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부이사장님이 저렇게 나서서 이야기하시는 걸 보니 도착한 손님이 대단한 사람이나 보네.’ 연회장에 있던 손님들은 모두 협조적으로 류성중의 뒤를 따라 함께 연회장 입구로 향했다. 류성중은 의료공단의 부이사장이었지만 그 Y국에서 온 사람과 사실 그 어떤 관계도 없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세화를 끌어들여, 미모와 재력을 겸비한 세화가 상대방과 교류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을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분명 자신도 약간의 친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류성중은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살폈는데 여전히 가만히 서있는 세화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찡그렸다. “세화야,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고 있어? 넌 함께 가서 Y국 귀족 분과 인사하고 싶지 않아?” 세화는 원래 Y국 귀족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류성중의 모습을 보고 억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동혁 역시 어찌하든 상관없었다. 그는 단지 대니얼이 오늘 밤에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세화를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곧 연회장 입구 밖의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동혁, 세화 등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살피면서 오고 있는 귀족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노력했다. 류성중은 오늘 밤 연회의 주인공으로서 당연히 사람들 선두에 나서서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곧바로 금발에 푸른 눈을 한 체격이 큰 백인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동혁의 예상대로 이미 두 번이나 만났던 대니얼이었다. 대니얼은 언제나처럼 날씬하고 정장을 입고서 자신이 귀족임을 드러냈다. 그의 곁에는 명품 정장을 입은 젊은 H국 여자가 따라왔는데 세련된 화장에 기품이 있는 모습이었다. 대니얼의 팔짱을 낀 채 긴 목을 높이 치켜든 그녀는 연회장 안에 있는 사람들을 거만하게 쳐다보았다.곧 그녀의 시선이 세화에게 고정되었고, 아주 날카로운 눈빛으로 세화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세화는 그녀의 눈빛에 불쾌함을 느꼈지만 그저 공손한 미소
사실 주다정은 H시에서 큰 스타라고도 할 수 없었다. 세화와 동혁은 주다정에 대해 전혀 몰랐고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를 알아본 H시 사람들 몇 명이 이렇게 까지 말한 건 대니얼 앞에서 그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남자들이 부러움의 표정을 지었다. 주다정은 미인이었는데 경제채널 사회자로 활약하는 만큼 고학력을 가진 지적인 이미지도 있었다. 이런 여자는 일반적으로 성공한 보통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 그래서 연회장에 있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주다정에게는 별로 관심 없는 존재였다. ‘지금 저 주다정이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기혼남인 대니얼을 따라 여길 왔다고?’ ‘남자로서 저 대니얼이라는 사람이 너무 부럽구먼.’ 쏟아지는 아부에도 주다정은 차분하면서 도도한 여신의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녀는 그저 사람들에게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약간의 거리감을 유지했다. 만약 그녀가 대니얼의 팔짱을 끼고 있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정말로 그녀를 시크한 여신으로 여겼을 것이다. “대니엘 씨, 여기 다른 분들 몇 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류성중은 옆에 있는 왕근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H시 의료공단의 왕근식 부장입니다. 오늘 연회도 바로 이분이 준비한 거지요.” “안녕하세요, 대니얼 씨.” 왕근식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대니얼 씨가 있는 골스재단의 프로젝트가 투자 유치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의약 쪽인가요?” “그렇다면 저희 H시를 제대로 찾아오신 겁니다. 이곳에서 정책상의 문제가 생겨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대니얼 씨께서 언제든지 저희들에게 연락하세요.” “저희 모두가 반드시 성심성의껏 대니얼 씨를 돕겠습니다. 연락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왕근식이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는 비록 대니얼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이후 그가 자신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 어쨌든 골스재단은 Y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큰 재단이었다.
