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579화

Author: 윤지
“다혜가 위험해요. 지금 의식을 잃었어요. 언제쯤 시간이 돼요?”

윤소현의 목소리는 눈물에 젖어 떨리고 있었지만 유남우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내 딸도 아닌데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윤소현의 가슴에 날카로운 바늘이 찔린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당신이 원해서 낳은 아이잖아요.”

윤소현은 다혜가 태어나면 유남우가 자신에게 조금은 더 잘해 줄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다혜는 그저 유남우가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 복수의 이유는 바로 과거 윤소현이 유남우에게 약을 먹인 일이었다.

“말이 많네. 차라리 그 시간에 애부터 치료하는 게 낫겠어.”

유남우는 무심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의 곁에는 홍주영이 서 있었다. 비록 통화 내용 전체를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유남우의 말만으로도 그녀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도련님, 다혜가 아픈 건가요?”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다니.

유남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별일은 아니겠죠? 병문안이라도 가야 할까요?”

홍주영도 다혜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아이는 사랑스러웠고 늘 해맑았다.

하지만 유남우는 단호하게 답했다.

“홍 비서, 그 애는 내 친딸이 아니야. 앞으로 신경 쓸 필요 없어.”

그 말을 듣는 순간, 홍주영은 속으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유남우는 다시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하민재가 최근에 널 찾아오진 않았어?”

홍주영은 순간 머뭇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사실 하민재는 몇 번이나 그녀를 찾아왔었지만 홍주영은 매번 그를 문전박대했다.

“만약 또 찾아와서 너를 괴롭히면 반드시 나한테 말해.”

유남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네.”

“됐어, 이제 나가봐.”

“네.”

홍주영이 방을 나와 휴대전화를 확인하니 마침 하민재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주영 씨, 처음에 주영 씨를 찾았던 건 유남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줘요.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80화

    홍주영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랜만이네요. 다들 여긴 어쩐 일이세요?”“근처 구경 좀 하려고요.” 진서연이 답했다.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일행은 곧 흩어졌다. 그러다 민수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저 사람이 유남우의 비서예요?”“네.” 진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되게 매력 있네요.” 민수아가 감탄하듯 말했다.홍주영은 첫눈에 사람을 사로잡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직장 여성 특유의 세련된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점이 오히려 남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일행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던 순간, 갑자기 뒤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박민정과 친구들이 돌아보자 그곳엔 홍주영과 그녀를 가로막고 있는 하민재가 있었다.홍주영은 가던 길을 가려 했지만 하민재가 길을 막아서며 단호하게 말했다.“주영 씨,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줘요. 네?”그는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홍주영은 눈살을 찌푸렸다.“미안하지만 우리 더 이상 할 말 없어요.”그녀는 관계를 질질 끄는 걸 싫어했다. 한 번 인연이 아니라 판단하면 미련 없이 선을 긋는 사람이었다.그녀는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하민재는 그녀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며 애타게 말했다.“잠깐만요, 가지 마요.”“손 놔요!”홍주영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진서연 일행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대낮부터 이게 뭐야?”진서연은 소매를 걷어붙였다.“여자가 싫다는데도 안 놓는다고?”그러고는 박민정을 돌아보며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서연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곧장 그들 쪽으로 향했다.주변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었고 박민정도 걱정이 되어 민수아와 함께 따라갔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들었잖아요, 손 놓으라고.”진서연은 두 사람 앞에 서서 단호하게 말했다. 그제야 하민재가 그녀를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누구죠?”“홍 비서의 친구예요.”진서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81화

    하민재는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네 명의 여자의 시선과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하는 시선에 일단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됐어요.”그는 떠나기 전에 진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그가 자리를 뜨자 주변의 구경꾼들도 하나둘씩 흩어졌다.홍주영은 감격의 눈빛으로 그녀들을 바라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고마워요.”“아니에요. 같은 여자끼리 서로 도와야죠.”진서연이 웃으며 말했다.“맞아요.”홍주영이 이만 떠나려고 할 때 박민정이 그녀를 다시 불러세웠다.“같이 돌아다닐래요?”박민정은 하민재가 다시 나타날까 봐 걱정됐다. 홍주영은 박민정의 말에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녀들은 같이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음식을 먹으면서 구경했다.박민정 말대로 하민재는 정말 떠나지 않았고 멀리서 홍주영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민재의 부하들도 이 상황이 살짝 어이없었다.“형님, 이렇게 한 여자를 몰래 감시하는 게 좀 아닌 것 같아요.”부하는 그들이 살짝 변태 같다고 생각해서 말을 꺼내자 하민재가 차에 올라타면서 반박했다.“네가 뭘 알아? 남자는 얼굴이 두꺼워야 해.”그의 뻔뻔스러운 말에 부하는 할 말을 잃었다.“왜 같이 돌아다니는 거지?”하민재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골치가 아팠고 여자들은 쇼핑하면 정말 끝이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박민정이 홍주영을 회사까지 데려다주자 그는 더 이상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그저 돌아가기로 했다.한편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은 유다혜는 건강 상태가 매우 나빴고 유전적 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왔는데 아마도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유전된 것일 수 있었다.“어떻게 이런 일이...”정수미는 믿을 수 없었고 윤소현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그녀는 그 남자들한테 그런 병이 있고 자신의 딸한테까지 유전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 아이는 태어나지 말아야 했어요. 진작에 알았더라면 절대 낳지 않았을 거예요.”정수미는 독한 말을 내뱉는 윤소현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위로했다.“지금은 이런 얘기를 할 때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82화

