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민의 눈매가 변하자 이일도도 정신을 차렸다. 그가 손을 한번 세게 흔들자, 그 건달들은 공포에 떨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하나같이 사나운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았다. 이때 하현은 담담하게 변백범을 한 번 쳐다보았는데 변백범은 이미 두 손을 공손히 드리우고 빠르게 날라왔다. 그리고 하현의 뒤에 있던 네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서있다가 차례로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이고 섰다. “시작해.”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변백범에게는 왕의 명령과도 같았다.“네!”변백범은 군소리 없이 핸드폰을 꺼내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착수 준비!”맞은 편에 있는 왕가 사람들은 실의에 빠진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았다. 하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오늘의 대극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왕태민은 고함을 치며 말했다.“하현! 너 이 폐물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너 다른 사람한테 빌붙는 거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야?”“보잘것없는 데릴사위 주제에 왜 자꾸 우리 왕가 앞에서 날뛰는 거야! 네가 뭔데!”“펑______”이때 불꽃이 공중으로 날아 올라 대낮인데도 눈이 부셨다. 폭죽을 보았을 때 왕가 사람들은 모두 아무 생각 없이 멍해졌다. 홍 아가씨와 임귀식 사람들도 모두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이 연극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지 누가 알겠는가?하지만 보스 이일도는 지금 안색이 미친 듯이 변했다. 왜냐하면 그는 길바닥의 전설이 하나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대낮에 불꽃놀이 하는 것을 봤을 때 그의 눈가는 경련이 계속 일었다. “상황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왕 세자님, 어쩌면 저희는 가능한 한 빨리 철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이일도는 이것이 전설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재빨리 왕정민의 곁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철수? 지금 화살이 이미 활시위에 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철수를 해버리면 앞으
“쿵쾅쾅______”이때 땅이 흔들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곧 많은 사람들은 소리의 출처를 알게 되었다. 낮은 고도에서 무장 헬기 열 대가 땅으로 착륙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열 대에 불과했지만 각 헬기마다 아래쪽에 차가워 보이는 무기들이 은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지의 떨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많은 사람들은 서 있기 조차 힘들어졌다.“이거 봐!”가장 바깥쪽에 있던 한 사람이 고함을 지르자 모두 뒤쪽을 쳐다봤다.시선 끝에 검은색의 거대한 거물이 등장했다. 거기다 그들 앞에 있던 좋은 차들을 다 부숴서 철판으로 만들어 버렸다.이 강철 맹수를 똑똑히 보고 있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무장 장갑차!전설 속 군단의 상징, 최정예 부대만이 갖출 수 있을 법한 물건이 뜻밖에도 지금 이곳에 나타났다. 무장 장갑차 위에 또 적지 않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서 있었다.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칼을 들고 창을 던질듯한 자세로 서 있었다. 비록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지금 이 건달들은 마치 산을 밀어 치우고 바다를 뒤집어 엎을 듯이 압박해왔다. “이것이 군단이구나, 진정한 군단의 사람……”이 광경을 보고 이일도 사람들은 저마다 모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이것은 그들이 결코 접근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들이 대항할 수 있는 차원도 아니었다.이런 압도적인 실력 앞에서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상대편이 사람이 적다고 생각하지 마라. 아마 몇 백 명 정도는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몇 백 명의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던 천 명을 죽이는 것은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만큼이나 간단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강력한 수준 앞에서 그들은 맞서 싸울 용기조차 없었다. 길바닥에서 제아무리 잘난 거물이라 해도 군단 사람을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어야 한다. 우리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지?그냥 잘 살면 안되나?이 길바닥의 거물들은 속으로 끊임없이 물었다. 일부 건달들
