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씨 가문에, 배신자가 있어?”“이, 이게 어떻게 가능해?”“배신자라니, 무슨 뜻이야?”진루안의 이 말은 일석이조의 파문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온 가문의 원로들과 2대 성원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뜬 채 불가사의하다는 표정으로 진루안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진루안이 이 말을 한 것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진씨 가문에 어떻게 배신자가 나타났을까?’‘그리고 진씨 가문과 전산종 사이의 갈등은 또 어떻게 진씨 가문의 반역자와 관계를 맺게 되는 걸까?’“루안아, 그 말은 함부로 해선 안 돼!”진봉한도 깜짝 놀라 얼른 진루안을 일깨웠다.‘진씨 가문에 배신자가 생겼는데, 이 말은 결코 함부로 한 말이 아니야. 만약 일단 혼란을 야기하게 되면 진루안도 평정할 수 없어.’진루안은 진봉한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이 일은 확실한 사실입니다.”“구체적인 상황은 진도구가 여러분에게 똑똑하게 말하도록 하겠습니다.”진루안은 진봉한 뒤에 서 있는 진도구를 한 번 보았다.고개를 끄덕인 진도구는 진봉한 뒤에서 앞으로 나와서 홀의 가장 중앙에 서서 모든 사람을 향해 인사를 한 뒤 바로 말했다.“소주께서는 내게 진씨 가문과 전산종의 모순에 대해서 조사하고,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지 알아내라고 하셨습니다.”“하지만 제가 기현에서 조사하는 과정에서, 3대 제자인 진황수가 고의로 전산종 종주 아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말을 했고, 기회를 틈타 살해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전산종 종주의 아들을 죽인 후, 진황수는 이미 벌이 두려워서 도주했습니다. 여러분은 진황수가 이미 진씨 가문에 없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습니까?”진도구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모든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 말을 들은 원로들의 안색은 모두 변했고, 많은 2세 성원들의 표정은 더욱 나빠졌다. 그들은 확실히 진황수가 그저께 마을을 떠난 뒤부터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마찬가지로 진황수가 진씨 가문을 떠난 당일, 그들 진씨 가문에 위기가 나타났다. 전산종의 강자
“그는 바로 내게 복수하기 위해서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에게 복수한 것입니다. 이 진황수의 마음속에는 이미 진씨 가문에 대한 감정은 없고, 단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움만 있을 뿐입니다.”진루안이 한마디씩 말을 이어갔지만, 이미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진씨 가문 사람들의 낯빛은 갈수록 더 어두워졌다.‘무엇을 위해서든 한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온 가문까지 연루시키는 것은 미친 짓이야.’‘조그마한 삼대의 자제가 어떻게 감히 이렇게 할 수 있었지?’“나쁜 놈, 진봉상의 가족은 역시 모두가 나쁜 놈들이야!”진봉모가 노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그는 이 말을 듣고 몹시 분노했다. ‘진루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진씨 가문 전체를 묶고 불로 태우려고 했으니 그야말로 사람이 아니야.’“이럴 줄 알았으면 그를 살려두지 말았어야 했어!”진봉철도 노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주먹을 쥐고 있었고, 화가 가볍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가문의 원로로서 지금 진씨 가문이 도대체 어떤 위기에 직면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위기는 뜻밖에도 일개 3대 제자가 초래한 거야. 그가 고의로 살인을 한 건 진씨 가문을 가장 위험한 지경으로 끌어들여서 전멸시키고,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위해 복수를 하려는 거야.’그의 할아버지와 그의 아버지는 모두 죽어도 다 속죄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진황수는 결국 이렇게 시비를 가리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이런 짓을 벌인 것이다.