    이때 박민정도 진서연과 민수아와 같이 저택으로 돌아왔고 마침 가만히 서 있는 정수미를 보게 되었다.진서연은 의혹스러운 듯 물었다.“왜 또 왔을까요?”“민정이 보러 왔을 거야.”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두 사람을 먼저 들어가게 하고 홀로 정수미를 향해 걸어갔다. 정수미는 멍하니 서서 박민정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정 대표님.”박민정이 소리를 내자 정수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민정아.”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무슨 일로 오셨어요?”정수미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별로 없고 그냥... 그냥 와본 거야.”그 말을 듣고 박민정이 막 떠나려는데 정수미가 그녀를 불러세웠다.“민정아, 나랑 같이 걸으면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그녀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고 박민정은 애원하는 듯한 그녀의 눈빛을 보고 거절하기가 어려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정수미는 눈을 반짝이며 기뻐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박민정에게 다가가 나란히 걸으며 마치 평범한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에게 안부 묻듯 입을 열었다.“오늘 어디 갔었어?”“그냥 밖에 나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친구가 내일 결혼하거든요.”박민정이 답했다.“그랬구나.”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그럼 나도 내일 참석해도 될까?”그녀는 엄마로서 박민정의 친구들을 당연히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박민정은 약간 당황한 듯했다.“그게...”“곤란하면 됐어. 괜찮아.”정수미는 서둘러 말하며 박민정이 자신을 더 꺼릴까 봐 걱정됐는데 박민정은 그녀의 말을 듣고 오히려 미안함을 느꼈다.“친구 결혼식이라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박민정이 특별히 그녀에게 설명하자 정수미는 마음 깊이 감동을 받았다.“그래. 알겠어. 네 친구니까 내일 따로 축의금을 보내줄게.”기대감으로 가득 찬 그녀의 얼굴을 보고 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정수미는 묵묵히 이 일을 마음속에 새겼다.얘기를 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83화

    “다행이에요.” 박민정이 대답했다.정수미는 그녀의 오른쪽 뺨에 난 흉터를 바라보며 목구멍이 마치 바늘에 찔린 듯 아팠다.“난 이만 갈게.”“네.” 박민정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고 정수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더욱 아파졌다.그녀는 감정을 억누른 채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택시에 올라탄 후 그녀는 박민정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뒤를 돌아보다가 핸드폰을 들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결혼 축의금을 준비해 줘.”비서는 약간 의아했다.“고객 가족 중 최근에 결혼하는 분이 없는데요.”“민정이의 친구가 결혼한대. 반드시 가장 중요한 고객 기준에 맞춰 준비해 줘.” 정수미가 말했다.“알겠어요.”비서는 대답한 후 즉시 준비하러 갔다.비서는 박민정한테 정 대표님 같은 친엄마가 있다는 게 부러웠고 두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 지낸 게 안타까웠지만 만약 박민정이 버림받지 않고 입양되지 않았다면 분명 정 대표님은 박민정을 굉장히 귀하게 키웠을 거였다....박씨 가문 옛 저택.박민정은 돌아온 후 민수아와 함께 결혼 준비를 하러 갔다.민수아의 고향은 이곳이 아니어서 원래는 호텔에서 신부맞이를 하려고 했지만 박민정은 박씨 가문 옛 저택이 충분히 크고 호텔보다 낫다고 생각해서 옛 저택에서 하기로 했다.서다희가 고용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도 모두 도와주러 왔다.“민정아, 나 너무 긴장돼.” 민수아가 침대에 앉아 박민정의 손을 잡으며 말하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괜찮아. 내일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 푹 쉬고 내일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돼야지.”그 말을 마치자 그녀의 머리가 은은하게 아파지기 시작했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서 벽에 기대어 있는데 갑자기 결혼 전날이 떠올랐다.박형식도 자신한테 가장 아름다운 신부라고 똑같이 위로해 줬었다.박민정의 눈앞에 다시 피비린내 나는 장면들이 떠올랐는데 박형식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병상에 누워서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장면이었다.“민정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84화

