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 여자 덕이나 보려는 놈은 아무도 반기지 않아!”양호남의 눈에는 하현의 심드렁한 얼굴이 ‘혼비백산’한 모습으로 보였는지 양호남은 한껏 의기양양한 눈빛을 보였다.“원가령의 체면을 봐서 오늘 날 다치게 한 것에 대해선 아무 책임도 묻지 않고 보내주겠어!”“하지만 내일은 기대해도 좋을 거야!”하현은 원가령을 힐끔 쳐다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로서도 오늘은 원가령을 봐서 양호남과 더 이상의 언쟁을 할 마음이 없었다.하지만 양호남이 내일 또 뭔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하현은 더 이상 봐주지 않을 것이다.“하현, 잠깐만!”하현이 떠나는 것을 보자 원가령은 갑자기 뭔가 중요한 일이 생각난 듯 그를 불러 세웠다.그녀가 손짓을 하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왔고 그녀의 얼굴에는 잠시 망설이는 기색이 비쳤다.“양호남은 내 남자친구야. 당신은 내 친구고. 양유훤은 또 내 절친이야!”“당신과 양유훤이 양 씨 가문에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며칠 후 양 씨 가문 기념일에 양가백약을 출시하고 양 씨 가문과 본격적으로 대립할 거라는 걸 알아.”“당신이 양유훤에게 주었던 그 양가백약의 비법이 원래 양씨백약의 조제법이었다는 것도 알아.”“그러니 내 얼굴을 봐서라도 이 일을 좀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겠어?”“그러니까 내 말은 그 조제법을 양호남에게 넘기는 걸 말하는 거야. 양호남에게 주면 좋겠어.”“그러면 양호남이 평생 당신이 다 못 쓸 만큼 어마어마한 보상을 해 줄 거야.”“그리고 모든 상황은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거야, 어때?”“양유훤과의 일은 내가 다 처리할게.”양호남이 오늘 하마터면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자 원가령의 마음은 죄책감으로 가득 찼다.그녀는 양호남이 양씨백약의 원래 조제법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그래야 양호남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명예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뭐? 양씨백약의 원래 조제법?”양호남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코웃음을 쳤다.“하현, 당신이 어
하현이 냉담한 얼굴로 양호남의 제안을 거절했다.지금까지 자신의 의견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이던 남자가 거절하고 나서자 원가령의 아름다운 얼굴이 검붉게 변했고 이마에는 핏줄이 불뚝 솟아올랐다.그녀는 어금니를 깨물며 다시 한번 하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하현, 당신이 이렇게 내 체면도 봐주지 않고 매정하게 한 마디로 거절하다니 나도 어쩔 수가 없어!”“상가든 회사든 당신한테 빌려줄 생각이 없어졌어!”“내일, 아니면 오늘이라도 당장 사람을 시켜 물건들 다 옮기도록 해!”“인테리어한 걸 다 부수더라도 당신한텐 못 주겠어!”“어쨌든 난 내 남자친구와 앞으로 시댁이 될 집안에 대적하는 사람을 도울 수는 없어...”상가와 회사를 옮기라고?인테리어를 다 부수겠다고?떠나려고 발걸음을 옮기던 하현이 멈칫하며 원가령을 돌아보았다.하현은 이전에 자신이 그녀를 도와준 적이 있기 때문에 그녀가 이렇게까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원가령이 양호남과 재결합하자마자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허탈한 듯 헛웃음을 지으며 하현이 입을 열었다.“원가령, 나더러 상가와 회사를 옮기라고?”“이렇게 인정사정도 없는 사람이었어?”원가령은 눈꺼풀을 살짝 움찔하더니 양심에 살짝 찔리는 듯 눈을 돌렸다.그러나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치켜세우며 말했다.“하현, 나도 우리 옛정을 봐서 당신한테 더 잘해 주고 싶었어.”“나도 이렇게 몰인정하게 굴고 싶지 않았어. 당신 체면을 세워 주고 싶었다고.”“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내가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했는데 당신이 거절했으니까.”“내가 뭘 더 할 수 있겠어?”“아무리 사람이 잘못했어도 양호남은 내 남자친구야.”“양 씨 가문의 자산은 장차 내 자산이기도 해.”“내가 어떻게 양 씨 가문과 나를 힘들게 하는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가 있겠어?”“하현, 내가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지금 당장 현실을 직시하고 대답해. 그러면 늦지 않았어!”“당신이 양가백약의 조제법을 내놓으
