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보니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천수호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정인 회장님, 귀한 손님 오셨나 봐요? 저한테도 좀 소개해 주세요.”정인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이 자식 얼굴이 진짜 두껍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안 소개해 주면 건우 도련님한테도 좋은 인상을 못 남기니까 그럼 안 되지.’정인은 천수호에게 임건우를 소개해 주었다.“소개해 드릴 테니까 잘 들으세요. 이 분은 임씨 그룹을 건립하신 사모님이세요. 만약 사모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의 임씨 그룹이 존재하지 않겠죠. 그리고 이 분은 임씨 그룹의 진정한 도련님, 임건우 도련님이세요. 얼른 인사드리세요!”그런데 천수호는 소개를 듣고 큰소리로 웃었다.“아, 난 또 무슨 귀한 손님이신가 했네. 임씨 집안에서 쫓겨나서 유씨 집안에 들어가 장모님 발이나 씻어드린다는 그 사람 아니야? 후에 유씨 집에서까지 쫓겨났다던데. 정인, 너 진짜 머리가 잘못된 거 아니야? 뭐 잘 보일 게 있어서 이런 사람한테 잘 보이냐?”이 말을 들은 정인은 화를 냈다.“야, 너 미쳤어? 천수호, 너 감히 건우 도련님한테 이런 막말을 하냐?”천수호는 큰소리로 웃어댔다.“매년 멍청한 것들이 있더니 이번 해에는 특별히 많네. 정인, 이 두 사람 연회장에 들어갈 수조차 없을걸?”말을 마친 천수호는 경호원을 불러왔다. 천수호가 임건우 등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는 소식이 몇 개월 전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임씨 그룹의 경호원도 임미나한테서 이미 레드 홀릭에 유관되는 사람들은 일제히 연회장에 못 들어오게 하라고 명령을 들어 즉시 임건우 등 사람들을 막아섰다.“여기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임건우는 천수호를 한번 보더니 경호원에게 말했다.“너한테 임무 하나 내려줄게.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한테 전해. 오늘 경매 취소됐으니까 다 돌아가라고 말이야. 그리고 임미나보고 나를 찾으러 오라고 해. 임건우가 찾는다고 전해!”경호원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그러나 천수호는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웃어댔다.“임건우, 너 꿈꾸는 거
천수호는 땅에 주저앉아 온몸을 벌벌 떨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집안에서 쫓겨난 사람이 어떻게 이런 대우를 받고 있지?’천수호의 여자친구도 아까의 비웃음은 온 데 간 데 사라졌고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여긴 왜 오셨어요?”임건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천우를 바라보았다.“유화가 저한테 전화가 와서 저보고 여기 와 보라고 하던데요? 와서 누가 건우 도련님 말을 안 듣는지 옆에서 지키라고 했어요.”천우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땅에 앉아있는 천수호를 짚으며 말했다.“이 자식은 왜 이러고 있는 겁니까?”정인이 바로 대답했다.“이 사람은 수지성 그룹의 도련님인데 임씨 그룹 매입하러 온 겁니다. 아, 이 사람 아까 수지성이 이미 강주 4대 가문을 이겼다고 했어요.”“4대 가문을 이겨?”여윤건과 함께 온 한 젊은 사람이 차갑게 웃었다.“우리 여씨 가문이 4대 가문 중에서 최하위에 있는데 저 사람이 말한 대로라면 수지성 그룹이 이미 저희 가문을 이겼단 말씀이시죠?”천수호는 아차 싶었다.‘아까 그냥 자존심 때문에 대충 둘러댄 건데. 이렇게 4대 가문을 만날 줄 몰랐잖아.’“저…… 저 안 그랬어요! 저 사람이 절 몰아가는 거예요.”“흥, 발뺌하긴.”반하나가 한마디 했다. 이때 여씨 집안 젊은 청년이 천수호의 뺨을 때리자 천수호의 이빨이 튀어나왔다.“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당장 꺼져!”그 청년은 또다시 천수호의 배를 걷어찼다. 그러자 천수호는 너무 아파 땅에서 뒹굴었다. 이쯤 되자 천수호는 임건우가 건들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단단히 깨닫게 되었다. ‘오늘 밤에 열리는 이 경매에 큰일이 발생할 거 같으니 빨리 여기를 벗어날 수 있으면 벗어나면 좋겠네.’그런데 이때 우나영이 입을 열었다.“잠시만, 우리 아들 아무나 모욕할 수 있는 사람 아니야. 너 우리 아들 모욕했으니까 벌 좀 받아야겠지?”천수호는 깜짝 놀랐다.“사모님, 저…….”우나영의 말을 들은 천우는 곧바로 소리를 쳤다.“여봐라,