    박민정은 좀 내키지 않았다.“나 이미 수아랑 약속했어요.”“내가 민수아에게 전화할게. 이해해 줄 거야.” 유남준이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려고 하자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은 박민정은 곧바로 그의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 “하지 마요. 전화하지 마요.”유남준은 그녀보다 한 뼘이나 더 컸기 때문에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박민정은 도저히 그의 핸드폰을 빼앗을 수 없었다.그녀는 발끝을 들어 올린 채 두 손을 들어 빼앗으려고 애를 썼다.막 도착한 김인우는 그 광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기침을 두 번 했다.그제야 박민정은 자신이 거의 유남준에게 안길 뻔했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이 붉어진 채급히 몇 걸음 뒤로했다.김인우는 아무것도 못 본 척하며 걸어왔다. “형, 다른 일 없으면 나 먼저 갈게. 안심해. 형수님 정말 괜찮아. 가끔 두통이 있는 건 정상적인 현상이야.”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따라 말했다.“인우 씨가 괜찮다고 하잖아요. 날 돌아가게 해줘요. 수아에게 전화하지 말고요.”김인우도 내일이 서다희와 민수아의 결혼식인 것을 알고 있었고 그도 이미 축의금을 준비해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결혼식에 참석하는 건 아무 문제 없을 거야.” 그가 박민정을 도와 말하자 그녀는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김인우는 박민정으로부터 이런 눈빛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예전에 그는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서 박민정이 그에게 고마움은커녕 좋은 감정조차 없었다.유남준은 박민정이 계속 고집을 부리고 김인우 또한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손을 내렸다.그의 손이 막 떨어지자 박민정은 즉시 그의 핸드폰을 빼앗아 손에 꽉 쥐었다.다른 여자가 유남준의 핸드폰을 건드리려 했다면 그는 정색하고 화를 냈을 거였지만 박민정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애틋함으로 가득했다.“알았어. 전화하지 않을게.”“고마워요.”박민정은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나서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이 결혼식에 참석하는 데 왜 유남준의 동의가 필요한 거지? 그리고 내가 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85화

    아침 7시, 서다희는 신랑 들러리들과 함께 도착했는데 오늘 이 자리에 많은 진주시 유명 인사들이 참석해 그의 체면이 서는 듯했다.결혼식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은 박씨 가문 옛 저택을 보며 감탄했다.“서 비서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일반 부자들의 결혼식보다 더 좋아 보이는데요.”“유남준 씨의 오른팔이잖아요. 일반 부자는 비교도 안 돼요.”그들은 옛 저택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한편 박민정과 진서연은 신부방 문을 막고 있었는데 그녀들은 신랑 들러리들에게 온갖 장애물을 설계했고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다.방 안에 앉아 있는 민수아는 매우 긴장됐지만 그녀들에게 잊지 않고 당부했다. “너무 심하게 하지 말고 다희한테 술 먹이지 마. 걔 술을 잘 못 마셔.”“알겠어요. 아직 시집도 안 갔는데 벌써 서다희편에 서고 친구보다 남편이 더 중요한가 봐요.” 진서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있던 민수아 아버지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지금은 고생 좀 시켜야 해. 너무 쉽게 내 귀한 딸을 데려가면 소중히 여기지 않을 거야.”민수아 어머니가 그의 손을 때리며 말했다.“당신이 날 데려갈 때는 왜 몰래 친척들에게 봐달라고 했어요?”전형적인 사랑꾼인 민수아 아버지는 아내의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민수아 어머니는 서다희가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딸은 모든 면에서 평범했지만 서다희는 달랐고 그녀는 십억대 연봉을 받는 서다희가 회사 대표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그런 민수아의 부모님을 바라보며 갑자기 자신이 결혼했을 때 박형식과 한수민이 대화했던 장면이 떠올랐다.그 당시 박형식은 그녀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말했다.“결혼 후 억울한 일이 있으면 꼭 아빠한테 말해. 아빠는 영원히 네 편이야.”그의 말을 듣고 한수민이 입을 열었다.“시골에서는 딸을 시집보낼 때 지참금도 없는데 당신은 딸을 시집보내면서 오히려 돈을 더 얹어주다니, 정말 처음 보는 상황이에요.”박형식이 비꼬며 말했다.“지금은 옛날과 달라. 우리는 딸을 시집보내는 거지, 딸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86화

