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이 성공적으로 정태림의 미움을 사게 되자, 갑자기 양도형이 동혁을 조롱하면서 득의양양한 모습이었다.양도형은 동혁이 H시에 토대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자신도 상대방과 싸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정태림은 H시 일류 가문인 정씨 가문의 자제이다.3대 가문이 무너진 후부터 소씨, 오씨, 정씨 등 원래부터 일류 가문이던 몇몇 가문들이 H시의 최고 가문이라고 할 수 있다.정태림은 당연히 H시 최고의 엄친아로 급부상했다.정씨 가문처럼 오랫동안 지방을 주름잡은 가문의 에너지라면, 지금의 동혁을 밟아 죽이는 게 아주 손쉽지는 않다 해도 적어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이동혁, 네가 오늘 무릎을 꿇고 절을 하지 않으면, 나를 때린 일은 끝나지 않는다고 내가 말했지!”양도형이 비웃으며 말했다.“정태림은 내 친군데, 그 친구 성질이 그다지 좋지 않아. 눈치가 빠르다면, 어서 무릎을 꿇고 절하면서 사과해!”“정태림?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어.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정씨가 몇 명 있거든.”동혁이 씩 웃었다.정태림도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서, 동혁이 전혀 아랑곳하지 않자 눈빛이 어두워졌다.액자를 짚은 정태림이 웃으면서 말했다.“들어본 적이 없어도 괜찮아. 몇 분 후면 너는 내 이름을 평생 잊을 수 없게 될 거야.”자신감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 말투였다.동혁은 눈살을 찌푸렸다.“다짜고짜 양도형을 대신해서 나서면서, 누가 옳고 그른 지도 묻지 않는 거야?”“너는 확실히 정태림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모양이네.”정태림이 담담하게 말했다.“나 정태림은 일을 할 때 여태까지 흑백을 가리지 않았고 옳고 그름도 묻지 않았어.”“단지 네가 내 호텔에서 나 정태림의 친구를 때렸다는 것만 알아도 충분해.”말을 하던 정태림이 양도형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도형이 형, 먼저 가서 얼굴을 치료해. 내가 처리한 뒤에 술 한잔 하지.”“걱정 마. 절대적으로 형이 만족하게 처리할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정태림은 마치 동혁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것처럼 흥미롭다는 모습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그러나 정태림의 눈빛 깊은 곳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동혁이 자신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으면서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정태림도 바보가 아니다. 동혁이 시종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의지할 백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정태림은 동혁을 쳐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자식, 내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일깨워 주겠어.” “코딱지 만한 H시에서 정말 정태림을 꺼림직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어.”“네가 순순히 내 친구에게 사과하고, 따귀를 때린 배상금으로 40억 원을 배상한다면, 이 일은 이렇게 끝날 거야.”“하지만 만약 네가 내 호의를 모르고 나와 끝까지 맞서겠다면, 그때 치러야 할 대가는 이것뿐만이 아니야!”세화는 정태림이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관찰하고 있었다. 정태림이 조금도 숨기지 않고 날뛰는 모습을 보자, 건드리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방금 전에 사정우의 미움을 샀기에,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세화는 동혁이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원만하게 넘어가기를 원했다.그러나 정태림이 제시한 조건은 전혀 납득할 수가 없었다.“정 선생, 너무 터무니없는 요구 아닌가요. 뺨 두 대에 40억 원이라니요.”“당신 호텔의 일 년 순이익도 40억 원에 불과한데 말이죠!”정태림은 놀랐다는 느낌으로 세화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웃었다.“아가씨, 그 말은 틀렸어요.”“저 자는 내 구역에서 내 친구를 때렸어요. 이건 이미 따귀 두 대를 때린 게 아니지요. 내가 40억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건 지나치지 않아요.”“잘못을 저질렀으면 순순히 맞아야지.”세화가 입을 벌리고 또 무슨 말을 하려는데 동혁이 세화를 붙잡았다.“여보, 저 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양상봉을 대신해서 나섰어.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어.”“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선택뿐이야.”