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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Author: 윤지
박민정은 박민호의 그런 모습을 보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별일 없으면 먼저 끊을게.”

“그래. 이제 잘나간다고 동생도 뒷전이네. 알겠어.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거지 뭐.”

그는 전화를 끊은 후 박민정이 정말 화를 낼까 봐 두려워서 문자로 그녀한테 사과했다.

[누나, 내가 지금 둘째 형 밑에서 일하는 거 알잖아. 둘째 형이 누나랑 사이가 틀어진 후 계속 슬럼프에 빠져있어. 그래서 나도 앞으로가 걱정돼서 누날 찾은 거야. 정 싫으면 안 해도 돼.]

박민정은 박민호가 보낸 문자를 보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답장했다.

[알겠어.]

박민호는 문자를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

하지만 그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사무실 의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서 운전기사를 불렀다.

밖은 이미 짙은 어둠으로 물들었다.

“박 대표님, 어디로 갈까요?”

박민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지엔 그룹으로 가.”

“알겠어요.”

운전기사는 지엔 그룹을 향해 차를 몰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지엔 그룹에 도착하고 박민호는 곧바로 프런트를 향해 걸어갔다.

“정수미 씨 만나러 왔어요.”

“성함은 어떻게 되시죠? 예약하셨나요?”

안내원이 정중하게 물었다.

“꼭 예약해야 하나요? 제 누나가 정수미 씨 친딸이에요.”

박민호는 기고만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정씨 가문이라는 큰 나무에 오르기만 하면 앞으로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유남우는 결국 남이기에 나중에 자신과 등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 들은 안내원은 곧바로 대표이사실에 전화를 걸었다.

정수미가 한창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비서가 둘째 아가씨의 동생이 왔다고 전했다.

“둘째 아가씨의 동생?”

누군지 생각나지 않아 그녀가 한참 동안 반응이 없자 비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박씨 가문 사람이고 박민호라고 해요.”

비서는 박씨 가문 모든 사람의 신분과 배경을 조사해서 박민호가 과거에 박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날려버렸고 지금은 유남우 밑에서 일하고 있단 걸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이 날 왜 찾아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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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54화

    박민정이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윤소현의 눈은 질투로 가득 찼다. ‘거봐, 박민정을 더 아끼는 거 맞잖아.’윤소현은 마음속으로 비웃었다.‘더 빨리 움직여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전부 다 박민정한테 뺏기게 될 거야.’대표이사실에 있는 박민호는 정수미가 그렇게 통이 클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그가 원하는 건 오직 돈 뿐이었다.“누나는 자기 회사를 차려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해요.”정수미는 그 말을 듣자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알겠어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네.”박민호는 정수미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그한테 4천억을 주면서 입을 열었다.“모자라면 언제든지 찾아와요.”“네.”박민호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찼고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떴다.그가 떠나자마자 비서가 걱정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정 대표님, 너무 많은 돈을 준 거 아니에요? 그 사람이 거짓말한 거면요?”정수미는 의아해하며 말했다.“거짓말?”“둘째 아가씨가 돈을 달라고 한 적도 없고 지난번에 블랙 카드를 줬을 때도 안 받았잖아요. 제 생각에는 동생이 스스로 돈을 원해서 찾아온 걸 거예요.”비서가 상황을 파악한 듯 말하자 정수미는 순간 마음이 아팠다.“민정이가 직접 나한테 입을 열기 힘들어서 그런 걸 수도 있어. 처음으로 나한테 도움을 청했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겠어?”그 말을 들은 비서는 다시 한숨을 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정수미는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괜찮아. 이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야.”“네.”...박민정은 박민호가 자신의 명의로 돈 받으러 간 사실을 모른 채 오랫동안 집에서 쉬고만 있어서 너무 심심한 나머지 악보를 써보려고 했다.잠시 후 벨 소리가 한창 울린 후에야 박민정이 핸드폰을 집어 들고 확인했는데 윤소현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녀는 윤소현이 왜 전화했는지 의혹스러워하며 전화를 받았다.“윤소현 씨, 무슨 일이에요?”윤소현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55화

