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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1화

Author: 윤지
하민재는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네 명의 여자의 시선과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하는 시선에 일단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됐어요.”

그는 떠나기 전에 진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

그가 자리를 뜨자 주변의 구경꾼들도 하나둘씩 흩어졌다.

홍주영은 감격의 눈빛으로 그녀들을 바라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마워요.”

“아니에요. 같은 여자끼리 서로 도와야죠.”

진서연이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홍주영이 이만 떠나려고 할 때 박민정이 그녀를 다시 불러세웠다.

“같이 돌아다닐래요?”

박민정은 하민재가 다시 나타날까 봐 걱정됐다.

홍주영은 박민정의 말에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녀들은 같이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음식을 먹으면서 구경했다.

박민정 말대로 하민재는 정말 떠나지 않았고 멀리서 홍주영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민재의 부하들도 이 상황이 살짝 어이없었다.

“형님, 이렇게 한 여자를 몰래 감시하는 게 좀 아닌 것 같아요.”

부하는 그들이 살짝 변태 같다고 생각해서 말을 꺼내자 하민재가 차에 올라타면서 반박했다.

“네가 뭘 알아? 남자는 얼굴이 두꺼워야 해.”

그의 뻔뻔스러운 말에 부하는 할 말을 잃었다.

“왜 같이 돌아다니는 거지?”

하민재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골치가 아팠고 여자들은 쇼핑하면 정말 끝이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박민정이 홍주영을 회사까지 데려다주자 그는 더 이상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그저 돌아가기로 했다.

한편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은 유다혜는 건강 상태가 매우 나빴고 유전적 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왔는데 아마도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유전된 것일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정수미는 믿을 수 없었고 윤소현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그녀는 그 남자들한테 그런 병이 있고 자신의 딸한테까지 유전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아이는 태어나지 말아야 했어요. 진작에 알았더라면 절대 낳지 않았을 거예요.”

정수미는 독한 말을 내뱉는 윤소현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위로했다.

“지금은 이런 얘기를 할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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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기뻤다.한 집에서 정민기와 함께 지낼 수 있다면 감정이 더 깊어질 수도 있고 어쩌면 단둘이 있는 사이에 무슨 일이...진서연은 더 이상 상상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좋아요! 당연히 원하죠.”그러다 문득 설인하가 떠올랐다.“그런데 인하 씨는요?”자신이 떠난다고 해도 집에는 아직 설인하가 남아 있지 않은가.유남준도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여러 채의 별장이 있어 공간은 충분했지만 설인하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문제였다. 그래서 그건 내일 다시 고민해보기로 했다.그날 밤, 박민정은 몹시 부끄러운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자신과 유남준이 한 침대에 누워 있었고 도저히 말로 옮길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었다.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머릿속엔 온통 그 장면이 떠오르며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박민정은 스스로를 다독였다.“민정아, 너 왜 이래? 정신 좀 차려!”어제 유남준과 입을 맞추었던 일도, 그 장면을 진서연에게 들킨 일도 떠올라 방을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한참을 망설이다가 밖이 조용해진 걸 확인한 후에야 겨우 문을 열고 나왔다.그런데 거실에서 진서연이 짐을 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박민정이 당황하며 물었다.“서연아, 뭐 하는 거야? 이사 가려는 거야?”혹시 어제 일 때문인가 싶어 더 난처해졌다.그녀는 황급히 해명했다.“어제 일은 그냥 오해야. 신경 쓰지 마. 제발 가지 마.”하지만 진서연은 고개를 저었다.“보스, 걱정 마세요. 이사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뒷채로 옮기는 거예요. 민기 씨와 함께 살기로 했어요.”그때 설인하가 방에서 나왔다.“민정 씨, 저도 이사 가려고 해요. 괜찮죠?”박민정이 더 당황했다.“갑자기 왜요?”“방씨 집안에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려고요. 은정이를 자주 보러 가고 싶거든요.”며칠 동안 보지 못한 딸아이가 너무 그리웠다.마침 그날 아침, 유남준이 그녀를 찾아와 방성원의 저택 근처에 있는 별장을 하나 내주겠다고 했던 것이다.박민정도 더 이상 붙잡을 명분이 없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01화

