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27화

작가: 우정연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2-29 21:59:25
”엄마, 고마워.”

이 상황을 본 종업원도 웃으며 바로 물었다.

“혹시 따님 신발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250”

그녀의 대답을 들은 관객들은 웃음이 터져버렸다.

1s11쇼에서 디자이너 11이 디자인한 한 쌍뿐인 한정판 신발이 자기 자신을 위해 설계한 것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발 사이즈가 235인 11이 디자인한 신발을 사이즈가 250인 사람이 신는다고? 불가능한 일이다.

이 모녀는 어디서부터 온 졸부인지 고가를 들여 1S11쇼 티켓을 구해 비집고 들어와 그나마 상류층에 비집고 들어가려는 예정인듯하다.

종업원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 신발은 235사이즈 밖에 없습니다. 저희 쇼의 주최자이자 이 신발의 디자이너분이 자신의 사이즈에 맞춰서 디자인한 제품이라서 한정판제품은 모두 235 사이즈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뭐? 250이 없다고? 쇼가 왜 이 모양이야? 왜 우리 딸 사이즈가 없어?”

“죄송합니다.”

종업원은 비록 예의 바른 미소를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미 욕을 퍼붓고 있는 것이 뻔하다.

연아는 한편에 서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다. 그들이 몇억 원을 주고 자기한테 맞지도 않는 신발을 사 갈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곧이어 그녀는 그 여인 앞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는 결혼이 신발을 고르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한테 맞는지 맞지 않는지는 당사자만이 알겠죠. 맞지 않는 결혼은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맞지 않는 신발은… 사 봤자 쓸모가 없잖아요?”

조연아의 말에 화가 난 여자는 딸의 팔을 끌고 다른 한쪽으로 걸어갔다.

“다른 거 보러가자 주은아! 이 매장에 우리가 살 수 없는 물건이 어디있다고?”

“엄마… 난 이거 예쁜데…”

주은의 눈길은 계속 신발에 머문 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신지도 못하는 걸 왜 사? 보고만 있게?”

여인은 딸을 억지로 끌고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이 떠난 뒤 주변에는 다시 폭소가 터져버렸다. 올해 1s11쇼가 이렇게 재미있을 거라는 걸 생각도 못 했었다.

곧이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28화

    “다른 남자가 신발 바꿔주는 걸 지켜만 보라고?”조연아는 어쩔 줄 몰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주위의 시선이 느껴져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발가락을 움츠렸다.민지훈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긴장돼?”“…”보는 눈이 많지만 않았더라면 한 발 찼을 것이다.신발을 다 신은 후 민지훈은 눈웃음을 지으며 조연아를 바라보았다. 민지훈의 눈빛은 조연아를 볼 때만 달랐다. 온통 사랑으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연아가 신을 신고 일어난 순간, 주위에는 박수갈채가 터졌다.하늘색 드레스에 이 한정판 하이힐은 오늘 1s11주제와 찰떡이었다. 은하수를 넘어 너한테 닿기를.지금 둘이 포옹만 하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하지만 연아는 일부러 한 발짝 물러서 민지훈과 거리를 유지했다.옆에서 지켜보던 관객들은 그녀의 이런 행동에 모두 놀랐다.민지훈이 거절한 것이 아니라 조연아가 거절한 것이었다고…민 도련님이 거절도 당하다니?하지만 그는 화를 내지도 않고 도리어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는 말했다.“연아는 언제나 저의 왕비입니다.”순간, 현장의 모든 불빛이 그들 몸에 집중이 되어 주위의 다른 물체는 모두 무색해졌다.민지훈의 뜨거운 눈빛에 조연아는 긴장된 나머지 치맛자락만 꽉 잡고 있었다.예전엔 그녀는 민지훈이 자기를 지켜주리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녀가 겪고 있는 이 모든 것이 민지훈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었다.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만 바보처럼 제자리에서 그가 손을 뻗어 지켜주기만을 기다린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조연아가 고개만 끄덕이면 무엇이라도 다 퍼부어 줄수가 있는데 그녀는 이미 민지훈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았다.사랑은 타이밍이다.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물건이 지금 보면 얼마나 소중한 건지.연아는 덤덤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돌려 민지훈을 뒤로 둔 채 문밖으로 걸어갔다.이 행동에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이건, 민지훈을 거절한 건가?연아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그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29화