이 순간, 거의 모든 집 안의 진씨 가문 사람들은 진황수를 산 채로 찢어버리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했다.그러나 진황수는 이미 일찌감치 도망쳤다. 그는 전산종의 종주 아들을 죽인 뒤부터 이미 퇴로를 생각해 두었다.지금 진루안의 추측이 맞다면, 이미 용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도피해서 조용히 살려고 했을 것이다.‘전 세계의 그렇게 많은 나라들이 있는데, 진황수를 찾아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야. 마치 바다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것처럼 절대 찾을 수가 없어.’‘M국의 FUI 조
‘그러나 진씨 가문에서 사람을 죽였으니 이 명분은 이미 사용할 수가 없어.’‘진황수의 이렇게 모든 것을 계산한 것 분명해. 그 자가 이렇게 일을 저지른 뒤에 진씨 가문에서는 이런 멸망의 재난을 전혀 해결할 수가 없게 되었어.’‘진씨 가문을 기다리는 것은 바로 멸망이야.’진황수의 마음이 깊고 계략의 설계 수준이 높아서 진루안은 보기 드물게 부아가 치밀었다.‘비록 짧은 시간에 진황수를 찾지 못하더라도 절대 진황수가 법망을 벗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해.’이 일을 해결한 다음에는 임페리얼의 정보요원을 배치해서 진황수의 행방을 조사하고 그를 하루빨리 돌아오게 만들 것이다.“맞습니다, 이 일은 진씨 가문 잘못입니다.”“진씨 가문은 이치상으로는 약간의 우세도 차지할 수 없습니다.”고개를 끄덕이며 진봉한의 질문에 대답한 진루안은,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원로들과 한쪽에 서 있는 2대 성원들도 바라보았다.“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우리 진씨 가문이 정말 위험한 게 아니야?”2대 자제 중 누군가가 아주 나지막한 소리로 물었다. 그의 이런 말투에서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이미 힘이 쑥 빠졌다는 것이 느껴졌다.진루안은 마음속으로 묵묵히 생각했다.‘이 일은 확실히 가장 어려운 일이야. 진씨 가문은 실력이나 강자의 숫자에 있어서 모두 전산종과 비교할 수가 없어. 전혀 같은 급의 세력이 아니야.’‘이치대로라면 전산종은 아무렇게나 손을 써도 작은 산골 마을의 세력을 수습할 수 있어.’‘그러나 전산종은 지금까지 손을 대지 않았어. 그들이 유일하게 꺼리는 것은 바로 진씨 가문의 이 대의명분이야.’‘어쨌든 예전의 진씨 가문은 고대무술계와 강호의 세력을 통솔하는 고대무술계 3대 가문 중 하나로 존귀한 존재였어.’‘이런 진씨 가문의 명목상 지위가 진씨 가문에 현재의 평온도 가져다주었어.’‘다만 평온한 가운데 얼마나 공포스러운 에너지가 숨어있는지는 진씨 가문의 자제들이 거의 모두가 감응할 수 있어.’“소주께서 틀림없이 이미 생각해 두신 바
“이어서 원로님들께서는 각자 훌륭한 자제들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10명을 선발해서 전산종으로 가겠습니다.”“저의 모든 능력을 다해서 진씨 가문을 지킬 것입니다.”진루안은 이 원로들을 향해서 확고하게 약속했다.지금에 이르러서 다시 처벌을 논하는 것은 이미 의의가 없다. 진씨 가문 안에서 일치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다.진씨 가문이 하나로 뭉치고 생각이 통일된 후에야 비로소 활로와 삶의 희망이 있을 수 있다.진루안의 보증 역시 사람들의 불안한 생각을 안정시키고 달램으로써,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가늠할 수 없는 일을 저질러서 가문에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진루안이 이 말을 한 후, 모든 원로들은 크게 기뻐하는 표정이었고, 원래 화를 내거나 초조해하던 감정도 모두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만약 누군가가 감히 이렇게 말한다면 그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그 사람이 진루안이라면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그들은 진루안을 두려워하고 마음속으로는 원망하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진루안에게 탄복하고 승복한다.때로는 한 사람의 능력이 얼마나 큰지를 자신도 다른 사람보다 잘 알지 못할 때가 있다.진씨 가문의 이 원로들에게 있어서, 이미 진봉교에 대한 믿음보다 진루안에 대한 믿음이 점점 더 많게 되었다.“알겠어!” 대원로인 진룡강이 일어서서 진루안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홀에서 나갔다.대원로가 태도를 표명핮자, 버틸 이유가 없는 다른 원로들도 모두 일어서서 자신들의 자손들을 소집했다. 우수한 자손이라면 모두 진루안에게 선발되어 전산종으로 갈 기회가 있다.이것은 단지 모험의 여정일 뿐만 아니라, 이 기회를 빌어서 진루안이 청년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이 원로들은 모두 능구렁이들인데, 어떻게 그 속의 깊은 뜻을 모를 수 있겠는가?이번에 만약 어떤 젊은 자제가 진루안의 인정을 받는다면, 진루안의 새로운 조력자가 되고 미래에도 반드시 진씨 가문의 중견 역량이 될 수 있을 것이다.각각의