“저 자의 터무니없는 요구대로 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그 말을 듣자, 정태림의 눈썹이 부르르 떨렸다. 정태림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없이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상봉 형님, 누가 내 호텔에서 사람을 때렸어요. 게다가 아주 포악하게 구는데, 와서 분쟁을 좀 해결해 주세요. 나중에 제가 술 한잔 진하게 살게요.”‘저 상봉 형님이 당연히 아까의 양상봉은 아니겠지.’[태림 아우는 너무 겸손하네. 겸사겸사 작은 도움을 주는 일인데 말이야. 내가 방금 병원에 갔다 왔는데, 의사가 요 며칠은 술 마시지 말고 나중에 마시라고 했거든.][내가 곧바로 갈게. 10분 안에 도착할 거야!]전화기에서 쾌활하게 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래요. 그럼 이 술은 내가 일단 상봉 형님 앞으로 올려 둘게요!”핸드폰을 내려놓은 정태림은 동혁을 노려보면서 냉소하였다.“내가 부른 사람이 10분 안에 도착할 테니까 네게 말해주지. 이 사람은 H시경찰국에서도 손꼽히는 거물이야.”“내가 너를 괴롭혔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네가 전화를 해서 사람을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주겠어.” “네가 동원할 수 있는 인맥은 전부 동원해 봐!”정태림의 말에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 모두 놀란 기색이었다.‘전화 한 통으로 H시경찰국에서 손꼽히는 인물을 불렀어.’‘이 정 사장의 힘이 정말 대단하네!’‘게다가 그 인물은 H시에서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거야. 설사 큰 가문이라 해도 이런 사람들을 대할 때는 조심해야 해.’‘이동혁이 견딜 수 있겠어?’일시에 사람들은 동혁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동혁에게 권유하는 사람도 있었다.“이 친구야. 자네도 다른 사람의 호텔에서 사람을 때린 게 확실하니까, 사과하고 배상해서 갈등을 마무리하는 게 낫겠어.”“그래, 방금 그 사람이 당신 부인에게 치근댄 건 괘씸하지만, 당신도 확실히 다른 사람의 호텔에서 사람을 때렸잖아.” “경찰 앞에서 소란을 피우다가는 어쨌든 당신만 손해를 볼 거야.”“당신 부인이 이렇게 예쁘고 사람도 이렇게 좋은데, 부인을 위해서 좀 더 생각해
10분의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앵! 앵!그때 바깥에서 갑자기 귀를 찌르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서 점점 가까워졌다.차들이 오가는 도로에서 난폭하게 달려온 경찰차 몇 대가 오션스타호텔 입구에 세워졌다.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거들먹거리면서 차에서 내렸다.한 건장한 남자가 이들을 인솔하면서 기세등등하게 커피숍 문을 열었다.“태림 아우, 내가 왔어!”맨 앞에서 안으로 들어오던 건장한 남자가 고함을 지르면서 거칠게 사람들을 밀쳤다.“하하, 태림 형님! 정말 빨리 오셨네요. 이 동생의 체면을 세워주셨어요.”웃으면서 다가간 정태림이 담배를 꺼내 권하려다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어, 형님 얼굴의 이 상처는 어떻게 된 거예요? 임무 때문에 다쳤어요?”정태림이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지만, 남자의 얼굴에서는 짙은 약 냄새가 났다.양쪽 볼도 방금 맞은 것처럼 멍이 들었다.바로 H시경찰국의 2인자인 양상봉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아, 다른 사람에게 맞았어.”정태림은 순간 멍해졌다.“누가 감히 태림 형님한테 손을 댔어요!”“내가 형님이 곧 조동래를 대신해서 경찰국장으로 승진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 H시에서 감히 분수를 모르고 형님을 자극한 사람이 있어요?”정태림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 말에 주위의 사람들 모두 어리둥절했다.‘H시경찰국장이 바로 이 양상봉으로 바뀌는 모양이지.’‘이건 정말 빅뉴스인데!’그리고 그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바로 곧 경찰국장을 맡게 될 이 큰 인물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에게 맞아서 코가 멍들고 얼굴이 부어올랐다는 것이다.‘H시에도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있단 말이야?’“꽤 대단해 보이는 녀석인데, 정말 대단한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내가 마침 그걸 알아볼 사람을 찾았어. 지금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양상봉은 아직 자기가 간 다음에 별장에서 발생한 일을 모르는 것이 확실했다. 여전히 부천정으로부터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네, 알아봤는데 단지 잘난 척하는 인간
