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하현, 넌 남을 수 없어. 이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야. 이 사람들은……”설은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하현이 아무리 잘 싸운다 해도 상대방이 이렇게 많으니 만약 남는 다면 결론은 오직 하나, 죽는 것이었다.“너 먼저 가, 가서 유아를 찾아. 유아한테는 네가 필요해.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도 어디 계신지 아직 모르니 빨리 연락해봐.”하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천일그룹의 임원들을 한번 쳐다보았다. 이 임원들은 사실 하현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이전 자산 통합식 때 하현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하현의 신분이 극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하현의 지시에 그들은 쓸데없는 말은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아직도 울고 있는 은아를 끌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이때 홍철은 팔짱을 끼고 은아와 사람들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가는 길에 건달들은 점점 많아졌고 결국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하현을 가운데로 몰아 넣었다. 홍인조는 강남 길바닥 왕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부하들 하나하나가 충분히 강인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았고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10분 후 이 임원들은 이미 설은아를 데리고 공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갔다. 이때 은아는 이미 힘이 빠져있었고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우리 남편, 괜찮겠죠……”한 임원이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설 아가씨, 걱정 마세요. 누가 감히 우리 천일그룹에서 소란을 피운다면 하 세자와 사이가 좋지 않을 거예요.”“세자 쪽에서 분명 손을 쓸 겁니다.”“남편은 괜찮을 거예요.”말을 마치고 몇 명의 임원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우리 모두 당신 남편이 하 세자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말할 수 없어요! 이것은 우리 천일그룹 내부에서도 최고의 기밀이에요. 또 다른 임원이 말했다.“설 아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풀어준다고 했었나?”홍철은 이 말을 듣자 순간 눈빛이 싸늘해졌고, 하현을 한참 동안 쳐다본 뒤에야 냉랭하게 말했다.“네가 감히 어르신을 가지고 놀아?”“형님, 우리가 그를 그냥 없애버리면 됩니다! 이놈은 절대 주인님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죽는 것만 못하게 비참해질 겁니다!”이때 홍철 곁에 있던 누군가가 하현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허_____”하현이 가볍게 웃자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홍철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 한번 해봐. 네가 감히 소강승을 건드릴 수 있겠어?”홍철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네가 감히 주인님을 죽일 수 있을까?”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정말 그러고 싶지만, 아쉽게도 나는 문명인이라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있어.”“그러니 내가 지금 너한테 조언을 하나 할게. 네 사람들 데리고 꺼져.”“그런 다음 홍인조에게 가서 우리 집 앞에서 여러 번 절하면 용서해 주겠다고 전해.”“그렇지 않고서 내가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고 나를 탓하지 마.” 하현이 가볍게 말하자 홍철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임마, 네가 배짱이 좀 있다는 건 인정해! 근데 너 우리 홍 어르신이 누군지 알아? 강남 길바닥의 왕이야!”“어르신이 발만 살짝 굴러도 강남 전체가 진동을 해!”“네가 감히 어르신에게 사과를 하라고 해? 너 죽고 싶어 환장했어?”“나는 원래 사람 죽이는 취미는 없는데 네가 이렇게 말을 한 이상 너를 죽이지 않을 수가 없겠다.”하현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 건달들은 정말 그에게 손을 댈 자격이 없었다. 이때 홍철의 등 뒤로 변백범이 검은 양복을 입은 한 무리의 경호원들을 데리고 왔다. 눈 앞의 이 광경을 지켜보던 변백범은 냉소하며 말했다.“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요즘은 개나 소나 다 튀어나와서 우리 대장님을 위협하네!”홍철은 뭔가를 눈치채고 몸을 돌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변백범을 바라보며 냉소