    “좋아.”민수아가 말했다.“부탁할게.”박민정은 핸드폰을 들어 정수미에게 전화를 걸었다.같은 시각 정수미는 회사에 있었고 박민정이 전화 온 걸 보자 흥분하며 서둘러 받았다. “민정아, 무슨 일이니?”“그게 제 친구가 대표님의 선물을 받고 결혼식에 참석할 시간이 되시면 오시라고 해요.”박민정은 말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정수미는 어제 자신이 거절당한 줄 알고 오늘 내내 바쁘게 일하고 있었는데 박민정의 말을 듣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물론 시간 있지. 민정아, 주소를 보내줘. 곧 갈게.”“알겠어요.”박민정은 서다희와 민수아의 결혼식 주소를 정수미에게 바로 보냈고 그녀는 주소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비서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정 대표님, 잠시 후 고객과의 약속이 있어요.”“이후 일정은 모두 취소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급한 일이 생겼어.”정수미가 말했다.그녀는 이제 나이가 들어 회사 일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고 유일하게 원하는 것은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알겠어요.”비서는 이해가 안 갔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정수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정수미가 떠나자마자 윤소현이 찾아왔고 그녀는 비서에게 물었다.“엄마가 급하게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비서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둘째 아가씨의 친구가 결혼해서 정 대표님이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는 거예요.”그 말을 들은 윤소현은 질투심이 섞인 눈빛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엄마는 정말 동생을 많이 아끼고 챙기시네요. 친구 결혼식에도 참석하고 말이에요.”비서는 그녀의 비꼬는 듯한 말을 듣고 설명했다.“정 대표님은 아마 둘째 아가씨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일 거예요.”“물론 알고 있어요.”윤소현은 바로 받아 말한 후 다시 비서에게 물었다.“다혜는 어때요?”유다혜는 결국 그녀의 친딸이고 자신이 아무리 냉혈적이라 해도 완전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의사 말로는 상태가 일시적으로 안정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87화

    윤소현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싫어요. 안 가요. 너무 오래 같이 있으면 정들어서 나중에 헤어지기 힘들 것 같아요.”그녀의 말에 정수미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엄마, 얼른 가요. 우리 같이 들어가요. 이렇게 북적거리는 결혼식은 참 오랜만인 것 같아요.”윤소현이 말했다.“그래.”정수미는 그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안쪽 로비에 도착하자 정수미는 바로 박민정을 발견했다.오늘 박민정은 신부 들러리로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화장은 가볍게 했지만 여전히 주위를 압도할 만큼 아름다웠다.정수미는 박민정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윤소현이 막아섰다.“엄마, 동생이 바쁜 것 같은데 우리 방해하지 말고 옆으로 가서 앉을까요?”윤소현은 지금 정수미가 박민정과 계속 접촉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두 사람이 별로 접촉하지 않았는데도 정수미는 유언을 수정했고 만약 나중에 두 사람이 더 많이 접촉하게 되면 정수미가 모든 유산을 박민정에게 넘겨주는 건 아닌지 윤소현은 걱정됐고 그때 가서 자신한테 아무것도 남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그래.”정수미는 별생각 없이 그저 박민정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윤소현과 함께 신부 측 손님 자리에 앉았다.결혼식에 참석한 유명 인사들이 대부분 신랑 측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을 향한 수군거림이 끊이지 않았다.정수미와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던 몇 명의 여성들이 중얼거렸다. “민수아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서다희랑 결혼하다니요.”“서다희가 비록 엄청나게 부유한 집안은 아니지만 서씨 가문이 진주시에서도 손꼽히는 집안이고 게다가 서다희는 유남준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잖아요.”“맞아요. 인생이 핀 거죠.”“예전에 어떤 가문의 부잣집 딸이 서다희를 쫓아다녔는데 거절당했대요. 민수아 성격이 만만하지 않을 것 같아요.”몇 사람은 민수아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으며 그녀의 친구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그런데 민수아 옆에 있는 들러리는 누구예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한 여성이 박민정을 가리키며 말하자 다