지금 양상봉의 머리는 바로 작동을 멈췄다.머리속은 그저 하얗게 느껴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양상봉은 안하무인격으로 기세등등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마치 쥐가 고양이를 본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 기괴한 장면을 본 정태림은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해졌다.‘양상봉은 H시경찰국의 2인자이자 곧 경찰국장으로 승진할 사람이야.’‘우리 정씨 가문처럼 H시 최고의 가문이라도 양상봉은 정중하게 대우해야 해.‘그런데 이동혁 앞에서 왜 이렇게 긴장하는 거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말이야.’“양 부국장, 이렇게 빨리 또 만났네.”무덤덤하게 양상봉을 바라보는 동혁의 말투는 비웃음을 담고 있었다.‘방금 블루라군 별장에서 내게 한바탕 얻어맞았는데, 바로 뒤에 또 여기로 와서 죽는 길을 선택했어.’동혁은 상대방의 지독한 불운에 어느 정도 동정이 가기도 했다.“어, 그게...”양상봉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입만 벙긋거렸다.“형님, 왜 그래요? 이 자식이랑 아는 사이에요?”정태림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양상봉은 정태림은 전혀 상대하지 않고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기만 했다.“이리 와.”동혁이 손사래를 쳤다.“이 선생님, 저는...”양상봉은 웃고 있지만 우는 것보다 더 표정이 일그러진 데다가, 끊임없이 몸을 떨고 있었다.동혁이 무덤덤하게 말했다.“두 번 말하고 싶지 않아.”억지로 앞으로 나아간 양상봉이 허리를 굽혔다.“이 선생님...”짝!두말없이 손을 든 동혁이 손바닥으로 양상봉의 오른쪽 뺨을 때렸다.양상봉은 주춤하면서 뒤로 물러났다.앞서 동혁에게 맞아 연고를 발랐던 뺨에 다시 다섯 손가락이 선명하게 찍혔다.모든 사람들이 경악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왼쪽.”양상봉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잇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그러나 동혁의 요구에 직면하자, 도저히 거절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숨을 깊이 들이마신 양상봉은 다시 앞으로 나가서 허리를 굽혔다. 순순히 동혁의 앞에 다가
양상봉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마치 쇠채찍 같은 동혁의 손바닥이 계속해서 양상봉의 얼굴에 떨어졌다.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지만, 그저 이를 악문 채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다.오로지 의지로 버틸 뿐이다.“왜 말이 없어?”때리던 손을 멈춘 동혁이 양상봉의 뺨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네가 막 들어왔을 때 아주 우쭐대지 않았어?”“네 손에는 권총도 있잖아! 손가락만 움직여도 날 죽일 수 있는데, 그것도 못 해?”“쯧쯧, 네 허리에 찬 권총은 평소에도 시민들을 겁주는 데 썼겠지.”동혁의 말투에는 조롱이 가득했다.“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나는 잠시 너와 잘잘못을 따지지 않았어. 네게 잘못을 고치고 새사람이 될 기회를 준 셈이야.”“그런데 너는 지금 또 죽음을 자초했어! 아까처럼 이유 불문하고 시비도 가리지 않았지.”“그저 신분을 내세워서 위협하기만 했어.”“힘 있는 자에게 빌붙어서 아부하는데, 네가 그렇게 잘 빌붙었다고 생각해?”“같은 실수를 거듭하면 안 된다고 했어. 이번에는 네게 기회를 주지 않겠어.”“나중에 내가 조동래에게 말해서 너의 이 보잘것없는 감투를 벗겨버리겠어.” “네 문제를 정확히 조사하고, 감옥에 처넣어서 네가 철저하게 바뀔 수 있게 말이야.”동혁의 이 냉혹하고 무자비한 마지막 말을 듣자, 양상봉의 얼굴은 삽시간에 사색이 되었다.털썩!두 다리에 힘이 빠진 양상봉이,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들어 동혁에게 애원했다.“이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앞으로 몸을 사리고 새 사람이 되겠습니다.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양상봉은, 바닥에 이마를 찧으면서 동혁을 향해 절을 했다.동혁의 말을 듣고 난 뒤에야, 부천정이 나섰지만 여전히 동혁을 제압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비록 지금까지도 동혁이 그 젊은 새 시장인지 아닌지 확정할 수는 없지만!그러나 이것 만으로도, 동혁이 조동래에게 시켜서 양상봉을 자리에서 쫓아내겠다고 한 것은 결코
그 말을 들은 정태림은 마치 뺨을 맞은 느낌이었다.오션스타호텔은 그들 정씨 가문의 기업이다. 만약 영업이 정지되고 봉인된다면, 정태림의 체면이 깎이는 게 문제가 아니다. 정씨 가문 사람들도 정태림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형세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 걸출한 인물이라고 했기에, 정태림은 패배를 인정하려고 했다.깊이 숨을 들이마신 정태림은 웃으면서 담배를 꺼내 동혁에게 건네주었다.“이 선생, 우리가 오늘 눈이 멀어서 같은 편조차 몰라봤네요.”“부디 이 선생께서 관대하게 처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무슨 조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요...”칙!담배를 받아든 동혁은 정태림이 불을 붙이게 내버려 두었다가 핀잔을 주었다.“기회주의적인 태도가 아주 뛰어나네. 정말 대단한 인물이야.”화를 참은 정태림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이 선생, 농담이시지요. 