    “지금 이러면 내가 감동이라도 할 줄 알아?”연아는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언론을 공제하고 실검에서 내려주는 것이 진짜 내가 원하고 있는것이라고 생각한 거야? 스타 엔터의 주식은 대거 사들이면 내가 고마워해야 해? 오늘 나타난 그 여자, 내가 진짜 누구인지 모를 것 같아? 왜 여기 나타났고, 왜 나한테만 이런건 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다 너 때문이잖아, 민지훈!”“네가 나타난 탓에 내 생활이 엉망진창이 된 거야! 그래서 네가 한 이 모든 것, 감동은커녕 네가 역겹기만 하거든.”연아의 말은 비수처럼 그의 맘에 꽂혔다.“네가 나서서 공식 대응해 줄 필요도 없어. 난 여론이 무섭지도 않고 신경이 쓰이지도 않아. 남의 구설에 오른게 한두 번인 줄 알아? 이 모든 것도 다 네 덕이지. 민지훈 도련님.”예전에는 그녀한테 상처만 주더니, 지금은 그 전의 행동들에 속죄라도 하는 듯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그러니까, 네가 원하는 대로 나한테 잘해주지 마. 난 그게 부담스러우니까. 난, 네가 알고 있던 그 조연아가 아니야. 네가 지켜줄 필요도 없고, 네 사랑은 더욱더 필요 없어!”지금은 나 자신으로도 날 잘 지킬 수 있으니까.연아는 말을 다 끝내고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한 발짝 걸을 때마다 무릎은 뼈저리게 아파졌다.민지훈은 아무 말 없이 그런 조연아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연아는 진짜 이젠 내가 필요 없어진 것이다.진짜, 늦은 건가?민지훈의 눈시울은 붉어졌다.…조연아도 자신이 어떻게 그 긴 계단으로 내려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숨도 쉬기 어려울 만큼 온몸이 아파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심호흡하고는 주차장에 들어가 이준국의 차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갔다.차에 들어가자마자 참지 못하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그녀의 모습을 본 이준국은 우왕좌왕하며 물었다.“왜, 왜, 무슨 일인데.”연아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그저 대답만 했다.“운전해.”이준국은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운전하기 시작했다.오는 내내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30화

    연아는 그저 그런 그녀를 아무 말 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화장실 좀.”울음기가 섞인 조연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을 억지로 참고 있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그래그래.”하율은 바로 수긍하였다.조연아가 화장실을 향해 가는 뒷모습을 보고 이준국과 하율은 대체 그녀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거야?”하율은 팔꿈치로 이준국을 툭툭 치고는 물었다.“나도 모르지. 나도 쟤 우는 거 처음 봐. 그 전에 자기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나는 사람들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던 애가 오늘 차에 오르자마자 펑펑 우는 거야. 어디서 억울함을 당한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없는데… 쟤 성격에 당했다면 분명 배로 갚아줬을 텐데.”이준국은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하율한테 알려줬지만, 조연아가 울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분명히 쇼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거야.”하율은 핸드폰을 꺼내 1s11쇼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어떤 검색어가 신속히 1위로 올라왔다.훈연 부부 하율은 이 검색어를 보고 순간 눈치를 챘다.“분명 민지훈과 관련이 있을 거야.”곧이어 하율은 실시간검색어를 검색해 들어갔다.역시나 온통 1s11쇼 현장에서 생긴 일이다. 조연아가 한 여인한테 계란을 맞고 민지훈이 나서서 조연아의 결백함을 증명하고 조연아가 홧김에 여인한테 따귀를 날렸다고…민지훈이 조연아 앞에 나서서 지키는 영상은 이미 온통 퍼져버렸다.그리고 민지훈이 관객들 앞에서 조연아한테 신발을 신겨주는 화면도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조연아 너무 불쌍한 거 아님? 어제까지 모두 조연아가 했다며 악플만 달다 아무런 대응도 안 하더니 민지훈이 한 일이었어? 오늘 또 이런 또라이 같은 사람을 만나 계란이나 맞고. 다들 예쁜 애한테 뭐 하는 짓이야?”“민지훈 마침 잘 왔네. 항상 민지훈이 조연아를 지켜주잖아. 역시 훈연부부 찐 사랑! 두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31화

