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연이 들고 있는 검은 차가운 빛을 내뿜고 있었고,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보이며 눈살을 찌푸렸다."감히 공주를 다치게 한다면 네 목을 벨 것이다!"그는 날카로운 살기와 압박감을 내뿜었다. 바람에 날리는 검은 머리카락까지 마치 저승사자가 나타난 듯한 모습이었다.사접월은 그런 그의 모습에 다소 의아했다.이때 위응한이 물었다. "대체 누구냐? 어찌 야심한 밤에 연왕부로 침입한 것이냐?"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날카로운 검이 사접월의 목덜미를 그었다."셋까지 세겠다. 더 이상 비키지 않으면 이 여인은 싸늘한 주검이 될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하나!"그 말에 사접월은 흐느끼기 시작했다."어서 비키십시오. 어서! 전 죽고 싶지 않습니다!"연소연은 그녀가 흐느끼는 모습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비록 평소에 강해 보이는 사람이지만, 그녀도 채 스무살이 되지 않은 소녀일 뿐이기에 무서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가 연왕부 호위에게 물러서라 손짓하자 호위가 재빠르게 길을 비켰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문 앞을 막고 있는 위응환을 보며 말했다."둘!"위응환은 사접월을 힐끗 보았다. 그녀는 선제의 하나뿐인 딸이기에 절대 문제가 생겨선 안 된다.위응환은 비록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검을 들고 문 앞에서 비켜섰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냉소하며 사접월을 데리고 문 앞까지 걸어갔다.그는 한쪽 다리를 들고 문턱을 넘으며 한숨 돌렸다.바로 그때, 찬 바람이 불어오며 살을 베는 듯한 한기가 전해졌다.그 한기는 그의 입과 코, 귀, 눈, 모공을 따라 그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몸은 검을 쥐지 못할 정도로 꽁꽁 얼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해 털썩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겉보기엔 문턱에 걸려 넘어진 것같이 보였다.그가 쓰러진 순간, 얌전히 그를 따라가던 사접월이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 칼자루로 그의 얼굴을 세게 때리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어디서 감히 건방지게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연왕부에 도착한 후,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연소연에게 발각되었다. 그동안 사접월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에게 접근한 적 없었다.‘그럼 설마 사접월이 몰래 넣은 편지인 건가?’그는 믿기 힘든 표정으로 사접월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그저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눈을 깜빡였다. 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연소연은 그녀의 행동에서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날 멍청이 취급하는 게 분명해!’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욕을 하고 싶었지만, 온몸이 얼어붙어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위응환이 불빛을 빌려 편지를 빠르게 읽고 싸늘한 표정을 짓자 사접월이 물었다."위 대인. 편지에 무엇이 쓰여 있습니까?"위응환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공주께서 많이 놀라셨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부하에게 말했다."용의자를 데리고 대리사로 돌아가거라."대리사 병사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을 묶은 후 질질 끌어당겼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떠나기 전 사접월을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사접월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위응환이 고개를 돌려 연소연에게 물었다."셋째 공자, 언제 저자를 발견하셨습니까?"연소연이 답했다."지금의 연왕부는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혹여나 앙심을 품은 자가 연왕부에서 말썽을 일으킬까 봐 호위에게 순찰을 명했습니다. 순찰하던 호위가 먼저 발견했고, 그는 당시 아바마마께서 생전에 쓰시던 사랑방에 잠입하러 왔다고 했습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위응환에게 물었다."위 대인, 혹시 그 편지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까?"위응환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넘어갔다. "이 일은 대리사에서 철저히 조사할 것입니다. 공자는 연왕부에서 소식을 기다리십시오."연소연은 그저 위응환을 힐긋 보았다. 위응환은 예를 올린 후 이내 연왕부를 떠났다.사접월은 손을 뻗어 목을 만지고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자객 놈이 날 잡아간 것도 모자라 검으로 내 목을 베려 했습니다! 다치게 한 것도 모자라 피까지 흘리게 했으니! 이 몇