Latest chapter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4화

    그렇게 밤을 꼬박 새웠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오준수의 엄마, 차현영이 그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울먹거리며 물었다.“준수야, 대체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왜 업체들이 갑자기 우리더러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데?”오준수는 하룻밤 사이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상태로 겨우 말을 내뱉었다.“엄마, 우리 이제 끝난 것 같아요.”두 사람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이천애도 마음이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아무리 눈치 없다고 해도 오씨 집안이 진짜 큰일 났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차현영이 아침 댓바람부터 이렇게 찾아와 울부짖지도 않았을 것이다.집에는 오직 오성훈만 아무 걱정도 없이 쿨쿨 자고 있었다.차현영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떻게 된 건지 빨리 말해. 누구한테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거야?”오준수는 어쩔 수 없이 모든 일에 대해 차현영에게 말해줬다.그러자 그녀는 대뜸 오준수를 꾸짖기 시작했다.“이 멍청한 놈, 그때 그렇게 이혼하지 말라고 뜯어말렸는데도 내 말은 귓등으로 흘려보내더니. 손씨 가문 딸이면 우리 가문에도 얼마나 득이 되고 좋아? 하필이면 아무 쓸모도 없는 모델을 데려와서는.”“이천애는 그냥 우리 집안이랑 안 맞는 여자야.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회사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는 것 좀 봐, 이제 어떡하면 좋지?”“지금 당장 연서한테 가서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사과해!”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돌려보니 이천애가 구석에서 몰래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여우 같은 계집애, 우리 집에서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꺼지지 못해?”이천애는 오랜만에 집에 온 거라 이대로 순순히 돌아가기 싫었다.“어머님, 아무리 그래도 제가 성훈이 친엄마인데 아이 앞에서 굳이 이런 식으로 저를 대해야겠어요?”“그나마 성훈이가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진작에 널 밖으로 끌어냈어.”그러다가 차현영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는지 다시 오준수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따 사과하러 갈 때 천애도 같이 데려가. 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3화

    오준수의 얼굴이 순간 굳어버렸다.“설마요? 혹시 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게 맞아요? 전 오현웅 씨의 아들, 오준수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정 대표님과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저를 젊은 사람이 능력까지 갖췄다고 칭찬도 했었다고요.”순간 경호원의 눈빛이 아까보다 더욱 살벌해졌다.“계속 여기서 소란 피우면 어쩔 수 없이 저희가 손을 대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그러나 오준수는 이대로 가기 싫었다. 막무가내로 병실 안을 향해 달려던 이때, 그와 그의 비서는 몇 명의 경호원에 의해 보기 좋게 쫓겨났다.그렇게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집에 돌아왔는데 그의 얼굴에 울긋불긋 멍이 든 모습을 본 이천애가 깜짝 놀라 물었다.“오빠, 얼굴이 왜 이래? 누구한테 맞았어? 누가 감히 오빠를 때렸는데?”이천애의 쏟아지는 물음에 오준수는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꺼져!”그러자 이천애도 슬슬 기분 나빠지기 시작했다.“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예전 같았으면 금방에라도 달려가 그녀를 달래줬을 텐데 지금 이천애를 보면 자꾸 손연서만 생각났다.“나한테 도움도 안 되는 게, 왜 쓸데없이 연서한테 시비 걸었어? 안 그랬으면 내가 이혼할 일도 없었잖아!”이혼하지만 않았으면 지금 정씨 가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그의 말에 이천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손연서랑 이혼하길 잘했다고 말했던 사람인데 말이다.“오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그녀가 다시 차분하게 되묻자 오준수는 애써 화를 억누르고 오늘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모조리 말해줬다.이천애는 그의 말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연서 씨가 어떻게 지엔 그룹의 대표랑 친구 사이일 수가 있죠? 그리고 그 박 대표라는 사람은 고작 친구 하나 때문에 회사의 이익도 고려하지 않는대요? 우리가 어떤 가문인지 아직 잘 모르는 게 분명해요.”그러나 오준수는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지엔 그룹과 같은 대기업은 오씨 가문과 계약해도 그만, 안 해도 아무 손해가 없었기 때문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2화