    하율은 댓글을 읽고 이준국과 눈이 마주쳤다.조연아의 입장에 공감한 하율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이준국은 갑자기 터져버린 그녀의 울음에 다시 당황했다. 조연아가 우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지금 하율이도 울어버리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하,하율아… 울, 울지마… 왜 울어? 너…”이준국은 당황한 나머지 말도 더듬기 시작했다.하율은 이준국의 옷소매를 잡고 그의 품속에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우우우… 언니랑 민지훈 회장 너무 불쌍해… 언니가 전엔 그렇게 민 도련님을 좋아했는데, 지금 언니가 내려놓으려고 하니까 도련님이 도리어 찾아오잖아. 언니한테도 많은 걸 퍼부어주고… 둘이 대체 뭘 잘못했는데 번마다 타이밍이 안 맞는 거야…”이준국은 하율의 말을 듣고 갑자기 어젯밤 조연아가 한 말이 떠올랐다.“어제 연아가 나한테…”하율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되물었다.“언니가? 뭐라 했어?”“세상에 자기를 예뻐해 주는 사람 한 명이 없어졌으면 사랑해주는 사람 한 명이 나타나야만 공평한데 어머니를 잃고 나서 주변에 자신을 예뻐해주는 친척들도 없고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도 지금 자기 처지를 모르는 척한다고 말하더라고. 그런데 지금 모든 걸 잊고 다시 시작하자고 하니까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에휴…”“그러니까 마음이 아프다는 거야! 왜 자꾸 놓치는 거야!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면 안 돼?”하율은 끊임없이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이준국은 바로 눈물을 닦으라고 티슈를 하율한테 건네주었다.“울지마… 하율아, 울지마… 응?”190되는 사내가 아기 달래는 말투로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하율은 눈물을 닦고 이준국을 보며 물었다.“넌, 좋아하는 사람 있어?”이준국은 그녀의 물음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준국아,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으면 망설이지 마. 놓쳐버리면 다신 붙잡을 수 없을 거야…”이준국은 고개를 끄덕였다.화장실 안.연아는 거울 속 화장이 온통 번져버린 자기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마의 상처도 더 눈에 띄었고 눈도 엄청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32화

    그는 앞에 있는 오씨를 보고 믿기지 않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뭐라고? 주상민이 자처한 결과라며 계란 몇백 개 맞았다고?”오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쇼에서 발생한 일을 송진희한테 알려주었다.“네. 주상민 곁에서 맞장구칠 수 있는 사람 몇 명 심어 넣었는데 그들이 현장에 다녀와서 알려준 것입니다. 주상님이 무대로 난입해 조연아한테 계란을 뿌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민 도련님이 오셔서 조연아는 아무런 혐의가 없다고 해명하고 다들 보는 앞에서 그녀의 편을 들었답니다. 지금 영상도 퍼졌는데 사실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주상민도 도련님 쪽에 갇혀서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멍청한 자식들! 우리 송 씨에 친척에 어떻게 이런 멍청한 놈이 있을 수가 있지? 조연아가 모든 사람의 표적이 되게 수를 쓰라고 했지, 계란을 뿌리라고 하진 않았어.”송진희는 화가 난 나머지 가슴팍을 움켜잡고 소파 한쪽에 기대었다.“1s11 쇼에서 이런 짓을 벌여? 역시 촌놈이라 뭘 모르네…”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어? 민지아가 죽고 친척 중에서 관계가 먼 놈으로 옆에 두고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멍청한 놈을 고르다니.이렇게 된 이상 오씨도 송진희를 위로했다.“사모님, 화 푸세요. 주상민을 쓰자고 했을 때 촌에서 온 놈인 줄 알고 선생님까지 모셔서 가르쳐줬는데 이렇게까지 멍청할 줄은 상상도 못 했잖습니까… 일도 벌어진 이상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죠.”“해결책? 일이 이렇게 커졌는데 어떻게 해결해? 진짜 멍청해서. 이런 일을 하는 주제에 어떻게 당당해. 1s11쇼를 뭐로 보고, 그 상류층 사람들을 뭐로 보고? 내가 사람 꽂아 넣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데 여론을 조작해서 조연아를 공격시키게 만든 게 아니라 계란을 뿌리러 들어가?”“사모님…또…”“또?”송진희는 화가 더 났다.“또 뭔데?”오씨는 뭐라고 입을 열어야 할지 몰라 주저하다 한마디를 했다.“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야 합니다.”“지금, 이 시점에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빨리 말해요. 또 무슨 멍청한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33화

    “살아있어?”그는 냉랭하게 물었다.오씨는 민지훈의 태도에 잠깐 얼어붙었다. 민지훈이 이 정도로 관심을 하지 않을 줄은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지금은 괜찮아졌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한동안 지켜보아야…”“괜찮다며 전화는 왜 걸었는데?”그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도 더 냉담했다.오씨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사이에 민지훈은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지훈이한테 전화했어? 지훈이가 뭐라는데?”송진희는 전화를 서서히 내려놓는 오씨를 보며 물었다.송진희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러있었고 목소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사모님, 지금은 쉬고 계시는 게…”“묻잖아, 지훈이가 뭐라는데? 언제 날 보러온대?”“그...그건 도련님게서 말씀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그저…”오씨는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했다.“그저 뭐라고?”“살아계시냐고…”겁에 질린 듯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이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송진희의 안색은 더욱더 안 좋아졌다.“도련님한테 사모님께서 지금은 많이 괜찮아지셨고 병원에서 한동안 쉬어야 한다고 하니 도련님께서 괜찮은데 왜 연락했냐고 하셨습니다…”송진희는 순간 눈을 둥그렇게 뜨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의사! 의사!”오씨는 그런 상황을 보고 벨을 누르고는 밖을 향해 소리를 쳐서 의사를 불렀다.…여론은 계속 확산이 되고 다들 훈연 부부는 진짜 부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달달하긴 하지만 짠하기도 한…그날 이후로 민지훈은 다시 조연아 주위에 나타나지 않았다.허전한 느낌은 마치 민지훈이 없을 때의 삶으로 돌아간 듯했다.좋은 일일지도 모른다.조연아도 더는 하율의 오피스텔에서 살지 않았고 자신의 우여청 오피스텔로 돌아갔다.주말을 빌어 하태윤이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 선물도 하지석 집까지 직접 배달해 주었다.“아저씨, 하태윤이 마음의 계곡에서 산 선물이라고 전해달라고 하더라고요.”하지석은 조윤아가 건네준 봉지 두세개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놈이 이런 쓸모없는 물건만 항상 사 들고 와서. 번마다 강아지한테 먹이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34화

