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띠띠!”하현의 동작이 멈추자 직선으로 내달리던 화면에 심전도가 깜빡이며 반복적으로 뛰기 시작했다.서서히 꺼져가던 주광록의 생명이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전도가 갑자기 사라졌다.기대에 가득 차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이 떨어졌다.주향무도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오직 하현만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주광록의 생명이 회복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주광록은 출혈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몸 상태가 극도로 허약해져 있었다.이런 상황을 떠올리자 하현은 주광록의 몸에 몇 개의 혈을 뚫어 그의 기혈이 천천히 온몸을 돌 수 있도록 했다.“생기를 불어넣는다? 귀신을 내쫓는 척 피를 떨어뜨리고 혈을 건드린다?”이 장면을 본 여의사는 발끈했다.방금 자신이 하현의 행동에 놀라워한 것이 부끄러워서가 첫 번째 이유였고 방금 그들이 구하지 못한 이유를 하현이 폭로한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말씀드렸듯이 주 선생님의 현재 상황으로는 더 이상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방금 뭔가 대단한 처치라도 하는 것처럼 했지만 주 선생님이 순간적으로 잠깐 정신이 돌아온 것뿐입니다. 임종하기 직전에 잠시 정신이 맑아졌다가 최종적으로 숨을 거두는 거죠.”“이것 보세요. 그렇게 몇 번 문지른다고 도움이 되겠어요?”“이봐요. 대중의 환심을 사려는 행동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그러니 어서 꺼져요! 그렇지 않으면 당장 경비원들을 불러 내쫓으라고 할 겁니다!”그녀는 의사를 흉내내는 이런 돌팔이들의 행태를 극도로 혐오하는 것 같았다.하현에게 한바탕 쏟아부은 여의사는 시선을 주향무에게로 돌렸다.“주 서장님, 주 선생님은 이미 충분히 처참한 고통을 받고 계십니다.”“죽기 직전까지 남에게 학대와 같은 고통을 당하다니! 참을 수 있으시겠어요?”“당장 이 사기꾼을 잡아 경찰서로 데려가야 합니다!”“저런 사람에겐 함부로 기회를 주면
하현은 여의사의 말에는 아무 대답 없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던 일을 계속했다.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여의사는 냉엄한 얼굴로 큰소리쳤다.“우리는 여기에서 가장 젊고 실력 좋은 의사예요. 우리 팀이 가장 전문적이라고요!”“주 선생님이 이미 가망이 없다고 우리가 판단했으니 설령 신선이 내려온다고 해도 절대 살릴 수 없어요!”이 말을 듣고 여의사 주변에 있던 몇몇 간호사들도 마스크를 벗으며 하현에게 매서운 눈빛을 보였다.마치 하현이 엄청난 억지를 부리며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듯이.하현은 이를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사람은 겸손할 줄 알아야 합니다.”“당신이 안 된다고 해서 나도 안 되는 건 아니죠.”“세상 도처에 나름의 고수들이 있는 법입니다. 하늘 아래 내가 최고라는 생각은 버려야죠, 그게 이치 아닌가요?”“뭐? 내가 안 돼?”하현의 말을 들은 여의사는 화를 버럭 냈다!“이봐요! 잘 들어요! 난 당신 같은 사기꾼이 아니에요!”“우리 대하 국수 장북산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어요!”“난 금정 병원의 에이스라고요. 이 병원 간판, 화이영!”“무엇보다 난 이미 이 병원에서 5년 동안 근무하고 있고 새로 부임한 부원장이라는 거예요!”“그런데 뭐? 안 돼? 내가요?”“자, 다시 말해 봐요. 당신이 무슨 근거로 날 이렇게 무시하는 거예요?”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난 의사가 아니에요. 당신을 무시할 이유도 그럴 의도도 없었어요.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합니다.”“하지만 당신한테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의학이 아닌 민간요법으로 사람을 살리는 사람들을 무시하진 마세요!”“민간요법으로 사람을 살린다고?”여의사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냉기를 가득 뿜어냈다.“결국 당신은 의학이라는 두 글자도 모르는 사기꾼이란 거죠?”“나도 들었어요. 당신 같은 풍수쟁이들이 사람을 살린다며 사람들에게 부적을 써 주고 속임수를 쓴다는 걸!”“무지한 많은 사람들이 당신 같은 사람한
