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앞에는 높이가 2미터에 달하는 묘비가 있었다. 묘비에는 두 줄의 글자와 오래된 흑백 사진 한 장이 새겨져 있었다.“여기는?” 진루안은 왠지 모르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이 무덤에 묻힌 사람이 자신과 깊은 관계가 있을 거라고 느꼈다.천천히 몸을 돌린 진봉한은 눈이 쓸쓸하고 침울하게 바라보면서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토해냈다.“네 어머니!”진루안의 안색이 싹 하얗게 질리면서, 머리속은 띵하면서 텅 비었다.진루안의 상태에 놀란 서경아가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진봉한에게 손목을 잡혔다.“얘야, 갈 필요 없어.”“진씨 가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저 녀석 스스로 잘 생각하게 해야 해.”“너는 나하고 저쪽으로 가자. 저쪽에는 진씨 집안의 복수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진씨 가문 사람들이 수십 명 더 있지. 우리가 그들을 위해 제사를 지낸단다.”진봉한은 동쪽의 산기슭을 가리켰다. 그쪽에는 수십 기의 무덤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무덤의 수는 많아도 여전히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서경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루안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진봉한을 부축하며 걸어갔다.진루안은 자신이 이곳에 얼마나 서 있었는지도 몰랐고, 머릿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더더욱 몰랐다. 단지 이렇게 무덤 앞에 선 채 억지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억지로 눈물을 참았지만 눈이 아프고 견디기 힘들어지면서 결국 눈물을 흘렸다.이렇게 한 번 눈물이 흐르자 곧 전혀 막을 수가 없었다.“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 가능해?”“할아버지는 부모님이 모두 밖에서 원수를 찾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진루안은 얼굴은 극도로 창백하고 사지도 떨리고 있지만, 한 걸음씩 아주 서툴게 무덤을 향해 걸어갔다.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이렇게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얼마나 많은 힘을 썼는지 마침내 무덤 앞에 온 진루안은 자기 키보다 반 미터도 높지 않은 묘비를 바라보았다. 묘비 위의 그 회백색 사진이 진루안의 감
“할아버지, 루안 씨는 괜찮을까요?” 서경아는 멀리서 들려오는 가슴을 찢는 듯한 고함과 울음 소리에, 온통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진봉한에게 물었다.진봉한의 눈에도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곧 웃으며 말했다.“걱정 말아. 어린애도 아니니 감당할 능력이 있을 게다.”“만약 저 녀석의 할아버지가 줄곧 속일 생각이 아니었다면, 쟤가 처음 진씨 가문에 왔을 때 말했어야 했어.”“루안이 어머니는 하약란이라고 하는데, 하씨 가문 가주의 장녀였어. 그 아이는 진씨 가문의 복수뿐만 아니라 하씨 가문의 복수도 하려고 했어. 그러나 29살 되던 해에 그 신비한 세력의 10대 강자들에게 포위되어 감옥에 갇힌 몸이 되었어. 마지막에 내가 도착했지만 이미 구하지 못했어.”“약란 그 아이가 죽기 전에 한 마지막 말은 아들 루안이에게 떳떳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어.”진봉한은 당시의 일을 회상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20년이 지났어.’‘그때는 루안이가 5살밖에 안 됐겠지?’‘5살 때 친어머니가 돌아가셨어 비록 루안 씨가 지금까지 친어머니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이는 루안 씨에게는 여전히 정말 잔인한 일이야.’서경아의 마음도 극히 괴로웠다. 그는 일종의 동병상련감을 느꼈다. 그녀의 어머니도 죽기 전에 안타까워했고, 나중에는 할아버지가 그녀를 양육하게 했다.서경아와 진루안 모두 천애고아로 아마 이것도 인연일 것이다. 그들이 함께 걸어가게 하기 위해서, 좀 더 드라마틱하게 진루안이 그녀의 약혼자가 되고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게 한 것일지도 몰랐다.“가자, 저 녀석을 보러 가자.” 진봉한은 몸을 돌려 진루안 쪽으로 걸어갔다.서경아가 급히 따라가면서 진봉한의 팔을 부축했다.하약란의 무덤 앞에 온 두 사람은, 묘비 앞에 앉은 진루안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비통한 눈길로 묵묵히 그 흑백 사진을 끊임없이 쓰다듬는 모습을 보았다. 진봉한과 서경아는 모두 말없이 묵묵히 진루안의 뒤에 서 있었다.한참 뒤 깊은 숨을 내쉬며 천천히 일어난 진