임미나는 임청이 어떻게 이 위탁서를 손에 넣었는지 알 수 없었다. 위에는 임국의 사인 이외에 대주주 임봉의 사인도 있었다. 임청이 임미나에게 말하길 자신은 1조만 가질 테니 나머지는 임미나가 가져라고 했었다.그래서 임미나는 임청의 말을 듣고 이렇게 경매를 진행하려 했던 것이다. 임미나한테 놓고 말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철호의 기회니까 잡아야 했다. 만약 임미나보고 계속해서 회사를 관리하라고 하면 임씨 그룹 반년도 안 돼서 부도가 났을 것이다.그러나 이번 경매에 성공하면 임청보다 더욱 많은 돈을 가질 수 있게 된다.“무슨 일이죠? 누가 임씨 그룹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겁니까! 경호원들은 어디 갔나요?”임미나는 예쁘게 차려입고 부자들과 함께 소리가 난 쪽으로 걸어왔다.짝-그 순간 누군가 파운데이션으로 가득한 임미나의 뺨을 때렸다. 뺨을 때린 사람은 바로 우나영이었다.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임미나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내려왔고 반쪽 얼굴이 부어버렸다. 뒤에 서있던 사람이 임미나를 부축하지 않았다면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우나영 씨……? 우나영 씨가 왜 여기에?”임미나는 맞은 뺨이 부어올라 말을 하기도 어려웠다. 우나영이 말했다.“네가 임씨 그룹을 내놓았다고 해서 보러 왔지. 근데 우리는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네? 왜? 우리는 뭐 들어갈 자격도 없어?”임미나은 그런 우나영이 무서워 표정이 확 변했다. 그러나 곧 있으면 임씨 그룹을 판 돈이 손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없던 용기가 생겼다.“우나영 씨, 그전에 임씨 그룹은 그냥 임건우 키우는데 쓰는 돈만 벌어들이는 용도로 만들어진 거라고, 그룹으로 나쁜 짓은 하지 않는다고 제 조상님 앞에서 말씀하셨죠? 근데 지금 한 말대로 안 하시려나 봐요?”반하나가 말했다.“저희는 그저 규정에 따라 경매에 참석하러 온 거예요. 근데 왜 우리를 안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겁니까?”“저…….”임미나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거절하면 큰코다칠까 두려워 못 들어간다는 말을 뱉지 못했다.결국 우나영, 임건우, 반하나는 직원
사람들은 조금 머뭇거리더니 곧 첫 번째로 누군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두 번째, 세 번째……. 족히 10 몇 명은 손을 들었다. 이때 천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40명의 검은 옷을 입은 무자들이 손을 든 사람들한테로 다가갔다.후드득-뿌직-골절이 되는 소리가 들리더니 현장은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아, 내 손, 내 손!”“왜 내 손을 끊어놓는 거야? 너네……너네 미친 거 아니야? 나 너네 고소할 거야. 고소해서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할 거야!”이 말을 한 사람은 바로 강주의 어느 2류 가문 기업의 부회장이었다. 이 사람이 바로 아까 처음으로 손을 든 사람이었다. 처음으로 손을 들었지만 결국 천우의 경호원이 손을 끊어버렸던 것이다. 손을 꺾은 무자는 기술이 좋지 않았던지 꺾을 때 조금 힘을 세게 써 뼈가 살 밖으로 다 나와버렸다. 그러나 그 부회장이 그렇게 소리를 쳐대자 그 무자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다른 한 손마저 꺾어버렸다.손을 든 사람들 중 반격을 한 분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부잣집 사람들은 경호원들과 함께 오기 때문에 공격을 당하자 그 경호원들이 막아 나섰는데 그렇게 하자 여윤건이 데리고 온 여씨 집안의 무자들이 잔인하게 공격을 해버렸다. 30초도 안돼서 손을 들었던 모든 사람들의 손이 다 꺾여버렸다.연회장의 위층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임미나는 온몸이 으스스해 났다. ‘임건우랑 우나영 예전에 힘이 있었는데 임씨 그룹에 와서 진짜 그냥 있었던 거네. 힘 있는 사람들은 그냥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도 보통 사람들이 열심히 준비한 걸 한순간에 엎어버리네.’경매에 참여하러 온 사람들은 꽤나 이름 있는 사람들인데 그냥 좀 싼 가격에 임씨 그룹을 살려고 온 사람들이라 엄청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무대에 있는 잘 생기고 대범한 승리자를 무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예전에 그들이 천우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그냥 좀 멋있고 부러운 느낌이었는데 현재는 두려움만이 남아있었다.천우는 눈을 지그시 감고 몸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마
‘도대체 어떤 사람이 저렇게 겁도 없이 손을 든 거야? 어? 여자네?’사람들은 구석에 있던 반하나가 손을 든 것을 보았다.“와, 진짜 예쁜 여자가 손을 들었네. 아니, 무슨 텔레비전에 나오는 배우들보다 더 예쁘게 생겼네. 저분 누구시지?”“나도 모르겠어. 근데 낯이 좀 익은데? 어디서 봤지?”“어디서 본 적이 있든 말든. 아니, 근데 이 여자 왜 저렇게 겁 없이 손을 든 거지? 만리상맹과 여씨 집안에서 가서 손목 꺾는 거 구경이나 하자!”사람들은 너무 놀라 수군수군 거리기 시작했다. 이때 한 사람이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나 생각났어! 저 여자, 그 며칠 전에 영월 호수에서 호수 위를 걸어가면 물이 얼음으로 바뀌던 여자 아니야?”이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다 기억이 난 듯 웅성웅성 거렸다.곧이어 천우는 반하나만이 오늘의 경매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임미나는 몹시 불안했다.‘이 상태로 계속하다간 임씨 그룹 얼마 못 받겠는데? 그럼 판 돈 임청한테 다 들어가면 나 한 푼도 못 가지잖아. 안 돼!’임미나는 큰소리로 말했다.