연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품으로 끌어 안았다.그녀는 애써 그녀의 아름다운 도화안을 뜨며 중얼거렸다."역시 저를 챙기실 줄 알았습니다…"그렇게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를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연소연의 품에 안겨 있는 그녀는 워낙 가냘픈 탓에 그의 품속에 안겨 있어도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그녀는 비록 깨어 있을 때 교활하고 발랄하지만 기절해 있으니 너무나도 얌전해 보였다.연소연은 거의 여인과 가까이 한 적 없었다. 유일하게 여인을 가까이 한 것이 바로 2년 전 그때였다.그는 그녀의 몸에서 꽃 향과 같은 체향을 느껴졌고, 남자의 몸과는 전혀 다른 촉감을 가진 그녀의 나른한 몸이 느껴졌다.그는 깜짝 놀라 그녀를 내팽개쳤지만 이내 다시 그녀를 끌어 안았다.옆에 있는 호위들은 놀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휘둥그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연소연이 그들을 바라보자, 그들은 일제히 뒤로 물러서며 손사래를 쳤다."저희는 더욱 안 됩니다!""셋째 공자, 어서 공주님을 방으로 데리고 가십시오. 공주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입니다."연소연도 그녀를 방으로 데리고 가야 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호위들이 몸을 돌리고 말했다."저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겁니다!"연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품속에 쓰러져 있는 얌전한 여인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안고 마당으로 달려갔다.그들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지팡이를 짚고 마당을 나서던 태부인과 마주쳐 버렸고, 서로 놀라 멈칫했다.연소연은 마치 큰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다급히 사접월을 태부인 뒤에 서 있던 하녀의 품속으로 건넸다.연소연이 설명했다."공주께서 왜인지 갑자기 기절하셨습니다."태부인은 그의 다급한 목소리와 붉어진 얼굴을 보고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것 같았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녀에게 사접월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간 후 연세세를 불러오라 명했다.비록 연세세의 의술이 어떤지는 다들 잘 모르지만, 연왕부 사람들이 출입을 금지당한 터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접월은 여전히 숨을 쉬고 말도 할 수 있었다.그녀는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사접월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할머니. 제가 남아서 공주를 돌보겠습니다."태부인은 연세세의 꼼꼼한 성격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의술을 알고 있으니 사접월을 보살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했다.태부인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듯 연신 당부했다."정신 차리고 너무 깊이 자지 말거라. 공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전하거라."연세세가 고개를 끄덕였다.태부인은 고개를 돌려 걱정스럽게 사접월을 힐긋 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방을 떠났다.사접월은 오랜만에 이렇게 심하게 아팠다. 손발에 힘이 없고 온몸이 나른해져 마치 물속에 잠겨있는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명치에 놓여 있는 호심석이 괴로울 정도로 뜨거웠지만 그로 인해 호흡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다.심지어 손발 또한 얼어붙을 것 같았고 뼈 마디마디도 추위로 인해 아팠다.그녀는 더워 죽을 것 같다가도 얼어 죽을 것 같았다. 그녀의 차가운 사지와 뜨거운 명치가 서로 싸우는 듯했다.사접월은 어렴풋이 꿈속에서 큰 스승의 외침을 들었다."접월아. 그만 자고 어서 일어나거라."그녀는 괴로움에 앓는 소리를 내며 흐느끼다 낮은 소리로 반문했다. "싫습니다.. 이렇게 괴로운데 차라리 죽고 말겠습니다!"큰 스승이 한숨을 쉬었다."죽으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너의 셋째 스승이 그 남자와 한 번만 잤다고 하더구나. 그렇게 뛰어난 미남과 겨우 한 번을 자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냐? 그러니 이 스승의 말을 따르거라. 네가 살 수만 있다면 앞으로 어떤 미남을 원하든 스승들이 데려다주마."사접월은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새어 나왔다."스승님들 눈에는 제가 미남만 보면 정신을 잃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십니까?"그러자 큰 스승이 웃으며 말했다."세상 모든 사람은 각양각색의 욕망을 갖고 있다. 네가 미색을 탐하는 것이 어