    홍주영은 한편으로는 나이 많은 할머니가 여전히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 안타까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도 이제 제법 나이가 들어 정말로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찾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문자를 보냈다.[할머니, 알겠어요. 다시 한 번 민재 씨와 만나 볼게요.]이 메시지를 보내자 할머니는 드디어 조용해졌다.홍주영은 휴대전화를 꺼두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침내, 고씨 집안에 도착했다.유남우도 눈을 뜨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렸는데 아까 통화의 내용은 서로 언급하지 않았다.......한편, 박민정과 유남준은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박민정은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두 아이는 앞으로 계속 본가에서 지내게 되는 거예요?”지금은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점 정이 들었다.“네가 기억을 되찾고 아이들을 데려오고 싶다면 그때 함께 살도록 하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박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고 모두가 잠들어 있었다.박민정은 먼저 박윤우를 재우기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아이가 잠이 들자 방을 나와 자기 방으로 가려 했다.그녀가 막 문가에 다다랐을 때 유남준이 마치 한 벽처럼 앞을 가로막았다.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를 깨울까 봐 그녀는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유남준은 짙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같은 방에서 자자.”박민정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다시 입을 열었으나 그녀는 약간 더듬거렸다.“그, 그건 좀... 불편할 것 같은데요.”“뭐가 불편해?” 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부부야. 나를 이렇게 계속 혼자 두는 게 괜찮아?”“혼자 자는 것도 나쁘지 않던데요.” 박민정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자 유남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넌 이제 정말 나한테서 마음이 떠났구나.”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00화

    유남우는 밖으로 나와 차에 올랐다.차 안에는 이미 홍주영이 타고 있었고 유남우를 보자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어쩌다 이렇게 빨리 돌아오신 겁니까?”원래 유남우가 오늘 돌아온 이유는 고영란을 만나 고씨 집안과의 협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다.그는 미간을 손으로 눌러 지그시 마사지하며 말했다. “굳이 어머니와 이야기할 필요 없어. 어머니는 항상 우리 형만 편들었어. 차라리 고현문을 찾아가는 게 낫겠지.”홍주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알겠습니다.”그녀의 기억 속에서 고영란은 유남우에게도 유남준과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럼에도 유남우가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홍주영은 운전사에게 차를 고씨 집안으로 몰라고 지시했다.고현문은 성격이 괴팍하고 폭력적이기로 유명했다. 과연 그가 유남우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그러나 유남우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이미 고현문의 약점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눈을 감고 잠시 쉬려 했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고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박민정과 그녀의 가족이 떠올랐다.본래 그 따뜻하고 화목한 풍경은 자신의 것이어야 했는데 이제는 유남준에게 그 모든 것이 돌아갔다.유남준은 이미 모든 것을 가졌는데 왜 굳이 자신의 여자까지 빼앗으려 하는가?그는 손을 꽉 쥐었고 관절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마침 그때, 홍주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는 유남우가 자는 줄 알고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곧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유남우는 눈도 뜨지 않은 채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받아. 괜찮으니까.”“네.”홍주영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세요, 할머니?”“민재가 이미 잘못을 뉘우쳤어. 주영아, 너도 이제 어린애처럼 굴지 말고 그 애를 다시 받아 줘야지.” 노인의 목소리는 엄격한 듯했지만 속뜻은 애원에 가까웠다.홍주영은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답했다. “할머니, 저와 그 사람은 정말 맞지 않아요. 이제 그만 이으세요.”“너는 매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99화

    “형수님, 오랜만에 집에 온 김에 좀 더 머물다 가세요. 어머니께서 늘 형수님을 그리워하십니다.” 유남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는 이제 박민정을 ‘형수님’이라 불렀다. 마치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했으며 그가 박민정을 해외로 데리고 나갔던 일년의 시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박민정이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사이, 유남준이 대신 답했다. “오늘 밤 바로 돌아갈 거야.”유남우가 있는 이곳을 그는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유남우는 한 입 음식을 먹으며 태연하게 물었다. “그렇게 서둘러 돌아가야 해? 아이들도 데려갈 거야?”언뜻 보면 그저 평범한 대화 같았다.“아이들은 당분간 내게 맡겨. 시간에게는 몸을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고영란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넘겼다.“그렇겠네요.” 유남우는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이어갔고 더 이상 묻지 않았으나 시선이 가끔씩 박민정을 향했다.이에 박민정은 불편함을 느꼈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배가 불러서 먼저 들어갈게요. 천천히 드세요.”“이렇게 조금만 먹고 가려고?” 고영란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음식이 입에 안 맞는 거야, 아니면 몸이 좋지 않은 거니?”“아니에요, 정말 배가 불러서 그래요.”박민정은 짧게 대답한 뒤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유남우도 곧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유남준은 금방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고 그 역시 식사를 멈추고 젓가락을 내려놓은 뒤, 빠르게 유남우를 뒤쫓았다.고영란은 가족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고 씁쓸하게 웃었다. “어쩐지 오늘따라 다들 식욕이 없네.”박민정과 유남우가 사라진 자리에서 유일하게 남은 사람은 그녀와 박윤우뿐이었다.박윤우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할머니, 어른들 신경 쓰지 마세요.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잖아요. 저희라도 잘 먹고 건강해야죠.”“이 녀석, 하하하.”고영란은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문득 궁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98화

