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서릿발처럼 이가 덜덜 떨릴 정도의 차가운 목소리로 대니얼이 이를 갈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온몸이 오싹하다고 느꼈다. ‘대니얼 씨가 이번에 정말 화가 단단히 났나 보네.’ “쫙!” 주다정이 갑자기 와인 한 병을 집어 들어 나오더니 동혁에게 세게 퍼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게 만들었다.. “이 미천한 데릴사위 놈. 대니얼 씨가 살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데 감히 헛소리를 지껄여?”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대니얼 씨에게 아주 크게 혼날 테니까.” 주다정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다정 씨,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우리 남편이 언제 다정 씨에게 뭐라 한적 있어요?” 세화는 화가 난 채로 재빨리 냅킨을 동혁에게 건네주었다. 주다정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으로 세화를 바라보았다. “사리분간도 못하는 여자 같으니라고, 뜻밖에 저런 쓸모없는 인간에게 자기 몸을 버리고 싶어 하다니. 이런 사람이 대니얼 씨의 침대에서 잠자리를 해도 그건 대니얼 씨의 고귀한 신분에 누가 될 뿐이야.” “당신은 지금 저 쓸모없는 인간을 신경 쓸 게 아니라 대니얼 씨의 화를 어떻게 풀지나 걱정해.” 주다정은 어떻게든 대니얼이 세화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려고 계속적으로 세화를 비하했다. “당신 말이면 다인 줄 알아요?” 세화는 주다정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세화의 성품과 교양은 그녀 자신을 추잡하고 더러운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주다정처럼 굴 수 없게 했다. “여보, 흥분하지 마.” 동혁은 담담히 냅킨으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기다려봐. 저 막돼먹은 X같은 여자를 내 앞에 무릎 꿇려서 내 발에 뿌린 술을 조금씩 핥게 할 테니까.” 세화는 동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가 이미 주다정에게 화가 아주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 ‘동혁 씨는 원래 상대가 아무리 싫어도 그저 손바닥으로 뺨을 때려서 혼냈었는데?’ ‘뜻밖에 지금 그런 식으로 저 여자를 혼낸다고?’ “너 같은 쓸모없는 인간이, 나를?” 주다정은 시큰둥하
H국에 있는 Y국의 주재기관 중 최고위급 대사관 밑으로 영사관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다. H국에는 Y국 영사관이 모두 몇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N도에 있었다. ‘영사관 하나하나가 바로 Y국 전체를 대표해.’ ‘그런데 이동혁이 지금 그런 영사에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이게 정말 미친 소리가 아니면 뭐야?’ “이런 쓸모없는 놈, 지금 현직 Y국 영사가 어떤 분인지 알고 하는 소리야? Y국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외교관으로 국외전장에도 가본 적이 있는 분이야.” “그런 분에게 네놈이 감히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네놈이 정말 죽는 게 뭔지 알고 싶어서 그래?” 류성중이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는 동혁 때문에 미칠 것은 심정이었다. ‘이 자식이 이 정도로 생각이 없는 놈인 줄 알았다면,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오늘 연회에 이놈을 참석시키지 않았을 거야.’ ‘지금 동혁이, 이놈이 한 말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해리슨 영사 귀에 들어가 가라도 하는 날에는 어떤 풍파가 일어날지 불 보듯 뻔한 일이야.’ ‘만약 이 일이 외교 갈등으로라도 번지면 오늘 밤 연회에서 공무원으로서 가장 직급이 높은 난 상상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될 거야.’ ‘해리슨 영사에게 해명하기 위해 내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몰라.’ “너 정신병 있는 거 맞지? 그래서 사실 넌 Y국 영사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류성중은 최대한 이 일을 대충 얼버무리려고 화를 내고 다그치며 동혁을 얌전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동혁의 다음 말은 그의 두 눈에서 불을 뿜게 만들며 동혁을 산채로 찢어 죽이고 싶게 만들었다. “아뇨, 알고 있는데요. 현 Y국 영사는 해리슨이라는 사람으로 겉으로는 강한척하지만 실제로는 연약한 쓸모없는 인간이잖아요.” 동혁은 차분하게 계속 말했다. “전 그 해리슨이 지금 H시에 있는 줄은 알고 있어요. 이렇게 공교롭게 그 사람에게 와서 내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할 줄은 몰랐지만요.” 연회장에 오는 길에