”당신 천식 그거 고등학교 때부터 있었죠?”하현은 계속해서 여의사에게 말했다.“당신은 아마 그때 태극권을 연마하려고 했을 거예요. 그런데 아무 이유 없이 천식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그때부터 태극권은커녕 운동은 아예 꿈도 못 꾸게 되었고요, 그렇죠?”“당신은 자신의 의술이 뛰어나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자신의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니 부끄러운 줄 아세요.”하현이 또박또박 자신의 결점에 대해 이야기하자 방금까지 의기양양했던 화이영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완전히 정신이 멍해졌다.“내가 천신이란 걸 어떻게 알았어요?!”화이영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녀는 지금까지 온갖 천식약을 전전하고 있었다.심지어 좋다는 시술도 몇 번 받아 본 적이 있었다.그런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모든 수고가 아무 소용이 없었다.그리고 그녀는 항상 자신의 가장 큰 비밀처럼 천식을 숨겨 왔다.기침이 나려고 할 때도 화장실에 가서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하현이 단번에 이것을 간파하고 사람들 앞에서 폭로할 줄은 몰랐다.이렇게 되면 모두가 의사로서 그녀의 실력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하현은 화이영이 충격에 휩싸인 모습을 보고는 계속 냉담한 표정을 유지할 뿐 자비 따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이것이 당신과 나의 차이점이란 걸 모르겠어요?”“난 한눈에 당신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간파했어요. 자, 이제 말해 보시죠. 내가 사람을 살릴 수 있겠어요, 없겠어요?”화이영은 하현을 향해 매서운 눈빛을 쏘아붙였고 결국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좋아요. 설령 당신이 눈치껏 내 병을 알아냈다고 해도 난 여전히 당신의 실력을 믿지 않아요.”“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요? 흥! 웃기는 소리 있네!”“당신이 무슨 신령이야? 뭐야?”“주 선생님은 이미 사망하셨어요!”화이영이 아는 한 사람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절대 없다.“왜요? 나랑 내기할래요?”하현은 계속 손을
오직 주향무만이 얼른 주광록에게 다가가 그의 맥박을 잡았고 잠시 후 감격에 겨운 얼굴로 소리쳤다.“살았다! 살았어!”그는 감격에 겨운 나머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각종 기기들은 빠르게 숫자를 변동하며 모든 지표가 정상임을 보여 주었다.이를 본 화이영 일행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도저히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귀신이 곡할 노릇 아닌가?이게...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화이영에게 다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나머지 처리는 당신이 좀 맡아서 해 줘요.”“처리가 다 끝나면 우리 집복당으로 오세요. 청소할 게 산더미니까.”“우리 집복당엔 항상 손이 부족하거든요...”...한 시간 후 하현은 병원 입구에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사람을 살리는 일은 어렵지는 않았지만 꽤나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다.그는 결국 전장에서 쓰던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다.조용히 눈을 감고 주광록에게 좋은 소식이 있기를, 행운이 있기를 기도했다.다시 30분을 더 기다렸을 때 온몸의 상처가 깨끗하게 씻긴 주향무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입고 있던 옷이 피투성이가 되었기 때문에 병원 경호원의 옷을 빌려 입고 있었다.그는 얼른 하현의 곁으로 다가와 두말하지 않고 바로 무릎을 꿇었다.“하 대사님, 고맙습니다.”“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겠습니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죽을힘을 다해 돕겠습니다!”콧대가 하늘 같았던 주향무를 하현이 자신의 능력으로 완전히 무릎을 꿇린 것이다.그것도 무려 두 번씩이나 주광록을 살린 것이었다!주향무가 아무리 사람됨이 서툴러도 은혜는 꼭 갚아야 한다는 건 아는 사람이었다.“주 서장님, 별말씀을요.”하현은 급히 주향무를 일으켜 세웠다.“나한테 주광록 형님은 존경스러운 분입니다.”“무사하셨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아주 다행한 일이죠!”주향무는 마지못
