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양상봉의 머리는 바로 작동을 멈췄다.머리속은 그저 하얗게 느껴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양상봉은 안하무인격으로 기세등등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마치 쥐가 고양이를 본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 기괴한 장면을 본 정태림은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해졌다.‘양상봉은 H시경찰국의 2인자이자 곧 경찰국장으로 승진할 사람이야.’‘우리 정씨 가문처럼 H시 최고의 가문이라도 양상봉은 정중하게 대우해야 해.‘그런데 이동혁 앞에서 왜 이렇게 긴장하는 거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말이야.’“양 부국장, 이렇게 빨리 또 만났네.”무덤덤하게 양상봉을 바라보는 동혁의 말투는 비웃음을 담고 있었다.‘방금 블루라군 별장에서 내게 한바탕 얻어맞았는데, 바로 뒤에 또 여기로 와서 죽는 길을 선택했어.’동혁은 상대방의 지독한 불운에 어느 정도 동정이 가기도 했다.“어, 그게...”양상봉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입만 벙긋거렸다.“형님, 왜 그래요? 이 자식이랑 아는 사이에요?”정태림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양상봉은 정태림은 전혀 상대하지 않고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기만 했다.“이리 와.”동혁이 손사래를 쳤다.“이 선생님, 저는...”양상봉은 웃고 있지만 우는 것보다 더 표정이 일그러진 데다가, 끊임없이 몸을 떨고 있었다.동혁이 무덤덤하게 말했다.“두 번 말하고 싶지 않아.”억지로 앞으로 나아간 양상봉이 허리를 굽혔다.“이 선생님...”짝!두말없이 손을 든 동혁이 손바닥으로 양상봉의 오른쪽 뺨을 때렸다.양상봉은 주춤하면서 뒤로 물러났다.앞서 동혁에게 맞아 연고를 발랐던 뺨에 다시 다섯 손가락이 선명하게 찍혔다.모든 사람들이 경악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왼쪽.”양상봉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잇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그러나 동혁의 요구에 직면하자, 도저히 거절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숨을 깊이 들이마신 양상봉은 다시 앞으로 나가서 허리를 굽혔다. 순순히 동혁의 앞에 다가
양상봉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마치 쇠채찍 같은 동혁의 손바닥이 계속해서 양상봉의 얼굴에 떨어졌다.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지만, 그저 이를 악문 채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다.오로지 의지로 버틸 뿐이다.“왜 말이 없어?”때리던 손을 멈춘 동혁이 양상봉의 뺨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네가 막 들어왔을 때 아주 우쭐대지 않았어?”“네 손에는 권총도 있잖아! 손가락만 움직여도 날 죽일 수 있는데, 그것도 못 해?”“쯧쯧, 네 허리에 찬 권총은 평소에도 시민들을 겁주는 데 썼겠지.”동혁의 말투에는 조롱이 가득했다.“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나는 잠시 너와 잘잘못을 따지지 않았어. 네게 잘못을 고치고 새사람이 될 기회를 준 셈이야.”“그런데 너는 지금 또 죽음을 자초했어! 아까처럼 이유 불문하고 시비도 가리지 않았지.”“그저 신분을 내세워서 위협하기만 했어.”“힘 있는 자에게 빌붙어서 아부하는데, 네가 그렇게 잘 빌붙었다고 생각해?”“같은 실수를 거듭하면 안 된다고 했어. 이번에는 네게 기회를 주지 않겠어.”“나중에 내가 조동래에게 말해서 너의 이 보잘것없는 감투를 벗겨버리겠어.” “네 문제를 정확히 조사하고, 감옥에 처넣어서 네가 철저하게 바뀔 수 있게 말이야.”동혁의 이 냉혹하고 무자비한 마지막 말을 듣자, 양상봉의 얼굴은 삽시간에 사색이 되었다.털썩!두 다리에 힘이 빠진 양상봉이,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들어 동혁에게 애원했다.“이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앞으로 몸을 사리고 새 사람이 되겠습니다.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양상봉은, 바닥에 이마를 찧으면서 동혁을 향해 절을 했다.동혁의 말을 듣고 난 뒤에야, 부천정이 나섰지만 여전히 동혁을 제압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비록 지금까지도 동혁이 그 젊은 새 시장인지 아닌지 확정할 수는 없지만!그러나 이것 만으로도, 동혁이 조동래에게 시켜서 양상봉을 자리에서 쫓아내겠다고 한 것은 결코