“진 회장, 아무래도 당신 남편 장례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네.” 주다정은 동혁이 비명에 죽는 순간을 마치 본 것처럼 말했다. 세화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변했고,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만해!” 대니얼은 날카로운 음성으로 주다정이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막으며 차가운 두 눈으로 동혁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이 미천한 H국 인간 놈, 네놈이 해리슨 영사님을 모욕한 것만으로도 넌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범한 거야.” “이 일이 해리슨 영사님에게 전해지기 전에 내가 그를 위해 먼저 나서야겠군.” 말을 하며 대니얼은 자신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강하게 손짓을 했다. “저 미천한 H국 인간 놈이 우리 영사님과 Y국을 모욕했어. 먼저 저놈의 팔다리를 부러뜨려 본떼를 좀 보여줘.” 10명의 경호원이 동혁을 노려보았다. 아까 전에 동혁이 경호원들에게 전해준 두려움은 동혁이 한 무례한 말과 함께 이미 완전히 사라졌고 오히려 그들에게 끝없는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해리슨 영사님은 전쟁터에 있을 때 우리의 오랜 상사였어. 동시에 우리 Y국의 희망이신 분이지. 어느 누구도 그분을 모욕할 수는 없어.” “이 H국 인간 놈, 죽여주마.” 한 경호원의 분노 가득한 음성과 함께 다른 9명의 경호원이 주저하지 않고 동혁에게 달려들었다. “동혁 씨, 도망가.” 세화는 비명을 지르며 동혁을 잡아당겼지만 동혁은 이미 몸을 돌려 세화의 앞을 가로막았다. 10명의 늑대 같은 경호원들을 상대로 동혁은 뜻밖에도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턱!” 그는 번개같이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 다가온 경호원이 휘두른 주먹을 움켜쥐고는 조금 힘을 주었다. 전쟁터에 나갔을 때 팔이 통나무처럼 굵고 힘이 강했던 에이스 경호원도 동혁의 손에서는 병아리처럼 허약하기만 했다. “으아.” 팔의 뼈가 부러지며 처절한 비명 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고통에 몸이 굳어버린 순간 동혁의 발길질에 맞아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퍽!
“여보, 이렇게 씻겨 주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야…….”“우리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도 아직…….”“이혼하기 전에 내 처음을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세화는 욕조에 앉아 있는 이동혁의 뒤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가느다란 손으로 남편의 몸을 정성을 다해 씻겼다. 물에 흠뻑 젖은 두 사람의 모습이 아주 선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세화는 남편 동욱의 건장한 몸에 바디워시를 칠하기 시작했다. 탄탄한 복근이 손끝을 스치지나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그러나 동혁의 얼굴을 보는 순간 콧날이 시큰거리더니 결국 두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떨어졌다.너무나도 잘 생긴 외모였다. 하지만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비뚤어진 입가를 따라 침까지 흐르고 있었다. 정교하게 빚었다가 찌그러뜨린 점토 공예품과 같다고 할까.“여보, 도대체 지난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세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끼기만 했다.3년 전,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첫날밤에 남편 이동혁이 갑자기 사라졌다. 영문도 모르게.하룻밤 사이에 신랑이 도망쳤다고 소문이 나면서 세화의 친정인 진씨 집안은 H시 전체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진씨 가문 최고 어른인 진한영이 강제로 이혼을 시키려고 했지만, 세화는 남편을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동혁이 말도 없이 떠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리고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도.크게 노한 진한영은 세화의 가문 내 모든 자격과 권리를 박탈했다. 그 뿐만 아니라 세화의 가족을 진성그룹에서 쫓아냈다.그런데 3개월 전, 동혁이 세화의 집 앞에 던져졌다. 당시 모든 기억을 잃었고, 말은커녕 침만 질질 흘리는 완전 바보가 된 상태로.울고 싶은데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기막힌 상황에도 세화는 매일 동혁을 데리고 병원을 오갔다. 남편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라며.이 사실이 알려지며 진씨 집안의 체면은 더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자 진한영은 또다시 세화에게 당장 이혼하라는 협박과 회유를 일삼았다. 정말