“당신들 지금 경매의 규칙을 어기고 있는 거예요. 경매의 주최자로서 이렇게 하는 거 반대예요. 아무리 만리상맹의 지하 왕자라고 해도 강주는 법치 사회예요. 이렇게 마구 법을 어기시면 안 되죠.”이때 반하나가 임건우의 손가락을 툭툭 치고는 임건우의 손에서 벗어났다.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지금은 반하나가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또각또각-하이힐 소리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반하나는 여왕처럼 당당하게 무대에 올라갔다. 그녀의 손에는 서류봉투가 들려져 있었다.반하나는 무대에 올라가자마자 임미나에게 서류봉투를 던져주었다. 그러고 나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법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신 건가요? 알겠어요, 그럼 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이 서류봉투에는 임미나 씨와 당신 남편이 지난 몇 년간 임씨 그룹의 권력을 이용해서 회사 자금을 마음대로 쓰고 몰래
임선미의 얼굴색이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돈을 4000억이나 횡령해서 빚을 졌는데, 이렇게 큰 액수가 경찰의 손에 넘어가면 나와 남편의 일생은 끝이야. 적어도 종신형일 거야.’게다가 그들이 빼돌린 돈도 모두 내놓아야 했다. 중요한 건, 임씨 그룹이 커지고 더 큰돈을 벌게 되자, 대표적인 좀벌레인 임선미가 날개를 펼쳤다는 것이다.‘10년 동안 횡령한 4000억도 거의 다 썼는데 갚을 돈이 어디 있어?’“어때?”“이 증거들, 아직도 가짜라고 생각해? 차라리 경찰에 맡겨 진위를 검증하는 게 좋겠어!”“마침 현장에 하씨 가문 사람이 있으니, 하씨 가문이 나서서 이 일을 감독하는 게 낫겠네. 네 생각은 어때?”임선미는 우나영의 말을 듣고, 겁을 먹고 온몸을 떨었다.결과가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임선미는 죽어도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았다.‘털썩’ 소리와 함께.임선미는 우나영의 앞에 세게 무릎을 꿇었다.“아주머니, 아주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 좀 용서해 주세요! 정말 잘못한 걸 알고 있어요. 나에게 살 길을 주고 기회를 좀 주세요. 전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아요!”임선미는 자신의 얼굴을 힘껏 갈기며 말했다.이 장면은 방문한 모든 손님이 입을 달물게 만들었다.직원들은 하나같이 임선미를 바라보며 경멸의 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임선미와 남편은 항상 감독관 같은 자세로 나타나서 다른 사람에게 가혹한 요구를 하며, 또한 항상 회사를 위해 희생을 해야 한다고 교육했었다. 결과는?‘나야말로 회사의 가장 큰 문제아이자, 가장 욕심 많은 존재야.’우습게도, 우나영은 항상 알고 있으면서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이제 증거가 나오자 거의 약점을 드러낸 셈이었다.우나영이 차분하게 말했다.“살고 싶어? 문제없어! 마침 네 수중에 임봉, 임국의 서명문서를 갖고 있으니 문서에 사인해. 내가 500원으로 너희 수중에 모든 임씨 그룹의 주식을 사갈게!”“뭐?”임선미는 놀라서 멍해졌다.눈앞의 우나영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치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
임씨 그룹 경매회.경매회는 조금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끝났다. 일찍이 우나영이 일떠세운 임씨 그룹은, 500원짜리 동전을 주고 다시 임씨 그룹의 절대적인 주식을 장악하게 되었다.날짜를 계산해 보니.임원중 어르신이 돌아가신 날로부터 마침 석 달 만이었다.즉, 우나영이 임원중의 관 앞에서 했던 포부를 원만하게 이루었다.임씨 그룹이 전복된 것은 사실이다.임씨 가문의 주인장마저 없어졌다.하지만 이제 다시 우나영의 손에 돌아온 것은, 피를 뒤집어쓰고 다시 태어날 것을 예고했다.“짝짝짝-”갑자기 박수 소리가 울렸다.바로 임씨 그룹의 한 임원이 임선미가 새로운 양도 계약서에 이름을 올린 순간, 첫 번째로 박수를 친 후, 웃으며 말했다.“환영합니다. 다시 임씨 그룹으로의 대표님의 복귀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래 기다려 왔습니다. 대표님의 현명한 지도 아래에서 더욱 건강하고 발전하는 임씨 그룹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대표님이 없는 그룹은 마치 바다의 선박이 방향을 잃은 듯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대표님이 돌아오셨으니, 우리의 미래는 더 밝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 대표님의 지도하에 더 번창하기를 기원합니다.”하지만.우나영은 그 사람의 박수에 오히려 조금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우나영은 그 사람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임씨 그룹은 우리 레드 홀릭과 합병하면 확실히 더 좋아질 거야. 장차 연호 제일기업이 될 가능성도 있고. 하지만 이 모든 건 너 마건호와는 상관이 없어. 왜냐하면, 지금부터 너는 해고되었기 때문이야.”“아-”마건호라는 남자는 순간 말을 하지 못했다.목이 졸린 늙은 오리처럼 상기된 얼굴과 낯빛은 아주 보기 흉했다.“대표님, 왜, 왜 그러십니까? 전 정말 진심을 말한 겁니다. 절대 아첨하는 것이 아닙니다!”우나영이 말했다.“아첨하진 않았지. 하지만 바람 부는 대로 돛을 달면서, 신의를 저버렸어! 너는 내가 네가 임봉이랑 공모한 걸 몰랐다고 생각해? 당시 동도국과 거래할 때도 네가 임봉의 조력자였지?”이 말이 나오자 마건호