진봉한의 손자!‘각자의 집안에서 아무리 우수한 자제라도 누가 진루안을 뛰어넘을 수 있겠어?’진봉한은 오만한 얼굴로 씩 웃었다. 지금 그는 등도 굽지 않았고 피곤한 기색도 사라져서, 이전의 그 원기왕성했던 모습을 다시 회복했다.“루안아, 너의 이 수법은 정말 뛰어나구나.” 진봉한은 진루안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진루안의 인심을 장악하는 능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로 너무나 대단해.’‘단지 후배를 발굴하는 것만으로 이 원로들의 과거의 원한을 풀게 만들었고, 게다가 감히 권력 다툼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도록 입을 다물게 만들었어, 어떤 가주의 자리도 모두 그들과 무관해.’‘그들은 이제 한마음으로 각자 자신들의 후손을 위해 노력하는 조상들일 뿐이야.’‘진루안은 단지 작은 계략을 써서 진씨 가문 안의 갈등을 은연중에 녹여버렸어.’이런 수단은 그의 둘째 형 진봉교보다 얼마나 고명한지 모른다.진작에 알았더라면, 그는 더 일찍 이렇게 해서 진루안이 진상을 알고 가주가 되겠다고 약속하게 해야 했다. 그랬다면 진씨 가문이 이렇게 오랫동안 혼란스럽지 않았을 것이다.그의 둘째 형 진봉교는 가문을 위해 복수하려는 마음만 있지 그에 상응하는 능력이 없다.‘손자 루안은 큰형 진봉산을 더욱 닮았어. 능력과 실력도 있고, 또한 총명하고 자신만의 일하는 방식과 방법도 있는 것이 흡사 큰형 진봉산의 모습과 같아.’‘예전에 진봉산은 동년배 젊은이들이 뒤따르는 영웅적인 인물이었어.’‘그런 독특한 인격적인 매력과 아우라는, 용국을 세운 그 대원수들조차도 감출 수 없었지.’‘지금 진씨 가문에서는 진루안만이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어. 비록 아직은 어리지만 이미 웅대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어. 진루안이 있는 진씨 가문은 미래도 반드시 기대할 수 있어.’“작은할아버지,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세요!” 진루안은 진봉한이 분명히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수염을 늘어뜨린 진봉한이 미소를 띤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루안아, 내가 하려는 말
“그래서 전산종의 종주는 아들을 잃은 아픔이 있더라도 너의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해.”진봉한은 고대무술계의 작은 비밀을 빠짐없이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 이 역시 진루안이 알고 있어야 했다.진루안은 문득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원래 이렇게 된 일이었어. 그렇다면 내가 이번에 사람들을 데리고 전산종에 가는 스트레스도 좀 줄어들 수 있어. 할아버지의 생사를 알 수 없어서 급박한 상태에 빠지게 되고, 상대방이 조급한 마음을 이용해서 결국 위험에 빠지게 될 필요가 없어.’“소주, 각각의 집안에서 선발한 젊은 자제들이 이미 정원에 집결했습니다.”이때 문밖에서 들어온 진도구가 신이 나서 진루안에게 한마디 하며 문밖을 가리켰다.홀에서 나온 진루안은 문 앞에 서서, 각자의 집안에서 선발된 가장 우수한 백 명의 3대, 4대 자제들을 지켜보았다.3대 자제들은 모두 진루안과 같은 항렬이고, 4대 자제들은 진도구처럼 조카뻘이 된다.“진... 진루안, 진씨 가문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양성한 우수한 젊은 자제들이 모두 여기에 모였어.”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대원로 진룡강이 지팡이를 짚고서, 뒤에 있는 이 백 명의 자제들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진씨 가문의 자제들은 아주 소박한 차림이었고 심지어 꿰맨 낡은 옷도 많았다. 겉으로 보기에도 바로 소박해 보이는 시골 사람들이다.확실히 진씨 가문이 이곳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살았기에, 설사 더욱 깊은 신분을 숨기고 있다 하더라도 일찌감치 시골 사람들이 되었다. 자제들은 몹시 여위고 허약했다. 이는 진씨 가문안의 재정이 시종 긴축 상황인 것과 관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말해서 3원로인 진봉상의 가족들은 이미 부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원로들의 후손들은 간신히 배를 채울 수 있을 정도였다.진루안은 지금 마음이 좀 괴로웠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도대체 어떻게 이겨냈는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이렇게 큰 가문을 지탱하려면 아마도 마음이 고단하겠지? 노심초사하면서 반드시 할아버지가 심혈을 기울였을 거야.’‘나