전화기 너머에서 탁자와 의자가 뒤집히는 듯한 소리가 한바탕 이어졌다.감격에 겨워 떨리는 설전룡의 음성이 들려왔다.[큰 형님, 정말 큰 형님이십니까? 어디 가셨던 겁니까?][그동안, 큰 형님 소식이 전혀 없어 저희들 모두 초조해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형님 신분이 극비라 명령 없이는 찾으러 갈 수도 없었습니다!]동혁이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귀찮은 인간들이 있었어. 괜찮아, 지금은 이미 회복했어.”[설마 형님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누굽니까? 큰 형님이 명령만 내리시면, 제가 모두 이끌고 가서 납작하게 밟아버리겠습니다.]분노한 설전룡이 목소리를 높였다.“됐어.” 동혁의 얼굴이 살을 에일 듯이 차가워졌다. 이씨 집안의 일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았다. 반드시 자신이 해결해야 했다.“네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오늘 밤 안에 천룡투자그룹이 H시에 진출하는 걸로 조치를 취해!”“동시에 2조 원을 H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해!”종군 3년 동안, 수하들을 데리고 전장에서 싸웠을 뿐 아니라 해외에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그게 바로 천룡투자그룹이었다!그는 천룡투자그룹을 이용해서 세화를 도울 생각이었다![예!]설전룡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큰 형님, 제가 즉시 H시에 가겠습니다. 형님이 안 계시는 동안, 안팎으로 시끄럽게 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일부 사항들은 제가 직접 보고하는 게 좋겠습니다.]“좋아.”……천룡투자그룹, H시 전격 진출!이 소식은 마치 천둥 같이 그날 밤 H시 전체로 퍼졌다!이렇게 되면 H시 내의 여러 세력 가문들 사이에서 대대적인 권력 재편이 불가피하다!천룡투자그룹은 세계 최고의 대자본이다. 수중에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투자 전문 기업이었다.만약 H시 어느 한 가문이라도 천룡투자그룹을 먼저 잡는다면 분명 엄청나게 그 세력을 키우게 되는 건 물론, H시 최정상에 서게 될 것이다!이튿날 아침, 스스로 병원을 나온 동혁은 먼저 진씨 가문으로 갔다.진씨 집안의 저택.진씨
“동혁 씨, 설마 당신…… 정신이 돌아온 거야?”동혁의 맑은 눈동자를 보던 세화가 믿기지 않는 듯 작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응, 나 회복했어, 여보.”동혁이 세화를 바라보았다. 전쟁터에서 누구보다 용맹하고 대담하던 그가 지금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세화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자, 동혁이 그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요 몇 년 동안 정말 고생했어.’“흥! 정신이 돌아오면 또 뭐해!”화란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봤자 폐급일 뿐이잖아!”화란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구석의 접이식 의자를 가리키며 소리를 쳤다.“헛소리 말고 앉기나 해. 2조 원을 기여하다니, 정말 웃겨 죽겠어!”동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는 순간, 세화가 그를 말리며 구석 자리로 데리고 가서 앉았다.구석의 접이식 의자에는 달랑 세화 가족만 앉아 있었다. 그저 다른 테이블에 한가득 차려진 진수성찬을 바라만 보면서. 그들 앞에 올려진 건 고작 국수 네 그릇.상석에 자리한 진한영은 눈앞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보며 마음이 흡족한 듯 호탕한 음성으로 말했다.“다들 조용, 내가 한 가지 발표하도록 하겠다!”진한영의 음성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진한영이 자못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젯밤 천룡투자그룹이 H시에 진출한다는 발표를 했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천룡투자그룹은 세계 최정상의 기업으로 빅맥과 같은 존재야. 이번에 H시에 진출하면서 H시의 세력 판도가 재편될 게 분명하다. 이건 우리 진씨 집안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게야!”“지금은 우리 진씨 집안이 H시에서 꽤 잘나간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또 언제든 다른 집안에게 쉽게 추월을 당할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그러니 우리는 천룡투자그룹을 꼭 붙잡아야 한다!”“천룡투자그룹에서 흘린 작은 부스러기 하나라도 주울 수 있다면 우리 집안이 한 단계 더 높이 오르는 건 문제도 아니야.”진한영은 말할수록 점점 더 흥분되는지 얼굴이 불그스레했다.“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선포하겠다! 우리 진