    박민정은 두 아이가 졸린 기색을 보이자 즉시 보모를 불러 아이들을 재웠다.그녀는 박윤우의 손을 잡고 말했다. “윤우야, 우리 아빠가 돌아왔는지 보러 가볼까?”“좋아요!”드디어 유남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박윤우는 기뻐하며 대답했다.박민정과 아이가 자신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유남우의 표정은 복잡했고 속마음을 알 길이 없었다.이때 고영란이 2층에서 내려와 둘째 아들이 와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남우야, 어쩐 일이니? 다혜에 대한 소식은 들었니? 아이가 아직 중환자실에 있어. 시간 되면 한 번 가보렴.”고영란은 다혜가 자신의 친손녀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함께한 정이 있어 너무 매정하게 행동하고 싶지 않았다.유남우는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말했다. “어머니, 이제부터 저희는 윤소현과 그 아이와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저는 가볼 생각이 없습니다.”고영란은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어머니, 언제부터 이렇게 마음이 약해지셨습니까? 예전 같으면 저보고 사생아를 보러 가라고 하셨을 리 없잖아요?”‘사생아’라는 단어가 고영란의 마음을 서늘하게 했다.그렇다. 젊었을 때의 그녀라면 이런 일을 알게 되자마자 윤소현을 집에서 내쫓고 그 대가를 치르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고 그녀의 시선과 마음도 달라졌다.“됐어. 네가 가기 싫다면 그만두렴. 그런데 오늘 여기에 온 이유가 뭐니?”“별일 아닙니다. 그냥 밥 한 끼 먹으러 왔어요. 어머니, 설마 그것도 허락하지 않으실 건가요?” 유남우의 날이 선 말에 고영란은 심정이 착잡했다. 언제부터 착하고 순했던 둘째 아들이 이렇게 변한 걸까?예전에는 유남준이 반항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유남우가 훨씬 더 반항적이었다.“무슨 소리니, 네가 밥 먹으러 온 걸 내가 왜 반기지 않겠니?”고영란은 웃으며 다가가 말했다.“이리 와서 엄마한테 안겨 보렴.”그러나 유남우는 한 발짝 물러섰다. “어머니, 전 이제 다 컸어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닙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97화

    고영란은 그 말을 듣고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두 아이가 이렇게 오랫동안 내 곁에 있었는데, 너희가 데려가겠다고? 안 돼, 난 절대 보낼 수 없어!” 그녀는 이제 나이가 들어 더욱 정이 많아졌다. 하지만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하자, 너희 둘이 함께 이곳으로 이사 오는 게 어때? 그러면 우리 모두 한집에서 지낼 수 있잖니.” 고영란이 제안했다.유남준은 박민정이 이곳으로 이사 오는 것을 원치 않으리란 걸 알기에 단호히 거절했다.“안 돼요. 지금 민정이는 아직 기억을 되찾지 못해서 이곳에 오는 게 적절하지 않아요.”“왜? 넌 꼭 아이들을 데려가야만 속이 시원하겠니? 이 엄마가 속상해 죽는 꼴을 보고 싶은 거야?” 고영란은 얼굴 가득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두 아이를 잘 보살피지 못했어?”유남준은 아이들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거기엔 박민정이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었다.“조금만 더 기다리죠. 민정이가 기억을 되찾고 아이와 함께 살기를 원하면 데려가야 합니다.” 유남준이 단호하게 말했다.고영란은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결혼하고 나더니 엄마는 뒷전이네. 예전에야 두 아이를 잘 돌봐달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다시 데려가겠다고?”박민정은 저 멀리서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알 길이 없었다.그녀는 아이들과 친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 아이는 그녀의 팔을 꼭 안고 서로 더 많이 놀아달라고 보채며 장난을 쳤다.시간이 흘러 어느덧 오후 여섯 시가 되니 유남우가 이곳으로 찾아왔다.그는 단번에 아이들과 함께 있는 박민정을 발견했다.아이들 틈에서 활짝 웃는 그녀를 보며 유남우는 순간 멍해졌다. 그렇게 환하게 웃는 박민정은 정말 오랜만이었다.“형은 어디 있어?” 그는 하인을 향해 물었다.“큰 도련님께서는 어르신 댁에 가셨습니다.” 하인의 대답에 유남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박민정 쪽으로 걸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96화