    박민정은 정수미에게 전화를 걸지 말지 망설이며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켜 거실로 돌아온 뒤 마침내 전화를 걸었다.회의 중이던 정수미는 갑자기 걸려 온 박민정의 전화를 보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민정이가!”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할게요.”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는데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정수미가 누군가의 전화로 인해 회의를 취소하는 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정수미는 전화가 끊길까 봐 핸드폰을 움켜쥐고 재빨리 회의실에서 나갔고 밖에 나오자마자 그녀는 즉시 통화버튼을 눌렀다.“민정아, 무슨 일로 엄마한테 전화한 거야?”정수미의 자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화에서 들려왔고 특히 엄마라는 두 글자는 박민정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그녀가 이번 생에서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이 가족들의 사랑이었고 대부분 사람들은 쉽게 가질 수 있는 거지만 그녀한테는 사치였는데 그녀도 이제 가족의 사랑을 받고 엄마의 사랑을 받아도 되는 걸까?박민정은 오랫동안 멍하니 있다가 전화한 이유를 말했다.“박민호한테 얼마를 주셨는지 물어보려고요.”정수미는 순간 멈칫했다.“혹시 모자란 거야? 내가 재무팀에 4천억 더 준비하라고 할게. 그 정도면 충분할까?”4천억이라니!과거에 이런 숫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어렸을 때 도시로 끌려가 살게 되면서 아무리 집안이 부유해도 한수민은 그녀한테 옷 한 벌을 사주는 것도 아까워했는데 자신의 친엄마는 그렇게 큰돈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한테 줄려고 했다.“그런 뜻이 아니라 전 박민호를 시켜서 돈을 달라고 한 적 없어요. 그 사람이 거짓말 한거예요. 제가 돈이 생기면 갚아드릴게요.”박민정은 사실대로 설명했지만 정수미가 자신이 한 말을 듣고 그녀를 가식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박민호가 이미 돈을 다 받았는데 이제 와서 돈을 달란 적 없다고 했으니 그녀가 봐도 참 모순적이었다.정수미는 박민정의 말을 듣고 비서의 말대로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56화

    윤소현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어 가방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정수미는 이미 집에 도착해 있었고 그녀는 모든 하인을 불러서 자신을 돕게 했다.“요즘 여자애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여자애라고? 애를 네 명이나 낳았는데 여자애는 무슨. 부녀겠지.’윤소현은 마음속으로 비웃었다.“정 대표님이 직접 만드신 건 둘째 아가씨가 다 좋아할 거예요.”하인이 그녀의 비위를 맞추며 말하자 정수미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여러 가지 맛을 맛보게 여러 가지 종류의 요리를 많이 해야겠다.”윤소현은 질투 난 듯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엄마, 나한테 요리해 준 게 고작 몇 번이에요?”정수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민정이한테 요리를 해준 적이 한 번도 없어.”윤소현은 순간 말문이 막히자 입술을 삐죽 내밀고 말을 바꿨다.“엄마, 오해하지 마요. 나 동생한테 질투 나서 그런 게 아니라 부러워서 그래요. 저도 엄마 같은 친엄마를 갖고 싶어요. 한수민은 날 버리고도 눈곱만큼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무책임한 사람이에요.”그녀의 말을 듣자 정수미는 박민정이 떠올랐다.“민정이는 한수민 손에서 어떻게 자랐는지 몰라.”어떤 얘기를 하든 정수미가 항상 박민정을 떠올리고 언급하는 게 윤소현은 매우 불쾌했다.“이제는 가족을 찾았으니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거야.”“맞아요.”정수미의 눈은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넌 가서 쉬어. 내가 알아서 할게.”“아니에요. 내가 도와드릴게요. 내가 민정이의 언닌데 당연히 동생을 맞이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여야죠.”윤소현은 오늘따라 유난히 철이 들어 보였고 정수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정씨 가문은 오늘따라 유난히 북적거렸다.정수미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요리하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여전히 많은 양의 요리를 준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박민정이 도착했다.“민정아.”정수미는 앞치마도 풀지 않은 채 박민정을 향해 걸어갔고 자상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정수미의 눈에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57화