세화는 남편의 자신에 찬 모습을 보면서도 머뭇거렸다. 하지만 결국 현재 집안의 상황을 떠올리며 이를 악문 채 일어서서 말했다.“할아버님, 제가 빚을 받아오겠습니다. 약속드릴게요.”“너! 이 계집애가 미쳤어! 만약 네가 표범에게 맞아 얼굴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런 널 주태진이 계속 원할 것 같애?”다급해진 류혜진이 안절부절못했다.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진한영조차 세화가 하겠다고 대답할 줄은 전혀 생각 못했다.진태휘를 비롯해 모두 냉소를 금치 못했다.진태휘가 주머니에서 만 원을 꺼내, 세화의 발 밑에 던졌다.“네 용기가 참 가상해서 주는 거야. 이 돈으로 차비나 해.”진화란도 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원해서 가는 거야. 맞아서 불구가 되더라도 집안에서 너를 강요했다고는 하지 마.”동혁의 차가운 눈빛이 몇몇 사람을 훑으며 지나갔다. 시끄럽게 떠들어대기나 하는 소인배들을 상대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곧장 세화의 손을 잡은 채 저택 밖으로 나갔다.류혜진 부부는 뜨거운 솥 위에 올라탄 개미처럼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주태진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어. 주태진은 계속 세화를 좋아해 왔으니까…….”……모터 월드.세화는 방금 산 과일 두 봉지를 들고 옆에 있는 동혁에게 신신당부했다.“되도록 말은 하지 말아요. 절대 표범을 화나게 하면 안돼요, 알았죠?”동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좀 안심이 되는 세화다.두 사람이 표범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려 할 때였다. 뒤에서 갑자기 클락션 소리가 들리더니 분홍색 포르쉐 한 대가 달려와 두 사람 앞에 섰다.그리고 창문이 열리며 진화란의 까칠한 얼굴이 나타났다.“어머, 두 사람 용감하게도 빚을 받으러 왔네? 그냥 허풍을 떠는 줄만 알았는데 말이지.”“진화란, 여긴 왜 온 거야?”세화가 눈썹을 찌푸리며 짜증나는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차 한 대 뽑으러 왔지. 설마 너희 두 병신처럼 얻어 맞으려고 빚 갚으라는 소리 하러 왔겠어?”화란이
‘이 씨?’표범이 동혁을 바라보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동혁이라는 사람이 왔는데, 지금 손 좀 보려고요.”잠시 조용하던 전화기 저편에서 ‘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표범이 얼른 물었다.“보스, 왜 그러세요?”다음 순간, 우레와 같은 성난 고함이 표범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지금 왜 그러냐고?! 이 개자식이 날 죽이려고 작정한 거 아냐?”“지금 말할 테니 잘 들어! 당장 그 분이 시키는 대로 해. 조상님 모시듯이 대해야 해, 알았어?”순간 표범은 멍했다. 최근 들어 보스가 이렇게 놀라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보스, 혹시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닙니까? 진씨 집안의 데릴사위에 불과한데요.”“야 표범, 너 죽고 싶어? 그분의 눈에 우리는 하루살이 같은 신세야! 그분 눈 밖에 나기라도 하는 순간 우린 그냥 끝장이라고!”“보스…… 어…….”듣고 있는 표범이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한다. 내가 무릎을 꿇어도 감히 바라볼 수 없는 분이니 알아서 잘 해.”말이 끝나자 전화가 탁 끊어졌다.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표범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두 다리는 어느새 덜덜 떨고 있었다.표범이 한참 동안 반응이 없자, 진화란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표범 씨, 왜 그러세요? 빨리 이 두 인간들 혼내라고 하세요.”“혼내 줘? 오냐 그래, 내가 널 혼내 주마. 씨X!”난폭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짝!표범이 손을 들어올려 진화란의 따귀를 때렸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들 어리둥절했다.비틀거리며 몇 걸음 뗀 화란의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부어올랐다.얼굴을 가린 채 선 그녀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표범 씨…… 나는 차를 사러 온 사람이라고요. 당연히 저 두 사람을 때려야지.”“때릴 건 바로 너 같은 년이야! 방씨 가문의 체면만 아니면 오늘이 네 제삿날이었어! 당장 꺼져!”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화란은 얼이 빠져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더욱이 화를
