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 오늘 밤 자네와 나 사이에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네.”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는지 양제명은 가는 도중에도 절박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첫째, 이번 양 씨 가문 일에 많은 도움을 준 거 너무 고맙게 생각하네.”“자네가 없었다면 이 늙은이는 생각지도 않은 데서 의외의 좌절을 겪고 신음하고 있었을 걸세. 우리 소중한 손녀도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과찬이십니다. 양 씨 가문의 일은 결국 양 씨 가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내가 끼어들면 양 씨 가문은 더욱 분열될 뿐입니다.”양제명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세상에 영원한 왕조도 없고 시들지 않는 가문도 없어.”“한 가문이 세대교체를 해야 할 때가 되면 대가를 치러야 하네. 그래야 가문을 이어갈 수 있어.”“자네가 도와준 덕분에 우리 양 씨 가문은 앞으로 백 년은 거뜬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그래서 말인데 내가 양 씨 가문 주식의 30%를 자네한테 넘기고자 하니 부디 받아주시게.”하현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양제명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긴 끝에 승낙했다.어쨌든 그의 지분이 있어야 원 씨 가문이든 이 씨 가문이든 다른 가문이 양 씨 가문을 넘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그리고 남양 무맹의 체면을 세워주어야 양 씨 가문은 더욱 순풍에 돛 단 듯 나아갈 수 있다.하현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양제명은 웃으며 하현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하현, 내가 이런 말을 입에 올리는 걸 너무 탓하지 말고 들어주시게.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자네는 이미 전처와 이혼한 거라던데, 아닌가?”하현은 눈꺼풀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 뭐,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하현, 내 말 좀 들어봐!”양제명이 손을 크게 휘저으며 하현의 말을 끊었다.“두 번째 할 말은... 자네, 우리 양 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올 생각 없는가?”“자네만 동의한다면 지금부터
양제명이 어렵게 꺼낸 말을 듣고 하현은 그의 말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라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양제명의 말이 그의 마음속을 어지럽게 휘저으며 당혹스럽게 만들자 하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머리를 돌렸다.“참, 어르신. 세 번째 하실 말씀은 무엇입니까?”말을 하면서 하현은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힐끔 쳐다보았다.두 사람은 어느덧 30분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곧이어 하현은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양제명은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을 정자 아래로 옮겨달라고 부탁한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 번째 일은 그리 번거롭지 않아.”“하현, 이 늙은이를 도와 마지막 이 문제를 좀 도와줘.””자네가 도와주지 않으면 당최 일어설 수가 없어서 너무 불편해. 자네가 조금만 힘을 써 준다면 가능할 것 같은데, 어떤가?”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어르신도 무도 고수입니다. 한 세대를 풍미한 전신이십니다. 그러니 어르신의 몸은 어르신이 가장 잘 아실 겁니다.”“어르신은 충분히 회복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반 년 정도 시간이 걸릴 뿐이죠. 어르신, 설마 반 년도 못 기다리시는 겁니까?”양제명이 한숨을 깊이 내쉬며 말했다.“기다리기 싫어서가 아니라 기다릴 수가 없어서 그러네. 시간은 날 기다려 주지 않아.”“양 씨 가문이 일어서려면 결국 전신이 필요해.”“그렇지 않으면 3대 가문 중 하나가 되는 영광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겠는가?”“난 일어설 수 없네. 자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받쳐준다고 해도 결국은 사상누각일 뿐이야.”하현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지금 무리해서 회복하면 어르신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앞으로 몇 년은 끄떡없이 사실 수 있는데 고작 반 년 일찍 일어서려고 이렇게 무리하시는 건 아무 가치가 없어요!”하현은 지난번에 양제명의 다친 몸을 살폈을 때 이미 그의 상태를 파악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하현은 진작에 양제명의 몸을