모두가 대니얼을 둘러싸고 아부했지만 세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이것에 불만을 품었지만 동시에 첫눈에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미인인 세화에게서 강한 소유욕을 느끼게 되었다. 대니얼 곁에 있던 주다정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세화를 바라보는 눈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하하하, 이쪽은 제 친조카인 진세화라고 합니다. 세방그룹과 혜성그룹의 회장으로 있지요. 마침 대니얼 씨에게 소개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류성중은 대니얼이 세화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기뻤다. 그는 고개를 돌려 명령조로 세화에게 말했다. “세화야 뭐 하고 있어? 대니얼 씨가 너와 인사를 하고 싶어 하시잖아. 빨리 이리 와서 인사해라.” 대니얼은 약간 놀라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세화를 다시 쳐다보았다. ‘저렇게 예쁘게 생긴 여자가 두 그룹의 회장일 줄이야.’ 그 순간 대니얼은 마음속에서 결심했다. ‘저 여자든, 저 여자의 회사든.’ ‘모두 내가 차지해야겠어.’ “진 회장님, 좋겠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대니얼 씨의 눈에 띄었잖아요. 저희는 대니얼 씨를 쫓아다니며 말을 걸었는데 모두 무시하더라고요.” “진 회장님, 뭐 하고 계세요? 빨리 가서 인사하세요. 다니엘 씨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이건 좋은 기회예요. Y국 귀족과 연결되는...” 세화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여자들이 입을 열어 부추겼다. 그녀들은 세화처럼 대니얼의 눈에 띄고 싶었다. 세화는 대니얼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내키지 않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상대가 자신과 돈을 모두 챙기겠다는 흑심을 품은 지는 몰랐지만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인사 한 마디를 하지 않으면 대니얼의 눈밖에 날 수밖에 없었다. 세화는 이유 없이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특히 배경에 힘이 있고 H국에서 특별한 신분을 가진 외국인이라면 더욱 그러했다.그래서 세화가 앞으로 나서려 하자, 줄곧 그녀의 뒤에 서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두 걸음 나와 그녀를
“물론 잘 알다마다요.” 대니얼은 말을 하며 자신의 뺨을 만졌다. 동혁에게 두 번씩이나 뺨을 맞은 굴욕적인 일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뼈에 사무치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그가 동혁의 눈과 마주쳤을 때 그의 마음속 원한이 하마터면 분출될 뻔했다. 대니얼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 “난 저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원화투자회사의 사장 자리조차도 모두 아내의 친한 친구 덕분에 얻게 된 거죠.”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데릴사위 주제에 뜻밖에도 이렇게 제가 참석하는 연회에 나오다니, 기가 막히군요.” 대니얼은 류성중을 바라보며 화를 내며 말했다. “부이사장님, 정말 실망스럽군요. 이건 우리 골스 가문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이 화가 난 목소리에 류성중의 볼이 다 떨렸다. 류성중이 동혁을 다시 바라볼 때 그의 안색은 극도로 나빠져 있었다. “세화야, 이 쓸모없는 놈이 네 덕분에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 된 거였어? 근데 왜 그 일은 내게 말하지 않은 거야?” 류성중의 마음은 후회가 가득했다. ‘세화가 동혁이를 데리고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괜히 대니얼 씨가 화만 났잖아.’ 류성중 외에 연회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동혁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이 다시 경외에서 경멸로 바뀌었다. “어쩐지 데릴사위 주제에 어떻게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으로 2조의 자금을 관리하는지 했어. 모두 진 회장 때문에 그 자리에 앉은 거였군.” “정말 웃기지도 않아서, 그러고도 아까 전에 저 인간이 자기 신분을 성신제약의 양 사장과 비교하며 큰소리친 거야? 아주 가소롭구먼.” “진 회장님은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의 체면을 생각해서 앞에서는 이 사실을 숨겼겠네.” “역시 쓸모없는 인간은 어딜 가나 똑같아. 어떤 자리에 않아도 자신이 쓸모없는 데릴사위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니까.” 이런저런 조롱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모두 아까 전에 동혁에게 “꺼지세요.”라는
류성중은 자신의 말에도 동혁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시 세화를 노려보았다. “세화야, 쓸모없는 네 남편 놈이 아직도 뭘 모르는구나. 그리고 너는 또 왜 이렇게 생각이 없어? 빨리 네 남편이 대니얼 씨에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해.” “대니얼 씨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면,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혼내줄지 각오해.” 류성중의 말에 분노한 세화의 하얀 얼굴이 더 차갑게 변했다. ‘저 사람이 정말 내 친외삼촌 맞아? 어떻게 조카의 기분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지?’ ‘내 남편에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니얼, 저 사람에게 무릎을 꿇게 하라니?’ ‘단지 저 외국인이 Y국의 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는 거야?’ 세화는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바로 그때 동혁이 그녀의 손을 힘껏 잡았다. “여보, 별것도 아닌 두 사람 때문에 이렇게 화낼 필요 없어. 그냥 동네의 개가 짖는다고 생각해.” “난 오히려 오늘 누가 날 사과하게 만들 수 있는지 한번 보고 싶은데?” 