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303화

작가: 윤지
방성원은 깊은 눈빛으로 설인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별거 아니야. 나도 그냥 놀러 나왔어.”

그 말에 설인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박민정도 그제야 유남준이 어제 데려오겠다고 얘기했던 친구가 누구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곧장 유남준에게 다가가 물었다.

“인하 씨가 성원 씨 안 좋아하는 건 남준 씨도 아는 거 아니었어요? 왜 굳이 여기까지 부른 거예요?”

“난 그냥 단톡방에 오고 싶은 사람 오라고 문자만 보냈을 뿐이야. 제 발로 온 거라고.”

유남준은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박민정이 유남준을 믿을 리 없었다.

“왜 이 단톡방에 보낸 건데요?”

“내가 얘기했지? 행복이라는 건, 자랑해야 한다고, 보여줘야 하는 거라고.”

유남준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말을 하면서도 네 사람의 그림자를 찍어 곧바로 SNS에 올렸다.

박민정은 아직 유남준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지마는 그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이 괜히 그를 몰아간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도 모를 설인하와 방성원을 바라보았다.

박예찬이 다가와 박민정의 손을 잡더니 말했다.

“가요, 엄마. 안에 들어가서 둘러보고 싶어요.”

“그래.”

그렇게 박민정 가족은 함께 테마파크 안으로 들어가 구경을 시작했다.

방성원은 설인하에게 꼭 붙어 있었고 민수아는 서다희와 함께 있었다.

진서연은 조하랑이 함께 있어 줬지만 김인우가 수시로 찾아와 할아버지에게 보여줄 사진을 요구했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자 진서연은 자신이 커플들 사이에 괜히 낀 것 같은 어색함이 느껴졌다.

“휴, 다음부터는 절대 애인 있는 여자들이랑 같이 놀러 나오면 안 되겠다.”

그녀는 진심을 담아 중얼거렸다.

그 순간, 한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의 곁에 나타났다.

고개를 들어보니 언제 왔는지 모를 정민기가 진서연의 곁에 와 서 있었다.

진서연의 얼굴은 빠르게 붉어지더니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딱히 할 일도 없는데, 같이 구경이나 할래요?”

“좋죠.”

정민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04화

    방성원은 설인하의 손을 잡아 자신의 목에 올린 채 말했다.“힘껏 졸라 봐. 어쩌면 정말 죽일 수 있을지도 몰라.”그는 설인하를 도와주려는 듯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설인하는 지금 그런 방성원이 완전히 미쳐버렸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자신이 여기서 손에 힘을 주어 조른다면 방성원은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딸이 한 명 있었다. 만약 설인하가 정말로 여기서 방성원을 죽여버린다면 그녀는 딸의 아버지를 죽이는 꼴밖에 더 되지 않는다.“너 미쳤어? 얼른 손 놔!”하지만 방성원은 손을 꼭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못 죽이겠어?”화가 치밀어오른 설인하는 힘껏 방성원의 목을 눌렀다.못 할 건 또 뭔가?방성원은 목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느꼈다.손가락에 힘을 주던 설인하는 이 정도 힘으로는 방성원에게 아무런 고통도 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결국, 그녀는 손톱을 사용하기로 했다.아무리 건장한 남자라고 해도 이 정도는 못 참을 것이다.방성원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지만 벗어나려고 애쓰는 대신 그녀가 꼬집는 대로 자신의 몸을 맡겼다.설인하는 그렇게 방성원의 목이 빨개질 때까지 꼬집더니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때? 이제 좀 편해졌어?”“편해.”방성원은 일부러 약 올리기라도 하듯 대답했다.그런 태도에 설인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방성원에게서 손을 떼더니 더는 상대하기 싫다는 기색을 보였다.하지만 방성원은 계속해서 설인하의 뒤를 따랐다. 그녀가 어떤 말을 하든, 얼마나 모진 말을 내뱉든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곁에 꼭 붙어 있었다.한편, 김인우와 조하랑은 여전히 말다툼하고 있었다.둘의 말다툼은 박예찬의 눈에 띈 김인우가 불려가 놀이기구를 타게 되기 전까지 계속 이어졌다.밑에서 그들의 놀이기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조하랑의 곁으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하랑아.”갑자기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온몸의 근육이 긴장되는 기분이었다.고개를 돌려보니 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05화