연소연은 두 사람의 신분 때문에 사접월을 밀어냈지만, 그녀는 그를 꼭 안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연소연은 그녀를 혹시라도 다치게 할까 봐 힘껏 밀어내지 못한 탓에 그녀는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연소연은 말을 꺼내기 쑥스러워졌고, 사접월은 그의 말속에서 중요한 단어를 들었다."제가 어제 고열에 시달렸다니요?"연소연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모르시나 본데, 2박 3일 동안 꼬박 주무셨습니다."사접월은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에 깜짝 놀랐다."공주께 모두 몇 명의 스승님이 계십니까?"사접월의 무의식적으로 답했다."아홉명입니다."연소연이 차가운 표정으로 반응했다. "아홉명 뿐이라 다행입니다."사접월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아홉명이라 다행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연소연이 웃음을 참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꿈속에서 한 스승님을 꼬박 두 시진 동안 욕하셨습니다. 아홉명의 스승님이였음 몇 시진을 욕하셔야 했겠습니까? 더 많았다면 깨어나신 후 목청을 잃을 지경이었겠습니다."사접월은 깜짝 놀랐다. 조용해 보이던 연소연이 자신을 이렇게 비웃을 줄도 알다니. 그녀는 연소연 말대로 목이 아파 물을 마시고 싶었다.연소연이 잔을 들고 오자 그녀는 물을 단숨에 다 마셨다.그러고는 조심스레 물었다."꿈속에서 뭐라고 욕을 한 것입니까?"연소연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제가 왔을 때는 셋째 스승님을 욕하고 계셨습니다. 말이 많은 사람이고 공주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녀서 사실 문제가 제일 많은 사람이 바로 셋째 스승님이라 하셨습니다. 항상 여인이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시고...""아.. 그만하십시오!"사접월은 부끄러워져 그의 말을 잽싸게 끊었다. "그 얘기들은 못 들은 걸로 하십시오!"그녀는 정말 잠꼬대를 한 건지 믿기지 않아 그에게 물은 것이었는데, 듣고 보니 확실히 그녀가 할 법한 말들 뿐이었다.연소연이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물었다. "공주가 계시던 도관이 어떤 도관인지 사실 궁금합니다. 어찌 공주의 스승님들께서는
사접월에게는 여전히 맥박이 느껴지지 않아 연세세는 깜짝 놀라 사접월을 바라보았다."공주께서는 어찌 맥이 없으십니까?"사접월이 소매를 내리고 말했다."맥이 일반 사람의 위치와 달라 맥을 짚기 어려운 것이다."연세세는 의서에서 이런 현상을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는 처음 보았기에 호기심이 폭발했다. "그럼 공주의 맥은 어디에 있습니까?"사접월이 고개를 저었다."나도 모른다. 큰 스승님께서 아시는 것 같은데, 알려주시지 않더구나."연세세는 의혹이 있는 표정으로 맥박의 위치는 찾아주려 했지만, 사접월은 거절하고는 연소연에게 물었다."제가 쓰러져 있는 동안 대리사 쪽에서 별다른 소식이 있었습니까?"연소연이 답했다."예. 위응환이 연왕부에 왔었는데, 저희가 잡은 자객은 대리사로 돌아가는 길에 죽임을 당했습니다."사접월은 이 말을 듣고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잘 죽었군요! 그가 죽어야 연왕부를 해치는 자가 있다는 것을 더욱 확신할 수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현재 연왕부를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 연왕부에 손을 쓰려고 하니 연왕부가 무고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습니까?"사실 사접월과 연소연이 이 일을 계획할 때부터 이미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그들이 연왕부에 보낸 자객이 잡혔으니, 분명 폭로될까 봐 두려워 사람을 죽이려 할 것이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연왕부에서 잡혔으니, 위응환은 이 일을 조사하기 위해 연왕부에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 게다가 이 일에 위응환도 참여한 셈이라 증인까지 있는 일석이조의 상황이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태부인이 찾아왔다. 그녀는 손으로 사접월의 이마를 만져보더니 인심이라도 된듯 한숨을 돌렸다."드디어 열이 내렸구나."사접월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할머님을 걱정 시켜드려 죄송하옵니다."태부인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너도 참… 몸이 좋지 않으니 이젠 더 이상 억지 부리지 말거라."사접월이 얌전하게 미소를 지어 태부인의 말에 동조했다.태부인은 다정하게 아픈 곳은
연소연은 어제 그녀의 병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몸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허약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는 참다못해 사접월을 힐끗 보았는데, 그녀의 몸매는 가냘팠고 창백한 안색이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만 같았다.사접월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본디 인생이 재미없다고 느꼈는데, 큰 스승님께서 하루하루 소중히 지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큰 스승님께서 가족이 경성에 있지 않냐고 물으셔서 죽기 전엔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리로 돌아온 것입니다."