    정수미는 성형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서 과거의 모습을 거의 잊어버릴 뻔했다.박민정은 계속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는지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식사를 마쳤다.“왜 이렇게 적게 먹어? 배불리 먹은 거 맞아?”정수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네. 배불리 먹었어요. 감사해요.”박민정은 그녀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고 정수미는 자신한테 지나치게 예의를 갖추는 그런 박민정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지만 서두르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배부르면 됐어. 좀 쉬고 있어. 이따가 널 데리고 갈 데가 있어.”박민정은 그녀의 말에 응답하지 않고 이곳에 온 목적을 말했다.“박민호한테 얼마나 많은 돈을 주었는지 말해 줄 수 있어요? 남한테 빚지기 싫어서 그래요.”정수미는 눈이 떨리고 목이 메어왔다.‘남한테 빚지기 싫다고? 친엄마가 어떻게 남이야...’“민정아, 내가 말했지. 이 돈은 내가 은혜를 갚는다 생각하고 준거라고. 박씨 가문이 아니었으면 다시는 널 볼 수 없었어. 그러니까 안 갚아도 돼.”정수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박민정의 손을 잡았다.“네가 오늘 나랑 같이 있어 준 것만으로 난 너무 만족하고 행복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값지고 소중한 하루였어.”옆에 있던 윤소현이 그 말을 듣자 질투심이 불타올랐지만 티를 내지 않고 말했다.“맞아. 민정아, 엄마 힘들게 하지 마. 네가 돈을 갚으면 엄마가 얼마나 난처하고 슬프겠어.”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말하자 박민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럼 앞으로는 박민호한테 더 이상 돈을 주지 마세요. 부탁할게요.”어쨌든 박민호가 자신을 통해 돈을 가져간 거라 박민정은 자신한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알겠어.”박민정이 마침내 받아들인 걸 보고 정수미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이어서 그녀는 하인한테 여러 가지 과일을 준비해 오라고 분부했다.“여기 과일 좀 먹어봐. 수입 과일이라 아주 신선하고 몸에도 좋아.”정수미는 좋은 거라면 박민정한테 아낌없이 전부 다 퍼주고 싶었다.박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58화

    박민정의 말을 들은 정수미는 마음이 무거웠다.“그래.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알아가고 천천히 잘 지내보자.”정수미는 자신과 딸이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고 또 그녀가 딸에게 너무나 많은 나쁜 짓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박민정이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녀가 뭔가 더 말하려고 할 때 박민정의 핸드폰이 울렸다.박민정은 핸드폰을 들고 유남준인 걸 확인한 후 통화 버튼을 눌렀다.“무슨 일이에요?”여기로 오기 전에 그녀가 유남준한테 어딜 가는지 말해줬었지만 그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약간 안심했다.“왜 아직도 안 돌아와? 괜찮은 거지?”“곧 갈게요. 괜찮아요.”박민정은 전화를 끊은 후 고개를 돌려 정수미를 바라보며 말했다.“별일 없으면 저 먼저 가볼게요.”정수미가 다시 그녀를 붙잡았다.“민정아, 박민호가 말하길 네가 회사를 차리고 일하고 싶어 한다던데 정씨 가문으로 올래? 네가 뭘 원하든 다 해줄 수 있어.”“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박민정은 다시 한번 거절하고는 자리를 떴다.서둘러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수미는 마음이 매우 아팠고 옆에 계속 서 있던 윤소현은 몹시 불쾌했다.“엄마, 동생한테 그렇게 많은 물건을 사주셨는데 하나도 안 열어본 거예요?”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여기 있는 물건들은 내가 오래전부터 준비한 거야. 매번 민정이의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하나씩 사놓은 건데 민정이를 찾으면 줄 생각이었어.”“엄마, 동생한테 그렇게 잘해주는데 동생은 쳐다도 안 보네요. 그때 일은 엄마 잘못도 아니고 엄마가 동생을 버린 것도 아니잖아요.”윤소현은 참지 못하고 박민정을 험담하기 시작했다.“그냥 분에 안 찬 거 아니에요?”“무슨 소리야?”정수미는 눈살을 찌푸렸다.“애초에 네가 나한테 민정이를 상대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우리 둘 사이가 이렇게까지 멀어질 리는 없어. 네 질투심 때문이 아니었다면 난 진작에 민정이를 알아봤을 거야.”윤소현은 정수미가 모든 잘못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59화

    그 후, 유남준은 박민호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약속 장소에 도착한 박민호는 유남준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아첨하듯 말했다.“매형, 무슨 일로 절 불렀어요? 누나가 혹시 제 얘기했어요? 누나는 너무 마음이 약해요. 정씨 가문이 누나한테 잘못을 저질러서 제가 대신 돈을 좀 받은 것뿐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유남준은 뻔뻔스러운 말을 내뱉는 박민호를 조롱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맞는 말이긴 한데 누나의 명의로 그런 짓을 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죠.”박민호는 순간 얼굴이 확 굳었고 그런 유남준이 조금 무서웠다.“매형, 저도 방법이 없었어요. 절 용서해 주세요.”유남준은 테이블 위의 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걱정 마요. 박민호 씨 교육시키려고 온 게 아니에요.”“그럼요?”박민호는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유남준이 정말로 자신한테 손댄다면 그는 저항할 능력이 없었다.“정씨 가문에서 가져간 돈이 얼마나 돼요?”유남준은 즉시 본론을 말했고 박민호는 그에게 숨길 수 없단 걸 알기에 사실대로 말했다.“4천억이요.”“그 돈 정수미 씨한테 돌려줘요.”박민호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저 이미 그 돈을 다 계획해 놓았단 말이에요.”유남준은 계약서를 꺼내 박민호 앞에 놓았다.“당신이 회사를 설립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요. 내가 투자자 되어 줄 테니까 나랑 협력해요. 이건 계약서에요.”그 말을 듣자 박민호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매형이 제 투자자가 되어 주신다는데 4천억 이제 필요 없죠. 지금 바로 정수미 씨에게 돌려드릴게요.”“그래요.”돈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다.다음날 박민정은 정수미의 전화를 받았다.“민정아,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고 했잖아. 왜 박민호한테 돌려주라고 한 거야?”정수미는 박민정이 자신과 선을 그을까 봐 두려웠다.박민정은 잠시 의아해 하다가 유남준이 자신한테 한 약속을 떠올리자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알아챘다.“그 돈은 원래 대표님 거잖아요. 주인한테 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60화