    화가 나 있던 김인우는 조하랑의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맞아, 난 저딴 놈이랑은 감히 비교도 못 할 사람이지.”김인우는 어딘가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박예찬은 김인우라는 삼촌이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하랑의 말에 칭찬만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도 이렇게까지 좋아하다니.김인우의 지능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맞아요. 적어도 재산으로 따졌을 때는 우리 삼촌 못 따라오죠.”박예찬이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아이고, 착해. 조금 이따가 다른 놀이기구도 같이 타줄게.”“네.”박예찬은 눈썹을 약하게 치켜올리더니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 삼촌은 정말 칭찬 하나에 껌뻑 죽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던 강연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너, 정말 저 남자 좋아하는 거야?”조하랑은 지금 어떻게든 강연우를 더 자극하고 싶었다.“응. 좋아해. 잘생겼고, 돈도 많잖아.”그 말에 강연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네가 좋아한다니까 다행이네. 그렇다면 나도 더는 해줄 말이 없어.”돌아서려던 그는 김인우 일행이 멀리 않은 곳에 서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강연우는 자신이 남의 결혼을 방해했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이라곤 없는지 오히려 태연하게 인사를 건네기까지 했다.“도련님.”김인우는 얇은 입술을 달싹였다.“강 변호사님은 여기서 다른 여자한테 충고하실 시간에, 집에 있는 아내 분이나 잘 챙기시는 게 어때요?”그 말에 강연우는 민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괜한 일에 참견했네요.”강연우는 자리를 떠나면서도 조하랑을 한 번 더 뒤돌아보았다.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김인우는 빠른 걸음으로 조하랑에 다가갔다.“겉으로는 날 그렇게 싫어하면서 속으로는 이렇게나 절 좋아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건 몰랐네.”조하랑은 지금 당장 발끝으로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아까는 그냥 강연우 자극하려고 해본 말이었지, 진짜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오, 그렇다는 건 저 이용해 먹었다는 거네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06화

    “여보세요, 무슨 일이시죠, 선생님?”박민정이 물었다.수화기 너머로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이제 병실로 와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환자분께서 깨어나셨어요.”“그게 정말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바로 가 볼게요.”전화를 끊은 박민정이 곧바로 걸음을 재촉했다.“어디 가?”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물었다.“전에 그 간병인 아줌마 보러요. 깨어나셨다는데 가서 확인 좀 해 봐야 할 것 같아요.”박민정은 굳이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얘기했다.“혼자 가면 내가 걱정되잖아. 같이 가자.”유남준이 집요한 말투로 말했다.잠시 고민하던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들어 점점 배가 불러오면서 혼자 다니기도 불편한 상황이다 보니 유남준의 동행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차에 올라탄 두 사람은 함께 병원으로 이동했다.염혜란이 입원 중인 병원이 생각보다 먼 곳에 있었던 탓에 밤이 되어서야 둘은 그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박민정은 이 소식을 함미현에게도 알렸다.함미현은 엄마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했다.함미현이 자리를 뜨자 윤소현 역시 이 사실을 빠르게 알게 되었다.“내가 염혜란 없애라고 했는데, 어떻게 의식을 회복했다는 거야? 너희들은 돈 받고 일하면서 하는 게 뭐야?”윤소현은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그녀의 수하들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염혜란 씨 주위에 보디가드가 너무 많습니다. 지금 의사나 간호사가 아니면 병실에 접근조차 불가합니다.”“그럼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봤어야지.”윤소현은 지금 그 누구보다 불안했다.염혜란이 깨어나 진실을 말하게 된다면 자신은 끝장인 상황인 데다가 박민정에게만 유리하게 흘러갈 게 분명했다.이렇게 된 이상 윤소현도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주소 찍어줘. 내가 직접 가 봐야겠어.”“네.”주소를 받은 윤소현은 급히 운전기사를 시켜 병원으로 향했다.병원.박민정과 함미현이 차례대로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는 두 사람은 병실까지 안내하며 말했다,“환자분께서 깨어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07화