주향무는 하현의 핸드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나박하’라는 세 글자가 보였다.주향무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핸드폰은 곧바로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핸드폰은 그 이후에도 또 한 번 진동했다.주향무는 갑자기 나박하가 하현의 운전기사라는 사실을 떠올렸고 그가 무슨 일을 당한 게 아닌가 걱정되어 결국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세요. 하 대사는 지금 잠시 화장실에 가셨습니다...”“하현, 큰일 났어요. 그 개자식들이 병원에 왔어요!”전화기 맞은편에 있던 나박하는 상대의 목소리도 무시한 채 혼란에 휩싸인 목소리로 다급하게 소리쳤다.“그들이 당신과 형수님을 잡겠다고 해서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어요...”“하현, 어서 빨리 와서 형수님을 데리고 가세요! 빨리요!”잡으러 왔다고?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주향무의 직업적 촉이 바짝 곤두선 순간이었다.그는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벌떡 일어섰다.“지금 어디 계세요?”나박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우린 아직 위층의 특수 병동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시운은 이미 그들에게 잡혀갔어요...”“윽!”나박하의 목소리가 중간에 뚝 끊어졌고 뭔가 피를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섬뜩한 웃음과 욕설이 주향무의 귀를 날카롭게 건드렸다.주향무는 안색이 일그러지며 급히 간호사를 불러 몇 마디 당부의 말을 남기고 하현의 물건을 간호사에게 건네준 뒤 얼른 특수 병동으로 달려갔다.설은아가 머물고 있는 층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불과 몇 분 전에 건방진 사내들은 거칠 것 없이 사람들을 걷어차며 들이닥쳤다.그들은 간호사들의 뺨을 막무가내로 때리고 설은아가 있는 병실을 캐물은 뒤 살벌하게 걸어갔다.그중 선두에 선 사람은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남자, 상기였다.그의 부하들은 그를 상기 형님이라 불렀다.몇몇 경호원들은 이들의 포악한 행동을 보고서도 함부로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고 구석에 숨어 벌벌 떨고만 있었다.예쁜 의사와 간호사들은 더욱 큰 소리로
”하 씨라는 그놈은 어디 있어?”“어디 숨은 거야?”“어서 나오라고 해!”상기는 험악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고 아주 오만불손한 자세로 걸어왔다.이시운은 그에게 맞아서 코가 시퍼렇게 멍들고 얼굴이 부어올랐다.그녀가 언제 이런 광경을 맞닥뜨린 적이 있겠는가?너무 놀란 그녀는 울음밖에 나오지 않았다.“울어? 울면 내가 뭐 예쁘다고 봐줄 줄 알았어?”“잘 들어. 난 말이야. 아주 마초적인 걸 좋아해!”상기는 다시 한번 더 이시운의 뺨을 때리며 그녀를 날린 다음 음흉한 얼굴로 말했다.“이년을 한바탕 농락한 다음에 그놈을 찾아볼까?! 응? 하하!”이시운은 자신이 설은아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다.하지만 무서워서 도무지 입은 떨어지지 않았고 온몸만 부들부들 떨었다.그녀는 마치 늑대 무리 앞에 떨어진 어린 양처럼 애처롭고 무력한 모습으로 머리채를 잡혀 엘리베이터 쪽으로 끌려갔다.멀지 않은 곳에서 끌려가는 이시운을 본 간호사들이 놀라서 울먹이기 시작했다.현장은 순식간에 무서운 공포에 휩싸였다.나박하는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나 이시운을 구하려고 했지만 일어서자마자 누군가에게 발길질을 당해 그대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하현, 저리 안 꺼져?!”상기는 담배에 불을 붙여 구름 같은 몽글몽글한 연기를 내뿜으며 냉소를 흘렸다.“난 여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내 부하들은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지.”“네놈이 안 꺼지면 여기서 무슨 일이 더 일어날지 나도 몰라.”바로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띵’소리를 내며 열렸다.“그만!”“당신들 이게 무슨 짓이야! 건방지게!”주향무가 냉엄한 얼굴로 걸어 나오며 싸늘한 표정으로 상기 일행을 노려보았다.“대낮에!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냐고? 당신들한테는 법도 없어?”“난 금정 경찰서 서장 주향무야! 즉시 당신들을 체포할 거야!”“주 서장님?!”주향무의 이름을 듣고 바닥에 주저앉았던 나박하는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하지만 상기는 이 순간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주향무는 코가 시퍼렇게 멍들고 얼굴이 부어올랐으며 머리에선 피가 흘러내렸다.주향무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매번 반격을 시도할 때마다 상대는 총으로 위협했고 결국 상대의 공격은 더욱더 심해졌다.“그만해! 그만하라고! 