    방관자는 오히려 더 잘 보게 되기 마련이다. 그녀들은 모두 여인으로서 정씨 가문에서 너무나 많은 일을 겪어왔다.정보주는 윤소현을 키운 적이 없었기에 보다 이성적으로 사태를 바라볼 수 있었다.“정말로 그런 일이라면 난 절대 소현이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정수미의 목이 마치 무언가에 찔린 듯 아릿하게 아파왔다. 그녀는 참을 수 없이 격렬하게 기침을 쏟아냈다. “콜록, 콜록...”“언니, 괜찮아?” 정보주가 걱정스레 묻자 정수미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이젠 익숙해.”그녀는 마음속의 불편함을 억누르며 다시 물었다. “넌 언제 돌아갈 생각이야?”정보주는 원래 박민정을 보고 난 후 바로 돌아가려 했었다. 저쪽에도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정수미의 모습을 보니 며칠 더 머물기로 결심했다.“나 요즘 특별히 급한 일도 없으니까, 진주시에서 언니랑 좀 더 시간을 보내려고.”“그래, 잘 됐네. 다음번엔 우리 같이 민정이를 찾아가서 확실히 이야기해 보자.”“응, 그러자.”...박민정은 유남준과 함께 차에 올라 돌아가는 길에서 차창 너머로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그때, 박윤우가 조그마한 손을 뻗어 박민정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박민정이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 “왜 그러니?”“엄마, 속상해요?” 박윤우는 박민정의 감정을 예민하게 느꼈다.박민정이 고개를 저으며 거짓말했다. “아니야, 윤우야. 왜 그렇게 생각해?”박윤우가 한숨을 쉬었다. “엄마, 무슨 일이든 꼭 말해야 해요. 혼자 마음속에 담아두면 안 돼요. 알겠죠? 저랑 아빠는 엄마를 사랑해요. 오직 엄마만 사랑해요.”‘오직 엄마만.’그 다섯 글자가 박민정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박윤우가 이렇게 어린 나이에 자신의 거짓말을 꿰뚫어 볼 줄은 몰랐다.박민정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 엄마가 거짓말하면 안 되는 건데. 사실 좀 속상하긴 했어.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박윤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95화

    정수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민정아, 이건 네가 받아야 해.”정보주는 곧바로 덧붙였다. “그래, 넌 언니의 친딸이잖아. 언니가 너한테 안 주면 누구한테 주겠어?”한편, 장 변호사는 감탄했다. 이렇게 막대한 재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걸 보면 연기를 하는 게 아니면 돈에 별 관심이 없는 게 분명했다.박민정은 속눈썹을 살짝 내리깔며 조용히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제 어머니가 따로 있다는 게요. 모든 게 꿈같아요.”한수민이 비록 잘해주진 않았지만 그녀의 기억 속에서는 엄연히 ‘엄마'였다. 갑자기 새로운 사람이 어머니라고 하니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게다가 정수미가 건네는 막대한 재산은 오히려 큰 부담이었다.정수미의 눈가가 붉어졌다. “박민정, 아직도 엄마를 원망하니? 아니면 내가 소현이에게도 재산을 나눠주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박민정이 당황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정수미는 급히 덧붙였다. “소현이는 내가 직접 키운 아이야. 널 사랑하듯 소현이도 사랑한단다.”박민정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이때, 유남준이 박민정의 마음속 억울함을 알아차리고 입을 열었다. “정 대표님,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 재산은 곧 제 아내의 것이니 민정이는 돈이 부족하지 않습니다.”돈을 윤소현에게 나눠주는 게 마음에 들지 않다니.그는 박민정의 성격을 잘 알기에 그녀가 이런 걸로 절대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현재 유남준의 자산은 정씨 가문보다 훨씬 많았다.정수미는 잠시 말을 잃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런 뜻이 아니야.”“그럼 무슨 뜻입니까?” 유남준이 날카롭게 되물었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시려고 저희를 부르셨습니까? 굳이 그럴 필요 없습니다.민정이는 대표님 재산 따위에 관심 없습니다. 모두 다 윤소현에게 주셔도 상관없어요.”정수미는 이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엉뚱한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민정아, 난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 그녀는 해명하려 했지만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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