장 어의는 이 말이 그녀가 소명제에게 전할 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렸다."소신이 무능하옵니다. 공주께서는 반드시 몸을 챙기십시오."그녀의 상태로는 진맥을 할 수 없으니, 처방전을 쓸 필요도 없었다.사접월도 그에게 예를 올렸고, 연소연이 태부인의 명을 받고 장 어의를 모시고 나갔다.그들이 나간 후, 태부인이 사접월에게 물었다."방금 한 말이 다 사실이더냐?"사접월이 웃으며 답했다."거짓입니다. 제 몸이 나쁠수록 폐하께서 더 마음을 놓으실 것이니깐요. 제 맥을 잡지 못하는 것은 제 맥박이 일반인과 다른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태부인은 생각에 잠긴 듯 그녀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괜찮다니 다행이구나."사접월이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전 정말 괜찮습니다."태부인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접월의 창백한 안색을 보고 누워 쉬게 했다.태부인이 떠난 후, 사접월은 손을 뻗어 소매를 잡아당겼는데, 손목의 붉은 선이 또 조금 짧아져 있었다. 그녀는 잘못 보기라도 한 줄 알고 눈을 비볐지만, 짧아진게 분명했다.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 눈빛으로 곰곰이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 몸 상태를 잘 알고 있다.비록 사람들의 관상을 보는 것이 큰 영향은 없지만, 그날 밤 너무 많은 병사의 관상을 봐주었으니 말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결국 그녀의 몸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그동안 그는 연왕부를 철옹성처럼 돌보며 연왕부의 안전을 지켰지만, 지금은 또 다른 일을 걱정하고 있다."공주의 몸은..."사접월은 태부인에게 한 말을 다시 그에게 전해주었고, 연소연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도가의 천재는 대부분 결점이나 아픈 곳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주는 뛰어난 관상술은 물론 초혼까지 할 수 있으니, 제가 도가 천재의 기준을 모른다 해도 공주와 같은 분이 천재일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근데 공주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입니까?"사접월은 연소연이 모든 사람 중 가장 속이기 어려운 사람이라 생각했다."보아하니 제 말이 맞나 봅니다. 그럼, 제가 알아맞혀 보겠습니다. 공주는 아마도 일찍 죽는 사주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사접월은 그의 예리한 추측에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연소연은 여전히 담담히 말할 뿐이었다."제가 또 알아맞혔나 봅니다. 그러니 괜찮다는 말도 저희를 속이려는 것이지요? 장 어의와 한 말이야말로 진실입니까?"사접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그렇게 잘 맞히는데, 어디 더 맞추어 보시지요?"연소연은 시선을 그녀에게 모았다."제가 틀리지 않았다면, 공주의 수명은 손목에 있는 붉은 선과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그 선의 길이는 아마 수명의 길이와 같겠지요."사접월은 연소연이 이 일까지 알아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사실 평소에 조용한 듯싶지만 모든 것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사람이었다.사접월이 웃으며 말했다."관상을 배운 적도 없는데, 어찌 이렇게 잘 알아맞히는 것입니까? 보아하니 공자도 천재인가 봅니다! 제가 제자로 삼을 테니, 저와 도를 배워 도가를 발전시키는 것이 어떻습니까?"그러자 연소연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그동안 저희 연왕부를 위해 모의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연왕부는 공주께 너무 많은 빚을 졌습니다. 행여나 연왕부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앞으로 공주님의 명은 무조건 따르겠습니다."사접월은 그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 "말로만 해서는 증거가
연왕이 전사한 일로 조정의 신하들은 의견이 분분했다.어떤 사람은 이 기회를 노리고 백성들에게 대초의 전신이었던 연왕이 이미 전사하였으니 대초의 전신이 될 자격이 없다고 선동하였다.이 말은 돌고 돌아 경성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길모퉁이에 서서 썩은 배춧잎과 달걀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이 일을 더 심각하게 만들려는 것이다.일단 성사만 된다면 소위 백성들의 뜻으로 변할 것이다. 게다가 군주는 백성들의 뜻을 무시할 수 없었다.이러한 백성들의 뜻이 정말 황제에게 전해진다면 조정에서 다시 연왕부의 죄를 물어야 할지 말지 의논이 거세질 것이다.이 일을 조작한 배후는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분명 더욱 독한 수작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지금 연왕의 관이 춘영거리로 가지 않았으니, 그들의 계획은 태반이 헛수고가 될 것이다.그러나 이 일은 여전히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저 사람들은 언제든 재신거리로 넘어갈 것이다.