곧 변백범 부하 두 명이 달려들어 소강승을 제압했다. 하현은 홍철에게 다가가 담담하게 말했다.“돌아가서 내가 방금 한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홍인조에게 전해. 이 수양아들을 원하면 와서 절을 올리라고.”“물론 만약 자기가 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소가와 같이 와도 괜찮아. 하나씩 상대할 필요 없으니 좋지.” 말을 마치고 하현은 돌아서서 떠났다. 변백범은 소강승을 들쳐 엎고 떠났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홍철은 감히 앞을 가로 막지 못했다. “이 데릴사위는 도대체 누구길래……”홍철의 얼굴빛이 변했다. 그들이 손을 쓰기 전 조사를 진행해본 결과 이 사람은 기껏해야 하 세자의 대리인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상대방의 신분은 그들이 알아낸 것만큼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철 도련님, 이제 어떻게 하지요? 설마 우리 주인님을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건가요?”홍철 곁에서 한 부하가 보기 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홍철은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변백범의 몸놀림은 그보다 좋았다. 게다가 80%는 병부에서 퇴역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은 천성적으로 길바닥에서 상대하기 어려운 적수다. 심지어 변백범의 부하들 조차도 병부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홍철은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할 생각이 없었다. 이 일은 홍인조가 직접 나서야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아이고, 홍 어르신, 진작에 손을 씻었는데 자기 수양 아들 때문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미움을 사다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홍철은 속으로 감개무량했다. 하지만 그는 필경 싸움꾼일 뿐이었고 어떤 일들은 그가 말할 자격조차 없었다. 그가 지금 할 일은 홍인조를 찾아가 일어난 일들을 모두 사실대로 보고하는 것뿐이었다. “가자! 돌아가자!”홍철은 결단을 내리고 재빨리 사람을 데리고 홍인조에게 달려갔다. 소강승은 필경 소가의 세자였다. 게다가 홍인조의 수양 아들이라는 신분까지 합치면 동원할 수 있는
“나와 너 사이에는 큰 갈등도 없었고, 나는 원래 너한테 전혀 관심이 없었어.”“근데 네가 나에게 복수한다고 내 마지노선을 건드렸어.”“내 아내와 가족에게는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됐어.”하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아니……내가 아니야……홍철이야! 모든 건 홍철이가 스스로 결정한 거야!”“하현, 우리 처음 본 사이도 아니잖아. 생각해봐. 내가 그 동안 너 곤란하게 한 적도 별로 없잖아?”“놔줘. 돈을 원해? 원하는 만큼 줄게.”소강승은 이때 조금 놀라 재빨리 용서를 빌었다. “또 돈을 주겠다고? 그럼 됐네. 전에 말한 대로 현금 2조야. 지금 주면 보내 줄게.”하현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현의 말을 듣고 소강승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현금 2조는 소씨 집안이라 해도 내 놓을 수 없는 금액이었다. “사람이 잘못하면 대가를 치러야 해. 그렇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하거든.”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변백범을 향해 말했다. “전에 유아가 당한 일의 10배로 갚아 줘.”변백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근데 그가 견디지 못할 까봐 걱정이 됩니다……”“괜찮아. 손발만 부러지는 거지 죽는 건 아니잖아.”하현이 말했다.“네!”변백범은 군말 없이 앞으로 나와 소강승의 멀쩡한 발을 밟았고, 순간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니……안돼……놔줘! 제발 날 놔줘!” 소강승이 언제 이런 대우를 받아 본적이 있겠는가? 이때 그는 온 땅을 뒹굴며 끊임없이 애원했다.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의자에 기대어 차를 마시며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다. 소강승의 비명은 점차 사라지고 대신 깊은 원망만 남았다. “하현! 나는 소가 세자야! 내 수양 아버지는 홍인조야! 강남 길바닥 왕이라고! 네가 나한테 이렇게 대하면 우리 양아버지와 가주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하현이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올 거야. 다만 너를 구하러 오는 게 아니라 나한테 절을 하러 올 거야.”하현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설유아는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말했다.“엄마, 형부를 탓하지 마. 이번 일은 형부가 학교에서 나 대신 화풀이를 해줬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그렇지 않았으면 소씨 집안에 미움을 사지 않았을 거야……”지금 유아의 머릿속에는 온통 방금 형부가 나타났던 장면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항상 형부가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형부는 그녀의 눈에 영웅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은아는 맨 마지막에 떠나올 때의 장면을 떠올렸다. 하현은 이미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고 살아서 나올지도 알 수가 없었다. 