그리고는 많은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콰르릉______”거대한 무장 장갑차가 여러 사람들로부터 약 5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무장 장갑차 위에 있던 하사관이 이때 한걸음 성큼 나아가 땅 위로 내려왔다. 그런 뒤 큰 물살이이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은 많지 않았고 정말 몇 백 명뿐이었다.하지만 수백 명이 천천히 걸어 나왔을 때 그 기세는 너무 위협적이었다!“챙챙챙______”좁고 기다란 옥 칼이 땅에 살며시 불을 붙이자 불길이 치솟았다. 이일도는 이 광경을 바라보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이것은 군단의 당도대였다. 듣기로 가장 강력한 전력 군단 중에 하나였다. 비록 사람 수는 천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군단은 중앙아시아에서 싸웠다고 한다. 일찍이 한 명이 천 명을 상대할 정도라 천 명이 백만 수사자들을 상대해서 이겼다는데……”“당도대, 병력을 총동원한 것인가?”이일도는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 말을 내 뱉으면서 그는 스스로 절망했다. 많은 경우 전쟁을 할 때 승리의 관건은 인원수에 달려있지 않다. 진정한 관건은 군사 개인의 전력과 단합력에 달려 있다. 당도대의 수는 비록 천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듣기로 당도대 소속 군사들은 전부 만 명 중에 한 명 꼴로 뽑힌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런 뒤집어 엎을 전력에 직면했으니 이곳에 있던 이 사람들이 뭘 할 수 있겠는가? 당도대가 총출동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열 몇 명만 와도 정말 물 한 모금 마시는 것처럼 쉽게 이 건달들을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왕가 사람들도 결코 식견이 없는 사람들은 아니었기에 당도대는 당연히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그들은 하나같이 절망하는 기색이었다. 당도대! 군단 전설의 신화!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지……“저저저저……”왕태민은 지금 너무 놀라 이가 떨려서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세… 세…… 세자님……”그는 벌벌 떨며 지금 점잖은 체 하고 있을
왕정민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허공에 떠있던 무장 헬기가 갑자기 멈춰 섰다.그들은 부유 모드를 작동 시켜 소리 없이 공중에 떠 있었다. 차가운 화기의 총구를 돌려 아래쪽 사람들에게 겨누었다. 이 장면은 당도대 군사들이 그들에게 준 압박보다 더 컸다. 이것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땅끝까지, 땅에서 하늘 끝까지 숨쉴 틈이 전혀 없었다!너무 두려웠다!이 장면은 정말 끔찍했다!이때, 홍 아가씨가 제일 먼저 그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녀는 ‘퍽’ 소리를 내면 땅에 무릎을 꿇었고,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우리는 왕가에게 속았어요.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그녀와 함께 많은 길바닥의 보스들은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 이어 이일도는 왕정민의 코를 가리키며 욕을 퍼부었다.“다 너희들이 한 거잖아! 너희들이 땅 덩어리를 가지고 우리를 꼬셨잖아!”“우리는 돈에 눈이 멀어서 그랬어요! 아무것도 몰라요!”“어르신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잘못했어요!”말을 마치고 이일도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대장부는 상황에 맞게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럴 때는 찌질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주둥이를 굽힐 줄 모르면 좋은 결말이 있을 수 없다. “퍽퍽퍽______”곧 그 건달들도 전부 따라서 두 손을 번쩍 들고 그대로 새까맣게 줄지어 무릎을 꿇고 앉았다. 왕가의 경호원, 경비원, 호위들도 순식간에 왕가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그들도 따라서 무릎을 꿇고 하나 같이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방금 까지 시끄럽게 굴던 2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순식간에 무릎을 꿇고 감히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구경선과 두 사람, 그리고 왕가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사방을 둘러 보았다. 싸늘한 시선 아니면 날카로운 칼날, 그것도 아니면 무릎 꿇은 사람들 뿐이었다. 지금 그들은 무릎을 꿇은 것도 아니고 안 꿇은 것도 아니었다.