    유남준의 입술이 닿으려고 할 때 문 앞에서 때아닌 목소리가 들려왔다.“쓰레기 아빠, 엄마...아침 먹을 시간이에요.”박윤우가 다가가자 엄마아빠가 서로 가까이 기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는 즉시 눈을 가렸다.박민정은 정신을 차리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이때 박윤우가 계속해서 말했다.“쓰레기 아빠, 엄마, 할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동생 두 명 더 낳으려는 거예요?”“이번엔 여동생 낳으면 안 돼요? 남동생이 너무 많아요.”그는 여동생이 생기면 오빠로서 잘 보호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여동생을 낳으라는 말을 들은 박민정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유남준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박윤우에게 다가가 그를 들어 올린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다음엔 눈치 좀 챙겨.”박윤우는 그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했다.“쓰레기 아빠, 나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되죠. 아빠가 엄마를 쫓아다닐 때 내가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요.”사실이긴 해서 유남준은 잠시 말을 잃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알겠어. 아무튼 앞으로 조심해.”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네.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에 둘이 뽀뽀할 때는 멀리 떨어져 있을게요.”박윤우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기에 뒤에 서 있는 박민정한테도 들렸고 그녀는 윤우가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애들이 이렇게 조숙할 줄은 몰랐다.박민정은 부끄러움에 머리를 더욱 깊이 숙였다....박민정이 정씨 가문에 다녀온 이후로 정수미는 종종 그녀한테 문자를 보냈고 혹시나 그녀가 자신을 귀찮아 해할까 봐 정수미는 PMJ회사에 온갖 혜택을 퍼붓기도 했다.비서가 그런 정수미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말했다.“정 대표님, 그러다가 저희가 손해를 보게 될 판이에요.”“괜찮아. 민정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손해 보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정수미는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고 비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둘째 아가씨가 빨리 대표님 곁으로 돌아와서 대표님의 처지를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네요.”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61화

    정수미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박민정의 용서를 얻고 싶었던 그녀는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마저도 내려놓을 각오를 했다.이 메시지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던 박민정은 결국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조하랑이 일전에 말한 적이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이렇게 된 건 정수미가 윤소현을 감싸다가 벌어진 일이었다고.정수미는 박민정에게서 오는 답장을 오랜 시간 기다렸지만 끝내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마음은 더 깊이 무너져 내렸고 가슴은 마치 수많은 바늘로 찔리는 듯 아팠다.“민정아,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정수미는 계속 메시지를 보내면 박민정이 완전히 자신을 무시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더 보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휴대전화를 손에 꼭 쥔 그녀는 비서에게 돌아오라고 지시했다.“그리고 전에 청각 회복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으라고 부탁했잖아? 그 일은 어떻게 됐어?”“찾고 있는 중입니다.” 비서는 답한 뒤 잠시 머뭇거리더니 솔직하게 덧붙였다.“대표님, 사실 유 대표도 분명 좋은 의사를 많이 구했을 겁니다. 작은 아가씨를 아끼는 분이잖아요.”“알아. 하지만 난 민정이를 위해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정수미는 한숨을 내쉬었다.지금의 박민정은 부족한 게 없는 상태였다.“내 개인 변호사를 불러와 줘.”비서는 놀란 듯 멈칫했다. “왜 그러십니까?”“가서 불러와.”정수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이를 본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장 변호사가 오자 윤소현 쪽도 곧바로 소식을 들었다.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정수미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 중 한 명인 장 변호사가 이 시점에 찾아왔다는 건 단 한 가지 이유뿐이었다. 바로 유언장과 관련된 일이었다!정수미는 오래전 신체적으로 큰 상처를 입어 지금도 자주 병원 신세를 졌다. 그래서 일찍이 유언장을 작성해 두었다.정수미는 출산 능력을 잃은 이후 대부분의 재산을 윤소현에게 남기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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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08화