“진 회장, 아무래도 당신 남편 장례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네.” 주다정은 동혁이 비명에 죽는 순간을 마치 본 것처럼 말했다. 세화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변했고,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만해!” 대니얼은 날카로운 음성으로 주다정이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막으며 차가운 두 눈으로 동혁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이 미천한 H국 인간 놈, 네놈이 해리슨 영사님을 모욕한 것만으로도 넌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범한 거야.” “이 일이 해리슨 영사님에게 전해지기 전에 내가 그를 위해 먼저 나서야겠군.” 말을 하며 대니얼은 자신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강하게 손짓을 했다. “저 미천한 H국 인간 놈이 우리 영사님과 Y국을 모욕했어. 먼저 저놈의 팔다리를 부러뜨려 본떼를 좀 보여줘.” 10명의 경호원이 동혁을 노려보았다. 아까 전에 동혁이 경호원들에게 전해준 두려움은 동혁이 한 무례한 말과 함께 이미 완전히 사라졌고 오히려 그들에게 끝없는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해리슨 영사님은 전쟁터에 있을 때 우리의 오랜 상사였어. 동시에 우리 Y국의 희망이신 분이지. 어느 누구도 그분을 모욕할 수는 없어.” “이 H국 인간 놈, 죽여주마.” 한 경호원의 분노 가득한 음성과 함께 다른 9명의 경호원이 주저하지 않고 동혁에게 달려들었다. “동혁 씨, 도망가.” 세화는 비명을 지르며 동혁을 잡아당겼지만 동혁은 이미 몸을 돌려 세화의 앞을 가로막았다. 10명의 늑대 같은 경호원들을 상대로 동혁은 뜻밖에도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턱!” 그는 번개같이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 다가온 경호원이 휘두른 주먹을 움켜쥐고는 조금 힘을 주었다. 전쟁터에 나갔을 때 팔이 통나무처럼 굵고 힘이 강했던 에이스 경호원도 동혁의 손에서는 병아리처럼 허약하기만 했다. “으아.” 팔의 뼈가 부러지며 처절한 비명 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고통에 몸이 굳어버린 순간 동혁의 발길질에 맞아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퍽!
H국에 있는 Y국의 주재기관 중 최고위급 대사관 밑으로 영사관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다. H국에는 Y국 영사관이 모두 몇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N도에 있었다. ‘영사관 하나하나가 바로 Y국 전체를 대표해.’ ‘그런데 이동혁이 지금 그런 영사에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이게 정말 미친 소리가 아니면 뭐야?’ “이런 쓸모없는 놈, 지금 현직 Y국 영사가 어떤 분인지 알고 하는 소리야? Y국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외교관으로 국외전장에도 가본 적이 있는 분이야.” “그런 분에게 네놈이 감히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네놈이 정말 죽는 게 뭔지 알고 싶어서 그래?” 류성중이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는 동혁 때문에 미칠 것은 심정이었다. ‘이 자식이 이 정도로 생각이 없는 놈인 줄 알았다면,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오늘 연회에 이놈을 참석시키지 않았을 거야.’ ‘지금 동혁이, 이놈이 한 말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해리슨 영사 귀에 들어가 가라도 하는 날에는 어떤 풍파가 일어날지 불 보듯 뻔한 일이야.’ ‘만약 이 일이 외교 갈등으로라도 번지면 오늘 밤 연회에서 공무원으로서 가장 직급이 높은 난 상상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될 거야.’ ‘해리슨 영사에게 해명하기 위해 내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몰라.’ “너 정신병 있는 거 맞지? 그래서 사실 넌 Y국 영사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류성중은 최대한 이 일을 대충 얼버무리려고 화를 내고 다그치며 동혁을 얌전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동혁의 다음 말은 그의 두 눈에서 불을 뿜게 만들며 동혁을 산채로 찢어 죽이고 싶게 만들었다. “아뇨, 알고 있는데요. 현 Y국 영사는 해리슨이라는 사람으로 겉으로는 강한척하지만 실제로는 연약한 쓸모없는 인간이잖아요.” 동혁은 차분하게 계속 말했다. “전 그 해리슨이 지금 H시에 있는 줄은 알고 있어요. 이렇게 공교롭게 그 사람에게 와서 내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할 줄은 몰랐지만요.” 연회장에 오는 길에