그 말을 들은 정태림은 마치 뺨을 맞은 느낌이었다.오션스타호텔은 그들 정씨 가문의 기업이다. 만약 영업이 정지되고 봉인된다면, 정태림의 체면이 깎이는 게 문제가 아니다. 정씨 가문 사람들도 정태림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형세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 걸출한 인물이라고 했기에, 정태림은 패배를 인정하려고 했다.깊이 숨을 들이마신 정태림은 웃으면서 담배를 꺼내 동혁에게 건네주었다.“이 선생, 우리가 오늘 눈이 멀어서 같은 편조차 몰라봤네요.”“부디 이 선생께서 관대하게 처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무슨 조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요...”칙!담배를 받아든 동혁은 정태림이 불을 붙이게 내버려 두었다가 핀잔을 주었다.“기회주의적인 태도가 아주 뛰어나네. 정말 대단한 인물이야.”화를 참은 정태림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이 선생, 농담이시지요. 모두 만나면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이 아닙니까!” “약간의 충돌은 정상적인 일인데,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겠어요...”짝!동혁이 손바닥으로 정태림의 뺨을 때리자, 입에 방금 물고 있던 담배도 날아갔다.엉덩방아를 찧은 정태림은 바닥에 쓰러진 채 동혁을 노려보았다.“이 선생, 당신!”정태림은 원래 동혁이 입으로만 비꼬면서 심리적인 우월감을 찾는다고 여겼기에, 이 일은 이렇게 넘기려고 했다.그래서 화를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이동혁이 조롱하면 조롱하라고 해. 그렇다고 사림이 죽는 것도 아닌데.’그러나 동혁은 전혀 정태림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정태림의 얼굴을 때린다고 말하고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정말로 때렸다.“그냥 넘어가긴 뭘 그냥 넘어가?”동혁은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방금 전에 너는 네 친구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또 40억 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또 네가 부른 사람을 내가 감당할 수 없다면, 이 조건 말고도 또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지. 그게 뭐였어?”“참
조금 전 고개를 숙이고 약한 모습을 보였던 정태림이 다시 송곳니를 드러낼 줄은 아무도 몰랐다.게다가 자신의 가문까지 바로 거론하고 나왔다.어떤 사람들은 정태림의 성씨와 그의 이 오션스타호텔을 통해서, 정태림이 정씨 가문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어떤 사람들은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그러나 이전에 알았든 몰랐든 지금 ‘일류 정씨 가문'이라는 말이 정태림의 입에서 나오자,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게 되었다.일류 정씨 가문!100년 동안 H시에 뿌리를 내린 명문가 정씨 가문을 들어보지 못한 H시 사람은 없을 것이다.갑자기 넓은 커피숍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이동혁이 뜻밖에도 정씨 가문에서 경영하는 호텔에서 정씨 가문 자제를 때렸어.’ ‘정씨 가문에서 이동혁을 놓아줄 수 있겠어?’눈썹을 치켜 세운 동혁도 정태림을 바라보았다.“원래 너는 정씨 가문 사람이구나.”“왜, 알게 되니까 무서워?”이를 악물고 냉소하면서, 정태림은 차가운 눈빛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나는 좀 전에 네 체면을 세워줬어. 호텔 사업을 하는 걸 생각해서, 차라리 여기서 종지부를 찍고 사업을 계속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그런데 너는 내가 체면을 세워줬지만,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어.”“이제 내가 정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니 무서워진 모양인데, 너무 늦지 않았어?”“만약 오늘 내가 너를 편안하게 이 문으로 나가게 한다면, 나는 정씨 가문의 사람이 될 자격이 없는 거야!”정태림은 문 앞의 유리문을 가리키며 표독스럽게 말했다.구경하던 사람들은 이 살벌한 말을 듣고 모두 진저리를 쳤다.‘보아하니 정태림이 완전히 격노한 모양이야.’‘오늘 이 사건이 크게 벌어졌으니, 피를 보지 않고서는 아마 끝낼 수 없겠지!’세화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세화는 정씨 가문과 접촉했던 적이 있었다.이전에 세화는 정씨 가문의 정경래 때문에 시달린 적이 있어서, 정씨 가문 자제들이 모질고 악랄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오늘 또 정씨 가문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날 줄은
동혁은 이것이 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생각인지, 아니면 세 가문의 몇몇 자제들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옛 3대 가문이 멸망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벌써 새로운 3대 가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나왔어!’‘이게 바로 역사의 순환인가?’그리고 동혁은 이것이 결코 생각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이전에 제씨, 이씨 두 가문을 쫓아낸 사건에서 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은 동혁의 편에 확고하게 섰고, 이를 통해서 엄청난 이득을 얻었기 때문이다.‘새로운 3대 가문이 H시에서 점차 형성되고 있어.’