바로 이때, 군용 지프차가 한 대 멈춰 섰다.곧 이어, 군복을 입고 망토를 두른 중년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묘소를 향해 걸어 왔다. “이 분은……군단장님?”군단장은 그리 높은 직책은 아니어서 왕가 사람들은 군단장을 만나도 별 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람이 당도대의 군단장이라는 것이다!당도대. 한국 9대 최고 군대 중의 하나이다! 당도대의 군단장이 되려면 분명 백만 명 중 한 사람으로 뽑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때 왕가 사람들의 얼굴빛이 확 달라졌다. 모두의 시선이 묘지로 향하는 군단장에게로 쏠렸다. 곧 이 군단장은 하현 앞으로 직접 가서 경례를 하며 말했다. “강남 구역 당도대 군단장 보고합니다! 당도대 집결 완료되었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이 광경을 보고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충격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당도대!이분은 전설의 당인준, 한국 강남 구역 4대군신의 수장이다. 강남의 일인자가 그를 만난다 해도 감히 큰 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런데 지금 그가 뜻밖에도 하현에게 존칭을 하면서 경례를 하다니?그그그……그는 도대체 무슨 신분인가!?상상이 안 간다!믿을 수가 없다!줄곧 귀족이라 일컬으며 허풍을 떨던 도도한 왕가 사람들은 이렇게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을 도무지 받아 들일 수가 없었다. 그들의 눈에 하현은 쓸모없는 데릴사위였고 기껏해야 그 사람의 대리인일 뿐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이 장면은 그들의 추측이 아주 틀렸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 했다. 사실에 한 없이 가까운 그 진상은 그들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이 순간 왕정민은 자신의 눈동자의 두려운 기색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당인준의 행동은 그의 추측이 사실이라고 말해주었다. 하현, 바로 전설 속의 그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추측은 왕정민을 한없이 고통스럽게 했다. 만약 진작 이분의 신분을 알았더라면 그는 절대 이런 결단을 내
“왕태민……”하현은 갑자기 모든 왕가 사람들이 있는 곳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너 계속 알고 싶었던 거 아니야? 내가 도대체 어떤 신분인지?”“너 설씨 집안이 남원에 처음 왔을 때 그 만찬 기억하지?”“하 세자가 만찬에 참석한다고 말했잖아. 그 말이 맞아. 그도 확실이 갔었어……”“왜냐하면 내가 바로 하 세자니까!!!”왕태민은 당연히 그날 밤을 기억했다. 그날 그는 명령을 받고 설씨 집안 사람들을 접대하러 갔었고, 그날 하 세자가 오겠다고 발표 했었다. 그 때 설씨 가족 모두들 흥분했었다. 왕태민 자신도 한참 동안 감격했었다. 자신이 전설의 하 세자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결국 이 모든 것은 하현 이 데릴사위에 의해 망쳐졌고, 그는 하 세자를 화나게 했었다. 설씨 집안은 심지어 하현을 가문의 죄인으로 까지 몰아갔다. 왜냐하면 하현이 설씨 집안의 운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그 뒤, 설씨 집안은 비록 간신히 천일 그룹에 빌붙어 기어올랐지만 이 모든 건 설은아의 관계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설씨 집안의 안팎에서는 한 때 설은아가 하 세자의 내통녀라는 추측이 난무했다.하지만, 한 사람의 내통녀를 위해 하 세자가 한 집안을 높이 평가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지금 왕가 사람들은 전부 다 이해했다. 왜 설은아가 그런 대우를 받았는지.왜 바깥 사람들이 설은아를 하현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듯 하 세자의 내통녀라고 했는지. 왜 하씨 가문이 설씨 집안에게 큰 예물을 보냈다고 했는지. 전에는 이 일들이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모두들 다 알게 되었다!왜냐하면 하현이 바로 하 세자니까!그래서 하현이 감히 왕가를 건드릴 수 있었던 것이고, 왕가 모든 사람들에게 무덤 앞에서 사죄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설의 하 세자, 맨 손으로 수많은 그룹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하씨 가문을 다시 강남의 하늘로 앉혀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