소 승상은 연왕부를 도와 손을 쓸지 말지 마음속으로 고민했다.바로 이때, 순찰을 하고 있는 병사들이 골목에 숨어 있는 사람들한테 말했다."무슨 사람이냐? 그곳에서 몰래 무엇을 하는 것이냐?"안에 있는 사람들은 비록 백성들의 차림새지만 백성들이 아니기 때문에 속으로 찔리는 것이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 승상은 그 모습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그제야 그는 손을 쓸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하인의 귓가에 몇 마디 전했고, 하인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양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을 때, 하인이 그곳으로 가서 말했다."최근 경중에 도적 한 무리가 와서 백성의 차림새를 하고 도둑질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의 행적이 의심스러운 것으로 보아, 설마 도적 떼인 것은 아니겠지요?"순찰하던 병사 수령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구니를 들고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이 수상하다 느껴졌다.그는 바로 손을 흔들었다."이들을 당장 잡아서 돌아가서 심문하거라!"그러자 모두 상황이 심상치 않다 느끼고는 바로 사방으로 뿔
어제 조부의 사람이 찾아와 혼사를 취소하려 할 때, 그녀는 마음속으로 정말 화가 났었다.그러니 오늘, 조부와 바로 혼사를 취소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정도였다.규칙에 따르면 태부인과 연왕비를 장례를 치르러 갈 수 없었다.태부인이 사접월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오늘은 네 덕이다. 몰래 숨어 있는 자들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꼭 조심하거라."사접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도 방법을 생각해 두었습니다."잠시후 떠날 시간이 되었다. 태부인은 걱정이 되었지만, 결국 더 좋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연소연과 사접월은 모두 스무 살이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이렇게 큰 부담과 압력을 감당해야 하니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사접월의 가냘픈 뒷모습을 보고 말했다."공주는 정말 연왕부의 귀인이다. 연왕부가 접월을 연루시킨 것이다."태부인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그녀를 안타까워했다.근데 연왕부도 이런 상황이니, 태부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녀에게 잘해주는 것 뿐이었다.소 승상이 태부인에게 다가가 위로했다. "태부인, 슬퍼하지 마십시오."그러자 태부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늙었으니, 어쩔 수 없구먼."소 승상은 지난달에도 태부인을 만나 적이 있었다. 비록 이제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태부인의 머리에는 하얀 머리카락이 늘었고 얼굴의 주름도 더욱 깊어져 단번에 십년의 세월이 지난듯했다.소 승상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태부인께서는 연왕부의 기둥입니다. 절대 쓰러지시면 안 되옵니다."태부인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상감의 말이 맞네. 내가 절대 쓰러져서는 안 되네."소 승상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폐하께서는 연왕부를 궁지에 몰 의사가 없으십니다. 연왕부가 얌전히만 시간이 조금 흐르면 다시 안정을 찾으실 것입니다."태부인은 소 승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 그녀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네."소
소 승상이 담담하게 말했다."초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을 매우 잘 친다고 들었소. 점을 치는 족족 죽어 나간다 하던데, 어디 한 번 점을 치겠는가?"만호후가 멈칫하다 답했다."... 나는 괜찮소."며칠 동안 선제의 딸인 접월 공주가 연왕부로 시집간 일에 더욱 높은 관심이 쏠렸다.그녀가 한 일이 워낙 눈길을 끌기도 했기에 소 승상과 만호후 또한 그녀에게 호기심이 있었다.게다가 오늘 그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고 손을 써야 할 때 아주 강하게 나선 모습도 대단했다.소 승상은 가냘픈 사접월의 모습을 보고 착잡한 눈빛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누가 봐도 연왕부의 앞길은 아주 힘들 것이다.사접월은 연왕부로 시집간 후 과부로 지내며 더 힘들게 지낼 것이다.사접월은 누군가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소 승상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그녀는 그의 청렴하고 정의로운 기운을 느꼈다. 비록 관상으로 보아 생각이 깊은 사람인 듯했지만, 악랄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그녀는 단번에 소 승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에게 가볍게 예를 올렸다.소 승상은 그녀의 단아한 행동에 똑똑한 아가씨라 생각하며 눈빛이 더욱 부드러워졌다.