다!“나…….”소지아는 말하고 싶었지만 또 다른 사람이 들을까 봐 억지로 삼켰다.“반장, 이번에 정말 날 제대로 도와줬어. 근데 계속 좀 알아봐 주면 안 될까? 나 지금 감시당한 거 같아.”그녀가 움직이면 자연히 상대방의 눈에 띄겠지만, 아무도 양기범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양기범도 눈치가 빨라서 바로 알아차렸다.그는 오래 머물지 않았고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그래, 지아야, 앞으로도 우리 자주 연락하고.”“응, 반장.”양기범을 보내고 소지아는 간소연을 떠올렸
시월도 소영수의 침상에 엎드린 채 흐느꼈다.“할아버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그러셨어요... 저희가 마지막 모습을 뵐 수 있었을 텐데요...” “아가씨,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어르신께서는 너무 갑작스럽게 가셨고,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아마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게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시하가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집사님, 소식을 철저히 숨겼는데, 어떻게 할아버지께서 알게 되신 거죠? 대체 누굽니까? 누가 전화를 한 겁니까?”“이미 번호를 추적해 봤는데, 해외에서 걸려 온 가상번호였습니다. 발신자의 신원은커녕 구체적인 IP 주소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아무래도 처음부터 철저히 준비한 모양입니다.” 양준철의 두 주먹은 떨리듯 꽉 쥐어졌고, 붉게 충혈된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기만 하면, 그놈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뼈까지 갈아버려서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할 거라고요!” 40년 전만 해도 양준철의 수법은 세상을 공포에 떨게 했다. 양준철은 어릴 때부터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갔고,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저질렀다. 소영수가 양준철을 부하로 삼은 것도 그의 잔혹함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는데, 사람들은 양준철의 이름만 들어도 겁에 질릴 정도였다.하지만 그런 양준철이 지켜야 할 은인이 눈앞에서 허망하게 떠나버렸다. 이는 양준철에게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오빠, 지금은 큰 오빠가 없으니까 오빠가 결단을 내려야 해. 할아버지 장례는 어떻게 할 거야?” 시하는 피눈물을 머금은 듯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입관하고 조용히 묻어 드리자. 최소한... 할아버지께서 편히 잠들도록 해드려야지. 양 집사님, 장례를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시하는 소영수의 시신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할아버지, 평생을 할머니 곁에 가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제야 소원을 이루셨네요.”“하지만 이렇게 급히 떠나시다니... 다 제 잘못입니다.
시월이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오빠, 괜찮아?” 멀찍이 떨어져 있던 지아가 차분하게 말했다.“아가씨, 멀리 떨어지세요. 감정 상태가 아주 불안정한 것 같아요. 아가씨까지 다칠 수도 있어요.”“우리 오빠가 왜 이렇게까지 된 거예요?” 장덕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방금 어르신의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아직 비행기 사고로 연락이 안 되고, 시언 도련님은 이제 막 수술을 마친 터라, 지금 집안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시하 도련님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시월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할아버지가 왜요?” “집안에 닥친 변고를 들으신 순간 심장 발작으로...” “거짓말! 그 따위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우라고!!” 시하는 옆에 있던 신발을 장덕수에게 집어 던졌고, 깜짝 놀란 장덕수는 급히 몸을 움직였다. “다 끝났어요, 시하 도련님도 미쳐버리셨다고요!” 지아가 침착하게 말했다.“두 분은 나가 있으세요. 시하 오빠는 제가 돌볼게요. 지금은 큰 충격을 받아서 안정할 시간이 필요해요.”“안 됩니다, 소 선생님, 그건 너무 위험해요. 도련님이 정신을 잃고 선생님을 다치게 할지도 모릅니다.”“괜찮아요. 시하 오빠의 다리 상태를 모르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를 해칠 수 없을 거예요.” 지아가 무무를 불러 문을 잠그자, 방 안에는 차가운 공기만이 남았고, 피리 소리가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문밖에서는 장덕수가 안절부절못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이걸 어쩌죠... 도련님께선 원래도 심신이 불안정하셨는데, 이번 일로 완전히 무너지신 모양입니다. 이 와중에 어르신까지...”“본가로 갑시다!”목소리의 주인공은 시언이었다. 모두 고개를 돌리자, 휠체어에 앉은 그의 모습이 보였다.흉터를 감싼 붕대가 여기저기 엉성하게 드러났지만, 시언의 표정만큼은 이전과 다르게 단단하고 결의에 차 있었다. “오빠...”시