우나영은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임씨 장원으로 들어갔다.방금 임씨 그룹의 지배권을 되찾았기 때문에 우나영 그 후의 상업 배치를 잘 계획해야 했다. 원래 반하나는 가장 좋은 조력자였다. 옆에서 도와주어서 일하기 훨씬 수월했다.하지만 그에 비해 손자가 가장 중요했다.특히 서목하를 본 후, 우나영의 소망은 더욱 강해졌다,‘오늘 밤 아들이 하나와 잘 되면 1남 2녀를 낳을 수 있었으면 아주 좋을 텐데.’“어디서 먹을래요?”“대학성 야시장 거리, 기억나?”반하나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깜빡이며 임건우의 표정을 보고 장난스럽게 말했다.임건우는 한참 생각하고 나서야 생각났다.예전에 대학 뒷문에 확실히 야시장이 있었다. 많은 학생이 그곳에서 밥을 먹고 쇼핑을 했고, 심지어 친구들도 거기서 노점을 열 정도로 아주 번화한 곳이었다.하지만.임건우한테 그 야시장은 너무 저급이었다. 그 당시의 임건우는 50조 대기업의 도련님이었기 때문에, 가는 곳은 모두 고급 장소였고, 이런 곳은 임건우를 끌어들일 만한 것이 없었다.같은 숙소 사람들과 함께 그곳에 몇 번 가 봤지만, 별로였다. 맛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둑도 있었다.“어떻게 그곳에 갈 생각을 했어요?”임건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별로 가고 싶지 않아 했다.“그곳에 무슨 맛있는 게 있다고요. 차라리 영월 호숫가에 있는 웨스트 웨이에 가보죠. 거기 음식은 모두 셰프가 만든 거예요. 맛도 괜찮고요.”반하나는 고개를 저었다.“싫어, 나 야시장에 갈 거야! 갈래 말래? 같이 있어줄 거야 말 거야?”여자가 입을 삐죽 내밀고 허리를 짚었다.임건우는 곧 항복하고 말했다.“가요, 가요, 가고 싶은 데로 가요, 칼산이라도 같이 가줄게요.”반하나는 방긋 웃으며 임건우의 팔을 끌어안고 폴짝폴짝 앞으로 걸어가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칼산 말고 무산으로 가도 되는데.”“뭐라고요?”임건우는 잘 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했다.“아무것도 아냐! 가자!”반하나는 손을 꽉 잡았다.동시에.임선미는 퇴폐한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오
임건우는 임하나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지자, 임건우가 바라본 궁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이 궁전은 뼈로 지어진 궁전이었고 곳곳에 해골이 가득 차 있었다.그 해골들은 기괴한 대문을 형성하고 있었다.문 앞에는 거대한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비석 위에는 천신의 무덤이라는 고풍스러운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천신의 무덤?’이게 무슨 뜻일까?임건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의 자복궁 안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마치 혼돈 구슬이 무언가를 찾은 듯 흥분한 느낌이었다.한편으로는 여기서 일어나는 폭풍이 더욱 거세졌다.모래바람이 얼굴에 맞아 아프기 그지없었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의 얼굴을 자신의 품에 묻고 진원을 돌려 딸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 폭풍은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었다.그것은 죽음의 기운과 다양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었고 피부를 베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었다.붉은 달이 서서히 내려가며 폭풍은 더욱 거세졌다.“방법이 없겠군!”“그렇다면 안으로 들어가야겠다!”임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백골 궁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순간, 임건우는 끝없는 원망과 분노가 그를 덮치는 걸 느꼈다.슬프고 비통한 신음이 임건우의 의식 속을 채우고 있었다.정신력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임건우는 딸이 걱정되어 바로라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해골 대문이 갑자기 쾅! 하고 닫혔다.뒤를 돌아보니 그 대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마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으앙!”갑자기 딸이 큰 울음소리를 질렀다.임건우는 깜짝 놀라 딸이 혹시 원령의 영향을 받아 불편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딸의 울음소리에는 어떤 신비한 힘이 담겨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신격의 힘이었다.딸의 신격이 원망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고 소멸시킨 것이다.딸의 이마에 있는 신격에서 희미한 녹색의 빛이 퍼져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착한 내 딸, 아빠를 구해줬구나!”임건우는 기쁨에 못 이겨