한겨울의 서릿발처럼 이가 덜덜 떨릴 정도의 차가운 목소리로 대니얼이 이를 갈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온몸이 오싹하다고 느꼈다. ‘대니얼 씨가 이번에 정말 화가 단단히 났나 보네.’ “쫙!” 주다정이 갑자기 와인 한 병을 집어 들어 나오더니 동혁에게 세게 퍼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게 만들었다.. “이 미천한 데릴사위 놈. 대니얼 씨가 살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데 감히 헛소리를 지껄여?”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대니얼 씨에게 아주 크게 혼날 테니까.” 주다정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다정 씨,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우리 남편이 언제 다정 씨에게 뭐라 한적 있어요?” 세화는 화가 난 채로 재빨리 냅킨을 동혁에게 건네주었다. 주다정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으로 세화를 바라보았다. “사리분간도 못하는 여자 같으니라고, 뜻밖에 저런 쓸모없는 인간에게 자기 몸을 버리고 싶어 하다니. 이런 사람이 대니얼 씨의 침대에서 잠자리를 해도 그건 대니얼 씨의 고귀한 신분에 누가 될 뿐이야.” “당신은 지금 저 쓸모없는 인간을 신경 쓸 게 아니라 대니얼 씨의 화를 어떻게 풀지나 걱정해.” 주다정은 어떻게든 대니얼이 세화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려고 계속적으로 세화를 비하했다. “당신 말이면 다인 줄 알아요?” 세화는 주다정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세화의 성품과 교양은 그녀 자신을 추잡하고 더러운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주다정처럼 굴 수 없게 했다. “여보, 흥분하지 마.” 동혁은 담담히 냅킨으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기다려봐. 저 막돼먹은 X같은 여자를 내 앞에 무릎 꿇려서 내 발에 뿌린 술을 조금씩 핥게 할 테니까.” 세화는 동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가 이미 주다정에게 화가 아주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 ‘동혁 씨는 원래 상대가 아무리 싫어도 그저 손바닥으로 뺨을 때려서 혼냈었는데?’ ‘뜻밖에 지금 그런 식으로 저 여자를 혼낸다고?’ “너 같은 쓸모없는 인간이, 나를?” 주다정은 시큰둥하
“진 회장님, 자고로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당신 남편이 나와 골스 재단을 무시하며 도발한 이상, 이 정도 내 요구는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대니얼은 경호원이 10명이나 있어서 믿는 구석이 있어 보였다. 그는 냉소를 머금고 무심한 듯 말했다. “물론, 요구를 거절해도 상관없어요.” “그렇다면 난 당신과 당신 남편이 내 요구를 거절한 결과를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니까.” 이 말을 하고 그는 손을 내저었다. “처벅!” 그의 뒤에 있던 10명의 경호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세화는 경호원들이 낀 선글라스에서 자신과 동혁을 향한 열 줄기 야수 같은 시선을 느꼈다. 미세한 살기가 그들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역시 전쟁터에 나가서 피를 본 노병들다웠다. 그들 특유의 살기로 인해 앞에 서있는 세화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창백해졌을 뿐만 아니라 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여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모두들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연회장의 분위기는 극도로 무거워졌고 사람들은 처음으로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기분이 무엇인지를 느꼈다. ‘앞으로 대니얼 씨의 눈밖에 나면 아주 큰일이 나겠어.’ 연회장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의 같은 생각을 했다. “여보, 겁낼 거 없어.” 바로 그때 동혁이 갑자기 일어나 자연스럽게 세화의 앞을 막아서자 살기가 차단되었다. 이상하게도 경호원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스러운 살기가 동혁을 거치면서 마치 먼지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10명의 경호원들이 동혁을 주시하자 더욱 강한 살기가 동혁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폭풍 같은 살기에도 동혁은 여전히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그 순간 경호원들 마치 거대한 블랙홀을 마주한 것 같았다. 그들의 모든 살기가 그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당신들 죽고 싶나요?” 바로 그때 동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 “윽.