    정수미와 정호철이 돌아간 후, 윤소현 역시 박민정의 말을 전해 들었다.“엄마, 아저씨. 두 분은 어른이잖아요. 사과하는 건 그렇다 쳐도, 대체 왜 감옥에 가겠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신 거예요?”그녀가 가장 두려운 것은 이 일이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정호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모두 내 탓이야. 그때 악행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 우리 식구들에게까지 화를 미치게 됐구나. 이렇게 된 것도 다 내 업보다.”그의 말을 듣자 정수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 탓이 아니야. 모든 건 내 불찰이었어.”그녀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은 과거의 오만함이었다.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겼던 그 시절.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소현은 눈에 노골적인 냉소를 띠었다.“이 일은 누구의 탓도 아니에요. 그때 우리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민정이가 제 동생일 줄은.”정수미는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그게 친족이든 아니든, 우리는 애초에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됐어.”“그래.”정호철은 깊은 한숨을 쉬며 무릎 위를 주먹으로 툭 쳤다.“난 평생 대표님을 따라다니면서 함부로 약한 사람을 건드린 적이 없었어. 하지만 정씨 가문이 점점 커지면서 우리 마음가짐도 변하고 말았지.”그는 윤소현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소현아, 너도 이제 성격을 좀 고쳐야 한다. 더 이상 약한 사람들을 억누르려 해서는 안 돼. 너희 어머니와 나는 이제 나이가 많다. 앞으로는 너 혼자 가야 해.”그러나 윤소현은 그 말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아저씨, 어릴 때는 그렇게 안 말씀하셨잖아요? 전 정씨 가문의 장녀니까 원하는 건 뭐든 가질 수 있다고 하셨죠. 설령 빼앗아서라도 말이에요.”정호철은 말문이 막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정수미도 더 이상 그녀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윤소현은 두 사람이 침묵하자 다시 물었다.“민정이가 저까지 감옥에 가라고 했어요? 설마 두 분도 그 말을 덥석 받아들이신 건 아니죠?”정호철은 고개를 저었다.“걱정 마라. 예전 일은 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07화

    정호철이 박민정 앞까지 걸어가더니 말없이 무릎을 꿇자 박민정은 크게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하는 거예요?”그때 정수미가 정호철의 곁으로 다가섰다.“민정아, 예전에 예찬이를 납치하고 목숨까지 위협한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내가 시킨 일이었어.”정호철 역시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작은 아가씨, 죄송합니다. 저는 이번에 죗값을 치르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 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순간, 정수미의 온몸이 떨렸다.정호철은 오랜 세월 자신의 곁을 지켜온 사람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그녀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민정아, 네게 부탁하고 싶구나. 이 사람을 용서해주겠니?”이 말을 꺼내는 데조차 정수미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사실 나야말로 용서를 구할 자격이 없어. 외할머니라는 사람이 정호철보다 더한 죄를 저질렀으니.”박민정은 이제야 그들이 찾아온 이유를 이해했다. 비록 그녀의 기억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꿈속에서조차 박예찬이 위험에 처하는 장면이 떠오르곤 했다.그것은 자신의 아들의 목숨이었다. 그런데 쉽게 용서하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박민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제가 용서하지 않으면요?”그때 유남준이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곁에 섰다.“정 대표님, 지금 이건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민정이는 아직 기억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렇게 몰아붙이면 안 되죠.”정수미의 눈가가 붉어졌다.“그게 아니라...”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남준아, 민정아, 너희가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 봐. 할 수 있는 건 뭐든 하겠다.”정수미는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남준은 박민정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악문 채 말했다.“죄를 지었다면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죠. 당신과 정호철, 그리고 윤소현. 당시 당신들은 제 아들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06화