“허허, 네가 어떻게 말하든 우리 정씨 가문이 3대 가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어.”정태림은 측은한 듯 동혁을 바라보며 오싹한 말투로 말했다.“지금 네게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아니면 내 발 밑에 무릎을 꿇고 스스로 입을 후려쳐. 얼굴이 흐물거릴 때까지 말이야.”“아니면, 내가 사람들을 시켜서 네 손발을 부러뜨릴 거야!”정태림이 손짓하자 이미 들어와서 질서를 유지하고 있던 호텔 경비원들이 곧바로 호시탐탐 동혁을 노렸다.정태림의 지시만 있으면, 경비원들은 망설임 없이 동혁을 향해 달려들 것이다.“정태림, 지금 네 모습에서 예전에 H시 삼인방이 사람들을 괴롭히던 그런 냄새가 나네.”이 익숙한 장면을 보자 동혁의 눈빛이 또 좀 더 차가워졌다.‘내가 직접 3대 가문을 없앴는데, 다시 새로운 3대 가문이 나오게 그냥 둘 수는 없어.’‘계속 H시 시민들의 머리 위에 올라서 사람들을 착취하며 온갖 행패를 부리겠지.’‘내가 원하는 건 H시에 3대 가문이 없어야 한다는 거야!’이렇게 생각한 동혁은 두말없이 핸드폰을 꺼내서 스피커폰을 켜고 전화를 했다.[아, 이 선생님 오늘 어떻게 직접 전화를 하셨어요?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세요?]곧 수화기에서 한 남자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맞은편의 정태림은 이 소리를 듣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동혁은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정태림이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자신이 당신네 정씨 가문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못 들었어요.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어요?”그러나 정태림의 한쪽 다리를 부러뜨린 동혁은 지금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심한 듯이 전화기에 대고 질문했다.정충화의 목소리는 잔뜩 목이 잠긴 데다가 안절부절 못했다.[이 선생님, 제가 방금 말씀드렸듯이 정태림은 우리 정씨 가문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그 짐승만도 못한 놈은 새끼는 이 선생님이 마음대로 처리하시면 됩니다. 죽이든 살리든 전혀 상관없습니다.] [정씨 가문은 절대로 이 선생님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전화기를 앞에 두고 정충화는 지금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정충화는 자신의 뺨이라도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방금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한 거야!’‘태림이가 이동혁의 손발을 끊겠다고 난리를 쳤다고 이동혁이 말했어.’ ‘그런데 나는 태림이를 너그럽게 용서해 달라고 사정하면서, 태림이 편을 들었어.’‘다른 사람이라면 그래도 됐을 거야.’‘그러나 이동혁이 어떤 사람인데, 어떻게 사과 한마디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겠어?’정충화는 자신이 방금 한 말에 동혁이 몹시 불만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동혁이 바로 정태림의 다리를 차서 부러뜨렸기에.그러나 동혁은 여전히 정충화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정씨 가문하고 상관이 없어요?”“그런데 방금 이 정태림은 입만 열면 정씨 가문이 곧 소씨, 오씨 두 가문과 함께 새로운 3대 가문이 될 거라고 말하더군요.”“3대 가문이 무너진 지 얼마나 됐다고...”동혁의 무심한 말투에 정충화는 놀라서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방금 전 동혁의 불만이 단지 정충화의 두피를 저리게 했다면, 지금은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든 것이다.3대 가문이 누구의 손에 망가졌는지 정충화는 훤하게 알고 있었다.정충화가 재빨리 소리를 질렀다.[이 선생님, 제 설명을 들어보세요. 정씨 가문은 절대 그런 야망이 없습니다. 절대 제2의 3대 가문이 되지 않을 겁니다.][이것은 모두
평소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던 이 명문가의 도련님과 아가씨들이, 하나같이 시선을 내리깐 채 감히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그들 가문의 어른들이 지금 곧 형장에라도 끌려 가는 것처럼, 긴장과 불안에 휩싸인 채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기에.“이 선생님과 사모님을 뵙습니다...”세 가주가 각자 가문의 어린 세대들을 이끌고 동혁 앞에 와서, 함께 허리를 굽혀 절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이 장면을 본 사람들이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감탄하는 기색이 가득했다.‘세 일류 가문의 사람들을 모두 이렇게 대할 수 있다니.’‘이 젊은이는 절대적으로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게 할 수 있어.’“안녕하세요, 너무 정중하시네요...”얼른 일어선 세화가 좀 어색하게 손사래를 쳤다.한때는 세화도 이 세 가문의 가주를 우러러봐야 했다.2류 가문에 불과한 진씨 가문이기에, 진씨 가문의 가주도 이 세 사람 앞에서는 웃는 얼굴로 굽실거리며 아부해야 했다.