    “진짜 진실이 드러난 걸까요?”하석진은 찻잔을 내려놓고 조연아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난 왜 오히려 이 일이 더 혼란스러워진 것 같지?”그 말을 듣는 조연아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아저씨, 백장미는 확실한 범행 동기가 있어요. 유서에서도 범행을 인정했잖아요……”“기술부에서 복원한 CCTV 봤어?”그녀는 영상 자료가 사무실 서랍에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백장미가 범인이라는 확신이 선 후에는 보지 않았어요.”“기술부에 갔더니 복사본을 주더라. 복원된 영상을 자세히 보니까 백장미가 아닌 거 같아. 체형이 비슷하긴 한데 말이야. 어쩌면 범인은 다른 사람일지도 모르겠어.”그의 말에 깜짝 놀란 조연아는 마시고 있던 찻잔을 엎었고, 찻물이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죄송해요.”“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내일 알바생이 와서 청소하면 돼. 데이진 않았니?”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멋쩍게 웃었다.“저는 괜찮아요.”조연아는 방금 그가 한 말을 되새기더니 표정이 더욱 엄숙해졌다.“아저씨, 백장미가 누명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세요?”“범인은 네가 쉽게 찾아낼까 봐 걱정돼서 백장미한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운 것 같아. 백장미가 이 일에 연루되었는지 공범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확실한 건 주도한 사람은 아니란 거야.”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빨리 TV 화면을 켰고, 영상 속에는 수상한 여인이 회사에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범인은 회사 내부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인듯했으나 확실히 백장미는 아니었다. 그녀는 가지고 있었던 CCTV 영상이 단서가 될줄을 생각지 못했다.“제 실수입니다.”그녀는 백장미가 목을 매달아 자살한 이유를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몇 년 전의 범행을 인정하고 죽기 전에 죄를 뉘우친 것으로 생각했기에 더 자세히 생각해 보지 않은 것뿐이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는 자신의 소홀함 때문에 하마터면 진짜 범인을 못 잡을 뻔했다는 사실에 등골이 오싹했다.“어때? 이 영상 속의 여자가 백장미라고 생각해?”하석진은 백장미와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35화

    “아저씨 말씀은 범인이 우리 엄마가 잘 아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거란 거죠?”하석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바로 그거야. 이제 전쟁이 시작되겠네.”“아저씨, 이 일은 모르시는 걸로 해주세요. 범인을 찾아내기 전까지 섣불리 행동하면 안 될 것 같아요.”그녀는 지금 누구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엄마가 믿었던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다 의심해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내가 너한테 이 일에 대해 말해주는 건 일을 그르칠까 봐서야. 이 일은 너랑 나 외에 제삼자가 알아서는 안 돼.”조연아는 너무 감사한 나머지 일어나 허리 굽혀 인사했다.“정말 감사해요.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내가 여기 다시 돌아온 건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서야. 이건 네 몫이기도 하지만 내가 할 일이기도 해. 나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이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진실을 밝혀낼 겁니다. 만약 정말 백장미가 한 일이 아니라면, 진짜 범인을 찾아 법적으로 벌을 받게 하고야 말겠습니다.”조연아가 집을 나서자,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녀는 조현주한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세요? 오늘 주말인데……”“내 동생한테 또 집적댔어?”그녀의 말에 그는 휴대전화 너머로 헛기침을 해댔다.“콜록콜록!”“지율 아가씨랑 같이 어릴 적에 살던 곳에 왔어요. 지금 짐을 정리하고 있어요.”“뭐 도와줄 건 없고?”“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면서 엄청나게 울고 있어요. 저 위로 같은 거 못하는 거 잘 아시잖아요? 오시면 아마 기뻐할 거예요.”휴대전화 너머로 하지율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언니 전화예요? 언니 올 수 있대요?”조연아는 전화를 끊자마자 재빨리 하지율이 원래 살던 집으로 향했다. 예전에 백장미는 하지율과 함께 한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조연아는 무거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인츰 그 곳에 도착했다. 하늘은 뿌옇고 동네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아파트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그녀는 좁은 복도를 지나 2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최신 챕터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90화