    윤소현은 정수미와 정보주를 바라보며 속으로 차가운 결심을 내렸다. 정보주가 떠나는 순간부터 그녀의 계획이 시작될 것이었다.그날 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정수미는 직접 정보주를 공항까지 배웅했다.집으로 돌아오자, 윤소현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그녀는 다가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건넸다.“엄마, 우유 드세요.”“그래, 고맙구나.”정수미는 별다른 의심 없이 우유를 받아 들이켰다. 모두 마신 후, 그녀는 윤소현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오늘 너희 이모랑 함께 민정이를 만나고 왔어.”윤소현은 대범한 척 웃어 보였다.“이제 민정이가 엄마를 용서했나요?”정수미는 고개를 저었다.“아직도 나를 멀리해. 어떻게 하면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윤소현을 바라보았다.“소현아, 엄마가 유언장을 수정했어. 유산의 절반을 민정이에게 주기로 했다. 네가 너무 마음 쓰진 않았으면 좋겠구나.”유산의 절반!윤소현의 속에서는 거대한 파도가 일렁였다.대체 무슨 이유로 엄마라고조차 부르지 않는 그 애한테 재산의 절반을 넘겨야 한단 말인가? 왜 하필 박민정이에게?윤소현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엄마, 저는 오히려 모든 유산을 동생에게 주실 줄 알았어요.”“말도 안 되는 소리. 너도 내 딸인데.”정수미는 그녀의 손을 따뜻하게 감쌌다. 그러나 윤소현은 그 손길이 너무나 역겨웠다.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이 세상에서 정수미는 사라질 것이고 더는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엄마, 정말 고마워요. 저 같은 양녀까지 친딸처럼 대해 주시다니요.”겉으로는 감격한 듯 말했지만 그녀의 속눈썹 아래로는 차가운 빛이 스쳤다.정수미는 무언가 더 이야기하려 했으나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해졌다.“됐어, 이제 그만 자야겠다.”“네, 편히 쉬세요.”윤소현은 그녀가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그녀가 사라지자 윤소현은 들고 있던 우유 잔을 깨끗이 씻어냈다.“엄마, 날 원망하지 마세요. 애초에 엄마가 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05화

    아침 식사를 하면서 정수미는 옆에서 몰래 정보주에게 비법을 전수받고 있었다.“넌 대체 어떻게 해서 민정이랑 그 친구들을 데리고 나온 거야?”“이건 가르쳐서 되는 일이 아니야, 언니.” 정보주는 여유롭게 말했다.“기억해야 할 건 단 하나,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가는 거야.”정수미도 급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이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될 뿐이었다.정보주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독였다.“민정이는 착한 아이야. 언젠가는 스스로 깨닫게 될 거야. 우리한테 중요한 건 그 아이와 좋은 관계를 쌓는 거지, 어떤 신분으로 다가갈지는 중요하지 않아.”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고마워.”“우리 사이에 그런 말이 어딨어?”정보주는 정수미를 꼭 끌어안았다. 그녀의 관자놀이에 늘어난 흰 머리카락을 보니 괜히 마음이 아렸다.“언니, 제발 자기 몸 좀 더 신경 써.”갑작스러운 포옹에 정수미는 어색한 듯 몸을 살짝 빼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알았어, 근데 넌 왜 이래? 별일도 아닌데 자꾸 끌어안고.”“이렇게 해야 더 친밀한 느낌이 나잖아.”정보주는 장난스럽게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자, 가자. 민정이랑 그 친구들하고 같이 앉아서 먹자고.”“좋아.”정수미는 선뜻 동의했다.젊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니 왠지 자신도 한층 젊어진 기분이었다.다만, 그녀는 가끔씩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빠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때, 진서연이 문득 떠오른 듯 말했다.“정 대표님, 저희 회사에 투자해 주신 거 정말 감사합니다.”정수미는 미소를 지었다.“별거 아니에요. 앞으로도 열심히 해요. 회사는 분명 더 성장할 거예요.”진서연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박민정 역시 놀라운 눈길로 정수미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자신의 회사에 투자할 줄은 예상도 못 했던 것이다.식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한편, 오늘 윤소현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제 정수미와 정보주가 변호사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04화