”이 정도 이유는 되어야 우리 남해 칠절이 나설 명분이 있지.”양제명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당신들 말을 듣자 하니 이미 당신들은 날 여러 해 동안 지켜봤겠군, 그렇지?”칠절의 우두머리는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당연하지.”“남양국에서 나온 유일한 전신이니 밤잠을 설치는 사람도 있었을 거야. 그들은 십수 년 전부터 당신의 목숨을 노리고 거액의 대가를 치렀지.”“남해궁에서 이 임무를 받은 후 줄곧 손쓸 기회를 잡지 못했어.”“심지어 당신은 반쯤 독에 중독된 후에도 양유훤이 밤낮으로 보호하고 있어서 우리들이 손을 뻗칠 틈이 없었던 거야.”“이 일은 수십 년 동안 우리 남해궁의 치욕이었어.”“우리 세대에 와서 이런 해묵은 일을 해결하게 되다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어?”우두머리는 입을 벌리고 크게 웃었다.“이곳은 풍수가 좋고 지금 날씨도 좋으니 내년 오늘 당신의 기일에 모이기에는 딱 좋은 날이지!”말을 마치며 우두머리는 오른손을 흔들어 끝이 날카롭게 휜 남양칼을 빼들었다.그의 동료 여섯 명도 냉소를 흘리며 남양칼을 꺼냈다.잔뜩 독기를 뿜고 휘어져 있는 칼끝이 양제명을 향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퍼런빛을 번쩍이고 있었다.일찌감치 독에 담가 둔 것임이 분명했다.양제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둑이 어떻게 훔칠까 걱정하진 않고 내 걱정을 다 해주다니!”“당신들 남해궁 사람들이 내 걱정까지 해주느라 아주 수고 많아!”“그런데 내가 한 가지 궁금해서 말이야. 당신들이 나한테 손을 쓰는 건 이해가 가는데 하현의 목숨은 왜 가져가려는 거야?”“개인적으로 제안 하나 하지. 하현은 아무 상관없으니 가게 해줘.”“안 그러면 사람 하나 더 남아 있는 거니까 당신들한테도 좋을 게 없어.”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어르신, 농담도 잘 하십니다.”“이놈들은 날 노리고 온 겁니다. 내 목숨을 노리고 값을 두 배나 쳐 줬다잖습니까?”칠절의 우두머리는 들고 있던 남양칼을 돌리며 섬뜩한
하현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하현의 말을 들은 칠절의 우두머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지껄이는 말은 듣기 싫지만 당신이 내 건 조건은 아주 매력적이군.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야.”“그리고 나도 잘 알고 있어. 당신 같은 거물이 방금 한 말은 우리를 조롱하기 위한 거라는 거.”“하지만 우리가 당신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당신도 반드시 돈을 내놔야 해.”“뭐, 어쨌든 지금은 당신 비행기가 이륙할 시간이니 남양에서의 시간을 더 이상 낭비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리고 당신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자신만만해도 당신 곁엔 혹이 달려 있잖아.”“정말 우리랑 싸우면 양제명 전신은 어떻게 해?”“실력이 조금 회복되었다곤 하지만 하체를 움직일 수 없는 전신이 우리 남해 칠절 앞에서 뭘 어떻게 하겠어?!”“하현, 설령 당신이 하늘을 두 쪽 낼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고 해도 우리 일곱 명이 당신을 때려잡고 양제명을 해치우는 게 그리 어려워 보이진 않는데.”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머리가 꽤나 좋은 편이군. 당신들 잘 의논해 봐. 결국 킬러도 돈 때문에 하는 거잖아? 돈? 흥! 나한테 차고 넘치는 게 돈이야!”“어떻게 할 거야? 내 조건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니면 두 배로도 부족해? 세 배쯤은 있어야 해?”하현은 양제명을 부축해 옮긴 뒤 큰 나무에 기대게 했다.이렇게 해 두면 적어도 잠시 후 싸움이 일어나도 양제명은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의 힘은 남아 있게 된다.남해 칠절 우두머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당신의 조건을 받아들이면 우리도 훨씬 수월하고 좋지.”“그런데 대하 외지인, 잘 들어. 우리 남양인을 우습게 보지 마!”“킬러들에겐 킬러들만의 규칙이 있어.”“맡은 임무는 끝까지 해내야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우릴 믿고 일을 맡기겠어?”“물론 우리가 당신 돈을 받을 수 있어. 당신과 양제명을 죽인 뒤 우리는 고용주를 죽이고 당신들이 맡긴 임무를