말을 마치면서 하현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하현은 원가령이 비교적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가 양호남을 위해 이런 어처구니없는 모습으로 변할 줄은 몰랐다.도덕적 잣대를 들이밀며 공짜를 강요하고 있었다.하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통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하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 거야. 나도 양씨백약의 원조 조제법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알고 있어!”하현이 당당한 모습으로 반격에 나서자 원가령은 도도하고 차가운 얼굴로 싹 변했다.“하지만 당신이 가지고 있는 조제법은 아무리 이름을 바꾼다고 해도 결국 양 씨 가문 조제법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지!”“어디서 그 조제법을 손에 넣었는지도 모르면서 값어치만 들먹이다니 정말 뻔뻔하고 염치없다고 생각하지 않아?”“맞아!”양호남이 서슬 퍼런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우리 양씨백약 원조 조제법이 40년 전에 도둑맞았는데 혹시 당신이 그 도둑이 아닌가 의심된다구!”“조제법을 내놓지 않으면 관청에 신고해서 감옥에 처넣을 거야!”원가령도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을 보태었다.“하현, 들었지? 양 씨 가문은 언제든지 당신을 감옥에 넣을 수 있어!”“여기는 남양이고 당신은 대하인인데 어떻게 양 씨 가문을 이길 수 있겠어?”“자, 지금 조제법을 나한테 넘기면 천억을 받을 수 있어!”“지금 넘기지 않으면 당장 양 씨 가문이 관청에 신고할 거야. 그러면 당신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무엇보다 조제법을 넘긴다면 우린 여전히 좋은 친구로 남게 될 거야.”“그리고 천억이 생긴 당신은 그제야 우리 레벨로 올라서는 거야.”“우리가 계속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건 좋은 일 아니야?”“하현, 잘 생각해 봐!”양신이도 거만하게 팔짱을 낀 채 앞으로 나서며 차가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우리 오빠와 내가 이미 당신한테 충분히 기회를 준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당신 체면을 충분히 봐준 거 아냐?”“우리 양 씨 가문이
”두 시간을 줄 테니 당신 사람들과 물건들 싹 다 치워!”“그 가게는 때려 부수는 한이 있어도 당신한텐 못 줘!”원가령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입을 열었다.양호남은 껄껄 소리를 내며 웃었다.“원가령, 돈을 들인 건데 아깝게 왜 부수겠다는 거야?”“그 가게, 우리 양 씨 가문에게 빌려줘. 마침 우리 가문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려고 하던 참이었거든.”“나중에 양 씨 가문 기념일에 당신도 같이 사회를 보자. 그리고 페낭에서 최고로 행복한 커플이 되는 거야!”말을 마친 양호남은 들뜬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대하 촌놈이 감히 자기와 싸우려 하다니!죽는 게 뭔지 모르는 놈인가?원가령도 하현을 힐끔 쳐다보며 그가 화를 낼지 어떨지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단 한마디 툭 던진 후 하현은 그대로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간결하고 강경했다.마치 원가령과 양호남의 주먹이 스펀지를 때린 것처럼 하현은 조금도 타격감이 없었다.원가령은 어리둥절했다.그녀는 하현이 이미 자신에게 마음이 움직였고 그녀의 모든 행동에 화가 나서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자신이 빌려줬던 가게까지 몰수했으니 이것은 하현을 순식간에 빈털터리로 만드는 것과 같았다.그런데 뜻밖에도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홀연히 돌아섰다.이런 침착함과 당당함이 원가령의 마음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었다.동시에 자신이 잘못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녀의 마음속에 어렴풋이 고개를 들었다.“원가령, 저런 촌뜨기는 신경 쓰지 마. 자기가 정말로 페낭의 일인자라도 된 줄 아나 봐!”양호남은 남녀 사이의 애정을 다루는 데 아주 능수능란한 사람이었다.그는 마음이 여린 원가령을 보고 그녀의 작은 허리를 와락 감싸 안으며 입을 열었다.“방금 그가 한 말은 끝까지 억지를 부린 것뿐이야. 그냥 센 척하고 싶었던 거지!”“저런 얼뜨기 같은 놈이 당신같이 돈도 많고 얼굴도 예쁜