    그러자 손연서가 느긋하게 하품하며 답했다.“응, 그래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오준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으며 다시 설득했다.“연서야, 만약 네가 박민정 씨한테 우리랑 재계약할 수 있도록 한 마디만 말해주면 내가 당장 너랑 재혼해 줄게.”그 말에 손연서는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졌다.갑자기 수화기 너머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자 오준수가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었다.“왜 웃어? 방금 내가 한 말 들었어?”손연서는 한참 웃다가 겨우 멈추고는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저기요, 오준수 씨? 설마 지금 내가 그쪽이랑 재혼하고 싶어서 이런다고 생각하는 거야? 분명히 말하는데 난 당신을 사랑한 적도 없고 재혼도 하기 싫어. 난 그저 당신이 처참하게 당하는 꼴을 보고 싶을 뿐이라고!”“기대해 봐. 이제부터 시작이니까.”말을 마치자마자 손연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오준수는 또다시 일방적으로 대화가 단절되자 화도 나는 한편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러면서 예전에 엄마 말을 듣지 않고 기어코 손연서와 이혼했던 자신이 후회스러웠다.누가 손연서한테 이런 황금 동아줄과 같은 친구가 있을 줄 알았단 말인가.“오 대표님, 사모님께서 뭐라고 하나요?”비서가 조심스레 묻자 오준수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사모님은 무슨, 이혼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사모님이야.”“내가 고작 이런 여자한테 당할 줄 알아? 지금 당장 박민정 씨가 어디 있는지 알아봐. 내가 직접 만나러 가야겠어.”“네.”말을 마치자마자 비서는 사무실을 나갔다.그리고 손쉽게 박민정은 지금 정수미와 같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그렇게 오준수는 여러 가지 고급스러워 보이는 선물을 준비한 뒤 빠르게 병원으로 향했다.병원 안.박민정은 마침 손연서와 통화 중이었다.“민정 씨,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오늘 제대로 그 사람 골탕 먹였거든요. 그리고 뻔뻔스럽게 저랑 재혼하자는 거 있죠?”그러자 박민정이 눈살을 찌푸리고 답했다.“그래도 아주 멍청한 사람은 아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1화

    오준수는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지엔 그룹 부사장한테 전화를 걸었다.“부사장님, 여태껏 저희랑 잘 지내왔으면서 이번 건은 왜 갑자기 취소한다는 걸까요?”이때 수화기 너머에서 한껏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굴 건드렸는지 아직도 몰라요?”오준수는 당연히 몰랐다.“저는 건드린 적이 없는데요?”한껏 주눅이 든 목소리는 전혀 오준수답지 않았다.부사장도 이처럼 멍청한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아 이제는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지엔 그룹의 새 대표님이 누구인지도 모르나요?”매일 술이나 마시고 다니느라 회사 일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한때, 그의 아버지 오현웅은 모든 일을 빈틈없이 깔끔하게 처리했던 사람이라 오준수가 이런 자잘한 일까지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작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모든 부담이 오준수 한 사람에게 떠넘겨지게 되었다.오준수가 다급히 비서에게 묻자 비서는 현재 신임 대표는 정수미의 딸인 박민정이라고 알려줬다.“박민정...”오준수는 왠지 귀에 익은 듯한 이름을 계속 곱씹어 봤지만 정확하게 그녀가 누구였던지 기억나지 않았다.이때, 옆에 있던 비서가 다시 그에게 말했다.“손연서 씨 친구입니다.”순간 오준수는 온몸이 굳어졌다.애써 정신을 차리고 수화기에 대고 대답하려고 보니 상대방 쪽에서는 이미 전화를 끊어버린 상태였다.지엔 그룹 부사장은 지금 오준수와 그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다.오준수는 끊어진 전화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힘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왜 그걸 잊어버렸지?”그러면서 머리를 몇 번 세게 두드렸다.“연서가 지엔 그룹의 대표랑 친구 사이라고? 어쩐지 우리랑 갑자기 계약을 취소하더니 외부에도 우리랑 계약하지 말라고 했네.”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오 대표님, 사모님한테 빨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아까까지 손연서라고 이름을 부르던 비서도 눈치껏 사모님이라고 불렀다.그 의미를 눈치챈 오준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손연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신호음만 들릴 뿐이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50화

    옆에 있던 애인이 맞장구쳤다.“손연서 같은 여자, 설령 아이를 가질 수 있다 해도 아들을 낳긴 힘들었을걸?”그러곤 능글맞게 웃으며 덧붙였다.“오빠, 역시 나밖에 없지? 내가 오씨 가문의 대를 이었으니까.”그들이 낳은 아들, 성훈이는 이미 포동포동 살이 올라 커다란 덩치가 되어 있었다.손연서가 아이를 돌볼 때는 건강한 식습관을 신경 써서 관리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방치된 상태였다.먹고 싶은 건 다 먹고 공부도 등한시하며 오냐오냐 자랐다. 오성훈은 기름진 음식을 입안 가득 우겨넣으며 거칠게 내뱉었다.“손연서 그 여자, 진짜 재수 없어요. 더러운 년이에요.”이런 말투는 모두 엄마를 따라 배운 것이었다.하지만 오준수는 그 말을 듣고도 전혀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다시 들었다.온 가족이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듯했으나 그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고 하인이 다가와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을 들어 그에게 건넸다.오준수는 발신 번호를 확인했는데 비서였다.그는 귀찮다는 듯 전화를 받았다.“뭔데?”“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지엔 그룹에서 저희 그룹과의 모든 계약을 취소했습니다!”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준수는 순간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뭐? 무슨 헛소리야? 지엔 그룹과의 계약은 최소 5~6년은 남았어! 갑자기 취소될 리가 없잖아!”그동안 그가 매일같이 술 마시고 노닥거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지엔 그룹과의 협력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걸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만든다고?비서는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그뿐만이 아닙니다. 또...”그러나 남은 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오준수는 불길한 예감에 다급하게 다그쳤다.“또 뭐가 있는데?”비서는 망설이다가 결국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지엔 그룹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오씨 가문과 협력하는 기업은 곧 정씨 가문의 적으로 간주하겠다고요.”이 말은 마치 날벼락과도 같았다.오준수의 머릿속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49화