그러나 세화는 삼대 가문의 가주가 동혁에게 이렇게 공손한 이유도 짐작할 수 있었다.지난번에 제씨, 이씨 두 가문이 손을 잡고 H시에 진출했을 때, 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도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하지만 동혁이 시장 하세량과 줄곧 같은 전선에 서서, 결국 두 명문가를 몰아냈다.사실상 이 세 가문을 구한 셈이다.이 때문에 동혁에게 감격한 소윤석 등은 눈물까지 흘렸다.세화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귀띔한 뒤, 동혁은 세 가주와 그들의 뒤에 있는 젊은 자제들을 힐끗 쓸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좋군요. 원래 나는 당신들이 곧 오더라도, 마음속으로는 내가 일을 크게 벌인다고 원망할 거라고 생각했지요.”“지금 가문의 젊은 자제들도 모두 부른 걸 보니, 내가 오늘 당신들을 왜 오라고 했는지 아시는 것 같네요.”동혁의 말을 듣자, 소윤석과 오종천 두 사람은 모두 한숨을 돌렸다.동혁은 자신들의 태도에 대해서 썩 만족한 모습이었다. 이는 자신들이 오늘 잘하기만 하면,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정충화의 말을 듣자, 정태림이 마지막으로 바라던 요행마저 모두 사라졌다.이번에 자신은 계란으로 바위를 친 대가로 자신의 발이 부러졌다. 뿐만 아니라, 가문에는 정씨 가문 전체가 화를 입게 되는 누를 끼치게 된 것이다!일시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동혁에게 집중되었다.동혁이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고 싶은 것이다.“나는 오늘 일이 지위와 신분에 관계없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만 판단하겠습니다.”“일을 처리하기 전에 먼저 전후 사정을 분명하게 말하겠습니다.”일어서서 정태림의 앞에 선 동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정태림 당신의 호텔에서 당신의 친구를 때렸습니다.” “당신이 친구를 대신해서 나섰지만, 이것은 전혀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하지만 당신은 무작정 시비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개입하자마자 자신의 배경으로 나를 압박하고, 내 손발을 부러뜨리겠다고 했지요.” “또 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이 새 3대 가문이 될 거라고 큰소리쳤습니다. 그렇지요?”순간 소씨, 오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싸늘한 시선으로 정태림을 바라보았다.‘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사람들이 새 3대 가문이 된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차라리 귀신을 속여야 할 거야.’‘그러나 정태림 저 바보 같은 놈은 절대로 입에 올려서는 안되는 말까지 해 버렸어.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말이야.’‘더욱 용서할 수 없는 건, 저놈이 뜻밖에도 그 말을 이동혁의 면전에서 했다는 거야.’‘설마 3대 가문이 이동혁의 손에 무너진 걸 몰랐단 말이야!’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정태림은 지금 수백 번은 능지처참을 당했을 것이다.정태림이 얼마나 큰 압력에 직면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그렇습니다!”발버둥을 치면서 일어난 정태림은 동혁의 발 밑에 무릎을 꿇고 뉘우쳤다.“이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가문의 배경을 믿고 거들먹거리면서 사람들을 억압하지 말아야 했습니다!”“3대 가문이 되겠다는 헛소리는 더더욱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습니다!”“이
리성투자회사는 명문 이씨 가문의 대표 기업로서, H시에서는 절대적으로 초연한 존재다.전임 시장 하세량도 이씨 가문에 의해 목이 날아갈 뻔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앞에 있는 7부문의 수장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태강에게 있어서, 리성투자회사의 말 한마디면 모두 순순히 엎드린 채 얌전한 개가 되기에.당연히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이동혁, 너 아직도 멍하니 뭐하고 있어! 빨리 무릎을 꿇고 사과하지 않고!”동혁이 말을 하지 않자, 나연지는 어리석게도 오태강의 배경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거들먹거렸다.동혁은 나연지를 상대하지도 않은 채, 오태강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원래 오한민의 조카였구나. 어쩐지 이렇게 날뛰더라.”오태강은 눈살을 찌푸렸다.동혁의 차분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동혁의 눈빛은, 오태강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서 아주 불쾌했다.그래서 오태강은 힙업 스커트를 입은 나연지의 엉덩이를 살살 주물렀다. “태강 씨, 왜 이래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나연지는 오태강의 품속에서 몸을 비비 꼬았다. 