원가령도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양호남의 말에 수긍했다.만약 하현이 정말로 원조 조제법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쯤 아마 엄청난 돈을 벌었을지도 모르는데 왜 양유훤과 함께 가게를 차려고 했겠는가?가장 중요한 사실은 아직 양유훤이 전면에 나타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어쩌면 하현의 속임수로 가게를 열었을지도 모른다.목적은 부잣집 아가씨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일 것이다.그래야 다시 살아날 기회나 희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기회를 놓쳤으니 하현은 의기소침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고 어쩌면 다시는 그녀의 인생에 등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이런 생각에 미치자 원가령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그녀는 손을 뻗어 양호남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양호남, 나 때문에 이렇게 큰 상처를 입게 해서 미안해.”“괜찮아. 그냥 작은 생채기일 뿐이야.”“당신을 위해서라면 난 하나도 아프지 않아. 오히려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의 증표라고 생각해!”“이 일을 겪은 우리는 앞으로 더 사랑하게 될 거야!”양호남의 미소에 음흉한 기운이 가득했다.“아 참, 당신을 얼굴을 봐서 난 하현에게 아무런 보복도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페낭 무맹은 달라...”“어쨌든 난 페낭 무맹 사람인데 하현이 페낭 무도관에서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었으니.”“이건 날 때린 게 아니라 결국 페낭 무맹의 얼굴을 때린 거야!”“황천화 형님은 페낭 무맹의 일인자일 뿐만 아니라 이 무도관의 책임자이기도 해!”“나중에 황천화 형님 앞에 가서 절대 하현을 가만두지 말라고 읍소할 거야!”“지금 당장은 하현이 물러가 페낭을 떠나지 않는다면 그가 언제 또 분수도 모르고 덤빌지 모르는 일이니까.”원가령은 무슨 말을 하려고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양신이와 다른 부잣집 자제들도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하나같이 음흉한 미소를 떠올렸다.대하 촌놈인 하현이 정말 그들 같은 페낭 상류사회 사람들과 싸울 수가 있겠는가?무슨 장난 같은 소리!
”하현, 우리 회사가 다른 곳으로 가는 건 아무래도 괜찮아요. 하지만 이 물건들은 옮길 수가 없어요. 자칫 보관할 장소를 찾지 못해 햇빛에 노출되거나 바람을 맞게 된다면 모두 폐기해야 해요!”용문 항도 지회에서 달려온 몇몇 제자들은 이미 조제된 양가백약과 재료들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 물건들은 그들이 요 며칠 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들이었다.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소미담, 그러면 직원들을 데리고 근처에 가서 혹시 우리가 임차할 수 있는 상가가 있는지 좀 알아봐 줘.”“아무리 값이 비싸도 상관없어. 임대가 안 된다면 그냥 사도 돼.”원가령은 당장 오늘 짐을 빼라고 했지만 오늘 밤을 넘기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소미담은 하현의 말을 듣고 서둘러 직원 몇 명을 데리고 뛰어나갔다.하현은 팔짱을 낀 채 한 손으로 턱을 만지며 결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30분이 후딱 지났다.숨을 헐떡이며 돌아온 소미담은 좋지 않은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하현, 근처 가게들은 원 씨 가문 소유 아니면 양 씨 가문이었어요. 일부는 이 씨 가문 소유였구요.”“그들은 어디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한목소리로 우리한테는 가게를 빌려주지 않겠다고 딱 잘라 말했어요. 얼마를 줘도 소용없대요.”하현의 눈빛에 매서운 기운이 가득 서렸다.서릿발 같은 하현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소미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이 빌딩 주변에 정부의 철거 명령에 응하지 않은 아주 낡고 오래된 가게가 하나 있어요.”“그 점포는 고작 네 평밖에 안 돼요.”“그 주인은 우리가 가게를 물색한다는 것을 듣고는 우리가 원한다면 우리한테 그 가게를 팔 수도 있다고 말했어요. 십억이면 넘기겠답니다...”“바로 저쪽 옆이에요.”소미담이 가리키는 가게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두 빌딩 사이에 작은 가게가 있었다.바람이 몰아치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낡고 오래된 가게였다.아마 수십 년