이 원한을 진루안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또한 진씨 가문에 대해서도 그는 더 이상 항거하지 않았다.할아버지가 쉬시면서 노년을 편안하게 보내게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이번에 진루안은 그가 져야 할 책임을 더 이상 피하지 않을 것이다.진씨 가문의 가주 자리도 마땅히 그가 짊어져야 한다.이 역시 바로 진봉한이 진루안을 이곳에 오게 한 목적이 아닌가? 하약란의 죽음을 통해 마음속의 죄책감과 진씨 가문에 대한 그 정체성을 일깨운 것이다.‘지금 할아버지는 목적을 달성했고, 나도 자연히 더 이상 도피하지 않고 어려움을 맞이하는 것을 선택했어.’“루안 씨, 내가 아까 한 말에 화내면 안 돼요, 나를 원망하는 건 더더욱 안 돼요.”걸어가면서 서경아는 고개를 들어 진루안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보였다.서경아도 방금 감정이 과격해져서 진루안을 한바탕 비판하면서 무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했다.이때서야 진루안의 신분을 생각했다.“하하, 경아 씨, 당신이 그럴수록 나는 더욱 기뻐요. 왜냐하면 그건 당신이 나를 소위 용국의 새로운 전신이나 직책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를 한 가족으로 여기고 있다는 걸 말해주기 때문이지요.”“이 순간, 나와 당신은 비로소 정말로 조금도 응어리와 거리감이 없게 되었어요.”“나는 당신이 앞으로도 이렇게 따끔하게 충고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서경아를 꼭 안고 있는 진루안의 눈에는 기쁨과 사랑이 가득했다.서경아는 처음에는 멍해졌다가 문득 깨달았다. 확실히 이렇게 함으로써, 진루안을 용국 조정의 큰 인물이 아니라 진정으로 한 가족으로 여길 수 있게 된 것이다.‘거리감이 없어지고 손님처럼 대하는 느낌이 없어져야, 진정으로 애초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고, 이 감정도 정말로 질적으로 변화하게 돼.’“흥, 내가 나중에 무지막지한 여자가 되는 게 두렵지 않아요?” 코를 치켜세운 서경아가 다소 화가 난 듯이 물었다.“당신이 무지막지한 여자가 되고 싶다면, 전제는 먼저 부인이 되어야 하는 게 맞겠지요?”음흉한 웃음
그리고 그 이 원로의 신분은 또한 죽은 진봉상을 대신했다.진봉상 부자 두 사람이 모두 진루안에 의해 살해되자,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그 후 일곱 번째 원로로 진태옥이 올라왔는데, 그의 항렬은 아직 원로가 되기에는 부족했다.그러나 원로 7명은 조상들의 규칙이라서 한 사람도 적으면 안 되기 때문에, 진태옥을 발탁할 수밖에 없었다.진루안이 조사당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할 건지는 대충 알았지만, 진태옥과 다른 원로들은 모두 막을 수 있는 어떤 실력과 자격도 갖추지 못했다.사실대로 말하자면, 그 원로들은 확실히 권력을 다투려는 마음이 있었지만, 진루안이 돌아오자 이 모든 것은 사라졌다.진루안의 높은 수련의 경지나 조정에서의 높은 지위, 혹은 정당한 계승자인 소주의 신분을 막론하고 진루안을 앞설 수 있는 사람은 없다요컨대 일단 진루안이 스스로 납득하고 진씨 가문을 접수하려고 하면, 그들 원로들은 막을 수도 없고 물론 감히 막지도 못한다.조사당 안에서 진루안은 어두컴컴한 조상들의 위패를 바라보았다. 수백 명의 크고 작은 위패가 놓여 있었다. 맨 위의 가장 큰 위패가 바로 진씨 가문의 시조인 진수통이다.‘진수통은 이씨 왕조때 사람으로, 30세에 진교를 창립하고 단혼9중의 경지에 올랐어. 수명은 300세였어.’‘진교는 이씨 왕조를 호위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백여 년을 힘써 행했다.’‘진회신은 이씨 왕조 때 사람으로 진교 교주의 자리를 이어받아 단혼8중 경지까지 수련하였고, 수명은 350세였다.’진번봉...진증고...진무성...진루안은 자세하게 위패들을 살펴보았다. 이씨 왕조의 진교가 주씨 왕조 말기에 와서는 진씨 가문으로 바뀌게 되는데, 진씨 가문의 시조 진정양이 개혁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또한 진씨 가문의 시조 진정양으로부터 진씨 가문의 가보가 세상에 나왔다.정안국정, 용봉태황, 도수성연의 여러 돌림자를 사용하고 있다.지금까지 살아 있는 사람들이 바로 대원로인 진룡강과 2 원로인 진룡수다.그 다음이 할아버지 진봉교와