비록 하 세자가 일을 해결하겠다고는 했지만 은아의 마음 속은 여전히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유아야, 너 먼저 좀 쉬어. 나는 천일그룹에 다녀올게. 하 세자한테 가서 형부를 구해 달라고 해보려고!”은아는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희정은 그 말을 듣고 미칠 지경이었다. “은아야, 너 머리가 어디 이상해 진 거 아니야?” 너 며칠 전에 하 세자를 거절해 놓고 이제 와서 네 남편을 구해달라고 하다니, 어떻게 동의를 해주겠어?”“그래도……”“그럴 것 없어! 오늘 너희 둘은 어디도 갈 수 없어!”“나랑 네 아버지랑 방법을 찾아 볼게. 그때가 되면 그 폐물을 대신해서 좋은 묘지를 하나 찾아볼게!”희정은 말을 마치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나간 김에 문을 거꾸로 잠갔다. 방 안에서 은아는 눈 앞이 캄캄해져 또 기절했다. 그러자 유아는 당황했다.“언니, 형부가 바로 하 세자야. 바로 그 사람이야!”안타깝게도 이번에 은아는 완전히 기절한 바람에 설유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같은 시각. 남원 교외, 홍가 저택. 지금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무거웠다. 홍인조가 있는 홀 안은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때 강남 길바닥의 왕 홍인조 외에 소씨 집안의 가주 소장경도 있었다. 이 두 명의 진정한 거물들은 강남에서 모든 것을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
교외 별장.하현은 지금 진흙탕 속에 엎드려 있는 소강승을 싸늘한 눈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상대방은 지금 사지가 다 부러져 땅바닥에서 기어오르려고 하고 있었다. 변백범은 하현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전에 그 사람이 유아를 때린 거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배를 돌려 주었다.“대장님, 홍인조가 소강승에게 영상전화를 걸어왔습니다……”이때 당인준이 건너와 하현에게 핸드폰을 건네 주었다.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그에게 한 게 아니고 나한테 한 거겠지. 받아봐.”영상이 연결되자 바로 맞은편에는 두 명의 위엄 있는 어르신들이 나타났다. 하나는 소씨 집안의 소장경이고 다른 하나는 지인인 셈이었다. 바로 강남 길바닥의 왕, 홍인조였다. 홍인조는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눈동자를 살짝 움츠렸다가 잠시 후 웃으며 말했다.“노부가 짐작을 못했었는데, 정말 세자였구나.”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홍인조, 기왕 내가 누군지 알았으니 그럼 내가 한결같다는 것도 알겠네.”홍인조는 웃으며 말했다.“세자, 너랑 나도 친분이 있는 셈이니 네가 이번에 노부의 체면을 봐서 그 불효자를 풀어주면 노부가 너한테 신세를 진 셈 치자. 어때?”“그래.”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홍인조가 웃음을 지어 보이기 전에 하현은 이어서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네 부하들에게 전하라고 일러줬어. 네가 우리 집 문 앞에 와서 내 아내에게 여러 번 절하고 사과하기만 하면 이번 일은 지나간 걸로 한다고.”“너……”홍인조는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강남 길바닥의 왕이었고, 강남 1인자 이준태조차도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여자 앞에서 무릎 꿇고 절을 하라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한편 소장경은 입을 열지 않고 있다가 지금 차갑게 말했다. “하 세자 맞죠? 하씨 가문을 무너뜨리고 나서 강남에 비바람이 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내가 홍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 기회를 한번 드리죠.
한편 홍인조와 소장경 두 사람은 현재 여러 가지 계획을 안배하고 있었다. 홍인조는 차갑게 말했다.“홍철아, 가서 내 밑에 길바닥 세력들을 다 불러 모아. 기억해. 다 불러야 해. 한 사람도 빠짐없이.”“네!”홍철은 쏜살같이 뛰어나갔다. 홍인조는 비록 이미 손을 씻었다고는 하지만 그의 제자가 너무 많아 강남 길바닥의 절반이 그의 제자들이었다. 이번에 그가 모든 제자들을 불러 모은다면 분명 크게 한바탕 할 것이다. 그리고 소장경도 소씨 집안의 힘으로 경호원부터 호위병까지 길바닥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힘을 전부 동원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만약 하 세자를 죽일 수 있다면 소씨 집안은 천일그룹의 자산을 모두 삼킬 수 있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소씨 가문에게는 단순히 소강성을 구할 뿐 아니라 함께 일어설 수 있는 기회였다.소장경은 심지어 다른 세 일류 가문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번 일은 너무 커서 다른 세 집안은 분명 손을 쓰지 않을 것이다. 특히 최가가 만약 그들이 경멸하는 손녀 사위가 전설의 하 세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돌변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나가와 구가도 정말 감히 이 대목에서 하 세자를 건드릴 수 있을까?그래서 소장경은 아예 아무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았고, 홍인조와 둘이서 손을 잡았으니 하 세자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일이 거의 정리가 되자 홍인조는 그제서야 조용히 말했다.“소씨, 남원 경찰서쪽에는 인사하고 물러 가라고 해. 오늘 밤 일은 그들이 관여할 차례가 아니야.”“걱정 마. 나도 그들을 끌어드릴 생각은 없어.”소장경은 냉소했다. 그는 오늘 밤 길바닥 사람들로 처리하려고 했다. ……시간은 1분 1초 유수처럼 빨리 지나갔다. 남원 경찰서에서 총 수사반장 위원용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방금 소씨 집안 쪽에서 어떤 사람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남원 경찰서는 오늘 밤 장님이 되어 아무 일도 모르는 척 하라는 메시