그 순간, 지아의 말에 시하의 눈빛이 굳어졌다.“그러니까... 아직 우리 가문에 스파이가 있다는 거야?”“잘 생각해 보세요. 소명담의 부검 결과가 나왔잖아요. 그 사람이 죽은 건 불과 몇 년 전이에요. 즉, 심세호가 그 사람의 신분을 사용한 것도 몇 년 안 되는 일이라는 뜻이죠.”“하지만 소씨 가문의 불행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잖아요. 족히 십여 년은 되었다고요! 내부에서 도와주는 자가 없었다면, 그 사람이 이렇게 순조롭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겠어요?”지아의 지적에 시하는 마침내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지아야, 네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 “물론 오빠를 탓할 수는 없어요. 소씨 가문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원래 당사자는 상황을 제대로 살필 수 없는 법이잖아요.”“상대는 십 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판을 짰을 거예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거란 뜻이죠.” 시하의 얼굴에 깊은 걱정이 스쳤다.“그럼 큰형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잖아?”조경숙이 끌려간 것도 끝이 아닐 수 있었으며, 어쩌면 그게 시작일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안 돼, 큰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해. 지금 저렇게 나서는 건 누군가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일 뿐이라고!” 시하는 안절부절못하며 목소리를 높였다.“형한테 당장 알려야겠어. 그리고 이 일은 할아버지께 비밀로 해야 해. 요즘 들어 할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어. 이 사실을 알게 되시면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실 거야.” 지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시하를 달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문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울렸다. “누구야?!”시하의 얼굴에는 불안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극도의 긴장 속에서 작은 소리조차 불길하게 들리는 듯했다.“도련님, 큰일 났습니다!”또 장덕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시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더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먼저 나가 볼게요.”지아가 시하의
시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절대 오빠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오빠도 건강을 잘 챙겨야 해요.” “그래.”시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나는 아버지 일부터 정리할게. 월아, 집안을 부탁해.”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집안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떠나기 전, 시후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덧붙였다.“그리고 월아, 소 선생님도 우리 사람이야. 무슨 일이든 소 선생님께 털어놓고 도움을 받도록 해.” “네, 알겠어요.”사람들 앞에서의 시월은 언제나 순종적이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시월의 얼굴은 감출 수 없는 분노로 가득해졌다. “죽일 X! 그 X이 뭔데 나랑 같이 소씨 가문을 관리한다는 거야?” 심장후는 그런 시월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됐어, 우리 계획은 이미 반이나 성공했잖아. 이제 소씨 가문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할 거야. 이미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이나 다름없으니, 더 이상 발버둥칠 여력도 없을 거라고.” “그래도 분하단 말이야. 지금이야말로 소씨 가문을 접수하기 가장 좋은 기회인데...” “소시후도 너를 걱정해서 그러는 걸 거야. 네가 혼란에 휩싸일까 봐 두려운 거지. 여태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조급해할 거 없어. 조금만 진정해 봐.” 시월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꼬며 담배를 꺼내 들었는데, 심장후는 서둘러 그녀에게 불을 붙여 주었다. 빨간 입술 사이로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오르고, 시월의 얼굴은 어느새 차분함을 되찾았다. “소씨 가문의 인간들 따위는 두렵지 않아. 이제 남은 건 그 노친네 하나뿐이야. 그 인간만 죽으면 소씨 가문은 완전히 끝장날 거라고. 한 명은 팔 하나를 잃었고, 하나는 절름발이가 됐잖아? 이제 별거 아닌 잡것들만 남았어.”“하지만 그 노친네는 만만치 않은 상대잖아.” “그래봤자 그 노친네의 시대는 가고, 우리의 시대가 왔어. 늙은 데다가 병까지 든 노친네가 무슨 힘을 쓰겠어? 내가 불쏘시개 하나만 더 던지면, 불길은
시후도 맞장구쳤다.“역시 우리 월이가 생각이 깊구나.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왜요, 오빠?”“상대의 목표는 우리 부모님뿐만이 아니야. 우리는 연이어 위기에 처했고, 이제 남은 건 너 하나뿐이야. 그 사람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월아, 앞으로는 외출할 때 늘 경호원을 대동하고, 출발 전에 차량도 철저히 점거해야 해. 그리고 당분간은 모든 공개 활동을 중단하도록 해.” 시월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큰오빠, 저는 우리 소씨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우리 가문은 대대로 이어져 왔고, 아빠도 많은 걸 바치셨잖아요. 아빠가 심혈을 기울인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건 싫어요. 지금은 저만이 가문을 책임질 수 있는데,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복잡해질까 봐 걱정된다고요!”“네 마음은 잘 알겠어. 하지만 지금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아. 월아, 넌 우리 가문의 마지막 희망이야. 오빠들이 너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잖아. 