“이거 큰일이네!”임건우는 뒤쫓아오는 불사족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동안 도망치면서도 수많은 불사족을 베어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점점 더 강해졌다.바로 직전에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불사족 두 마리를 상대했는데 그들은 단순한 해골이 아니라 온몸이 가시와 고깃막으로 뒤덮인 괴물이었고 방어력이 엄청나게 강했다. 임건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뒤쫓아오는 불사족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그 모습을 확인한 임건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런 젠장, 또 불사의 왕좌가 나왔네.”더 충격적인 건 이번엔 그 왕좌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었다.“설마 저놈의 여자 친구인가?”“지금 내 상태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어.”처음에는 싸워볼 생각도 했지만, 상대를 보자마자 임건우는 마음을 접었다.저 여왕좌는 입만 벌리면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걸 빨아들일 것처럼 보였고 힘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나모 아미타불, 도라 야야!”임건우는 바로 종이인형 하나를 꺼내 던졌다.그것은 바람을 타고 커지더니 황금빛 부처로 변했다.임건우는 딸을 안고 서둘러 도망쳤다.그러나...뒤따라오던 여왕좌는 금신의 허상을 단숨에 깨부수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그를 추격해왔다.“젠장, 이러다 잡히겠네!”임건우가 초조하게 도망치는 순간, 갑자기 그의 자복궁에 있던 혼돈 나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모든 혼돈 구슬이 빠르게 떨려왔다.이 익숙한 감각은 임건우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이건 뭔가 좋은 물건이 근처에 있거나, 아니면 다른 혼돈의 파편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야. 이 정도로 강하게 떨리는 걸 보니 아마 후자겠지.’“혼돈의 파편이라고?”“제발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란다!”어차피 곧 잡힐 상황이었다.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도박을 걸기로 했다.혼돈 나무가 떨리는 방향을 따라 혼돈의 파편을 찾아 나선 것이다.그 앞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었다.거기에 더해 거센 바람이 일으킨 모래폭풍까지 휘몰
“딸아, 이 낯선 곳에서 내가 어디서 젖을 먹일 사람을 찾겠어?”임건우는 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주변은 끝없이 황량한 땅뿐이었고 그 광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하지만 곧 임건우는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불사족이 쫓아오는 게 확실했다.대지가 흔들리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젠장, 이렇게 멀리 도망쳤는데 또 쫓아오다니?”“정말 끈질기게 따라붙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안고 다른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가던 길을 계속 바꾸며 피했지만, 너무나 답답했다.분명히 한 번은 떨쳐냈는데 곧 불사족이 다시 나타났다.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임건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곰곰이 생각해보니...“젠장!”이곳은 영기조차 없고 공기 속엔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했다.그 죽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자신의 금단이 계속 돌아가며 대위신력의 에너지도 끊임없이 빠져나갔다.그 외에도 딸의 자연신격이 자동으로 그녀를 보호하며 희미한 녹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들은 이 불사의 땅에서 마치 바다 위의 등대와도 같았다.“어떻게 해야 하지?”하지만 방법은 없었다.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위신력과 자연신격 없이는 정말 힘들었다.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가나절의 통로 문을 원래 자리에 두고 나온 것이다.예전에 전소은을 쫓아가기 위해 가나절의 전송문을 통해 만요곡으로 갔는데 그 문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다.만약 그 문이 함께 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힘겹게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딸의 울음소리는 임건우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러던 중, 문득 임건우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 그렇지! 생명의 신천이 있었지!”“젖을 먹일 사람은 없지만, 물이라도 마시며 좀 진정시켜야겠다.”임건우는 예전에 생명의 우물에서 모은 신천을 떠올렸다.이제 그 신천이 딸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다.딸은 자연의 여신이 될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천은 거부할 리 없을 것이다.임건우는 그녀에게 조금만 마시게 해줬다.그러자, 딸은 울음을 멈추고 행복한