하현이 오른손을 살짝 내리자 사방에서 울리던 소리가 뚝 그쳤고 장중에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하현은 무덤덤한 시선으로 왕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생각지도 못했지? 너희 눈엔 아무렇게나 밟아 죽일 수 있는 이 데릴사위가 3년 전 강남의 일인자였다니. 그런데 내가 돌아왔으니 누가 나를 막을 수 있겠어?”“너희 왕가는 능력이 있고 강남의 일류 가문의 우두머리라고 하지만……”“안타깝게도 너희들은 여전히 하민석의 개 한 마리일 뿐이야……”“하민석도 아직 내 앞에 정식적으로 나타나지 못했는데 너희들이 뭐라고?”하현의 목소리는 무덤덤했지만 칼처럼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새겨졌다. 왕가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고, 몸이 부들부들 떨려 똑바로 서 있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많은 왕가 사람들은 눈앞이 캄캄해 어지러울 정도였다. 만약 가문의 마지막 남은 영예가 그들을 지탱해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벌써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너너너…… 네가 이렇게 강했다면 어떻게 3년 전 보잘것없는 하민석에 의해서 남원에서 쫓겨나갔겠어……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강한 건 아니야……” 왕정민은 왕 세자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지금 왕가 사람들은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눈을 감은 지 한참 만에 갑자기 눈을 뜨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가 아무리 냉정한 척을 해도 더듬거리는 그의 어조에서 그가 속으로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이때 적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이 하현에게로 쏠렸다. 물론 다들 하현의 발만 쳐다봤을 뿐 감히 하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감히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왕정민, 너 정말 왜 그런지 알고 싶어?”“만약 네가 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말해 줄 수 있지……”“하지만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모두 죽어야 해!”하현의 목소리는 담
왕정민이 무릎을 꿇자 왕가의 기둥이 무너졌다. 왕가의 자랑, 왕가의 자존심, 왕가의 자부심, 이 순간 모든 것이 사라졌다.“털썩!”“털썩!”“털썩!”왕태민과 사람들은 하나 둘씩 땅에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그들은 진작부터 버틸 수가 없었다.그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흘려 옷이 다 젖어서 지금 이 순간 추운 밤이 된 것 같았다. 이 사람 앞에서 그들은 심지어 숨을 쉴 자격조차 없었다. 하현은 무덤덤하게 이 광경을 보았다. 마치 왕가 사람들이 땅에 무릎 꿇은 이 모습이 그의 마음속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 같았다. 곧 이어 그의 차가운 시선이 구경선에게로 향했다. “우습게도 내 형제는 계속 너를 가장 끔찍하게 아꼈고, 너를 그의 전부라고 여겼어.” “웃기는 건, 너는 오히려 그를 배신하고 심지어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왕가와 손을 잡고 심지어 왕가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말았어!”“네가 이것들을 즐기고 있을 때 내 형제가 지옥에서 울부짖으며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는 걸 생각이나 해봤어!”“내가 이미 너희들에게 말했지. 만약 박재민의 묘 앞에 와서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너희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너희들, 내 말을 귓등으로 들었어?”“저……”구경선은 곧 바로 ‘털썩’ 땅에 무릎을 꿇었다.노명진과 여동민 두 사람은 벌써 오줌을 싸서 온몸에 온통 지린내가 났다. 왕가 쪽에서는 뜻밖에도 왕태민이 가장 먼저 용서를 구했다.“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저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칩니다!”“저희들도 잘못했어요! 선생님, 저희들을 용서해주세요!”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박재민의 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특히 구경선과 두 사람은 지금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머리를 막았다. “퍽퍽퍽______”아주 큰 소리가 나더니 그들은 머리가 부딪쳐 피를 토했다. 하지만 지금 아무도 감히 멈추지를 못했다. 왕태민은 머리를 조아리며 부끄러운 얼굴로 말했다.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