게다가 아버지도 떠나시기 전에 시간을 벌 수 있는 준비를 해두셨을 테니까, 당분간은 집에만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디든 나가면 안 돼, 알겠지?” 시후가 시월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정하게 말했다.“너 자신을 꼭 돌봐야 해. 오빠들은 너까지 잃고 싶지 않아.” “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월이를 꼭 지킬 겁니다.” “그래.”시후가 고개를 돌려 심장후를 바라보았다.“장후야, 우리가 이 사건과 연관 있는 심세호라는 사람을 찾아냈는데, 혹시 심씨 가문의 사람일까?” 심장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형님께서 말씀하시는 심세호가 저희 할아버지의 사생아인지는 모르겠네요. 저희 아버지에게 큰아버지 이전에 사생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사람은 할아버지를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하찮은 술집 여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었어요.”“하지만 그 술집 여자와 사생아 모두 우리 심씨 가문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죠. 제 아버지조차 그 사람과 왕래가 거의 없었으니, 우리 같은 후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지아는 새로 등장한 인물이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소시월과의 관계는 아주 가까워 보였다. 지아의 의문을 눈치챘는지, 시후가 차분히 설명했다.“심씨 가문의 장남, 심장후예요. 월이의 약혼자이기도 하죠.” ‘심씨 가문?’지아는 순간 이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돌고 돌아 같은 곳으로 되돌아온 셈이었으니 말이다. 도윤의 어머니인 심예지 역시 심씨 가문의 사람이었으나, 과거의 그녀는 사랑을 택하며 심씨 가문과의 인연을 끊었다. 그런 심씨 가문의 후계자가 소시월의 약혼녀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자, 심장후가 자연스럽게 지아를 바라보았다. “이분은...?”시월이 눈물을 훔치며 소개했다.“내가 얘기했던 뛰어난 의술을 갖춘 소 선생님이셔. 우리 시하 오빠가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이기도 하지.” 지아가 심장후의 손을 잡아끌며 지아 쪽으로 향했다.“소 선생님, 제 약혼자예요.” “안녕하세요.”지아가 무심한 듯 담담하게 인사했다. “소 선생님, 반갑습니다. 젊은 나이에 그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졌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지아는 고개를 끄덕일 뿐, 더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장후 역시 지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시후에게 걱정스러운 눈길을 돌렸다.“소 대표님께서는...” 지아의 눈빛이 경계심으로 살짝 굳어지자, 시월이 급히 설명했다.“미안해, 오빠, 내가 이야기했어. 장후 오빠랑 전화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하는 바람에...” 시후는 이런 일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시월과 장후의 사이를 알기에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원래 올해 두 가문이 결혼 문제를 상의할 계획이었으나, 지금 같은 상황에선 모든 것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장후도 우리 소씨 가문의 사람인 셈이니까.” 이미 온 사람을 돌려보낼 수도 없었으니, 시후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손끝은 마음속의 혼란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께서 타신 비행기가 폭발했어. 아
시하는 시언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했다.“나도 잘못이 있어. 그동안 책임은커녕 모두에게 짐이 되었으니까.” “그만 좀 하세요!”지아가 탁자를 치며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금은 서로에게 사과할 때가 아니에요. 여러분이 이럴수록 심세호를 기쁘게 할 뿐이라고요. 아직 비행기 사고로 대표님의 사망을 확정할 수는 없어요.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요.” 지아는 곧은 자세로 서 있었다.‘내가 소씨 가문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여러분은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해요. 만약 대표님께서 정말 돌아가셨다면, 여러분이 아들로서 소씨 가문을 지켜내야 한다고요. 가족을 슬프게 하고, 원수를 기쁘게 만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사모님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찾아내는 일이에요. 사모님은 최대한 빨리 눈을 치료해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회복이 불가능해질 거예요!” “게다가 소 대표님은 해외 사업을 접고 귀국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일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해요. 나라에는 왕이 하루도 없어선 안 되는 법이잖아요. 이런 상태라면, 소씨 가문은 곧 무너지고 말 거라고요!” 이어서 지아는 시언에게 조언했다.“건강을 반드시 회복하셔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나아지셔야 가족 모두가 안정을 찾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지아는 몇 마디로 어지러운 상황을 안정시켰다.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았고, 나이도 그들보다 어렸지만, 그녀의 말에는 이상할 정도의 신뢰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맞습니다. 우리는 절대 무너지면 안 돼요. 소 선생님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지아가 시후를 부축해 앉혔는데, 사실 지아가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바로 소시후였다. 시후는 지아 다음으로 성공한 실험체였지만, 신장병은 여전히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고, 예전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조금 더 높아졌을 뿐이었다. 시후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쳐 있었기에, 지아는 그가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지아는 이런 걱정을 안고 시후를 부드럽게