그 사람은 주 서장님이야!”“아, 그래?”“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상기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똑똑히 들어. 주 서장은 물론이고 주 서장 할아버지가 와도 우릴 막을 순 없어!”“퍽!”상기가 주향무의 얼굴에 발을 들이대려고 한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의자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상기는 안색이 일그러지며 두 손으로 얼굴을 막았다.큰 소리가 울리며 의자가 땅에 떨어졌고 상기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뒷걸음질쳤다.그는 지금 분노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그러나 상기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어디선가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이시운을 끌고 가던 몇몇 사내들이 모두 몸이 날려 땅바닥에 고꾸라졌다.곧이어 하현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주향무를 둘러싸고 있던 사내들을 하나둘 걷어차 날려버렸다.위험할 뻔했던 주향무는 바로 구출되었다.“서장님, 괜찮으세요?”하현은 주향무를 직접 부축하며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만약 간호사가 그에게 말해 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세수를 하러 간 그 짧은 시간에 상기 일행이 들이닥쳤고 주향무까지 연루된 것이다.“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습니다.”주향무는 얼굴의 핏자국을 닦으며 말했다.“날 믿으세요. 오늘 절대로 이 일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겁니다.”지금까지 주향무는 자신의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감히 제멋대로 행동하고 법을 무시한 채 총기를 소지한 놈들을 보고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경찰서장으로서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오늘 밤 이놈들을 쓸어버리지 않으면 자신이 머리에 쓴 서장이라
”개자식! 우리 표범 형님을 무시하다니!”“죽고 싶어?!”한 사내가 하현의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내었다.자신이 신처럼 모시고 있는 형님을 모욕하는데 그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순간 사내는 쓰레기통을 들고 하현을 덮치려고 했다.“퍽!”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발로 걷어찼고 사내는 자신이 들었던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고 쓰러졌다.그는 머리가 깨졌는지 피를 흘리다가 곧바로 기절했다.하현은 혼란스러운 틈을 타고 거칠 것 없이 상대에게 한 걸음 다가가 뺨을 수차례 때렸다.결국 상대는 온몸이 날아가 버렸다.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건방이 하늘을 찌르던 사내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경련을 일으켰다.손바닥 몇 번 휘갈기고 발길질 한두 번뿐이었는데 쓰러지다니!하현의 엄청난 실력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개자식!”자신의 부하가 하현의 손바닥에 날아가는 것을 본 상기는 놀라워하면서도 분노에 치를 떨었다.그는 금정에 이런 대단한 존재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상대가 무도 고수라는 것을 알아차린 상기는 허리춤에 찬 총을 만지작거리다가 얼른 안전장치를 풀었다.“꼼짝 마!”상기는 총을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나박하를 겨냥했다.“움직이면 다 쏴 버릴 거야!”말을 하는 동안 남아 있던 몇몇 사내들도 얼른 총을 꺼내 안전장치를 풀고 이시운, 주향무, 그리고 하현을 겨냥했다.그들은 이미 하현의 대단한 실력을 보았기 때문에 단순히 협박용으로 총을 든 것이 아니었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총 따위를 두려워할 그가 아니었다.자신의 몸을 상하게 내버려둘 그가 아니었다.만약 상대가 방아쇠를 당긴다면 그는 가차 없이 상기 일당들을 쓸어버릴 것이다.하현의 실력으로 그것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현장에는 주향무, 나박하, 이시운, 그리고 무고한 많은 의료진들이 있었다.만약 오발이라도 된다면 무고한 많은 사람들이 다치게 된다.그건 정말이지 그가 바라는 것이 아니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