그 촉촉하게 젖은 큰 눈을 보면, 여자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흥분했다는 걸 바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요 귀여운 것, 나중에 다시 끝장을 보자고.”오태강은 씩 웃으면서 갑자기 동혁을 가리켰다.“저 새끼가 방금 너를 때렸잖아. 지금 네게 분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저 새끼 앞에 가서 따귀를 때려.”“걱정 마, 내가 있으면 저 새끼는 절대 피할 수 없어. 네 화가 풀릴 때까지 마음껏 때려도 돼.”오태강의 자신만만한 말에 나연지의 눈빛에는 흥미롭다는 기색이 가득했다.나연지는 바로 이런 포악하고 자신감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고마워, 태강 씨, 당신은 나한테 정말 잘해 줘!” 쪽-발끝을 세워서 오태강의 뺨에 키스마크를 남긴 채, 나연지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동혁을 향해 다가왔다.손바닥을 흔들고 거들먹거리면서 말했다.“이동혁, 내가 먼저 급하게 때리지 않겠어. 나를 먼저 때려
이 사람들 중에서 선두에 있는 사람은 기름진 머리를 빗고 눈빛이 음험한 젊은이다.“태강 씨, 드디어 왔네요!”그 사람을 보자, 나연지는 크게 기뻐했다.곧바로 앞으로 나서서 남자의 품에 안겼다.“흑흑, 태강 씨가 오지 않았다면, 이 개자식들이 우리 병원을 강탈했을 거예요!”나연지는 남자의 품에 쓰러지듯이 안긴 채 거리낌 없이 울면서 하소연했다.과연 품에 안은 미인이 우는 모습을 보자 남자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나연지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위로했다.“자기야, 걱정 마. 나 오태강이 있으니까 절대로 무너질 수 없어!”말이 끝나자 나연지를 끌고 동혁 등을 향해서 다가왔다.매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황성민 등을 주시하면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뭔데? 언제부터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나 오태강의 병원을 처리하겠다고 설쳤어!”오태강의 말을 듣자, 황성민 등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모두 몰래 동혁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모두 이 오태강을 꺼리는 게 분명했다.황성민 등 앞에 온 오태강이 마치 하대하듯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말해봐, 누가 너희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너희들의 설명을 들어야겠어.”“오태강 씨, 그게...”황성민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동혁의 지시를 거역하기를 원하지 않지만, 앞에 있는 오태강에게도 마찬가지로 미움을 살 수 없었다.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동혁이 눈살을 찌푸렸다.“오태강?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동혁이 갑자기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아주 기고만장해서 날뛰네?” “시청을 대표해서 7개 부문의 합동 법률 집행을 통해서 빅토리아병원의 문제점을 찾아냈고, 규칙에 따라 처리했어.”“너는 오자마자 거드름을 피우면서 7개 부문의 수장들에게 물었지.”“시청을 깔보고 법률을 무시하겠다는 거야?”동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오태강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미소를 지으면서 오태강이 동혁에게 시선을 돌렸다.“너는 또 뭐야? 나한테 시청을
그러나 황성민 등은 여전히 나연지를 상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마음속으로는 나연지를 바보라고 욕했다.‘시청 수뇌부에도 항의하겠다니?’“설마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이 H시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예, 이 선생님!”모두 일제히 대답한 뒤, 각자의 부하들을 불러서 일을 시작했다.평소에 편안하게 지내던 이 수장들은 동혁의 앞에서 열심히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자신이 직접 나서서 뛰어다니면서 바쁘게 움직였다.“이 선생님에게 보고드립니다. 현장을 조사해 보니, 빅토리아병원의 소방 설비 위험이 아주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많은 시설들이 정기적인 점검, 수리 및 교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찾으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찾아내지 못할 문제는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방부문의 책임자가 제일 먼저 와서 동혁에게 보고했다.소방부문의 보고 뒤에, 다른 부서의 수장들도 속속 보고했다.“이 선생님께 보고드립니다. 