지금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은 소식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그 말이 전해지자 모두의 눈가가 떨리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장 집사님, 장 집사님은 집안의 어른이시잖아요. 어쩜 그렇게 경솔할 수 있으세요?” 지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아는 처음 소씨 가문에 왔을 때 자신을 맞이하던 장덕수의 침착함과 신중함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지금 이토록 당황하며 문턱에서 넘어질 정도로 급하게 들어왔다는 갓은, 사건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장 집사님, 대체 무슨 일이에요?”시월이 다급히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장덕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께서 탑승하신 개인 비행기가... 비행 중에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비행기가... 폭발했다고요!” “뭐, 뭐라고요?!”시월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하고 말았다. “월아!”시후는 곧장 시월을 안아 들었는데, 이는 혼란스러운 소씨 가문이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지아는 빠르게 다가가 시월의 상태를 살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단지 충격으로 실시하신 것뿐이에요. 잠시 쉬면 곧 깨어나실 거예요.” “누가 월이 좀 방으로 옮겨주세요! 휴식이 필요합니다!” “예, 도련님!”고용인이 시월을 방으로 데려가자, 거실에 남은 사람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참혹해졌다. 시후는 아직 치료받지 않아 병약한 얼굴로 서 있었고, 시언은 수술을 막 끝낸 상태에서 시하와 마찬가지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게다가 시월은 너무 놀라 혼절하기까지.“형, 아버지는...”가장 강인하던 시언의 눈시울조차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장남인 시후였다. 그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누구보다 힘들었지만 지금은 더욱 강한 척해야만 했다. “괜찮을 거야. 단지 비행기 사고일 뿐이야. 기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하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휠체어를 세게 내리쳤는데, 그의 눈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분명 심세호가 한 짓이야! 사랑이 증오로 변한
다행히 지금은 60년 전처럼 정보가 부족한 시대가 아니어서, 원하기만 하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조경숙은 조씨 가문 출신으로, 이름 높은 명문가 자제였다.집안에는 여섯 명의 오빠가 있었고, 조경숙은 유일한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즉, 집안의 보석 같은 존재로, 아름다운 외모와 온화한 성품을 겸비한 인물이 된 것이었다.조경숙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이미 여러 집안에서 혼인을 청했고, 심지어 해외의 명문가들도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조경숙의 수많은 구혼자 중에서도 한 사람만이 유독 특별했다.그 시절 조경숙을 쫓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호들이었기에, 단순히 재산만으로는 그들의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하지만 그중 한 명은 천재 발명가로 불리며, 동시에 뛰어난 의술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었다. 그의 사랑은 그야말로 뜨겁고 격렬했으며, 조경숙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조경숙이 소임호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음에도, 그는 결코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임호가 무슨 방법을 썼는지, 그 천재 발명가는 갑작스레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 의학 미치광이의 소개서를 읽은 지아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지아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 천하의 악당 같은 의학 천재는 루이스가 길러낸 첫 번째 제자였는데, 이미 사제 관계가 파탄 나긴 했으나, 지아는 그를 ‘선배’라고 불러야 했다. ‘이미 파문되었다던 그 사람이 사모님과 그렇게 깊은 연관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래서 그 사람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피부에서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던 거구나.’그의 나이를 추정하면 이미 50세가 되었을 것이었다.얼굴은 가면으로 감출 수 있겠지만, 몸은 속일 수 없지 않겠는가?그 사람의 피부는 마치 20대나 30대처럼 매끄럽고 탱탱해, 지아는 그가 소명담이 아닐 거라고 의심하지 못했다. 루이스 역시 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