은혜도 모르는 하현의 행동에 원가령은 밤새 뒤척이며 고민한 끝에 그냥 생각대로 밀어붙이기로 했다.다음날 아침 일찍, 그녀는 양호남과 부잣집 자제들을 이끌고 인테리어가 말끔히 되어 있던 가게로 왔다.하현이 모든 짐들을 다 뺐는지 어땠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다른 인테리어는 그대로인 채 완제품과 재료들만 다 가져간 것을 보고 원가령은 왠지 마음 한켠이 아팠다.그러나 그들은 곧바로 빌딩 사이의 작고 낡은 가게에 뭔가 변화가 있음을 알아차렸다.“어? 저기 봐. 하현이 다시 가게를 차린 것 같아!”“양가백약이야? 내 눈에는 그 개가죽 고약 가게랑 거의 바뀐 게 없는 것 같은데!”“장소도 볼품없는 데다 인테리어도 30년 전 그대로라 우중충해!”“양 씨 가문과 비교는커녕 원가령이 인테리어한 이 가게와 비교해도 몇 천 몇 만 배는 차이가 나, 그렇지?”“하 씨 저놈, 충격을 너무 세게 받아서 머리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니야? 저런 가게를 열었다고?”“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양가백약을 만든 거야?”“그래가지고 어떻게 양 씨 가문이 꿈쩍이나 하겠어?”“창피하지도 않아? 아니면 스스로에게 최면이라도 한 거야?”원가령 일행은 하현에게 냉소를 퍼부었다.그들은 대하 촌뜨기 하현이 콧대가 꼿꼿이 살아서 결국 가게를 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양호남 일행은 아예 배를 잡고 비웃기 시작했다.지금까지 저렇게 바보 같은 사람은 처음 본다는 듯 한껏 소리 높여 비웃었다.“아하하하, 이 바닥은 결국 우리 거야! 당신들은 절대 넘어오지 마! 재수없으니까!”원가령은 아예 사람들을 데리고 하현의 가게에 가서 냉담한 얼굴로 소미담을 향해 너스레를 떨었다.알박기나 한 가게를 넘겨받아 자신의 남자친구와 끝까지 대적하려는 하현을 보고 원가령은 한껏 얕보며 비아냥거렸다.동시에 하현이 그녀에게 타협을 청하지 않은 것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금이야 옥이야 곱게 자란 원가령은 자신의 체면을 뭉개버리는 하현의 이런 행동이 너무나 못마땅했다.소미담은
원천신은 긴 다리로 하현의 곁으로 성큼 걸어갔고 눈동자에는 안하무인의 도도한 기운이 가득했다.그녀는 어제 자신의 딸과 양호남이 다시 결합했다는 걸 분명히 아는 듯했다.이것이 그녀의 딸에게 있어 가장 좋은 결말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오늘 하현의 체면을 뭉개버리려고 이곳에 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과 예비 사위를 지지하러 온 것이다.“하현, 기분이 어때?”“후회돼? 그러니까 내가 처음에 제안한 걸 받아들였어야지!”“만약 당신이 처음부터 다른 생각이 없이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도 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잖아. 그랬으면 내 딸의 조력자로서 풍족하게 살았을 텐데 말이야.”“그리고 지금처럼 짐을 옮겨 이사할 필요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원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었을 거야.”“안타깝게도 당신은 너무 탐욕스러웠어. 감히 너무 욕심을 부려서 웃전으로 올라서려고 했지!”말을 하면서 원천신은 하현에게 다가와 아름다운 얼굴을 내밀며 비꼬듯 말했다.“그렇지만 지금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어.”“고급스러운 오피스 빌딩, 대로에 있는 큰 상가는 이제 당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게 되었지!”“당신은 이 콧구멍만 한 구멍가게에 틀어박혀 개가죽 고약이나 팔아야 해.”원천진의 말에 그녀를 따르던 여자들은 작은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특히 하현이 아직 떼지 않은 개가죽 고약 간판을 보고는 저마다 눈을 힐끔거리며 웃었다.상류층의 고분고분한 개가 되어 편하게 살 기회가 있었는데 저놈은 그런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목숨을 걸고 대항하고 있지 않은가!참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그녀들의 눈에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사람들의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 길거리에 나앉는 것밖에 없다!“후회?”하현은 득의양양한 원천신을 보며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두 번이나 목숨을 구한 사람에게 호의를 보이기는커녕 비아냥거릴 줄은 몰랐군요.”“이 가게를 두고 뭐라고 하시는데, 원 사장님. 당신이 정말로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