연소연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서 사접월에게 물었다."방금 정말 아바마마의 혼을 불러온 것입니까?""물론 아니지요."사접월이 답했다."조우촌 같은 사람은 그렇게 많은 힘을 들여 상대할 가치가 없습니다. 조우촌은 아바마마를 만날 자격도 없습니다."연소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 아바마마를 본 듯한 모습이었습니까?"사접월이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쉬운 일입니다. 환각을 볼 수 있는 약을 썼습니다. 환각을 쓰면 무서워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아바마마입니다. 그래서 아바마마를 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약은 두려움에 따라 다른 것을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두려워하면 할수록 아바마마는 더욱 무서운 모습으로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아바마마를 모욕하셨으니 한밤중에 찾아가 저승으로 함께 데리고 가실 수도 있소."조우촌은 깜짝 놀라 다급히 연왕의 관 앞에서 미친 듯이 절을 올렸다."전하. 제가 잘못하였습니다! 방금 다 헛소리였습니다. 애초에 시안과 셋째 공자의 혼사는 제가 무척이나 애원한 일입니다! 그동안 확실히 연왕 전하의 이름을 빌려 많은 이득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하지 않을 테니, 제발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조우촌이 두려워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연왕은 여전히 그의 앞에 있었다. 그의 푸른 얼굴에는 음산함이 뿜어져 나왔고 방금보다 더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조우촌은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기어가다시피 뒤로 물러섰다. 그는 옷에 먼지를 가득 묻히고 조금도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그가 아무리 뒤로 물러나도 연왕은 계속 그의 곁에 있었다.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이때 사접월이 물었다."혼사를 취소할 것이오?"조우촌이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취소하지 않겠습니다! 취소 안 합니다!"사접월이 그를 보며 말했다."아니요. 혼사는 취소해야 하오. 내가 말한 대로 해야지만 취소할 수 있소. 할 수만 있다면 연왕부는 혼사를 취소하도록 하겠소."조우촌은 그녀가 말한 조건을 떠올렸는데 정말 내키지 않았다.사접월이 그의 침울한 표정을 보고 냉소했다."무엇이오? 원하지 않는 것이오? 원하지 않다 해도 상관없소. 앞으로 아바마마께서 계속 당신 곁을 따라다닐 것이니!"조우촌은 깜짝 놀라 다급히 애원했다."시키는대로 다 하겠습니다…!"그러자 사접월이 다시 물었다."오늘 연왕부에서 소란을 피우라고 누가 시킨 것이오?"조우촌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절대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해선 안 된다. 그 사람을 알려준다면 분명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이미 모욕을 겪을 대로 겪었고, 연왕부와도 사이가 틀어진 상황에 그 사람의 미움까지 산다면 앞으로 아주 힘든 나날을 겪게 될 것이다.그는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아무도 시킨 적 없습니다. 제가 잠깐 이성을
조우촌은 계획하던 일이 그만 들통나자, 안색이 어두워져 싸늘하게 말했다."대체 누구냐?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지 말거라!""지금 내가 누구인지 물은 것이오?"사접월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는 선제의 하나뿐인 딸, 접월 공주요.""근데 어디서 행패이오? 감히 나를 보고 예를 올리지 않는 것도 모자라, 나를 추궁하는 것이오? 여봐라, 어서 뺨을 내리치거라!"그러자 바로 호위가 달려와 조우촌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조우촌은 따귀를 맞고 넋을 잃었다. 그는 사접월이 바로 사람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무리 공주라 하더라도 이유 없이 조정 신하를 때려서는 안 되옵니다! 폐하께 상주서를 올려 공주의 죄를 다스리게 할 것입니다!"하지만 사접월은 여전히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연소연에게 말할 뿐이었다."싸우는 일에 있어, 도리를 따지는 사람과는 도리를 얘기해도 됩니다. 하지만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그와 설명할 필요 없습니다. 앞으로 보고 배우십시오."연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접월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조우촌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것도 아바마마께서 전사하시고 연왕부에 나설 사람이 없다 얕보는 것 아니요?하지만 전사한 망혼은 절대 당신의 누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오. 연왕부가 아무리 힘이 없어도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는 것이 아니요.""혼사를 취소하려는 것이오? 좋소. 연왕부에서 준 혼수를 보내 돌려보내시오.""그 외에 조부에서 연왕부까지 오면서 세 걸음에 큰절을 한 번씩 하고 큰소리로 자기가 간사하고 의리를 저버린 자가 외쳐야 하오. 두 가지를 다 하고 저희 할머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며 잘못을 인정해야 혼사를 취소할 수 있소."조우촌은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말도 안 됩니다. 이 혼사는 연왕의 핍박하게 정한 것인데 지금도 이렇게 건방지게 협박하다니. 정녕 법도를 무시하는 것입니까?"사접월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한