    윤소현?박민정은 윤소현이 여기까지 올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함미현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혹시 윤소현한테 여기 주소 알려주셨어요?”함미현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요, 한 번도 얘기해본 적 없어요.”그렇다면 윤소현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걸까?소란에 밖으로 나가보니 윤소현이 두 경호원과 함께 와 있었다.박민정을 발견한 윤소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목소리와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정말 친절했다.“민정 씨, 이 사람들 다 민정 씨 쪽 사람들이죠? 좀 비켜달라고 해줄 수 있을까요?”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병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보디가드들을 가리켰다.보디가드들은 박민정만을 바라보며 그녀의 지시가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함미현도 밖으로 나와 놀란 눈으로 물었다.“언니, 여긴 무슨 일이에요?”“네가 너무 급하게 나가길래 분명 양어머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서 따라와 봤어.”윤소현이 대답을 마친 후 질문을 시작했다.“아주머니 상태는 어떠셔?”마음속에 거리낌이라고는 없던 함미현은 윤소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지금 저조차도 못 알아보시고요.”그 말을 들은 윤소현은 마음속에 얹혀 있던 돌덩이가 스르르 내려가는 느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이 병원이 치료를 잘 못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더 큰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알아볼게.”그녀는 일부러 선심을 쓰는 척했다.박민정은 윤소현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보며 함미현의 반응을 기다렸다.다행히 함미현도 그 정도로 어리석은 인간은 아니었다.“괜찮아요. 지금 우리 엄마 상태로는 병원을 옮기는 것도 무리예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언니.”“친자매인데 고마울 게 뭐가 있니? 지금 아주머니 좀 만나도 될까?”윤소현은 계속해서 병실 안으로 들어가 확인해보렴 했다.함미현도 딱히 거절할 만한 명분이 없었다.박민정 역시 보디가드들에게 길을 비켜줄 것을 지시했다.윤소현은 병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08화

    “남의 집안일이 아니라 정씨 가문 일이에요!”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유남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제 얼굴의 흉터나 보고 얘기해요. 지금이야 많이 옅어졌지만 누가 한 짓인지는 영원히 안 잊어요.”그 말에 유남준은 순간 목이 메었다.그때의 일이 떠오르며 박민정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던 자신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그리고 예찬이. 예찬이가 또 납치당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지금 내 능력으로는 정씨 가문의 약점을 찾아내는 게 전부예요.”박민정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박민정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자기 아들을 건드린 그 가문 사람들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유남준은 그런 박민정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앞으로는 나와 함께 하자. 정씨 가문은 절대 오래가지 못할 거야. 혼자 애쓸 필요 없어.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다 처리할 테니까.”유남준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박민정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도 이제 깨달았거든요. 뭐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걸.”그러고는 덧붙였다.“만약 어느 날 갑자기 남준 씨가 없어지면요? 지난번에 수술받았던 거 기억나죠?”그 말에 말문이 막혔던 유남준은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는 말이네. 하지만 나는 오래오래 살아 있을 테니까 독립적으로 살아도 항상 내가 있다는 건 잊지 마.”“오래오래 살아 있을 거라는 건 무슨 말이에요?”박민정이 웃음을 터뜨렸다.“알았어요. 기억할게요.”두 사람은 꽤 오랜만에 이렇게 가볍고도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집에 도착하자 함께 살던 여자들은 둘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기도 끈끈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그리고 기분이 좋아진 유남준 덕분에 다음날 회사 분위기마저 활기차고 기운 넘치게 바뀌어 버렸다....한편, 어젯밤에 함미현과 윤소현이 집을 떠나는 것을 목격한 정수미는 윤소현을 뒤쫓을 사람을 붙였다.그렇게 정수미 역시 함미현의 어머니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왜 미현이가 나한테 단 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09화

    정수미는 유남우에게 전화를 걸어 그와 손을 잡고 IM 그룹의 모든 사업을 전면 봉쇄 하기로 결심했다.유남준은 이 소식을 듣고도 전혀 조급해하는 기색이 없었다.“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그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서다희 역시 유남준과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오며 큰 위기들을 수도 없이 겪어봤던 탓에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하지만 그에게는 보고해야 할 일이 있을 뿐이었다.“대표님, 에리가 위약금 전액을 모두 지불했습니다.”유남준은 한껏 찌푸린 미간으로 서다희를 바라보았다.“전 재산이랑 부모님 재정 상태까지 조사했다고 하지 않았나? 분명 그 정도 돈을 마련할 수 있을 리 없다고 했잖아.”서다희 역시 그 점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그 부분은 제 실수입니다. 저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하지만 유남준은 오늘따라 좋았던 기분 덕에 서다희를 굳이 탓하지 않고 그저 가볍게만 얘기하고 넘어갔다.“잘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알겠습니다.”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서다희가 대표실을 빠져나왔다....한편, 윤소현은 최근 신경이 몹시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첫 번째로는 정수미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로는 박민정이 자신의 눈앞에서 윤씨 가문의 사업을 하나씩 뺏어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그녀의 아버지는 여전히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지난번의 그 일은 언론에서도 함부로 다루려 하지 않았다. 모두가 유남준을 두려워하고 있었다.“회사 하나 없는 사람이 무슨 힘이 있다고 저렇게까지 벌벌 떠는 거야?”윤소현이 화를 내며 말했다.곁에 있던 그녀의 비서가 윤소현을 위로해 주었다.“유남준은 과거 진주시에 있을 때도 영향력이 아주 컸습니다. 아마 그때의 여파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윤소현은 한숨을 푹 내쉬며 물었다.“요즘 남우 씨는 뭐 하면서 지낸대?”그녀는 결혼 후, 두 사람의 관계가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10화