모두 만나면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이 아닙니까!” “약간의 충돌은 정상적인 일인데,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겠어요...”짝!동혁이 손바닥으로 정태림의 뺨을 때리자, 입에 방금 물고 있던 담배도 날아갔다.엉덩방아를 찧은 정태림은 바닥에 쓰러진 채 동혁을 노려보았다.“이 선생, 당신!”정태림은 원래 동혁이 입으로만 비꼬면서 심리적인 우월감을 찾는다고 여겼기에, 이 일은 이렇게 넘기려고 했다.그래서 화를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이동혁이 조롱하면 조롱하라고 해. 그렇다고 사림이 죽는 것도 아닌데.’그러나 동혁은 전혀 정태림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정태림의 얼굴을 때린다고 말하고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정말로 때렸다.“그냥 넘어가긴 뭘 그냥 넘어가?”동혁은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방금 전에 너는 네 친구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또 40억 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또 네가 부른 사람을 내가 감당할 수 없다면, 이 조건 말고도 또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지. 그게 뭐였어?”“참
조금 전 고개를 숙이고 약한 모습을 보였던 정태림이 다시 송곳니를 드러낼 줄은 아무도 몰랐다.게다가 자신의 가문까지 바로 거론하고 나왔다.어떤 사람들은 정태림의 성씨와 그의 이 오션스타호텔을 통해서, 정태림이 정씨 가문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어떤 사람들은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그러나 이전에 알았든 몰랐든 지금 ‘일류 정씨 가문'이라는 말이 정태림의 입에서 나오자,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게 되었다.일류 정씨 가문!100년 동안 H시에 뿌리를 내린 명문가 정씨 가문을 들어보지 못한 H시 사람은 없을 것이다.갑자기 넓은 커피숍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이동혁이 뜻밖에도 정씨 가문에서 경영하는 호텔에서 정씨 가문 자제를 때렸어.’ ‘정씨 가문에서 이동혁을 놓아줄 수 있겠어?’눈썹을 치켜 세운 동혁도 정태림을 바라보았다.“원래 너는 정씨 가문 사람이구나.”“왜, 알게 되니까 무서워?”이를 악물고 냉소하면서, 정태림은 차가운 눈빛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나는 좀 전에 네 체면을 세워줬어. 호텔 사업을 하는 걸 생각해서, 차라리 여기서 종지부를 찍고 사업을 계속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그런데 너는 내가 체면을 세워줬지만,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어.”“이제 내가 정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니 무서워진 모양인데, 너무 늦지 않았어?”“만약 오늘 내가 너를 편안하게 이 문으로 나가게 한다면, 나는 정씨 가문의 사람이 될 자격이 없는 거야!”정태림은 문 앞의 유리문을 가리키며 표독스럽게 말했다.구경하던 사람들은 이 살벌한 말을 듣고 모두 진저리를 쳤다.‘보아하니 정태림이 완전히 격노한 모양이야.’‘오늘 이 사건이 크게 벌어졌으니, 피를 보지 않고서는 아마 끝낼 수 없겠지!’세화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세화는 정씨 가문과 접촉했던 적이 있었다.이전에 세화는 정씨 가문의 정경래 때문에 시달린 적이 있어서, 정씨 가문 자제들이 모질고 악랄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오늘 또 정씨 가문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날 줄은
“튀어 와.”무표정한 얼굴로 동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고통을 참으면서 바닥을 헤집고 일어선 원강조가 다시 한 번 동혁의 앞에 섰다.이번에는 동혁이 의사를 표시하기도 전에, 스스로 얼굴을 들이밀었다.짝!동혁이 다시 따귀를 때리자, 원강조는 다시 나가떨어졌다.“튀어 와...”응급실 복도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단지 튀어 오라는 동혁의 한 마디와 따귀 소리, 그리고 맞은 원강조가 다시 쓰러지는 소리뿐!마치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는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그러나 원강조가 정말 성실하게 동혁에게 협조하면서 순순히 얻어맞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계속해서 몇 번이나 나가 떨어진 원강조는, 이미 코가 시퍼렇게 부어올랐고 기어갈 수조차 없었다.그제서야 천천히 원강조의 앞에 다가온 동혁이, 원강조를 내려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너, 의약품관리청 3인자 자리에서 해직당했잖아. 누가 복직시켰어? 네 아버지야?”동혁이 비웃듯이 질문했다.애써 고개를 든 원강조가 처참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소리쳤다.“아닙니다! 우리 아버지가 아닙니다! 