“진 회장님, 당신의 저 쓸모없는 남편은 이제 끝이야.” 주다정의 목소리는 득의양양하며 독기가 가득했다. 대니얼은 동혁을 보고 비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동혁에게 두 번이나 뺨을 맞은 일로 복수를 고민하다가, 특별히 사람을 소개받아 이 열 사람을 자신의 경호원으로 고용했다. “헉.” 주다정의 말에 사람들은 놀라 한번에 숨을 들이마시는 듯한 소리를 냈다. ‘경호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대단해 보이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열 명이나 오다니.’ 사람들은 순간 동혁이 뼈가 부러지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대니얼의 발밑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면서 모두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세화는 마음속에서 점점 두려움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녀는 동혁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설득했다. “동혁 씨, 저 대니얼이라는 사람하고 맞서지 말아. 괜히 화풀이를 당할 필요는 없잖아. 우리 방법을 생각해서 어떻게든 부드럽게 넘어가자.” “걱정 마. 내가 절대 동혁 씨를 무릎 꿇리지 않을 거니까. 기껏해야 돈으로 조금 보상해 주면 그만 일거야.” 세화는 동혁의 성격이 강하지만 때로는 마음 약한 구석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혁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일어나서 대신 사과했다. “대니얼 씨, 제 남편이 저 때문에 아까 괜한 실수를 한 거 같네요.” “어떻게 하면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 주시겠어요?”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건 좀 지나치니, 다른 방식으로 사과를 대신할게요.” 세화가 저자세로 나오자 대니얼은 웃었다. 그는 거리낌 없이 두 눈으로 세화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세화는 마음이 불안해지며 상대방이 무슨 부당한 요구를 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니얼은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냉랭하게 말했다. “만약 진 회장님이 제 요구를 들어준다면, 쓸모없는 남편에 대한 회장님의 헌신적인 노력을 생각해 지난 모든 무례한 일들을 묻지 않고 관대하게 용서하죠.” 세화는 마음속에서 더욱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요구가 뭔지 말
류성중은 자신의 말에도 동혁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시 세화를 노려보았다. “세화야, 쓸모없는 네 남편 놈이 아직도 뭘 모르는구나. 그리고 너는 또 왜 이렇게 생각이 없어? 빨리 네 남편이 대니얼 씨에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해.” “대니얼 씨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면,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혼내줄지 각오해.” 류성중의 말에 분노한 세화의 하얀 얼굴이 더 차갑게 변했다. ‘저 사람이 정말 내 친외삼촌 맞아? 어떻게 조카의 기분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지?’ ‘내 남편에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니얼, 저 사람에게 무릎을 꿇게 하라니?’ ‘단지 저 외국인이 Y국의 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는 거야?’ 세화는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바로 그때 동혁이 그녀의 손을 힘껏 잡았다. “여보, 별것도 아닌 두 사람 때문에 이렇게 화낼 필요 없어. 그냥 동네의 개가 짖는다고 생각해.” “난 오히려 오늘 누가 날 사과하게 만들 수 있는지 한번 보고 싶은데?” 동혁은 세화를 끌어당겨 앉혀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라주고, 자신도 한 잔을 따른 다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마치 공기처럼 그저 안 보이는 사람 취급하며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동혁의 모습을 본 류성중은 화가 나 표정이 구겨졌다. ‘지금 동혁이, 저놈은 상황이 어떤지 이해를 못 하는 건가?’ ‘여기서 가장 신분이 미천하고 지위도 가장 낮은 놈이 감히 대니얼 씨를 도발해?’ ‘정말로 죽고 싶어서 저러는 거야?’ “대니얼 씨, 저 부부가 정말 예의가 없네요. 대니얼 씨와 골스 재단을 완전 무시하고 있어요.” 대니얼 곁에 있던 주다정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녀의 관심은 동혁이 아니라 줄곧 세화에게 쏠려 있었다. 세화와 동혁이 대니얼을 이렇게 화나게 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도리어 기뻐했다. 그녀는 세화가 외모, 신분, 지위에서 자신보다 몇 단계나 높은 위치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많이 받
“물론 잘 알다마다요.” 대니얼은 말을 하며 자신의 뺨을 만졌다. 동혁에게 두 번씩이나 뺨을 맞은 굴욕적인 일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뼈에 사무치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그가 동혁의 눈과 마주쳤을 때 그의 마음속 원한이 하마터면 분출될 뻔했다. 대니얼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 “난 저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원화투자회사의 사장 자리조차도 모두 아내의 친한 친구 덕분에 얻게 된 거죠.”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데릴사위 주제에 뜻밖에도 이렇게 제가 참석하는 연회에 나오다니, 기가 막히군요.” 대니얼은 류성중을 바라보며 화를 내며 말했다. “부이사장님, 정말 실망스럽군요. 이건 우리 골스 가문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이 화가 난 목소리에 류성중의 볼이 다 떨렸다. 류성중이 동혁을 다시 바라볼 때 그의 안색은 극도로 나빠져 있었다. “세화야, 이 쓸모없는 놈이 네 덕분에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 된 거였어? 근데 왜 그 일은 내게 말하지 않은 거야?” 