    유남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또 한 번 이런 식으로 ‘놀라움’을 안겨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지난번에는 자신의 프로젝트 하나를 뺏어가더니 이번에는 회사의 간판스타까지 뺏어가 버렸다.서다희는 아무 말 없는 유남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사모님께 IM 그룹이 사실은 대표님 소유라는 걸 말씀드려야 할까요?”“생각 좀 해볼게.”유남준이 서다희를 보며 말했다.“일단 나가 봐.”“네.”드디어 살벌한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빠져나온 서다희는 후련한 마음에 크게 숨을 내쉬었다.솔직히 말해 박민정은 이제 자신이 경외심을 가질 만큼 대단한 존재로만 여겨졌다.대표님과 정면 승부를 펼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던 판에 정면으로 붙어 이기기까지 했으니 말이다.대체 누가 박민정이 에리와 몰래 계약을 성사시켰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XS 그룹 내부.회사는 지금 에리가 입사한 것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만삭에 가까운 몸이 되어버린 박민정은 오랜 시간을 회사에 머물 수 없었던 탓에 잠시만 앉아 있다가 자리를 뜰 예정이었다.그런 박민정을 발견한 에리가 그녀를 따라 나왔다.“오늘 회사 처음 왔는데, 회사 규정이나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얘기도 안 해주고 그냥 갈 거야?”박민정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런 건 서연이한테 물어보면 아주 친절하게 잘 알려줄 거야. 난 지금이 상태로 오래 서 있는 것도 힘들거든.”에리는 그 말에 박민정을 더 붙잡지도 못했다. 하지만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그가 질문을 던졌다.“지금 만삭이라 배도 이렇게나 나왔는데 일하러 나오고. 남편이 뭐라 안 해?”그는 만삭의 임산부가 출근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박민정이 자신의 여인이었다면 임신 초기라도 그녀가 조금이라도 일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남편?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박민정은 그제야 에리가 가리키는 사람이 유남준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내가 일하고 싶다는데 뭐라고 할 수 있겠어?”박민정도 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11화

    어이가 없어진 박민정이 일부러 유남준을 놀리며 말했다.“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는 해본 적도 없는데.”순간 그녀를 안고 있던 유남준의 팔이 굳어졌다.“해보고 싶다는 거야?”박민정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물었잖아요?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대답해요?”유남준은 그녀가 장난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됐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듣고 싶지 않아.”“정말 변덕스럽네요. 나는 당신이 꽤 그 사람과 겨뤄보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요. 근데 에리는 나보다도 젊잖아요. 젊은 사람 체력은 무시할 수 없죠. 우리는 아이까지 있는 나이 든 사람들이니 젊은이들과 체력을 비교하는 건 무리예요.”박민정은 일부러 유남준을 자극하는 말을 내뱉었다.유남준은 자부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내가 일흔, 여든이 되더라도 체력은 걔보다 좋을걸? 믿기지 않으면 나중에 나이 들어서 다시 비겨보자고?”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차에 올랐다.운전기사는 본능적으로 차의 차단막을 내렸다.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과 사모님 사이가 안 좋을 때는 매일 싸우시더니 사이가 좋아지니 또 이렇게 싱글을 괴롭게 만드네.’차 안에서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러는 중에 유남준이 불쑥 물었다.“왜 갑자기 에리를 영입하려고 한 거야?”정상적인 남자라면 질투가 나기 마련이었다.“에리는 요즘 인기 많은 아이돌이잖아요. 모든 면에서 뛰어나니 계약하기만 하면 회사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 거예요. 게다가 친구 사이이기도 하고요.”박민정은 말하며 뭔가 떠올랐는지 유남준에게 불만을 토로했다.“아마 모를 텐데 에리는 전에 IM 그룹이랑 3년 계약을 했었거든요? 근데 그 사장이 완전 또라이더라고요.”‘또라이?’입가가 떨린 유남준이 참을성을 발휘하며 물었다.“무슨 일이라도 있었대?”“보통 잘나가는 연예인을 영입하면 최대한 회사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게 하고 더 유명해지게 도와주잖아요. 그런데 IM 그룹 대표는 에리를