저희 부서의 조사를 통해 빅토리아병원에서 규정을 어기고 약을 사용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특효약의 남용 상황이 존재했고, 여러 환자들의 신체에 영구적인 불구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앞서 저희 부서에서는 빅토리아병원에서 사람을 입원시킨 뒤 의료보험을 사취한 정황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 확인한 결과 그 상황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빅토리아병원의 일부 의료진은 자격 취득 과정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습니다...”빅토리아병원에 존재하는 각종 문제들이 잇달아 동혁에게 보고되었다.병원의 일반 직원들조차도 진저리를 칠 정도로 쇼킹한 사실이었다!빅토리아의 경영진들과 소혜란 등 일부 의료진들은, 지금 안색이 하얗게 질린 상태였다.그 중 적지 않은 문제들은, 모두 이전에도 적발된 문제들이었다.다만 빅토리아병원의 배경이 너무 막강해서, 이전에는 아무도 감히 깊이 조사하거나 관리할 수가 없었다.지금 동혁의 명령을 내리자, 이 문제들이 자연히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동혁의 말을 들은 일반 직원들은, 모두 서로 쳐다보면서 망설이는 표정이었다.그들도 돕고 싶었지만, 나연지에게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이전에는 나연지라는 원장을 만난 적도 없고 상대방을 알지 못했지만.그러나 방금 충돌 과정을 보면서, 나연지가 속도 좁은 데다가 마지노선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앞으로 그들에게 보복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기 어려웠다.바로 그때, 또 일련의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여러 차량들이 함께 빅토리아병원에 도착한 듯했다.“좀 비켜주세요.”곧이어 중년 남녀 몇 명이 황급히 사람들을 뚫고 들어왔다.그들 뒤에는 각종 공무원증을 목에 건 사람들이 따랐다.“H시 의료공단 이사장 황성민, H시 의약품감독청 청장 유민상, 공정위 위원장 서원금, 세무서장...”당당한 기세의 사람들을 보면서, 나연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선두에 선 사람들은 나연지도 모두 아는 사람들로, 모두 시청의 각 부서 책임자들이다.이렇게 모두 7개 부서의 책임자들이 왔다.나연지는 동혁이 불러서 온 이 사람들이 자신에게 좋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그래도 여전히 이전에 맺었던 관계를 믿고, 차가운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갔다.“황 이사장님, 유 청장님,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오신 건가요?”병원과 이 두 기관이 자주 접촉하기에, 나연지는 두 사람과 아주 익숙한 사이였다.그러나 지금 황성민과 유민상 등은 나연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곧장 동혁의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둘러선 사람들이 놀라는 가운데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이 선생님, 지시를 내려주시지요!”황성민과 유민상은 모두 동혁을 만난 적이 있었지만 다른 책임자들은 처음 얼굴을 대했다.그러나 모두 동혁의 신분을 알고 있기에 비할 데 없이 공손하게 행동했다.나연지도 어두운 표정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이 개자식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동혁은 사람들에게 허리를 펴라고 손짓하면서 말했다.“먼저 몇 사람을 불러서 저 환자들을 병원 입구로 데리고 가세요.”황성민 등이 지
그러나 나연지가 아무리 위협해도 동혁의 태도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동혁이 하겠다고 결심하면 누구도 막을 수 없다.나연지도 동혁의 굳은 의지를 느끼게 되자, 오늘 이 일은 이미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그래, 네가 끝까지 해보겠다고 했으니, 오늘 이후에도 과연 빅토리아병원이 존재할지 한번 보겠어!”이를 갈면서 핸드폰을 꺼낸 나연지가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태강 씨, 어떤 개자식이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나를 때렸어요.” “지금은 의약품관리청과 공정위의 수장들을 불러서, 우리 병원의 허가를 취소하게 만들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어요.”“태강 씨, 태강 씨가 오지 않으면 빅토리아병원이 없어질 거예요!”전화가 연결되자 나연지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훌쩍거리면서 아양을 떨었다.“H시에는 또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있어요? 병원의 영업 허가도 취소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내 생명줄도 끊어버릴지도 몰라요!”[조금만 기다려, 내가 곧 갈게!]스피커폰을 통해서 음산한 소리가 들리더니, 두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내려놓은 나연지가 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바라보았다.“개X끼, 너는 오태강 씨를 격노하게 만들었어. 지금 H시의 모든 영리병원은 모두 그의 소유야.”“오태강 씨는 H시의 사립병원의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이제 너는 뒈졌어!”