    오민이 어떻게든 버티려는 추연을 억지로 병실에서 내보내고 다시 조용해진 병실.조연아를 꼭 안고 있던 민지훈이 한 마디 내뱉었다.“연기 좋았어.”단호한 말투에 조연아의 몸이 순간 움찔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큭.”피식 웃던 민지훈이 하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상관없어. 연기가 맞든 아니든 난 협조할 테니까.”“...”말없이 민지훈의 품에 안긴 조연아의 눈동자가 살짝 가라앉았다.‘뭐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내 연기는 완벽했어. 그런데 왜... 들킨 걸까?’“나 피곤해.”대충 핑계를 대고 민지훈의 품에서 벗어난 조연아는 그를 등진 채 돌아누웠다.“재워줄까?”‘예전의 조연아라면 분명 그래 달라고 하겠지.’한편, 이미 들킨 거나 마찬가지지만 모르쇠를 대기로 했으니 조연아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어떻게 재워줄까?”이때 조연아의 곁으로 훅 다가온 민지훈의 숨결이 그대로 그녀의 귀를 적셨다.‘미친 변태자식.’여전히 눈을 굳게 감은 조연아의 볼이 슬그머니 달아올랐다.착잡한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조연아의 볼에 뽀뽀를 하고 이불까지 잘 덮어준 민지훈은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눈을 감고 있고 돌아누워 등까지 진 상태였지만 그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어지러운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조연아는 방금 전 추연의 말과 반응들을 다시 떠올렸다.‘추신수... 그 자식이 날 물속으로 잡아당길 때 분명히 봤어. 목에 걸린 옥 목걸이를.’그 옥 목걸이는 조연아의 어머니와 추연 두 자매의 어머니, 즉 조연아의 외할머니가 두 딸을 위해 특별 제작한 유일무이한 팬던트였다.‘하지만 엄마가 하고 있던 팬던트는 6년 전에 이미 깨졌어. 유품 정리할 때 분명 확인했다고. 그럼 추신수 목에 걸린 건 이모 거란 소린데... 이모 팬던트가 왜 추신수한테 있는 거지?’한번 불씨를 튼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추신수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89화

    “너무 무리하지 마.”민지훈이 조연아를 끌어안았다.아무런 저항 없이 얌전히 안긴 모습, 모든 게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이때 밖에서 요란스러운 인기척이 들려왔다.“뭐? 연아가 기억상실증?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당장 들어가서 확인해야지.”“이모님,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나 연아 이모야. 무슨 자격으로 날 막아!”그렇게 막무가내로 문을 열고 들어온 추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리고 다급하게 그 뒤를 따르던 오민도 눈을 질끈 감았다.‘세상에 두분 지금... 서로 안은 거 맞지?’“이모.”이때 추연을 발견한 조연아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이모도 왜 병원복 차림이에요? 이모도 어디 아파요?”“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충격을 받은 추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너... 진짜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 거야?”“네.”그리고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미는 추연이었다.“민 대표, 두 사람 이렇게 스킨십하는 거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봤어 봐. 우리 연아 입장이 얼마나 난처해지겠어? 두 사람 이미 이혼한 사이잖아.”“이혼이요?”조연아가 깜짝 놀란 얼굴로 민지훈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우리 언제 이혼한 거야?”“이혼”이라는 단어에 기분이 상한 민지훈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이모님, 이만 나가주시죠. 이모님도 다치셨는데 푹 쉬셔야죠.”오민 역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네, 의사선생님께서 이모님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셨으니까 얼른 가시죠.”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추연이 아니었다.“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기억상실증에... 걱정하지 마. 잃어버린 기억은 천천히 되찾으면 되니까. 아니, 영원히 찾지 못해도 상관없어. 그 동안 있었던 일 이모가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 줄 테니까. 네 옆에 서 있는 이 남자 때문에 네가 무슨 일을 당할 뻔했는지. 그리고 두 사람이 왜 이혼하게 된 건지 전부.”하지만 조연아의 맑은 눈동자는 여전히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했다.“이모 말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88화