최신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58화

    박민정은 오늘의 유남우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뭐가 문제인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남... 남우 오빠...”그녀는 다시 한 번 그를 불렀다.“왜 그래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그녀는 말하면서 손을 들어 그의 이마에 손등을 댔다.유남준의 깊은 눈동자 속엔 격렬한 감정의 파도가 일었다. 그의 목구멍은 마치 날카로운 가시가 걸린 것처럼 답답하고 쓰렸다.박민정이 손을 내리려는 순간, 그는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너 지금 뭐라고 불렀어? 남우 오빠?”그의 눈가는 점점 더 붉어졌다.지난 1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박민정은 그의 강렬한 눈빛에 놀라 움찔했다.그리고 며칠 전 꾼 꿈이 문득 떠올랐다. 꿈속에서 유남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도 지금처럼 이상한 분위기를 풍겼다.“오빠,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그녀는 어쩐지 마음이 불안해졌다.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더욱 세게 쥐며 말했다.“난 유남우가 아니야. 난 유남준이야!”“너... 날 잊어버린 거야?”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쉰 듯했다.박민정은 그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뭐라고요?”유남우가 아니라고?그렇다면 어째서 두 사람이 똑같이 생겼단 말인가?박민정의 머릿속은 완전히 혼란스러웠다.유남준은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며 다시 물었다.“말해봐, 지난 1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왜 나를 잊었어? 왜 유남우만 기억하는 거지?’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도 황당했다.박민정은 그의 말투와 분위기를 보니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그가 진짜로 유남우가 아니라면...그녀는 황급히 그의 손에서 벗어나며 말했다.“그럼 제가 사람을 잘못 봤나 봐요. 죄송합니다.”그리고 덧붙였다.“어젯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박민정은 몇 걸음 물러나더니 어쩔 줄 몰라하며 말을 이었다.“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 저...”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뻗은 다리로 그녀 앞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57화

    “여보세요, 혹시 민정 씨 남자친구 되세요?” 주영리는 일부러 친절한 척하며 물었다.유남우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의심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민정이의 핸드폰이 왜 당신에게 있죠? 누구시죠?”“아, 저는 민정 씨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예요. 오늘 야근하다가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 혹시 무슨 급한 일인가 해서 받았습니다.”주영리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이어갔다.“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세요? 혹시 민정 씨가 부탁해서 전화하신 건가요?”“민정이가 집에 오지 않았어요.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유남우의 이마에는 주름이 깊게 패였다.박민정은 밤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했을 것이다.그는 불길한 느낌에 휩싸였다.“집에 안 갔다고요? 혹시 최 사장님이랑 놀러 간 거 아니에요?”주영리는 의미심장하게 말을 흐렸다.“오늘 퇴근 후에도 우리 회사 고객인 최 사장님과 함께 있던데요. 제가 두 사람이 같이 나가는 걸 봤거든요.”그녀는 이리저리 돌려 말했는데 박민정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속셈이었다.“민정 씨가 말하지 않았나요? 전 다 얘기한 줄 알았는데요. 그래도 남녀가 단둘이 밤늦게까지 같이 있다니... 혹시...”주영리는 일부러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아니겠죠? 그래도 민정 씨는 그런 사람 같진 않은데요.”유남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주영리가 노리는 속셈을 정확히 간파했기 때문이다.그는 박민정을 믿었다.“그 최 사장이라는 분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어요?”그의 단호한 목소리에 주영리는 잠시 당황했지만 여전히 빈정거리는 태도로 대답했다.“저 같은 작은 직원이 고객님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만 민정 씨는 워낙 예쁘고 사교적이니 아마 알고 있을 거예요.”이어 그녀는 비아냥거리듯 말했다.“전에 민정 씨가 최 사장님이 자기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자랑하는 걸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아마 별일 없을 겁니다.”유남우는 더는 말을 섞지 않고 전화를 끊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56화