저도 복직하지 못했습니다!”“제가 해직된 사실을 아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도 체면을 중시해서, 계속 허세를 부린 겁니다!”이 말을 듣자, 눈이 휘둥그레진 나연지는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능력도 없는 주제에 자신의 백 덕분에 원장이라는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나연지는 당연히 H시 체제 내의 변동에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원강조가 해직된 지 며칠이 지났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H시 시스템 안에 국한되어 있다.나연지는 떠도는 소문조차 듣지 못했다.‘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잇달아 두 사람에게 지원을 요청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첫 번째로 전화했던 양상봉은 방금 면직되었다고 했어.’‘그리고 두 번째로 부른 원강조는 더 말도 안 돼! 일찌감치 자리에서 쫓겨나서 결국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원강조가 지금은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무표정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선 채,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튀어 와!”원강조는 무의식 중에 동혁의 앞에 섰다.짝!그리고 두말하지 않고 그 뚱뚱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렸다.거의 100kg이나 되는 원강조가 결국 동혁의 이 따귀를 맞고 곧바로 날아갔다.빅토리아병원의 직원들과 부딪쳐 쓰러지자, 아수라장이 되었다.누구도 동혁이 바로 원강조에게 손을 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게다가 따귀 한 대를 맞은 원강조가 바닥에 쓰러진 채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처참한 모습을 보자, 사람들의 뇌리에는 다시 한 번 동혁의 실력이 각인되었다.“뭣들 하고 있어? 빨리 원 부청정님을 일으켜 세워!”잠시 멍했던 나연지가 곧바로 반응하면서, 날카로운 소리로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이 개X끼, 네가 감히 원 부청장님을 때려!”“저 분이 누군지 알아? H시 의약품관리청의 3인자인 부청장님이야!”“죽을지 살지도 모르면서 정말 무법천지로 설치고 있지! 저런 사람까지 감히 때리다니, 뒈지고 싶은 거야?”말을 마친 나연지가 재빨리 원강조를 위로하러 갔다.“원 부청장님 괜찮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도 저 자식이 부청장님조차 안중에도 두지 않고 손찌검할 줄은 몰랐어요.”“저놈이 얼마나 날뛰는지 보셨지요? 절대 저 개X끼를 그냥 두시면 안 됩니다!”나연지는 겉으로는 마음이 아픈 듯이 굴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원강조가 오자마자 이동혁에게 이렇게 비참하게 맞았어.’‘이번에는 내가 손을 쓸 필요도 없어. 겨우 원강조 하나만 가지고도, 저 새끼는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어.’그러나 부축을 받고 일어난 원강조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기만 할 뿐.펄쩍펄쩍 뛰는 나연지를 동혁은 아예 상대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원강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사람 말을 못 알아둘어? 튀어 오라고 했잖아!”“이 새끼, 네
관자놀이의 핏줄이 불거질 정도로 화가 났지만, 나연지는 꾹 참고 대답하지 않았다.‘지금은 저 자식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어.’통화를 마친 뒤에야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말했다.“개자식, 네가 방금 전에 큰소리쳤지”“내가 부른 사람이 이미 도착했어, 기다려!”“조금 있다가 내 앞에 순순히 무릎을 꿇게 만들지 못한다면, 내 성을 갈겠어!”동혁이 웃으며 말했다.“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지만, 네가 이렇게 말했으니 나는 네가 무릎을 꿇게 만들어야겠네.”“하, 그래? 그럼 누가 이기는지 한번 볼까?”나연지가 이를 갈며 말했다.여태까지 살면서 오늘처럼 이렇게 사람을 증오한 적이 없었다.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동혁은 이미 수도 없이 죽었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깥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1층의 응급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곧바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나 원장님, 어떤 자식이 이 병원에서 소란을 피웠다면서요?”“흥, 어떤 눈이 삔 개자식이 빅토리아병원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설쳐!”“그 자식은요? 얼른 튀어나와! 내가 끄집어내기 전에!”