    “환자분,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십니까?”검사를 마친 의사가 물었다.말없이 고개를 저은 조연아는 또다시 공허한 눈빛으로 민지훈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대표님, 환자분 뒤통수에 생긴 상처는 아마 며칠 동안 통증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상이고 뇌출혈 증상도 없으니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네.”의사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민지훈의 시선은 여전히 조연아를 향해 꽂혀있었다.“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민지훈을 향해 꾸벅 인사를 남긴 의사가 병실을 나서려던 그때, 조연아의 목소리가 조용한 병실의 정적을 깨트렸다.“저... 어떻게 다친 거죠?”그 질문을 들은 순간, 의사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환자분, 어떻게 다치셨는지 기억 안 나십니까?”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던 조연아는 민지훈을 돌아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여보, 나 어떻게 다친 거야?”“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여보?’확실히 어딘가 이상한 모습에 민지훈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아, 남편이라는 호칭 불편해? 미안. 그러니까 그렇게 화난 표정 짓지 말아줘.”3년 전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조심스럽고 겁 많은 새 같은 모습. ‘뭐지?’혼란스러웠지만 민지훈은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아니. 남편 맞아. 화난 거 아니야.”그리고 다시 의사를 향해 고개를 돌린 민지훈이 꾸짖 듯 물었다.“별문제 없다면서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당황스러운 건 의사도 마찬가지였다.“그러게 말입니다. 뒤통수 가격으로 인해 출혈이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외상일 뿐입니다. 기억상실증까지 올 수준은 아닌데요... 물에 빠진 뒤 잠깐의 익수가 있었지만 구조가 빨랐기에 뇌손상도 거의 없었고요. 그런데도 기억을 잃은 거라면 트라우마로 인한 단발적인 기억상실증이 큽니다. 이 문제는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그럼 가장 실력 좋은 의사로 컨택해 주세요.”“네.”의사를 비롯한 의료진들이 빠르게 병실을 나서고 조용해진 병실, 조연아의 옆에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87화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여전히 걱정스레 민지훈을 바라보던 오민은 뭔가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욕 먹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할 얘기는 해야 해.’“저기... 대표님. 지금 총알을 빼내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연아 씨가 깨어나고 나서 대표님 이런 모습 보면 얼마나 속상해하겠어요. 아니, 어쩌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행여나 앞으로 팔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면 큰 결함을 가지게 되는 거잖아요. 다른 라이벌들 이길 수 있으시겠어요?”민지훈이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건 조연아뿐이라는 걸 알고 있는 오민은 자극 요법을 사용했다.“대표님. 제발 연아 씨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세요!”그제서야 살짝 흔들리던 민지훈이 결국 일어섰다.“그래요. 치료하죠.”“네, 네.”잠시 후, 역시 수술실로 옮겨진 민지훈은 바로 총알 제거 수술을 받은 뒤 마취가 풀리기도 전에 바로 조연아가 있는 응급실로 달려갔다.그리고 조연아가 이런 저런 검사를 받고 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그녀와 함께 VIP 병동으로 입원까지 할 수 있었다.한편 이 모든 걸 지켜보는 오민은 걱정되는 마음에 그저 발만 동동 구를뿐이었다.누구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민지훈이 사랑 때문에 이 정도로 충동적으로 움직이다니. 이게 사랑의 힘인가 싶었다.‘연아 씨,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연아 씨가 깨어나야 저희 대표님 좀 쉬실 거 같으니까...’...조용한 병실, 차가운 달빛이 커튼을 넘어 침대를 비춰주었다.민지훈은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조연아의 손을 꼭 잡았다.‘연아야... 제발... 제발 정신 좀 차려봐. 널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힘든 건 다 내가 감당할 테니까 넌 그냥 행복만 해줘.’...한편 조연아는 깊은 꿈속을 걷고 있었다.오로라를 기다리던 그날 밤, 그토록 그리워했던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꼭 끌어안고 귓가에 다정한 사랑의 말을 건네는 꿈이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남자는 잔인한 얼굴로 그녀를 불바다 속으러 밀어버리고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86화

    가슴을 움켜쥐고 바다에 추락하는 걸 바라보는 조연아의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다.그리고 그런 조연아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고 있던 민지훈이 한 마디 내뱉었다.“겁 먹지 마.”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조연아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핏기도 느껴지지 않았다.민지훈의 요트가 빠르게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이제 정말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바다에 빠졌던 추신수가 불쑥 수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요트 난간을 부여잡은 추신수가 악에 받친 얼굴로 조연아의 다리를 잡아끌었다.“으악!!”비명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사방에 튕기고 그와 동시에 민지훈은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다.“대표님!”이에 오민 역시 짧은 고함과 함께 바다에 몸을 던졌다....두려울 정도로 조용한 바다...방금 전까지 시끌벅적하던 소음이 전부 사라지고 턱턱 막히는 숨이 이곳이 물속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아... 이렇게 죽는 건가...’의식이 아득하게 사라지고 천근만근 무거운 몸에선 더 이상 바닷물의 차가움마저 느껴지지 않았다.바로 그때, 탄탄한 팔이 그녀를 꽉 껴안고 빠르게 수면위로 올라갔다.하지만 민지훈과 조연아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탕탕탕 소리가 들려왔다.갑판 위에 남은 남자들이 해수면을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한 것이다.조연아를 꽉 끌어안은 민지훈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총 따위 무섭지 않아. 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연아만 무사하다면...’한편, 거센 기침과 함께 눈을 뜬 조연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바닷물에 엉망으로 젖었음에도 여전히 멋진 민지훈의 얼굴이었다.쿵.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과 함께 위급한 이 상황이 잊혀질만큼 마음속 한 구석에 묘하게 따뜻해졌다.“탕!”비처럼 쏟아지는 총알이 민지훈의 팔을 관통하고 피가 뿜겨져나왔다.“민지...”바다 내음인지 피냄새인지 헷갈리는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지만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조연아의 의식은 다시 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들이 갑판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85화