거의 동시에 임건우의 몸속에 있는 진혼종이 슬픈 울음을 토해내며 그의 자복궁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이 불교의 법보이자 지장왕이 준 신기는 차원의 붕괴한 공간 속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휴...”임건우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첫 장면은 엄청나게 커다란 붉은빛 달이었다.주위 모든 것이 어두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기묘한 풍경이었다.그제야 임건우는 자신이 높은 하늘에서 직선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이런 젠장!”임건우가 옆을 돌아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여기가 대체 어디야?”임건우가 떨어지고 있는 아래쪽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해골 병사와 불사족의 괴물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아이코, 맙소사!”“차원 통로가 붕괴하면서 내가 불사의 땅으로 빨려 들어온 건가? 여기 아마도 불사의 문을 통과하려는 불사 대군들이 모여 있는 곳일 거야! 그런데 나랑 딸아이가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꼴 아니야?”임건우는 급히 견곤검을 소환해 검에 올라타고 비행하며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곧바로 깨달았다.이 괴이한 장소는 비행이 금지된 지역이라는 것을.견곤검 위에 서 있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발밑으로는 엄청난 중력이 임건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강력한 인력이 임건우와 그의 딸을 땅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임건우는 딸을 꼭 안은 채로 땅에 세차게 떨어졌다.그 충격으로 수많은 불사 대군을 깔아뭉개며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갑작스러운 사태는 이곳에 있던 불사 대군도 예상치 못한 듯했다.주위에 있던 적어도 수만 개의 눈이 일제히 임건우를 주시했다.“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임건우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그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앞쪽에 있는 거대한 불사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아마도 장군급의 존재인 듯했으며 해골 형태의 그것은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
임건우는 딸을 꼭 안고 당자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불과 1미터의 거리였지만, 마치 천지의 깊은 절벽처럼 느껴졌다.아무리 애써도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남편!”당자현은 손을 뻗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었다.눈물이 터져 나오며 절망적인 표정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빨리 가! 빨리!”“생명의 우물 공간이 무너지려고 해. 나는... 나는 너와 딸을 지킬 거야. 반드시 지킬 거라니까!”임건우는 절박하게 외쳤고 금단의 신력이 몸을 휘감으며 혼돈의 기운이 그들을 감싸 안았다.그 순간, 차원의 통로는 강력한 힘으로 삼켜져 모든 공간이 거대한 불사의 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아아!”당자현은 울부짖으며 애절하게 소리쳤지만, 그 순간, 그 연결은 끊어졌다.“주인님, 빨리 가셔야 합니다. 이 차원의 통로도 곧 사라질 겁니다.”박철호는 한 마디로 재촉하며 백옥은 당자현을 안고 급히 말했다.“가자!”모두가 생명의 우물의 좁은 통로로 빠르게 뒤돌아갔다.그들은 필사적으로 위로 올라갔다.그때 뒤에서 거대한 에너지 소리가 울려 퍼지며 거대한 힘이 우물 속으로 밀려 들어와 모두를 위로 밀어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생명의 우물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그 속의 수많은 생명의 샘물이 쏟아지며 사람들은 우물 밖으로 튕겨 나갔다.바닥에는 물이 고여 웅덩이가 되었다.웅!차원 통로 속에서 임건우는 딸을 꼭 안고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에너지가 갑자기 되돌아가며 모든 물질은 압축되어 한 덩어리가 되었다.그 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단 한 순간, 임건우는 온몸이 터져 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그의 강력한 뼈마저도 끊어지는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그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하지만 임건우는 자신의 사명을 잊지 않았다.반드시 딸을 지켜야 했다.“진혼종!”임건우는 서둘러 진혼종을 소환하고 딸을 종 안으로 감쌌다.둥둥둥! 둥둥둥!진혼종은 깊고 울리는 소