    “설인하...”정보주는 그녀의 이름을 되뇌다가 문득 눈을 반짝였다.“설지태가 혹시 네 할아버지 아니야?”그 이름이 나오자 설인하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 할아버지를 아세요?”“알다마다! 예전에 네 할아버지께서 날 자주 불러 같이 놀곤 하셨어. 그때는 네가 태어나기도 전이었지.”정보주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아쉬운 듯 덧붙였다.“다만 안타깝게도 설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으니... 너도 그동안 많은 고생을 했겠구나?”그녀는 몇 마디 말만으로 순식간에 설인하와의 거리를 좁혔다.처음에는 진서연과 마찬가지로 설인하도 정보주를 경계했지만 지금은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설인하는 잠시 시선을 내리깔았다.“...다 지난 일이에요.”정보주는 깊은 연민이 서린 표정을 지었다.“설씨 가문에 일이 생겼을 때 난 아직 힘이 없었어. 도와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설인하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운명이었어요. 전 누구도 원망하지 않아요.”박민정은 설인하가 친정 이야기를 꺼내는 걸 처음 보았다.그때, 정보주는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설인하에게 내밀었다.“인하야, 무슨 일이든 나를 찾아와.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꼭 도와줄게.”설인하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고맙습니다.”그녀의 아버지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했지만 그녀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조차 몰랐다.설인하는 정보주의 명함을 받아들고서 잃어버릴까봐 꽉 쥐었다. 방 안의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졌을 무렵, 정보주는 일부러 화제를 돌리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아침은 먹었니? 아직 안 먹었으면 내가 대접할게.”진서연이 재빨리 손을 들었다.“아직이요! 아침부터 짐 정리하느라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그럼 가자.”정보주는 자연스럽게 박민정의 팔을 끼며 친자매처럼 다정하게 굴었다.“민정아, 너랑 서연이 그리고 인하가 좋아하는 음식 말해 봐. 이모가 다 사줄게.”박민정은 이런 식으로 스스럼없이 구는 사람을 처음 봤다. 게다가 그 사람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03화

    “보스,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예전에 인터넷에서 윤소현을 도와주고 보스를 험담하던 사람이 다름 아닌 보스 친이모라니요.”진서연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그렇지만 그때는 이모도 보스가 누군지 몰랐으니 그냥 오해였던 거죠.”그녀가 말을 마칠 즈음,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정보주가 뛰어왔다.“민정아!”정보주는 생기 넘치는 얼굴이었다. 분명 마흔이 넘었을 나이인데 서른 대 초반처럼 보였다.그녀는 또다시 박민정을 껴안으려 했지만 이번엔 박민정이 미리 대비하고 피했다.그러자 정보주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민정아, 왜 이렇게 야박하게 구니? 이모가 한 번만 안아보자.”그녀는 애교까지 부렸다. 진서연은 대단한 인물로만 알고 있던 정보주가 박민정 앞에서 이러는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아줌마, 그러지 마세요.”박민정이 난감해하며 말했다.그러자 정보주는 일부러 삐친 척하며 볼을 부풀렸다.“이모라고 불러주면 안 돼? ‘아줌마’는 너무 늙어 보이고 또 딱딱하잖아.”박민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이모,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오셨어요?”‘이모’라고 부르는 게 ‘엄마’라고 부르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그러자 정보주는 한결 기분이 풀린 듯했다.“그냥 너 보러 왔지. 너랑 같이 놀고 싶어서. 나 혼자 진주시에 왔는데 같이 있어 줄 사람이 없잖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곁에 서 있는 진서연을 힐끗 바라보았다.“이 아가씨는 누구야? 정말 예쁘게 생겼네. 너 친구?”미인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은 진서연은 기분이 살짝 들떠 있었다.이때 박민정이 답했다.“진서연이라고 하고 제 친구이자 예전 직장 동료예요.”“오오~ 진서연, 이름도 참 귀엽네.”정보주는 처음 본 사이임에도 거리낌 없이 진서연의 손을 잡았다.“손금도 괜찮은데? 큰 부귀를 누릴 팔자야. 다만...”정보주는 말을 잠시 멈추었다.“연애운이 좀 순탄치 않겠어.”“연애운이 안 좋다고요?”진서연은 바로 긴장했다.“아줌마, 제 연애운이 왜 안 좋다는 거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02화

    당연히 기뻤다.한 집에서 정민기와 함께 지낼 수 있다면 감정이 더 깊어질 수도 있고 어쩌면 단둘이 있는 사이에 무슨 일이...진서연은 더 이상 상상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좋아요! 당연히 원하죠.”그러다 문득 설인하가 떠올랐다.“그런데 인하 씨는요?”자신이 떠난다고 해도 집에는 아직 설인하가 남아 있지 않은가.유남준도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여러 채의 별장이 있어 공간은 충분했지만 설인하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문제였다. 그래서 그건 내일 다시 고민해보기로 했다.그날 밤, 박민정은 몹시 부끄러운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자신과 유남준이 한 침대에 누워 있었고 도저히 말로 옮길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었다.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머릿속엔 온통 그 장면이 떠오르며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박민정은 스스로를 다독였다.“민정아, 너 왜 이래? 정신 좀 차려!”어제 유남준과 입을 맞추었던 일도, 그 장면을 진서연에게 들킨 일도 떠올라 방을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한참을 망설이다가 밖이 조용해진 걸 확인한 후에야 겨우 문을 열고 나왔다.그런데 거실에서 진서연이 짐을 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박민정이 당황하며 물었다.“서연아, 뭐 하는 거야? 이사 가려는 거야?”혹시 어제 일 때문인가 싶어 더 난처해졌다.그녀는 황급히 해명했다.“어제 일은 그냥 오해야. 신경 쓰지 마. 제발 가지 마.”하지만 진서연은 고개를 저었다.“보스, 걱정 마세요. 이사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뒷채로 옮기는 거예요. 민기 씨와 함께 살기로 했어요.”그때 설인하가 방에서 나왔다.“민정 씨, 저도 이사 가려고 해요. 괜찮죠?”박민정이 더 당황했다.“갑자기 왜요?”“방씨 집안에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려고요. 은정이를 자주 보러 가고 싶거든요.”며칠 동안 보지 못한 딸아이가 너무 그리웠다.마침 그날 아침, 유남준이 그녀를 찾아와 방성원의 저택 근처에 있는 별장을 하나 내주겠다고 했던 것이다.박민정도 더 이상 붙잡을 명분이 없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01화