    추신수의 말대로 저 멀리 수평선 뒤로 다가오는 요트들을 발견한 조연아는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마음이 다시 무겁게 가라앉고 말았다.‘또... 민지훈이라고? 또 이렇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건가?’이때, 그녀의 머리채를 홱 잡은 추신수가 총구로 그녀의 머리를 겨누었다.“허튼 짓 할 생각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아무리 구조 요트로 도망쳐 봤자 쾌속 요트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추신수는 조연아를 미끼로 쓰기로 결정했다.“민지훈. 이 여자 머리에 구멍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멈춰.”추신수가 무전기를 사용해 소리쳤다.한편, 인질로 잡힌 조연아를 발견한 민지훈은 말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곧 모든 요트들이 멈춰서고... 방금 전까지 당황한 표정이던 추신수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소리쳤다.“하, 전 와이프한테 남은 미련이 그렇게 많아? 그 유명한 민지훈 대표가 이렇게 순정남일 줄 몰랐어. 우리 동생 어디가 그렇게 매력적이길래 잊지를 못하실까? 뭐 침대에서 끝내주나 보지? 하하하.”추신수의 음담패설에 오민이 확성기를 빼앗아들고 소리쳤다.“추신수 씨, 이쯤에서 그만 하십시오. 당신이 저희 대표님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괜한 발버둥치지 말고 조연아 대표 풀어주세요. 목숨이라도 건지고 싶으면.”하지만 오민의 경고가 굉장한 농담이라도 되는 듯 추신수는 웃음을 터트렸다.“그만 해? 의미없는 발버둥? 하하하, 정말 의미없는 발버둥일까? 조연아가 내 손에 있는 한 민지훈은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 너희 잘난 대표님 얼굴 좀 봐. 날 찢어죽이고 싶은데 어쩌할 방도가 없는 저 모습을.”“원하는 게 뭐야?”민지훈이 물었다.“아, 역시 통쾌하셔.”추신수가 피식 웃었다.“요트 한 대만 가까이 붙여. 조종수 한 명만 남겨두고.”잠시 후, 그의 주변으로 다가오는 요트를 바라보며 추신수는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그만!”“너, 뛰어내려.”추신수가 배에 타고 있는 오민을 향해 말했다.조연아가 인질로 잡힌 상황인데다 어차피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84화

    정신을 잃기 일보 직전인 추연의 모습에 조연아가 소리쳤다.“이모, 이모. 정신 좀 차려봐요. 이모.”겨우 눈을 뜬 추연아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털썩.남자들의 손길대로 움직이다 그대로 갑판 위에 쓰러진 추연을 바라보는 조연아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지만 그녀 역시 꿈쩍도 할 수 없는 터라 그저 애타게 소리칠 뿐이었다.“이모! 이모!”그녀의 목소리가 추연에게 닿아 정신을 지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이모랑 사이가 이렇게 좋았어?”한편, 흥미롭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추신수가 피식 웃었다.“너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연이 이모는 너한테도 이모잖아.”“동생아, 내가 그걸 모를까 봐? 내가 가족, 핏줄 그런 데 얽매이는 사람처럼 보여? 그럴 거면 애초에 납치도 하지 않았어. 너희 두 사람 오늘 절대 살아서 여기서 못 벗어날 거니까 쓸데없는 기대 따위 하지 마.”추신수가 음침한 미소에 순간 소름이 돋는 조연아였다.“너... 진짜 미쳤구나? 왜? 나랑 이모 다 죽이고 스타엔터 네가 차지하려고?”“그래. 네 말이 맞아.”그 와중에 여유롭게 총구를 닦던 추신수가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널 죽인다고 해서 내가 스타엔터를 차지할 거란 보장은 없지. 하지만 확실한 건... 네가 살아있는 한 그 회사가 내 몫이 될 수는 없다는 거야. 그리고 어차피 사람들도 내가 널 죽였다곤 상상도 못할걸. 여기서 물고기밥이 되어서 시체도 못 찾을 텐데. 안 그래?”“너... 신수야, 너 어떻게 그런 짓을.”바닥에 쓰러져있던 추연이 소리쳤다.“아무리 미워도 우린 피를 나눈 가족이야. 어떻게 가족한테 이런 짓을 해... 넌 죄책감 같은 것도 없어?”“죄책감?”한발 앞으로 다가간 추연이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죄책감 그게 밥 먹여줘? 돈만 가질 수 있으면 난 뭐든 할 수 있어.”말을 마친 추신수는 추연의 배를 거칠게 걷어찼다.“이모!”“왜 그런 눈으로 봐?”추신수가 증오로 번뜩이는 눈빛의 조연아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83화