“셋째 어르신, 소주는 어디 계십니까?”먼지투성이가 되어 정원으로 들어온 진도구는 굳은 표정으로 진봉한에게 물었다.진봉한은 진도구가 이런 표정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도구야, 왜 그래? 무슨 일이 생겨서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셋째 어르신, 소주께서 저에게 전산종과 우리 진씨 가문의 갈등에 관한 원인을 조사하라고 하셨습니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지 지금 제가 알아냈기에 소주께 말씀드리려고 특별히 돌아온 겁니다.”진도구는 작은 목소리로 진봉한에게 대답했다.진봉한은 진도구의 이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고 곧 표정이 굳어졌다.“이 일에 또 무슨 곡절이 있는 거야?”“셋째 어르신, 그건...”“도구야, 돌아왔어?”진도구가 계속 진봉한에게 대답하려고 하는데, 진루안이 이미 조사당에서 걸어 나왔다.“소주!”진루안의 모습을 본 진도구는 즉시 진루안에게 다가가서, 아주 굳은 표정을 한 채 귓가에 대고 말했다.이 말을 들은 진루안의 표정이 자기도 모르게 음침함을 드러냈고, 눈살을 찌푸리며 진도구를 바라보았다.“이 일이 사실이야?”“다방면으로 확인했는데, 분명히 사실입니다.”진도구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진루안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마지막에는 눈빛에 분노를 감춘 채 홀을 향해 걸어갔다.“모든 원로들과 진씨 가문의 2세들을 소집해서 회의를 열겠습니다!”누가 이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진봉한은 아주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바로 직접 이 일을 처리하고, 모든 원로와 2대의 중요한 성원들을 회의에 오도록 소집했다.만약 이전에 회의를 열었다면, 이 사람들은 결코 적극성이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진루안이 직접 나타난 데다가 또한 진루안이 그들을 소집해서 회의를 열려고 했다. 이는 원로든 2대 구성원이든 모든 진씨 집안 사람들이 감히 소홀히 할 수 없었다.지난번에 분노한 진루안이 3원로인 진봉상 일가를 살해한 일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아무도 이 도련님에게 미움을 사려 하지 않았다.“소 사장님, 소주 이
서경아는 결코 참가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진씨 가문 사람이라고 할 수 없어. 설령 결혼한 후에도 진씨 가문 일에는 끼어들지 않을 거야.’삼삼오오 짝을 지어 온 진씨 가문 2대 구성원들을 바라보니 하나같이 4,50대였다. 막내도 거의 40세가 되었는데, 그들의 표정은 약간 긴장되어 있었다.진루안은 그 사람들에게 회의에 오라고 했으니, 그들은 감히 지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진루안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씨 가문에 돌아온 후에 또 진씨 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말 알고 싶었다.지금 이 사람들은 모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원로들은 모두 큰 집에서 살고 있는데, 이미 다른 길을 통해서 홀 입구까지 왔다.진루안은 홀의 가장 안쪽에 서 있는데, 뒤에는 가주인 할아버지의 의자가 있다.몇몇 원로들은 문 입구에 서서 서로 눈을 마주쳤고, 모두 묵묵히 들어와서 이렇게 진루안을 따라서 섰다.그들이 감히 앉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앉을 수 없는 것이다. 아무도 진루안이 와서 무슨 일을 해야 몰랐다.지금의 진씨 가문은 이미 폭풍이 몰아치는 한 가운데 처해 있었다. 밖에는 강적 전산종이 있고, 안에는 진씨 가문의 권력 다툼이 있고 가주 진봉교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이런 진씨 가문은 조금의 충격도 견디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지리멸렬할 수 있다.현재 진씨 가문의 비주류 자제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딴 생각을 품고 있었다. 심지어 절망한 많은 자제들은 차라리 농사를 짓는 한이 있어도 복수와 같은 허무맹랑한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지금의 진씨 가문은 이미 탄환도 식량도 다 떨어진 지경에 이르렀다.셋째 원로였던 진봉상이 죽은 후, 진태옥이 새로운 셋째 원로가 되었다. 뒤에서 앞으로 점차 이동한 것이 아니라서, 진봉한은 여전히 7번째 원로였다.그러나 진태옥이라는 이 어린 세대인 셋째 원로는 거의 장식품일 뿐이어서, 그는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지 않았다.다만 이 순간 진태옥은 결국 참