    박민정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최 사장의 손에서 벗어나 유남준에게 몸을 던졌다.그녀의 온기가 그의 품에 닿는 순간, 유남준은 깊은 충격 속에 얼어붙었다.온 몸에 힘이 풀린 박민정은 그의 품에 기대며 안도감을 느꼈다. 마치 자신을 지켜줄 안전한 성채를 찾은 기분이었다.“두 분, 아는 사이인가요?”최 사장은 눈앞의 큰 키에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며 주춤했다. 그의 강렬한 아우라에 기가 눌려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유남준은 품에 안긴 박민정을 다시 한번 꼭 안으며 현실임을 확인했다. 그런 뒤에야 차가운 눈빛으로 최 사장을 노려보며 낮게 말했다.“꺼져.”최 사장은 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겁을 먹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떠나며 그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변명했다.“오해입니다, 정말 오해였어요.”비록 유남준이 누군지 몰랐지만 이 호텔의 최고급 스위트룸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의 격을 알고 있던 최 사장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대임을 깨달았다.‘박민정 같은 평범한 직원이 이런 남자와 인연이 있을 줄이야...’ 그는 뒷모습이 초라하게 사라졌다.최 사장이 떠난 후, 유남준은 자신의 품에서 안도하며 깊이 잠든 박민정을 보았다. 그는 그녀를 소중히 들어올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침대에 그녀를 조심스럽게 눕힌 그는 그녀가 혹시라도 깰까 봐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그런 다음 침대 옆에 앉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1년이었다.그는 드디어 그녀를 찾았다.박민정은 전혀 변한 게 없었고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유남준은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혹시라도 이 모든 게 꿈일까 봐, 아니면 또다시 그녀가 환영처럼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다행히 그녀의 체온이 그의 손끝에 또렷이 전해졌다. 그녀는 환상이 아니었고 진짜로 그의 앞에 있었다.그러나 여전히 긴장을 놓을 수 없던 그는 핸드폰을 꺼내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서 이리로 와.”서다희는 전화를 받자마자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급히 달려왔다. 방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55화

    지난번 춤을 추었을 때 박민정은 두꺼운 화장을 해서 얼굴의 흉터를 가렸다.하지만 오늘은 화장기 하나 없는 상태였다. 그녀의 얼굴에 선명히 드러난 흉터를 보고 최 사장은 그녀의 턱을 거칠게 잡아들며 혀를 찼다.“참 안타깝네. 이렇게 예쁜 얼굴이 어떻게 이렇게 망가질 수가 있지?”그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덧붙였다.“완벽한 여자인 줄 알았더니 흠이 있네! 알았더라면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최 사장은 미모에 대한 기준이 높았다. 그는 수많은 미녀와 유명 인사들을 상대하며 자신만의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그의 말이 들려오는 동안 박민정은 오히려 얼굴의 흉터에 안도했다. ‘이 흉터 때문에 나를 포기해줬으면...’ 그녀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그러나 그녀의 바람은 너무나도 순진한 희망이었다.“하지만...” 최 사장의 시선이 그녀의 몸으로 내려가며 음흉하게 미소 지었다. “몸매는 정말 훌륭하군.”그는 탐욕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지려 했다.순간 박민정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절대 이런 사람에게 내 몸을 내줄 순 없어!’그녀는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어렵게 입을 벌린 그녀는 자신의 혀를 세게 깨물었다.순간적인 통증과 입 안에 퍼지는 쇠 맛이 그녀를 강하게 자극했다.통증 덕분에 여태 흐릿했던 그녀의 시야가 또렷해졌다. 마침내 눈을 떠낸 박민정은 모든 의지를 쏟아 최 사장을 힘껏 밀쳐냈다.최 사장은 그녀가 깨어난 걸 보고 놀라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어떻게 이렇게 빨리 깼지?”박민정의 눈은 차갑게 빛났다.“꺼져! 아니면 내가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야!”최 사장은 그녀의 말에 비웃으며 더욱 대담하게 행동했다.“하하하, 네가 뭘 어쩔 건데?”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 했다.박민정은 그가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역겨움을 느끼고 몸을 재빨리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그러자 최 사장은 그녀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강제로 끌어당겼다.그녀는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닫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54화

    회사 직원들이 하나둘 퇴근하고 주영리는 박민정에게 고객을 위해 차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사이 그녀는 박민정의 자리로 가서 그녀가 마시던 물컵에 무언가를 몰래 넣었다.차를 준비하고 돌아온 박민정은 별 의심 없이 물을 마신 뒤 자리를 정리하며 퇴근 준비를 했다.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주영리는 여유롭게 말했다.“민정 씨, 잠시만 기다려요. 곧 다른 고객들이 올 거예요. 혹시 민정 씨 도움이 필요할지도 몰라.”“알겠습니다.”박민정은 주영리의 지시를 거절하기 어려워 자리로 돌아와 기다리기로 했다.그 사이 주영리는 회사 입구로 내려가 최 사장을 맞이했다.“최 사장님, 오셨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그녀가 밝은 미소로 맞았다.최 사장은 그녀 뒤를 둘러보며 물었다.“민정 씨는? 준비됐다더니?”주영리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아직 위층에 있어요. 아직 신입이라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든요. 곧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호텔도 이미 준비해뒀어요. 근처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곳으로요.”최 사장의 얼굴에 즉시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역시 주 비서야.”“별말씀을요.” 주영리는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위층에서는 박민정이 물을 마신 뒤 갑자기 극심한 졸음이 몰려왔다. 그녀는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생각하며 고객이 오기 전 잠시 책상에 엎드려 눈을 붙였다.잠시 후 주영리와 최 사장이 위층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책상에 엎드려 잠든 박민정을 발견했고 주영리는 최 사장에게 조용히 손짓하며 그녀를 데리고 내려가 차에 태웠다.반쯤 깨어난 박민정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눈을 뜨려고 애써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남자와 여자의 대화를 들었다.“어떻게 이렇게 깊이 자는 거지?”“깊이 안 자면 사장님께서 어떻게 즐기실 수 있겠어요?” 주영리는 웃으며 대답했는데 그 말에는 죄책감 따위는 전혀 없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복수의 쾌감만이 가득했다. 그녀는 박민정에게 자신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게 해주고 싶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53화