‘이 길은 오직 하나밖에 없어. 그것은 바로... 장사야!’‘진씨 가문은 가장 돈이 많은 호족이 될 수 있어, 내가 조정에서 도와주고 게다가 건성에서 합작한 많은 그룹들의 도움이 있으면, 반드시 하늘을 찌를 듯한 호족이 될 수 있어.’‘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살고 싶고, 소위 상류사회의 손님이 되고 싶다면, 오직 세 가지 길만 있어. 권력으로 가거나 돈으로 가거나 지하로 가는 거야.’‘권력으로 가는 건 당연히 더 말할 필요가 없어. 하씨 가문과 강씨 가문 모두 그렇게 했고 발전하는 시간도 빨랐기에 지금은 이미 발걸음이 안정되었어.’‘돈으로 가는 것이 지금 진씨 가문에게는 가장 적합한 길이지만, 가장 큰 폐단은 마치 늑대가 양을 노리는 것처럼 쉽게 착취당하고 눈독을 들이는 거야. 그래서 내 존재가 아주 중요해.’‘내가 옆에서 그 탐욕스러운 권문 가문들에게 그들이 감히 진씨 가문을 빼앗으려면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놀라게 만들어야 해!’‘마지막으로 지하로 내려가면 바로 강호의 고대무술 세력이야. 이런 영향력은 모두 사회의 밑바닥에 깔려 있어서 상층부에는 닿지 않지만 상층부에 의해서 쉽게 소멸돼.’‘그래서 이런 식으로 따져 보면, 진씨 가문은 장사의 이 길을 가야 해. 겸사겸사 진씨 가문 자제들의 생활 수준을 개선해서, 그들이 가능한 한 빨리 돌아와서 가문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중요한 길이야.’“너희들은 모두 나를 알고 있을 거야. 나는 진루안이라고 해. ‘황’자 항렬이니 너희들 다수와 같은 항렬이지.”“내가 이번에 진씨 가문에 돌아온 것은 세 가지 일 때문이야. 첫째는 우리 할아버지를 구하는 것이고, 둘째는 내가 진씨 가문을 접수한다고 선포하는 것이고, 셋째는 반역자 진황수 때문이야.”“이어서 나는 10명의 가장 우수한 자제들을 선발해서 나와 함께 전산종에 가서 우리 할아버지, 즉 너희들의 가주를 구할 거야.”진루안은 뒷짐을 진 채 눈빛으로 정원에 있는 이 백 명의 진씨 가문 자제들을 쓸어보았다. 확실히 정신력도 아주 좋아
“제가 하겠습니다!”진루안의 얼굴에 미소가 드러났다. 정면으로 다가오는 이 체격이 우람한 사내를 보니, 3대 자제에 여전히 진씨 가문에서는 젊은 범주에 속하는 30대의 모습이었다.“소주님, 저는 진황도라고 합니다. 다섯째 원로이신 진봉천 할아버지의 장손자입니다. 저는 소주님과 함께 가주를 구하러 가고 싶습니다!”진황도의 눈에는 확고하고 결연한 빛이 어려 있었고,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진루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곧 여윈 체격의 진봉철을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다섯째 어르신, 좋은 손자를 두셨습니다!”“소주께서 잘못 칭찬하셨어요. 이 아이는 말이 너무 직설적이라서 소주께서 나무라시기 바랍니다.”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웃은 진봉철은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진황도에게 외쳤다.“소주 앞에서 무례해서는 안 된다!”주위의 원로들도 모두 부러운 기색을 띠고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진봉철이 왜 진황도에게 호통을 치는지 모르겠는가? 이것은 칭찬이 분명했다. 진황도가 진루안을 대하는 이 용감함을 칭찬하는 것이다.진황도가 나선 것을 본 다른 자제들도 모두 뒤떨어지지 않고 분분히 손을 들고 대답했다. “소주님, 저 진황종은 당신을 따라 가주님을 구하러 가고 싶습니다!”“저 진황록은 당신을 따라 가주님을 구하러 가기를 원합니다!”“저 진도명도 당신을 따라 가주님을 구하러 가기를 원합니다!”...그 다음 한동안 무려 7,80명의 젊은 자제들이 손을 들었고, 대부분 3대, 4대 자제들이었다.이 사람들이 하나같이 용감하게 나서는 것을 보면서, 진루안은 그래도 썩 만족했다. 이들의 실력이 어떻든 적어도 전산종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야. 만약 싸우지 않고 먼저 겁부터 먹었다면, 나를 따라 간다 해도 정원을 낭비하는 거야.’원로들도 모두 미소를 드러내면서 이 자제들의 흥분은 더욱 커졌다.진황도는 오히려 매우 침착하게 맨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가장 먼저 나섰기에 어떤 상황이든 이미 이긴 것이다.“진황도?”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