    “배 위야. 동해일 가능성이 크고.”망망대해라 어디가 어딘지 알 순 없었지만 임천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동해라 그렇게 추측한 것이었다.“신수가... 신수가 벌인 짓이야. 네 얼굴 직접 보고 사과하려고 했는데 거기서 추신수 그 자식을 만났어. 그리곤 바로 쓰러졌고.”피 묻은 추연의 옷을 바라보던 조연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이모, 자세한 설명은 안전해지면 그때 해주세요. 지금은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추신수 그 미친 자식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몰라. 구조정... 이 정도 규모의 배라면 구조 보트 같은 건 있을 거야. 그걸 타고 여기서 벗어나야 해.’하지만 추연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연아야. 난 신경쓰지 말고 너 먼저 가... 이모는 도저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괜히 따라나서봤자 너한테 짐만 될 거야.”“이모...”“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얼른 가. 이러다간 우리 둘 다 꼼짝 못하고 여기서 죽는 거야.”어느새 추연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왔다.“아니요.”하지만 조연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저 이모 버리고 못 가요.”“어차피 신수 타깃은 내가 아니라 너야. 당장 나한테 무슨 짓을 하진 못할 텐까 너라도 일단... 일단 도망쳐. 그리고 사람들이랑 다시 와서... 날 구해줘.”출혈이 너무 심해서인지 어느새 힘이 빠진 추연은 자꾸만 의식이 흐릿해져만 갔다.“그러니까 어서 가.”그리고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추연은 조연아의 손을 뿌리쳤다.“얼른 가. 얼른!”“그럼... 저 올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해요. 알겠죠?”조연아가 입술을 깨어물었다.추연 말대로 지금은 쓸데없는 고집이나 부릴 때가 아니었다.어떻게든 누구라도 도망쳐 사람들을 불러오는 것, 그게 두 사람 모두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마음을 독하게 먹고 갑판으로 나선 조연아는 한쪽에서 구조 요트를 발견했다.‘저기 있다.’그런 그녀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차가운 총구가 그녀의 뒤통수를 겨누었다.“하, 내가 정말

  • 전 와이프가 땡김   제282화

    꽤 규칙적인 흔들림 속에서 조연아는 부스스 눈을 떴다.머리는 지끈거리고 사지에 힘은 풀린 와중에 피 냄새까지 풍겨왔다.칠흑같은 어둠속 나무판 사이 틈으로 흘러드는 빛 한줄기 덕에 조연아는 본인이 어디 있는지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여긴 배...잖아?’조연아는 정신을 잃기 전 상황을 다시 돌이켜보았다.‘이모가 쓰러져있는 걸 발견하고 나서 나도 공격받았어. 아, 이모... 이모는 어디 계시지?’조연아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잡동사니로 가득 들어찬 방에는 그녀 한 사람뿐이었다.그렇게 한참을 더 주위를 둘러보던 조연아는 구석에서 날카로운 철편 하나를 발견했다.어두운 이 공간에서 밧줄을 자를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도구.힘겹게 꿈틀거리며 조금씩 이동하던 그때, 바깥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헉, 뭐지?’당황한 조연아는 바로 그 자리에 누운 채 아지 깨어나지 않은 척 눈을 질끈 감았다.역시나 다음 순간, 문이 열리고...조연아가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는 걸 확인한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 여자 상당히 발칙한 X이라니까 조심해. 그리고 이 여자 이모는 옆방에 있으니까 종종 들여다보고. 어촌에서 잡아온 여자들이랑 노닥거리지 말고.”“참나. 형님, 저도 사내입니다. 저딴 여자 두 명 상대 못할까 봐요. 걱정하지 마십시오.”그럼에도 “형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당부를 이어갔다.“저 여자가 누군지 알아? 스타엔터 조연아 대표라고. 보통 여자가 아니야.”“대표면 뭐요. 결국 힘없고 약한 여자 아닙니까. 게다가... 얼굴에 몸매도 반반한 것이... 한 번 건드려보고 싶은데요?”“어허. 너만 그러고 싶은 줄 알아? 나도 사실은... 엘리트 여자랑 해보는 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거든.”역겨운 주제에 배멀미까지 더해져 순간 밀려오는 구역질을 조연아는 억지로 참아냈다.잠시 후, 남자들이 방을 나서자 다시 번쩍 눈을 뜬 조연아는 꿈틀거리며 철조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으윽...”겨우 철조각에 손이 닿아 손발을 묶은 밧줄을 풀어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