동혁은 세화를 끌어당겨 앉혀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라주고, 자신도 한 잔을 따른 다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마치 공기처럼 그저 안 보이는 사람 취급하며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동혁의 모습을 본 류성중은 화가 나 표정이 구겨졌다. ‘지금 동혁이, 저놈은 상황이 어떤지 이해를 못 하는 건가?’ ‘여기서 가장 신분이 미천하고 지위도 가장 낮은 놈이 감히 대니얼 씨를 도발해?’ ‘정말로 죽고 싶어서 저러는 거야?’ “대니얼 씨, 저 부부가 정말 예의가 없네요. 대니얼 씨와 골스 재단을 완전 무시하고 있어요.” 대니얼 곁에 있던 주다정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녀의 관심은 동혁이 아니라 줄곧 세화에게 쏠려 있었다. 세화와 동혁이 대니얼을 이렇게 화나게 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도리어 기뻐했다. 그녀는 세화가 외모, 신분, 지위에서 자신보다 몇 단계나 높은 위치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많이 받
“진 회장님, 당신의 저 쓸모없는 남편은 이제 끝이야.” 주다정의 목소리는 득의양양하며 독기가 가득했다. 대니얼은 동혁을 보고 비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동혁에게 두 번이나 뺨을 맞은 일로 복수를 고민하다가, 특별히 사람을 소개받아 이 열 사람을 자신의 경호원으로 고용했다. “헉.” 주다정의 말에 사람들은 놀라 한번에 숨을 들이마시는 듯한 소리를 냈다. ‘경호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대단해 보이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열 명이나 오다니.’ 사람들은 순간 동혁이 뼈가 부러지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대니얼의 발밑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면서 모두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세화는 마음속에서 점점 두려움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녀는 동혁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설득했다. “동혁 씨, 저 대니얼이라는 사람하고 맞서지 말아. 괜히 화풀이를 당할 필요는 없잖아. 우리 방법을 생각해서 어떻게든 부드럽게 넘어가자.” “걱정 마. 내가 절대 동혁 씨를 무릎 꿇리지 않을 거니까. 기껏해야 돈으로 조금 보상해 주면 그만 일거야.” 세화는 동혁의 성격이 강하지만 때로는 마음 약한 구석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혁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일어나서 대신 사과했다. “대니얼 씨, 제 남편이 저 때문에 아까 괜한 실수를 한 거 같네요.” “어떻게 하면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 주시겠어요?”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건 좀 지나치니, 다른 방식으로 사과를 대신할게요.” 세화가 저자세로 나오자 대니얼은 웃었다. 그는 거리낌 없이 두 눈으로 세화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세화는 마음이 불안해지며 상대방이 무슨 부당한 요구를 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니얼은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냉랭하게 말했다. “만약 진 회장님이 제 요구를 들어준다면, 쓸모없는 남편에 대한 회장님의 헌신적인 노력을 생각해 지난 모든 무례한 일들을 묻지 않고 관대하게 용서하죠.” 세화는 마음속에서 더욱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요구가 뭔지 말
“진 회장님, 자고로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당신 남편이 나와 골스 재단을 무시하며 도발한 이상, 이 정도 내 요구는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대니얼은 경호원이 10명이나 있어서 믿는 구석이 있어 보였다. 그는 냉소를 머금고 무심한 듯 말했다. “물론, 요구를 거절해도 상관없어요.” “그렇다면 난 당신과 당신 남편이 내 요구를 거절한 결과를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니까.” 이 말을 하고 그는 손을 내저었다. “처벅!” 그의 뒤에 있던 10명의 경호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세화는 경호원들이 낀 선글라스에서 자신과 동혁을 향한 열 줄기 야수 같은 시선을 느꼈다. 미세한 살기가 그들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역시 전쟁터에 나가서 피를 본 노병들다웠다. 그들 특유의 살기로 인해 앞에 서있는 세화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창백해졌을 뿐만 아니라 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여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모두들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연회장의 분위기는 극도로 무거워졌고 사람들은 처음으로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기분이 무엇인지를 느꼈다. ‘앞으로 대니얼 씨의 눈밖에 나면 아주 큰일이 나겠어.’ 연회장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의 같은 생각을 했다. “여보, 겁낼 거 없어.” 바로 그때 동혁이 갑자기 일어나 자연스럽게 세화의 앞을 막아서자 살기가 차단되었다. 이상하게도 경호원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스러운 살기가 동혁을 거치면서 마치 먼지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10명의 경호원들이 동혁을 주시하자 더욱 강한 살기가 동혁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폭풍 같은 살기에도 동혁은 여전히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그 순간 경호원들 마치 거대한 블랙홀을 마주한 것 같았다. 그들의 모든 살기가 그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당신들 죽고 싶나요?” 바로 그때 동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 “윽.