즉시 몇몇 원로들과 2대 자제들은 모두 정신을 집중해서 진루안을 바라보았고, 모두 진루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첫 번째 일은 제 할아버지 진봉교를 구하는 일입니다. 할아버지는 가주이자 진씨 가문의 얼굴입니다. 이 일은 진씨 가문 내부에서 하나로 굳게 뭉쳐야 합니다. 누가 우리 할아버지를 구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으면, 나서기 바랍니다!”진루안이 직접 목적을 말하면서 조금의 쓸데없는 말도 없이 이 말을 마치고는, 맞은편에 있는 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이전에 진씨 가문은 내부에서 권력을 다투고 서로 이익을 빼앗는 상황이 특히 심각했다. 가장 큰 표현은 바로 내부에서 진봉교를 구하는 걸 포기하고 따로 새로운 가주를 세우자는 목소리였다.이런 목소리는 강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진루안이 이렇게 묻자, 바로 이런 마음을 가졌던 사람들을 거의 반 죽을 정도로 놀라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감히 인정할 수 있겠는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본 진루안이 냉소하며 말했다. “만약 이번에 반대하지 않았는데, 그 후에 누가 감히 뒤에서 얄팍한 수를 쓴다면, 내가 바로 진봉상을 만나게 하더라도 내 탓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살기등등한 말 한마디에 모든 사람들은 목덜미가 서늘해질 정도로 놀랐다. 진봉상을 만난다는 건 죽는다는 뜻이 아닌가?원래 이런 생각을 하던 사람들은 진루안이 이 말을 하자 바로 모든 것을 단념하였다.진루안이 여기 있는데 누가 감히 이런 말을 하겠는가?“좋아요, 우리 할아버지를 구하는 일은 내부적으로 통과되었습니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은 진루안은 불필요하게 원로들의 토론을 할 필요 없이 이렇게 극도로 강경하게 바로 의제 통과를 선포했다. 몇몇 원로들의 표정은 좀 좋지 않았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모두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결국 이 의제는 심하지 않은 것이다.“두 번째 일은 내가 할아버지의 가주 자리를 이어받아 진씨 가문의 가주가
“진씨 가문에, 배신자가 있어?”“이, 이게 어떻게 가능해?”“배신자라니, 무슨 뜻이야?”진루안의 이 말은 일석이조의 파문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온 가문의 원로들과 2대 성원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뜬 채 불가사의하다는 표정으로 진루안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진루안이 이 말을 한 것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진씨 가문에 어떻게 배신자가 나타났을까?’‘그리고 진씨 가문과 전산종 사이의 갈등은 또 어떻게 진씨 가문의 반역자와 관계를 맺게 되는 걸까?’“루안아, 그 말은 함부로 해선 안 돼!”진봉한도 깜짝 놀라 얼른 진루안을 일깨웠다.‘진씨 가문에 배신자가 생겼는데, 이 말은 결코 함부로 한 말이 아니야. 만약 일단 혼란을 야기하게 되면 진루안도 평정할 수 없어.’진루안은 진봉한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이 일은 확실한 사실입니다.”“구체적인 상황은 진도구가 여러분에게 똑똑하게 말하도록 하겠습니다.”진루안은 진봉한 뒤에 서 있는 진도구를 한 번 보았다.고개를 끄덕인 진도구는 진봉한 뒤에서 앞으로 나와서 홀의 가장 중앙에 서서 모든 사람을 향해 인사를 한 뒤 바로 말했다.“소주께서는 내게 진씨 가문과 전산종의 모순에 대해서 조사하고,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지 알아내라고 하셨습니다.”“하지만 제가 기현에서 조사하는 과정에서, 3대 제자인 진황수가 고의로 전산종 종주 아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말을 했고, 기회를 틈타 살해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전산종 종주의 아들을 죽인 후, 진황수는 이미 벌이 두려워서 도주했습니다. 여러분은 진황수가 이미 진씨 가문에 없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습니까?”진도구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모든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 말을 들은 원로들의 안색은 모두 변했고, 많은 2세 성원들의 표정은 더욱 나빠졌다. 그들은 확실히 진황수가 그저께 마을을 떠난 뒤부터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마찬가지로 진황수가 진씨 가문을 떠난 당일, 그들 진씨 가문에 위기가 나타났다. 전산종의 강자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