길을 막고 있던 병원 직원들을 퉁퉁한 손으로 헤치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곧 뚱뚱한 몸집에 불룩하게 배가 나온 뚱보가 거들먹거리면서 다가왔다.잔뜩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은 척 봐도 고위인사 행색이 몸에 밴 모습이다.이 뚱보를 본 나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원 부청장님, 정말 부처장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그 소란을 피운 자는 정말 사람이 아니에요. 일부러 트집을 잡아 소란을 피우는 건 고사하고 또 사람까지 때렸어요.” “그 자식한테 맞은 제 얼굴 좀 보세요!”“원 부청장님이 경찰 계통에 계신 건 아니지만, 의약품관리청도 법 집행권이 있지요.”“우리 빅토리아병원은 H시의 우수 납세기관인 데다가 많은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지요. 원 부청장님이 반드시 저희 병원을 위해 나서 주세요.”“양심 없는 나쁜 놈들이 우리 빅토리아병원의 명예를 손상하게 할 수는
“사실은, 어떤 개자식이 우리 빅토리아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부국장님이 부하를 데리고 좀 오셔야겠어요...”‘또 양상봉이야?’동혁의 얼굴에 음미하는 듯한 미소가 드러났다. 동혁마저도 양상봉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루에 세 번이나 나하고 부딪치다니, 양상봉이 그렇게 비참한 운명인 건가?’그러나 이번에 양상봉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나연지의 요구를 거절했다.[나 원장, 미안합니다. 저는 도울 수가 없습니다.][조 국장님이 이미 저를 직위 해제한다고 통보했어요. 또 조사도 받는 중이고요...]마치 운명을 인정하는 것처럼 단호하고 괴로운 말투였다.동혁은 양상봉이 직위해제 된 과정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경찰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조동래가 직위에서 해제하고 조사 중인 모양이네. 양상봉의 이전 문제들도 틀림없이 드러나겠지.’양상봉은 결국 구속될 수밖에 없을 테니, 이제 끝난 거나 다름없어.’그러나 적어도 양상봉이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경찰에서 양상봉의 가족을 돌봐줄 것이다.이렇게 오랫동안 자신이 경찰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 아부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미움을 산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양상봉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만약 아내와 아이가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자신이 구속되자마자 누군가가 가족에게 손을 쓸 지도 몰랐다.지금의 결과는 양상봉에게 있어서 이미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양상봉이 직위에서 해제되었다고?’멍하니 있던 나연지가 곧바로 말했다.“그래도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잖아요. 양 부국장님의 이전 부하들에게 빅토리아병원에 한 번 가 보라고 얘기하는 것도 안 될까요?”“우리 빅토리아병원 일이 잘 처리되기만 하면, 양 부국장님의 문제도 별거 아니에요. 우리가 힘을 써 볼게요.”“우리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모두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겠지요...”나연지는 동혁 앞에서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양상봉을 꼬드겼다.하지만 완전히 속인 건 아니다.양상봉은 이전에 빅토리아병원에 여러
“너희 빅토리아병원은 귀족 병원이라고 자부하잖아, 왜 보안도 이렇게 허술해.”“이 전투력이 거리의 양아치들과 무슨 차이가 있어? 부자에 귀한 신분의 환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겠어?”복도에는 동혁만이 서 있었다.물티슈로 손을 닦으면서 무심한 듯이 말했다.동혁이 이렇게 거리낌 없이 조롱하자, 빅토리아병원 측의 사람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칠 정도였다. 그러나 감히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정말 동혁이 보여준 실력은 너무나 무서웠기에.‘돼지 스무 마리도 아니라 20여 명의 살아있는 사람이야. 그런데 이동혁에 의해 이렇게 쉽게 해결되었어.’‘하물며 정말 돼지 스무 마리가 좌충우돌한다 해도 이렇게 비참하게 패할 정도는 아닐 거야.’이 순간, 바보라도 알아야 한다. 이 젊은이는 정말 상대하기 어렵다는 걸.적어도 동혁이 감히 빅토리아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건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부하들에 의해 일어난 나연지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다시 금테 안경을 썼다. 이 장면을 보자 나연지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다.‘20여 명의 경비원은 저 젊은이의 옷자락조차도 건드리지 못했어.’나연지도 몸놀림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은 처음 봤다.“너, 너 도대체 누구야? 