한겨울의 서릿발처럼 이가 덜덜 떨릴 정도의 차가운 목소리로 대니얼이 이를 갈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온몸이 오싹하다고 느꼈다. ‘대니얼 씨가 이번에 정말 화가 단단히 났나 보네.’ “쫙!” 주다정이 갑자기 와인 한 병을 집어 들어 나오더니 동혁에게 세게 퍼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게 만들었다.. “이 미천한 데릴사위 놈. 대니얼 씨가 살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데 감히 헛소리를 지껄여?”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대니얼 씨에게 아주 크게 혼날 테니까.” 주다정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다정 씨,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우리 남편이 언제 다정 씨에게 뭐라 한적 있어요?” 세화는 화가 난 채로 재빨리 냅킨을 동혁에게 건네주었다. 주다정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으로 세화를 바라보았다. “사리분간도 못하는 여자 같으니라고, 뜻밖에 저런 쓸모없는 인간에게 자기 몸을 버리고 싶어 하다니. 이런 사람이 대니얼 씨의 침대에서 잠자리를 해도 그건 대니얼 씨의 고귀한 신분에 누가 될 뿐이야.” “당신은 지금 저 쓸모없는 인간을 신경 쓸 게 아니라 대니얼 씨의 화를 어떻게 풀지나 걱정해.” 주다정은 어떻게든 대니얼이 세화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려고 계속적으로 세화를 비하했다. “당신 말이면 다인 줄 알아요?” 세화는 주다정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세화의 성품과 교양은 그녀 자신을 추잡하고 더러운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주다정처럼 굴 수 없게 했다. “여보, 흥분하지 마.” 동혁은 담담히 냅킨으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기다려봐. 저 막돼먹은 X같은 여자를 내 앞에 무릎 꿇려서 내 발에 뿌린 술을 조금씩 핥게 할 테니까.” 세화는 동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가 이미 주다정에게 화가 아주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 ‘동혁 씨는 원래 상대가 아무리 싫어도 그저 손바닥으로 뺨을 때려서 혼냈었는데?’ ‘뜻밖에 지금 그런 식으로 저 여자를 혼낸다고?’ “너 같은 쓸모없는 인간이, 나를?” 주다정은 시큰둥하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
동혁의 말은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인 부태서 앞에서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리겠다고 큰소리쳤어.’ ‘게다가 상대방에게 의견을 묻다니!’‘이건 면전에서 따귀를 때리는 것하고 무슨 차이가 있어?’오태강은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이 자식, 그 일을 부태서에게 왜 물어? 네가 부른 7개 부문의 수장들에게 물어야지.”“저 사람들에게 물어봐, 부태서 앞에서 저들이 감히 빅토리아병원을 봉쇄할 수 있겠어?”오태강은 비꼬는 말로 조롱하면서 동혁을 보고 비웃었다.“하하, 당연히 감히 할 수 없겠지. 부태서가 누군데 말이야!”“부태서는 우리 H시 전전 시장님의 친손자야. H시 넘버원 청년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지!”“H시에서 부 전전 시장님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데.” “저 7개 부문 수장들이 감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을 건드릴 수 있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저 사람들을 아버지로 모시겠어!”“이동혁, 넌 웃음거리가 됐지만 그래도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오늘 부태서 씨가 있으니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나연지, 소태란 등도 큰 소리로 비웃었다.‘전전 시장의 손자도 우리 병원 주주인데 뭐가 무서워.’‘7 개 부처가 연합해서 법을 집행해도 상관없어.’‘오늘 70개 부서가 오더라도 못 해!’사람들의 조롱에 7개 부서의 수장들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지금 황성민 같은 사람들조차도 동혁이 너무 서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새 시장인 이동혁이 지위와 권력이 대단하다 해도.’‘부태서와 비교하면 확실히 평범한 수준이야.’‘부태서의 할아버지가 H시를 20년 동안 장악했던 전 시장 부천정이라는 걸 기억해야 해.’‘새로 부임한 시장이 부임하자마자, 현지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전 시장의 미움을 샀어.’‘정말 현명하지 못한 처사 아니야?’“나는 저 사람들에게 묻지 않았어.”차가운 눈빛으로 황성민 등을 힐끗 쳐다본 뒤, 동혁은 다시 부태서를