3시간이 다 지났다. 홍인조와 소씨 집안 사람들은 지금 호반 별장 사방 십 미터 밖에 모여 이곳을 물샐 틈 없이 둘러싸고 있었다. 명령과 함께 이 패거리들과 건달들은 호반 별장 안으로 몰려 갔다. 군중 한가운데 홍인조와 소장경 두 사람이 함께 왔다. 하나는 강남 길바닥의 왕.하나는 일류 가문 소씨 집안의 가주.이 두 사람이 함께 손을 잡으면 남원의 하늘이 변하고 해와 달도 뒤바뀌게 될 정도인데.그들의 속도는 매우 빨라 불과 2-3분 만에 호반별장 밖에 도착했다. 경찰서 사람들도 이쪽의 동태를 살폈고, 임기석이 위원용에게 보고 한 것 외에 감히 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별장의 대문이 갑자기 열리며 사람들이 몰려 오자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걸어 나갔고, 변백범이 그의 곁을 따랐다. “가주님! 아버지! 살려주세요! 살려줘요!”상황을 눈치챈 소강승은 지푸라기라도 잡듯 부러진 손발로 땅바닥을 기며 부르짖었다. “시끄러워!”변백범은 소강승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고 그는 그대로 그 제자리에서 몇 번 구르더니, 피를 한모금 토해냈다. 군중 속에 있던 소장경은 이 장면을 보고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는 소강승이 있는 쪽에 시선을 멈추지 않고 하현을 쳐다보며 이를 악물고 한마디 내뱉었다.“하현, 하 세자라!”홍인조만 차가운 눈빛이었다. 소강승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언제나 애정으로 가득했는데... 그는 평생 아들이 없었고 말년에 이 수양아들을 얻어 줄곧 후계자로 키워왔는데 오늘 하현이 이렇게 자신의 체면을 구길 줄은 몰랐다. 이 시각, 홍인조는 살의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하 세자, 무슨 일을 할 때는 극단적으로 하지 말고 한 발짝 물러서서 자신에게 여지를 남겨두라는 말이 있어. 보아하니 네가 오늘 이 홍인조와 한판 벌일 작정인가 보구나!” 하 세자, 강남 1인자로 알려져 있다. 홍인조와 소장경 두 사람은 지금 살의를 불태우고 있었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
여수혁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하현, 나 여수혁이야! 페낭 무맹 무맹주의 여 씨 가문 사람이라구!”“내 스승님은 남양 무맹 맹주야!”“나한테 당신 같은 사람은 목숨도 아니야!”“당신 지금 이런 행동한 거,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땅바닥에 널브러진 여수혁은 힘겨운 얼굴로 남은 힘을 끌어모아 내뱉었다.“퍽!”“저리 꺼져!”하현은 여수혁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그러자 여수혁은 벽에 몸을 부딪혔고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핏물이 솟구치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배후에 누가 있든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하현은 앞으로 나가 손을 뻗어 여음채의 창백한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당신한테 기회를 주겠어. 잠시 문을 닫고 정리하면서 잘 생각해 봐.”“다음에도 또 이런 일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 정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땐 인정사정없이 완전히 풍비박산을 만들어 버릴 테니까!”...궁지에 빠진 여음채와 여수혁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하현은 길을 막고 있는 페낭 무맹 제자들을 발로 걷어차고 원가령을 부축하며 양유훤의 차에 올라탔다.양유훤은 사람들을 양 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원가령을 응급실 침대에 눕힌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오늘 밤 가령이 일로 귀찮게 해서 미안해.”“어떻게 된 건지 들어서 잘 알고 있어.”“당신이 없었다면 오늘 밤 가령이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하현이 병원 대기실 소파에 앉자 하이힐을 신은 양유훤이 그에게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건넸다.“당연한 일을 한 걸 가지고 뭐. 마침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난 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오늘 밤 원가령의 일은 아마 십중팔구 당신을 노리고 한 짓일 거야.”“조심하는 게 좋아.”양유훤도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온 게 분명해.”“이번에 내가 천억 대금을 순조롭게 회수해서 적자에 허덕이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