안쪽은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속에는 마치 무수한 원혼이 울부짖는 듯한 환청이 퍼져 나왔다.하지만 그것은 소리가 아니라 정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어떤 파장이었다.게다가 몸 또한 보이지 않는 힘으로 만져지고 짓눌리며 마치 수많은 손이 그의 몸을 더듬어 뜯어내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임건우는 자신이야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갓 돌이 지난 딸이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그러던 찰나,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어떤 힘이 딸을 덥석 잡아채 임건우의 품에서 떼어내려고 했다.그 힘은 적고 연약한 딸을 감싸 안으며 강한 압력을 가해왔다.임건우의 금단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대위신력을 폭발적으로 방출했다.임건우는 딸을 단단히 품에 안고 버텼다.하지만 불사의 왕좌가 가진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으악!”임건우는 고함을 지르며 외쳤다.“저승 다리! 당장 와서 도와라!”임건우는 자신의 자복궁에 남은 대위신력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비록 저승 다리의 소환은 값비싸고 매번 신력을 소모했지만, 지금은 대위신력을 아낄 때가 아니었다.‘천만이면 어때! 줘버리자!’슛!붉은 옷을 입은 어린 소녀가 튀어나왔다.그리고 이전보다 조금 자란 듯한 모습이었다.“어? 여긴 어디야?”소녀는 태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얼굴을 구기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 멍청아!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겨우 그따위 실력으로 불사의 왕좌의 뱃속에 들어오다니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공주님, 내가 원해서 들어온 줄 알아? 끌려온 거라고!”임건우는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빨리 시작해. 안 그러면 나 죽고 너도 대위신력을 못 받을 거라고!”소녀는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네가 죽으면 새로운 계승자가 나타날 뿐이야.”임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계승자는 무슨! 너도 알잖아? 지장왕이 3천 년을 기다려 나를 찾은 거라고. 네가 그 불사의 왕좌 뱃속에서 3만 년을 기다릴 자신 있으면 말이야.”소녀는 이를 꽉
“큰일 났어!”임건우는 겨우 딸을 안아 들고 있을 때 갑자기 100미터 높이의 불사의 왕좌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임건우는 몸을 돌려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하지만 불사의 왕좌가 임건우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하나의 임건우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신격이 담겨 있는 작은 소녀는 절대로 놓칠 수 없었다.만약 소녀를 놓친다면 이 통로는 즉시 사라지고, 불사군단은 통로를 통해 다시 인간 세계로 침입할 수 없게 된다.“크앙!”“도망가려고? 그렇게 쉽게는 안 된다!”슥!불사의 왕좌는 입을 벌려 포효하며, 입속에서 몇 개의 검은 기운을 내뿜었다.그것들이 순식간에 임건우의 앞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기운은 꿈틀거리며 변형되었고, 그 속에는 신비한 문자가 흐르고 있었다.바로 그 순간, 이차원 통로의 벽과 합쳐지며 방금까지 칠흑 같던 통로의 양측이 갑자기 안정되기 시작했다.빛이 반짝이며 문자가 그 위에서 떨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일단 도망가자!”임건우는 더는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딸을 안고 혼자 도망칠 수는 없다.싸워야 한다면 외부의 동료들과 힘을 합쳐야 했다.임건우는 한 걸음 내딛으며 급히 통로 입구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차원 통로에서 순간이동은 불가능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금방이라도 도달할 수 있었을 텐데.몇 천 미터의 거리도 몇 번의 눈 깜짝할 사이에 해결될 거리였다.통로 입구 밖에 있던 백옥과 당자현은 여전히 걱정하며 급히 소리쳤다.“빨리! 서둘러!”당자현은 다시 한번 통로 안으로 들어가서 지원하려 했지만, 그 순간, 당자현의 머리가 통로 입구의 무언가에 부딪히며 이마에 혹이 생겼다.쿵!“아!”“뭐야? 입구가 막혔어?”“뭐라고? 어떻게 된 거지?”백옥은 급히 손을 내밀어 입구를 탐지했으나, 그곳에 벽처럼 딱딱한 무언가가 있었다. 백옥은 즉시 진원을 모아 주먹을 한 대 세게 날렸다.쿵!거대한 폭음이 울렸다.입구의 공간 벽에는 수많은 검은 문자가 빛을 내며