    홍주영은 한편으로는 나이 많은 할머니가 여전히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 안타까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도 이제 제법 나이가 들어 정말로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찾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문자를 보냈다.[할머니, 알겠어요. 다시 한 번 민재 씨와 만나 볼게요.]이 메시지를 보내자 할머니는 드디어 조용해졌다.홍주영은 휴대전화를 꺼두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침내, 고씨 집안에 도착했다.유남우도 눈을 뜨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렸는데 아까 통화의 내용은 서로 언급하지 않았다.......한편, 박민정과 유남준은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박민정은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두 아이는 앞으로 계속 본가에서 지내게 되는 거예요?”지금은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점 정이 들었다.“네가 기억을 되찾고 아이들을 데려오고 싶다면 그때 함께 살도록 하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박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고 모두가 잠들어 있었다.박민정은 먼저 박윤우를 재우기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아이가 잠이 들자 방을 나와 자기 방으로 가려 했다.그녀가 막 문가에 다다랐을 때 유남준이 마치 한 벽처럼 앞을 가로막았다.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를 깨울까 봐 그녀는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유남준은 짙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같은 방에서 자자.”박민정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다시 입을 열었으나 그녀는 약간 더듬거렸다.“그, 그건 좀... 불편할 것 같은데요.”“뭐가 불편해?” 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부부야. 나를 이렇게 계속 혼자 두는 게 괜찮아?”“혼자 자는 것도 나쁘지 않던데요.” 박민정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자 유남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넌 이제 정말 나한테서 마음이 떠났구나.”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00화

    유남우는 밖으로 나와 차에 올랐다.차 안에는 이미 홍주영이 타고 있었고 유남우를 보자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어쩌다 이렇게 빨리 돌아오신 겁니까?”원래 유남우가 오늘 돌아온 이유는 고영란을 만나 고씨 집안과의 협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다.그는 미간을 손으로 눌러 지그시 마사지하며 말했다. “굳이 어머니와 이야기할 필요 없어. 어머니는 항상 우리 형만 편들었어. 차라리 고현문을 찾아가는 게 낫겠지.”홍주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알겠습니다.”그녀의 기억 속에서 고영란은 유남우에게도 유남준과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럼에도 유남우가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홍주영은 운전사에게 차를 고씨 집안으로 몰라고 지시했다.고현문은 성격이 괴팍하고 폭력적이기로 유명했다. 과연 그가 유남우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그러나 유남우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이미 고현문의 약점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눈을 감고 잠시 쉬려 했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고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박민정과 그녀의 가족이 떠올랐다.본래 그 따뜻하고 화목한 풍경은 자신의 것이어야 했는데 이제는 유남준에게 그 모든 것이 돌아갔다.유남준은 이미 모든 것을 가졌는데 왜 굳이 자신의 여자까지 빼앗으려 하는가?그는 손을 꽉 쥐었고 관절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마침 그때, 홍주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는 유남우가 자는 줄 알고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곧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유남우는 눈도 뜨지 않은 채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받아. 괜찮으니까.”“네.”홍주영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세요, 할머니?”“민재가 이미 잘못을 뉘우쳤어. 주영아, 너도 이제 어린애처럼 굴지 말고 그 애를 다시 받아 줘야지.” 노인의 목소리는 엄격한 듯했지만 속뜻은 애원에 가까웠다.홍주영은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답했다. “할머니, 저와 그 사람은 정말 맞지 않아요. 이제 그만 이으세요.”“너는 매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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