    다음 날 아침, 박민정은 소파에서 일어나자마자 다리 통증이 한결 나아진 것을 느꼈다.간단히 약을 먹고 연고를 발라 통증을 다스린 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제야 유남우가 전화를 여러 번 했고 문자도 몇 개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박민정은 즉시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금세 연결되었다.“민정아, 왜 이제야 전화를 받아?” 유남우는 다급하게 물었다.“미안해요. 어제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잠들어버렸어요. 전화 소리를 못 들었네요.”박민정은 어제 다리가 아팠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그제야 유남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괜찮아. 아무 일 없으면 됐어. 나 오늘 저녁 비행기로 돌아갈 거야.”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급히 말했다.“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전 정말 괜찮으니까 일에 더 집중해요.”자신이 그의 일에 방해가 될까 걱정이었다.“일이 중요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너도 중요해.” 유남우는 그녀의 말을 끊고 단호히 말했다.“더 이상 말하지 말고 저녁에 보자.”“알겠어요.”박민정은 결국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전화를 끊고 나서 박민정은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았는데 전보다 상태가 더 나빠 보였다.‘오빠가 오면 이걸 보고 또 걱정하겠지.’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상처 부위에 숨을 불어넣었다.“빨리 나아야 할 텐데.”그렇게 그녀는 간단히 씻고 아침을 먹은 뒤 절뚝거리며 회사에 갔다.한편, 유남우는 해외 출장을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윤소현은 끝까지 그를 붙잡아두려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며칠 전 누군가 유남우에게 보낸 메시지가 그녀의 신경을 건드린 탓인지 그녀는 출국하자마자 사람을 시켜 유남우를 따라가게 했다.“남우 씨를 잘 감시하세요. 특히 남우 씨 곁에 있는 여자들, 그게 누구든 보고하세요. 알겠죠?” 윤소현은 전화기 너머로 단호히 말했다.“네. 걱정 마세요.”“좋아요.”그녀는 전화를 끊으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해외 회사.박민정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보니 책상 위에 작은 봉투가 놓여 있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52화

    박민정은 매니저의 말을 듣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매니저님, 이게 농담인가요? 만약 회사가 직원들에게 고객 접대를 의무로 여기고 그런 자리에서 신체 접촉까지 용인한다면 저는 이런 회사에 남을 생각이 없습니다.”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단호히 자리를 떠났다.매니저는 황당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박민정이 이렇게 단호하고 고집스러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한편 최 사장은 박민정이 떠나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뭐야? 그냥 가버린 거야?”매니저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신입이라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을 불러 같이 술자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하지만 최 사장은 테이블 주위의 다른 여직원들을 훑어보더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소리야? 아무나 데려와서 우리를 대충 넘어가려는 거야?”매니저는 난처해졌다. 이미 박민정이 돌아올 리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미모가 뛰어난 주영리를 향해 손짓했다.“주 비서, 잠시 이쪽으로 와볼래?”주영리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마자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 박민정을 험담했던 것은 완전히 잊은 듯 얼굴 가득한 부끄러운 미소를 띠고 매니저 쪽으로 다가갔다.“무슨 일이세요, 매니저님?”매니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장님들께 술자리 접대를 좀 부탁할게. 특히 최 사장님께 신경 좀 써주면 좋겠어.”주영리는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녀는 능숙하게 사장들에게 아첨하며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고 사장들의 불쾌한 손길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최 사장에게 의도적으로 다가가 그의 옆자리에 앉았지만 최 사장은 주영리에게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주 비서, 아까 무대에서 춤췄던 신입, 그 사람과 친한가?” 최 사장이 이렇게 묻자 주영리는 순간 얼굴이 굳었다. 원래는 별로 친하지 않다고 대답하려 했지만 최 사장의 눈빛을 보고 곧 말을 바꿨다.“같은 부서 동료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 부하직원이기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51화