이 말을 듣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특히 오일룡 등 경찰 가족들은 얼굴에 짙은 우려가 드러났다.‘사립병원을 여는 사람은 모두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해.’‘그리고 나연지가 말하는 그 오태강이라는 자가 H시의 모든 영리병원을 장악했다니.’‘그자의 배경은 틀림없이 대단할 거야.’오일룡의 아내가 작은 소리로 동혁에게 권유했다.“이 선생님, 그만두시는 게 어떨까요?” “이 선생님이 H시 시정부에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오태강이라는 사람은 여러 영리병원을 소유하고 있다는데.”“그들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커요. 시장도 그런 병원이 무너지는 걸 허가하지
바닥에 쓰러진 나연지가 얼굴을 가린 채 미친 듯이 소리쳤다.“이 개X끼, 또 나를 때렸어!”“체면을 세워줘도 뻔뻔스럽게 구니까, 따귀를 때리는 걸로 대신할 수밖에 없지.”무심한 말투로 내뱉은 동혁이 나연지를 쳐다보면서, 웃는 듯 마는 듯 웃으며 말했다.“나 원장, 나를 손을 보겠다고 부른 약품관리청의 3인자는 결국 짝퉁이었어.”“아니면, 내가 지금 진짜로 불러 줄까?”마치 손자를 혼내듯이 원강조를 때리는 모습을 보고, 나연지는 이미 동혁이 끗발이 세다는 걸 알고 있었다.동혁의 말을 듣자 갑자기 경계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이 개X끼, 너 뭘 하려는 거야? 네가 인맥이 좀 있다고 해서, 우리 빅토리아병원에서 멋대로 설칠 수 있을 것 같아?”“내가 알려주지. 우리 빅토리아병원의 배경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심지어 명문 가문들도 우리의 후원자야!”동혁이 쉽게 끝내지 않을 작정임을 깨달은 나연지가 곧바로 동혁을 위협했다.동혁이 눈썹을 찌푸렸다.“명문 가문? 어느 명문 가문인데?”“S시 이씨 가문이야? 아니면 사씨 가문? 아니면 J시의 제씨 가문인가...”동혁은 모두가 잘 아는 몇몇 명문 가문을 단숨에 입에 올렸다.나연지도 다소 의외라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이 개자식이 그래도 식견이 있을 줄은 몰랐네. 이런 명문가들도 다 알고 말이야.”“그럼 내가 알려주지. 우리 빅토리아병원은 S시의...”“원강조!”그러나 동혁은 나연지의 배경 자랑을 듣고 싶지도 않아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소리쳤다.아직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원강조가 힘차게 고개를 들었다.“이 선생님, 무슨 분부가 있습니까?”“전화를 해서 의약품관리청, 의료공단, 공정위 등 각 부문의 수장들을 모두 오라고 해.”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시하던 동혁이 마지막에 한마디 덧붙였다.“명심해! 내가 믿을 만한 사람들로 말이야, 너와 함께 해직된 그 나쁜 친구들 말고.”그때 원강조와 함께 4명이 더 해직되었다.뜨악한 표정이던 원강조가 재빨리 말했다.
“튀어 와.”무표정한 얼굴로 동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고통을 참으면서 바닥을 헤집고 일어선 원강조가 다시 한 번 동혁의 앞에 섰다.이번에는 동혁이 의사를 표시하기도 전에, 스스로 얼굴을 들이밀었다.짝!동혁이 다시 따귀를 때리자, 원강조는 다시 나가떨어졌다.“튀어 와...”응급실 복도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단지 튀어 오라는 동혁의 한 마디와 따귀 소리, 그리고 맞은 원강조가 다시 쓰러지는 소리뿐!마치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는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그러나 원강조가 정말 성실하게 동혁에게 협조하면서 순순히 얻어맞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계속해서 몇 번이나 나가 떨어진 원강조는, 이미 코가 시퍼렇게 부어올랐고 기어갈 수조차 없었다.그제서야 천천히 원강조의 앞에 다가온 동혁이, 원강조를 내려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너, 의약품관리청 3인자 자리에서 해직당했잖아. 누가 복직시켰어? 네 아버지야?”동혁이 비웃듯이 질문했다.애써 고개를 든 원강조가 처참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소리쳤다.“아닙니다! 우리 아버지가 아닙니다! 저도 복직하지 못했습니다!”“제가 해직된 사실을 아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도 체면을 중시해서, 계속 허세를 부린 겁니다!”이 말을 듣자, 눈이 휘둥그레진 나연지는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능력도 없는 주제에 자신의 백 덕분에 원장이라는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나연지는 당연히 H시 체제 내의 변동에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원강조가 해직된 지 며칠이 지났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H시 시스템 안에 국한되어 있다.나연지는 떠도는 소문조차 듣지 못했다.‘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잇달아 두 사람에게 지원을 요청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첫 번째로 전화했던 양상봉은 방금 면직되었다고 했어.’