도대체 누가 너한테 빅토리아병원에 가서 소란을 피우라고 시켰어!”나연지는 무의식 중에 동혁에게서 좀 멀어졌다. 마음속으로는 두려운 게 분명했다.그러나 체면을 중시하는 심리가 작용해서, 여전히 자신의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동혁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나? 나는 권력도 세력도 없는 시민 아니야?”동혁은 담담하게 미소를 띠고 있지만, 말투는 오히려 조롱으로 가득 차 있다.“소란을 피우는 것에 대해서 네가 만약 고집스럽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소란을 피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하지만 아무도 나를 시키지 않았어. 단지 불만이 있을 뿐이야.”“너희 같은 이 쓰레기들이 한 짓에 대해서, 나는 양심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칼을 뽑을 거라고 생각하는데.”동혁의 불쾌한 눈빛이 빅
“나는 앞서 틀린 말을 하지 않았어. 게다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아.”“너희 병원은 의사로서의 덕망이 아예 없어. 저 소혜란뿐만 아니라 원장인 너부터 아래의 직원들까지 모두 다 말이야.”“모두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품위라고는 전혀 없는 쓰레기들이지!”“이런 병원은 내가 보기에도 존재할 필요가 없겠어...”동혁의 이 말이 끝나자 나연지의 얼굴빛이 흐려졌다.그 자리에 있던 모든 빅토리아병원의 의료진들이 곧바로 큰소리로 떠들어댔다!“이 자식, 네가 뭔데 우리를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어!”“원장님, 이 병원에서의 소동은 반드시 끝까지 추궁해야 합니다!”“특히 사람을 때리고도 큰소리를 치는 이 불량배는, 반드시 엄벌해서 일벌백계로 삼아야 합니다!”“저자가 무릎을 꿇고 손해를 배상하게 한 뒤에 다시 손발을 끊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어중이떠중이들도 우리 병원에 달려와서 소란을 피울 겁니다...”동혁이 삿대질을 하며 이렇게 욕을 하자, 사람들의 분노도 순식간에 불붙었다.동혁이 방금 경비원들을 걷어차서 쓰러뜨린 걸 알고 꺼리지 않았다면, 동혁을 산 채로 찢어 버리려고 바로 달려들었을 것이다!이때 나연지가 가볍게 손을 들자, 1초 전까지만 해도 큰소리로 떠들던 사람들이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나연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동혁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자식, 나는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하지만 네가 방금 한 말은 이미 내 마지노선을 심하게 넘었어.”“이제는 사과와 배상도 너를 구할 수 없어.”말을 마친 나연지가 그 경비원들에게 손짓했다.“모두 함께 덤벼. 다른 건 내가 더 말할 필요도 없어. 저자가 바로 너희들의 이번 달 보너스야!”동혁의 싸움 실력이 괜찮다는 걸 알지만, 나연지는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았다.‘병원 전체에 20여 명의 경비원이 있는데 고작 애송이 한 명을 잡을 수 없겠어?’나연지의 명령에 따라 경비원들이 모두 늑대처럼 둘러쌌다.이 장면을 본 경찰 가족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오일룡의 아내도 노
이 여자는 아주 예쁘게 생겼다. 다만 차가운 표정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은 다가서지 못하게 만드는 싸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이 여자가 다가오자, 끊임없이 떠들어대던 소혜란의 얼굴에도 두려운 기색이 드러났다.바로 빅토리아병원의 나연지 병원장이다.“원장님 오셨어요, 바로 이 자가 소란을 피웠어요!”곧바로 앞으로 마중나간 소혜란이 드레싱 룸 안의 동혁을 가리키면서, 원한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오자마자 소란을 피우고 저를 때린 건 고사하고, 환자를 데려가는 걸 막던 경비원들도 저자에게 맞았어요.”“더 괘씸한 건, 우리 빅토리아의 의사에게 의사로서의 덕망이 없다고 하면서, 우리 병원을 없애버리겠다고 큰소리쳤다는 거예요!”소혜란은 동혁의 면전에서 뻥튀기를 서슴지 않았다.분명히 동혁이 말한 건 소혜란 혼자인데, 오히려 소혜란은 병원의 모든 의사로 부풀린 것이다.어쨌든 동혁에 대해서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가진 소혜란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동혁을 죽이려고 했다.나연지는 눈빛은 땅바닥에 쓰러진 경비원들을 쓸어보았다. 마직막에 다시 동혁을 쳐다보는 눈빛은 더없이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나는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하지만 빅토리아병원이 설립된 이래로, 감히 여기서 행패를 부리고, 이곳을 허물겠다고 큰소리친 사람은 네가 처음이지.”“이 점만으로도 너는 용서할 가치가 없어!”이 여자는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듯이 동혁을 바라보았다. 말하는 말투조차도 마치 높은 권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듯했다.이 여자의 강한 기세에 경찰 가족들 모두 깜짝 놀랐다.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앞으로 나간 오일룡의 아내가 말했다.“나 원장님, 우리가 굳이 소란을 피우려는 게 아니라 당신네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정말 너무 심합니다!”“내 남편과 다른 부하 직원들이 중상을 입어서 이 병원에 와서 수속을 밟았고, 비용도 납부했습니다.”“그러나 족히 한 시간이 넘게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했어요.”“간호사는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의사는 치료도 안 하고 잠만 자는 게