    주영리는 그 순간 무용 선생님에게 뺨이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감히 그럴 수 없었다. 선생님 뒤에는 매니저 남편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결국 그녀는 억울함을 꾹 삼키며 모든 잘못을 무대 위에 있는 박민정에게 돌렸다.‘좋아, 아주 좋아!’‘네가 날 이렇게 몰래 괴롭히다니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주영리는 이를 악물며 속으로 다짐했다.한편, 박민정은 이 모든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무용 선생님이 자신을 위해 주영리에게 억울한 일을 시켰다는 것도, 그녀가 몇 날 며칠을 공연을 위해 헛수고했다는 것도 알 리 없었다.무대 위에서 박민정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우아하고 고혹적인 춤사위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의 매혹적인 자태에 눈길을 떼지 못하는 사장들이 많았다.“저 주연 무용수는 누구야? 정말 예쁘게 생겼네. 몸매도 완벽하고.”“우리 회사 직원입니다. 이름은 박민정이라고 합니다.” 술을 따르던 매니저가 재빨리 대답했다.“오호, 공연 끝나면 우리 테이블로 와서 같이 밥 먹으라고 해.”한 사장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매니저는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알겠습니다. 공연 끝나면 바로 데려오겠습니다.”춤은 금세 끝났고 박민정은 고통을 꾹 참으며 무대를 내려왔다. 하지만 매니저가 그녀를 붙잡았다.“박 비서, 몇몇 사장님들이 박 비서 재능을 매우 높이 평가하셨어. 그분들과 식사를 같이 해.”매니저는 부드럽게 말을 꺼냈지만 박민정은 그의 진짜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녀는 단호히 거절했다.“죄송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있는 게 편합니다. 게다가 저는 말주변이 없어서 실수라도 하면 안 될 것 같아요.”하지만 매니저는 물러서지 않았다.“걱정 마. 박 비서는 예쁘니까 뭔가 잘못 말해도 사장님들이 화낼 일 없을 거야. 오히려 더 좋아하시겠지.”그러면서 음성을 낮춰 말을 덧붙였다.“만약 이번에 잘하면 복귀 후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야. 보너스도 넉넉히 챙겨줄 거고.”매니저는 박민정을 억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50화

    “왜요?” 주영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주연 무용수를 다시 맡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는데 이제 와서 필요 없다니.“더 잘 추는 사람을 찾았거든.” 무용 선생님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사실 선생님은 박민정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이 말이 주영리의 분노를 더욱 부추겨 이후 박민정이 큰일을 당할 뻔한 계기가 되고 말았다.“그 사람이 누구인데요?” 주영리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잠시 후 무대에 오를 거야. 보면 알겠지만 정말 주 비서가 따라갈 수 없는 실력이더라.” 무용 선생님은 담담하게 말했다.주영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지금껏 동료들에게 자신이 주연 무용수로 공연한다고 떠벌렸는데 이게 모두 헛소리가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도대체 누가 그녀를 대신하게 됐는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호텔 밖에서는 고급 차들이 하나둘씩 도착하며 적지 않은 기업인들이 차에서 내렸다.박민정의 회사 사장인 제임스는 특별히 중요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자랑하는 한 대의 링컨 차량이 천천히 호텔로 들어섰다.이를 본 제임스의 눈이 반짝였고 그는 직접 차량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유 대표님.”차에서 내린 사람은 유남준이었다. 그는 제임스와 간단히 악수를 나눴다.“유 대표님, 조용히 대화 나눌 수 있는 전용 룸을 준비해뒀습니다. 함께 가시죠.”“좋습니다.”제임스는 유남준을 모시고 2층의 특별실로 향했다.이를 지켜본 회사 직원들은 사장이 젊은 외국 남성에게 이렇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의아했다.“저 사람 누구야? 사장님이 저렇게 친절한 건 처음 보는데?”“몇 년 전 협력 파트너라고 하던데, 엄청난 실력을 가진 사람이래.” 누군가가 대답했다.“외모도 멋지네. 설마 대기업 대표일 줄이야.”직원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말이 오갔다.그때 박민정이 그들 앞을 지나며 대화 내용을 듣게 되었고 무심코 유남준이 사라져간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은 어딘가 익숙했지만 곧 시야에서 사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