조우촌은 지금 상황에서도 연소연의 태도가 이렇게 강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는 연왕부가 혼사를 취소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확신했었으니 말이다. 그의 딸이 워낙 뛰어나니, 분명 세상에서 제일 우수한 남자만이 그녀에게 어울리기에 그녀는 절대로 위태로운 연왕부에 묻혀서는 안 되었다.그는 가슴을 내려치며 슬프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큰 소리로 말했다."연왕 전하, 제가 그때 전하의 목숨을 살려주었는데… 전하께서는 저의 딸이 똑똑하다며 강제로 연소연과 혼사를 정하셨습니다. 그때 연소연의 성품이 바르지 않다고 느껴 혼사를 취소해 달라고 전하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했지만, 전하께서는 승낙하지 않으셨습니다.""애초에 이 혼사는 전하께서 강제로 맺은 인연입니다. 하지만 인과응보인지 전하께서 일찍 돌아가셨으니, 저도 더 이상 연왕부의 세력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이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혼사를 취소할 것입니다!"연소연은 조우촌이 뻔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염치가 없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와 조시안의 혼사는 조우촌이 연왕부 세력에 빌붙기 위해 목숨을 구해준 은혜로 협박하고 애원하여 얻은 혼사였다.연왕부가 힘을 잃자, 혼사를 취소하기 위해 이렇게 거짓까지 고할 줄은 몰랐다.연소연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이마에 핏줄을 세우고 싸늘하게 말했다."조 대인. 그때의 진실이 어떠한지는 대인 본인께서 제일 잘 알 것입니다."조우촌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내 평생 제일 후회하는 일이 연왕을 구한 것이다. 다른 사람은 은혜를 갚으려 하지만, 연왕은 비열하고 염치없이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연왕이 전사한 것도 모두 그의 인과응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시안이가 정녕 너 같은 파렴치한 놈과 혼사를 올렸을 것 아니냐?!"소 승상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장군 출신의 만호후 또한 짜증난 듯 바로 입을 열었다."허튼소리. 연왕은 결코 자네가 말한 그런 사람이 아니네!"그러자 조우촌은 감히 만호후를 반박하지 못하고 혼자 작은
연소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아바마마와 형님의 시체가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저는 단지 그들이 전사한 이유를 밝혀내고 싶을 뿐, 연모 따위는 관심 없습니다."사접월도 이내 진지하게 말했다."맞는 말씀입니다. 진실을 밝혀내고 사랑을 멀리하십시오!"연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사접월은 다시 그의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하지만 아바마마께서 아직 살아계셨다면 분명 공자가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을 것입니다."연소연이 그녀를 노려보자, 그녀는 당황해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었다."믿지 않으시면 아바마마를 다시 불러 얘기를 나눠보시게 하겠습니다."연소연이 답했다."괜찮습니다."그가 연왕을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접월에게 초혼이 몸과 망혼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들은 적 있기 때문이었다.한 번은 괜찮을 수 있지만, 여러 차례 초혼하다 보면 그녀가 열여덟 살도 넘기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계획은 항상 변화가 잇따른다. 다음 날 아침부터 연왕부에 불청객이 찾아왔다!조부의 가주인 조우촌이 조부의 식구들을 데리고 발인하는 관 앞을 가로막자, 연소연이 조우촌을 향해 예를 올리고 말했다."조 대인께서 저희 아버지와 형님을 배웅하러 오셔서, 참으로 고마울 따름입니다.""자. 조 대인께 향을 드리거라."조우촌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이미 연왕에게 향을 올렸다."연소연이 그를 보며 물었다."이미 향을 피운 이상 비켜주시지요. 발인 시간을 놓치면 안 됩니다."조우촌은 그를 흘겨보며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소연은 생김새든 능력이든 모두 출중했기에 만약 연왕이 살아있었다면 조우촌은 이런 사위를 얻어 아주 기뻐했을 것이다.하지만 연왕은 이미 전사했고, 연왕부는 위태로우니 연소연 홀로 연왕부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오늘 그는 연왕부를 짓밟고 연소연의 기를 꺾으라는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고 온 것이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억지웃음을 짓고 말했다."나는 오늘 너와 내 딸과의 혼사를 취소하러 왔다. 애초