“소 닥터님!”비명을 지르며 달려간 두 간호사가 잡동사니 더미에서 꺼냈을 때, 소혜란은 이미 완전히 처참한 모습이었다.안경은 벗겨진 채 얼굴에는 붉은 손자국이 나 있었다. 풀어헤쳐진 머리는 마치 처녀귀신 같은 모습이었다.두 간호사가 부축하자, 소혜란은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네가 감히 나를 때려!”소혜란의 말투는 의혹으로 가득 차 있었다.평소에 이 빅토리아 국제병원에 와서 치료받는 사람들은 모두 정재계의 고위인사들이나 유명인사들이다.그 사람들조차도 이 의료진들을 대할 때는 모두 예의 바르고 온화한 모습이었다.그래서 소혜란 등 병원 관계자들도 자연스럽게 잘난 척하는 잘못된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평소에 상대하는 사람들 모두가 부자거나 고귀한 상류층 인사들이기 때문이다.권력도 세력도 없는 평범한 시민들은 당연히 더 이상 안중에도 두지 않게 되었다.그래서 그들은 앞서 동혁 등을 대하는 태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어차피 빅토리아 국제병원에는 환자가 부족하지 않다. 자신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싶으면 그렇게 할 뿐이다.‘게다가 이 사람들은 그저 별 볼 일 없는 가난뱅이일 뿐이야.’‘설마 무슨 일이야 생기겠어?’그런데 뜻밖에도 동혁이 사람을 때린 것이다.“이 개자식, 너 알아? 감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에서 행패를 부린 자는 네가 처음이야!”“너 아주 용기가 있구나! 방금 네가 나를 때렸으니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뺨을 가린 소혜란이 이를 갈면서 소리를 질렀다.“경비원, 경비원은 어디에 있는 거야? 여기 병원에서 난동을 피우면서 사람을 사람을 때리는데도 빨리 오지 않고!”“이 양아치 새끼, 넌 뒈졌어! 감히 우리 병원에서 의사를 때려!”두 간호사도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감히 여기서 행패를 부린 사람은 아직까지 아무도 없었다. 이들이 보기에 동혁의 방금 행위는 죽음을 자초한 짓이나 마찬가지였다.“병원은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고 부상자를 치료하는 곳이야.
“당신들 의사가 밥을 먹든 똥을 싸든 상관없어. 즉시 전화를 해.”“1분 안에 나타나지 않으면, 내가 병원을 부숴버려도 탓하지 마!”두 간호사 모두 동혁의 차가운 눈빛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말도 하지 못했다.“흥, 정말 대단한 말투네. 우리 빅토리아 국제병원의 환자들은 모두 고위 관료들과 명문가 사람들, 부유한 사업가들이나 명사들이에요.”바로 이때 간호사 데스크 옆의 ‘의사 당직실'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문이 열렸다.안경을 쓰고 주근깨가 가득한 여자는, 게슴츠레한 눈을 깜빡이며 밖으로 나오면서 흰 가운을 걸쳤다.동혁이 이 여자의 명찰을 힐끗 보았는데, 그 위에는 소혜란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소혜란은 동혁의 두 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평범하게 입은 걸 보니, 틀림없이 높은 신분의 인물은 아닐 거야.’비웃는 듯이 바라보던 여의사가 하찮다는 식으로 말했다.“당신 같은 평범한 시민이 말끝마다 감히 우리 병원을 부숴버리겠다고 말하는 건가요?”이 여자의 비아냥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밥 먹으러 간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왜 사무실에서 퍼질러 자고 있었어요?”“중상을 입은 환자가 몇 명이나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이게 의사로서의 당신의 도덕 수준인가요?”경찰들의 가족들도 이 여자를 노려보았다.‘당직 의사가 당직실에서 잠이나 자면서, 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외면하다니!’‘이건 정말 너무해!’“밥을 먹고 나서 잠을 자서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지 않겠어요? 왜, 문제가 있어요?”소혜란은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이 도리어 코웃음을 쳤다.“그리고 내게 무슨 의사의 도덕을 이야기하지 말아.”“이 시골뜨기야, 우리 빅토리아 국제병원이 영리병원인 것도 몰라?”“우리 여기는 돈만 따질 뿐 의사의 도덕은 따지지 않아.”“돈을 많이 준다면, 나는 당연히 가장 먼저 치료할 거야.”“내가 하지 않으면, 그건 단지 당신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이지.”“당신들이 낸 돈이 부족해.”소혜란이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