”솨솨솩!”칠절의 우두머리는 순간 얼굴빛이 극에 달했고 양손을 얼른 가리며 뒤로 몸을 뺐다.하지만 그의 움직임보다 하현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하현은 거의 그림자처럼 우두머리를 뒤쫓으며 어느새 우두머리의 머리를 향해 한 방을 날렸다.“쾅!”단단한 물체가 부딪히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났다.칠절의 우두머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보호복을 입은 것이었다.하지만 옷을 단단히 감은 하현의 하현의 주먹은 산을 넘어뜨릴 만한 기세로 보호복을 그대로 뚫고 칠절 우두머리의 가슴을 쳤다.‘차칵’하는 소리와 함께 칠절 우두머리의 가슴이 내려앉았다.그의 몸은 휘청거리며 3미터 뒤로 물러났고 땅바닥에 떨어져 가슴에서 피가 흘렀다.동시에 그의 얼굴빛이 새하얘지며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한 방에 중상을 입은 것이다!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재미있군. 남해 칠절의 우두머리라 절정의 병왕이라더니.”하현은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내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질 줄은 몰랐군.”“푸!”칠절의 우두머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바로 거센 피의 분수를 뿜어냈다.그들 남해 칠절은 남해 지역에서 줄곧 온갖 횡포를 부렸다.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괴롭히고 짓밟았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이름난 가문들도, 각국에서 파병한 유명한 군장성들도 모두 그들에게 공격을 당했다.그런데 지금 하현 앞에서 이렇게 처참하고 우스운 꼴을 보이다니!순간 칠절의 우두머리는 하늘을 향해 울분에 가득한 소리로 울부짖었다.하현을 마구 때려죽이고 싶은 충동이 가슴 밑바닥에서 용솟음쳤다.그는 하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칠절의 우두머리가 어떤 사람인가?일찍이 사람들 앞에서 이런 우스운 꼴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언제 남한테 이렇게 짓밟힌 적이 있었던가?칠절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어쩐지 젊은 나이에 남양 무맹 감찰관이 되었더라니!이렇게 무서운 실력의
”닥쳐!”양제명의 목소리를 듣고 칠절의 우두머리는 냉랭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양제명 이 늙은 능구렁이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당신이 우리 남해궁 본거지에 들어와서 앞길이 창창한 우리 남해궁의 젊은 고수들을 죽이고 남해궁의 대를 끊어 놓지 않았더라면 우리 남해궁이 어찌 이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어?”“우리 남해궁의 백 년 전통이 당신 같은 늙은이의 손에 갈기갈기 찢어졌다니 안타깝고 원통해서 죽고 싶은 심정이야!”“우리가 임무를 맡았든 맡지 않았든 어차피 당신은 죽어야 해!”칠절의 우두머리가 하는 말을 듣고 나머지 칠절들은 하나같이 비분강개한 기색을 드러내며 살벌한 얼굴로 양제명을 찢을 듯 노려보았다.양제명은 전쟁의 신이 된 후 모든 사람의 예상대로 이 일대의 강자로 부상하여 남해궁의 근본을 흔들어 놓았다.그렇지 않았더라면 남해궁은 30년이 넘도록 양제명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양제명을 힐끔 쳐다보았다.역시나 양제명도 한때 이 일대를 주름잡던 거물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전신이 된 사람 중에 이런 원한 하나쯤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하현, 이놈을 죽여. 나 신경 쓰지 말고.”양제명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이놈들은 아직 날 죽이지 못해.”놈들의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양제명의 몸에서 전신의 강인한 아우라가 느껴졌고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것 같았다.칠절의 우두머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양제명, 당신은 이제 반은 폐인이 되었어. 하반신도 움직이지 못하는데 우리가 당신을 못 죽일 것 같아?”“관도 이미 가져왔어.”칠절의 이인자가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반드시 당신을 여덟 조각으로 만들어 이 관 속에 집어넣을 거야!”“하현이 한두 명은 막을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 일곱 명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 흥! 꿈도 크시지!”“우리 일곱 명이 다 함께 덤빈다면 전신인들 못 죽일까?!”하현은