"그래서 내일 무슨 계획이 있는지 혹시 생각해 둔 방법이 있는지 싶어 물으려 왔습니다."그녀는 말을 하다 웃음을 터트렸다."제일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점을 쳐볼 수 있습니다."연소연은 그녀가 점을 잘 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점을 치는 것은 처음 보았다.그는 그녀에게 물었다."이렇게 점을 칠수도 있는 것입니까?"사접월이 답했다."길흉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연소연은 그녀를 힐끗 보고 세 가지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사접월은 손가락을 접어 점을 친 후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말씀하신 방법은 모두 대흉으로, 내일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연소연이 미간을 찌푸렸다."전부 대흉입니까?"사접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그렇습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 나뭇잎을 한 움큼 따왔다. 그녀를 나뭇잎을 던지면서 손가락을 움직여 점을 쳤다.그녀는 진지하게 일에 임할 때마다 왼손 검지를 구부려 이로 살짝 깨무는 버릇이 있었다.연소연은 그녀의 동작을 보고 시선을 집중했다. 그는 어딘가 모르게 그녀의 모습이 익숙하다고 느꼈다.사접월은 점을 친 후 입을 열었다."내일 발인은 오시가 가장 좋으며, 연왕부를 나선 후 남쪽으로 갔다가 다시 서쪽으로 꺾어 가장 북쪽에 있는 성문으로 성을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성을 나온 후, 한 시진 내로 묘지에 도착하면 모든 사고를 피할 수 있습니다."연소연이 물었다."왜 그렇게 가야 합니까?"사접월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모릅니다. 괘가 그렇게 나왔습니다."연소연은 멈칫하다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도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이나 멍하니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사접월이 가볍게 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비록 저를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세상에서 제일 믿음직한 점쟁입니다."연소연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내일 발인은 말하신 시진과 길에 따라가겠습니다. 가시는 길에 문제가 없도록 열심히 준비 해놓겠습니다."그의
그런 상황이니, 연왕부에 조문하러 온 사람들은 여전히 적기만 했다.조문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연왕의 절친한 친구이며, 청렴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이었다.연소연은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마음속에 새겼다.사접월은 소명제가 연왕부의 출입 금지령을 없앤 것이 성공의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 조금만 과오를 범해도 연왕부를 여전히 멸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연왕부 허공을 가리고 있던 붉은 안개가 조금 흩어져 있었는데, 이젠 회색 안개가 더해졌고 살기가 더욱 심해졌다.연왕부의 위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사접월은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고 연소연을 찾으러 빈소로 향했다.반쯤 걸음을 옮겼을 때, 연왕비의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조부께서 정말 너무 하지 않습니까? 혼사를 파하려면 연왕께서 묫자리에 드신 후 해도 되지 않습니까? 저는 절대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집사를 보내 혼사를 취소하려고 하다니, 정말 너무 합니다!"태부인이 담담하게 말했다."어차피 일찍 취소하나, 늦게 취소하나 혼사를 없애야 하는건 똑같지 않느냐? 연왕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조부가 혼사를 없애려는 것도 이해는 된다."연왕비가 매섭게 말했다."하지만 이 혼사는 조부에서 애걸복걸 구해 간 것입니다! 게다가 연왕께서 조부를 챙겨줄 뿐만 아니라 조 대인의 목숨도 구해 주셨습니다! 연왕부의 영향을 받을까 걱정되어 혼사를 취소하려는 것이면 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다만 소연이가 방탕하고 품행이 바르지 않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소연이가 지니고 있는 수건 하나로 트집을 잡는 것은 연왕부를 업신여기는 것입니다!”“조 대인은 고작 종4품에 불과한데, 감히 이렇게 연왕부를 얕보다니요!"사접월은 몰래 연왕비의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녀는 연왕부에서 지내는 동안 연왕비가 부드러운 성격에 나서는 사람이 아닌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오늘 연왕비가 이렇게 화가 난 것으로 보아 조부에서도 분명 과했을 것이라 짐작했다.그리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