거들먹거리며 걸어오는 청년의 말투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이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오만하게 날뛰면서 걸핏하면 죽여버리겠다니, 도대체 누구야?’“부태서!”청년을 보자마자 황성민 등의 표정은 크게 변했다.온 청년은 뜻밖에도 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 부태서!부천정은 H시에서 지 20년이나 시장을 지냈기에, 그의 손자가 누구인지 사람들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사람들의 반응을 본 오태강이 씩 웃었다.“보아하니 당신들 모두 부태서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모양이네.” “그래, 부태서도 여전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야!”황성민 등의 표정은 안절부절 종잡을 수가 없었다.모두 부태서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실제로 H시의 많은 회사들은 부태서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 그의 표면상의 신분은 한 투자회사의 사장으로, 여러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사실상 부태서의 투자회사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할아버지 부천정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이 선생님.”골치아프게 됐다는 걸 깨달은 황성민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 동혁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오늘 이 빅토리아병원의 간판을 내리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저 부태서는 부천정 전전 시장의 손자입니다. 저희도 그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일 줄은 몰랐습니다.”황성민은 동혁에게 빅토리아병원 때문에 전전 시장 부천정과 충돌하지 말라고 일깨워준 것이다.이들은 부천정이 H시에서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었다.신구 시장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누가 이기고 질지 정말 말하기 어렵다.“퇴직한 늙은이의 손자가 아주 대단하군요. 당신들 일도 그만두게 할 수 있겠어요?”동혁은 일곱 부서의 수장들을 향해서 싸늘하게 말했다.모두 동혁의 차가운 눈빛에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고통을 호소할 뿐!오태강과 어깨동무를 한 채 얘기를 나누던 부태서가 이
“엉엉, 태강 씨, 저 자식한테 또 맞았어!”나연지는 울며불며 오태강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지금 그 녀석이 얼마나 날뛰는지 직접 봤지?”“당신 앞에서도 감히 나를 때렸어!”“저 자식은 내 얼굴을 때린 게 아니라, 분명히 태강 씨 얼굴을 때린 거야. 흑흑...”동혁에 대한 원한에 사무친 나연지는 끊임없이 오태강을 선동했다. 분노한 오태강이 손을 써서 동혁을 완전히 죽여버리도록!“됐어!”나연지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난 오태강이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동혁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새끼, 내가 방금 너한테 말했지. 나연지는 내 여자라고.”“감히 내 앞에서 내 여자를 때리다니, 나 오태강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오태강의 말투는 극도로 음산했다.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동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나는 너처럼 머리도 안 돌아가면서 시치미를 떼는 사람을 가장 싫어해. 나를 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 너를 눈에 넣는 걸 본다는 거야?”“네 면전에서 네 여자를 때렸는데도, 너는 여전히 이걸 물어보네.”“내가 티를 안 내서 그런 건가?”“그럼 내가 다시 네 면전에서 네 병원 간판을 내리게 해서 증명해 주겠어.”동혁의 이 말을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숨을 들이마셨다.‘오태강이 아주 기고만장해서 날뛰는 건 자신이 여러 사립병원의 소유주이기 때문이야.’‘게다가 리성투자회사 사장 오한민의 친조카라서 밑천이 두둑하기 때문이자.’‘그러나 이동혁은 오히려 그보다 더 날뛰고 있어!’‘대놓고 오태강에게 나는 정말로 너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고 말했어!’‘이걸 오태강이 참을 수 있겠어?’과연 동혁의 말이 떨어지자, 오태강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이를 악물고 있던 오태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자 헛웃음을 터뜨렸다.“좋아, 좋아, 좋아! 네가 내 병원을 어떻게 문을 닫게 할 건지 내가 한번 보겠어!”“네가 7개 부서의 이 폐물들에게 시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