“이건 죽음의 기운이야! 이곳의 죽음의 기운은 독성을 띠고 있어!”임건우가 재빨리 약병을 꺼내 들어 모두에게 나눠주었다.하지만 약을 삼킨 후에도 이상한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당자현이 급히 말했다.“이건 독이 아니야. 죽음의 기운이 우리의 영력을 억누르고 있는 거야. 우리가 죽음의 기운을 들이마실수록 체내 진원이 더 강하게 억압받는 거지.”박철호가 말했다.“그럼 어쩌죠? 전투력이 점점 약해지는 게 느껴져요. 이러다간 버틸 수 없을지도 몰라요.”“크앙!”금강마원이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그 거대한 몸 위로 벌레들이 달려들어 미친 듯이 물어뜯고 있었다.이 벌레들은 진원 방어막조차 뚫고 들어올 수 있었고 물어뜯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거대한 금강마원의 살과 피는 이들에게 한층 더 쉽게 씹히는 먹잇감이었다.금강마원의 하얀 털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몸 여기저기에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사람들이 재빨리 달려가 벌레를 제거했지만, 금강마원의 상처는 이미 깊어져 있었다.그 와중에 임건우의 시선은 아직 천 미터나 떨어진 딸에게 고정돼 있었다.임건우의 눈빛은 단호했다.“여러분은 물러나세요. 이곳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백옥이 말했다.“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도 이렇게 버거운데 혼자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벌레들에 금방 잠식당할 거야!”임건우는 단호히 말했다.“괜찮아요. 전 죽음의 기운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요.”다른 이들의 전투력이 점점 약해지는 가운데 임건우의 힘은 약화되지 않았다.임건우의 체내에는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이 있었고, 대위신력이 임건우를 지탱하고 있었다.이 모든 것은 죽음의 기운을 억제하고 상쇄할 수 있었다.그때 당자현이 외쳤다.“저 앞을 봐! 저건 뭐지?”모두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회색빛이 짙은 안개가 물결처럼 밀려오고 있었다.“저건... 죽음의 기운이야! 그것도 엄청난 양의 죽음의 기운!”“불사족의 문이 점점 더 열리고 있어! 불사족이 나오려고 하고 있잖아!”임건우는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렸다.“
풍덩!임건우는 바로 그 자리에 뛰어내렸다.당자현도 뒤를 따르며 빠르게 내려갔다.백옥은 추하게 변한 전소은을 한 번 쳐다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모든 경맥을 봉인한 뒤, 그제야 우물 안으로 뛰어들었다.“이 우물은 정말 특이하군, 생명의 기운이 이렇게 진하다니?”임건우가 말했다.“맞아, 이게 바로 내가 말한 생명의 천수야. 이 물이 강아연의 영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야.”당자현이 대답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물의 깊은 곳으로 빠르게 나아가면서 여러 번 생명의 우물을 모았다.“그렇다면 그들이 딸의 신격과 이 천수를 이용해 통로를 열려는 거라면 우리가 이 물을 모두 빼내면 그 문이 열리지 않을까?”당자현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그건 소용없어. 그들은 생명의 우물을 이용한 거지, 생명의 천수는 아니야.”임건우는 그 말을 듣고는 그만 그 생각을 접었다.지금은 딸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하지만 생명의 우물의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음침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정말 계속 가면 저기 끝에 통로의 입구가 있을까?”백옥이 뒤에서 물었다.“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인데?”백옥이 말했다.백옥 뒤로 여러 명의 요족도 우물 안으로 들어왔고 나머지 요족들은 안전을 위해 바깥에 남았다.그때 앞서 달려가던 임건우가 갑자기 넓어진 공간을 느꼈다.그 느낌은 마치 지하수로에서 기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넓은 바다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눈앞은 황망하게 펼쳐져 있었고 먼 곳까지 흐릿하게만 보였다.“여기가... 어딘가?”뒤에서 박철호가 물었다.“이곳은 이차원 공간이야!”당자현이 대답했다.“빨리, 통로의 결점을 찾아봐. 보통 이런 곳에는 에너지 소용돌이가 있는 결점이 있어.”모두들 급히 그 결점을 찾기 시작했다.“여기 있어!”백옥이 외쳤다.입구 결점에 있는 소용돌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거기서 임건우의 딸이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빛이 흔들리며 그 모습이 흐릿하게 비췄지만, 분명 그녀였다.“들어가자!”모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