류성중의 마음은 후회가 가득했다. ‘세화가 동혁이를 데리고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괜히 대니얼 씨가 화만 났잖아.’ 류성중 외에 연회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동혁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이 다시 경외에서 경멸로 바뀌었다. “어쩐지 데릴사위 주제에 어떻게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으로 2조의 자금을 관리하는지 했어. 모두 진 회장 때문에 그 자리에 앉은 거였군.” “정말 웃기지도 않아서, 그러고도 아까 전에 저 인간이 자기 신분을 성신제약의 양 사장과 비교하며 큰소리친 거야? 아주 가소롭구먼.” “진 회장님은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의 체면을 생각해서 앞에서는 이 사실을 숨겼겠네.” “역시 쓸모없는 인간은 어딜 가나 똑같아. 어떤 자리에 않아도 자신이 쓸모없는 데릴사위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니까.” 이런저런 조롱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모두 아까 전에 동혁에게 “꺼지세요.”라는
모두가 대니얼을 둘러싸고 아부했지만 세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이것에 불만을 품었지만 동시에 첫눈에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미인인 세화에게서 강한 소유욕을 느끼게 되었다. 대니얼 곁에 있던 주다정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세화를 바라보는 눈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하하하, 이쪽은 제 친조카인 진세화라고 합니다. 세방그룹과 혜성그룹의 회장으로 있지요. 마침 대니얼 씨에게 소개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류성중은 대니얼이 세화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기뻤다. 그는 고개를 돌려 명령조로 세화에게 말했다. “세화야 뭐 하고 있어? 대니얼 씨가 너와 인사를 하고 싶어 하시잖아. 빨리 이리 와서 인사해라.” 대니얼은 약간 놀라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세화를 다시 쳐다보았다. ‘저렇게 예쁘게 생긴 여자가 두 그룹의 회장일 줄이야.’ 그 순간 대니얼은 마음속에서 결심했다. ‘저 여자든, 저 여자의 회사든.’ ‘모두 내가 차지해야겠어.’ “진 회장님, 좋겠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대니얼 씨의 눈에 띄었잖아요. 저희는 대니얼 씨를 쫓아다니며 말을 걸었는데 모두 무시하더라고요.” “진 회장님, 뭐 하고 계세요? 빨리 가서 인사하세요. 다니엘 씨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이건 좋은 기회예요. Y국 귀족과 연결되는...” 세화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여자들이 입을 열어 부추겼다. 그녀들은 세화처럼 대니얼의 눈에 띄고 싶었다. 세화는 대니얼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내키지 않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상대가 자신과 돈을 모두 챙기겠다는 흑심을 품은 지는 몰랐지만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인사 한 마디를 하지 않으면 대니얼의 눈밖에 날 수밖에 없었다. 세화는 이유 없이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특히 배경에 힘이 있고 H국에서 특별한 신분을 가진 외국인이라면 더욱 그러했다.그래서 세화가 앞으로 나서려 하자, 줄곧 그녀의 뒤에 서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두 걸음 나와 그녀를
사실 주다정은 H시에서 큰 스타라고도 할 수 없었다. 세화와 동혁은 주다정에 대해 전혀 몰랐고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를 알아본 H시 사람들 몇 명이 이렇게 까지 말한 건 대니얼 앞에서 그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남자들이 부러움의 표정을 지었다. 주다정은 미인이었는데 경제채널 사회자로 활약하는 만큼 고학력을 가진 지적인 이미지도 있었다. 이런 여자는 일반적으로 성공한 보통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 그래서 연회장에 있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주다정에게는 별로 관심 없는 존재였다. ‘지금 저 주다정이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기혼남인 대니얼을 따라 여길 왔다고?’ ‘남자로서 저 대니얼이라는 사람이 너무 부럽구먼.’ 쏟아지는 아부에도 주다정은 차분하면서 도도한 여신의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녀는 그저 사람들에게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약간의 거리감을 유지했다. 만약 그녀가 대니얼의 팔짱을 끼고 있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정말로 그녀를 시크한 여신으로 여겼을 것이다. “대니엘 씨, 여기 다른 분들 몇 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류성중은 옆에 있는 왕근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H시 의료공단의 왕근식 부장입니다. 오늘 연회도 바로 이분이 준비한 거지요.” “안녕하세요, 대니얼 씨.” 왕근식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대니얼 씨가 있는 골스재단의 프로젝트가 투자 유치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의약 쪽인가요?” “그렇다면 저희 H시를 제대로 찾아오신 겁니다. 이곳에서 정책상의 문제가 생겨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대니얼 씨께서 언제든지 저희들에게 연락하세요.” “저희 모두가 반드시 성심성의껏 대니얼 씨를 돕겠습니다. 연락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왕근식이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는 비록 대니얼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이후 그가 자신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 어쨌든 골스재단은 Y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큰 재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