    손연서는 박민정의 말을 듣고도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민정 씨, 고마워요.”“우리 사이에 뭘요. 예전에 제가 힘들 때 연서 씨도 도와줬잖아요.” 박민정이 웃으며 말했다.과거 그녀가 윤소현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손연서가 나서서 힘을 써준 적이 있었다.그렇게 말은 했지만 손연서는 여전히 감동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손연서가 떠난 후, 박민정은 정수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그녀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다.정수미는 오씨 가문의 남자들을 가장 혐오했다. 자신의 아내를 소중히 여기기는커녕 정부를 만들어 원래의 배우자를 해치다니. 이런 남자들과 도덕 없는 애인은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 했다.“민정아, 그 여자의 남편 이름이 뭐라고 했지?” 박민정이 기억을 더듬으며 답했다.“오준수예요.”오준수.정수미가 옆에 있던 비서를 바라보자 비서는 바로 떠올렸다.“오현웅 회장의 아들입니다.”“아, 그 사람이구나.”정수미의 눈빛에 냉소가 스쳤다.“그 오준수, 몇 번 본 적 있어. 나한테도 몇 번 찾아온 적 있고. 근데 별 볼 일 없는 놈이야. 그냥 허세뿐인 한량이지.”문득 떠오른 듯, 정수미가 박민정을 보며 말했다.“그런데 내가 그 사람 아버지 체면을 봐서 오씨 가문과 거래를 한 적이 있거든. 네 친구를 돕고 싶다면 계약을 취소하면 돼.”박민정은 정수미가 오준수를 알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런 식으로 얽혀 있을 줄이야.“그거 참 잘됐네요. 마침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별것도 아닌 일에 머리 쓸 필요 없어.”정수미는 오씨 가문 따위는 거들떠볼 가치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씨 가문이 정씨 가문과 비교하면 동네 구멍가게와 대형 프랜차이즈 마트 정도의 차이였다.“김 원장이 그러잖아. 너 요즘 며칠 푹 쉬어야 한다고. 그러니까 이 일은 다른 사람이 하게 둬.”정수미가 덧붙였다. 그때 옆에 있던 정윤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언니, 내가 해줄게요.”박민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정수미가 먼저 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48화

    정수미는 자신이 여기 있으면 대화가 불편할 거란 걸 눈치채고 비서에게 밖에 가 햇볕을 쬐겠다고 했다.그녀가 나가자 세 사람은 한결 편해졌다.지원 엄마는 더욱 활기차게 말을 이어갔다.“예찬 엄마, 다음 학기부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잖아요. 예찬이는 어느 학교로 갈 예정이에요?”박예찬의 학교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박민정은 도한 엄마에게도 초청장을 건넨 적이 있었다. 그녀는 문득 자신에게 아직 한 장 더 남아 있다는 걸 떠올렸다.박민정은 지원 엄마가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말했다.“학교는 이미 정했어요. 혹시 지원이도 같은 학교에 보내고 싶다면 같이 다니게 할까요?”“좋아요!”지원 엄마는 학교가 어디인지 묻지도 않고 흔쾌히 승낙했다.박민정과 유남준이라면 분명 좋은 학교를 선택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그럼 제가 시간 될 때 초청장을 드릴게요.”“고마워요, 예찬 엄마.”지원 엄마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한편, 손연서는 아이가 없어서 대화에 쉽게 끼지 못했다.그녀는 엄마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과거 자신이 왜 남의 아이를 키우겠다고 선택했던지 후회스러웠다. 만약 전 남편의 본모습을 일찍 알았더라면 좋은 남자를 만나 지금쯤 자신도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잠시 후, 지원 엄마와 도한 엄마는 집에 일이 있어 먼저 자리를 떴다.손연서는 계속 남아 박민정에게 과일을 깎아 주었다.박민정은 문득 그녀에게 물었다.“지난 1년 동안 어떻게 지냈어요?”기억을 잃은 후로 손연서의 소식을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손연서는 사과를 깎아 한 조각 건네며 말했다.“괜찮아요. 아주 편해요. 예전보다 훨씬 나아요.”그러다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다만, 이제 와서 좀 후회가 돼요.”“후회요?”“네, 민정 씨가 아이를 키우는 걸 보면 정말 부럽더라고요.”손연서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런데 전 이제 아이를 가질 수 없어요.”“왜 그런 말을 해요?”박민정은 손연서가 아직 젊은데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게 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47화