‘그리고 두 번째로 부른 원강조는 더 말도 안 돼! 일찌감치 자리에서 쫓겨나서 결국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원강조가 지금은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무표정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선 채,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튀어 와!”원강조는 무의식 중에 동혁의 앞에 섰다.짝!그리고 두말하지 않고 그 뚱뚱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렸다.거의 100kg이나 되는 원강조가 결국 동혁의 이 따귀를 맞고 곧바로 날아갔다.빅토리아병원의 직원들과 부딪쳐 쓰러지자, 아수라장이 되었다.누구도 동혁이 바로 원강조에게 손을 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게다가 따귀 한 대를 맞은 원강조가 바닥에 쓰러진 채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처참한 모습을 보자, 사람들의 뇌리에는 다시 한 번 동혁의 실력이 각인되었다.“뭣들 하고 있어? 빨리 원 부청정님을 일으켜 세워!”잠시 멍했던 나연지가 곧바로 반응하면서, 날카로운 소리로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이 개X끼, 네가 감히 원 부청장님을 때려!”“저 분이 누군지 알아? H시 의약품관리청의 3인자인 부청장님이야!”“죽을지 살지도 모르면서 정말 무법천지로 설치고 있지! 저런 사람까지 감히 때리다니, 뒈지고 싶은 거야?”말을 마친 나연지가 재빨리 원강조를 위로하러 갔다.“원 부청장님 괜찮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도 저 자식이 부청장님조차 안중에도 두지 않고 손찌검할 줄은 몰랐어요.”“저놈이 얼마나 날뛰는지 보셨지요? 절대 저 개X끼를 그냥 두시면 안 됩니다!”나연지는 겉으로는 마음이 아픈 듯이 굴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원강조가 오자마자 이동혁에게 이렇게 비참하게 맞았어.’‘이번에는 내가 손을 쓸 필요도 없어. 겨우 원강조 하나만 가지고도, 저 새끼는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어.’그러나 부축을 받고 일어난 원강조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기만 할 뿐.펄쩍펄쩍 뛰는 나연지를 동혁은 아예 상대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원강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사람 말을 못 알아둘어? 튀어 오라고 했잖아!”“이 새끼, 네
관자놀이의 핏줄이 불거질 정도로 화가 났지만, 나연지는 꾹 참고 대답하지 않았다.‘지금은 저 자식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어.’통화를 마친 뒤에야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말했다.“개자식, 네가 방금 전에 큰소리쳤지”“내가 부른 사람이 이미 도착했어, 기다려!”“조금 있다가 내 앞에 순순히 무릎을 꿇게 만들지 못한다면, 내 성을 갈겠어!”동혁이 웃으며 말했다.“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지만, 네가 이렇게 말했으니 나는 네가 무릎을 꿇게 만들어야겠네.”“하, 그래? 그럼 누가 이기는지 한번 볼까?”나연지가 이를 갈며 말했다.여태까지 살면서 오늘처럼 이렇게 사람을 증오한 적이 없었다.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동혁은 이미 수도 없이 죽었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깥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1층의 응급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곧바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나 원장님, 어떤 자식이 이 병원에서 소란을 피웠다면서요?”“흥, 어떤 눈이 삔 개자식이 빅토리아병원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설쳐!”“그 자식은요? 얼른 튀어나와! 내가 끄집어내기 전에!”길을 막고 있던 병원 직원들을 퉁퉁한 손으로 헤치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곧 뚱뚱한 몸집에 불룩하게 배가 나온 뚱보가 거들먹거리면서 다가왔다.잔뜩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은 척 봐도 고위인사 행색이 몸에 밴 모습이다.이 뚱보를 본 나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원 부청장님, 정말 부처장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그 소란을 피운 자는 정말 사람이 아니에요. 일부러 트집을 잡아 소란을 피우는 건 고사하고 또 사람까지 때렸어요.” “그 자식한테 맞은 제 얼굴 좀 보세요!”“원 부청장님이 경찰 계통에 계신 건 아니지만, 의약품관리청도 법 집행권이 있지요.”“우리 빅토리아병원은 H시의 우수 납세기관인 데다가 많은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지요. 원 부청장님이 반드시 저희 병원을 위해 나서 주세요.”“양심 없는 나쁜 놈들이 우리 빅토리아병원의 명예를 손상하게 할 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