”솨솨솩!”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칠절들은 동시에 민첩하게 발을 움직이며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들의 몸이 스쳐 지나갈 때 곳곳에서 광풍이 휘몰아치고 귀를 찌르는 바람 소리가 사방을 들썩였다.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하현 앞에 도착했다.기세가 등등했던 두 남해궁 강적을 마주한 하현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일관했다.심지어 약간 경멸하는 기색마저 띠는 담담한 눈빛이었다.“둘이 같이?”하현은 웃으면서 날쌔지도 않게 담담하게 손을 후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후!”칠절들의 눈꺼풀이 펄쩍였다.하현의 손놀림은 단순해 보였지만 무서운 힘이 숨겨져 있었다.하현의 손바닥이 그들의 눈에는 큰 바위처럼 확대되어 보였다.그들은 두피가 저릿저릿하고 온몸이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쉽게 말해 그들은 극도로 위험한 상태에 직면했을 때 비로소 이런 반응을 보인다.“죽여!”칠절 두 명이 물러설 뜻이 없다는 듯 포효했다.그들은 손에 들고 있던 남양칼을 동시에 던지며 남양칼이 단숨에 하현의 두 손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길 바랐다.“탁!”“탁!”손바닥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울렸다.순간 두 명의 칠절들의 몸이 뒤쪽으로 쏠리며 그대로 허공으로 붕 떴다.이윽고 두 사람은 입에서 피를 내뿜었다.하현은 그 자리에 서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그저 발을 힘껏 디뎠을 뿐이었다.그가 발을 디딜 때 땅에 있던 자갈들이 요동치며 양제명을 습격하러 간 칠절을 향해 날아갔다.칠절의 막내는 자신이 단칼에 양제명의 오른손을 베어버릴 것 같던 순간 갑자기 뭔가 오싹함이 느껴졌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돌렸고 날아오는 자갈을 쳐낼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자갈을 쳐내자마자 그의 몸은 뒤로 요동치며 부서진 정자에 부딪힐 뻔했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몸을 옆으로 돌려 양제명이 있는 곳으로 갔다.양제명은 깊은 시선으로 햐현을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괜찮은가?”“전 괜찮습니다. 살수들
남해 칠절이 일제히 하현에게 덤벼드는 것을 보고 양제명은 나무에 기대어 힘없이 입을 열었다.“하현, 조심해!”“괜찮습니다.”하현은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다.남해 칠절 중 상위 실력에 드는 세 명이 나란히 돌진하는 모습은 마치 산에서 내려온 맹호가 거칠고 포악하게 먹이를 공격하는 것 같았다.남양칼 세 자루가 살기를 띠며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손가락을 구부리며 침착하게 뒤로 물러섰다가 연이어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의 손바닥이 매서운 칼날을 피해 세 사람의 얼굴에 떨어졌다.칠절의 우두머리를 포함한 세 사람은 하나같이 코가 시퍼렇게 멍들었고 얼굴을 가린 채 뒤로 물러났다.“전신급이야!”순간 칠절의 우두머리 속에 ‘전신’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그제야 하현의 실력을 실감한 것이다.그러자 우두머리는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죽여!”하현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력을 가진 것에 질투심이 끓어오르는 모양이었다.동시에 그들은 하현의 실력에 극도의 공포감이 밀려왔다.말이 끝나자마자 칠절 중 한 명이 남양칼을 앞세우며 마치 파도처럼 하현을 향해 돌진해 왔다.이것은 남해 칠절의 필살기 중 하나인 파도타기였다.그의 칼은 곧 하현에게 닿을 듯 돌진해 왔지만 하현은 줄곧 쓰지 않았던 왼손을 뒤로 젖혔다.“탁!”남자의 몸이 흔들리며 빙글빙글 원을 그리다가 이내 땅바닥에 쓰러졌고 이내 ‘왈칵’하며 피를 뿜고 말았다.“촥!”바로 그때 칠절의 셋째가 땅바닥을 구르며 칼을 들고 하현의 무릎을 향해 내리쳤다.칠절의 우두머리도 두 발로 땅을 디디며 힘껏 뛰어올라 하현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두 사람은 호흡이 척척 맞았다.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요절낼 기세였다.그러나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을 뿐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그 대신 쳐들어온 칠절의 우두머리의 칼을 거꾸로 튕기며 땅바닥에 구르는 칠절 셋째의 얼굴을 걷어찼다.하현은 상대방의 얼굴을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