    유남준은 떠나지 않고 혼자서 바깥을 서성이고 있었다.“남준아.”김인우가 먼저 다가왔다.“술 한잔하러 갈까?”유남준은 그를 흘겨보았다.“하랑 씨 임신했다며? 무슨 술이야.”“오늘 밤은 우리 없이도 잘 지낼 테니까, 우리도 재미 좀 찾아야지.”김인우는 그렇게 말하며 서다희, 정민기, 방성원을 바라보았다.서다희는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우리 애가 싫어할 거예요.”방성원도 거들었다.“우리 딸이 내 몸에서 술 냄새 나는 걸 싫어하거든.”정민기는 무표정하게 한마디 했다.“전 술 안 마셔요.”김인우는 입을 달싹였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자신만 아직 변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좋은 남자친구, 좋은 남편이 되어 있었다.유남준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이제 너도 철들 때가 됐어.”“그냥 심심해서 그런 거지...”서다희가 말했다.“우리 애가 그러더라고요. 심심하면 의미 있는 일을 하라고. 굳이 술 마실 필요 없잖아요. 그렇죠, 대표님?”유남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술은 몸에 안 좋아.”김인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하나같이 모두 성인군자가 되어 있었다.“그럼 뭐 할 건데? 밤새 여기서 멀뚱멀뚱 서 있을 수도 없잖아.”“그건 네가 알아서 정해야지. 방이라도 하나 마련해서 쉬는 게 좋겠어. 난 그래도 딸 보러 먼저 가볼 생각이야.”방성원이 말했다.“알겠어.”김인우는 바로 옆방을 준비하도록 했다.딱히 할 일이 없는 남자들은 모여서 카드나 한 판 하며 시간을 보냈다.옆방에서는 김인우의 예상대로 모두가 박민정을 위해 오늘 밤만큼은 함께 있기로 했다.다만, 고영란은 두 아이를 데리고 먼저 돌아갔다. 박윤우와 박예찬도 졸음을 참지 못하고 눈을 비비며 유남준을 찾아왔다.유남준이 그들에게 말했다.“너희, 이제 세 살짜리 아기 아니잖아. 알아서 잘 곳 찾아가.”결국 두 아이는 방 한쪽에서 나란히 잠들었다.그 모습을 본 김인우가 감탄했다.“남준아, 유전자 진짜 대단하다. 윤우랑 예찬이, 완전 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46화

    “그럼 됐어. 약속했으니까 꼭 지키는 거야.”박민정의 눈가에 다정한 미소가 어렸다.연지석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응.”비행기가 곧 이륙할 예정이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연지석은 짧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다음에 보자.”“그래, 잘 가.”박민정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마음 한구석에 얹혀 있던 돌덩이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지금까지는 늘 자신이 연지석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자신도 어느 정도 힘이 생겨 그를 도울 수 있게 되었다.연지석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유남준이 다정하게 박민정의 어깨를 감쌌다.“가자, 우리도 돌아가야지.”“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공항을 빠져나왔다.밖으로 나오자 언제부터인가 가늘고 부드러운 빗방울이 흩날리고 있었다.운전기사가 다가와 우산을 건넸고 유남준은 조심스럽게 박민정에게 씌워 주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차로 향했다.가는 길에 박민정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가 다시금 분주한 인파를 둘러보았다.지금 그녀는 보청기를 끼지 않고도 주변의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소리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귀에 들어왔는데 그 순간이 참으로 신기했다.“민정아,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문득, 유남준이 걸음을 멈추었다.박민정도 따라서 멈춰 서며 그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았다.“뭔데요?”유남준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랑해.”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박민정은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참...”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박민정은 조금 쑥스러워졌다.“갑자기 왜 그래요?”유남준이 미소를 지었다.“그냥, 지금 말하고 싶었어.”“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좋아해.”“좋아하는 게 다야?”유남준이 장난스럽게 되물으니 박민정은 어쩐지 부끄러워졌다.“그럼 뭐라고 해야 해요? 그냥 좋아하는 거예요.”“그래, 좋아한다는 것도 괜찮지.”유남준이 흐뭇하게 웃었다.박민정이 그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